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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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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YSICS PLAZA

새로운 연구결과 소개

등록일 : 2022-01-17 ㅣ 조회수 : 3,352

      

Correlated Oxide Dirac Semimetal in the Extreme Quantum Limit


옥종목(부산대), 이호녕(오크리지 국립연구소), Sci. Adv. 7, eabf9631 (2021).


이호녕 박사 연구팀은 페로브스카이트 산화물의 산소 팔면체를 회전시킴으로써 격자구조의 대칭성을 변화시켜 전자구조의 변화를 유도하였다. 산화물에서 디락밴드를 이끌어 낼 수 있는 방법을 실험적으로 확인함으로써, 강상관 효과와 위상특성이 동시에 발현되는 물질 탐색의 가능성을 제시한다.▲이호녕 박사 연구팀은 페로브스카이트 산화물의 산소 팔면체를 회전시킴으로써 격자구조의 대칭성을 변화시켜 전자구조의 변화를 유도하였다. 산화물에서 디락밴드를 이끌어 낼 수 있는 방법을 실험적으로 확인함으로써, 강상관 효과와 위상특성이 동시에 발현되는 물질 탐색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강상관계물질과 위상물질은 고체물리에서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는 대표적인 두 가지 물질군이다. 강상관계물질에서는 전자의 강한 상호작용에 의한 흥미로운 창발현상이 발견되었으며, 위상 물질에서는 위상불변량으로 정의되는 특이한 양자상태가 관측된다. 최근에는 강한 상호작용과 위상특성이 동시에 존재할 때 발현될 수 있는 물리적 현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 강상관-위상 물질 탐색에 대한 필요성이 점차 대두되고 있다. 하지만, 강상관계물질과 위상물질은 완전히 다른 재료를 필요로 하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어, 강한 상호작용과 위상특성이 동시에 존재하는 물질을 찾는 것은 큰 도전으로 남아있다.

페로브스카이트 산화물은 d-전자에서 기인하는 강한 상호작용을 가지는 대표적인 강상관계물질이다. 페로브스카이트 산화물에서 격자구조는 산소 팔면체의 회전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외부의 압력으로 격자 대칭성 조절이 가능하다.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특정 격자 대칭성은 위상학적 전자상태를 이끌어 낼 수 있다. 이는 강상관계물질에서 격자 대칭성 조절을 통해 위상학적 전자상태를 유도하여 강상관-위상 물질을 구현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본 연구에서는 격자 대칭성 조절로 위상학적 전자상태가 유도될 것으로 예측되는 SrNbO3를 고품질의 박막으로 성장시키고, 응력 조절로 격자 대칭성 변화를 유도하여 위상학적 전자상태를 실험적으로 구현하였다.

본 연구팀은 응력 조절된 SrNbO3 박막의 전하수송 특성을 측정하여 양자진동을 관측하였다. 높은 전하이동도(μ ~ 100,000 cm2/Vs), 낮은 유효질량(m* ~ 0.04 me), 그리고 베리위상이 실험적으로 확인되었으며, 이는 격자 대칭성 조절로 디락밴드가 유도되었음을 의미한다. 또한, 양자한계 이상의 고자기장 영역에서 유효질량의 급격한 증가와 란다우 레벨의 분수화를 관측하는데 성공하였다. 이 결과는 기존의 위상물질에서 보고되었던 양자한계에서의 거동과는 현격한 차이가 있음을 의미하며, 강한 상호작용과 위상특성이 동시에 존재할 때 흥미로운 물리 현상들이 발현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

본 결과는 산화물을 기반으로 대칭성을 조절하여 강상관-위상 물질을 탐색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기존의 칼코제나이드나 할로겐 기반의 위상 물질들과 비교할 때, 산화물 기반의 강상관-위상 물질은 몇 가지 뚜렷한 장점이 있다. d-전자에 의한 강한 상호작용으로 특이한 강상관-위상 현상이 발현될 가능성이 큰 동시에 화학적으로 안정하며, 고품질의 박막 성장 및 소자화가 가능하다.

