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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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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거대물리학: 큰 꿈을 꾸다

초강력 레이저로 탐구하는 새물리

작성자 : 이성구·김형택·최일우·김철민 ㅣ 등록일 : 2022-11-16 ㅣ 조회수 : 1,334 ㅣ DOI : 10.3938/PhiT.31.044

저자약력

이성구 연구원은 2000년, 2005년 한국과학기술원 물리학과에서 이학 석사, 이학 박사를 취득하였고 광주과학기술원 고등광기술연구소에서 수석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다. 2005년부터 고등광기술연구소에서 초강력 레이저 개발 연구를 수행하고 있으며 2013년부터 기초과학연구원 초강력레이저과학연구단 학연연구위원으로 초강력 레이저 운영 및 개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lsk@gist.ac.kr)

김형택 연구원은 2001년, 2004년 한국과학기술원 물리학과에서 이학 석사, 이학 박사를 취득하였고 2005년부터 광주과학기술원 고등광기술연구소에서 초강력 레이저를 이용한 플라즈마 물리, 전자빔 가속, 엑스선/감마선 발생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현재 수석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다. (htkim@gist.ac.kr)

최일우 연구원은 1992년, 1997년에 한국과학기술원 물리학과에서 이학석사, 이학박사를 취득하였고, 2003년부터 광주과학기술원 고등광기술연구소에 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다. 레이저 유도 이온 가속 및 응용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iwchoi@gist.ac.kr)

김철민 연구원은 2006년 한국과학기술원 물리학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광주과학기술원 고등광기술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재직해 왔으며, 2013년부터는 기초과학연구원 초강력레이저과학연구단에도 참여하고 있다. 초강력장과 물질의 상호작용 및 연관된 고에너지 천체현상에 대해 이론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chulmin@gist.ac.kr)

Novel Physics Explored by Ultra-Intense Lasers

Seong Ku LEE, Hyung Taek KIM, Il Woo CHOI and Chul Min KIM

Lasers have been versatile tools to investigate physical phenomena and they have paved the way for exploring novel physics. Recently, scientists have become excited about the advent of the ultra-intense laser with extreme output power. The output power of the ultra-intense laser will soon reach multi-10 PW and thus, it can provide opportunities to explore novel physics such as photon-photon interaction and vacuum behavior in the strong laser field. Currently, a large ultra-intense laser facility has been pursued in Korea. Here, the current status, applications, and prospects of the ultra-intense laser facility are introduced.

들어가며

레이저 출력이 과거에는 결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향상되고 있으며 최근에 레이저를 한 점에 집속하여 얻어지는 세기는 1023 W/cm2에 도달하고 있다.1) 현재보다 강력한 레이저들이 세계적으로 개발되고 있으며 이러한 레이저들이 도달하는 레이저 장에서는 현재 이론적으로 논의되는 물리현상들을 실험적으로 확인함은 물론 새로운 물리 이론들이 탄생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두 개의 빛이 서로 충돌하는 경우 고전적 물리에서는 두 개의 광파가 중첩되는 현상으로 이해되지만 강력한 양자전기역학(Quantum Electrodynamics, QED)에서는 두 개의 광선이 충돌하여 산란이 될 수 있음을 예측한다. 또한 비어 있다고 믿어지는 진공이 강력한 세기의 빛과 상호작용 시에는 마치 비선형 매질과 같은 역할을 하게 되어 사광자혼합(four wave mixing)이나 진공 복굴절(Vacuum birefringence)이 나타나게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2)3) 앞으로 등장할 레이저들은 위와 같은 이론적 예측을 실험으로 증명이 가능한 수준의 출력에 도달할 것이며 따라서 초강력 레이저를 이용한 인류의 새물리 탐험이 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에서 초강력 레이저시설 건설에 대한 예비타당성 사전기획연구를 현재 진행하고 있다. 한국은 레이저 분야에서 오랜 기간 기술력을 쌓아오고 있으며 초강력 레이저분야에서는 선진국 못지않은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이러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초강력 레이저 시설이 구축되는 경우, 한국은 새물리 연구를 위한 기반 조성으로 새로운 학문 개척은 물론 물리분야에서 추종자를 벗어나 선도자로서 자리매김이 가능할 것이다.

서 론

Fig. 1. Ultra-intense laser in the world.
Fig. 1. Ultra-intense laser in the world.
Fig. 2. Laser peak-power. The laser peak-power has increased drastically owing to a chirped-pulse amplification technique since 1985.Fig. 2. Laser peak-power. The laser peak-power has increased drastically owing to a chirped-pulse amplification technique since 1985.

