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양자로 측정하기: 양자표준과 미래 메트롤로지
원자의 비고전 양자 상태 기반 계측학
작성자 : 이재훈·석효준 ㅣ 등록일 : 2021-04-05 ㅣ 조회수 : 2,857 ㅣ DOI : 10.3938/PhiT.30.006
이재훈 박사는 University of Arizona, Optical Sciences 박사(2012)로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시간표준그룹에서 책임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다. 미국 캘리포니아공대(Caltech) 박사 후 연구원(2012-2014)을 거쳐 2014년부터 초저온 원자(BEC)를 이용한 물질파 간섭계 연구를 하고 있다. (jhloptics@kriss.re.kr)
석효준 교수는 University of Arizona, Optical Sciences 박사(2014)로 2015년부터 현재까지 공주대학교 물리교육과에 재직 중이며, 원자 및 광역학계(optomechanics)에 기반한 양자 기술에 대한 이론 연구를 하고 있다. (hseok@kongju.ac.kr)
Quantum Metrology Based on Nonclassical Atomic States
Jae Hoon LEE and Hyojun SEOK
Quantum measurements with atoms have been at the forefront of quantum technology and provide crucial information for a better understanding of quantum physics ever since their conception over a century ago. The universality of the quantized energy states of atoms makes the collective state of an atomic ensemble an outstanding platform for quantum-enhanced metrology. We introduce basic concepts regarding the metrological gain acquired from using nonclassical quantum states via multiparticle entanglement. Current challenges and future prospects for further enhancement of the measurement sensitivity through the use of nonclassical atomic states are discussed with reference to the shot noise and Heisenberg limits.
들어가는 말
계측학(metrology)은 하나 혹은 여러 개의 입자로 구성된 물리계의 관측량(observables)을 측정하여 물리계의 특징을 나타내는 파라미터(parameters)를 가능한 정확히 추정하는 연구로, 단위계의 설정에서부터 물리량의 정밀 측정, 높은 신뢰도로 측정값들을 비교할 수 있는 과학적 방법에 대한 연구를 포함한다. 따라서 계측학은 기초 과학뿐만 아니라 산업 전반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
어느 물체의 위치 변화를 측정하기 위해 현재와 1초 후의 위치를 측정할 때, 과학자들은 정확하고 세밀한 눈금을 가진 자(ruler)와 정밀한 시계를 이용할 뿐만 아니라 측정 행위 자체가 물리계를 가능한 덜 교란시키는 방향으로 측정 방법을 고안한다. 만약 더 높은 정밀도로 물체의 위치 변화를 측정하고자 한다면, 더 세밀한 눈금의 자와 더 높은 정밀도의 시계 등을 이용하여 계측 장비의 기술적인 불완전성을 줄이고자 노력할 것이다. 또한 측정 대상이 되는 물리계가 외부와 접촉하고 있어 외부로부터 물리계에 들어오는 노이즈, 예를 들어 열적 노이즈와 같은 외부 노이즈를 제거하고자 노력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고전적인 방식의 정확도 향상은 한계를 가지게 되는데, 이는 기술적인 노이즈와 열적 노이즈가 제거되면 물리계의 양자 역학적 특징들이 부각될 뿐만 아니라 피할 수 없는 양자 노이즈(quantum noise)가 물리계를 교란시키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양자 역학은 계측학에서 항상 좋지 않는 역할을 하는 것일까? 