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양자로 측정하기: 양자표준과 미래 메트롤로지
양자전기 측정표준과 플랑크상수 기반 질량표준
작성자 : 김문석·채동훈·이광철 ㅣ 등록일 : 2021-04-05 ㅣ 조회수 : 2,710 ㅣ DOI : 10.3938/PhiT.30.008
김문석 박사는 2003년 한국표준과학연구원에서 근무를 시작한 이래로 조셉슨 전압 표준 및 조셉슨 기반 샘플링 측정(sampling measurement)에 관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으며, 2017년 10월부터 1년간 파리 소재 국제도량형국(BIPM, Bureau International des Poids et Mesures)에 파견되어 프로그래머블 조셉슨 표준 관련 국제 공동연구를 수행하였다. (msk2003@kriss.re.kr)
채동훈 박사는 미국 오스틴 소재 텍사스주립대학(The University of Texas at Austin)에서 2006년에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독일 막스플랑크 연구소(Max Planck Institute for Solid State Research)의 클라우스 폰클린징(Klaus von Klitzing) 교수의 지도 아래 박사후연수과정을 거쳐 2012년부터 현재까지 한국표준과학연구원에 재직 중이다. (dhchae@kriss.re.kr)
이광철 박사는 포항공과대학교 기계공학과 박사(2003)로 현재 한국표준과학연구원에 재직 중이며 키블저울 기반 킬로그램 구현 및 보급 기술 개발 연구를 하고 있다. (kclee@kriss.re.kr)
Quantum Metrology of Electrical Quantities and Mass
Mun-Seog KIM, Dong-Hun CHAE and Kwang-Cheol LEE
The new International System of Units (SI) became effective on 20 May 2019. In the new SI, the complete system of units can be traced to seven fixed values of the fundamental constants, not to seven base units as in the old system. Electrical metrology has two important quantum mechanical foundations. Here, we introduce the basics and the metrological applications of the Josephson effect and the quantum Hall effect, which play key roles in linking electrical quantities to the fundamental constants, including the Planck constant h, the elementary charge e, and the transition frequency of cesium 133 ΔνCs. Finally, we discuss the redefinition of the kilogram as one of the important examples of electrical metrology based on quantum physics.
들어가는 말
2019년 인공물(artifact)을 바탕으로 성립되었던 국제단위계(SI, 프랑스어 Système international d’unités의 약어)의 정의가 폐지되고, 7개의 정의 상수(defining constants)를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SI 정의(SI redefinition)가 발효되었다.1) SI 정의에 인공물이 사용되지 않는다는 것은 SI 단위가 전 세계 어디에서든지, 시간에 구애됨 없이 실현될 수 있고, 따라서 측정 소급성(measurement traceability)의 확보 절차가 간편해진다는 의미를 가진다.
전기의 SI 기본 단위(base unit)는 암페어 A이다. 그러나 암페어를 높은 정확도로 실현하는 것은 SI 신정의 이전에도 어려운 일이었고, 그 정의가 달라진 지금의 시점에서도 매우 도전적인 연구 주제이다. 현재 전기 표준분야에서 쓰이고 있는 최상위 표준기는 전류표준기가 아닌 조셉슨(Josephson) 표준기 및 양자홀(quantum Hall) 표준기로 불리는 전압 및 저항 표준기들이다. 거시적 양자 현상(macroscopic quantum effects)을 기반으로 하는 두 표준기를 이용하면 SI 전압과 저항을 10‒9 이하의 불확도(uncertainty)로 실현시킬 수 있다. 이 표준기들이 각국의 표준기관(National Metrology Institute, NMI)에 도입된 이후로, 전기 측정의 국제적 동등성(equivalency)은 비약적으로 향상되었다.
조셉슨 소자와 양자홀소자가 출력하는 전압값 \(\small V_{\mathrm J}\) 및 저항값 \(\small R_{\mathrm H}\)는 각각 조셉슨 상수 \(\small K_{\mathrm J}=2e/h\)(Josephson constant) 및 폰 클린칭 상수 \(\small R_{\mathrm K}=h/e^2\)(von Klitzing constant)값에 의해서 결정된다. 여기서 \(\small e\)와 \(\small h\)는 각각 기본 전하(elementary charge)와 플랑크 상수(Planck constant)를 나타낸다. SI 신정의가 발효되기 이전에, 국제적 합의로 규정된 조셉슨 상수와 폰 클린칭 상수의 상대 불확도는 각각 4\(\small \times\)10‒7 및 1\(\small \times\)10‒7이었다.2) 이 불확도는 두 표준기가 출력하는 전압과 저항의 불확도에 그대로 반영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두 양자 전기표준기는 출력의 재현성과 안정성 측면에서 절대적으로 우수한 특성을 가지기 때문에 SI 전압과 저항을 구현(representation)하는 최적의 수단으로 활용되어 왔다. 뒤에서 약술하겠지만, SI 신정의에서는 \(\small e\)와 \(\small h\)값들이 고정되면서, \(\small K_{\mathrm J}\)와 \(\small R_{\mathrm K}\)의 불확도가 0이 된다. 이는 양자 기반 SI 전압과 저항의 실현(realization)이 가능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어지는 절에서는 조셉슨 및 양자홀 표준기의 기본 원리 및 간략한 발전사를 기술하고, SI 신정의가 전기 측정표준에 미치는 파급 효과를 설명하고자 한다. 또한 현재 양자 전기표준과 관련하여 한국표준과학연구원에서 진행하고 있는 연구를 소개하면서 이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SI 신정의
1960년 제11차 국제도량형총회(CGPM, 프랑스어 Conférence Générale des Poids et Mesures의 약어)에서 공식적으로 정의 및 확립된 국제단위계는 2018년 파리 근교 베르사유(Versailles)에서 열린 제26차 CGPM에서, 그 확립 이래로 가장 큰 변화를 겪게 된다. 2019년 5월 20일을 기점으로 효력이 발생한 이 변화의 핵심은 기본 단위(base units)인 초 s, 미터 m, 킬로그램 kg, 암페어 A, 켈빈 K, 몰 mol 및 칸델라 cd에 대한 기존 정의가 폐지됨과 동시에 SI가 새롭게 정의된 것이다. 이전의 SI는 7개의 기본 단위를 바탕으로 정의되고, 유도 단위(derived units)는 기본 단위의 조합(products of powers of the base units)으로 구성되었다. 이와 달리, 새로운 SI는 7개의 정의상수(defining constants)를 기반으로 확립되고,1) 모든 SI 단위는 정의상수(들)의 고정값(fixed value)으로 직접 구성된다. 따라서 이는 기본 단위와 유도 단위의 구분이 꼭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미 역사성을 확보한 단위 구분의 틀은 그 유용성을 고려하여 계속 유지된다. SI 신정의의 혁신성은 상수를 이용하여 단위를 정의했기 때문에 단위의 정의(definition)와 실현(realization)이 구분될 수 있다는 점에서 찾아질 수 있다. 이는 정의를 바꾸지 않더라도 기술발전에 따라 완전히 다르거나, 더 우수한 방법으로 단위의 실현이 이루어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암페어 A의 신정의
SI 신정의 기본 철학은 기본 단위인 암페어 A의 기존 정의와 신정의의 비교에서도 명확히 드러난다.