레이저는 새로운 학문을 창출하고 산업에 필요한 핵심기술들을 발전시켜 왔다. 펨토초 레이저가 방출하는 짧은 펄스 덕택에 분자들의 순간적인 변화 측정이 가능하여 펨토화학 시대가 도래하게 되었고 레이저의 안정적이고 정밀한 측정 특성은 중력파 검출을 가능하게 하였다.4)5) 짧은 UV 파장 영역의 레이저는 반도체 노광에 활용되어 반도체 집적율을 해마다 높이고 있으며 현재는 더 짧은 파장의 EUV 광원을 레이저-플라즈마 기반으로 발생시켜 반도체 공정 기술의 초격차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렇듯 레이저 발전은 기초분야는 물론 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고 인류 발전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초강력 레이저는 기존과 차별되는 출력의 레이저로 새로운 학문 창출과 미래 산업 기술의 태동을 가져올 수 있다. 따라서 세계 각국에서 초강력 레이저 개발 및 활용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며 다수의 레이저들이 설치 및 운영되고 있다. 그림 1은 전 세계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1 TW 출력 이상의 레이저 분포이며 2020년 기준 126기의 레이저들이 운영되고 있다.6) 이 중에서 0.1~1 PW 출력의 레이저는 40기가, 1 PW 이상 초강력 레이저는 26기가 건설 및 운영 중이다.

과거 대형레이저연구시설은 가속기들이 다양한 분야의 학문연구에 활용된 것과는 달리 국방이나 핵융합 연구에 편중되어 활용되었다. 그러나 근래 개발되고 있는 초강력 레이저는 다양한 기초연구 활용은 물론 의료 및 산업분야 응용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PW 출력 이상의 초강력 레이저들의 등장으로 레이저-물질 상호작용 기초 연구 및 활용 연구의 새로운 세계가 펼쳐지고 있다.

그림 2는 시간에 따른 레이저 출력 증가 현황이다. 2020년에 들어서며 거대 레이저 프로젝트들이 완료되어 10 PW 출력 레이저들이 운영에 들어갔고 중국에서는 100 PW 출력의 레이저를 2027년 구축을 목표로 제작 중이다. 이외에도 프랑스 10 PW, 영국 20 PW, 미국 50 PW 출력의 레이저를 건설할 계획이다. 특히, 미국은 50 PW 레이저 설치를 위한 건물을 착공하였고 2023년 레이저 구축비 확보가 거의 확실시되고 있다. 표 1은 최근에 구축되거나 건설을 계획하고 있는 대표적인 초강력 레이저 시설 현황이다.

Table. 1. Ultra-intense lasers with extreme power in the world.

시설명
국가
Peak Power
현황
XCELS
러시아
200 PW
계획
SEL
중국
100 PW
개발(~'27)
EP-OPAL (LLE)
미국
50 PW
계획(~'29)
Vulcan 20-20
영국
20 PW
계획(~'29)
SULF
중국
12.9 PW
운영
ELI-NP
루마니아
10.2 PW
운영
ELI-Beamline
체코
10 PW
개발(~'23)
Apollon
프랑스
10 PW
개발(~'23)
PEARL 10 (IAP)
러시아
5 PW
운영
CAEP
중국
5 PW
운영
ARRI-CoReLS
대한민국
4.2 PW
운영
ZEUS (Umich)
미국
3 PW
개발(~'23)

국내에서는 초강력 레이저 구축을 위한 예비타당성 사전기획연구가 진행 중이다. 예비타당성 사전기획연구에서는 레이저 성능, 활용 분야 등을 중점적으로 검토하고 국가적인 대형연구시설로서 역할을 정립할 예정이다. 여기에서는 초강력 레이저 역사 및 국내외 현황, 그리고 물리학 활용 분야를 소개할 예정이다.

