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지난호





|

특집

양자로 측정하기: 양자표준과 미래 메트롤로지

초정밀 광주파수 원자시계

작성자 : 허명선·유대혁·이원규 ㅣ 등록일 : 2021-04-05 ㅣ 조회수 : 3,989 ㅣ DOI : 10.3938/PhiT.30.005

저자약력

허명선 박사는 서울대학교 박사(2007)로 현재 표준과학연구원 시간표준그룹장으로 재직 중이다. 미국 매사츄세츠공대(MIT) 박사 후 연구원(2010-2012)을 거쳐 2013년부터 1차 주파수 표준기 개발 연구를 하고 있다.(hms1005@kriss.re.kr)

유대혁 박사는 서울대학교 박사(2000)로 현재 한국표준과학연구원에 재직 중이다.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원(NIST) 객원연구원(2005-2006)을 거쳐 2008년부터 이터븀 광격자 시계 개발 연구를 하고 있다.(dhyu@kriss.re.kr)

이원규 박사는 서울대학교 박사(2002)로 현재 한국표준과학연구원에 재직 중이며 이터븀 광격자 시계 개발 연구를 하고 있다.(oneqlee@kriss.re.kr)

High-Accuracy Optical Frequency Atomic Clock

Myoung-Sun HEO, Dai-Hyuk YU and Won-Kyu LEE

Frequencies have been the most accurately measured physical quantity since the second was defined in 1967 based on the microwave atomic transition of a Cs atom. Recently, atomic clocks using optical frequency transitions have shown an order of magnitude better accuracy than microwave clocks. Thanks to their high accuracy and resolution, atomic clocks have become a new tool for investigations involving fundamental science and technology, such as the search for dark matter, gravitational wave detection, the temporal variation of fundamental constants, relativistic geodesy, quantum metrology, and the advanced Global Navigation Satellite System (GNSS). In addition, a redefinition of the second based on the optical frequency is expected. In this paper, we review the principles and applications of optical clocks.

들어가는 말

우리는 알게 모르게 시간에 의존하는 삶을 살고 있다. 우리의 선조들은 두 시간 단위인 12간지(干支) 시간으로도 충분했었지만, 과학기술이 고도로 발달한 현재에는 훨씬 정확한 시간에 맞추어 살아가고 있다. 사람들과 약속할 때는 분 단위, 티켓 예약할 때는 초 단위, 자율 주행이나 드론은 밀리초(천분의 1초), 무선통신은 마이크로초(백만분의 1초)의 정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현대 생활의 필수품인 네비게이션의 경우, 우주를 떠다니는 원자시계인 GPS 위성에서 날아 오는 전자기파를 이용한 거리 측정을 해야 하기 때문에, 나노초(10억분의 1초) 수준의 정확도를 요구하고 있다. 이렇게 우리 삶의 근간을 이루는 시간은 원자시계를 기반으로 생성되는 협정세계시(UTC, coordinated universal time)로 유지되며, 전 세계 사람들이 동일한 보조를 맞추어 살고 있다. 시간의 기본 단위인 “초”는 1967년부터 외부의 영향이 없는 정지해 있는 세슘 원자의 바닥상태에 존재하는 두 개의 초미세에너지 간의 전이주파수를 9 192 631 770 Hz로 정의하여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정확하게 구현한 세슘 시계들이 협정세계시가 항상 일정하게 유지되도록 하고 있다. 최근 이보다 주파수가 1만 배 이상 높은 광주파수 영역의 광시계가 개발되면서, 기존의 세슘 시계를 뛰어넘는 성능을 보이고 있고, 2019년에 네 개의 기본단위가 재정의되었듯이 “초”도 새로운 정의를 앞두고 있다. 이러한 광시계의 원리와 응용, 그리고 새로운 가능성에 대해 기술해 보고자 한다.

