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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연구결과 소개
등록일 : 2021-06-02 ㅣ 조회수 : 2,027Hydrogen Control of Double Exchange Interaction in La0.67Sr0.33MnO3 for Ionic-Electric-Magnetic Coupled Applications 이재현, 하영경, 이신범(대구경북과학기술원), Advanced Materials 33, 2007606 (2021). 물리학자는 물질의 성질을 가역적으로 조절하기 위해 오랜 시간 동안 전기장, 자기장, 압력 등 도구를 사용해 왔다. 최근에 이온 농도 및 분포라는 새로운 인자를 통해 전기적, 자기적, 광학적 물성을 가역적으로 조절하고, 이를 이용하여 새로운 소자를 개발하려는 노력이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예를 들어, 산화물 박막과 전극 사이의 계면에 산소 빈자리(oxygen vacancy)를 축적하면 쇼트키 장벽(Schottky barrier)을 조절할 수 있어서 멤리스터(memristor, TiO2, TaOx 등)가 개발되었다. 이온 액체(ionic liquid) 게이트에 전기장을 걸면 산소 빈자리의 생성에 따라 비금속-금속 전이를 일으킬 수 있어서 이온 스위치(VO2, SrCoO2.5 등)로 활용이 가능하다. 수소 분위기에서 열처리하면 비금속-금속 전이를 보여서 전기 촉매(WO3 등)의 선택적 사용이 가능하고 연료 전지의 내구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 특히, 소자의 크기를 나노미터로 줄이면 이온의 느린 속도를 극복하고 이온이 소자에 깊숙이 침투할 수 있어 효과를 향상시킬 수 있다. 대부분의 물질들은 이온에 의해 전기성 또는 자성의 개별적인 조절만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Co/GdOx 계면에서 GdOx의 산소 빈자리를 Co쪽으로 몰리게 하면 Co의 자성이 변한다. 리튬이온을 주입하여 Fe2O3의 자성을 변화시킬 수 있다. 다층 그래핀, 다층 MoS2에 리튬 이온을 삽입하면 전기성이 변한다. ▲ 이신범 교수 연구팀은 La0.67Sr0.33MnO3에 양성자(H+)를 주입하여 Mn3+와 Mn4+ 간의 이중 교환 상호작용을 가역적으로 조절하여 전기성과 자성을 동시에 제어하였다. La0.67Sr0.33MnO3(LSMO)는 Mn3+와 Mn4+ 간의 이중 교환 상호(double exchange interaction) 작용에 의해 거대 자기 저항(colossal magneto-resistance)을 보이는 물질로, 산소 빈자리의 축적에 의해 전기성과 자성의 동시 제어가 가능하여 최근에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온-전기성-자성의 결합 효과라는 독특한 관찰에 대한 물리적 메커니즘에 대한 이해는 여전히 부족하다. 전자띠 구조(electronic band structure) 관점에서 이온은 전기성과 자성에 동시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가? 산소 빈자리를 이용하려면 매우 높은 온도(>500oC)에서 며칠 동안 진공 또는 산소 하에서 열처리해야 하는 가혹한 조건이 필요한데, 이를 벗어나 낮은 열처리 온도와 짧은 시간 내에서도 이온-전기성-자성의 결합효과가 발생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 높은 온도에서의 열처리는 박막의 표면에 스트론튬 입자의 분리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 이온 액체 게이트는 상온에서 물성을 제어하는 데 성공적으로 사용되었지만, 액상 재료를 이용하면 소자를 상용화할 수 없다. 대구경북과학기술원의 이재현 학생, 하영경 학생(공동 제1저자), 이신범 교수 연구팀은 LSMO 박막에 가장 작은 이온인 양성자(H+)를 주입하여 전기성과 자성을 동시에 제어하는데 성공하였다. 