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지난호





|

특집

2022 노벨물리학상

2022년 노벨 물리학상 해설

작성자 : 손원민 ㅣ 등록일 : 2022-11-30 ㅣ 조회수 : 5,406 ㅣ DOI : 10.3938/PhiT.31.046

저자약력

손원민 교수는 서강대학교 물리학과에서 학사, 석사를 마치고 영국 Queen’s University, Belfast에서 이학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 영국 University of Leeds 대학교 연구원, 영국 University of Strathclyde 방문 연구원, 오스트리아, University of Vienna 방문 연구원, 오스트리아 Erwin Schrödinger Institute, Junior research fellow, 싱가폴 국립대, CQT, Research Fellow를 거쳐, 영국 옥스포드대 방문 교수를 역임했으며 현재 서강대학교 물리학과에 재직 중이며 고등과학원의 Affililation member로 활동 중이다. (sonwm71@sogang.ac.kr)

Commentary on the 2022 the Nobel Prize in Physics

Wonmin SON

This year’s Nobel Prize in physics was awarded to Alain Aspect, John Clauser and Anton Zeilinger. They are the scientists who completed the excellent experimental work on the verification of entanglement through the violation of Bell’s inequality. In my opinion, the announcement can be viewed as surprising news on the one hand while it also can be taken for granted on the other hand. It is because the field of the foundations of physics is conventionally considered to be lacking in its applicabilities, but the impact of this year’s Nobel Prize winning discovery is very far-reaching. Here, in this article, I provide a detailed explanation of the Nobel Prize winning topic and make a couple of comments on the experiments.

“알랭 에스펙(Alan Aspect), 존 클라우져(J. Clauser), 안톤 자일링거(Anton Zeilinger)”

2022년 10월 4일 스웨덴 노벨상 수상 위원회는 위 세 과학자의 노벨상 수상을 전격 발표하였다. 위원회는 그들의 노벨상 수상 이유로 “양자 얽힘 상태를 이용하여 벨 부등식의 위배를 실험적으로 보였으며 양자정보과학에 선도적인 공적을 세웠다”라고 밝혔다. 그들의 수상 공로에 대한 발표는 여느 노벨상 수여 때와 사뭇 다른 면이 있었다. 여러 명의 수상자 공로를 발표할 때 통상 개별 과학자의 공로를 각각 언급하는 것에 반해, 이번 노벨물리학상 수상에서는 세 명의 수상자에게 동일한 이유로 노벨상이 수여되었다는 점에서 매우 이례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이런 이례적인 수상 이유에도 고개를 끄떡이게 만드는 면이 있다. 세 수상자의 한두 가지 연구 결과를 그들의 공적으로 인정하기에 쉽지 않은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그들 모두 이제껏 관련 연구 분야에서 빛나는 수많은 일들을 하였기에 노벨상 수상의 공로를 한마디로 요약하기에 큰 어려움이 있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그들은 모두 물리 기초론(Foundation of Physics) 분야, 특히 양자 얽힘(quantum entanglement)의 실험적 측정과 관련된 분야에서 획기적인 여러 연구 결과를 도출하였을 뿐 아니라 그 결과들을 통해 양자정보와 관련된 다양한 응용 실험을 수행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에 노벨상 위원회는 이번 수상에서 그간의 총체적인 기여를 인정하여 그들의 연구를 전반적으로 아우를 수 있는 방식으로 세 명의 과학자의 노벨상 수상의 이유를 밝힌 것으로 이해된다.

다른 한편으로 이번 노벨 물리학상 수상을 바라보았을 때 이들 세 명의 수상자를 한데 묶어 노벨상이 수여된 데에는 그들의 다양한 공적 중, 양자 얽힘 상태의 벨 부등식의 위배를 실험적으로 검증한 결과에 명확히 초점을 맞추어 그 공로를 인정한 것이 뚜렷하다. 벨 부등식의 의미와 벨 부등식 위배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아래에서 다시 설명하기로 하더라도 벨 부등식의 위배를 실험적으로 검증한 공로가 매우 획기적이라는 데에 과학자들 사이에 이견이 없음은 확실하다.

