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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양자정보과학 여름학교 참가기
작성자 : 정희정 ㅣ 등록일 : 2022-10-26 ㅣ 조회수 : 2,084
정희정 박사는 듀크대 물리학 박사(2006)로 다트머스대 박사후연구원(-2008),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전문연구원(-2016), 홍콩과기대 연구교수(-2018), 국립말라야대학 부교수(-2022)를 거쳐 현재 성균관대학교 양자정보연구지원센터 부센터장으로 재직 중이다. (hjjeong@skku.edu)
한국물리학회가 주최하고, 성균관대 양자정보연구지원센터와 고려대 양자사피엔스 인재양성센터가 주관한 2022 양자정보과학 여름학교가 지난 8월 22일부터 26일까지 개최되었다.
올해 양자정보과학 여름학교는, COVID-19로 인해 온/오프라인 하이브리드로 진행되었던 지난해와 달리, 모든 수업을 곤지암리조트에서 오프라인으로 진행하였다. 예상 정원을 훌쩍 뛰어넘는 신청이 몰려서 운영진은 그 인원을 최대한 수용하기 위해 노력하였고, 최종적으로 총 100여 명이 등록하였다. 다음 겨울학교에서는 참석 인원의 규모를 확대할 예정이다.
최근 양자정보 분야에 대한 폭발적 관심은 신청자의 다양한 연령대와 분야, 배경에서도 엿볼 수 있었다. 국내외 대학에 재학 중인 학부생, 대학원생, 연구원을 비롯하여 고등학생, 현직 교수, 양자컴퓨터 관련 산업에 관심 있는 일반 직장인까지 다양한 배경의 참가자들로 높아진 관심과 열기를 느낄 수 있었다.
양자정보연구지원센터 정연욱 교수(성균관대)의 환영사로 여름학교 5일 일정이 시작되었다. 여름학교 교장 최만수 교수(고려대)를 중심으로 이수준 교수(경희대), 이진형 교수(한양대), 김준기 교수(성균관대), 방정호 박사(한국전자통신연구원)가 연사로 참여해 선형대수학, 양자역학의 기본가정, 양자계산 소개, 양자 컴퓨터, 양자 알고리즘 내용을 강연하였으며, 마지막 날은 이동근 박사(성균관대)의 Special topic으로 진행되었다. 이 글에서 5일간의 여름학교 강의 주제와 현장의 열기를 자세히 소개하고자 한다.
첫날 강의는 양자정보의 기본 언어와 도구를 다지는 시간으로 구성되었다. 시작에 앞서 최만수 교수의 양자사피엔스 인력양성센터 소개 후, 경희대 수학과 이수준 교수의 “선형대수학” 수업이 있었다. 복소수 벡터 공간과 행렬로 기술되는 힐버트 공간의 정의와 특성, Dirac notation, 유니터리 행렬 변환과 Hermitian 연산자, 고유함수와 고유값 문제를 복습한 후, 다중 큐비트 시스템을 위한 Kronecker product를 다루었다. 이어서 고려대 최만수 교수가 Spectral theorem을 일반화한 특이값 분해(Singular-value decomposition)로 대각화 행렬을 얻는 기법을 소개하였다. 이어지는 오후 강의에서 한양대 이진형 교수는 “양자역학의 기본가정” 수업에서 양자역학의 코펜하겐 해석을 기반으로 고전확률과 양자확률을 다루었다.
둘째 날 강의는 양자컴퓨팅의 기본 가정을 익힌 후, 그 특성을 양자 계산에 적용하였다. 이진형 교수는 지난 강의에 이어 양자확률을 중심으로 코펜하겐 해석과 양자확률 개념을 심화하였다. 책 이외에는 흔히 접할 수 없던 양자 역학 기본 해석에 관한 수업 내용으로 많은 학생들의 관심을 끌었고, 강의장은 열띤 질의응답으로 시간이 부족한 상황이었다. 이어서 성균관대 김준기 교수의 “양자 계산 소개” 강의 I, II가 있었다. 양자역학 특성으로부터 논리연산을 고안하는 과정을 자세히 설명하였다. 고전 정보를 이용한 컴퓨팅과 비교하여 양자비트(Qubit)를 활용한 양자연산의 차이점을 다루고, 이를 양자역학의 중첩, 얽힘, 간섭으로 설명하였다. “Money or Tiger”라는 간단한 예제를 통하여 도이치-조사 알고리즘(Deutsch–Jozsa algorithm)의 양자 이득을 쉽게 터득할 수 있었다.
