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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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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YSICS PLAZA

새로운 연구결과 소개

등록일 : 2020-09-01 ㅣ 조회수 : 3,582

   

Direct Observation of Flat Band Loop States Arising from Nontrivial Real-space Topology


Jina Ma(Nankai 대학), 임준원(서울대, IBS CCES), Liqin Tang(Nankai 대학), Shiqi Xia(Nankai 대학), Haiping Wang(Nankai 대학), Xiuyan Zheng (Nankai 대학), Shiqiang Xia(Nankai 대학), Daohong Song(Nankai 대학), Yi Hu(Nankai 대학), Yigang Li(Nankai 대학), 양범정(서울대, IBS CCES), Daniel Leykam(IBS PCS), Zhigang Chen(Nankai 대학), Phys. Rev. Lett. 124, 183901 (2020).


일반적으로 고체 내 에너지띠의 에너지는 운동량에 크게 의존한다. 그런데 종종 띠의 에너지가 운동량에 대해서 거의 불변인 경우가 나타나는데, 이러한 에너지띠를 평평한 띠(flat band)라고 부른다. 대표적 예로, 카고메 격자 모델의 완전히 평평한 띠, 그리고 뒤틀린 두층 그래핀(twisted bilayer graphene)의 거의 평평한 띠가 있다. 평평한 띠에 속한 전하 운반자는 무리 속도가 정확이 0이 되어서, 운동에너지에 비해 전자간 상호작용 에너지가 굉장히 크다. 이로 인해, 평평한 띠에서 다양한 다체상태들(many-body states)이 유도될 수 있어서 큰 주목을 받았는데, 뒤틀린 두층 그래핀의 초전도 현상이 대표적인 예이다(Y. Cao et al., Nature (2018)).


(a) 카고메 격자의 NLS와 CLS. (b) 유한한 카고메 격자에서의 RBM. (c) 코비노 디스크 형태의 카고메 광격자에서의 NLS 관측. (d) 유한한 카고메 광격자에서의 RBM 관측. (e) 변형된 RBM.

일반적으로, 평평한 띠가 존재하는 이유는 compact localized state(CLS)라는 고유 상태의 존재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CLS는 실공간의 유한한 영역 안에서만 파동함수 값이 유한하며, 그 밖에서는 정확이 0이 된다. 격자구조의 병진 대칭성을 이용하면, 서로 다른 CLS를 격자에 존재하는 unit cell 개수만큼 찾을 수 있는데, 이런 CLS들이 모두 선형 독립이면 CLS들의 집합으로 하나의 평평한 띠를 완전히 기술할 수 있다. 하지만, 카고메 격자와 같은 특정 격자 시스템의 경우, 병진 대칭성으로 연결된 CLS들이 서로 선형 독립적이지 않아서 몇 개의 non-contractible loop state(NLS)라 불리는 고유 상태를 추가적으로 고려해야 하나의 평평한 띠를 완전히 기술할 수 있다. NLS는 1차원 고리(loop) 형태의 상태로, 실공간에서 시스템을 전체적으로 감고 있는 위상론적인 형태를 보이며, 쉽게 끊어지지 않는다.


본 연구팀은 2019년에 발표된 선행 연구에서(Phys. Rev. B 99, 045107), 평평한 띠가 다른 띠와 운동량 공간에서 교차함으써 생길 수 있는 블로흐 파의 특이점이 CLS들을 선형 종속적으로 만들며, NLS의 존재를 보장함을 보였다. 그리고, 실공간 시스템이 유한할 경우, 이 특이점은 robust boundary mode(RBM)라고 불리는 새로운 경계 상태(boundary mode)의 존재를 보장함을 보였다. 반면, 이러한 특이점이 없는 평평한 띠의 경우에는 CLS만으로 충분히 설명이 가능하며, NLS는 존재하지 않음도 증명하였다. 


최근 본 연구팀은 중국 난카이 대학팀과 함께, 이론적으로만 알려져 있던 NLS와 본 연구팀이 제안한 RBM을 최초로 관측하였다. 두 연구팀은 펨토초 레이저 가공 기술을 이용하여 카고메 광결정을 제작하였다. NLS는 실공간 전체에서 주기성을 가지는 가상적인 격자에서만 존재할 수 있어서 실험적으로 구현하기가 매우 힘들다. 이에 두 연구팀은 실공간에서 모든 방향으로의 주기성은 포기하고, 한 방향으로의 주기성만을 가지는 코비노 디스크(Corbino disk) 형태의 카고메 광결정을 구현해서 주기성이 있는 한 방향으로 존재하는 NLS를 관측하는 데에 성공했다. 그리고, 실공간에서 주기성이 전혀 없는 유한한 크기의 카고메 광결정에서 RBM의 존재를 실험적으로 확인했다. 