벨 부등식의 실험적 검증은 양자역학에 대한 해석을 뛰어 넘어 양자론의 구조에 대한 완결성을 증명하는 획기적인 일이며 양자역학의 역사에 한 획을 그은 결과임에 틀림없다. 그들의 실험은 마치 이론적으로 예측된 입자나 블랙홀의 존재의 실험적으로 발견한 일에 비견될 수 있는 일이며 어쩌면 이를 훨씬 뛰어 넘는 일로 평가될 수도 있다. 이는 양자 이론을 대치할 수 있는 결정론적 이론이 존재할 수 없음을 보임으로써 물리 이론의 궁극적 경계를 명확하게 한 획기적인 사건으로 이해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각각 1972년,1) 1981년,2) 2015년3)에 서로 다른 방식의 벨 부등식 실험에 대하여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그 결과들은 당시의 기술 수준을 한 단계씩 향상시켜 매우 정밀한 양자 상태의 비국소성 검증을 실험적으로 달성한 연구 결과를 낸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50년이 넘는 기간에 걸쳐 이루어진 그들의 연구 결과들은 종합적인 방식으로 양자역학의 실증 실험의 성공으로 평가된다. 검증에 이렇게 긴 시간이 걸린 것은 실험결과를 통해 결론에 이르기까지 많은 어려움을 극복했으며 매우 정교한 실험과정이 필요했음을 의미한다. 그만큼 벨 부등식을 실험적으로 증명한 일은 물리학계에서는 매우 획기적인 일이다.

아래에서 벨 부등식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소개하고 벨 부등식의 실험적 검증에 대한 발전 과정을 알아본다. 또한 세 수상자의 연구 결과가 여타 실험들과는 다르게 평가되는 특별한 이유를 시간순으로 알아보고 벨 부등식과 관련된 실험들과 함께 수행된 얽힘 상태의 양자정보 응용 연구 분야에 관해서도 간단히 살펴봄으로써 이번 노벨상 수상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새겨보려고 한다.

얽힘 상태와 벨 부등식 그 역사적 의미

양자 얽힘(Quantum entanglement) 상태의 기묘함에 관한 논의는 양자역학이 막 자리를 잡아가던 시절인 1935년경 아인슈타인-포돌스키-로젠(Einstein-Podolsky-Rosen, EPR)의 유명한 양자역학의 불완전성(incompletementness) 논의로 거슬러 올라간다.4) 세 명의 물리학자들은 당시 논문을 통해 양자 역학적으로 예측되는 자연현상을 모두 받아들인다면 어떤 입자 내 이미 주어진 물리량이라는 것이 절대적일 수 없다는 주장을 펼친다. 그들은 어느 한 입자가 얽힘 상태로 존재하는 경우 다른 입자에 대한 측정을 통해 즉각적인(instantaneously) 방식으로 변화될 수 있다는 주장을 통해 양자역학적으로 예측되는 물리적 상태와 그러한 예측이 표방하는 이론의 완전성에 심각한 의문을 던진다.

위 내용을 조금 더 자세히 알기 위해 다음의 예를 살펴보자. 초기에 운동량이 0인 한 양자 입자가 어느 시점에 정확히 반으로 쪼개진 다음 서로 반대 방향을 향해 운동하는 경우를 생각하자. 이때 쪼개진 두 입자는 운동량 보존 법칙에 따라 하나의 입자에 대한 위치의 측정의 결과를 통해 다른 두 번째 입자의 위치를 정확히 알 수 있다. 또한 이 경우 첫 번째 입자에 대해 위치 측정 대신 같은 입자의 운동량을 측정을 하게 된다면 두 번째 입자의 운동량을 정확히 알 수 있다. 첫 번째 입자의 측정 결과를 통해 두 번째 입자의 위치나 운동량을 정확히 알 수 있다는 것은 양자역학에서 제시된 불확실성 원리가 시사하는 바와 달리 어느 입자의 위치와 운동량을 모두 한꺼번에 정확히 알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르게 한다. 이는 양자이론의 체계가 불완전하여 즉각적 작용에 대한 설명을 할 수 없는 것이거나 양자 입자는 원거리에서의 즉각적인 작용을 가능하게 하는 비국소(non-locality)적 양자상태가 가능하다는 결론 중 하나에 이르게 됨을 의미한다. 물론 아인슈타인으로서는 물리계의 물질의 존재가 비국소적이라는 것을 받아들이는 일은 터무니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위 예를 통해 양자역학적 체계가 불완전하다는 주장을 간접적으로 하고자 한 것이다. 현재까지도 물리학 분야에서 가장 많은 인용이 되는 위 EPR 논문에서 제기한 양자상태에 관한 의문들은 이후에 여러 학자들에 의해 비판에 직면하게 된다.