• 1954년 10차 CGPM:
“암페어는 무한히 길고 무시할 수 있을 만큼 작은 원형 단면적을 가진 두 개의 평행한 직선 도체가 진공 중에서 1 미터의 간격으로 유지될 때, 두 도체 사이에 매 미터당 2\(\small \times\)10‒7 N의 힘을 생기게 하는 일정한 전류이다.”
• 2018년 26차 CGPM:
“암페어(기호: A)는 전류의 SI 단위이다. 암페어는 기본전하 \(\small e\)를 C 단위로 나타낼 때 그 수치를 1.602 176 634\(\small \times\)10-19으로 고정함으로써 정의된다. 여기서 C은 A\(\cdot\)s와 같고, 초(기호: s)는 ΔνCs를 통하여 정의된다.”
기존 정의에서는 암페어 실현에 대한 구체적 방법론을 서술하지만, 신정의에서는 자연 상수인 기본전하 \(\small e\)와 단위 관계식 C = A\(\cdot\)s를 포함할 뿐이다. 따라서 SI 암페어의 실현에는 기본전하 \(\small e\)를 A로 연결 짓는 모든 물리 관계식이 활용될 수 있다.
단위의 정의는 국제도량형위원회(CIPM, 프랑스어 Comité international des poids et mesures의 약어)의 자문위원회(Consultative Committees)가 제시한 다양한 방법을 통해 실현될 수 있다. 이러한 정의 실현에 관한 서술을 프랑스어로 “mise en pratique”라고 부른다. 국제 단위계 9판, 부록5) 2(the 9th edition SI brochure, Appendix 2)에 기술된 SI 암페어의 mise en pratique는 다음과 같다.
1. 옴의 법칙(단위 관계 A = V/Ω)의 사용 및 조셉슨 효과(Josephson effect) 및 양자홀 효과(quantum Hall effect)를 기반으로 하는 SI 유도 단위 볼트 V 및 옴 Ω의 실현을 통한 방법
2. 단일 전자 수송(single electron transport, SET) 또는 유사한 장치 사용, 암페어의 정의가 제시한 단위 관계 A = C/s와 \(\small e\)값 사용 및 SI 기본 단위 초 s의 실현을 통한 방법
3. 관계식 \(\small I=C·dU/dt\) 및 단위 관계 \(\small A = F·V/s\)를 사용, SI 유도 단위 볼트 \(\small V\) 및 패러드 \(\small F\)와 SI 기본단위 초 s의 실현을 통한 방법(여기서 \(\small I, C, U\) 및 \(\small t\)는 각각 전류, 정전용량, 전압 및 시간을 의미함)
현재 시점에서 두 번째 방법을 통한 암페어의 실현이 매우 어렵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런 이유로 같은 문헌에는 이 방법을 암페어의 mise en pratique로 채택한 이유를 다음과 같이 기술한다: “단일 전자 수송(SET)의 구현은 여전히 기술적 한계가 있고, 다른 경쟁 기술과 비교해 불확도가 크다. 그러나 SET 구현은 SI 단위 실현에 대한 고유하고 우아한 접근 방식을 제시했고, 최근 몇 년 동안 불확도가 개선되고 있으며 향후 더 개선될 여지가 있기 때문에 이 mise en pratique에 포함한다.”
기존 SI 체계에서, SI 전기 단위들의 실현 정확도가 높지 않았던 것은 기본 단위인 암페어가 역학적인 수단을 바탕으로 정의(mechanical definition)되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SI 정의대로 실현한 암페어의 상대 불확도는 10‒6보다 큰 수준이었다.4) 그러나, 과학 기술의 발전과 산업의 요구에 따라 재현성이 더욱 높은 전기 표준기의 개발이 필요해졌다. 이는 거시적 양자현상인 조셉슨 효과와 양자홀 효과를 이용한 전압 및 저항 표준기가 선진 NMI를 중심으로 개발된 이유이다. 조셉슨 전압표준기와 양자홀 저항표준기는 SI 암페어를 실현하는 첫 번째 mise en pratique의 핵심 요소들이다. 또한, 앞으로 두 표준기는 직류뿐만 아니라 교류 영역의 측정 소급성도 직접 제공하게 될 것이다. 두 표준기의 역할이 커지고 응용범위가 확대되면서, 차세대 전기표준은 양자 기반의 소급체계를 갖추게 될 것이다.