강자성 금속인 LSMO 박막을 수소(5%+아르곤 95%)에서 열처리하면 강자성 비금속이 되었으며 아르곤(100%)에서 열처리하면 강자성 금속으로 복귀한다. 산소 빈자리에 의한 전이와 비교하면, 양성자에 의한 전이는 200oC 이하의 훨씬 낮은 온도와 수분의 짧은 시간 내에 발생하는 장점이 있다. 비금속-금속 전이 현상은 수소의 분해에 따라 양성자와 전자가 LSMO에 주입되어 발생함이 명확하다. 우리는 강자성 비금속으로 전이된 박막에 대해 비행시간 질량 분석계(time-of-flight mass spectrometer)를 사용하여 다량의 양성자를 발견하였다. 또한, 엑스선 광전자 방출 분광법(X-ray photoemission spectroscopy)을 이용하여 망간 이온의 감소된 산화 상태를 확인하였다. 양성자에 의한 전기성과 자성의 동시 제어는 Mn3+와 Mn4+ 간의 이중 교환 상호 작용의 조절에 의해 발생한다. 엑스선 회절법(X-ray diffractometer)에 의하면 양성자가 주입될 때 LSMO의 격자가 비대칭으로 길어지는 Jahn-Teller 효과가 발생한다. 엑스선 흡수 분광법(X-ray absorption spectrometer) 및 엑스선 선편광 이색성 분광법(X-ray linear dichroism)에 의하면 양성자가 주입될 때 Mn3+와 Mn4+ 간의 이중 교환 상호 작용이 억제된다. LSMO의 이온-전기성-자성 결합 현상은 우수한 재현성, 장기적 안정성, 저항과 자기 모멘트의 선형적 변화를 가지므로 소자와 에너지를 포함한 다양한 응용이 가능하다. 또한, 이온이 에너지와 관련하여 주로 연구되어 온 점에 비추어 볼 때, 이온에 의한 물리적 물성의 조절은 물리와 화학의 융합 학문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
Realization of Superabsorption by Time Reversal of Superradiance 양대호, 오승훈, 한준석, 손기범, 김진욱, 김준기, 이문주, 안경원 (서울대), Nature Photonics 15, 272 (2021), DOI: 10.1038/s41566-021-00770-6. ▲ a. 실험장치도. 원자들이 y축 방향으로 날아가고 공진기가 z축 방향으로 위치해 있다. 10 나노미터 두께의 실리콘 나이트라이드 막에 가로 280 nm, 세로 190 nm의 구멍이 격자모양으로 5000개가 뚫려있다. 대부분의 원자들은 실리콘 나이트라이드 막에 가로막히고 구멍이 뚫려있는 위치로만 원자들이 통과한다. 이렇게 통과한 원자들은 상태 제어용 레이저(초록색)에 의해 초방사 상태로 준비된다. 준비된 원자들이 공진기를 통과하면서 공진기 내부의 빛(파란색)을 흡수하며 초흡수가 일어난다. b. 일반 흡수와 초흡수의 비교. 원자를 바닥상태에 준비하면 일반 흡수(OA)가 일어난다. 그러나 동일한 원자수의 원자들을 양자중첩상태로 준비하고 위상을 조절하면 초흡수(SA)를 발생시킬 수 있다. 초흡수가 일어나 광자가 완전히 흡수된 이후에는(240 ns 이후) 더 이상 흡수할 광자가 없어져서 초방사가 진행된다. 위 실험조건(원자수~10) 아래에서 초흡수가 흡수한 광자 수와 동일한 광자 수를 일반 흡수로 원자에 흡수시키려면 약 10배의 원자가 필요하다. 초흡수란 결맞은 양자중첩상태로 존재하는 원자들의 상호작용에 의해 빛의 흡수 속도가 빨라지는 현상을 지칭한다. 초흡수의 어원은 초방사에서 기원한다. 1954년 미국의 물리학자 디케(Robert H. Dicke)는 밀도가 높은 원자들에서 빛의 방출 속도가 원자 수의 제곱에 비례해 빨라지는 현상을 예측하고 이를 ‘초방사’로 명명하였다. 초방사에서는 원자들 간의 상관관계가 존재하기 때문에 원자에서 방출된 빛들이 서로 보강간섭을 일으켜 방출된 빛의 세기가 개별적으로 방출하는 경우에 비해 매우 강한 특성을 보이게 된다. 이후 초방사를 일으킬 수 있는 초방사 상태의 원자들은 양자역학의 시간역행대칭성에 의해 초방사뿐만 아니라 초흡수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 이론적으로 예측되었다. 그러나 초방사 상태로 원자를 준비한다고 해도 초흡수뿐 아니라 초방사가 일어날 수 있는 조건도 동시에 만족되어, 원자들이 빠르게 초방사를 일으켜 빛을 방출했기에 초흡수의 실험적 관측이 불가능했다. 