요약하면 본 연구는 산화물의 격자 대칭성 조절을 통해 위상학적 전자 상태를 구현하고 실험적으로 확인한 첫 사례이며, 산화물 기반 강상관-위상 물질 탐색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Orbit Topology Analyzed from \(\pi\) Phase Shift of Magnetic Quantum Oscillations in Three-dimensional Dirac Semimetal


이상언(서강대), 오명준(경북대), 지상현(서강대), 김진수(서강대), 전진현(서강대), 강원(이화여대), 조연정(경북대), 정명화(서강대), PNAS 118, e2023027118 (2021).


고체는 수많은 입자들이 서로 상호작용하는 복잡한 시스템이다. 고체물리학자들은 이러한 복잡성을 해소하기 위하여 준입자(quasiparticle)라는 개념을 도입하였다. 준입자란 수많은 입자들이 상호작용하여 만들어내는 물리적인 현상을 하나의 특별한 성질을 가지는 준입자로 대체하여 설명하는 것이다. 따라서 준입자는 고체 속의 전자, 격자 구조, 자기 구조 그리고 그들 사이의 상호작용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그리고 준입자의 도입은 고체의 특성을 준입자의 특성으로 환원하여 설명하려는 하나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었다.

최근에 제기된 준입자에 관한 가장 혁신적인 발상 중 하나는 고체 격자 사이를 운동하는 준입자가 진공을 이동하는 기초 입자에 비하여 마치 다른 기하학적 구조를 가지고 있는 공간을 이동하는 듯이 행동한다는 것이다. 기초 입자가 평지 위를 이동하듯이 행동한다면 어떤 고체 안의 준입자는 휘어진 공간을 이동하듯이 곡선을 그리는 특이한 운동방식을 따른다. 고체물리학자들은 그러한 휘어진 공간 구조를 곡률을 도입하여 설명하려고 했고, 마이클 베리(Michael Berry)에 의해 제기된 베리 곡률(Berry curvature)을 통해 준입자의 운동을 설명하였다.

정명화 교수 연구팀이 관측한 각도에 따른 자기 양자 진동의 진폭비(2차 조화 진동의 진폭/1차 조화 진동의 진폭, 검은색)와 위상(phase, 빨강색) 관측 결과. 낮은 각도(유효 질량이 큼)와 높은 각도(유효질량이 작음) 부분의 위상이 달라짐을 관측하여 자기 양자 진동의 위상에 미치는 유효 질량 크기의 중요성을 제기하였다.▲정명화 교수 연구팀이 관측한 각도에 따른 자기 양자 진동의 진폭비(2차 조화 진동의 진폭/1차 조화 진동의 진폭, 검은색)와 위상(phase, 빨강색) 관측 결과. 낮은 각도(유효 질량이 큼)와 높은 각도(유효질량이 작음) 부분의 위상이 달라짐을 관측하여 자기 양자 진동의 위상에 미치는 유효 질량 크기의 중요성을 제기하였다.

그런데 어떤 특별한 고체 물질의 경우 준입자가 있는 공간이 조금 휘거나 변형된 정도가 아니라 아예 완전히 다른 도형을 이루거나, 공간에 구멍이 생기는 특이점(singularity)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경우 준입자가 이동하는 공간은 양적으로가 아니라 질적으로 전혀 다른 기하학적 구조를 이루고 이를 설명하기 위해 위상(topology)이라는 개념이 도입되었다. 특별한 위상 구조인 비자명한(nontrivial) 위상 구조를 가지는 물질들은 보통의 물질과는 전혀 다른 물성을 가지고 있고, 그러한 물성은 굉장히 견고하기 때문에 비자명한 위상 구조를 가지는 물질의 특성을 밝히고 응용 가능성을 탐구하는데 큰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비자명한 위상에 대한 관심은 어떻게 비자명한 위상 구조를 실험적으로 관측하느냐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특히 자기장에 따라 물질의 전기 저항이나 자성이 진동하는 현상인 자기 양자 진동 결과로 위상(phase)을 분석하는 방법은 실험적 용이성과 이론적 연구의 뒷받침에 힘입어 비자명한 위상을 얻을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으로 널리 사용되어 왔다. 비자명한 위상 구조를 가지는 그래핀, 위상 절연체, 디락 준금속(Dirac semimetal)과 같은 다양한 물질에서 자기 양자 진동의 \(\small \pi\) 베리 위상(Berry phase)이 관측됨으로써 이러한 물질들이 비자명한 위상 구조를 가진다는 것이 실험적으로 증명되었다.