원자시계의 원리와 광시계

원자시계를 설명하기 앞서서 일반적인 시계의 원리를 살펴보자. 손목시계나 벽시계 등 대부분의 시계들은 일정한 주기로 진동하는 “주파수 발생기(local oscillator)”와, 이 진동자의 주기를 초, 분, 시 단위로 바꾸어 주는 “주파수계수기(frequency counter)”로 이루어져 있다.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주파수 발생기인 수정 진동자의 경우 주변 환경의 영향이나 경년 변화 등으로 느려지거나 빨라질 수 있다. 따라서 주파수 발생기의 주파수를 측정하여 항상 일정한 값이 유지되도록 하는 주파수의 기준이 필요하며, 원자시계의 경우 “원자의 내부의 변하지 않는 양자 상태를 이용하여 주파수를 측정”하기 때문에 “원자시계”라고 불리운다. 이러한 원리를 [그림 1]에 나타내었다.

Fig. 1. Schematic diagram of a microwave (MW) and an optical clock. RF: radio frequency, OCXO: oven-controlled crystal oscillator, DRO: dielectric resonator oscillator, CSO: cryogenic sapphire oscillator Fig. 1. Schematic diagram of a microwave (MW) and an optical clock. RF: radio frequency, OCXO: oven-controlled crystal oscillator, DRO: dielectric resonator oscillator, CSO: cryogenic sapphire oscillator.

현재 초의 정의를 이루는 근간이 되는 시계는 세슘 원자를 이용한 원자시계(그림 1의 중간)이며, [그림 2]에서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지난 수십 년간 원자시계는 주파수 발생기, 주파수 계수기, 그리고 원자를 이용한 주파수 측정 기술의 세 가지가 함께 발전하면서 정확도가 점점 증가하였다(그림 2의 녹색 점). 특히 광학적 펌핑, 레이저 냉각 등 획기적인 원자 제어 기술의 발달로 탄생한 세슘 분수시계(atomic fountain clock)의 등장과 함께 세슘 원자를 이용한 주파수 측정의 정확도도 점점 개선되었다. 현재 가장 좋은 세슘 분수시계의 경우 약 1.5\(\small\times\)10‒16 수준의 불확도(uncertainty)를 가지고 있으며, 이 값은 약 2억 년에 1초 정도 틀리는 수준이다.

Fig. 2. Evolution of fractional frequency uncertainties of atomic frequency standards based on microwave (Cs clocks, green dots) and optical transitions (optical clocks, red dots). Lower uncertainty means better accuracy. On the right, years taken for 1 s deviation corresponding to the accuracy uncertainty are depicted.
Fig. 2. Evolution of fractional frequency uncertainties of atomic frequency standards based on microwave (Cs clocks, green dots) and optical transitions (optical clocks, red dots). Lower uncertainty means better accuracy. On the right, years taken for 1 s deviation corresponding to the accuracy uncertainty are depicted.

이어 개발된 “광시계”도 원자시계의 일종으로서, 그림 1의 맨 아래와 같이, 우리가 눈으로 볼 수 있는 빛의 주파수인 수백 THz 대역의 주파수발생기(레이저)와 이러한 광주파수 대역의 에너지 차이를 갖는 양자 상태를 가지고 있는 원자를 이용한 원자시계이다. 기존의 마이크로파 대역보다 1만 배 이상 주파수가 높기 때문에 더 정밀한 측정이 가능하여, 훨씬 높은 정확도를 기대할 수 있다. 실제로 그림 2를 보면 광시계가 1900년대 말에 등장하면서 정확도가 매우 빠르게 증가하였고, 최근에는 이미 가장 정확한 세슘 시계보다 100배 가량 높은 정확도의 광시계들이 보고되고 있다. 다만 이렇게 높은 주파수를 이용할 경우, 앞서 언급한 주파수발생기, 주파수 계수기 그리고 원자를 이용한 주파수 측정에 새로운 기술이 필요하다. 이 세 가지 부분에 대해 아래에 기술하고자 한다.