본 연구를 통해 운동량 공간에서 위상학적으로 특별할 게 없는 시스템이라도 블로흐 파에 특이점이 존재할 경우, 실공간에서 독특한 위상학적 현상이 일어날 수 있음을 증명하였는데, 이를 기반으로 파동함수의 특이점과 관련된 새로운 물리현상들에 대한 많은 후속 연구가 수행될 것으로 기대된다.



   

Oxygen-Vacancy-Endurable Conductors with Enhanced Transparency Using Correlated 4d2 SrMoO3 Thin Films


하영경, 이신범(대구경북과학기술원), Advanced Functional Materials 30, 2001489 (2020).



투명 전도체는 디스플레이나 태양전지 등 광전자 소자의 필수 구성 요소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그러나 높은 전도성과 적외선-가시광선에 대한 높은 투과율은 물리적으로 서로 배타적인 관계에 있어서 투명 전도체로 쓰일 수 있는 물질의 개발은 매우 어렵다. 지금까지는 넓은 띠틈(bandgap)을 가지는 투명한 반도체 물질에 첨가물(dopant)을 넣어서 전도성을 확보하는 방법이 산업적으로 많이 이용되어 왔다. 전도띠(conduction band)와 원자가띠(valence band)의 사이에 첨가물로 인한 중간 띠가 생겨서 높은 가시광선 투과율을 유지하면서도 전도성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기존의 제작법은 매우 간단함에도 불구하고 차세대 응용에 한계가 있다. 가시광선에 대한 높은 투과율에 비해, 자유전자에 의한 산란에 의해서 적외선에 대해 불투명하고 낮은 광자 에너지에서 일어나는 띠간 전이(interband transition)에 의해서 자외선을 투과하지 못한다 (그림, 점선). 또한, 전도성을 향상하고자 첨가물을 과하게 넣으면 물성이 오히려 악화되고, 산소 빈자리(vacancy) 등의 구조적 결함에 취약하다. 따라서 광전자 소자의 급속한 성장과 새로운 응용에 대한 요구에 보폭을 맞추기 위해서 새로운 투명 전도체 소재의 개발이 필요하다. 



이신범 교수 연구팀은 SrMoO3의 전자 사이의 강한 상호 작용과 큰 광자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p-d 띠간 전이를 이용하여 넓은 파장 영역에서 투명한 전도체를 개발하였다. 

최근에, 전자 사이의 강한 상관 효과를 갖는 전이 금속 산화물을 이용한 투명 전도체가 적외선-가시광선 영역에서 높은 투과율을 갖고 상온과 상압에서 안정적으로 동작하기 때문에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강상관 전자계 산화물의 전자구조는 전이 금속 d 오비탈들이 주로 기여하는 eg(페르미 준위 위의 비어있는 띠), t2g(페르미 준위 근처의 부분적으로 채워진 띠), 그리고 산소 2p 오비탈(페르미 준위 아래의 채워진 띠)로 이루어져 있다. 강한 상관 효과에 의해 전자의 유효 질량이 증가하면 t2g 띠 사이의 d-d 전이를 감소시켜서 적외선 영역에서의 투과율이 향상된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연구는 3d1 바나듐 산화물[예, SrVO3, V6O13, VO2(B)]에 편중되어 있다. 이러한 가용 물질의 부족은 강상관 투명 전도체의 상용화 시에 마주칠 다양한 문제들의 해결에 걸림돌이 된다. 


대구경북과학기술원의 하영경 학생과 이신범 교수 연구팀은 강상관 전자계 산화물인 4d2 SrMoO3을 단결정 수준의 고품질 박막으로 제작하여 투명 전도체로서 우수한 성질을 확인하였다. SrMoO3은 상온에서 80%의 높은 자외선-가시광선 투과율(그림, 실선) 및 100 μΩ cm의 매우 낮은 비저항을 가진다. 또한, SrMoO3의 광학적, 전기적 특성이 산소 빈자리에 의해 악화되지 않는 안정성을 발견하였다. 