그러나 최근 자기 양자 진동을 통한 비자명한 위상 판별 방법이 크게 제한된 방법이었다는 사실이 제기되었다. 지금까지의 위상 분석 방법은 물질 안의 준입자의 유효 질량과 스핀-궤도 상호작용이 전자 구조에 미치는 영향이 작을 경우에만 가능한 분석 방법이었다. 이러한 제한 요인은 다양한 물질군에서 비자명한 위상을 실험적으로 관측하는데 큰 장애 요인이다.

정명화 교수 연구팀은 디락 준금속인 NbSb2에서 자기장을 인가해주는 각도에 따라 준입자가 이동할 때 느끼는 유효 질량이 다른 점을 이용하여 유효 질량에 따른 자기 양자 진동의 위상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관측하였다. 유효 질량이 가벼운 자기장 방향과 무거운 자기장 방향 사이에 위상이 \(\small \pi\)만큼 차이나게 관측된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양자 진동 분석법에 있어서 유효 질량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함을 제기하였다. 또한 스핀-궤도 상호작용이 전자 구조에 미치는 영향이 큰 경우에도 일반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새로운 위상 분석법을 제시하여 실험에 사용한 NbSb2의 위상을 명확하게 밝혀내었다. 정명화 교수 연구팀이 이와 같은 올바른 위상 분석법을 제시할 수 있었던 이유는 스핀-궤도 상호작용이 전자 구조에 미치는 영향이 큰 경우에는 베리 위상뿐만 아니라 준입자의 궤도 각운동량 또한 자기 양자 진동의 위상에 무시하지 못하는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파악했기 때문이다.

정명화 교수 연구팀의 연구 결과는 자기 양자 진동을 통한 비자명한 위상 구조 판별의 오류를 지적하고 올바른 위상 분석 방법을 제안하고 있다. 다양한 물질군에 확대 적용하여 정확한 위상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Universal Thermal Entanglement of Multichannel Kondo Effects


김동훈(KAIST), 심정민(KAIST), 심흥선(KAIST), Phys. Rev. Lett. 127, 226801 (2021).


▲(a) 양자 불순물 계를 불순물(검은 원)과 주변 전자들(막대)로 나누는 분할. (b) 불순물과 콘도 구름을 포함하는 영역과 나머지로 나누는 분할. (c,d) 다중채널 콘도 모형에서 불순물과 주변 전자 사이의 양자 얽힘 정량(negativity I|E)의 온도 의존성. 경계 등각 장 이론 결과(선)와 수치 재규격화군 결과(점). 와 K는 각각 온도와 콘도 온도를 나타내고 1CK, 2CK, 3CK는 각각 채널의 개수가 1, 2, 3인 다중 채널 콘도 모형을 의미. 온도 의존성은 경계 등각 장 이론에서 예측된 멱 법칙을 따른다. ▲(a) 양자 불순물 계를 불순물(검은 원)과 주변 전자들(막대)로 나누는 분할. (b) 불순물과 콘도 구름을 포함하는 영역과 나머지로 나누는 분할. (c,d) 다중채널 콘도 모형에서 불순물과 주변 전자 사이의 양자 얽힘 정량(negativity \(\small N_{\mathrm{I|E}}\))의 온도 의존성. 경계 등각 장 이론 결과(선)와 수치 재규격화군 결과(점). \(\small T\)와 \(\small T_K\)는 각각 온도와 콘도 온도를 나타내고 1CK, 2CK, 3CK는 각각 채널의 개수가 1, 2, 3인 다중 채널 콘도 모형을 의미. 온도 의존성은 경계 등각 장 이론에서 예측된 멱 법칙을 따른다.

양자 불순물에서 불순물과 이를 둘러싼 전자 사이의 양자 얽힘을 이해하는 것은 이 현상에 대한 근본적 이해를 준다. 양자 불순물을 대표하는 것으로 콘도(Kondo) 현상이 있다. 이 현상에서는 주변 자유전자들이 콘도 구름(Kondo cloud)을 형성하여 불순물 스핀을 가리는데, 그 원리는 불순물과 주변 전자 사이의 스핀 단일항 상태(spin singlet state) 형성에 따른 양자 얽힘이다[이 양자 얽힘을 위한 분할은 그림 (a) 참조].