조셉슨 전압표준
1972년 이전, SI 볼트 V는 웨스턴셀(Weston cell)로 불리는 화학전지에 부여한 값(assigned value)을 통해 구현(representation)되었다. 그러나 이 전기화학적 인공물(electrochemical artifact)의 출력전압은 경년변화(drift)를 보일 뿐만 아니라 이동 시에는 더욱 불안정했기 때문에, 당시 전 세계의 전압표준의 일치도는 10‒6 수준에 머물렀다. 이렇게 다소 미흡했던 일치도는 양자현상에 기초하여 전압을 발생시키는 조셉슨 전압표준기(Josephson voltage standard)의 개발로 인해 극적으로 개선이 된다.5)6)
1962년 브라이언 조셉슨(B. D. Josephson)은 얇은 절연 장벽으로 분리된 두 개의 초전도 접합에서 쿠퍼쌍(Cooper pair)으로 불리는 전자쌍의 터널링과 관련된 여러 효과를 예측했다.7) 이 접합이 외부 전류원에 연결될 때, 접합을 가로질러 흐르는 전류 \(\small I\)는 다음 두 방정식으로 기술된다.
\[ I=I_{\rm c} \sin \phi,\quad ~V= \frac{\hbar}{2e} \frac{d \phi}{dt} = \frac{h}{2e} f_{\rm J} \]여기서 \(\small \phi\)는 두 초전도체의 거시적 파동 함수(macroscopic wave function) 간의 위상차(phase difference)이고, \(\small I_{\mathrm C}\)는 접합의 임계 전류(critical current)이다. 직류 조셉슨 효과를 기술하는 첫 번째 방정식은 전류가 \(\small I_{\mathrm C}\)를 초과하지 않으면, 접합을 통해 손실없는 전류가 흐를 수 있음을 의미한다. 두 번째 방정식은 전류가 \(\small I_{\mathrm C}\)를 초과할 때, 접합을 가로질러 전압이 발생하고 이로 인해 주파수가 \(\small f_{\mathrm J}\)인 교류가 발생하는, 이른바 조셉슨 발진(교류 조셉슨 효과)을 기술한다. 이러한 특성을 가지는 조셉슨 접합에, 역으로 주파수 \(\small f\)인 마이크로파가 바이어스되고 적정의 직류 바이어스가 가해질 때 위상 잠금(phase lock) 현상이 나타나면서 접합은 전압 스텝(voltage step) \(\small V_{\mathrm n}\)을 생성한다.
\[ V_n = n \left( \frac{h}{2e} \right) f, \]여기서 \(\small n\)은 스텝번호이다. 이 전압 스텝은 1963년 샤피로(S. Shapiro)에 의해 실험적으로 관찰되었고,8) 그의 이름을 따 샤피로 스텝으로 명명되었다. 조셉슨 접합 소자를 전압표준기로 쓰는 이유는 이 스텝전압이 계산 가능(calculable)하고, 일정 범위 내에서 (외부 잡음을 포함한) 전류 변동에 무관하기 때문이다. 양자(조셉슨) 전압표준기는 일종의 시간-전압 변환기이며, 표준기가 사용하는 마이크로파 발생기는 보통 불확도가 10‒14 이하인 원자시계를 참조한다.
조셉슨 접합이 출력하는 전압의 안정도는 단지 접합에 바이어스된 마이크로파 주파수의 안정도에만 좌우된다. 10‒12 수준의 불확도를 가지는 주파수 표준은 어렵지 않게 구현될 수 있었기 때문에, 1970년 초부터 선진 NMI들은 개별적으로 채택한 조셉슨 상수값에 기반하여 전압의 실질적 표준으로 교류 조셉슨 효과를 활용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미미한 차이지만 서로 다른 조셉슨 상수를 사용했기 때문에, 전압표준 간의 불일치가 발생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었다. 이러한 불일치 문제는 1987년 CGPM 결의 및 1988년 CIPM의 권고에 따라 조셉슨 상수 값을 1990년 1월을 기점으로 483597.9 GHz/V로 고정시키면서 해결되기 시작했다.9) KJ-90으로 명명된 이 값은 여러 NMI에서 1990년 이전에 수행된 전압 실현 측정값의 가중 평균을 기반으로 결정되었으며, 상대 불확도는 4\(\small\times\)10‒7이었다. KJ-90의 불확도는 조셉슨 전압 \(\small V_{\mathrm J}\)에 그대로 반영되지만, 각국의 NMI들은 예외없이 이 상수 값에 기초하여 조셉슨 전압을 구현했기 때문에 SI 전압의 통일성을 유지하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1970년대에 등장한 최초의 조셉슨 전압 표준기는 단일 조셉슨 접합 소자(single junction Josephson device)를 바탕으로 구성되었으나, 이후 많은 수의 접합이 직렬로 연결된 어레이 소자(junction-array device)가 단계적으로 개발됨에 따라 점점 더 높은 직류 전압을 출력할 수 있게 되었다. 1980년대 후반, 초전도-절연체-초전도(superconductor-insulator-superconductor, SIS) 조셉슨 접합 어레이의 출력이 10 V에 도달하게 되면서,10)11) 각국의 NMI가 중심이 되어 조셉슨 전압 표준의 광범위한 국제 보급이 시작되었다. 현재 10 V 직류전압의 불확도 수준은 10‒10 이하이다.