광시계에 사용되는 원자나 이온

먼저 광시계에 사용될 수 있는 원자 또는 이온의 종류에 대해서 알아보자. 가시광 영역의 레이저와 반응하여, 양자상태가 바뀌는 많은 원자들이 존재하지만, 광시계에 활용하려면 몇 가지 조건을 만족하여야 한다. 실제 측정할 광주파수 전이에 해당하는 “시계 전이선”은 Q(=시계전이주파수/시계전이선폭)값이 충분히 크면서 외부의 전자기장의 영향이 적어야 한다. 동시에 레이저 냉각이나 양자상태 측정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비교적 강한 전이선이 있는 원자나 이온들이 이에 해당한다. 먼저 시계전이선의 Q값에 대해 고려해 보면, 레이저와 원자의 상호작용의 주된 메커니즘인 쌍극자 전이(dipole transition)선의 경우 전이 확률이 높기 때문에 들뜬 상태의 선폭이 수 MHz 정도로 넓어서 시계 전이선으로 활용하기 어렵다. 그래서 광시계에 활용되는 원자는 이러한 쌍극자 전이가 일차적으로 금지되는 전이선을 주로 활용하게 되며, 선폭은 대략 1 mHz에서 1 Hz 수준이다. 대개 최외각 전자가 “쌍”으로 존재하는 원자나 이온들이며, 주기율표상에서는 2족(Sr)과 12족(Cd, Hg) 그리고 란탄계열(Yb)의 “중성원자”와, 이온의 경우는 최외곽 전자가 3개인 13족 원자에서 전자가 하나 적은 이온(In+, Al+)들이 이에 해당한다. 이 경우 시계전이선은 스핀 홑겹(spin singlet) 상태인 바닥 상태 1S에서 스핀 삼겹(spin triplet) 상태인 들뜬 상태 3P로의 전이선이 된다. 쌍극자 전이는 스핀상태를 바꿀 수 없기 때문에, 일차적으로는 허락되지 않는 전이선이지만, 핵과의 상호작용으로 생기는 다른 들뜬 상태 간의 혼합으로 선폭이 매우 좁은 약한 전이가 존재할 수 있다. 최외각 전자가 하나인 이온(Ca+, Sr+, Hg+, Yb+)도 광시계로 사용될 수 있으며, 이 경우에는 쌍극자가 아닌 사중극자전이(2S→2D), 팔중극자전이(2S→2F)가 활용된다.

두 번째 조건은 레이저 냉각이나 상태 측정에 사용 가능한 비교적 강한 순환 전이(cycling transition)선이 존재해야 한다. 열적 요동에 의해 움직이는 원자는 속도에 따라 불균일한 도플러 효과가 생기기 때문에, 운동에너지를 충분히 줄일 수 있는 레이저 냉각이 가능해야 하기 때문이다. 위의 [그림 3]과 같이 시계 전이선이 있는 대부분의 원자나 이온이 강한 전이선(파란색)을 가지고 있다. 다만 Al+와 In+ 등의 13족 이온의 경우에는 강한 전이선의 파장이 200 nm 이하로서 레이저를 구하기 어렵기 때문에, 레이저 냉각이 가능한 다른 이온과 동시 냉각하는 방법을 사용하고, 측정도 다른 이온과 전자기력을 이용한, 양자논리분광(quantum logic spectroscopy)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1)

Fig. 3. Schematic level diagram of ions and neutral atoms for optical clocks. Blue lines are strong dipole transitions used for cooling and detection. Yellow lines are for clock transition, red lines for repump, and green lines for quantum logic spectroscopy (for group-13 ions only) and narrow line cooling.[1]
Fig. 3. Schematic level diagram of ions and neutral atoms for optical clocks. Blue lines are strong dipole transitions used for cooling and detection. Yellow lines are for clock transition, red lines for repump, and green lines for quantum logic spectroscopy (for group-13 ions only) and narrow line cooling.1)