초강력 레이저 역사

레이저 출력은 출력 향상을 위한 신기술이 끊임없이 개발됨에 따라 지속적으로 향상되어 왔다. 여기에서 레이저 출력은 레이저 에너지를 레이저 지속시간으로 나눈 값이며 펄스의 경우에는 첨두출력(peak-power)으로 정의되는 값이다. 지금부터 언급되는 레이저 출력은 모두 레이저 첨두출력에 해당한다. 레이저 출력은 출력의 정의로부터 레이저 에너지를 높이거나 레이저 펄스의 펄스폭을 줄이는 방식을 이용하여 향상이 가능하다. 레이저 개발 초창기에는 레이저 에너지 향상과 더불어 레이저 펄스폭을 줄이는 연구가 함께 진행되었다. 레이저 등장 1년 후, Q 스위칭 기술을 이용한 나노초 레이저 발생 기술이 개발되어 펄스폭 100 ns, 1 MW 펄스 발생이 가능했다.7) 이후 개발된 방식은 모드잠금(Mode-locking) 기술로 최초 모드잠금 레이저는 1 ns 펄스폭을 가졌으나8) 오늘날은 모드잠금 기술발전으로 피코초 또는 펨토초 레이저 펄스 발생이 가능하다. 1980년대 초반에 광학테이블 크기에 설치된 펨토초 색소 레이저가 GW/cm2 이상 출력에 도달하였으나 이 이상을 넘어서면 강한 비선형 현상으로 렌즈가 만들어지는 self-focusing 효과로 증폭 도중 광학계들의 손상을 피할 수 없었다. 비선형 현상을 피하기 위해서 단위 면적당 레이저 출력을 줄일 수 있는 레이저 빔 크기를 키우는 방식이 1980년대 중반까지 이용되었으나 이를 통해서는 TW 출력이 한계였다. 레이저 빔 크기의 증가는 레이저 매질 및 광학계 전체의 크기를 증가시켜야 했으며 레이저 매질 성장의 한계와 비용 증가로 일정 이상 출력 향상은 불가능했다(그림 2 Nd:glass laser 참조).

Chirped pulse amplification (CPA) 기술은 위와 같은 증폭 한계를 넘어서는 핵심 기술이다.9) 이 기술은 1985년 개발되었으며 레이저 펄스폭을 스펙트럼의 분산이 다름을 이용하여 길게 확장하여 증폭함으로써 증폭 도중에 레이저 출력을 낮추고 증폭이 완료된 후 다시 반대의 분산을 이용하여 펄스폭을 본래 폭으로 줄임으로써 고출력 펄스를 발생시키는 기술이다(그림 3 참조). CPA 기술 개발은 고출력 극초단 레이저 시대를 열었으며 이의 공로로 발명자인 G. Mourou 교수와 Strickland 교수는 2018년 노벨상을 수상하였다.

Fig. 3. Chirped pulse amplification (CPA).Fig. 3. Chirped pulse amplification (CPA).

CPA 기술 개발 이후 레이저 증폭 한계가 극복되었고 레이저 출력은 빠르게 증가하였다. 최초의 페타와트(PW) CPA Nd:glass 레이저가 1999년 로렌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LLNL)에서 개발되었으며 이 레이저는 1.5 PW 출력, 660 J 에너지, 440 fs의 펄스폭을 가지고 있었다.10)

Fig. 4. Optical parametric chirped pulse amplification (OPCPA).Fig. 4. Optical parametric chirped pulse amplification (OPCPA).

Ti:sapphire 레이저 매질은 넓은 레이저 스펙트럼은 물론 0.9 J/cm2의 포화 에너지를 가지고 있어서 극초단 레이저 개발에 매우 적합하다. 2003년 일본에서 0.85-PW 33-fs CPA Ti:sapphire 레이저가 개발되었고11) 한국에서 2010년부터 1 PW를 시작으로 4 PW 출력 레이저를 개발하였다.12)13)14) 최근에는 10 PW 이상의 초강력 레이저가 개발되고 있으며 2018년 중국에서 10 PW 레이저, 2020년 ELI-Nuclear Physics (ELI-NP)에서 10 PW, 243 J, 22.7 fs 레이저를 구축하였다.15)

레이저 매질이 아닌 비선형 매질을 이용한 레이저 증폭 방식은 2006년 개발되었고 이를 이용한 초강력 레이저들이 개발되고 있다.16) Optical parametric chirped pulse amplification (OPCPA) 방식은 레이저 매질을 사용하는 증폭에서 발생하는 gain narrowing, gain saturation 현상이 상대적으로 작고 넓은 선폭의 레이저 펄스를 증폭하는데 유리하다. CPA와 유사하게 펄스의 확장, 광매개증폭(optical parametric amplification), 그리고 펄스의 압축 과정을 통해 레이저 펄스를 증폭한다(그림 4 참조).

러시아 응용물리연구소(IAP)에서 0.56-PW OPCPA 레이저가 개발되었고 중국 레이저 핵융합 연구센터(LRC)는 4.9 PW 출력을 2017에 달성하였다.17)18) 이 레이저 시스템은 현재 200 200 mm2 LBO 결정을 이용하여 성능 업그레이드 중으로 15-PW 출력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초강력 레이저 국내 개발 동향

Fig. 5. A view of a 4.2 PW CPA Ti:sapphire laser at CoReLS.Fig. 5. A view of a 4.2 PW CPA Ti:sapphire laser at CoReLS.