당시 EPR의 논거는 덴마크 과학자 닐스 보어에 의하여 즉각적으로 반박 당한다.5) 양자역학적 체계는 어떠한 경우라도 측정의 과정 자체를 배제할 수 없으므로 양자 상태의 경우 그 측정이 실제로 이루어지기 전까지는 어떠한 결정된 물리량도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 보어가 제시한 논리의 핵심이다. 즉 위의 예에서 한 입자의 위치를 정확히 측정하게 되는 경우 그 입자의 운동량에 대한 정보는 측정 순간 모두 사라져 두 번째 입자의 운동량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보어에게는 양자상태의 비국소성을 받아들이는 것이 훨씬 더 자연스러운 일이었던 것이다. 그에 따르면 양자역학적 체계는 불완전한 것이 아니고 그 자체로 완결성이 있으며 EPR의 결정론적 방식의 양자상태에 대한 접근이 그 자체로 모순이라는 견해를 견지하였다. 하지만 양자적 입자에 대한 실험이 “어떠한 입자도 빛보다 빠른 운동을 할 수 없다”는 상대성 이론의 기본 가정과 배치되는 결과를 줄 수 있는 보어의 논리는, 아인슈타인이 받아들이기 매우 어려웠다. 이와 관련한 사고실험(Thought experiment)에 대하여 아인슈타인과 보어는 서로 상반된 견해를 매우 강하게 견지하였으며 여러 차례 논쟁을 이어 나간 것으로 유명하다.

아인슈타인과 보어가 논쟁할 당시에는 그들의 논쟁에 관한 진위 여부를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당시 학자들은 양자상태로 예측되는 물리 현상들이 고전 역학적인 방식으로 설명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결정론적 방식의 설명을 시도하였을 때 생기는 다양한 모순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를 지적하는 여러 연구 결과들이 발표되기도 하였다.6) 하지만 양자 상태의 비국소성과 그로 인해 생길 수 있는 상대론적 작용에 대한 모순성을 극복할 수 있는 정확한 설명을 제시하는 연구 결과는 당시에 거의 없었다. 더 나아가 그러한 상호 모순성을 보여줄 수 있는 종류의 실험적 결과가 존재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많은 의문이 제기되었다.

여기에 1965년 북아일랜드 출신의 물리학자 존 벨(John Bell)은 유명한 판별식을 제시한다.7) 그의 판별식은 아인슈타인과 보어의 견해를 실험적으로 구분할 수 있게 하는 획기적인 방법을 제공하였다. 그는 먼저 데이비드 봄(David Bohm)에 의해 재구성된 스핀입자로 구성된 EPR 실험을 통해 두 개의 얽힘 입자가 빛의 속도로 영향을 미치는 거리 밖에서 존재하는 경우를 예로 들었다. 두 입자에 각각 교차되는 두 측정이 이루어지는 경우를 설정하고 측정이 서로 다른 입자에 줄 수 있는 영향에 대해 논의한다.

존 벨은 그가 제시한 판별식을 통해 한 입자의 물리량이 다른 입자의 측정과 무관하게 이미 존재하는 경우 만족하는 상관관계의 조건을 제시한다. 입자의 물리량이 다른 외부의 작용에 의해 즉각적으로 영향을 받지 않는다면 그 조건이 항상 만족함을 보였다. 추가로 그는 양자역학적으로 얽힘 상태에 존재하는 (EPR의 예와 같은) 입자의 경우 그러한 조건을 위배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함으로써 양자상태의 비국소성을 실험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게 된다. 이로써 아인슈타인의 예측이 맞는지 아니면 보어의 예측이 맞는지를 실험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놓게 된다. 따라서 이 실험은 양자역학 이론 체계의 궁극적 실효성을 확인할 수 있게 하는 제안으로 매우 획기적인 일이었다. 이후 많은 물리학자들은 존 벨의 부등식을 실험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하여 적극적으로 논의하기 시작한다.