마지막으로는 중성원자를 사용하는 광시계의 경우, 여러 개의 원자를 사용하게 되므로 원자들끼리 또는 외부와의 상호작용이 작아야 한다. 이를 위해 극저온에서 양자산란(quantum scattering)이 적은 페르미온 동위원소를 가지고 있는 원자를 주로 사용하게 된다. 양자 시뮬레이터로 널리 사용되는 자기모멘트가 큰 어븀(Er)이나 디스프로슘(Dy)과 같은 원자는 광시계용으로는 적합하지 않다. 또한 주변 환경으로부터 오는 흑체복사에 의한 영향이 가능한 작은 원자를 사용하는 것이 정확도를 높이는 데 유리하다.2) 최근에는 전자보다 이러한 외부 섭동에 매우 둔감한 원자핵 내부에서 일어나는 전이를 이용한, 일명 “핵시계”를 만드려는 시도도 진행되고 있다.3)

초미세선폭 레이저와 광주파수 빗

앞서 언급된 광주파수 시계 전이의 경우 그 선폭이 10 mHz 수준으로 매우 작기 때문에, 이러한 전이선을 관찰하기 위한 “시계레이저”의 선폭이 광시계의 안정도를 결정하는 주요한 요인이 된다. 일반적인 레이저의 경우 선폭이 kHz 이상이기 때문에, 광시계에 사용하기 위해서는 선폭이 매우 좁은 초공진기(finesse 200,000 이상)를 사용하여, 선폭을 Hz 또는 그 이하의 수준으로 줄이는 기술이 필요하다. 초공진기의 공진주파수에 안정화하여 선폭을 줄이는 방식이므로 온도나 진동에 의한 공진기 길이 변화에 더 민감해지기 때문에, 공진기의 재료부터 모양이나 지지점 등을 잘 설계하여야 한다. 공진기는 [그림 4(a)]와 같이 두 개의 “거울”과 간격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간격자(spacer)”로 구성된다. 공진기의 두 거울 사이의 길이가 공진기의 주파수를 결정짓게 되므로, 길이 변화를 최소화할 수 있는 재질로 간격자(spacer)를 제작하여야 한다. 현재는 초저팽창(ultra low expansion, ULE) 유리와 실리콘이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다. ULE로 만든 공진기의 경우 상온에서 열팽창률이 매우 작을 뿐만 아니라, 열팽창계수가 0이 되는 온도가 상온 근처에서 존재하기 때문에 널리 사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간격자뿐만 아니라, 거울 코팅에 사용되는 비결정형 유전물질의 열적요동에 의한 영향을 줄이기 위해, 결정 구조의 물질로 코팅된 거울을 사용하는 시도도 하고 있다. 표준과학연구원도 이러한 거울과 30 cm 길이의 ULE 간격자를 이용하여 공진기를 제작하고 있다(그림 4(b) 참조). 그림 4의 (d)와 같이 공진기는 진동에 의한 길이의 변화가 최소가 되는 지점 위에 거치하고, 외부의 온도에 의한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여러 겹의 열 차폐와 함께 진공조 안에 설치한 뒤, 추가로 제진대와 방음 체임버를 이용해 진동과 소리의 영향을 최소화하였다. 그림 4(c)는 진공조 내에 설치된 공진기의 사진이다. 모든 잡음 요인을 제거한다고 가정했을 때, 남아 있는 잡음은 열적 요동에 의해 한계가 지어지며, 그 수준은 5\(\small\times\)10‒17이 되도록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4) 그리고 간격자로 사용되는 또 다른 물질은 실리콘 결정이다. 이는 가시광선에는 불투명하지만, 통신파장인 1.5 mm에서는 투명하고, 액체 질소를 활용할 수 있는 약 124 K에서 열팽창계수가 0이 되는 지점이 존재한다. 극저온에서 동작하기 때문에 열적 요동이 적어서, 현재 보고된 시계레이저 중 가장 좁은 선폭인 5 mHz까지 도달하였다.5) 최근에는 이보다 낮은 액체 헬륨 온도인 4 K에서 더 좁은 선폭을 얻으려는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6)

Fig. 4. (a) Schematic diagram of the optical cavity. (b) A room-temperature ULE cavity with crystalline-mirror-coated fused-silica substrates being developed in KRISS (center). (c) The cavity is enclosed with thermal shields inside the vacuum chamber.[4] (d) Schematic diagram of the whole setup of the optical cavity.
Fig. 4. (a) Schematic diagram of the optical cavity. (b) A room-temperature ULE cavity with crystalline-mirror-coated fused-silica substrates being developed in KRISS (center). (c) The cavity is enclosed with thermal shields inside the vacuum chamber.4) (d) Schematic diagram of the whole setup of the optical cavity.