콘도 현상은 다양하게 확장된다. 가령, 다중 채널 콘도 현상(multichannel Kondo effect)에서는 불순물이 여러 자유전자 전도 채널들에 의해 경쟁적으로 가려진다. 이 현상은 최근 실험에서 구현되어 관심을 받고 있다. 또한 분수 양자 홀 효과(fractional quantum Hall effect)나 경계 이징 모형(boundary Ising model)의 특정 상황이 다중 채널 콘도 현상으로 기술된다. 일반 콘도 현상과는 달리, 다중 채널 콘도 현상은 페르미 액상(Fermi liquid)으로 기술되지 않으며, 마요라나 페르미온(Majorana fermion) 특성을 가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이 현상은 강상관계에서 중요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이런 특이한 성질들을 가짐에도 불구하고, 다중 채널 콘도 현상에서는 불순물과 주위 전자 사이의 양자 얽힘이 연구되지 않았다. 이는 두 가지 어려움에 기인하는데, 하나는 섞인 다체 상태(mixed state)에 대한 양자 얽힘 계산의 복잡성이다. 다른 하나는 이 문제를 기술하는 방법인 경계 등각 장 이론(boundary conformal field theory)에서 불순물이 경계조건으로 대체되기 때문에 불순물을 따로 생각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러한 어려움들 때문에 다중 채널 콘도 현상에서의 양자 얽힘은 불순물과 콘도 구름을 포함하는 영역과 나머지를 나누는 분할 [그림 (b) 참조]에서 주로 연구되어 왔다.

본 연구에서는 다중 채널 콘도 현상에서 불순물 스핀과 주위 전자들 사이의 양자 얽힘 특성을 규명하였다. 경계 등각 장 이론에서 불순물 스핀의 정보를 복구시키는 방법을 제안하고, 이를 통해 불순물 스핀과 주위 전자들 사이의 양자 얽힘을 유한 온도에서 계산하는 방법을 찾았다. 수치 재규격화군(numerical renormalization group) 계산을 통해, 이 이론 결과들을 교차 검증하였다.

불순물 스핀과 주위 전자들 사이의 양자 얽힘이 보이는 특이 특성들은 다음과 같다. 통상적 예측과는 다르게 절대온도 0도에서 양자 얽힘은 채널 개수와 상관없이 최댓값을 갖는다[그림 (c)]. 또한, 양자 얽힘은 온도가 올라감에 따라 감소하는데, 이때의 온도 의존성은 멱 법칙을 따르고, 멱 법칙 지수는 등각 장 이론의 눈금 지수(scaling exponent)에 의해 결정된다[그림 (d)]. 따라서 양자 얽힘의 온도 의존성을 조사하면, 다중 채널 콘도 현상의 서로 다른 상(phase)을 특정하고 구분지을 수 있으며, 다른 상들이 어떻게 열적으로 나타나고 사라지는가를 알 수 있다.

본 연구에서 개발한 방법은 임계 현상을 보이는 경계 다체계(boundary critical phenomena)에서 경계와 나머지 사이의 양자 얽힘 연구에 확장 적용된다. 또한, 이 방법을 이용하여 다중 채널 콘도 현상의 콘도 구름을 이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Using Disorder to Identify Bogoliubov Fermi-Surface States


오한빛(KAIST), Daniel F. Agterberg(University of Wisconsin), 문은국(KAIST), Phys. Rev. Lett. 127, 257002 (2021).


수많은 전자로 이루어져 있는 응집 물질에서는 고체 내부의 상호작용에 의하여 흥미로운 양자 상태가 발현될 수 있으며 대표적으로, 저온에서 고체의 저항이 0이 되는 이른바 초전도 현상은 오랜 기간 학계의 주요한 관심사이었다. 고도화된 실험과 이론의 발전은 다양한 비전통적인 초전도 물질을 발견하고 이해할 수 있는 기반이 되었고, 이와 더불어 초전도 물질의 열역학적 성질들에 관해서는 Bardeen-Cooper-Schrieffer 이론 이후 많은 부분에서 합의점에 도달해 왔다.