양자 역학을 이용하여 오히려 더 정확하게 물리량을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양자 계측학은 이러한 물음에 대한 연구로, 양자 역학의 도움으로 측정의 정확도와 정밀도를 향상시키는 방안에 대한 연구이다. 양자 계측학은 에너지가 양자화되어 있는 양자계를 이용하거나, 양자 역학적인 특징, 예를 들어 양자 결맞음(quantum coherence), 양자 중첩(quantum superposition), 양자 상관관계(quantum correlation), 양자 얽힘(quantum entanglement), 양자 상태의 비고전성(non-classicality) 등을 이용하여 물리계의 물리량을 보다 정밀하게 측정하는 방법에 대한 연구이다.1)
원자 기반 양자 계측학
양자 계측학에는 다양한 물리계가 사용되는데, 특히 원자(atoms)는 다양한 측면에서 양자 계측학에 이용되기 유리하다. 첫째, 원자는 우주 어디서나 동일하고, 크기와 에너지로 인해 양자적 특징이 잘 드러난다. 따라서 측정 대상이 되는 원자가 어느 곳에 있더라도 동일하게 행동하고, 물리계의 양자 역학적 특징, 예를 들어 물질파 결맞음(matter-wave coherence)이 잘 드러나기 때문에 계측학에서 양자 향상(quantum enhancement)을 얻기 용이하다. 둘째, 원자-광자 상호작용(atom-photon interaction)은 양자 역학의 시작부터 함께 연구되었기 때문에 비교적 잘 알려져 있고, 원자를 통제하는 광학적 기술이 많이 개발되어 있다. 구체적으로 레이저를 포함하여 원자를 광학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양자 기술, 예를 들어 원자 냉각(laser cooling), 원자 포획(laser trapping), 광학적 펌핑(optical pumping) 기술 등으로 인해 원자의 양자 상태를 제어하거나 측정하는 기술들이 다양하게 개발되어 왔다. 원자는 중력, 자기장 등의 물리량 측정에 이용될 뿐만 아니라, 원자를 이용해 측정하는 시간(초)의 경우 기본 단위 중에 가장 정확도가 높고 다른 단위들에 소급되고 있다.2)
원자에 기반한 양자 계측학은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은 일련의 과정을 통해 이루어진다. 특정 양자 상태에 있는 원자를 준비하고(quantum state preparation), 측정하고자 하는 환경 인자(시간, 중력, 자기장, 온도 등)에 의해 원자의 양자 상태를 변화시킨다(quantum state evolution, interrogation). 그 후, 원자-광자 상호작용을 이용하여 원자의 양자 상태를 광자의 세기 또는 위상 정보에 전달하여 광자를 검출하고(quantum state readout), 광자로부터 얻은 정보를 통해 원자의 양자 상태를 추정한다(quantum state estimation). 현재까지 원자를 기반으로 하는 양자 계측학에서는 서로 독립적인 N개의 원자를 특정 상태에 놓이게 하고, 상태 변화와 상태 검출 과정을 거쳐 얻어진 N개의 측정값을 통계적으로 분석하여 물리량을 추정하였다. 주로 환경 인자에 의해 원자의 양자 상태가 변화하는 것과 원자의 양자 상태를 광자에 전달하여 광자를 검출하는 것을 중점적으로 연구하여 측정 정확도와 정밀도를 향상시켜 왔다. 시간의 단위인 초를 정의하고 GPS 시스템의 근간을 이루는 원자 시계가 이러한 연구의 대표적인 예이다.
독립된 검출 값들의 축적으로 측정값을 추정한다면 다른 노이즈보다 측정에 이용되는 원자의 개수에 의한 노이즈가 우세하고, 그러한 노이즈를 산탄 노이즈(shot noise)라고 한다.3) 원자의 개수를 증가시키면 신호와 노이즈가 동시에 증가하지만, 노이즈보다 신호가 증가하는 경향이 커서 원자 한 개를 이용하는 것보다 백만 개를 이용하는 것이 측정값을 추정하는 데 유리하다.[그림 1] 이러한 산탄 노이즈로 인한 측정 불확도를 산탄 노이즈 한계(shot noise limit, \(\small \Delta \theta_{SNL}\))라고 하고, 다음과 같이 표현한다.