실제 시계로 동작하려면 이렇게 안정화되어 있는 레이저의 주파수를 측정하여, 우리가 쓸 수 있는 시, 분, 초를 생성할 수 있는 주파수계수기가 필요하다. 기존의 전기적인 방법으로는 수백 THz인 광주파수를 잴 수 없었기 때문에, 21세기 초반에 등장한 광주파수 빗(optical frequency comb) 기술이 광시계 발전에 획기적인 발판을 마련했다고 할 수 있다. 광주파수 빗은 펨토초 모드록 레이저의 일종으로서 펨토초의 폭을 가지고 일정한 주파수 간격으로 생성되는 펄스 형태의 레이저이다.7) 이를 주파수 관점에서 바라보면 [그림 5]와 같이 매우 일정한 간격을 갖는 레이저 모드들의 집합과 같다. 일종의 광주파수 영역의 자가 되는 셈이다. 레이저의 주파수를 재려면, 자로 길이를 재는 방식과 비슷하게, 가장 가까운 눈금의 주파수 정보와 그 눈금과 레이저 주파수의 차이 값만 알면 된다. 현재는 10‒17~10‒18 수준의 불확도로 광주파수의 측정이 가능하다.

Fig. 5. Description of the femto-second mode-locked laser in time and frequency domain.[8]
Fig. 5. Description of the femto-second mode-locked laser in time and frequency domain.8)

원자나 이온을 이용한 주파수 측정

원자의 종류와 초미세선폭 레이저 및 광주파수 빗이 준비되면, 남아 있는 기술은 원자를 이용한 광주파수 측정 기술이다. 상온에서 원자는 매우 빠른 속도로 열적 운동을 하기 때문에, 원자 하나하나의 선폭은 작아도, 도플러 효과로 인해 GHz 이상의 불균일한 주파수 분포를 가질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열에너지를 줄이면서, 동시에 측정을 위한 레이저를 조사했을 때, 튕겨나가지 않도록 준비하는 방법이 먼저 필요하다. 전하를 띠는 이온의 경우는 레이저 냉각과 함께, 전자기장을 이용하여 공간 상의 한 지점에 이온을 가두어 둘 수 있다. 중성원자의 경우는 레이저 냉각으로 수 mK까지 열적 요동을 줄인 다음, 정상파 모양의 레이저 우물에 가두는 방식을 사용한다. [그림 6]과 같이 이러한 정상파가 원자가 느끼기에 격자 우물 구조를 이루기 때문에, 중성 원자를 이용한 광시계들을 “광격자 시계(optical lattice clock)”라고도 칭한다. 충분히 깊은 광격자를 사용하면, 시계레이저가 조사될 때 원자가 튕겨나가지 않는 램-디케(Lamb-Dicke) 조건을 만족할 수 있음도 알려졌다. 여기서 생기는 한가지 문제는 시계전이선의 바닥상태와 들뜬상태의 에너지가 광격자 레이저에 의해 다르게 변할 수 있으며, 이 경우 시계 전이선의 주파수가 외부 영향이 없을 때의 원자의 고유 주파수와 달라질 뿐 아니라, 위치에 따라서도 달라지게 된다. 2000년대 초반에 동경대학의 카토리(H. Katori) 교수가 두 상태의 에너지 변화를 동일하게 만들어 시계 전이 주파수는 변화가 없도록 하는, 일명 “마법 파장(magic wavelength)”이 존재함을 밝혀서 이 문제가 해결되었고,9) 비로소 광격자시계가 “시계”로서 동작할 수 있었다.