2019년 5월을 기점으로 시행된 SI 단위 신정의에 의해 조셉슨 상수 \(\small K_{\mathrm J}\)는 다음의 값을 갖는다.
\[ K_{\mathrm J} = 2e/h = 483~ 597.848~ 416~ 984\dots ~{\mathrm{GHz/V}} \]SI 신정의 이전의 조셉슨 전압은 규약값인 KJ-90을 바탕으로 환산되었기 때문에 SI 볼트의 실현으로 볼 수 없다. 그러한 이유로 조셉슨 표준기는 SI 전압을 구현하는 재현성 높은 표준기일 뿐이었다. 그러나 SI 신정의로 \(\small e\)와 \(\small h\)가 고정됨에 따라서, SI 시간 소급성을 갖춘 모든 조셉슨 표준기는 독립적으로 SI 볼트를 실현할 수 있다. 또한 조셉슨 전압표준(programmable Josephson voltage standard, PJVS) 기반 교류전압 측정을 통해서 교류 전압 표준이 직접적으로 SI 소급성을 가질 수 있게 된 것은 SI 신정의가 전기분야에 미치는 가장 큰 파급 효과 중에 하나이다.
프로그래머블 조셉슨 전압표준기와 교류 양자표준
1990년대 중반 미국 표준기술연구소(National Institute of Standards and Technology, NIST)에서 개발되기 시작한 초전도-금속-초전도(superconductor-normal metal-superconductor, SNS) 접합 어레이는 SIS 접합 어레이와 달리 비 이력(non-hysteretic) 전류-전압 특성을 가지기 때문에 전류 바이어스를 통하여 출력전압을 손쉽게 “프로그램”할 수 있다.12)13) 프로그래머블 조셉슨 전압표준 어레이로 불리는 이 소자는 보통 양자 스텝만으로 전압을 출력하므로, 1보다 큰 \(\small n\) 값의 스텝이 사용되는 SIS 어레이보다 많은 접합 수를 가져야 동등한 크기의 전압을 출력할 수 있다. 따라서 제작 시 접합들의 집적도를 높여야 하는 공정상의 어려움이 뒤따르지만, 사용 시에는 임의의 전압을 빠르게 설정할 수 있고, 출력이 매우 안정적인 장점이 있다. 프로그래머블 조셉슨 소자는 여러 개의 서브 어레이(sub array)가 직렬로 연결된 구조로 되어 있으며, 각 서브 어레이는 개별적인 전류 바이어스를 통하여 개별적인 전압을 출력한다. 결국 소자 전체의 출력은 서브 어레이 전압들의 합으로 결정되므로 전류 바이어스를 통해 임의 전압이 프로그램될 수 있다.
현재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을 포함한 많은 NMI들은 PJVS 소자를 기반으로 하는 조셉슨 전압표준기를 운용하고 있다. PJVS는 빠른 속도로 전압을 프로그램할 수 있기 때문에 직류전압뿐만 아니라, 근사 사인파(stepwise-approximated sine wave) 및 임의파(arbitrary waveform)를 발생시키는 교류 표준기로 활용될 수 있다.14)15)16)17) 조셉슨 교류 표준기의 개발은 현재 선진국을 중심으로 유수의 NMI들이 경쟁적으로 인적 물적 자원을 집중적으로 투입하고 있는 연구 주제이다. 조셉슨 교류 표준기는 일차적으로 기존의 교류 표준기인 열-전압 변환기(thermal voltage converter) 평가에 활용될 수 있으며, 나아가 양자 샘플링 전압계(quantum sampling voltmeter)를 바탕으로 하는 미래 양자기반 전력 표준 및 차세대 임피던스 표준의 핵심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그림 1]은 PJVS 소자를 바탕으로 구성되는 전압표준기를 보여준다. 마이크로파 바이어스는 20 GHz 대역의 마이크로파 발생기(MW source)와 마이크로파 증폭기를 거쳐 소자(PJVS array)에 공급된다. 각 서브 어레이(S/A)에는 직류 바이어스를 위하여 16-bit 디지털-아날로그(D/A) 변환기 출력이 바이어스 저항(\(\small R_{\mathrm b}\))을 통하여 연결된다. 표준기 전압 출력은 각 서브 어레이에 공급되는 바이어스 전류의 수준과 극성을 조정하여 프로그램된다. 또한, 출력전압은 마이크로파의 주파수를 변경함으로, nV 이하의 분해능으로 미세 조정될 수 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이 사용하는 PJVS 소자는 모두 23개의 서브 어레이로 구성되었으며, 최대 10 V의 전압을 출력할 수 있고, 10 kHz 이하의 근사 사인파를 합성할 수 있다.
Fig. 1. Schematic diagram of the KRISS 10V programmable Josephson voltage standard. The PJVS array consists of 265,116 superconductor-normal metal-superconductor junctions divided into 23 sub-arrays, that can generate the calculable voltages up to 10.9 V at a driving microwave frequency of 19.8 GHz. The PJVS array is biased by 16-bit digital-to-analog converters with bias resistors Rb. The output voltage of the entire PJVS circuit is digitally programmed by selecting different current biases to the series-connected sub-arrays.