\[ \Delta \theta_{SNL} = \frac{1}{\sqrt{N}} \]참고로 양자 계측학에서 산탄 노이즈와 더불어, 측정 행위가 물리계를 교란시키는 것에 기인하는 반동 노이즈(backaction noise)가 기준 양자 한계(standard quantum limit, SQL)를 결정하는데, 현재 양자 계측학에 이용되는 대다수의 물리계는 반동 노이즈를 무시할 수 있는 영역에 있기 때문에 산탄 노이즈 한계를 기준 양자 한계라고도 한다. 그렇다면 산탄 노이즈 한계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양자 얽힘과 양자 피셔 정보
산탄 노이즈 한계는 단순히 동일한 원자들이 독립적으로 행동하기 때문에 제시되는 통계적인 한계로, 물리학적 근본 한계는 아니다. 산탄 노이즈 한계는 계측학에 사용되는 원자의 양자성과 독립성에 기인하는데, 상관 관계가 높은 상태의 원자계를 준비하고 원자계 전반을 아우르는 한 번의 측정을 통해 물리량을 추정한다면 산탄 노이즈 한계를 넘을 수 있다. 구체적으로 원자계의 집단적 상태(collective state)를 각각의 원자의 곱 상태(product state)로 준비하지 않고, 얽힌 상태(entangled state)로 준비한 뒤, 원자계에 대해 한 번의 측정을 통해 물리량을 추정하면 산탄 노이즈 한계보다 최대 \(\small\sqrt{N}\)배 좋은 정밀도로 물리량을 추정할 수 있다. 이러한 양자 상관 관계가 높은 물리계를 이용하여 얻을 수 있는 측정 불확도의 한계를 하이젠베르그 한계(Heisenberg limit, \(\small \Delta\theta_{HL}\))라고 하고, 다음과 같이 표현한다.3)4)
\[ \Delta \theta_{HL} = \frac{1}{N} \]구체적으로 \(\small N\)개의 원자로 구성된 원자계를 고려해보자. 모든 원자가 서로 독립적이면, 원자계의 집단적 상태는 각각 원자 상태의 곱 상태(product state)이다. 어떠한 양자 제어를 통해 원자계의 원자들 중 일부분을 얽힌 상태에 놓이게 할 수 있는데, 그 중 가장 많은 수의 집합의 원자 개수를 k라고 하면, 양자계의 집단적인 상태를 k separable이라고 한다. 따라서 k가 작아질수록, 양자계의 얽힘은 줄어들고, 측정 불확도는 산탄 노이즈 한계에 가까워진다. 반대로 k = N이면 모든 원자의 양자 상태가 서로 얽히게 되고, 원자계의 집단적 상태는 최대로 얽힌 상태(maximally entangled state)가 되며, 측정 불확도는 하이젠베르그 한계에 접근할 수 있다.(그림 1) 주의할 점은 원자계의 집단적 상태가 최대로 얽힌 상태로 준비되었다고 해서 측정 불확도가 하이젠베르그 한계에 도달하는 것은 아니다. 원자계의 집단적 상태를 얽힌 상태로 준비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원자계의 집단적 상태에 대해 한 번의 측정을 통해 물리량을 추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양자계의 집단적 상태에 대한 측정 방법에 따라 측정 불확도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양자계를 어떤 양자적 상태로 준비할 것인지, 어떤 물리적 과정을 거치게 할 것인지, 어떤 물리량을 검출할 것인지 모두가 중요하고, 이때 얻을 수 있는 최소의 측정 불확도가 하이젠베르그 한계이다.
원자계를 어떠한 양자 상태로 준비하고, 양자계를 어떻게 구성해야 측정에 도움이 되는가? 양자 계측학에서 측정 불확도의 이론적 최솟값을 크래머-라오 경계(Cramer-Rao bound)라고 하며 다음과 같이 표현한다.
\[ \Delta \theta_{CRB} = \frac{1}{\sqrt{m F_Q}} \]여기서 \(\small m\)은 독립적인 측정 횟수이고, \(\small F_Q\)는 양자 피셔 정보(Quantum Fisher Information)이다. 양자 피셔 정보는 모든 일반화된 측정에 대한 피셔 정보의 최대값으로, 양자계의 초기 상태, 해밀토니안, 측정하고자 하는 물리량에 의존한다. 간단히 말하면 양자 피셔 정보는 어떤 양자계로부터 측정하고자 하는 물리량에 대해 얼마나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는지를 알려준다. 따라서 한 번의 측정의 경우, \(\small F_Q > N\)인 경우에 측정 불확도가 산탄 노이즈 한계보다 작아져 계측학에서 양자 이득이 존재한다. 하지만 이 식은 측정 불확도의 이론적 최솟값을 알려줄 뿐, 실험 물리학자들이 어떠한 방식으로 어떤 물리량을 측정해야 파라미터 추정의 정밀도를 높일 수 있는지는 알려주지는 않는다.