▲a. 여러 가지 마디 구조 초전도체들의 불순물 밀도(r0)에 따른 잔류 상태밀도(Ddis(0)). 삽화들은 초전도체들의 들뜸 간격을 표현한 그림이다. 보골리우보프 페르미면(A), 마디선(B), 마디점(C), 완전히 갭이 열려 있는(D) 초전도체들을 가리킨다. 보골리우보프 페르미면은 낮은 불순물 밀도 극한에서 잔류 상태밀도가 선형적으로 증가한다. b. 규칙적 파트(regular part) 전도도의 진동수(ω)와 불순물 밀도(r0) 의존성. 삽화는 직류(DC) 전도도의 불순물 밀도 의존성으로 보골리우보프 페르미면에서는 1/r0 의존성을 보여준다. ▲ a. 여러 가지 마디 구조 초전도체들의 불순물 밀도(\(\small r_0\))에 따른 잔류 상태밀도(\(\small D_{\mathrm{dis}}(0)\)). 삽화들은 초전도체들의 들뜸 간격을 표현한 그림이다. 보골리우보프 페르미면(A), 마디선(B), 마디점(C), 완전히 갭이 열려 있는 (D) 초전도체들을 가리킨다. 보골리우보프 페르미면은 낮은 불순물 밀도 극한에서 잔류 상태밀도가 선형적으로 증가한다. b. 규칙적 파트(regular part) 전도도의 진동수(\(\small \omega\))와 불순물 밀도(\(\small r_0\)) 의존성. 삽화는 직류(DC) 전도도의 불순물 밀도 의존성으로 보골리우보프 페르미면에서는 1/\(\small r_0\) 의존성을 보여준다.

그 동안의 통념에 따르면, 초전도 물질의 물성은 마디 구조(nodal structure)에 의하여 결정이 되며, 마디 선(nodal line), 마디 점(nodal point), 또는 마디가 없는 세 가지 종류의 에너지 들뜸 간격만이 가능하다고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다중 오비탈을 가진 물질에서는 시간 역전 대칭 깨짐(time-reversal symmetry breaking)과 함께 페르미면(Fermi surface)을 가진 초전도체가 발현될 수 있음이 최근에 이론적으로 밝혀졌다. 이러한 양자 상을 보골리우보프 페르미면(Bogoliubov Fermi-surface)이라고 부른다.

보골리우보프 페르미면의 제안은 초전도 학계의 관심사를 크게 넓혀 주었다. 이유는 이것이 가지고 있는 특별한 위상학적 성질뿐만이 아니라 통념에 의한 초전도 분류를 넘어선 제4의 초전도 상태이기 때문이다. 보골리우보프 준입자들로 이루어진 페르미면의 존재는 들뜸에 참여할 수 있는 준입자의 개수를 정성적으로 증가시키고, 결과적으로 상호작용 및 불순물(impurity) 효과를 통한 무질서 효과를 크게 향상시킨다. 따라서 보골리우보프 페르미면에서의 상호작용의 역할에 관한 연구들이 진행되어 왔고, 상호작용 하의 페르미면의 안정성과 반전대칭이 깨진 상으로의 상전이 현상 또한 예측이 되었다. 하지만 보골리우보프 페르미면의 실험적 입증에 대한 기준은 여전히 모호하여 중요한 문제로 남아 있는 상황이었다.

카이스트-위스콘신대 연구팀은 불순물 밀도(impurity density)가 보골리우보프 페르미면의 실험적 관측에 결정적인 단서가 될 수 있음을 이론적으로 제안하였다. 어떤 초전도 물질이든, 불순물(impurity)을 추가하게 되면 준입자들의 결맞음은 잃으면서, 잔류 상태 밀도(residual density of states)가 생겨나게 된다. 이때, 잔류 상태 밀도의 양상이 초전도체의 마디 구조에 따라 정성적으로 달라지는 것을 이용하는 것이 이 연구의 핵심이다. 본 연구팀은 보골리우보프 페르미면에서 잔류 상태밀도가 선형적으로 증가할 것을 섭동이론(perturbation theory)을 이용하여 처음으로 증명하였다[그림 a]. 이는 임계 불순물 밀도까지는 잔류 상태 밀도가 변하지 않는 마디점, 완전히 갭이 열려있는 초전도체[그림 a(C,D)], 또는 한계적으로(marginally) 변하는 마디선 초전도체[그림 a(B)]와는 전혀 다른 양상이다.