투명 전도체로서의 SrMoO3의 우수성을 이해하기 위해서 우리는 타원 편광 분석법(ellipsometry)을 이용하였다. 전자 사이의 상관 효과를 나타내는 척도인 ZF (=\(m_{\rm band}^{*} / m^{*}\), \(m_{\rm band}^{*}\)), 자유 전자의 유효 질량, \(m _{\rm band}^{*}\): 강한 상호 작용을 갖는 전자의 유효 질량)는 SrMoO3가 0.48을 가지고 SrVO3의 0.33과 비슷하다. 그러므로 SrMoO3도 4d 오비탈에 있는 두 개의 전자 사이에 강한 상관 효과가 있고, 적외선에 대해서 SrVO3만큼 큰 투과율을 가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4d 오비탈의 결합 에너지가 3d 오비탈보다 약해서 산소 2p 띠에서 비어있는 t2g 띠로의 p-d 전이에 더 큰 광자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그러므로 자외선-가시광선 영역에서 SrMoO3는 SrVO3보다 높은 투과율을 가진다. Mo4+의 최외각 전자 수가 V4+보다 많은 두 개의 전자를 가지기 때문에 SrMoO3의 전도성은 매우 우수하다.


강상관 전자계 투명 전도체의 개발은 전통적 방법과는 다른 과학적 의미를 가진다. 투명한 반도체에 첨가물을 넣어 전도성을 높이는 기존의 방식과는 달리, 불투명 했던 금속의 투과율을 전자의 강한 상관 효과를 이용해 향상시킨다. 


우리의 연구는 바나듐 산화물에 한정된 강상관 전자계 투명 전도체 연구에서 우수한 성질의 SrMoO3를 소개하여 물질군을 확장시켰다고 평가할 수 있다. 다양한 산화물을 확보하면 발생할 문제들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강상관 전자계를 이용한 투명 전도체는 기존의 투명 전도체가 달성하지 못했던 넓은 파장 영역에서의 높은 투과율을 확보할 수 있어서 다양한 응용의 개발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광학 센서, 스마트 창, 투명 태양 전지의 산업적 응용뿐만 아니라 스텔스 전투기의 적외선 탐지창의 성능을 향상할 수 있다.



   

Scale-free Ferroelectricity Induced by Flat Phonon Bands


Hyun-Jae Lee, Minseong Lee, Kyoungjun Lee, Jinhyeong Jo, Hyemi Yang, Yungyeom Kim, Seung Chul Chae, Umesh Waghmare, Jun Hee Lee*, Science 369, 1343 (2020), DOI:10.1126/science.aba0067.


기존의 강유전체 메모리(ferroelectric memory)는 원자 수천 개~수십만 개 이상이 모인 수십~수백 나노미터 크기의 도메인(domain) 영역에 정보의 최소 단위인 1비트(bit)를 저장해왔다. 이러한 크기의 도메인은 강유전체 메모리에서 정보 저장에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최소 유닛으로 생각되었고, 대부분의 메모리 연구가 안정적인 도메인을 만드는 연구로 집중되었다. 하지만 수십 나노 크기의 도메인이 필요하다는 패러다임에 갇힐 경우, 향후 10 나노 선폭 이하의 반도체 공정에서 더 내려갈 수 있는 가능성을 상실하게 된다. 10 나노 공정으로 양산되는 DRAM, 플레쉬 메모리 반도체와의 융합에도 적합하지 않았다. 수십 나노 공정 이하로 내려갈 경우 도메인 형성이 제약을 받음으로 인하여 정보를 저장하는 능력을 완전히 상실하는 스케일링(Scaling) 현상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이 기존의 이론이었다. 본 연구는 정보저장을 위해 이 도메인이 꼭 필요한가 라는 근원적인 질문에서 시작했다. 


평평한 포논 밴드로 인해서 극성 포논이 국소화되어 안정화되면서 0.2 나노 영역의 최소 도메인만 안정화하여 정보를 저장하는 순수 이론 계산 결과.