비고전 양자 상태를 이용한 측정
원자계를 어떤 양자 상태로 준비해야 양자 계측학에서 양자 이득이 가장 높을까? 이는 측정하고자 하는 물리량, 양자 상태를 검출하는 방법, 환경이 가하는 잡음의 종류와 세기에 따라 달라진다. 원자 기반의 양자 계측학에서 사용되는 비고전적 양자 상태 중 가장 유명하고 널리 사용되는 상태는 스핀 조임 상태(spin squeezed state)이다.7) 원자들의 스핀이 모두 한 방향으로 정렬해 있으면 원자계의 집단적 양자 상태는 결맞은 스핀 상태(coherent spin state)가 되는데, 이때 서로 직교하는 두 방향의 스핀 불확정성은 대칭적이다. 스핀 조임 상태는 대칭적인 스핀의 불확정성이 특정 방향으로 줄어든 상태이다. 물론, 불확정성 원리에 의해 불확정성이 줄어든 스핀 방향에 수직인 스핀의 불확정성은 커진다. 따라서 스핀 조임 상태는 회전대칭이 깨진 가우시안 분포를 나타낸다. 양자 계측학에서는 불확정성이 줄어든 방향의 스핀을 이용하여 물리량을 측정하는데, 불확정성을 줄이면 줄일수록 측정 불확도가 하이젠베르그 한계에 가까워지나 가우시안 상태의 한계로 인해 끝내 하이젠베르그 한계까지는 도달하지 못한다. 현재에도 원자의 스핀 조임 상태를 이용한 이론 및 실험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최근 비가우시안(non-Gaussian) 분포를 가진 양자 상태를 이용하여 측정 성능을 향상하려는 연구가 대두되고 있다. 특별한 양자 얽힘을 통해 위그너 분포(Wigner distribution)8)의 고주파 성분(세밀함)을 정밀 측정에 최대한 유리한 방향으로 이용하고자 하는 것이다. NOON 상태가 비가우시안 양자 상태의 대표적인 예 중 하나이다.9) 원자계를 이루는 모든 원자(바닥 상태와 들뜬 상태의 이준위계)가 모두 바닥 상태와 모두 들뜬 상태의 결맞은 중첩 상태에 있다면, 보손(boson)의 경우 NOON 상태, 페르미온(Fermion)의 경우 슈뢰딩거 고양이 상태(Schrodinger cat state) 또는 GHZ 상태라고 한다. 이상적인 상황에서 NOON 상태에 있는 원자계에 대한 양자 피셔 정보 \(\small F_Q = N^2\)이고, 이는 측정 불확도가 하이젠베르그 한계까지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모든 원자 N개가 얽혀 있는 NOON 상태의 위그너 분포는 N차의 구면 조화 함수로 인해 1/N 배율로 세밀해진 구조를 가진다. [그림 2(c)]는 N=100일 때 NOON 상태의 위그너 분포를 블로흐 구(Bloch sphere)10)에서 보여주는데, N이 클수록 적도 상에 있는 간섭 무늬의 진동수도 함께 커져 z축 방향으로의 회전에 대해 매우 민감해진다. 이때 z축 방향으로의 회전은 양자 상태의 위상 변화를 의미하며 원자 기반의 물질파 간섭계 실험에서는 대부분 위상 변화를 측정한다. 위그너 분포를 통해 직관적으로 알 수 있듯이 NOON 상태는 결맞은 스핀 상태뿐만 아니라 스핀 조임 상태보다도 위상 변화에 대해 민감하여 측정 불확도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실험실에서 원자들 간의 양자 얽힘을 얻기 위해 다양한 물리계에서 다양한 기술들을 이용하고 있다. 증기 상태의 원자 또는 레이저 냉각된 원자의 경우, 원자-광자 상호작용에 기반하여 원자들 간의 양자 얽힘을 구현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광자에 의해 매개된 원자 간의 상호 작용을 이용하거나, 광자의 비고전적 양자 상태를 원자에 전달하는 방법으로 양자 얽힘을 만들 수 있다.11) 또한 빛을 이용한 비파괴 측정을 통해서도 원자계에 양자 얽힘을 생성할 수 있다.12) 극저온에 놓인 초저온 원자(ultracold atom)의 경우, 느린 움직임으로 인한 원자 간의 충돌에 기반하여 원자들 간의 양자 얽힘을 구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보즈-아인슈타인 응축체(Bose-Einstein condensate, BEC)의 경우, 증기 상태의 원자에 비해 원자의 운동량의 크기가 매우 작고, 원자 기체의 밀도가 높아 원자들 사이의 거리가 드브로이 파장보다 작다. 따라서 BEC 내의 각 원자의 파동함수가 서로 중첩되어 원자의 위치나 스핀과 같은 양자 상태가 얽히게 된다.13) 능동적인 제어 방식으로 원자계의 양자 얽힘을 생성하고자 한다면 초저온 원자를 광포텐셜에 포획하고 서로 충돌하도록 수송할 수도 있다.14) 포획된 이온(trapped ion)의 경우, 이온들 간의 쿨롱 상호 작용(Coulomb interaction)을 통해 양자 얽힘을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이온들의 운동 상태를 가장 정밀히 조절할 수도 있다.15) 최근 원자-광자 상호작용을 기반으로 하는 다양한 인공 원자(artificial atoms) 등이 개발되어 양자 정밀 측정에 이용되고 있다. 예를 들어 초전도 소자(superconducting circuit),16) NV-센터(NV color center),17) 초소형 정밀 역학계(Micro-Electro Mechanical Systems)18) 등이 양자 계측학에 이용되어 측정 장비의 소형화, 온칩 플랫폼(on-chip platform) 채용, 특정 주파수 대역에서 정밀도 향상 등이 보고되고 있다.