한국과학기술원에서 CPA Ti:sapphire 레이저 개발 연구를 수행하였고 최초 TW 출력의 Ti:sapphire 레이저는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 1997년 개발되었다. 이후 2010년 30 TW 27 fs 레이저 개발에 성공하였다.19) 세계 최초 PW Ti:sapphire 레이저는 국내 연구진을 통해 개발되었다. 광주과학기술원 고등광기술연구소는 2010년 극초단광양자빔연구시설 구축 사업을 통해 1.0 PW, 30 fs, 0.1 Hz 펄스 발생에 성공하였다.12) 이 레이저는 당시 최고 출력이며 두 번째 건설된 빔라인은 이보다 향상된 1.5 PW의 출력을 발생시킬 수 있었다.13) 1.5 PW 빔라인은 고등광기술연구소와 기초과학연구원 초강력레이저연구단이 업그레이드를 통해 2016년 4.2 PW 출력 발생에 성공하였고 OPCPA 신기술 적용으로 20 fs 이하의 펄스 발생이 가능했다.14) 그림 5는 광주과학기술원 고등광기술연구소와 기초과학연구원 초강력레이저연구단이 개발 및 운영하고 있는 4.2 PW 초강력 레이저 시설이다.

Fig. 6. Chronological advancement of laser intensity.
Fig. 6. Chronological advancement of laser intensity.

레이저 세기는 레이저-물질 상호작용의 물리 현상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이다. 여기에서 레이저 세기는 단위면적당 레이저 출력을 의미한다. 초강력레이저과학 연구단은 4 PW 레이저를 렌즈로 집속하여 2019년 5.51022 W/cm2, 2021년 1.11023 W/cm2에 도달하여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레이저 세기를 달성하였다.1) 그림 6은 시간에 따른 레이저 세기 변천사를 보여주고 있다.

초강력 레이저 국외 개발 동향

고출력 레이저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페타와트 이상의 초강력 레이저가 세계 여러 연구소에서 운영 및 구축되고 있다. 유럽은 ELI 프로젝트를 통해 10 PW 레이저를 구축 및 운영 중이고 중국 Shanghai Institute of Optics and Fine Mechanics(SIOM)에서는 Ti:sapphire 결정 기반 10 PW 레이저를 시험 가동 중이다. 프랑스 또한 APOLLON 프로젝트로부터 1 PW 레이저를 완공하여 국제 유저들에게 오픈하였고 10 PW 레이저는 2023년 개발 완료할 예정이다.

10 PW 이상 초강력 레이저 또한 세계 각국에서 구축 및 계획하고 있다. 중국의 상하이에서는 XFEL과 100 PW 레이저 구축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현재까지 이론적으로 연구되었던 진공 복굴절 현상 관측이 목표이며 100 PW 레이저는 OPCPA 기술을 활용할 예정이다. 기존의 Ti:sapphire/Nd:glass 레이저 매질 방식이 아닌 비선형 결정을 채택한 이유는 레이저 매질 결정 성장의 한계 때문이다. Ti:Sapphire 및 Nd:glass는 10 PW 이상의 출력을 얻기 위해 현재보다 면적인 큰 레이저 결정이 필요하나 이는 성장이 쉽지 않다. 반면에 OPCPA에 사용될 DKDP는 80 cm 이상 크기가 가능하여 10 PW 이상 펄스 발생이 가능하다. 따라서 중국의 100 PW는 OPCPA 방식을 활용하여 개발 중이며 미국도 DKDP를 이용한 50 PW OPCPA 레이저를 계획하고 있다. 국외의 대표적인 초강력 레이저 시설 및 구축 계획은 아래에 자세히 기술하였다.

1. 유럽 ELI 프로젝트

Extreme Light Infrastructure (ELI)는 유럽 세 개 나라에 고출력 극초단 레이저 시설을 구축하는 프로젝트이다. 2011년에 시작하여 순차적으로 레이저 구축을 완료하고 있으며 2023년 대부분 시설이 구축될 예정이다. 세 곳의 레이저 시설들에는 각기 다른 특성의 극초단 레이저들이 구축되었다. 체코는 고에너지 10 PW Nd:glass 레이저, 루마니아는 고출력 고반복률 10 PW Ti:sapphire 레이저, 헝가리는 10 Hz, 2 PW Ti:sapphire 레이저 및 아토초 발생을 위한 다수의 10 fs급 레이저가 주요 시설로 건설되었다.