벨 부등식의 실험적 검증을 위한 노력들

벨 부등식의 실험적 검증을 위한 노력은 그 초창기부터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그 이유는 관련 실험이 이루어지기 위해서 높은 효율의 얽힘 상태 발진이 필수적이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벨 부등식 검증을 위해서는 얽힘 상태 생성 후 의미 있는 수준의 높은 효율로 광자 상태의 측정이 가능하여야 했는데 일반적으로 높은 효율의 얽힘 광자 발진과 광자 검출은 당시에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최초의 벨 검증 실험은 칼슘원자 내부 상태의 붕괴에서 발생되는 광자 쌍 사이의 양자적 상관관계를 통해 1967년 처음으로 제안되었다.8) 이 제안은 존 클라우져(John Clauser)에 의하여 구체화되었는데 그는 프리드만(Freedman)과 함께 진행한 2년간의 노력을 통해 의미 있는 벨 부등식의 위배를 주는 양자상태에 대한 측정이 가능할 수 있음을 알렸다.1)

하지만 그들의 벨 부등식 측정의 결과의 경우 광원의 효율이 그리 높지 않다는 데 문제가 있었다. 클라우져의 실험은 5미터 간격으로 떨어진 두 위치에서 칼슘원자에 의해 생성된 광자 쌍을 측정하였는데 그 효율이 워낙 낮아 200시간 동안이나 걸려 모은 데이터를 통해 겨우 벨 부등식의 위배를 보일 수 있는 결과를 얻었다. 주어진 광원의 비효율성은 단순히 양자 역학적으로 예측되는 양자 상태를 비효율적인 방법으로 얻었다는 문제로 그치지 않고 근거리에서 장시간 축적된 데이터들은 숨은 변수 이론의 위배를 확증할 만큼의 신뢰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문제점이 지적되었다. 즉 원자에서 방출된 두 개의 광자 쌍 중 하나에 취해지는 측정의 결과가 다른 광자 쌍에 주어지는 양자상태에 아무런 영향을 미칠 수 없을 정도의 정교한 실험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에 이후 이어진 벨 부등식 측정과 비국소적 양자상태 검출에 대한 실험은 훨씬 더 정교한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1980년대 초 프랑스 과학자 알랭 에스펙은 유사한 종류의 실험을 획기적으로 개선시켜 한쪽 광자에 취해지는 측정이 다른 한쪽 광자에 어떠한 작용도 할 수 없다고 확실하게 주장할 수 있는 벨 부등식의 위배 실험을 성공시켰다.2) 그는 동료들(Phillipe Grangier, Gérard Roger and Jean Dalibard)과 함께 수행한 실험을 통해 얽힘 광원의 효율을 획기적으로 높여 벨 부등식 위배를 확인하였다. 그의 실험은 두 개의 펌프 레이저를 이용하여 새로운 방식으로 칼슘원자의 효율적 여기(excitation)를 가능하도록 하는데 성공하였고 이를 통해 생성 광자 쌍 생성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높였다.2) 또한 그들은 두 개의 채널을 가진 편광측정을 통해 벨 부등식 위배 정도를 확실하게 높이는 일에 성공하였다.2) 이후 그들의 실험은 매우 빠른(10 ns) 측정 장치의 편광변환을 통해 광자의 서로 다른 편광상태를 측정함으로써 12미터가량 떨어진 두 실험 장치 사이에 “어떠한 방식의 빛보다 빠른 작용이 불가능하도록 하는” 실험을 수행하였다. 그들은 소위 “국소성 허점”(locality loophole)이라고 불리는 벨 부등식 실험의 불완전성을 완전히 해소하였으며 이를 통해 알랭 에스펙은 벨 부등식 위배를 공식적으로 확인하는 높은 신뢰성을 가진 최초의 실험에 성공하였음을 발표하였다.

