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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창

선진 사회로 가기 위한 과학 교육의 강화

작성자 : 김창영 ㅣ 등록일 : 2024-03-07 ㅣ 조회수 : 391

캡션김 창 영
한국물리학회 정책위원장
서울대학교 물리·천문학부 교수

전대미문의 연구개발 예산 삭감, 그리고 상온상압초전도 LK-99 사건으로 2023년은 과학계에 오랫동안 기억될 한 해가 될 듯하다. 연구개발 예산 삭감으로 모두들 과학 기술 위기를 걱정하고 있고, LK-99 사건은 과학적 검증이 아니라 사회적 이슈가 더 조명을 받은 것 같다. 이런 상황을 보면서 우리는 무엇을 배우고 어떤 것을 해야 할 것인가? 생뚱맞게 들릴지 모르지만, 지금이야말로 미래 국가 경쟁력을 위하여 초/중등 교육에서 과학 및 논리적 사고 교육을 강화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현 정부는 지난 여름 대규모 연구개발 예산 삭감을 발표하였다. 예산 삼각 과정에서 당황스러웠던 것은 정부가 과학계의 카르텔 문제를 언급하며 예산을 삭감하였다는 것이다. 카르텔의 정의는 ‘동일 업종의 기업이 경쟁을 피하여 이익을 확보하기 위해 가격·생산량·판로 등에 대하여 협정을 맺는 것으로 형성되는 독점 형태’로 되어 있다. 연구재단의 심사시스템을 고려해 본다면, 주로 연구재단을 통하여 연구비를 제공 받는 기초과학 연구자가 어떻게 카르텔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인지 이해하기가 어렵다.

예산의 삭감은 국제경쟁력을 갖춘 기초과학 연구를 약화시킬 뿐 아니라, 연구인력 양성에 상당한 타격을 주어 과학기술 연구의 전망을 매우 어둡게 할 것이 자명하다. 이에 과학기술계는 연구개발 예산 삭감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다양한 통로를 통하여 정부에 의견을 전달하였다. 예를 들어 한국물리학회가 속한 기초과학 학회 협의체는 2023년 9월 25일 발표된 성명서에서 예산 삭감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예산 배분 조정의 원점 재고를 요구하였다.

2023년에 일어난 또 다른 큰 사건은 LK-99로 불리는 상온상압 초전도체 발견에 대한 주장을 꼽을 수 있다. 상온상압 초전도의 발견이 사실이라면, 이는 일반적인 노벨상 수상 업적을 뛰어넘는 과학의 획기적인 사건이 될 것이다. 이를 재현하려는 연구가 먼저 외국에서 이루어졌고, 이것이 국내에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언론에는 상온 초전도에 대한 기사가 결과적으로 일반인들이 이전에 접하기 어려웠던 ‘초전도’라는 단어는 일상의 일부가 되었다. 이전의 어떠한 일들보다도 일반 대중들의 마음속에 과학에 대한 이슈가 깊숙이 들어간 사건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LK-99 사건의 진행을 보면 아쉬운 마음이 들지 않을 수 없다. 학문적 발견의 확인은 자연스럽게 검증의 절차를 거치게 된다. 전문 저널에 논문을 투고하고, 논문이 심사를 받는 것은 학계에서 약속한 최소한의 검증 과정이며, 더 중요한 업적의 경우 결과의 객관성을 위하여 원 데이터, 혹은 제3자에 의한 검증이 요구되기도 한다. 하지만, LK-99 사건의 국내 진행 상황을 보면, 학계의 표준 검증과정보다는 음모론이 일반 대중에게 가깝게 느껴지는 경우도 상당히 있었던 것 같다. 놀라운 것은, 심지어 과학기술계에 종사하는 사람 중에도 과학적인 검증 절차를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상황의 근간에는 우리나라의 교육 풍토가 과정이 아니라 결과 혹은 영향력에만 집중하는 것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과학적 본질보다는, 노벨상 수상 가능성 혹은 경쟁에서의 승리가 먼저이다. 남들보다 앞서가는 것이 그만큼 간절하기 때문이었고, 이러한 것이 우리의 발전 동력이 되었을 수도 있었겠다. 하지만, 우리사회가 진정한 선진 사회로 발전하려면 반드시 극복해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예산 감축으로 인한 과학기술의 위기, 밝지 못한 경제적 전망, 그리고 인구 구조 변화로 인한 성장 동력의 상실 등 요즘 들려오는 소식이 그리 밝지만은 않다. 천연자원이 제한적인 우리나라는 국가의 발전을 인적자원에 기댈 수밖에 없다. 2019년 물리학과 첨단기술 7/8월호 <과학의 창> “인구구조의 변화와 과학기술의 미래”라는 글에서 이미 논의된 바와 같이, 인구감소는 미래 과학기술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우리는 현재, 그리고 미래의 줄어든 인적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초/중등 교육에서 발전된 기초과학 교육 강화 및 이를 통한 과학적 사고의 체질화가 필수적이라 사료된다. 과학지식뿐 아니라 과학적 사고의 토대를 만들어 주어야 할 것이다. 불행히도, 교육부는 이에 역행하여 향후 고교 교과과정에서 수학 및 과학 교육을 더욱 줄이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의 미래를 고려한다면 과학기술인이 힘을 합쳐 슬기롭게 대처해야 할 일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렇게 한다면, 우리가 90년대 말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비약적인 발전을 하였었던 것처럼, 현재의 상황 또한 극복하고 진정한 선진 사회로 갈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changyoung@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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