Fig. 6. (Top) The optical lattice generated by standing waves.[9] (Bottom) The lattice potential felt by atoms in the excited state (3P0) and the ground state (1S0).
Fig. 6. (Top) The optical lattice generated by standing waves.9) (Bottom) The lattice potential felt by atoms in the excited state (3P0) and the ground state (1S0).

이제 이렇게 준비된 원자를 이용하여 주파수를 측정하는 원리에 대해 알아보자. 원자의 양자 상태를 이용한 측정 기술은 양자 기술의 발전과 함께 원자시계뿐만 아니라 중력계, 가속도계, 자기장 센서 등의 목적으로 널리 연구되고 있고,10)11) 실제 제품으로도 판매되고 있다. 원자로 주파수를 측정하는 방법과 이러한 양자측정센서의 원리는 근본적으로 동일하다. 원자를 이용한 양자센서는 기본적으로 [그림 7]과 같은 순서로 동작한다. 원자는 바닥상태(\(\small\left| g\right>\))와 들뜬상태(\(\small \left| e\right>\))의 두 가지 상태가 존재한다고 가정하며, 이는 블로흐 구(Bloch sphere)에서 스핀상태로 볼 수 있다. 먼저는 원자를 생성하기 가장 쉬운 양자 상태로 원자를 “초기화(initialization)”한다(①). 그리고 측정하고자 하는 물리량(가속도, 자기장, 주파수 등)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는 양자상태로 원자를 “준비(preparation)”한다(②). 많은 경우 양자상태의 위상(phase)이 가장 민감하게 변하게 되며, 이를 가장 민감하게 측정할 수 있는 바닥상태와 들뜬상태의 중첩상태를 만들게 된다. 그리고 원자는 외부에서 들어오는 여러 물리량에 의해 그 상태 또는 위상이 변하게 되며(③), 단계의 마지막에서는 원자의 “상태를 측정”함으로써, 물리량에 의한 영향을 얻어내게 된다(④). 이러한 양자센서의 개념으로 원자시계를 다시 표현한다면, “주파수발생기의 주파수를 원자기반 양자센서로 읽어서, 항상 일정한 주파수가 되도록 유지하는 장치”라고 할 수 있다. 뒤에서 설명하겠지만 특히 ②의 단계에서 스핀조임상태(spin squeezed state) 등 얽힘 상태를 이용하여, 민감도를 높여서 원자시계의 정밀도를 높이려는 연구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Fig. 7. Sequence of quantum sensing using atoms. Each of electronic states (top) and Bloch spheres (middle) represent a quantum state at each step. The Bloch sphere is used to show the phase evolution of the atomic state in the external field. The electromagnetic pulse which can rotate the state by ¼/2 on the Bloch sphere is often used to prepare the superposition state and make the final measurement of the atomic state (bottom).
Fig. 7. Sequence of quantum sensing using atoms. Each of electronic states (top) and Bloch spheres (middle) represent a quantum state at each step. The Bloch sphere is used to show the phase evolution of the atomic state in the external field. The electromagnetic pulse which can rotate the state by \(\small\pi\)/2 on the Bloch sphere is often used to prepare the superposition state and make the final measurement of the atomic state (bottom).

시간단위의 재정의와 새로운 과학

주파수란 기본적으로 횟수를 세는 것이기 때문에, 자의 눈금에 해당하는 “간격”이 충분히 세밀하고 정확하기만 하면 어떤 물리량보다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다. 그래서 1981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아서 레너드 숄로우(Arthur Leonard Schawlow) 박사는 “주파수가 아니면 측정하지 말라(Never measure anything but frequency)”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실제 사용되는 7개의 기본 단위 중에 가장 높은 정확도로 구현되고 있으며, 2019년 물리상수를 기반으로 단위가 재정의되면서12) 물질량을 제외한 모든 단위에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그림 8 참조]. 그리고 기존의 시간 단위를 가장 정확하게 구현하던 세슘 분수시계보다 100배의 정확도를 가지고 있는 광시계가 속속 출현함에 따라 머지 않아 광주파수를 기반으로 한 “초”의 재정의도 이루어질 예정이다.