이후 몇몇 이론 논문들에서 초방사는 억제하고 초흡수만을 일으킬 수 있는 조건을 제안하였으나 실험적 어려움으로 인해 아직 초흡수가 관측된 적은 없었다. 초흡수를 일으키기 위해서는 초방사 상태의 원자들이 빛을 방출하지 않고 빛을 흡수할 수 있도록 원자와 광자의 상태를 제어해야 한다. 본 연구에서는 초방사 현상의 시간역행과정을 구현함으로써 초흡수를 실현하였다. 공진기 내부에 특정 초방사 상태의 원자가 존재할 때 원자들은 양자중첩상태 위상에 의해 결정된 위상의 빛을 내놓으며 초방사 현상을 일으킨다. 본 연구진은 수학적으로 해당 위상의 반대되는 위상의 빛을 공진기 내부에 준비하면 시간역행과정이 진행된다는 것을 밝혔다. 그리고 실험을 통해 해당 상태의 원자와 빛을 준비하여 초흡수를 구현하였다. 본 연구진은 위상이 정렬된 양자중첩상태의 원자들을 준비하기 위해 구멍 간 간격이 원자의 전이 파장과 동일한 체스보드 모양의 나노 구멍 격자를 사용하였다. 나노 구멍 격자는 선행연구에서 단원자 초방사를 관측하는데 사용된 바 있다[Junki Kim et al., Science 359, 662 (2018)]. 구멍을 통과하는 원자들의 위상이 원자의 전이 파장과 동일한 파장의 상태 제어용 레이저에 의해 모두 동일해져서 초방사 상태의 원자가 준비된다. 동시에 흡수할 빛의 위상을 측정하여 초방사 상태의 원자들의 위상을 제어하는 레이저에 되먹임(feedback)을 가함으로써 시간역행과정이 일어나도록 원자의 양자중첩상태를 제어하였다. 이와 같은 실험 장비를 통해 초흡수와 일반 흡수의 흡수 효율을 비교한 결과 초흡수의 흡수 효율이 월등하게 높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그리고 흡수 속도를 비교한 결과 약 10개의 원자를 사용한 실험에서 일반적인 흡수에 비해 초흡수가 10배 이상 빠른 흡수를 보이는 것을 실험적으로 관측하였다. 즉 흡수 속도는 원자수 만큼 빨라진다. 또한 일정 시간 동안 흡수된 빛의 양이 원자 수의 제곱에 비례한다는 것을 측정하여 초방사와 정확히 반대가 되는 특성을 가짐을 확인하였다. 초흡수의 최초 구현은 빛의 흡수 속도를 대폭 향상시켰다는 점에서 그 가치가 높다. 고효율로 빛을 원자에 흡수시킬 수 있기 때문에 빛 에너지를 전기 에너지 혹은 화학에너지로 바꾸는 빛 에너지 수확에 응용될 수 있다. 또한 초흡수 과정에서 빛의 위상이 원자의 위상으로 전이되기 때문에 양자정보처리에 응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Pseudo-Halide Anion Engineering for \(\alpha\)-FAPbI3 Perovskite Solar Cells 정재기, 김민진, 서종득, Haizhou Lu, Paramvir Ahlawat, Aditya Mishra, Yingguo Yang, Michael A. Hope, Felix T. Eickemeyer, 김맹숙, 윤영진, 최인우, Barbara Primera Darwich, 최승주, 조임현, 이준희, Bright Walker, Shaik M. Zakeeruddin, Lyndon Emsley, Ursula Rothlisberger, Anders Hagfeldt, 김동석, Michael Grätzel & 김진영, Nature 592, 381 (2021). ▲ (위) FAPbI3 페로브스카이트 구조와 HCOO- 구조. (아래)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전력변환효율. 전 세계적인 인구증가와 디지털화로 인해 에너지 소비량이 매년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 이후 늘어나는 에너지 수요와 탄소배출 억제를 위한 친환경 신재생에너지 연구가 시급해졌고, 이러한 관점에서 무한한 에너지를 가지고 있는 태양에너지의 활용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그로 인해 태양광소자가 더욱더 주목받게 되었으며 현재 상용화된 실리콘 기반 태양전지가 가지는 뛰어난 효율과 안정성을 유지하면서 설치 공간의 제약과 가격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차세대 소재의 개발이 필요한 상황이다. 