[그림 2a]는 10 V PJVS 소자의 출력전압을 직류 바이어스 값의 함수로 측정한 결과를 보여준다. 그림에서 y축은 측정된 전압 \(\small V_{\mathrm m}\)과 계산된 조셉슨 전압 \(\small V_{\mathrm J}\)의 차이를 나타낸다. 출력전압은 약 1.8 mA의 전류폭에 걸쳐서 평탄한 특성을 보인다. 이 평탄 전류폭(plateau)은 어레이 소자의 모든 개별 조셉슨 접합이 형성하는 샤피로 스텝들의 중첩으로 결정된다. 데이터의 산란과 오프셋(offset)은 측정 잡음과 측정에 사용한 디지털 전압계의 오프셋을 반영한다. 내부 그림은 프로그래머블 조셉슨 표준기의 시스템 소프트웨어의 화면을 보여준다. 이 소프트웨어는 사용자의 요구에 따라 1 nV 이하의 분해능으로 전압이 출력되도록 각 서브어레이의 바어어스 수준과 마이크로 주파수를 자동으로 조정한다. 2018년에 수행된 국제도량형국(BIPM)과의 비교에서 두 기관 전압표준기의 출력전압(10 V) 차이는 1 nV(10‒10 V/V) 이하임이 확인되었다. 그림 2b는 같은 시스템을 사용해서 합성한 근사 사인파의 오실로스코프 사진이다. 점으로 보이는 파형의 스텝들은 모두 계산 가능한 양자 전압이다.(내부 그림은 시스템에서 운용 중인 패키징된 프로그래머블 조셉슨 어레이를 보여준다.) 조셉슨 전압 표준기를 이용한 차동 샘플링(differential sampling)은 10 kHz 이하의 교류 파형을 가장 정확하게 측정하는 방법이다. 차동 샘플링의 기본 원리는 근사 사인파와 측정 대상 교류 전압원이 출력하는 사인파의 차전압(differential voltage)을 샘플러(digitizer)로 측정하는 것이다[그림 3]. 측정 후, 조셉슨 파형의 스텝 전압을 바탕으로 교류전압원의 출력파형이 복원되고, 이산푸리에 변환(discrete Fourier transform) 분석이나 사인파 맞춤(sine wave fit)을 통해 이 파형의 RMS 진폭이 얻어진다. 현재, 양자 기반 차동 샘플링으로 측정한 교류 파형의 측정 불확도는 10‒7 수준이다.
Fig. 2. (a) Result of a flat-spot test for a voltage generated by the KRISS 10V programmable Josephson voltage standard. The inset figure shows a screen capture of the system software, the KRISS QuVolt, for the KRISS PJVS. (b) Oscilloscope-screen capture for a stepwise approximated waveform generated by the KRISS 10V programmable Josephson voltage standard. The inset photo shows a cryo-packaged PJVS array used for waveform synthesis.
Fig. 3. Circuit configuration for the differential sampling of the AC waveform generated from an AC source using a sampler. The PJVS array is AC and DC biased with a microwave (MW) source and bias electronics. The phase-lock signal (a) from the clock device (function generator, F/G) is used to synchronize the PJVS waveform and the AC waveform to be measured. The Sync-out signal (b) from bias electronics is used as the start-trigger signal for the sampling measurement.
양자홀저항표준
보편적인 저항의 기준이 되는 양자저항표준을 구현 가능하게 한 양자역학적인 물리현상은 독일 물리학자 클라우스 폰클린징(Klaus von Klitzing) 박사의 반도체연구를 통해서 발견되었다.18)19) 폰클린징 박사는 학위를 받은 후 1978년부터 하이젠베르그(Hesisenberg) 장학금을 받아서, 프랑스의 Grenoble에 위치한 고자기장연구소에서 반도체의 전자수송을 연구하고 있었다. 그 당시 반도체 산업에서는 보다 속도가 빠른 소자를 구현하기 위한 연구를 필요로 하고 있었다. 폰클린징 박사는 반도체산업에서 중요한 실리콘과 이산화실리콘 경계면에서 생성되는 2차원 전자시스템에서 경계면의 거칠기 및 불순물 등에 의해 발생하는 전자산란 연구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실험적으로는 고자기장을 인가하면서 자기저항측정이 필요했다. 낮시간 동안은 고자기장 생성을 위한 비터(Bitter) 코일 전자석에 필요한 전기가 비쌌기 때문에 1980년 2월 4일 저녁 8시경에 실험을 시작하였다. 2월 5일 새벽 2시경에 금속 산화물 반도체 전계 효과 트랜지스터구조의 실리콘소자에서 자기저항을 측정하던 중 예기치 않게 홀저항값이 불연속적으로 양자화되는 것을 발견하였다. 그 값이 기본상수인 플랑크상수와 전자의 전하량의 관계로 주어지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현상을 양자홀효과(quantum Hall effect)라고 한다. 양자홀 발견 이전에는 도체를 이용한 인공물로 표준저항을 만들어서 시간과 환경에 따라서 변화했다. 현재는 양자홀효과를 이용하여 실험적인 재현성이 탁월한 양자홀저항으로 보편적인 저항의 기준, 즉 저항표준을 구현하고 있다.
도체 속에서 3차원의 자유도를 가지는 전자가 한 방향으로 운동의 자유도를 잃어버리면 2차원 전자시스템을 만들게 된다. 예를 들면, 실리콘과 산화실리콘과 같은 경계면에서 전자 기체가 2차원으로 형성된다. 전자의 드브로이(de Broglie) 물질파 파장과 비슷한 두께로 계면에 수직으로 구속된다. 2차원 전자시스템에 자기장을 수직으로 가하면 자기장에 대해서 선형적으로 증가하는 고전적 홀저항이 양자화된 값을 가지면서 계단처럼 변한다[그림 4a]. 양자화된 저항값은 기본상수인 \(\small h\)와 \(\small e\)에 의해서만 결정된다. 이 현상을 양자홀효과(quantum Hall effect)라고 한다. 자기장에 따라서 홀저항이 정비례하는 고전적 홀현상(Hall effect)에 의하면 홀저항 \(\small R_{\mathrm H}\), 외부 자기장 \(\small B\), 전자전하 \(\small e\), 표면전자밀도 \(\small n_{\mathrm s}\)는 다음과 같은 관계를 가지게 된다.