셋째 날부터는 본격적으로 양자컴퓨터와 양자 알고리즘을 다루었다. 김준기 교수가 양자컴퓨터의 기본 구성요소와 DiVincenzo criteria, 구동 방식과 다양한 하드웨어 플랫폼들을 다루었다. 이어서 최만수 교수가 양자컴퓨터의 주요 구동방식인 단열(Adiabatic), 기하/위상(Geometrical/ Topological), 측정기반(Measurement-based) 양자컴퓨팅 각각의 이론적 기초를 강의하였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방정호 박사의 양자 알고리즘 첫 강의에서 두 큐비트 얽힘과 벨 측정(Bell measurement), 양자전송 방법을 유도하였다.
넷째 날에는 전날에 이어 이번 여름학교의 주된 주제인 양자 알고리즘 강의가 하루 종일 이어졌다. 방정호 박사는 본격적으로 도이치-조사(Deutsch–Jozsa algorithm), 양자푸리에변환(Quantum Fourier transform)과 양자위상추정(Quantum phase estimation), 쇼어의 소인수 분해 알고리즘(Shor’s factorizing algorithm)을 유도하였고, 최만수 교수와 이수준 교수가 양자 알고리즘 심화 이론 수업을 이어갔다.
마지막 금요일 오전에는 Special topic 세션이 있었다. 성균관대 이동근 박사가 “D-wave Ocean을 통한 어닐러 방식의 양자컴퓨터 이해 및 활용”을 주제로 최근 관심이 높아진 D-wave 클라우드 서비스를 통한 어닐링 방식 양자 컴퓨팅 활용의 실제 사례를 소개하였다.
여름학교 내내 강의장 밖에서도 학생들과 강사들의 열띤 토론과 질문이 이어졌다. 기초부터 심화 과정까지 기존 정형화된 수업에서 다 다룰 수 없는 내용을 깊이있게 다루다 보니, 양자정보 이론 연구자와 특정 양자 시스템 연구자가 느낀 온도 차가 있었다. 흥미로운 사실은, 다양한 반응 중에서도 각자 찰나의 깨달음이 있었다. 강의를 열심히 따라가다 보면, 이미 배운 내용이라 생각했는데 놓쳤던 뜻밖의 무언가 하나. 무엇보다도 해당 분야 최고 전문가의 통찰에서, 내용을 관통하는 무언가를 건졌다. 매시간 값진 순간들이다.
▲ 2022 양자정보과학 여름학교 단체사진(위)과 홍보 포스터 및 시간표(아래).
꽉찬 일정으로 아쉽게도 포함되지는 못했으나 실습이나 예제풀이 시간이 있었다면 처음 입문자에게는 도움이 되었을 것이라 짐작한다. 온라인으로 진행되었던 1회 여름학교에서 시도되었으나, 운영상 어려움으로 활성화되지는 못한 듯하다.
앞으로는 갈수록 높아지는 관심에 비례해 양자정보과학 계절학교 참가자가 더 다양해지고 그 수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따라서, 5일간의 계절학교지만, 참가자 배경과 분야의 다양성을 고려하여 강의 구성은 더욱 세분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여름학교에서는 참가자가 교육에 몰입할 수 있도록, 리조트 숙소 배정과 식단이 구성되었다. 행사 전날 리조트 숙소에 입소하여 교육장에서, 식사 시간, 일과 후 자율적으로 연구실을 넘어 토론하고 교류할 수 있었던 유익한 시간이었다.
총 5일간 진행된 이번 양자정보과학 여름학교는 무더운 날씨와 하루 8시간 이상씩 이어지는 수업에도 불구하고 매일 높은 출석률을 보였다. 마지막 날 진행된 수료식에는 약 80%의 학생들이 수료하였으며, 수료식 현장에 참석한 한국물리학회 노태원 회장은 앞으로도 이어질 양자정보과학 계절학교를 통해 열심히 공부하고 연구하여 양자정보과학의 미래, 더 나아가서는 한국의 과학을 이끄는 인재가 되라는 격려의 말을 남겼다. 이날 수료식에서는 노태원 회장과 모든 연사진이 수강생에게 수료증을 직접 수여하고 격려의 말을 전하며 2022 양자정보과학 여름학교를 마무리하였다.
양자정보연구지원센터 사업 2년 만에 처음 비대면으로 열린 여름학교를 성공적으로 운영하는데 빼놓을 수 없는 운영진의 노고를 돌아본다. 제한된 예산으로 장소 섭외부터 모집과 등록, 숙소 배치와 식사 등 100명이 넘는 인원의 5일 교육과 생활을 통해 성황리에 여름학교를 마칠 수 있었다. 운영진들의 수고에 감사하는 마음을 지면을 빌어 표현하고자 한다. 왼쪽 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