Fig. 8. Dependencies between seven base units, before and after the redefinition in 2019.
Fig. 8. Dependencies between seven base units, before and after the redefinition in 2019.

그리고 중력파 검출기의 감도가 증가하면서 2016년 중력파를 검출하고, “중력파 천문학”이라는 분야를 새로 열었던 것처럼, 전례 없는 정확도의 광시계의 등장으로 기존에 관측하기 어려웠던 물리 현상을 관측하는 새로운 도구로도 사용되기 시작하고 있다.13) 예를 들어 현재 입자 반입자의 비대칭성이나 암흑물질에 대한 설명이 어려운 표준 모형을 넘어서는 여러 이론들에서 물리상수가 시간에 따라 변할 수 있다고 기술하고 있지만, 워낙 시간에 따라 변하는 양이 적어서 관측에 어려움이 있다. 전자기 상호작용과 관련된 단위가 없는 대표적인 물리상수 중 하나인 미세구조상수가 시간에 따라 변할 수 있음을 매우 먼 거리에 있는 준성체(quasar) 관측을 통해 유추하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광시계를 사용할 경우 훨씬 정확한 측정이 가능하다. 광시계에 사용하는 원자들마다 이러한 물리상수의 변화에 대한 민감도가 다르기 때문에 광시계들끼리 주파수 비를 잘 측정하면, 매우 높은 정밀도로 물리상수의 변화를 측정할 수 있다.14)15)16)17) 또한 시간과 공간의 유기적인 상관관계를 다룬 상대성이론의 직접적인 검증18)19)20)을 할 수 있으며, 10‒18 불확도의 광시계는 1 cm 높이 변화에 의한 시간의 변화를 감지할 수 있기 때문에 상대론적 측지21)22)23)24)라는 새로운 측지 기술로 사용될 수도 있다. 이 밖에도 중력파 측정,25) 암흑물질 탐색26)27)28) 등에서 중요한 도구로 사용될 가능성도 제시되고 있다.

Fig. 9. Clock sequence using spin squeezed state on the Bloch sphere.
Fig. 9. Clock sequence using spin squeezed state on the Bloch sphere.

