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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YSICS PLAZA

물리 이야기

세상에서 가장 귀한 물질

작성자 : 김영균 ㅣ 등록일 : 2022-11-30 ㅣ 조회수 : 1,064

저자약력

김영균 교수는 고려대학교 물리학과를 졸업(이학사)하고 한국과학기술원 물리학과에서 이학박사 학위를 받은 후, 현재 광주교육대학교 과학교육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ygkim@gnue.ac.kr)

과학과 종교의 전쟁. 혁명적인 사상가였던 조르다노 브르노(Giordano Bruno, 1548~1600)는 삼위일체와 무염시태(無染始胎, 원죄 없는 잉태) 교리를 논박했을 뿐만 아니라 우주는 무한하다, 별은 자신의 행성들을 갖는 다른 ‘태양’이다, 지구 아닌 다른 행성에도 지적 생명체가 있을지 모른다는 등의 ‘이단적’ 주장을 한 죄목으로 7년 동안 바티칸의 지하 감옥에 감금되어 고문당하다가, 1600년 2월에 화형을 당했다.

‘근대과학의 아버지’ 갈릴레오 갈릴레이(1564~1642)도 로마 가톨릭 교회로부터 탄압을 받았다. 1610년, 갈릴레오가 자신이 제작한 망원경으로 달의 표면에 구덩이와 돌출부가 가득하고, 목성에 네 개의 위성들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면서 서서히 긴장이 고조되기 시작했다. 갈릴레오의 발견(과 해석)이 반(反)아리스토텔레스적 우주관을 뒷받침하고, 코페르니쿠스 모형의 유효성에 무게를 더하는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1616년, 교황청은 코페르니쿠스 이론이 성서에 반하므로 주장하거나 변호해서는 안 된다고 갈릴레오에게 경고했다. 브르노보다 더 신중했던 갈릴레오는 코페르니쿠스 이론을 가설 이상으로는 가르치거나 쓰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1632년에 갈릴레오가 쓴 <프톨레마이오스와 코페르니쿠스, 두 가지 주요한 우주 체계에 관한 대화>가 출판되면서 상황은 심각해졌다. 1633년, 종교 재판에 회부된 갈릴레오는 교회의 압력에 굴복해, “거짓 명제들을 소개하는 대목에서도 독창적이고 그럴싸한 지지 근거를 만들어 낸” 자신의 ‘실수’를 인정했다. <대화>는 금서 목록에 올랐고, 70대의 노(老)과학자는 피렌체 외곽의 자택에서 죽을 때까지 갇혀 지냈다. 갈릴레오는 “그들과의 전쟁 때문에 나는 꼼짝없이 발목이 잡혔다네”라며 친구에게 하소연했다. 그는 눈이 멀어 갔지만 종교 재판소의 거절로 치료를 받지 못해 시력을 완전히 잃었다. “1642년 1월 8일 저녁, 갈릴레오는 지난 8년 동안 기거한 방에서 죽었다.” 교황 우르바노 8세는 적절한 예를 갖춘 장례를 치르는 것도, 업적을 기리는 기념비를 세우는 것도 허락하지 않았다.

1611년, 중년의 갈릴레오가 자신의 천문학 발견을 옹호하기 위해 로마를 방문했을 때, 페데리코 체시(Federico Cesi)라는 귀족을 만났다. “그는 린체이(Lincei) 학회라는 비밀 학회를 창립했다. 기성 학계에 반하는 자유주의적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 소규모 단체였다.” 갈릴레오는 그 학회의 여섯 번째 회원이 되었다. 회원들은 서신을 주고받을 때 가명을 썼는데, 플랑드르 출신 의사인 얀 에크의 가명은 “일루미나토(깨달은 자)”였다. 그래서인지, 미국의 소설가 댄 브라운(Daniel Brown)은 2000년에 출간된 소설 <천사와 악마(Angels and Demons)>에서 일루미나티(Illuminati)라는 비밀 결사를 등장시켰는데, (실제 역사와는 다르게) 갈릴레오가 이끌었던 반기독교 과학자 단체로 설정하고 있다. (현대 사회의 온갖 음모론에서 일루미나티는 세계를 장악하려는 최종 흑막쯤으로 자주 등장한다.)

(소설과 이를 바탕으로 제작된 동명의 영화 속에서) 과학자, 수학자 등으로 구성되어, 교회의 비과학적 가르침을 걱정하고 과학적 진실을 추구하던 일루미나티는 교회의 탄압으로 구성원들이 희생당하자 지하로 숨어든다. 수백 년의 시간이 흐른 뒤, 현세(現世)의 교황이 죽자, 사라진 줄 알았던 일루미나티는 다시 등장해 추기경들을 납치해 살해하고, 어마어마한 폭발력을 가진 반물질(antimatter) 폭탄으로 바티칸 교황청을 파괴하려고 한다. 그들은 “바티칸은 빛으로 소멸할 것이다”라고 경고한다.