기존의 거대 도메인 없이도 정보를 저장할 수 있음을 증명하기 위하여, 그래핀 2장짜리 초전도체 등의 순수과학에만 적용되던 “Flat energy band” 이론에 주목하였다. 그래핀 2장을 쌓고 1도 정도 돌릴 경우 전자 간의 부분적인 상호 작용이 완전히 사라져 운동량과 전혀 무관한 에너지 띠가 나타나며 초전도체의 원인이 되는 현상에서 영감을 얻었다. 연구팀은 이를 물질의 포논(phonon) 밴드에 적용하였다. 대부분의 포논 에너지 띠 (phonon energy band)가 운동량 공간에서 평평하지 않아서, 즉 물질이 강한 결합을 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어 물질의 강도를 유지시킨다. 하지만 이런 와중에, 강유전성을 야기하는 극성 포논 밴드만이 운동량과 무관하여, 운동량 공간에서 완전히 평평할 경우, 실제 공간에서는 마치 델타 함수 모양과 같이, 유닛셀(unit-cell) 내의 sub-nm의 작은 공간에 극성 포논들이 초국소화되는 현상을 보이게 됨을 세계 최초로 발견하였다. 


이는 과학적으로 심대한 의미를 지닌다. 극성 포논이 초국소화 되어서 유닛셀 보다 작은 공간에 집약될 경우, 이 포논 끼리의 overlap이 0이 되어서, 극성 포논 간의 상호 작용은 완전하게 사라진다. 마치 스프링처럼 공간에 넓게 퍼진 원자들의 극성 움직임이, 이제는 스프링이 완전히 끊어진 자유로운 극성 원자처럼 보일 수 있다. 극성 포논에서 작용하는 것이므로 극성을 활성화할 수 있는 전압을 걸 때만 이 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은 전기를 사용하는 모든 분야에 엄청난 산업적 파급력도 지닌다. 가령, 이를 메모리 반도체에 적용할 경우 수십~수백 Tb 급의 메모리 소재로 사용이 가능함을 암시한다. 극성 포논이 sub-nm 공간에 집약되므로 이제는 수십~수백 nm 의 거대 도메인 없이, 물질의 최소 크기인 sub-nm 의 유닛셀 스케일의 독립적인 강유전체 유닛을 만들어 낼 수 있다. 그야말로 유닛셀 스케일의 궁극적으로 가장 작은 도메인을 자연스럽게 만들어 내는 셈이다. 한편으로 원자 간의 상호 작용을 없애고자, 금속판 위의 원자 1개를 올려놓거나, 사방에서 레이저를 쏘아서 진공에 원자를 띄어놓거나 할 필요도 사라진다. 평소에는 포논에 의한 원자 간 스프링이 강해서 물질이 단단하므로 스마트폰과 같은 전자기기에 안정적으로 들어가다가, 내가 터치하면서 필요한 순간에 전압을 걸 때만 스프링이 사라져 원자들을 개별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 그야말로 손가락의 터치만으로 바로 원하는 정보를 직접 소수의 원자에 바로 저장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이상의 연구 결과는 휘발성-비휘발성 메모리, 논리소자 등의 모든 반도체 영역의 사이즈의 한계의 원인이 되는 스케일링의 한계를 완전히 극복케 한다. 따라서 향후 수나노 이하의 궁극적인 0.5 nm 공정에까지 적합한 유일한 반도체 소재와 원리 (“원자 반도체”)를 제시하므로 반도체 경쟁의 초격차를 유지할 수 있는 핵심 이론으로 작용할 것이다. 



   

Tuning the Hysteresis of a Metal-insulator Transition via Lattice Compatibility


Y. Liang(미국 메릴랜드대), 이승훈(부경대) 외, Nature Communication 11, 3539 (2020).


상전이(phase transition)는 물질이 온도, 압력, 외부 자기장 등 일정한 외적 조건에 의해 한 상(phase)에서 다른 상으로 바뀌는 현상을 말한다. 폴 에렌페스트(Paul Ehrenfest)의 분류법인 자유에너지의 1차 미분의 불연속에 근거한 1차 상전이(first-order phase transition)의 가장 큰 특징은 잠열(latent heat)이며, 이때 자유에너지를 미분하는 변수를 질서 변수(order parameter)라고 한다. 소재에서 나타나는 1차 구조 상전이는 실생활에 활용될 수 있는 다양한 물리적 성질의 급격한 변화를 동반한다. 