비고전 양자 상태의 적용
그렇다면 원자 기반의 계측학에서 NOON 상태와 같은 비가우시안 양자 상태를 사용하는 데 어떤 어려움이 있을까? 기술적인 노이즈와 함께 원자계를 제어하는 데 있어 발생하는 비균질성(inhomogeneity)으로 인해 다수의 원자에 양자 얽힘을 생성하기 어렵다. 또한 다수의 레이저 제어 장비뿐만 아니라 초고진공 시스템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많고 원자와 광자 간의 상호작용을 돕기 위한 정밀 광학 장비까지 필요할 수도 있다. 실험 장치를 잘 만들어서 양자계의 얽힘 상태를 생성했다고 하더라도 양자 토모그래피를 통해 위그너 분포의 고차 모멘트를 측정해야 하므로 얽힘 상태를 확인하는 것 또한 어렵다. 뿐만 아니라, 양자계의 집단적 물리량을 측정해야 하므로 그에 적절한 측정법을 고안하고 실험적으로 구현하는데 많은 연구와 시행 착오가 필요하다. 위에서 언급한 기술적인 어려움보다 더 근본적인 어려움은 비가우시안 양자 상태가 외부 노이즈에 매우 취약하여, 작은 교란에 의해서도 얽힘 상태가 붕괴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어려움들을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양자계의 양자 얽힘은 부분계 사이의 상호작용에 기반하므로, 더 강한 상호작용을 하는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 예를 들어 광공진기(optical cavity) 또는 나노포토닉스(nano-photonics)와 같은 광학 장치들을 이용해 원자-광자 상호작용을 증가시키는 새로운 기술들이 연구되고 있다.19) 또한 양자 얽힘에 대해 외부 노이즈의 효과를 줄이기 위해 노이즈의 근원을 찾고 차폐하거나 능동적으로 상쇄시키도 하고,20) 외부계와 물리계 사이의 상호작용(reservoir engineering)을 조절하여 외부 노이즈에도 결맞은 양자 얽힘이 유지되는 비가우시안 상태를 이용하기도 한다.21) 마지막으로 비가우시안 상태를 적절한 영역에서만 유지하여 측정 신뢰도를 높이는 동적 해밀토니안 공학(dynamic Hamiltonian engineering) 기술들이 연구되고 있다.22)
맺음말
왜 이렇게 하이젠베르그 한계에 도달하려고 노력하는 것일까? 측정에 사용되는 원자계를 구성하는 원자의 갯수가 클수록 산탄 노이즈 한계와 하이젠베르그 한계의 차이는 크다. 예를 들어 일반적인 레이저 냉각 원자 실험에서 사용되는 원자의 갯수는 100만 개 정도인데, 이때 산탄 노이즈 한계와 하이젠베르그 한계의 차이는 1000배이다. 하이젠베르그 한계에 도달하기 매우 어렵지만 보다 정밀한 측정이 과학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아주 크므로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측정 정밀도와 측정 정확도의 한계는 과학의 수준을 제한한다. 갈릴레오에게 먼 물체를 정밀하게 볼 수 있는 광학 망원경이 없었다면 태양계에 대한 그의 이해는 극히 한정되었을 것이고, 현대에 사는 우리에게 시간을 고정확도로 측정하는 원자 시계가 없었다면 블랙홀을 시각화할 수 없었을 것이다.23) 앞으로는 다양한 학문 분야에서 양자 기술이 적극적으로 활용될 것이고, 계측학에서 기존의 정밀도와 정확도의 한계를 넘기 위해 양자 기술의 적용은 필수적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양자 계측학은 양자 기술이 가장 먼저 구현되어야 하는 분야이며, 비고전 양자 상태를 이용한 양자 측정은 이러한 기술 발전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 각주
- 1)C. L. Degen, F. Reinhard and P. Cappellaro, Rev. Mod. Phys. 89, 035002 (2017).