최근 에너지 반도체 분야에서 전 세계적으로 페로브스카이트 소재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어 뛰어난 결과들이 발표되고 있다. 페로브스카이트는 구성 및 조성 조절을 통해서 물성을 쉽게 제어할 수 있는 것이 큰 장점인데, 특히 ABX3(A: 1가 양이온, B: 금속 양이온, X: 할로겐 음이온) 구조를 가지는 할라이드계 페로브스카이트 소재는 화학 조성 변경으로 태양광 흡수영역(밴드갭) 확장 및 제어가 가능해 태양전지 광활성층의 차세대 소재로서 주목받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A의 위치에는 methyl ammonium(MA), formamdinium ammonium(FA), ethylammonium(EA), cesium(Cs), rubidium(Rb) 등과 같은 다양한 유-무기물 등이 연구되고 있고, B의 위치엔 lead(Pb), tin(Sn), germanium(Ge), magnesium(Mg)과 같은 물질들이 보고되었다. 하지만 X 위치의 물질들에 관한 보고는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Cl‒, Br‒과 I‒ 이외에는 부족한 실정이다. X 위치의 할로겐 음이온에 대한 연구는 낮은 안정성과 높은 민감도로 인해 연구의 진입장벽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이러한 때에, 울산과학기술원 에너지공학과의 김진영 교수와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김동석 박사 연구팀은 X 위치의 할로겐 음이온 위치를 주목하여 ‘유사할로겐 음이온 물질’(Pseudo-halide Anion)인 포메이트(HCOO‒)를 페로브스카이트 구조에 넣어 상호작용하는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이를 통해 페로브스카이트 광활성층의 전기적·화학적 성질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키는데 성공하였다. 포메이트 물질은 페로브스카이트 광활성층의 전기적·화학적 특성을 비약적으로 향상시켰다. 먼저, 광활성층 내 전하의 수명을 기존에 비해 50% 가까이 증가시켜 많은 전하를 전기에너지로 바뀔 수 있게 하였다. 또한 페로브스카이트 박막의 결정입도를 증가시켰고 수직성장을 가능하게 만들어 결정성을 향상시켰다. 뿐만 아니라 유사할로겐화물이 기존의 할로겐 음이온으로 사용되고 있던 Br‒, I‒, Cl‒와 BF‒보다 음이온 공석에 대한 결합에너지가 가장 높아 광활성층 내의 결함을 빠르게 막아주는 것을 분자동역학적 시뮬레이션(Molecular dynamic simulation)을 통해 확인하였다. 본 연구팀은 소자의 히스테리시스(Hysteresis) 특징을 억제하기 위해 메조스코픽 구조를 사용하였다.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의 전력변환효율은 25.6%를 기록하였고 미국의 공인인증기관 Newport에서 25.21±0.8%의 전력변환효율을 인증받았다. 무엇보다도, 개방전압 손실의 경우, Shockley-Queisser가 제시한 한계치의 96%의 값을 기록하였고 이는 페로브스카이트 박막 내의 비방사재결합(Non-radiative recombination)을 유사할로겐화물이 효과적으로 줄여줘서 가능한 것이다. 소자의 높은 안정성도 향후 상용화나 대량생산적인 측면에서 기대감을 준다. 태양전지 소자는 박막봉지(Encapsulation) 없이 20% 이하의 습도에서 보관했을 때 1000시간 동안 초기효율의 87% 이상을 유지했으며 60℃ 이상의 온도하에서도 80% 이상의 열적 안정성을 확보하였다. 더욱이 작동안정성(Operating stability)도 450시간 동안 80% 이상의 초기효율을 확보하였다. 유사할로겐 음이온 물질은 차세대 태양전지 소재로 활용될 뿐만 아니라 다양한 광전자소자에 사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벌크(bulk) 구조의 형성에 도움을 주어 페로브스카이트 발광 다이오드, 디텍터(센서) 그리고 열전소자 연구에 활용될 수도 있다. 기존 실리콘 등의 무기물 전자 소자에 비해 공정과정이 간단하고 제작비용이 저렴한 장점도 있다. |