또한 불순물 밀도에 따른 광학적 전도도(optical conductivity) 역시 보골리우보프 페르미면을 다른 초전도 물질로부터 구별해 낼 수 있는 중요한 물리량임을 규명하였다. [그림 b]에 표현된 바와 같이, 보골리우보프 페르미면의 직류 전도도 값은 불순물 산란률(impurity scattering rate)이 없어지는 극한에서 발산하게 된다. 이것은 결함 없는 도체 내의 전자의 평균 자유 거리 값이 발산하여, 직류 전도도 값이 발산하는 드루드꼴의 양상(Drude like behaviour)으로, 페르미면이 존재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결과이다. 하지만 도체와의 차이점 역시 확연하게 존재하는데 보골리우보프 페르미면은 초전류(supercurrent)가 존재하며, 초전류의 불순물에 대한 안정성에 대해서도 보였다.

이러한 발견은 보골리우보프 페르미면의 후보물질들인 무거운 페르미온계 시스템(URu2Si2, UBe13)이나 철계열 초전도체(FeSe1-xSx)에 직접적으로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전자 방사 실험(electron irradiation experiments)과의 연계성을 제안할 수 있다. 또한 본 연구는 지금까지 불순물이 초전도 현상을 억제하여 장애물이 된다는 관습적인 패러다임을 깨는 새로운 관점을 제공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Reversing Lindblad Dynamics via Continuous Petz Recovery Map


권혁준(고등과학원), Rick Mukherjee(Imperial College), 김명식(Imperial College, 고등과학원), Phys. Rev. Lett. 128, 020403 (2022).


양자 기술의 현실화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외부의 잡음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양자계를 효율적으로 제어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닫힌 계(closed system)에서의 양자계는 유니터리(unitary) 변환을 통해 변화하고, 이 모든 과정은 항상 가역적이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양자계는 외부 환경과 끊임없이 상호작용을 하며, 이러한 상호작용은 양자계의 비고전적인 특성을 잃게 만드는 비가역적인 과정이 된다. 이렇게 주변과 상호작용을 하는 열린 양자계(open quantum system)에서 발생되는 비가역적 결풀림(decoherence) 현상을 극복하기 위하여 외부와의 접촉을 최소화하면서 주변의 온도를 낮추는 방법들이 연구되어 왔다. 하지만 양자계와 외부의 상호작용을 근본적으로 차단할 수는 없기 때문에, 결풀림이 일어난 양자 상태에서 발생하는 오류를 정정(correction)하거나 완화(mitigation)시키는 방법들이 추가로 개발되고 연구되었다.

▲권혁준, 김명식 교수 연구팀이 제안한 양자 복구 채널의 물리적 구현 프로토콜.▲권혁준, 김명식 교수 연구팀이 제안한 양자 복구 채널의 물리적 구현 프로토콜.

이 중에서도 특히 양자오류정정 프로토콜은 양자 컴퓨팅을 현실에서 구현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기술로 전 세계의 수많은 연구자들이 큰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는 분야이다. 물리학자들은 양자 상태의 복구 과정을 보다 체계적으로 이해하기 위하여, 이를 물리학에서의 시간 역행 과정으로 이해하려는 시도를 하기도 하였다. 이 관점을 일반화시킨 양자 상태 복구 채널(Petz recovery map/channel)을 이용한 효율적인 양자오류정정 방법들이 수학적으로 널리 제안되고 연구되었으나, 채널의 복잡성 때문에 이를 물리계에서 구현할 수 있는 방법은 현재까지 잘 알려져 있지 않았다.

고등과학원 권혁준 교수와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Imperial College) 김명식 교수 연구팀은 양자 상태 복구 채널을 열린 양자계에서 물리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였다. 열린 양자계에서 발생하는 상호작용들은 기본적으로 시간에 대해서 연속적이므로, 이에 대한 양자 상태 복구 채널 또한 시간에 대해 연속적으로 작용해야 한다. 연구 팀은 양자계에서 연속적으로 발생하는 잡음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양자 복구 채널이 같은 종류의 마스터 방정식(Lindblad master equation)으로 표현될 수 있음을 밝혀내고, 복구 채널의 정확한 형태를 유도하였다. 이렇게 얻어진 연속적 양자 복구 채널은 양자 잡음이 발생한 양자 상태를 원래 상태로 되돌리는 연속적인 시간 역행과정으로 이해될 수 있다. 물론, 앞서 살펴본 대로 열린 양자계는 비가역적이므로 모든 양자 상태가 완전히 원래 상태로 돌아오는 것은 아니고 근사적(approximately)으로 원래 상태에 가깝게 복구가 된다.