체코에 위치한 ELI-Beamlines는 크게 세 개의 레이저 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은 얇은 디스크 레이저로 펌프되는 고출력 OPCPA 레이저, 3.3 Hz, 0.3 PW Ti:sapphire 레이저, 10 PW, 1.5 kJ Nd:glass 레이저 시설이며, OPCPA 레이저는 완성되어 운영 중이고 Ti:sapphire 레이저는 운영과 동시에 1 PW로 출력 업그레이드 중이다. 1.5 kJ CPA Nd:glass 레이저는 회절격자 수급의 문제로 회절격자를 이어 붙여 사용하는 압축기를 건설하고 있으며 2023년 완료 예정이다.

루마니아에 건설되고 있는 ELI-Nuclear physics는 10 PW Ti:sapphire 레이저 2기와 전자가속기를 건설하여 핵물리 연구에 활용하는 시설이다. 10 PW 레이저 건설은 완료되어 시험 운전 중이고 일부 유저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핵물리 연구를 위한 가속기를 미국으로부터 도입 중이며 레이저빔과 가속기 전자를 충돌하여 발생하는 컴프턴 감마소스를 핵물질 탐구에 이용할 계획이다.

헝가리에 위치한 ELI-ALPS는 극초단 레이저를 활용한 아토초 연구를 주목적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레이저 규모는 크지 않으나 다양한 성능의 극초단 레이저를 다수 구비하고 있다. 최대 출력 2 PW T:sapphire 시설이 건설 중이며 이외에 저출력의 극초단 레이저들은 대부분 건설 완료하였다. 특히 아토초 펄스 발생에 유리한 중적외선 영역의 OPCPA 레이저들을 구축하여 활용 중이다.

ELI 프로젝트는 건설 지역이 동유럽 지역이나 실제 운영은 유럽연합 참여국들을 위한 시설이다 현재 구축이 거의 완료되는 시점으로 통합 운영을 위해 ELI-ERIC을 조직하였다. ELI-ERIC은 세 개 시설을 통합하여 운영하며, 현재 ELI-Beamlines가 ELI-ERIC으로 변경되었다. 기존에는 체코 물리연구소 소속이었으나 현재는 ELI-ERIC으로 시설 및 인력들이 전환된 상태이다. 다음으로 ELI-ALPS가 통합될 예정이며 ELI-Nuclear physics는 가속기 건설이 완료되면 이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2. 중국 SEL 프로젝트

중국은 초강력 레이저 개발 연구를 매우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는 중국이 서구 선진국과의 제한된 기술 교류 환경에서 레이저 개발 경쟁으로 축적된 우수한 레이저 인력 및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서 가능하다. 중국은 상하이 및 밍양 두 곳에 대표적인 대형 레이저 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이 시설들은 레이저 핵융합 연구를 진행하는 연구소이며 초강력 레이저 개발은 레이저 핵융합 연구와는 별개로 진행하고 있다. 상하이에 위치한 SIOM은 대표적인 레이저 핵융합 연구소이다. 서구로부터 레이저에 필요한 재료 및 기술 도입 제약으로 자체적으로 레이저 부품을 조달하고 있다. 레이저 매질은 물론 광학 부품, 회절격자 등 수입이 어려운 광학부품을 개발해 왔으며 현재는 이 기술 덕택으로 선진 연구소로 발전하였다. 펨토초 레이저 초기 연구는 선진국에 비해 늦었으나 빠르게 기술 확보를 함으로써 현재는 가장 강력한 출력의 레이저를 보유하고 있다. SULF 10 PW 레이저 개발이 2016년에 보고되었고 현재 새로운 레이저 실험시설로 이주하여 구축 및 운영이 시작됐다. 중국은 2018년 초강력 레이저시설 건설을 위한 SEL 프로젝트를 착수하였고 10 GeV XFEL 시설 부지에 건설하여 타겟 챔버를 공유한다. 이는 물리학의 오랜 숙원인 진공 연구 수행을 위한 것이다. 진공이 강력한 전기장에 의해 비선형 매질의 특성을 가질 수 있으며 이는 초강력 레이저와 X-ray 진단빔으로 증명이 가능하다. SEL 프로젝트는 레이저의 출력이 100 PW에 달하고 이를 한곳에 집중하면 진공의 매질적인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SEL 프로젝트의 100 PW 레이저는 2018년 개발을 착수하여 2027년 완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레이저 설계를 완료하였고 전치 증폭기를 시험 중이다. 본래 50 PW 두 개의 빔라인을 계획하였으나 한 개의 레이저빔으로 제작을 최종 결정하였다. 한 개의 레이저빔으로 제작 시에 회절격자 수급 문제가 발생하나 SEL 레이저는 회절격자에서 레이저빔이 잘림에도 불구하여 100 PW 출력 발생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100 PW 레이저는 2022년 전치 증폭기를 시작으로 2026년 50 PW, 2027년 100 PW 증폭기 제작을 완료할 예정이다.