금속 합금에서 주로 관찰되는 1차 구조 상전이에서 두 상 간의 격자 호환성(lattice compatibility)이 구조 상전이의 가역성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임이 증명되었다. 특히 변환 신장 텐서(transformation stretch tensor: 구조적 변환을 기술하는 3\(\times\)3 행렬)의 중간 고윳값(middle eigenvalue)  \(\lambda_2\)를 1로 제어함으로써 열적 이력(hysteresis)의 급격한 감소를 관찰하였으며‒간단히 말하면, 원래 상에서의 격자의 3차원적 신장, 압축 등에 의한 변형에 의해서 다른 상으로 변화할 때 한 축 방향으로의 변화가 없음을 의미한다‒이를 통해 마텐자이트(martensite)에서 탁월한 피로 특성을 가진 형상 기억 합금의 개발이 가능하게 되었다. 격자 호환성에 대한 이론적인 부분과 계산과 관련한 자세한 내용이 궁금한 독자는 다음 논문을 참고하길 바란다 [X. Chen et al., J. Mech. Phys. Solids, 61, 2566 (2013); J. Mech. Phys. Solids 93, 34 (2016)]. 


이번 연구는 마텐자이트에서 적용되는 이 이론이 산화물 소재에도 적용 가능하며, 격자상수의 미세한 조절을 통해 상전이의 가역성을 더 높일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에서 출발한다. 이산화바나듐(VO2)은 전형적인 3d 강상 물질로 약 340 K에서 전이온도를 가지는 금속-절연체 상전이를 보이는 물질이다. VO2는 다양한 결정상(polymorphs)을 가지지만, 전기적 특성에 영향을 주는 상은 저온의 단사정계(monoclinic)와 고온의 루타일(rutile)형 정방정계(tetragonal)로 알려져 있으며, 금속-절연체 상전이는 두 상 간의 1차 상전이에 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많은 연구 결과에서 VO2의 금속-절연체 상전이는 구조 상전이에 의한 전자-격자 상호작용(Peierls 전이)에 의한 것으로 알려져 왔지만 최근에는 전자-전자 상호작용(Mott 전이)에 의한 것이라는 연구 결과 역시 보고되고 있다. 물리학적 호기심을 넘어, 상온에 가까운 온도에서 금속-절연체 상전이를 보이는 VO2는 스마트 윈도우, 센서, 메모리 소자, 고속 스위칭 소자 등 다양한 분야로의 응용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VO2의 실용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외부 조건 변화에 대해 빠르게 그 특성이 전환되어야 하며(가역성), 반복되는 상전이에 대해 강한 내구성을 가져야 한다. 그런데 상전이 과정에서 나타나는 열적 이력 특성은 소재의 가역성과 내구성에 악영향을 준다. 순수한 VO2의 이력 폭은 10 K 이상이다.


우리는 이 연구에서 VO2의 격자 상수를 제어하기 위해 텅스텐(W) 도핑을 활용하였다. 텅스텐 도핑에 따라 금속-절연체 전이 온도가 감소하는 것은 잘 알려져 있으나, 열적 이력 특성 변화에 대한 자세한 연구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우리는 조합 방식의 박막 제작을 통해 텅스텐 도핑에 따른 VO2의 격자 상수, 그리고 저항-온도 특성의 변화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를 시도하였다. 조합 방식의 박막 제작을 통해 순수한 VO2에서부터 텅스텐이 4% 도핑된 VO2까지의 조성 구배를 가지는 라이브러리 시료(V1-xWxO2)를 제작하였으며, 다양한 텅스텐 도핑 농도에 따른 VO2의 저항-온도 특성, 그리고 전이 온도를 중심으로 하는 저온 상과 고온 상의 격자 상수를 분석하였다. 우리는 특정 텅스텐 도핑 농도(x = 2.4%)에서 저항-온도 특성의 이력 폭이 최솟값(minimum)을 가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으며, 이때 단사정계의 한 축의 격자 상수(bM1)와 정방정계의 한 축의 격자 상수(aT)가 흡사한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는 변형 신장 텐서의 중간 고윳값  \(\lambda_2 = 1\) 조건에 대응되며 구조적 상변화의 신장 또는 압축이 주로 단사정계의 bM1에 수직으로 나타남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 경우에 bM1 격자에 수직인 방향의 구조적 변형이 최소화되며, 구조적 뒤틀림(distortion)을 최소화하는 상변화가 가능해진다.


이번 연구 결과는 격자 호환성이 상전이의 이력 특성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이며, 재료의 물리적인 특성에 결정 구조가 중대한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는 매우 당연한 결과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격자 호환성이 산화물 시스템에서도 적용되어 상전이 소재의 물성의 최적화에 있어 지침이 될 수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특히 VO2의 전기적인 금속-절연체 상전이에서 구조 상전이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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