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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탈출 - 데이터와 법률의 만남

작성자 : 안희철 ㅣ 등록일 : 2022-01-17 ㅣ 조회수 : 711

저자약력

안희철 변호사는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법학전공 전문석사로 현재 법무법인 디라이트에 재직 중이다. 서울사이버대학교 창업비즈니스학과 외래교수를 역임하였고, 2021년 ALB Korea Law Awards Young Lawyer Of The Year Finalist, 2011년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정책제안대회 대상 수상, 2007년 한국공학한림원 NAEK 차세대 리더에 올랐다.

데이터 대탈출기 – 데이터와 데이터산업법의 만남을 통한 데이터 시대 구축

딥러닝(Deep Learning), 머신러닝(Machine Learning),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빅데이터(Big Data). 그야말로 ‘데이터의 시대’이자 ‘데이터 사이언스의 시대’이다. 데이터의 시대에 맞춰서 데이터 대탈출기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각종 SNS나 OTT 서비스에서는 나도 모르게 내가 관심을 가질 만한 콘텐츠들을 추천해주고 있고 각종 금융 관련 어플리케이션에서는 나의 신용정보가 관리되며 맞춤형 재테크 정보들을 제공해 주고 있다. 나의 위치정보가 어느 순간 수집되어 내 주변의 맛집들이 휴대폰 화면에 뜨고 우리는 그 정보를 이용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너무나 편한 세상이 되어서 감탄하면서도 가끔은 내 중요한 데이터가 외부로 유출되지는 않을지 고민이 되기도 한다. 그렇다고 해서 데이터 시대에 데이터를 꽁꽁 싸매고 의미 없게 갇혀 두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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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를 바라보는 관점은 크게 2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개인정보를 포함한 데이터 유출 및 부정사용에 대한 관점이고, 다른 하나는 가치 있는 데이터의 수집, 이용, 관리, 유통의 관점이다. 이 두 가지 관점은 서로 상충되는 관점인 것처럼 보이면서도 어느 하나 포기할 수 없는 중요한 관점이다. 이 두 가지 관점을 모두 충족시키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것이 있다. 그것이 바로 데이터와 법률의 만남인 것이다. 

새로운 산업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는 경우 규제 문제가 개입되면서 산업의 발전과 혁신을 저해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은 사실이다. 다만, 개인정보를 포함한 데이터의 경우 지금까지의 민법, 상법 등 법률 체계에서 일반적으로 다루고 있는 자산의 한 종류가 아니라는 점에서 더욱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용하고 관리하는 데에는 법적 공백이 없는 촘촘한 법 체계가 필요하다. 만일 조금이라도 빈 틈이 생긴다면 개인정보를 담고 있는 데이터나 영업비밀 등 어마어마한 경제적 가치를 담고 있는 데이터가 자칫 제3자에게 유출되고 악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2010년 이후 데이터와 관련된 각종 법률이 정비되고 조금씩 체계화되었다. 데이터에 관한 법 체계를 정리해 보면, ① 데이터 3법[(「개인정보 보호법」(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신용정보법)], ② 「공공데이터의 제공 및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공공데이터법), ③ 「데이터기반행정 활성화에 관한 법률」(데이터기반행정법)로 구성되며, ④ 「데이터 산업진흥 및 이용촉진에 관한 기본법」(데이터산업법)은 2021. 10. 19.자로 제정되어 2022. 4. 20.자로 시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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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3법은 개인정보와 신용정보 등에 대한 데이터의 수집, 이용, 관리의 문제에 대해서 주로 규정하고 있고, 공공데이터법과 데이터기반행정법은 공공 부문의 데이터를 규율하고 있다. 그리고 지금까지 민간 데이터의 경제, 사회적 생산, 거래 및 활용 등을 위한 기본법제는 부재한 상황이었고 혁신을 추구하는 스타트업을 포함한 기업들이 가치 있는 데이터 사용에 있어서 법적, 규제적 불확실성은 너무나 컸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번에 데이터산업법이 만들어졌고 드디어 올해 4월 20일에 시행이 된다. 데이터산업법은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데이터에 대한 사용과 관리, 데이터의 가치평가, 데이터거래를 위한 거래사업자 및 데이터분석제공사업 등에 대해서 규정하고 있다. 이제 드디어 데이터의 유통과 활용이 본격적으로 가능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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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산업법에서는 ‘데이터’, ‘데이터생산자’, ‘데이터산업’, ‘데이터사업자’, ‘데이터거래사업자’, ‘데이터분석제공사업자’라는 개념을 새롭게 정의함으로써 데이터 및 데이터산업, 데이터거래의 개념을 최대한 구체적으로 관념화 시키고자 하였고 이를 통해서 데이터의 시대에 법적 공백이 발생하는 것을 최대한 없애고자 하였다. 다만, 우리는 위에서 언급한 두 가지 관점, 즉 개인정보를 포함한 데이터의 무분별한 유출 및 부정사용에 대한 관점과 가치 있는 데이터의 수집, 이용, 관리, 유통의 관점에서 데이터산업법을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위 두 가지 관점의 가치가 균형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상처만 남는 데이터 활용 또는 가치 없는 데이터의 공유라는 부정적인 결과가 초래될 뿐이다.

데이터의 무분별한 유출 및 부정사용의 관점에서 우선 살펴보면, 데이터산업법에서는 데이터 자산의 보호를 위해 데이터 자산에 대한 부정취득행위와 정당한 권한 없이 데이터생산자가 데이터 자산에 적용한 기술적 보호조치를 무력화하는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하며, 데이터 자산 부정사용 등 행위에 관한 사항은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부정경쟁방지법)에서 정한 바에 따르도록 하고 있다(데이터산업법 제12조). 