3. 미국 EP-OPAL 프로젝트

Laboratory for National Energetics (LLE)는 1970년 로체스터 대학교에 레이저 핵융합 연구를 위해 창립되었다. 60개의 빔라인으로 구성된 총 60 kJ (1053 nm) OMEGA 레이저와 4개의 빔라인으로 구성된 OMEGA-EP 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OMEGA-EP 전치 증폭단은 OPCPA를 활용하여 넓은 선폭을 발생시킬 수 있으며 따라서 2개의 빔라인은 1~100 ps의 짧은 펄스 발생이 가능하다. OMEGA 시설은 하루 7‒8회 실험하는 매우 낮은 반복률에도 불구하고 1년에 80개 이상의 주제에 대해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하루 반나절 실험을 비롯하여 하루 또는 이틀의 실험을 진행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700명 이상의 사용자를 확보하고 있다.

EP-OPAL 프로젝트는 OMEGA-EP 레이저를 OPCPA 펌프 레이저로 사용하여 50 PW 초고출력 레이저를 발생시키는 프로젝트이다. LLE는 EP-OPAL 개발 전단계로 MTW-OPAL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으며 성공적으로 개발이 완료되어 350 TW OPCPA 레이저펄스를 발생시키고 있다. EP-OPAL 레이저는 본래 50 PW 1개 빔라인으로 구축할 예정이었으나 다양한 연구 및 실험이 가능한 25 PW 두 개의 빔 구조로 변경하였다. 최근에는 펌프 레이저를 OMEGA-EP 외에 빠른 동작이 가능한 펌프 레이저를 도입하여 1 shot/10분이 가능한 시스템 개발을 제안해 놓은 상태이다. 일반적으로 고에너지 레이저는 반복률이 매우 낮아 다수의 실험이 불가능하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LLE는 최근에 개발 및 실험적으로 증명이 된 액체 냉각 방식 증폭기 기술을 도입하여 고반복률 Nd:glass 펌프 레이저를 개발할 계획이다. 이는 레이저의 반복율을 증가시켜 다수의 실험을 가능하게 할 수 있고 따라서 많은 사용자를 확보할 수 있다. LLE는 EP-OPAL 레이저를 위한 건물을 짓고 있으며 레이저 시설 구축 제안서를 내년 1월에 제출할 예정이다.

초강력 레이저 활용

레이저는 광학 분야 활용에 국한되지 않고 물리학은 물론 다양한 학문 및 산업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초강력 레이저도 이와 같이 다양한 분야에 활용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되며, 초기에는 주로 물리학 분야에서 활용되나 점차 다양한 학문 및 의료, 산업분야로 활용 분야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물리학 분야에서 대표적인 활용 분야는 다음과 같다.

  • 강력장 양자전기역학(strong-field quantum electrodynamics)
  • 실험실 천체 물리(laboratory astrophysics)
  • 입자가속 및 차세대 광원(particle acceleration and advanced light sources)
  • 레이저 기반 핵물리 및 입자물리(laser-based nuclear physics and particle physics)

200 PW 레이저에서 기대되는 레이저 세기는 1024 W/cm2 이상인데, 이렇게 센 레이저 펄스를 레이저 입자 가속에서 얻는 수 GeV 전자 뭉치와 충돌시키면, 전자는 자신의 고유좌표계에서 임계세기(양자전기역학 시스템의 고유세기, \(\small m^2_e c^3/(e\hbar) = 1.3 \times 10^{18}\) V/m 또는 \(\small m^2_ec^2 /(e\hbar) = 4.4\times10^9\) T로 주어짐)의 수십 배에 이르는 전자기장을 느끼게 된다. 외부 전자기장의 세기가 시스템의 고유세기를 넘어서기 때문에, 비섭동적으로 비선형적인 동역학 과정이 전개되고, 기존의 섭동적 양자전기역학과 완전히 다른 현상이 벌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예를 들어, 수천 개 이상의 광자가 동시에 전자에 의해 산란되면서 하나의 고에너지 광자로 변환되고 (비선형 컴프턴 산란), 고에너지 광자와 수많은 레이저 광자가 상호작용하여 전자-양전자쌍, 즉, 물질을 생성한다. (비선형 브라이트-휠러 쌍생성), 레이저 에너지가 충분하면, 이들 과정이 연쇄적으로 일어나서(cascade) 전자-양전자-광자로 이루어진 양자전기역학적 플라즈마가 생성된다. 이러한 플라즈마는 지금까지 이론적으로 그 존재가 예측되었지만 실험을 통해 구현된 바는 없다.