연속적 양자복구 채널은 소산 엔지니어링(dissipation engineering)이라는 물리적 과정을 통해서 구현될 수 있다. 소산 엔지니어링의 기본적인 원리는 양자계를 들뜬 상태에서 빠르게 바닥상태로 돌아가려는 원자와 강하게 상호작용함으로써 인위적으로 양자계를 비가역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으로, 다체계 양자계의 얽힘(entanglement)을 만드는데 유용하게 활용되는 테크닉이다. 이를 통해 만들어진 비가역적 변화는 외부 잡음으로 발생하는 결풀림 효과와 정반대 방향으로 작용하여 양자계의 외부 잡음을 상쇄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외부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발생하는 비가역적인 양자계의 잡음을 잘 제어된 또 다른 비가역적 작용을 통해서 극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재미있다고 할 수 있겠다. 

더 나아가, 연구팀은 이렇게 구현된 연속적 양자상태 복구 채널이 양자오류정정 프로토콜(quantum error-correction protocol)로 활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새로 고안된 프로토콜은 기존에 잘 알려진 양자오류정정 부호화 방법과도 잘 조화를 이룰 뿐 아니라 일반적인 부호화 방법에도 적용할 수 있으며, 연속적 양자상태 복구채널을 적용하는 것이 양자 정보를 더 효율적으로 보호하고 복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시뮬레이션을 통하여 알아낼 수 있었다.

이번 연구 결과가 기존의 양자오류정정과 차별화되는 점은 오류를 감지하고 복구하기 위한 추가적인 과정이 필요하지 않다는 점이다. 양자 정보가 저장된 양자계의 복잡도가 커질수록 오류가 어디에서 발생했는지 추적하고 이를 바탕으로 피드백을 가하는 과정 또한 많은 고전적/양자적 연산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이러한 과정 없이 양자계의 오류를 줄일 수 있는 프로토콜의 개발은 양자 컴퓨팅의 현실화를 위한 중요한 진전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연구 결과는 향후 양자계의 능동 소음 제거(active noise canceling)를 비롯하여 양자 연산의 잡음 감소 및 양자 정보 보호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가능케 할 발판이 될 것으로 보인다.



      

B1g-Phonon Anomaly Driven by Fermi Surface Instability at Intermediate Temperature in YBa2Cu3O7-δ


오동진, 송동준, 김윤식(서울대), 복진모, 방윤규(포항공대), 박승룡(인천대), 김창영(서울대), Phys. Rev. Lett. 127, 277001 (2021).


▲(왼쪽) 에너지 갭에 의한 포논 연화를 설명하는 그림. (오른쪽) YBCO의 상도표에 표시한 포논 연화 시작 온도.
▲(왼쪽) 에너지 갭에 의한 포논 연화를 설명하는 그림. (오른쪽) YBCO의 상도표에 표시한 포논 연화 시작 온도.

강상관 전자계(strongly correlated electron system)에서는 종종 질서 변수(order parameter)에 의하여 다양한 대칭성 붕괴(symmetry breaking)를 수반하는 불안정성(instability)이 나타나곤 한다. 이러한 불안정성은 일반적으로 페르미 표면에 에너지 갭을 만드는 방식으로 전체 시스템의 에너지를 낮추게 된다. 쿠퍼(Cooper) 불안정성과 파이얼스(Peierls) 불안정성이 이것의 대표적인 예시이며 이들은 각각 초전도 갭(superconducting gap)과 전하밀도파 갭(charge density wave gap)을 유발하게 된다.