이에 따라 부정경쟁방지법은 데이터(데이터기본법 제2조 제1호에 따른 데이터 중 업으로서 특정인 또는 특정 다수에게 제공되는 것으로 전자적 방법으로 상당량 축적·관리되고 있으며, 비밀로서 관리되고 있지 않은 기술상 또는 영업상의 정보)의 부정사용 행위를 4가지로 규정하였는데, ① 접근권한 없는 자의 부정수단으로 인한 취득, 사용, 공개 행위, ② 접근권한 있는 자의 부정한 목적으로 사용·공개·제공하는 행위, ③ 위 ① 행위 및 ② 행위가 개입된 것을 알고 악의 취득, 사용, 공개하는 행위, ④ 정당한 권한 없이 데이터 보호를 위한 기술적 보호조치 무력화 기술, 서비스, 장치(또는 그 부품) 실시행위를 말한다(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카목). 다만, 데이터 부정사용행위 중 위 ① 행위부터 ③ 행위까지는 민사적·행정적 구제조치의 대상이지만 형사처벌 대상은 아니고 위 ④ 행위는 형사처벌 대상이다. 데이터의 수집, 이용, 관리, 유통은 활성화 시키되, 부정한 방법이나 목적으로 악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방지해야 한다는 측면을 고려하면 조금 더 강력한 처벌이 고려되었어야 하지 않았었나 하는 아쉬움이 있다.

데이터의 수집, 이용, 관리, 유통의 관점에서 살펴보면, 데이터산업법에서는 정부는 데이터 기반의 정보분석을 활성화하기 위하여 데이터의 수집, 가공 등 정보분석에 필요한 사업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하였고 정보분석을 위하여 데이터를 이용하는 경우에 그 데이터에 포함된 저작물 등의 보호와 이용에 관하여는 「저작권법」에서 정하는 바에 따르도록 하였다(데이터산업법 제13조). 또한, 데이터의 합리적 유통 및 공정한 거래를 위하여 공정거래위원회와 협의를 거쳐 데이터거래 관련 표준계약서를 마련하고, 데이터사업자에게 그 사용을 권고할 수 있도록 하였으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과 행정안전부장관은 데이터 간의 결합을 통해 새로운 데이터의 생산을 촉진하기 위하여 산업 간의 교류 및 다른 분야와의 융합기반 구축 등에 필요한 시책을 마련하도록 하였다(데이터산업법 제10조, 제21조).

데이터의 거래 및 활용과 관련하여, 데이터 거래에 관한 전문지식이 있는 사람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에게 데이터거래사로 등록할 수 있도록 하고, 데이터거래사에게 데이터 거래 업무의 수행에 필요한 정보 제공 및 교육 등 필요한 지원을 할 수 있도록 하였고, 데이터거래사업자 및 데이터분석제공사업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에게 신고하도록 하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및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은 신고한 사업자에 대하여 필요한 재정적·기술적 지원 등을 할 수 있도록 하였다(데이터산업법 제16조, 제23조). 그 외에도 정부는 데이터의 생산, 거래 및 활용 촉진을 위하여 데이터를 컴퓨터 등 정보처리장치가 처리할 수 있는 형태로 본인 또는 제3자에게 원활하게 이동시킬 수 있는 제도적 기반 구축을 위해 노력을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정부가 데이터산업 전반의 기반 조성 및 관련 산업의 육성을 효율적으로 지원하기 위하여 전문기관을 지정할 수 있도록 하였다(데이터산업법 제15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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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산업법은 위와 같이 개인정보를 포함한 데이터의 무분별한 유출 및 부정사용에 대한 관점과 가치 있는 데이터의 수집, 이용, 관리, 유통의 관점을 모두 만족시키고자 하였으나, 혁신적인 시대에 조금 더 부합하다고 평가되는 네거티브(Negative) 규제1)가 아니라 한국법의 전통적인 규제 방식인 포지티브(Positive) 규제2)를 그대로 따르고 있어서 빠르게 변화하는 데이터 시대의 혁신을 저해하는 불필요한 규제로 전락하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다만, 법률 규제라는 것은 특정 산업의 발전을 위해서 단순히 완화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산업의 변화와 발 맞춰서 함께 ‘혁신’되어야 할 대상이다. 데이터가 이번에 시행되는 데이터산업법과 만나서 자유를 찾고 건강하게 이용되기를 바란다.


*아태이론물리센터의 <크로스로드>지와의 상호 협약에 따라 크로스로드에 게재되는 원고를 본 칼럼에 게재합니다. 본 원고의 저작권은 아태이론물리센터와 원저작자에게 있습니다.
*‘과학과 미래 그리고 인류’를 목표로 한 <크로스로드>는 과학 특집, 과학 에세이, 과학 유머, 과학 소설, 과학 만화 등 다양한 장르의 과학 글을 통해 미래의 과학적 비전을 보여주고자 아시아 태평양 이론물리센터(Asia Pacific Center for Theoretical Physics)에서 창간한 과학 웹 저널입니다.
http://crossroads.apctp.org/
*아시아태평양이론물리센터는 정부의 과학기술진흥기금 및 복권기금 지원으로 사회적 가치 제고에 힘쓰고 있습니다.
각주
1)법률/정책상 금지한 행위가 아니면 모든 것을 허용하는 방식의 규제를 말한다.
2)법률/정책상 허용하는 것을 구체적으로 나열한 뒤 나머지는 금지하는 방식의 규제로서 네커티브 규제보다 규제 정도가 더 강한 측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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