처음에 고에너지 전자가 없는 경우에도 초강력 레이저장의 효과가 나타난다. 초강력 레이저장이 진공 요동을 여기시켜서 진공을 광학적 매질로 바꾸어 버린다(진공 복굴절). 그 결과 두 개의 강력한 레이저 펄스가 충돌하여 산란이 일어날 수 있는데, 이는 고전 전자기학에서 잘 알려져 있는 빛의 중첩 원리가 극강의 세기에서는 깨진다는 것을 뜻한다.

Fig. 7. Ultra-intense laser-vacuum interaction: (a) four-wave mixing and (b) vacuum birefringence.
Fig. 7. Ultra-intense laser-vacuum interaction: (a) four-wave mixing and (b) vacuum birefringence.

구체적인 예를 들어 보자. 양자전기역학 계산에 따르면 광자 두 개 사이의 산란단면적은 800 nm에서 10‒64 cm2 정도로 매우 작다. 그러나 레이저 출력이 100 PW 이상인 두 레이저빔이 충돌하는 경우, 광자의 밀도가 충분히 커져서 충돌율이 매우 향상된다. 따라서 비선형광학에서 익숙한 사광자 혼합(four-wave mixing) 실험을 레이저 출력이 대단히 높을 때 그림 7처럼 진공을 매질로 구현할 수 있다. 각기 다른 방향으로 진행하는 세 개의 초고출력 레이저가 진공상태의 한 점에 집속하면 파장이 다른 네 번째 빔을 관측할 수 있는데, 계산에 의하면 70,000개 정도의 광자가 네 번째 빔 방향에서 관측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초강력 레이저를 \(\small 5\times 10^{24}\) W/cm2 세기로 진공에 집속하는 경우, 이 지점을 통과하는 진단빔(probe beam)은 진공 복굴절을 겪어서 편광 성분 사이에 위상차가 생겨난다. 이론적으로 0.2 nm 파장의 진단빔은 10‒3 rad, 267 nm 파장의 진단빔은 10‒6 rad의 위상차를 경험하게 될 것으로 예측되며 이는 현재의 기술로 관측할 수 있다.

초강력 레이저로 만들어지는 물리적 상황은 지구상의 다른 기술로는 얻을 수 없는 극한 상황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런 극한 상황은 우주에서는 충분히 조성될 수 있다고 여겨진다. 이를 반대의 관점에서 보면, 초강력 레이저를 이용하여 우주의 극한 상황을 실험실에서 구현하여 연구할 기회가 생기는 것이다. 그동안 우주 연구는 주로 관측과 이론에 의존했는데, 이제 제어된 실험을 통해 고에너지 천체 과정을 규명할 수 있다. 최근에 나타난 이러한 연구 분야를 실험실 천체물리(laboratory astrophysics)라고 한다. 현재, 초강력 레이저를 이용하여 고속의 플라즈마 흐름을 만든 후, 플라즈마-플라즈마 충돌 실험을 통해 우주의 플라즈마 현상, 특히 우주 자기장 형성의 기원을 밝히려는 연구가 큰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200 PW 수준의 초강력 레이저에서는 앞서 소개한 강력장 양자전기역학 현상, 예를 들어 양자전기역학적 플라즈마와 진공 복굴절을 구현할 수 있는데, 이를 활용하여 감마선 폭발, 펄사/자석별 자기권의 중요한 물리적 과정들을 실험적으로 연구할 수 있다. 자석별 주위의 준정자기장의 세기는 임계세기에 50배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데, 이러한 별 주변에서 나오는 엑스선의 편광을 조사함으로써 초임계 자기장의 존재를 확인하고 이 영역에서 강력장 양자전기역학 이론의 유효성을 검증할 수 있다. 실험실 천체물리 연구는 극한 상황에 대한 천체 관측을 정확하게 만드는 데 필요한 기반 지식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초강력 레이저 기반의 전자빔 가속 및 감마선 광원은 핵물리 및 입자 물리 연구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공할 수 있다. 초강력 레이저를 이용하면 MeV~GeV의 매우 넓은 에너지 영역의 극초단 감마선원을 발생시킬 수 있어 초고속 핵분광학, 입자-반입자 생성 과정 등 매우 다양한 연구를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리고 200 PW 초강력 레이저를 이용한 전자 가속은 기존의 가속기로 발생시키기 매우 어려운 200 GeV 영역의 전자빔을 얻을 수 있어, 이를 이용한 새로운 형태의 입자 물리 연구가 가능할 것으로 생각된다.

