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의 창
혁신 원자력기술의 메카 문무대왕과학연구소
작성자 : 박원석 ㅣ 등록일 : 2021-09-08 ㅣ 조회수 : 1,156
한국원자력연구원 원장
지난 6월 말 미국 일리노이주립대에서는 캠퍼스에 초소형 원자로를 설치하겠다는 놀라운 계획을 발표했다. 열출력 15 MW, 전기출력 5 MW의 초소형원자로를 2026년부터 가동해 ‘탄소 제로 캠퍼스’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아이다호주립대도 캠퍼스 내에 초소형 원자로를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여기에는 헬륨 등 가스를 냉각재로 사용하는 ‘고온가스로’ 방식의 초소형 원자로를 고려한다고 알려졌다.
바야흐로 ‘탄소중립’이 글로벌 최대의 핫이슈로 떠올랐다. 개인과 기업, 단체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를 최소화하고, 이를 다시 흡수해 실질적인 배출량을 ‘0’으로 만들자는 것이다. 세계 각국은 탄소중립 사회로 가기 위한 최적의 전략과 로드맵을 마련 중이다. 우리나라 역시 신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탄소중립을 실현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다만, 에너지 전문가를 중심으로 신재생에너지의 간헐성과 경제성 문제에 대해서는 크고 작은 논쟁이 한창이다. 최근 세계 각국이 차세대 원자로인 ‘소형 모듈 원자로(SMR)’에 주목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기후변화에 크게 좌우되는 태양열·풍력만으로는 탄소중립 달성이 불가능하다는 인식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꾸준히 늘리는 것과 함께, 세계적인 원전 강국의 장점을 살려 안전성을 획기적으로 높인 SMR 등의 비율을 높이는 유연한 에너지 정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커지고 있다.
SMR은 증기발생기, 냉각재 펌프, 가압기 등 주요기기를 하나의 용기에 일체화한 소형 원자로로, 전기출력이 300 MWe 이하다. 모듈 형태로 제작, 이송, 건설이 가능하기 때문에 건설공기를 단축할 수 있고, 건설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무엇보다 소형이라는 특성을 이용해 다양한 지역에서 다양한 목적에 따라 활용 가능한 장점이 있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는 물론 미국, 러시아, 중국, 일본 등에서 현재 70여 종 이상의 SMR을 개발 중이다. 비교적 낮은 건설비와 기존 전력망 활용도 가능해 향후 세계 원전 시장은 SMR 중심으로 급격하게 재편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에 반해, 대형 원전은 수출국 간 경쟁 심화와 막대한 건설비, 과다한 용량으로 수요 발굴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평가다.
우리 정부에서도 SMR 등 혁신 원자력 기술 개발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2019년 원자력진흥위원회에서 관련 연구사업을 국책사업으로 추진키로 했다. 국가 전략분야에서 다목적으로 활용 가능한 미래 핵심기술인 (초)소형 원자력 시스템 등 혁신 원자력 기술 개발·실증을 본격화한 것이다. 이에 따라 경북 경주시 감포읍 일원에 ‘원자력연구원 문무대왕과학연구소’가 지난 7월 21일 역사적인 첫 삽을 뜨게 됐다. 원자력연구원 대전 본원은 이미 90여 개 연구시설이 꽉 들어찬 포화 상태이고, 정읍분원(방사선 연구), 기장(의료용 동위원소 생산), 경주 건천(양성자가속기) 등은 부지활용이 제한적인 탓에 제삼의 터전을 찾게 된 것이다.
문무대왕과학연구소의 주력 연구분야는 혁신 원자력시스템 연구개발이다. SMART 원자로 개발을 통해 확보한 세계 최고 수준의 중소형 원전 기술력을 바탕으로 SMR의 상용화 기술을 확보한다는 목표다. 빅데이터와 AI, 로봇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활용한 가상화, 무인화, 지능화 연구를 통해 원전 안전연구 패러다임 혁신도 꾀할 계획이다.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기술 고도화와 원전 해체 핵심기술 개발 등 지역과 연계한 원자력 현안 기술 연구도 추진한다. 목표 또한 원대하다. SMR 기술 실증 및 상용화를 통해 2030년까지 약 126조 원 규모로 예상되는 SMR 세계시장을 선점한다는 계획이다. 해양, 극지, 우주 등 원자력 이용 분야를 획기적으로 확대하는 한편, 수소경제 실현을 통해 조선, 철강 등 국가 전략산업 경쟁력 제고에도 기여한다. 그래서인지 본원이 자리 잡은 대전지역에서 크고 작은 우려의 목소리가 들린다. 본원보다 더 큰 감포 문무대왕과학연구소가 설립되면서 본원은 허울만 남는 게 아니냐는 걱정이다. 그러나 안심하셔도 좋다. 대전은 기존에 수행하던 다양한 연구개발 활동을 계속 이어가야만 한다. 또한, 국내 유일의 연구용원자로 ‘하나로’를 중심으로 물리학, 생명과학을 아우르는 다학제 융복합 연구도 더욱 활성화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과학자들은 세상에 없던 새로운 기술로 세상을 이롭게 하고 국가 인류의 발전에 기여하는 꿈을 안고 산다. 이제는 당당히 선진국의 반열에 올라선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이 혁신 원자력 기술로 영원한 발전을 이루기를 꿈꾼다. 삼국통일의 대업 성취와 불굴의 자주정신을 후세에 전한 문무대왕, 그 큰 뜻을 계승한 문무대왕과학연구소가 대한민국의 영원한 발전을 이끄는 힘의 원천이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