Odd-parity Spin-triplet Superconductivity in Centrosymmetric Antiferromagnetic Metals 이승훈(서울대), 최홍철(IBS-CCES), 양범정(서울대), Physical Review Letters 126, 067001 (2021). ▲ 유효 시간역적대칭성이 존재하는 (a) 그리고 존재하지 않는 (b) 반강자성체. 각 경우 페르미 표면 스핀 분극 부재 (c) 혹은 존재 (d) 여부가 관련 초전도 상태의 대칭성과 위상성질을 결정. 자성(magnetism)과 초전도(superconductivity) 상태의 상관관계를 이해하는 것은 응집물질 물리학의 중요한 주제이다. 고온 초전도 현상이 관측된 구리 산화물과 철기반 화합물을 비롯한 강상관계 물질에서는 반강자성 기저상태와 초전도 상태 사이에 밀접한 관계가 존재함이 잘 알려져 있고, 자성 기저상태가 고온 초전도 현상의 근본 원인이 될 수 있음이 여러 선행연구들을 통해 제안이 되었다. 특히 반강자성 기저상태의 양자임계점(quantum critical point) 근방의 강한 요동현상이 고온초전도체 짝짓기 과정(pairing mechanism)의 근본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서 많은 연구들이 진행되어 왔다. 자성 양자임계현상에 기반한 연구들은 금속상태를 상자성 상태로 가정하고 상자성 전하 운반자 사이의 상호작용을 자성 요동현상이 어떻게 매개하는지에 초점을 맞춘다. 하지만 많은 초전도 물질들에서 초전도 기저상태가 자성 양자 임계점에서 상당히 벗어나서 존재하고, 안정된 자성 기저상태와 초전도 상태가 공존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자성 양자임계현상보다는 자성체의 대칭성이 금속상태의 페르미 준위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는 것이 초전도 상태의 성질을 이해하는데 중요하다. 실제로 금속 물질의 자성 기저상태가 관련 초전도 상태의 근본 성질에 큰 영향을 주는 대표적인 예가 강자성 금속의 스핀 삼중항(spin-triplet) 초전도 현상이다. 강자성 금속은 자화로 인해 스핀-업 전자와 스핀-다운 전자의 에너지가 달라지게 되는데 이로 인해 페르미 표면에서도 스핀 분극이 나타난다. 이 경우 페르미 표면의 전자 중 운동량이 정확히 반대인 전자의 스핀 방향이 같게 되는데, 이 경우 스핀-삼중항 초전도 상태가 스핀-단일항(spin-singlet) 초전도 상태보다 낮은 에너지를 가지게 된다. 반면 상자성 금속에서는 스핀-업, 스핀-다운 전자들의 에너지가 항상 같은데, 이로 인해 에너지띠가 항상 스핀 축퇴(spin degenerate)가 되어 있다. 이 경우 페르미 표면에서 반대 운동량을 가지는 전자들 사이에는 스핀-단일항 초전도가 생기는 것이 에너지 면에서 더 유리하다. 이러한 이유로, 강자성 금속에서는 스핀-삼중항 초전도가, 상자성 금속에서는 스핀-단일항 초전도가 선호된다. 그렇다면, 반강자성 금속 상태는 어떤 초전도 상태를 선호하는가? 일반적으로 반강자성 상태는 시간역전 대칭성(time-reversal symmetry)을 깬다는 점에서 강자성 상태와 비슷하다. 하지만 Neel 상태와 같은 반강자성 기저상태의 스핀 정렬상태의 대칭성을 잘 따져보면, 시간역전 대칭성과 부분 격자 병진(partial lattice translation)을 합쳐서 정의된 유효 시간역전 대칭성이 유지되는 것을 알 수 있다.[그림 (a)] 이런 유효 시간역전 대칭성은 금속의 에너지 띠구조에서 스핀-업 전자와 스핀-다운 전자의 에너지가 같을 조건을 준다. 결국 반강자성 금속의 페르미 표면상태는 상자성 금속의 경우와 매우 닮아있고, 이로 인해 스핀-단일항 초전도 상태가 선호된다. 그렇다면 반강자성 금속에서 스핀-삼중항 초전도 상태가 유도될 수도 없는가? 본 연구에서는 이 흥미로운 질문에 해답을 제시한다. 