초강력 레이저와 물질의 상호작용에서 발생하는 이온은 퍼짐이 작고 피코초 정도의 시간폭을 가지는 강도가 아주 큰 펄스형 선원이다. 수백 PW 초강력 레이저를 물질에 집속하여 가속시킨 양성자는 최대 에너지가 GeV급, 탄소 등의 경이온은 수 GeV에 도달할 수 있다. 이러한 선원은 기존의 가속기에서 얻기 어려운 특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기초과학, 핵물리, 의학, 공학 분야에서 다양한 응용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기존 이온빔 응용의 영역을 크게 확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레이저 가속 이온은 입자빔 치료, 중성자 발생 및 응용, 핵변환, 방사성 동위원소 생산, 극한 상태의 물성 연구에 활용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초강력 레이저 기반 입자빔 가속 기술은 RF 기반 가속기 기술을 보완할 수 있는 컴팩트 가속기 기술로,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수 있는 새로운 극초단 입자빔 및 방사선원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맺음말

1960년에 최초 개발된 레이저는 현재 기초연구 및 산업에서 없어서는 안 될 핵심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새로운 레이저의 등장은 새로운 학문 분야를 창출하고 새로운 신산업을 탄생시켜 왔다. 이제 새롭게 등장할 초강력 레이저는 강력한 레이저 장을 제공함으로써 기존 물리 영역에서 다룰 수 없는 새로운 물리 영역에서 탐구를 가능케 할 것이다. 미지의 탐구 영역이었던 빛과 빛의 산란은 물론 진공의 물리적 특성까지, 이론적인 예측에 그쳤던 다양한 물리 현상을 실험적으로 확인하고 이론을 검증하여 새로운 이론들을 정립할 수 있을 것이다. 초강력 레이저 시설은 지금까지 개발되어 왔던 레이저들처럼 활용분야가 물리분야에 국한되지 않고 지속적으로 확장될 것이며 미래에 핵심 기술 개발의 토대를 마련해 줄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현재 진행하고 있는 예비타당성 사전기획연구에서는 앞서 기술한 연구 분야뿐만 아니라 산업을 포함한 폭넓은 활용 분야 및 이용자들을 적극 고려한 레이저연구시설이 기획되고 있다.

각주
1)Jin Woo Yoon et al., Optica 8, 630 (2021).
2)E. Lundstrom et al., Phys. Rev. Lett. 96, 083602 (2006).
3)A. Di Piazza et al., Rev. Mod. Phys. 84, 1177 (2012).
4)Ahmed H. Zewail, J. Phys. Chem. A 104, 5660 (2000).
5)B. P. Abbott et al., (LIGO Scientific Collaboration and Virgo Collaboration) Phys. Rev. Lett. 116, 061102 (2016).
6)http://www.icuil.org.
7)F. J. McClung et al., Journal of Applied Physics 33, 828 (1962).
8)L. E. Hargrove et al., Appl. Phys. Lett. 5, 4 (1964).
9)D. Strickland and G. Mourou, Opt. Commun. 56, 219 (1985).
10)M. D. Perry et al., Opt. Lett. 24, 160 (1999).
11)M. Aoyama et al., Opt. Lett. 28, 1594 (2003).
12)J. H. Sung et al., Opt. Lett. 35, 3021 (2010).
13)T. J. Yu et al., Opt. Express 20, 10807 (2012).
14)J. H. Sung et al., Opt. Lett. 42, 2058 (2017).
15)F. Lureau et al., High Power Laser Sci. Eng. 8, e43 (2020).
16)A. Dubietis et al., IEEE J. Sel. Top. Quantum Electron. 12, 163 (2006).
17)V. V Lozhkarev et al., Laser Phys. Lett. 4, 421 (2007).
18)X. Zeng et al., Opt. Lett. 42, 2014 (2017).
19)Y. Cha et al., The Review of Laser Engineering 38, 681 (2010).
취리히 인스트루먼트취리히 인스트루먼트
물리대회물리대회
사이언스타임즈사이언스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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