알랭 에스펙과 동료들의 연구 결과는 실험에서 사용한 측정 장치의 비효율성 즉 광자 검출기(Photomultiplier)의 낮은 양자 효율과 두 측정 장치 사이의 짧은 물리적 거리로 인해 실험 자체의 완벽성과 실험 결과 해석의 논리적 오류에 대한 비판에 직면하게 된다. 이후 다른 연구 그룹에서 원거리 작용을 완벽하게 배제할 수 있는 10킬로미터가 넘는 거리에서 벨 부등식 측정9)을 통해 더욱더 완벽한 형태의 벨 부등식 위배를 확인하는 결과를 도출되기도 하였지만 그 경우 역시 검출기의 비효율성에 대한 지적을 피할 수는 없었다. 이후 포획된 원자(Trapped ion)들 사이에 얽힘 상태를 이용한 비국소성 실험10)에서는 높은 효율의 양자 상태 측정을 통해 의미 있는 수준으로 벨 부등식의 위배를 보이는 연구 결과가 도출되기도 하였다. 하지만 포획 원자의 경우 그 얽힘 상태 입자 사이의 물리적 거리에서는 제한이 있을 수밖에 없는 한계성이 있었다. 따라서 2010년대 중반까지도 측정 장치의 효율성과 원거리에서의 작용을 모두 한꺼번에 뛰어 넘는 형태의 벨 부등식 위배 실험은 매우 어려운 일로 여겨졌으며 한 번도 시도된 바 없었다.

2015년 오스트리아 비엔나 대학의 안톤 자일링거(Anton Zeilinger) 연구팀에서는 매우 완벽한 형태의 벨 부등식 위배 실험의 성공을 발표하게 된다. 물론 자일링거 연구팀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얽힘 상태 검출 실험을 실시하여 매우 높은 정도의 신뢰도를 갖는 비국소성 실험에 이미 성공한 바 있었으나 2015년 발표된 그들의 양자상태 비국소성 검증 실험은 원거리에서 고효율의 광자 검출기를 이용함으로써 이전의 어떤 실험보다 훨씬 진일보한 형태로 이루어졌다.3) 이 실험은 원거리 광원과 고효율 광자 검출기를 이용하여 벨 부등식 위배의 검증을 실시함으로써 실험 수행 시 알려진 모든 가능한 허점들을 한꺼번에 보완한 형태로서 의미 있는 비국소성 검증에 성공하게 된다.

자일링거 연구팀의 비국소성 실험에서 극복한 얽힘 상태 측정 실험상 허점은 아래와 같다.

(i)국소성 허점(Locality loophole)
(ii)자유선택 허점(free-of-choice loophole)
(iii)검출기 허점(Detection loophole or fair sampling loophole)

‘국소성 허점’의 경우 얽힘 측정이 되는 두 입자 사이의 거리가 충분히 떨어져 있지 않는 경우, 한 입자에 대한 측정이 다른 입자의 측정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어떠한 작용을 궁극적으로는 배제할 수 없다는 실험 오류에 관한 지적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얽힘 측정을 하는 두 입자 사이의 물리적 거리가 빛의 속도로 영향을 미칠 수 없는 정도로 충분히 떨어져 있어야 한다.

또한 ‘자유선택 허점’은 한 입자에 대한 두 가지 가능한 측정에 대한 선택이 온전히 무작위적이지 않고 어떠한 외적인 작용에 의해 영향을 받았음을 배제할 수 없을 때 측정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이는 논리적으로 측정의 ‘선택’이 어떠한 방식의 예측도 불허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주어진 실험 결과의 객관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경우 일반적으로 무작위 신호 발생장치 혹은 난수 발생장치(Random number generator)를 이용한 측정의 선택을 통해 궁극적으로 예측이 불가능한 측정 선택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주어진 오류가 해소될 수 있었다. 자일링거 연구팀에서는 그들의 실험에서 난수 발생장치를 통한 무작위적 측정방향의 선택을 방식으로 실험을 수행하였고 이를 통해 측정 선택에 의한 실험결과의 주관성을 배제할 수 있었다.