- 2)SI Brochure. BIPM. p. 130 (2019).
- 3)V. Giovannetti, S. Lloyd and L. Maccone, Phys. Rev. Lett. 96, 010401 (2006).
- 4)물리계 측정의 점근적 한계는 위 식에 불확도가 커지는 방향으로 π 만큼 보정해 주어야 한다는 이론 연구가 최근 보고되었다.5) 반대로, 원자의 비선형성을 이용하거나 양자 제어 기반 되먹임(quantum controlled feedback)과 같은 기술들을 이용하여 하이젠베르그 한계를 넘었다고 보고되는 사례들도 있다.6) 이 글에서는 선형 커플링에 대해 양자 피셔 정보로부터 산출되는 가장 일반적인 하이젠베르그 한계에 대해 소개한다.
- 5)W. Górecki, R. Demkowicz-Dobrzański, H. M. Wiseman and D. W. Berry, Phys. Rev. Lett. 124, 030501 (2020).
- 6)M. Napolitano, M. Koschorreck, B. Dubost, N. Behbood, R. J. Sewell and M. W. Mitchell, Nature 471, 486 (2011).
- 7)D. J. Wineland, J. J. Bollinger, W. M. Itano, F. L. Moore and D. J. Heinzen, Phys. Rev. A 46, R6797 (1992).
- 8)양자 상태를 나타내는 준확률분포(quasiprobability distribution) 중 하나이다.
- 9)H. Lee, P. Kok and J. P. Dowling, J. Mod. Opt. 49, 2325 (2002).
- 10)이준위계는 상대적인 위상 차이를 가진 중첩 상태로 존재할 수 있기 때문에 원자의 상태를 구 상과 내부의 점으로 표현할 수 있다. 이러한 구를 블로흐 구라고 한다.
- 11)J. Hald, J. L. Sørensen, C. Schori and E. S. Polzik, Phys. Rev. Lett. 83, 1319 (1999).
- 12)A. Kuzmich, L. Mandel, J. Janis, Y. E. Young, R. Ejnisman and N. P. Bigelow, Phys. Rev. A 60, 2346 (1999).
- 13)C. Gross, H. Strobel, E. Nicklas, T. Zibold, N. Bar-Gill, G. Kurizki and M. K. Oberthaler, Nature 480, 219 (2011).
- 14)M. Cramer, A. Bernard, N. Fabbri, L. Fallani, C. Fort, S. Rosi, F. Caruso, M. Inguscio and M. B. Plenio, Nat. Comm. 4, 2161 (2013).
- 15)K. C. McCormick, J. Keller, S. C. Burd, D. J. Wineland, A. C. Wilson and D. Leibfried, Nature 572, 86 (2019).
- 16)Y. Sung, F. Beaudoin, L. M. Norris, F. Yan, D. K. Kim, J. Y. Qiu, U. Lupke, J. L. Yoder, T. P. Orlando, S. Gustavsson, L. Viola and W. D. Oliver, Nat. Comm. 10, 3715 (2019).
- 17)J. F. Barry, J. M. Schloss, E. Bauch, M. J. Turner, C. A. Hart, L. M. Pham and R. L. Walsworth, Rev. Mod. Phys. 92, 015004 (2020).
- 18)I. Shomroni, L. Qiu, D. Malz, A. Nunnenkamp and T. J. Kippenberg, Nat. Comm. 10, 2086 (2019).
- 19)A. Goban, C.-L. Hung, S.-P. Yu, J. D. Hood, J. A. Muniz, J. H. Lee, M. J. Martin, A. C. McClung, K. S. Choi, D. E. Chang, O. Painter and H. J. Kimble, Nat. Comm. 5, 3808 (2014).
- 20)S. Zhou, M. Zhang, J. Preskill and L. Jiang, Nat. Comm. 9, 78 (2018).
- 21)J. H. Lee, J. Suh and H. Seok, Phys. Rev. A 98, 043821 (2018).
- 22)J. Choi, H. Zhou, H. S. Knowles, R. Landig, S. Choi and M. D. Lukin, Phys. Rev. X 10, 031002 (2020).
- 23)The Event Horizon Telescope Collaboration et al., Astrophys. J. Lett. 875, L1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