반강자성 금속에서 스핀-단일항 초전도가 선호되는 근본적인 이유는 유효 시간역전 대칭성의 존재 때문이므로, 이 대칭성을 깰 수 있으면 스핀-삼중항 상태도 기대를 해볼 수 있다. 실제로 스핀-업 상태와 스핀-다운 상태의 on-site 포텐셜이 다르거나, 국소적으로 반전대칭성이 깨져있는 반강자성 상태가 많은 물질들에서 존재하는데, 이런 물질들에서는 자체적으로 유효 시간역전 대칭성이 깨져있다. 이런 물질들의 페르미 표면의 스핀 분극 상태를 살펴보면, 강자성 금속에서와 비슷하게 스핀 분극이 존재함을 알 수 있다. 이는 곧 이 물질에 초전도가 유도되면 스핀-삼중항 상태가 선호될 수 있다는 뜻이다. 본 연구에서는 유효 시간역전 대칭성이 깨진 반강자성 금속에서 스핀-삼중항 초전도 상태가 일반적으로 선호됨을 증명하였다. 뿐만 아니라 많은 경우, 해당 스핀-삼중항 초전도 상태가 독특한 위상성질을 가짐을 규명하였다. 이 연구 결과는 그동안 큰 주목을 못 받았던 반강자성 금속의 초전도 현상이 새로운 자성 위상 초전도 현상을 관측할 수 있는 새로운 장이 될 수 있음을 제안한 것으로 많은 후속 연구들을 통한 실험적인 규명이 기대된다. |
Universal Theory of Dynamic Force Microscopy for Exact and Robust Force Reconstruction Using Multiharmonic Signal Analysis 김성훈, 고준혁, 제원호(서울대), Phys. Rev. Lett. 126, 076804 (2021). ▲ 모델 탐침-시료 상호작용 힘을 복원한 결과. (a) 고조파 신호 분석을 기반으로 힘을 복원했을 때 모델 힘(주황 점선)과 복원 결과(빨간 실선)가 잘 일치함을 확인할 수 있다. 진동진폭 오류를 고려해서 복원했을 경우(빨간 점선) 오류가 없을 때와 뚜렷한 차이가 없으며, 이는 복원 과정이 강인(robust)함을 나타난다. (b) 기존의 방법론(SJ method)으로 복원한 결과 부정확할 뿐 아니라 진동진폭 오류에 대해 변동이 심하다. 모델 힘의 크기를 여러 상수 값(scaling factor)으로 곱한 뒤 복원했을 때 (c) 힘의 최솟값과 (d) 최소지점까지 절대적 거리이다. 제시한 방법을 사용했을 때 힘을 더 잘 분간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시료까지의 거리를 정확하게 알 수 있다. 원자 힘 현미경(AFM)은 원자 수준에서 물질의 구조적 혹은 역학적 특성을 관측할 수 있기에 응집물질 물리학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도구 중 하나이다. 이는 거시적으로 밖에 이해할 수 없었던 다양한 물리적 현상에 대한 국소적 정보를 제공해주어 원자 혹은 분자 간 상호작용의 관점에서 본질적인 이해를 가능하게 하였다. AFM이 이러한 높은 분해능을 가질 수 있는 이유는 탐침이라고 불리는 켄틸레버 끝에 달린 수 나노~마이크로미터 두께의 바늘과 시료 사이 상호작용 힘을 측정하기 때문이다. 특히, 정적 모드 AFM과 달리, 탐침을 진동시켜 측정하는 동적 모드 AFM, 즉 dynamic force microscopy(DFM)은 signal-to-noise ratio(SNR)이 높고 원자 간 반발력과 같이 짧은 거리에서 유효한 힘에 대한 민감도가 높다는 장점이 있어 높은 정밀도와 분해능이 요구되는 실험에서 사용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로는 탄소 화합물의 공유 결합 이미징, 원자 간 거리에 따른 물리-화학적 힘 규명, 나노 크기 액체의 응결 현상 연구 등이 있다. 한편, DFM의 힘 측정 방법은 여전히 자명하지 않다. 일반적으로 DFM의 탐침은 마치 천장에 용수철(\(\small k\))로 매달린 질량(\(\small m\))으로 이루어진 단순 조화 진동자(\(\small \omega_0=\sqrt{k/m}\))로 설명할 수 있다. 만일 외력으로 바닥에서 끌어당기는 용수철(\(\small k^\prime\))로 정의된 인력이 존재한다고 가정해보자. 그렇다면 이 탐침의 조화진동수(\(\small\omega\))가 감소(\(\small\Delta\omega\)\(\small =\)\(\small-k^\prime /2m\omega_0\))할 것이고 그것은 외력의 미분값, 즉 \(\small k^\prime\)로 결정된다. 