\[ R_{\mathrm H} = B/(n_{\mathrm s}e) \] 움직이는 전자는 자기장 아래에서 로렌츠(Lorentz)힘을 받아서 원을 그리는 사이클로트론(cyclotron) 운동을 하게 된다. 전자는 양자역학적으로 파동의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외부자기장 \(\small B\)를 가하면 드브로이(de Broglie) 물질파 파장의 정수배가 사이클로트론 궤도의 원주길이와 같게 될 때 전자는 에너지를 잃지 않는 안정된 양자상태에 있게 된다(그림 4(b)). 고전적으로 에너지에 대해서 연속적인 상태밀도(density of states)는 이와 같은 양자조건으로 불연속적인 에너지 준위를 만든다. 이 에너지 준위를 란다우준위(Landau level)라고 한다. 각 에너지 준위의 겹침(degeneracy)은 2차원 소자면을 통과하는 자기선속을 자기선속양자(h/e)로 나눈 값과 같다. 전자의 밀도는 페르미에너지 아래에 전자로 가득 차있는 란다우에너지 준위의 개수(\(\small i\))와 단위면적당 에너지준위의 겹침을 곱한 값과 같다. \[ n_{\mathrm s} = (i \cdot eB)⁄h \]이 식을 위에 언급한 고전적 홀저항 수식에 대입하면 아래와 같은 관계식을 얻게 된다.21)
\[ R_{\mathrm H} = h/(ie^2 ) \]결론적으로 홀저항은 위 식과 같이 플랑크상수와 전자의 전하량으로 결정되는 양자저항값을 정수로 나눈 값과 같아진다. 자기장이나 전하밀도의 변화에 대해서 평행자기저항(longitudinal magnetoresistance)이 진동하는 Shubnikov–De Haas 효과는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었다. 양자홀효과는 자기장과 전하밀도의 특정조건에서 평행자기저항이 영에 가깝게 작아지고, 동시에 홀저항이 변화하지 않는 양자상태가 존재한다는 것을 새롭게 발견한 것이다. 양자홀상태의 필요조건은 그림 4b와 같이 페르미에너지가 란다우 에너지준위 사이에 있는 경우다. 이 양자홀상태에서는 그림 4b와 같이 소자의 가장자리를 따라서 빨간색과 파란색으로 표시된 2개의 전위로 나누어지게 된다. 가장자리를 따라 전위차가 발생하지 않는 이상적인 2개의 등전위(equipotential)가 만들어진다. 전자가 등전위의 가장자리를 따라 이동할 때 에너지를 잃어버리지 않는다. 즉, 실험적으로는 평행자기저항값이 영에 가깝게 측정된다. 초전도체와 달리 양자홀상태에서는 두 전위가 공간적으로 만나면(그림 4b에서 빨간색과 파란색으로 표시된 두 개의 전위가 만나는 곳) 전자의 에너지가 손실(dissipation)된다. 이곳을 핫스팟(hot spot)이라고 하고 쌍으로 만들어진다. 상대적으로 페르미 에너지가 란다우 준위를 지날 때는 홀저항값이 변화하고, 양자홀상태와 달리 전자의 에너지 손실이 일어나게 된다. 양자홀저항 값은 기본상수인 \(\small h\)와 \(\small e\)에만 관계되어 있고, 물질의 종류, 소자의 크기나 길이와 같은 기하학적 정보와 관계되어 있지 않다. 이러한 과학적 발견은 저항표준을 구현하는데 유용하게 이용되고 있다.
Fig. 4. (a) Quantum Hall effect in GaAs Hall device and resistance standard. (b) Quantum Hall effect and basics. Figures are adapted from [19] with permission. Copyrighted by the Korean Institute of Electrical Engineers.
2019년 5월 20일을 기점으로 시행된 SI 단위 신정의에 의하면 \(\small R_{\mathrm K}\)는 다음의 값을 갖는다.