‘검출기 허점’으로 불리는 벨 부등식 위배 실험의 주요 오류는 광자 검출기의 효율이 일정 정도 이상이 되지 않을 경우(대략 80% 이상)에 실험의 신뢰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점에서 기인한다. 이는 비효율적 검출기에서 누락된 광자에 관한 통계가 우연적인 방식으로 벨 부등식을 위배의 결과를 도출할 수도 있다는 점을 적시한 것이다. 자일링거 연구팀의 실험에서는, 90% 이상의 검출 효율을 갖는 매우 정교한 측정 장치인 초전도 나노선 검출기(Superconducting nanowire detector)를 사용함으로써 검출기의 허점이 더 이상 문제시되지 않는다는 것을 주장하였다.

이로써 자일링거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의 실험 결과는 비로소 성공적인 벨 부등식의 위배가 어떠한 오류로부터로도 자유로운 방식으로 확인되었다고 선언할 수 있는 결과를 도출하였다. 이는 EPR 논쟁 이후 진행된 양자역학의 완전성에 관한 논란에 종지부를 찍은 결과로 받아들여졌으며 양자론의 새로운 장을 여는 실험 결과로 평가되어 2022년 노벨상 수상으로 이어졌다고 할 수 있다.

비국소성 검증 실험 이후(양자얽힘과 양자정보)

이번 노벨상 수상의 이유가 된 양자 얽힘 상태의 벨 부등식 위배 측정과 그를 이용한 양자정보 과학 발전에 대한 기여가 우리의 일상에 미친 직접적인 영향은 사실 매우 광범위하다. 특히 양자 암호(Quantum crypto system)와 양자 컴퓨터(Quantum computer)로 대변되는 최신 양자기술의 눈부신 발전은 양자역학의 궁극적인 실효성을 검증하기 위한 노력의 직접적인 결실이라 할 수 있다. 높은 효율의 결맞음성(Coherence)을 가진 양자상태의 생성과 90% 이상의 높은 효율로 양자 상태를 검출해 내는 기술은 양자이론 초창기에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기술이며 최근엔 이를 통해 다양한 새로운 양자 기술들의 출현과 그 실효적 적용이 가속화되고 있다.

양자통신이나 양자연산과 같은 일은 벨 부등식의 위배를 통한 양자역학에 대한 실증적 증명이 이루어지기 전까지 매우 먼 미래의 혹은 어쩌면 불가능한 일이 될 수 있다고 생각되기까지 하였다. 하지만 1990년도부터 2010년까지 급속도로 발전한 양자정보과학은 급기야 2010년 후반에 들어서 단순한 학술적 영역을 벗어나 기업체들의 미래 산업 연구개발 분야로 발전되었다.

벨 부등식의 위배가 보장하는 양자상태의 비국소성은 궁극적인 무작위성의 생성을 통한 어떠한 물리적 조작이나 도청도 불가능한 양자통신을 가능하게 한다.11) 또한 원거리에서의 양자상태를 전송하기 위한 노력은 이미 다양한 방식으로 그 성공을 거두었으며 최근에는 인공위성을 이용한 원거리 양자통신을 시도하는 단계까지 이르고 있다.12) 또한 Google이나 IBM과 같은 글로벌 정보통신 회사들은 수년 전부터 저온 초전도 소자를 이용해 초기 양자컴퓨터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양자 컴퓨터 연구 개발을 통해 일부 고전 컴퓨터를 통해서는 계산이 불가능한 난제들의 효율적 연산이 가능하다는 연구 결과가 도출되기도 하였다.13) 이는 모두 이번에 노벨상이 주어진 양자 기초론 분야에 대한 수많은 논의, 그리고 그와 관련된 빛나는 연구 성과로 이루어진 획기적인 진보의 결과라고 평할 수 있다.