많은 물질에서 나타나는 이러한 다양한 종류의 에너지 갭들은 전자 들뜸(electronic excitation) 스펙트럼을 직접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각분해 광전자 분광법(ARPES)과 주사 터널링 분광법(STS) 등의 분광 실험 기법에 의하여 잘 관측되어 왔다. 하지만 구리 산화물 고온 초전도체에서 발생하는 전하밀도파 갭은 아직까지도 이러한 실험 기법들에 의하여 관측된 바 없다. 이러한 이유로 구리 산화물 고온 초전도체의 전하밀도파 갭의 존재 여부에 대하여 지속적으로 의문이 제기되어 왔다. 최근 전자 라만 산란(electronic Raman scattering) 실험에 의하여 구리 산화물 고온 초전도체에서 나타나는 전하밀도파 갭을 검출하는데 성공하였지만 여전히 이 결과를 뒷받침할 수 있는 추가적인 실험적 증거들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페르미 표면에 발생한 에너지 갭은 전자 들뜸 스펙트럼뿐만 아니라 포논 들뜸(phononic excitation) 스펙트럼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면밀한 포논 스펙트럼 분석을 통하여 에너지 갭의 유무를 유추할 수 있다. 페르미 표면에 2\(\small \Delta\)의 크기를 갖는 에너지 갭이 발생 존재하는 경우, 에너지가 2\(\small \Delta\)보다 작은 포논은 전자와 산란할 수 있는 채널을 잃게 된다. 따라서 이 포논들은 전자와 산란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만들어진다. 이에 따른 효과로 포논 스펙트럼의 선폭(linewidth)이 감소하게 되고 동시에 포논의 연화(softening)가 발생하게 된다. 반면에 2\(\small \Delta\)보다 큰 에너지를 갖는 포논은 페르미 표면에 에너지 갭이 발생하더라도 여전히 산란 채널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에너지 갭이 발생한 후에도 여전히 전자와 강하게 산란을 하게 된다. 이에 따른 효과로 포논 스펙트럼의 선폭이 증가하고 또한 포논의 경화(hardening)가 함께 발생하게 된다. 따라서 온도에 따른 포논 스펙트럼의 변화를 관측하고 이를 분석함으로써 페르미 표면에 발생한 에너지 갭의 존재 유무와 이것의 대략적인 에너지 스케일을 유추할 수 있게 된다.

구리 산화물 고온 초전도체의 여러 가지 포논 모드 중에서 B1g 포논은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되어지는 포논 모드이다. B1g 포논의 전자-포논 결합 행렬(electron-phonon coupling matrix)은 d-wave 초전도 갭의 대칭성(superconducting gap symmetry)과 정확하게 일치하는 형태로 기술된다. 이러한 이유로 B1g 포논은 구리 산화물 초전도체의 d-wave 초전도 갭을 만드는 원인일 것이라고 고려되어지고 있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B1g 포논은 브릴루앙 영역(Brillouin zone)에서 antinodal 영역의 전자들과 강하게 상호작용을 하고 전자구조의 재규격화(renormalization)를 유발한다. 이뿐만 아니라 B1g 포논과 전자의 상호작용에 의하여 구리 산화물 고온 초전도체의 초전도 임계온도가 높아진다는 많은 연구결과들이 보고가 되어 왔으며, 또한 최근에는 B1g 포논이 구리 산화물 고온 초전도체에 전하밀도파 상태를 유발시킬 수 있다는 이론적인 제안이 있기도 했다.

본 연구에서는 B1g 포논 스펙트럼의 온도에 따른 변화를 라만 분광법을 이용하여 집중적으로 분석을 하였다. 초전도 임계 온도보다 낮은 온도에서 나타나는 B1g 포논의 연화와 더불어 초전도 임계 온도보다 높은 온도에서 발생하는 추가적인 B1g 포논의 연화를 관측하는데 성공하였다. 총 6가지 홀 도핑 농도를 갖는 YBCO 단결정 시료에 대해서 이러한 포논 연화를 관측하였고 포논 연화가 나타나기 시작하는 온도가 전하밀도파 상전이 온도와 아주 잘 일치한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포논 스펙트럼 분석과 더불어 전자 라만 산란 분석을 통해 연구진은 B1g 포논의 연화가 전하밀도파 갭에 의하여 나타난다는 것을 규명하였다. 본 연구는 구리 산화물 고온 초전도체에 전하밀도파 갭이 존재한다는 것을 입증할 수 있는 연구 결과임과 동시에 구리 산화물 고온 초전도체의 전하밀도파 상전이를 손쉽게 관측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론을 제시할 수 있는 결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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