\[ R_{\mathrm K} =h/e^{2} = 25~ 812.807~ 459~ 304~ 5… ~\Omega \]이 시점 이전의 양자홀 저항표준은 \(\small R_\mathrm{K-90}\)을 사용하였기 때문에 엄밀하게는 SI 저항표준이 아니라 양자역학에 기반한 재현성이 높은 저항표준이었다. 그러나 SI 신정의로 \(\small e\)와 \(\small h\)가 고정됨에 따라 양자홀저항이 SI 저항표준을 실현하고 있다. 저항표준의 보급을 위해서 양자저항표준과 인공물인 일반저항의 정밀비교를 통해서 일반저항의 값을 측정하게 된다. 이때 사용하는 정밀저항비교기는 초전도현상에 기반한 저온전류비교 브릿지(cryogenic current comparator bridge)를 이용한다.22)
양자저항표준은 갈륨비소(GaAs) 기반의 반도체홀소자를 이용하여 구현되고 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을 포함하는 선진표준연구기관은 양자홀현상을 이용하여 10억분의 1 수준의 정밀도로 저항표준을 구현하고 저항표준소급성(traceability)을 필요로 하는 산업 및 첨단 연구에 보급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국제도량형국(Bureau International des Poids et Mesures, BIPM)에서 양자홀저항표준을 구현하는 실험실 전체 장비를 항공으로 운반하여 관련 국가표준기관에 설치하고 온-사이트(on-site)로 해당 연구소의 양자홀저항 표준원기와 직접 비교실험을 수행한다. 이와 같은 신뢰도 평가를 통해서 저항표준의 국제적 동등성(degree of equivalence)을 확보한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은 한국의 표준을 대표하는 기관으로서 세계최고 수준의 저항표준을 구현·보급하고 있다.23) 기존의 갈륨비소(GaAS)를 이용한 양자홀저항표준은 10 테슬라에 가까운 자기장과 극저온(2 K)의 실험환경이 필요하다. 경제적·기술적 관점에서 많은 자원이 요구된다. 표준연구기관에서는 효율적인 양자홀저항 구현 및 유지를 위해서 그래핀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2차원 탄소 단원자층으로 만들어진 그래핀은 기존의 반도체와 구별되는 에너지 밴드구조로 인해서 양자홀저항표준을 획기적으로 쉽게 구현할 수 있다. 그래핀에서 전자는 반도체와 달리 에너지와 모멘텀이 정비례관계를 가지고 있다.24) 이로 인해 그래핀에서 전자는 이상적으로는 유효질량(effective mass)이 없어지게 된다. 그 결과로, 자기장이 인가되었을 때 생성되는 란다우에너지준위 차이가 반도체의 그것보다 10배 이상 커지게 된다. 따라서, 양자홀효과의 구현이 반도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온도와 낮은 자기장에서 가능하다. 심지어, 고자기장하에서는 상온 양자홀효과의 구현이 가능하다.25) 이와 같이 그래핀의 에너지 밴드특성 때문에 양자홀효과의 구현을 위한 기술적인 노력이 획기적으로 줄어들 수 있다. 예를 들면, 냉매순환식 냉동기를 이용하여 상대적으로 작은 자기장(5 T)과 높은 온도(4 K)에서 편리하게 양자홀저항표준을 효율적으로 구현할 수 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에서는 고품질의 에픽탁시얼 그래핀(epitaxial graphene)을 성장하고, 홀소자를 자체적으로 만들 수 있다[그림 5a]. 뿐만 아니라, 그래핀 홀소자를 이용한 양자홀 저항표준을 10억분의 1의 정밀도로 국제비교를 통해 검정하여 저항표준의 신뢰도를 확인하였다.
Fig. 5. (a) Quantum Hall effect in graphene device. Adapted from [19] with permission. Copyrighted by the Korean Institute of Electrical Engineers. (b) Principle of a quad bridge to relate resistance and capacitance in a coaxial geometry.
다른 한편, 산업체 및 전기응용에서 중요한 임피던스표준을 저항표준으로부터 소급할 수 있다. 임피던스표준에서 중요한 전기용량을 저항과 비교하여 값을 결정할 수 있다(그림 5b). 크기가 같고 위상이 90도가 차이 나는 교류전압원을 이용하여 전기용량과 저항을 비교하면, 전기용량은 각진동수와 저항으로 표현된다; \(\small C = 1/\omega R\). 이때 사용되는 인공물인 저항은 수 kHz에서 교류와 직류에서 같은 값을 가지게 특별하게 제작된다. 그러나, 이 인공물은 근본적으로 시간과 환경에 의해서 변화하기 때문에 표준으로서 이상적이지 않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갈륨비소소자로 구현된 교류에서의 양자홀저항으로 인공물을 대체하였으나, 진동수 의존도 및 기생전기용량에 의한 누설전류로 인해서 국가표준연구소에서 널리 사용되고 않고 있다. 그래핀소자의 경우는 갈륨비소소자와 비교하여 실험환경이 수월하고 저항값이 교류에서 진동수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작다. 그래핀을 이용한 양자홀현상에 기반한 양자임피던스 표준확립을 위해서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은 유럽의 대표적인 해외표준연구기관들과 컨소시움을 만들어서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플랑크 상수와 킬로그램
2018년 국제도량형총회에서 의결되고 2019년 5월 20일부터 시행되고 있는 국제단위계에서는 7개 정의상수의 값이 고정되어 있다.26) 7개 정의상수 중 이번 재정의 과정에서 새롭게 고정된 4개의 물리상수는 플랑크상수, 기본전하, 볼츠만상수, 아보가드로상수이다. 원리적으로는 단위재정의가 발효된 시점부터 각 나라에 있는 표준기관이 정의상수를 기반으로 킬로그램을 독립적으로 구현하고 질량단위를 보급할 수 있다.
같은 물리량을 갖는 다른 대상과 비교하지 않고 정의상수를 기반으로 물리량을 구현(realize)하는 실험을 일차 방법(primary method), 일차 방법에 의하여 구현된 대상을 일차 표준기(primary standard)라 한다. 킬로그램을 구현하는 일차 방법은 현재 XRCD(X-ray crystal density) 방법과 키블저울 실험이 있으나 향후 새로운 기술이 제안될 수 있다. 키블저울 실험에서는 물체에 가해지는 중력과 전자기력을 비교하며, 물체가 놓여진 위치에서의 중력가속도, 코일 속도, 코일 전압, 코일 전류를 측정하여 킬로그램을 구현한다.27) 중력가속도와 코일 속도는 빛의 속력과 세슘 원자의 전이 주파수에 소급 가능(traceable)하며 전압과 저항은 조셉슨 효과와 양자홀 효과로부터 소급받을 수 있다. 따라서 키블저울 실험은 빛의 속력, 세슘 전이 주파수, 플랑크상수, 기본전하 등 4개의 정의상수를 기반으로 킬로그램을 구현하는 실험이다.[그림 6 참고]
Fig. 6. Equations in the Kibble balance experiment.