결 언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수많은 얽힘 상태의 생성과 측정과 같은 실험들이 이루어진 이후에 양자기술이라고 하는 분야는 급속도로 번성하게 된다. 양자기술의 번성이 이루어진 현 시점에서 양자 얽힘 상태의 벨 부등식 위배를 검증한 실험 부분에 노벨 물리학상이 수상된 것은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이번 수상이 고무적인 이유는 양자역학의 기초 실험이 소위 “양자기술”이라 불릴 수 있는 분야가 탄생된 직접적인 계기가 되었음을 각인시킴과 동시에 관련 연구의 결과가 이미 미래기술에 큰 파급효과를 주었음을 확실히 인정하는 계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번 노벨상 수상자들이 수행한 양자 기초실험은 워낙 그 자체로 흥미진진한 일이라서 초창기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지만 오늘날과 같이 큰 기술적 변화에 획기적 영향을 주게 될 것을 예측한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오히려 각계에서는 극한에 해당하는 한계성에 도전하는 모험적 실험에 엄청난 자원을 투자하고 다소 단순한 결과를 확인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쏟아 붓는 것에 대한 많은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하였다. 하지만 그러한 연구의 진정한 의미를 잘 알고 있었던 그들의 노력은 결국 매우 의미 있는 결과로 귀결되었으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현 시점에서 돌아볼 때 그들의 실험은 우리의 인식의 한계를 진일보시킨 획기적 사건으로 평가된다. 또한 양자역학적으로 설명되는 여러 현상들이 검증 가능한 방식으로 재현될 수 있음을 보임으로써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많은 자연 현상들을 새로운 방식으로 설명할 수 있는 중요한 단초를 제공하는 계기를 마련하게 되기도 하였다.

이번 노벨상 수상의 다른 하나의 면모는 어쩌면 양자정보과학의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일이라고도 생각된다. 노벨상 위원회가 양자 기초론의 파급효과를 고려하여 얽힘 연구 결과에 상을 수여한 것은 이후에 주어지는 노벨상을 통해 현재 급속도로 발전이 이루고 있는 양자정보분야의 다른 연구 결과에도 후속 노벨상이 주어질 수 있음을 강하게 시사하고 있다. 아직은 그 초창기 단계에 있는 여러 방향의 양자정보 연구 개발이 언제 어떠한 방식으로 결실을 맺게 될 수 있을지 현재로서는 그 끝을 알 수 없다.

역사에 가정이라는 것이 무의미하다고는 하지만 만약 존 벨이 좀 더 오래 살았다면 위 노벨상이 분명 좀 더 일찍 관련 분야 연구에 주어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며 본 노벨상 수상 해설을 위한 기고 글을 마친다.

각주
1)Stuart J. Freedman and J. F. Clauser, Phys. Rev. Lett. 28, 938 (1972).
2)A. Aspect, P, Grangier and G. Roger, Phys. Rev. Lett. 47, 460 (1981); A. Aspect, P. Grangier and G. Roger, Phys. Rev. Lett. 49, 91 (1982); A. Aspect, J. Dalibard and G. Roger, Phys. Rev. Lett. 49, 1804 (1982).
3)M. Giustina, M. Versteegh, S. Wengerowsky, J. Handsteiner, A. Hochrainer, K. Phelan, F. Steinlechner, J. Kofler, J. Larsoon, C. Abellan, W. Amaya, V. Pruneri, M. Mitchell, J. Beyer, T. Gerrits, A. Lita, L. Shalm, S. W. Nam, T. Scheidl, R. Ursin, B. Wittmann and A. Zeilinger, Phys. Rev. Lett. 115, 250401 (2015).
4)A. Einstein, B. Podolsky and N. Rosen, Physical Review 47, 777 (1935).
5)N. Bohr, Physical Review 48, 696 (1935).
6)S. Kochen and E. P. Specker, Journal of Mathematics and Mechanics 17(1), 59 (1967).
7)J. S. Bell, “On the Einsteins Podolsky Sosen Paradox”, Physics (Long Is. City, N.Y.) 1, 195 (1964).
8)C. A. Kocher and E. D. Commins, Phys. Rev. Lett. 18, 575 (1967).
9)W. Tittle, J. Brendel, H. Zbinden and N. Gisin, Phys. Rev. Lett. 81(17), 3563 (1998).
10)M. A. Rowe, D. Kielpinski, V. Meyer, C. A. Sackett, W. M. Itano, C. Monroe and D. J. Wineland, Nature 409(6822), 791 (2001).
11)V. Scarani, H Helle Bechmann-Pasquinucci, N. Cerf, M. Dusek, N. Lutkenhaus and M. Peev, Reviews of Modern Physics 81, 1301 (2009)
12)C. Lu, Y. Cao, C. Peng and J. Pan, Review of Modern Physics 94, 035001 (2022).
13)F. Arute et al., Nature 574, 505 (2019).
물리대회물리대회
사이언스타임즈사이언스타임즈


페이지 맨 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