광시계를 여러 새로운 과학의 도구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양자상태 측정의 정밀도를 더 향상시킬 필요성도 제기된다. 이를 위해 서로 독립적인 원자를 측정하면서 겪게 되는 양자잡음의 한계인 표준양자한계(standard quantum limit)를 뛰어넘어, 양자얽힘 등을 이용한 양자메트롤로지29) 기술이 본격적으로 연구되고 있다. 특히 원자시계에서는 스핀조임상태(spin squeezed state)30)를 이용한 기술이 구현 가능하면서도, 잡음에 강하기 때문에, 최근에 각광을 받고 있다. 그림 7에서 표현되었듯 일반적으로 양자잡음은 두 개의 직각인 측정 축에 대해 균일하게 분포하지만(그림 7의 붉은색 원형), 비선형 상호작용을 이용하면 [그림 9]와 같이 한 축의 양자잡음을 다른 축보다 줄인 스핀조임상태를 만들 수 있다. 이미 마이크로파 대역의 시계에서는, 표준양자한계를 넘는 결과들이 발표되었고, 최근에 MIT에서 이터븀 원자를 광학공진기와 결합시켜 얻은 스핀조임상태를 이용하여 광시계의 잡음을 줄이는데 성공하였다.31) 측정원리는 앞서 그림 7에서 설명한 순서와 비슷하지만, 모든 측정 축에 대해 양자 잡음이 대칭인 결맞음스핀상태(coherent spin state)를 사용하는 대신에 위상측정을 하게 되는 축의 불확도를 낮춘 스핀조임상태를 사용하게 되면, 그림 9와 같이 위상을 더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어서, 시계의 정밀도를 표준양자잡음한계 이하로 낮출 수 있다. 이러한 실험들은 아직 개념 증명(proof-of-principle)의 수준이지만, 머지않아 현재의 시계 안정도를 혁신적으로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맺음말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앨리스가 흰 토끼에게 다음과 같이 질문을 한다. “영원이란 얼마나 긴 거야?” 이 물음에 흰 토끼는 “때론 1초에 지나지 않아”라고 대답한다. 현재 정확도가 10‒18 수준에 도달한 광시계는 우주가 탄생했을 때 가동을 시작했다 해도 1초도 틀리지 않는 시계들이다. 영원과 1초가 맞닿아 있는 과학의 영역이라고 말할 수 있다. 광시계는 이러한 정확도와 정밀도로 우주의 원리를 밝히는 새로운 과학 영역을 개척해 나가는 중요한 도구로 사용될 뿐 아니라, 차세대 기술로 각광 받는 양자시뮬레이터, 양자센서의 기반 기술로 사용되며, 실용화 단계에서는 더 정확한 네비게이션, 더 빠르고 신뢰도 높은 통신 및 인터넷 환경 등에 기여할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각주
1)A. D. Ludlow et al., Rev. Mod. Phys. 87, 637 (2015).
2)D.-H. YU et al., Phys. High Technol. 23(6), 24 (2014).
3)L. von der Wense and B. Seiferle, Eur. Phys. J. A 56, 1 (2020).
4)W. K. Lee et al., IFCS/EFTF 2019 - Jt. Conf. IEEE Int. Freq. Control Symp. Eur. Freq. Time Forum, Proc. 10 (2019).
5)D. G. Matei et al., Phys. Rev. Lett. 118, 263202 (2017).
6)J. M. Robinson et al., Optica 6, 240 (2019).
7)T. H. Yoon, Phys. High Technol. 14(12), 28 (2005).
8)J. Ye and S. T. Cundiff, Femtosecond Optical Frequency Comb: Principle, Operation, and Applications (Springer, Norwell, MA, 2004).
9)H. Katori, Optical Lattice Clocks and Quantum Metrology, Nat. Phot. 5, 203 (2011).
10)C. L. Degen et al., Rev. Mod. Phys. 89, 1 (2017).
11)J. Kitching et al., IEEE Sens. J. 11, 1749 (2011).
12)H. S. LEE, Phys. High Technol. 27(3), 2 (2018).
13)M. S. Safronova et al., Rev. Mod. Phys. 90, 1 (2017).
14)R. M. Godun et al., Phys. Rev. Lett. 113, 210801 (2014).
15)T. Rosenband et al., Science 319, 1808 (2008).
16)N. Huntemann et al., Phys. Rev. Lett. 113, 210802 (2014).
17)B. M. Roberts et al., New J. Phys. 22, 093010 (2020).
18)M. Takamoto et al., Nat. Photonics 14, 411 (2020).
19)C. Sanner et al., Nature 567, 204 (2019).
20)P. Delva et al., Phys. Rev. Lett. 118, 1 (2017).
21)T. Takano et al., Nat Phot. 10, 662 (2016).
22)J. Grotti et al., Nat. Phys 14, 437 (2018).
23)C. W. Chou et al., Science 329, 1630 (2010).
24)T. E. Mehlstaubler et al., Reports Prog. Phys. 81, 064401 (2018).
25)S. Kolkowitz et al., Phys. Rev. D 94, 1 (2016).
26)A. Derevianko and M. Pospelov, Nat. Phys. 10, 933 (2014).
27)A. Arvanitaki et al., Phys. Rev. D. 91, 1 (2015).
28)P. Wcis et al., Sci. Adv. 4, 1 (2018).
29)L. Pezzè et al., Rev. Mod. Phys. 90, 035005 (2018).
30)M. Kitagawa and M. Ueda, Phys. Rev. A 47, 5138 (1993).
31)E. Pedrozo-Peñafiel et al., Nature 588, 414 (2020).
취리히 인스트루먼트취리히 인스트루먼트
물리대회물리대회
사이언스타임즈사이언스타임즈


페이지 맨 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