물론 외력이 선형적이라면 \(\small\omega\)의 변화를 측정하여 외력의 미분값의 정보를 알 수 있다. 하지만, 일반적인 경우 외력은 용수철과 같이 선형적이지 않기 때문에 \(\small\Delta\omega\)가 다음과 같이 적분식으로 표현된다. \[ \Delta\omega(z) = \frac{\omega_0^2}{2\pi kA} \int_0^{\frac{2\pi}{\omega}} F_{ts} (z+A\cos(\omega t)) \cos(\omega t)\, dt. \]여기서, \(\small z\)는 탐침-시료 간 거리, \(\small R_{ts}\)는 외력, \(\small A\)는 진동자의 진폭이다. 따라서 측정값으로부터 힘, 혹은 그것의 미분값을 복원하기 위해서는 위와 같은 적분식을 역변환해야 하는 비자명한 문제를 풀어야 한다. DFM의 힘 측정을 위한 대표적인 힘 복원 방법은 Sader과 Jarvis가 2004년에 발표한 방법(SJ method)이다. 이 방법은 DFM의 탐침이 조화진동을 하고 있다는 가정하에 도출되었으며, 간단한 적분을 통해 높은 정확도로 힘을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보고에 의하면 SJ method는 힘의 감쇠길이에 상응하는 진폭범위에서는 힘이 부정확하고 수치적으로 불안정적으로 복원된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그 이유는 탐침이 조화진동을 하고 있다는 가정이 감쇠길이에 해당하는 범위에서 더 이상 성립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순히 해당 범위의 진폭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해법이 될 수 없는 이유는 그 범위에서 DFM 탐침의 진동의 측정이 용이하기 때문이다. 만일 그 범위 밖의 진폭을 사용하게 된다면 SNR이 낮아 긴 측정 시간이 요구되며 부차적인 실험 절차가 수행되어야 한다. 이에 따라 DFM 학계에서는 모든 진폭에서 정확하고 유효한 힘 복원 방법의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본 연구는 고조파 신호분석 이론을 기반으로 한 정확하고 안정적인 DFM 힘 측정 방법론을 제시한다. 이 방법론에서는 DFM의 두 가지 작동 방식인 진동변조 방식과 진폭변조 방식에 모두 적용 가능하고, 모든 진동진폭과 탐침-시료 거리에서 유효하며, 보존력과 비보존력의 복원이 정확하고, 나아가 일반적인 힘에 대한 완전한 복원이 가능하다. 특히, 이 힘 복원법은 기존의 방법에 비해 진동진폭이 감쇠길이보다 작을 경우 100배 그리고 상응하거나 클 경우 10배 높은 정확도(accuracy)로 힘 최소점에서의 복원이 가능함을 보인다. 또한 이 힘 복원법은 진동진폭 오류에 대해 더 안정적(robust)이며 5배 높은 정밀도(precision)를 보인다. 그림 (a)은 생성된 모델 힘(주황 점선)을 제시된 방법론으로 감쇠길이에 상응한 진폭에서 복원한 결과(빨간 점선)와 추가적으로 진동진폭 오류까지 고려하여 복원한 결과(빨간 점선)를 보여주고 있는데, 그림 (b)의 SJ method에 비해 힘의 최소점에서 복원 결과가 훨씬 정확하고 변동이 적음을 확인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본 연구는 기존 방법론을 능가하는 정확도와 안정성을 지닌 효율적이고 보편적인 나노 영역에서의 힘 분석 및 역변환 플랫폼을 제공한다. 본 연구의 결과는 여러 응집물질 실험에서의 DFM의 역량을 극대화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 해당 힘 복원 방법론을 이용하면 서로 유사한 힘들을 더욱 명확히 분간할 수 있으며(그림 (c)) 탐침-시료 간 거리에 대한 정보도 정확히 알 수 있기 때문에(그림 (d)) 원자 간 상호작용 힘들의 정확한 분간 및 규명이나 물질의 미세한 구조적 특성 분석에 적용될 수 있으며, 이는 다양한 응집물질 시스템에 대한 나노 역학적 이해를 한층 더 발전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