현행 국제단위계에서 사용되는 플랑크상수 값은 CODATA-TGFC(CODATA task group on fundamental constants)에 의해서 2017년에 최소자승법을 이용하여 결정되었다. 플랑크 상수 결정에 사용된 8개 데이터는 통계적으로 일치하지 않았으며, 특히 미국 NIST 키블저울과 독일 PTB XRCD 결과의 차이는 표준편차의 4배이었다. 이와 같은 상황에 대해서 논의한 이후 CCM(consultative committee for mass and related quantities)은 킬로그램을 구현하는 기술이 서로 일치할 때까지 협정값(consensus value)을 기반으로 질량단위를 보급하기로 2017년에 의결하였다.
협정값은 최근 3회의 국제비교 결과를 평균하여 결정하며, (1) 2014년 국제킬로그램원기를 이용하여 결정한 BIPM 질량표준기의 값과 (2) 2016년에 킬로그램 구현 실험 CCM pilot study 결과를 초기값으로 사용한다. 협정값을 결정하기 위하여 킬로그램 구현기술 국제비교 CCM.M-K8.2019가 이루어졌다. 총 7개 기관이 참여하였으며 키블저울 실험을 통하여 참여한 기관이 5개 기관(BIPM, KRISS, NIM, NIST, NRC), XRCD 실험을 통하여 참여한 기관이 2개 기관이었다(PTB, NMIJ).
각 참여 기관은 일차 방법을 이용하여 1 kg 질량표준기 2개의 질량을 결정하고 이를 BIPM에 보내었다. BIPM에서는 각 기관에서 보낸 질량표준기를 질량비교기를 이용하여 서로 비교하였다. 각 기관에서 구현한 질량과 BIPM에서 얻은 질량 차이를 분석하여 가중평균치인 KCRV(key comparison reference value)를 얻게 되며 킬로그램 구현기술이 일치하는 정도를 확인할 수 있다. KCRV는 BIPM 질량표준기로부터 도출된 국제킬로그램원기의 값에 비하여 18.8(7.5) µg 작다. 이번에 시행된 킬로그램 구현기술 국제비교를 통하여 협정값이 결정되어 2021년 2월 1일부터 새로운 단계가 시작되었다.[표 1 참고] 국제킬로그램원기의 질량에 대한 협정값은 1 kg‒2 µg로 결정되었으며 표준 불확도는 20 µg이다. 협정값을 결정하는 킬로그램 구현기술 국제비교는 매 2년마다 시행될 예정이다.
협정값을 정점으로 하는 보급 체계는 일시적이며 궁극적으로는 각국의 표준기관이 독립적으로 킬로그램을 구현해야 한다. 각국의 표준기관이 킬로그램 구현기술을 안정화시키며 정기적인 국제비교를 통하여 일치도 향상을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 키블저울 실험은 진공에서 이루어지므로 진공에서 대기로 질량 표준기를 이송할 때 발생하는 질량 변화 등 질량 표준기의 안정도, 질량 표준기 이송 수단 등에 대한 개발이 필요하다. 단위 재정의 장점 중의 하나는 1 kg 외의 질량 표준기를 직접 구현하는 것이며, 1 mg 미만의 작은 질량 및 힘을 직접 구현하는 기술 개발이 기대된다. 또한 현존하는 킬로그램 구현 기술 외에 새로운 구현기술을 개발하여 불확도 요인을 상호 점검하며 강인하고 안정적인 단위계 구현 구조를 확립하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
[Table 1] Phases for the dissemination of the kilogram.
Phase | Time scale | Description |
---|---|---|
0 | Until 20 May 2019 | Traceability to IPK |
1 | 20 May 2019 – 1 February 2021 | Traceability to h via IPK |
2 | 1 February 2021 – Date 1 | Dissemination via a “consensus value” |
3 | From Date 1 | Dissemination by individual realizations |
맺음말
조셉슨 표준기와 양자홀 표준기는 1990년 이래로 30년 동안 전기 측정의 소급성을 제공하는 최상위 표준기로 자리매김하였다. 거시적 양자 현상에 기초하여 최고의 안정성과 재현성을 통해 SI 볼트와 옴을 “구현”했던 두 표준기는 2019년 5월에 발효된 SI 신정의에 의해 SI 볼트와 옴을 “실현”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과거, SI 암페어의 역학적 정의가 초래한 불확도 요인이 사라졌다는 의미를 가진다. 이러한 변화가 실제 소급 체계(traceability chain)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지만, 측정학적인 관점에서 개별적인 양자표준기가 독립적으로 SI 볼트와 옴을 실현할 수 있다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앞으로 SI 암페어의 실현(특히, 옴의 법칙을 통한 mise en pratique)과 교류 측정의 직접적인 소급성 제공이라는 새로운 목표 달성을 위한 두 표준기의 역할은 더욱 커지게 될 것이다. 한편 이러한 양자 전기 표준은 플랑크 상수에 기반한 새로운 킬로그램의 정의를 가능하게 하였다. 킬로그램을 구현하는 기술의 상호 비교 등 국제적 공동 연구를 통한 발전은 특정 인공물에의 의존 없이 플랑크 상수에 기초하여 결정할 수 있는 누구에게나 평등한 킬로그램의 확산에 기여할 것이다.
- 각주
- 1)BIPM, “The International System of Units (SI),” 9th edition (2019).
- 2)CIPM, “Report of the 77th Meeting,” 56, pp. 44-55 (1988).
- 3)SI brochure의 부록 2와 부록 3은 BIPM(Bureau International des Poids et Mesures) 웹사이트인 www.bipm.org에서 찾아볼 수 있다(인쇄본 없음).
- 4)P. Vigoreux, Metrologia 1, 3 (1965).
- 5)B. N. Taylor, W. H. Parker, D. N. Langenberg and A. Denenstein, Metrologia 3, 89 (19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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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https://www.bipm.org/en/measurement-uni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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