본문바로가기


지난호





|

과학의 창

코로나 시대의 교육

작성자 : 김채옥 ㅣ 등록일 : 2020-12-17 ㅣ 조회수 : 571


김 채 옥

한국물리학회 제21대 회장 

한양대학교 물리학과 명예교수

요사이 나는 빠르게 바뀌는 시대에 살아가고 있음을 코로나로 인해 더욱 실감하고 있다. 자고나면 듣지도 못했던 신조어들이 연일 생겨나서 정신이 혼미할 정도이다. 코로나 19를 시작으로 팬데믹, 사회적 거리두기, K방역, 긴급 재난지원금, 마스크 5부제, 공적 마스크, 아동 돌봄 쿠폰, 램데시비르, 코돌이, 온라인 개학, 랜선 놀이, 인포데믹, 혹세무민, 코로나베드... 이전에 알지 못했던 새로운 단어들을 따라가는 것으로 인해 정신적으로 피로감이 쌓일 정도이다. 사회 활동은 언택트(untact)로 바뀌고 있고 직장에서는 원격이나 재택근무가 도입되고 있으며 학교 역시 더 이상 예전의 학교가 아니다. 온라인으로 수업해야 하는 교수는 강의하는 맛이 다 없어졌다고 하지만 학생은 학생대로 이게 무슨 공부냐고 하며 등록금이 아깝다고 불만이다. 거의 혁명적일 정도로 커다란 변화의 물결이 찾아오고 있다. 이러한 변화와 혼돈의 시대에 우리는 과연 선생으로서 학생들에게 무엇을 제시해야 하는가.

60여 년 전 과거 어느 날이다. 당시 4.19 학생 운동으로 ‘독재 타도’를 외치며 부정부패에 대한 저항으로 혼란하던 1960년 그 시절, 나는 삶의 방향을 고민하던 고등학교 3학년생이었다. 대학입학 원서를 제출한 12월 어느 날에 교실에서 시인 릴케가 쓴 “말테의 수기”를 읽고 있었다. 키가 호밀처럼 크고 미남형 얼굴에 안경을 걸친 경제 지리를 담당했던 선생님은 칠판에 갑자기 ‘Boys, be ambitious!’라는 말을 적으셨다. 이 말은 일본 홋가이도 개척 시절 삿뽀로 농학교(홋카이도 대학교 전신)를 세운 미국인 윌리엄 스미스 클라크 선교사가 제자들과 헤어지며 전했던 마지막 말임을 나중에 알았다. ‘젊은이여 큰 뜻을 품어라.’, ‘꿈을 가져라.’ 당시 선생님은 우리에게 희망이 있는 곳을 찾아보아라, 찾았으면 망설이지 말고 그 희망의 길을 향해 떠나라고 말씀하셨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과학의 시대가 올 것을 강조하며 ‘science’라는 단어를 하나 더 쓰시고는 교실을 나가셨다. 물리, 화학 선생님이 아닌 경제지리 선생님께서 60년 전에 시골 촌놈들에게 전해주었던 그 희망의 메시지와 단어는 그 이후 서울로 상경한 나의 삶을 바꾸며, 지금까지 나를 안내해준 인생의 큰 길잡이가 되었다.

코로나를 화두로 빠르게 변화하는 이 시대에 과연 나는 물리학 교수로서 후배 학생들에게 어떤 말을 해줄 것인가 생각해본다. 대망을 품고, 희망을 찾아 떠나라며 ‘Science’의 외침 그 한마디에 감동 받아 오늘의 내가 있었다면, 과연 나는 오늘날 어떤 말을 우리 학생들에게 해줄 수 있을까? 코로나로 인해 BC(Before Corona)와 AD(After Disease)로 나뉘었다고 할 정도로 사회가 바뀌고 있고 무엇보다 교육에 있어서도 변화가 많아졌다. 새로운 시대를 살아가야 하는 학생들에게 우리 교수들, 우리 학회가 해줄 수 있는 말은 과연 무엇일까 생각해본다.

디지털로 빠르게 바뀌는 이런 전환의 시대에 미래에 대한 준비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며 우리는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교육이 필요하다. 이러한 시대에 나는 아인슈타인의 말을 다시금 반복해서 전하고 싶다. “상상력이 지식보다 중요하다.” “지식은 우리가 지금 알고 이해하는 모든 것에 한정돼 있지만, 상상력은 온 세상을 포용하며 그 모든 것은 우리가 앞으로 알고 이해하는 무언가가 될 것이다.” 교수는 상상력을 키우는 과학교육을 하고 학회는 상상력을 키울 수 있는 아이디어를 개발하여 보급하였으면 한다. 빅데이터, 슈퍼컴퓨터, 인공지능 등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은 코로나로 인해 어느새 성큼 다가오고 있다. 이제 다가올 미래 시대는 기존의 책 속에 들어있는 지식과 정보로는 따라갈 수 없는 전혀 다른 세상이 될 것이고, 논리성을 갖춘 상상력의 훈련은 이것을 준비하는 강력한 대안이 될 것이다. 상상력은 무한한 가능성을 의미하고, 이것은 창조와 혁신의 씨앗이 되어 새로운 시장과 가치를 창출할 것이다. 무엇보다 물리학은 물질을 구성하고 있는 기본 성분이 무엇이며, 그 물질 간에 어떤 상호작용을 하고 그 원리는 무엇인가를 연구하는 학문이지만, 이러한 물리학은 모든 과학의 기초가 되기에 광범위한 분야에 연관되어 있다. 물리학도에 있어서 상상력은 단순히 물리학 전공자만을 배출하는 것을 너머, 넓고 다양한 연관 분야의 학문적 발전에 기여하고 산업 현장, 응용 기술의 토대를 획기적으로 바꿀 수가 있다. 이제 우리 학생들에게 창의력과 상상력을 겸비한 희망의 메시지를 심어, 학생들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지나 새롭고 무한한 미래로 힘차게 뻗어나갈 것을 기대해본다.

(cokim@hanyang.ac.kr)

취리히 인스트루먼트취리히 인스트루먼트
한국물리학회 SF어워드한국물리학회 SF어워드
고등과학원(12월31일까지)고등과학원(12월31일까지)
물리인증제물리인증제
사이언스타임즈사이언스타임즈


페이지 맨 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