<천사와 악마>에 등장하는 반물질 폭탄의 폭발 에너지는 TNT 5 킬로톤(kiloton)의 위력에 맞먹는 것으로 나온다. 이것은 대략 반물질(antimatter) 0.125 그램이 물질(matter) 0.125 그램과 합쳐져서 소멸할 때 생성되는 에너지에 대응된다. 아인슈타인의 유명한 방정식, \(\small E = mc\)2을 이용하면 도합 0.25 그램의 질량이 소멸할 때 방출되는 에너지의 양을 계산할 수 있다. 질량 \(\small m = \) 0.25 g, 빛의 속력 \(c = \) 299,792,458 m/s를 방정식에 대입하면 된다. 그러면 에너지 \(\small E = \) 2.25\(\times\)1013 J(줄, joule)이 나온다.(TNT 1 킬로톤의 에너지는 4.184\(\times\)1012 J이므로) 이 에너지는 대략 TNT 5 킬로톤과 같다. 히로시마에 떨어졌던 핵폭탄 ‘리틀 보이’의 에너지는 TNT 15 킬로톤 정도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반물질 1 그램을 가지고 있으면 ‘리틀 보이’보다 훨씬 강력한 폭탄을 가지고 있는 셈이 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는 대부분 반물질이 아닌 물질로 이루어져 있다. 구하기 힘든 반물질 1 그램을 만들어 내려면 어느 정도의 비용이 들까? 반물질의 입자인 반입자(antiparticle)는 물질의 입자(particle)와 모든 성질이 같지만, 전하가 반대인 입자이다. 반입자의 예로 전자(electron)의 반입자인 양전자(positron), 그리고 양성자(proton)의 반입자인 반양성자(antiproton)를 들 수 있다. 물리학자 로렌스 크라우스(Lawrence M. Krauss)는, 1995년에 출간된 <스타 트렉의 물리학>이라는 책에서, 반입자를 생성하는 데 드는 비용을 산출했다. 미국 일리노이 주(州) 시카고 근교에 페르미 국립 가속기 연구소(Fermi National Accelerator Laboratory)가 있는데, 2011년까지 양성자 빔과 반양성자 빔을 높은 에너지로 충돌시키는 테바트론(Tevatron) 가속기가 가동되었다. 크라우스는 다음과 같이 썼다.

“페르미 연구소에서는 중간 정도 크기의 에너지를 가진 양성자 빔을 리튬과 충돌시켜 반양성자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 과정은 하루 24시간 꼬박 진행되는데, 이렇게 만들어진 반양성자는 거대한 고리 모양의 자석 내부에 저장된다. 모든 시스템의 효율이 평균적인 상태를 유지한다면 이 방법으로 한 시간당 5백억 개의 반양성자를 만들어낼 수 있다. 반양성자 발생장치가 연중 75%의 효율로 작동된다고 가정했을 때, 페르미 연구소는 연간 3백조 개의 반양성자를 만들어내는 셈이다. 입자가속기의 부품들 중에서 반양성자를 만드는 데 직접적으로 관계되는 부분만을 돈으로 환산하면 1995년도 환율로 계산할 때 5억 달러 정도이다. 이 부품들의 수명은 약 25년이니까, 1년에 2천만 달러가 가속기 제작 및 유지비로 사용되는 셈이다. 여기에 인건비(공학자, 과학자, 기술진 등)와 부대설비비로 연간 8백만 달러가 추가된다. 그 다음, 입자 빔을 만들고 반양성자를 저장해 두는 장치들을 계속 가동시키려면 막대한 양의 전기가 소모되는데, 현재 일리노이 주의 전기요금을 기준으로 산출해 보면 연간 5백만 달러가 전기요금으로 지출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일반 관리비가 연간 1천 5백만 달러이다. 위에 열거한 세부 항목들을 모두 더해 보면 페르미 연구소는 물질의 기본구조를 연구하는 데 필요한 반양성자를 연간 3백조 개씩 만들어내면서 그 비용으로 4천 8백만 달러를 지불하고 있다. 즉, 1달러당 6백만 개의 반양성자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1달러당 6백만 개의 반양성자를 만들 수 있다니, 어쩌면 반양성자를 만드는 비용이 저렴하다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반양성자의 질량은 (양성자와 마찬가지로) 약 1.67\(\times\)10‒27 kg이다. 따라서 (1달러로 만들 수 있는) 6백만 개의 반양성자 질량은 약 10‒20 kg밖에 되지 않는다.(1년 동안 만들 수 있는) 3백조 개의 반양성자 질량은 5\(\times\)10‒13 kg, 즉 0.5 나노그램이다. 1 그램(즉, 10‒3 kg)의 반양성자를 만들려면 1017 달러, 즉 10만 조(兆) 달러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021년 현재,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은 23조 달러이다. 그러니까 대략 5천 년 치의 미국 GDP를 쏟아부어, 20억 년 동안 (페르미 연구소의) 반양성자 생성기를 가동해야 반양성자 1 그램을 얻을 수 있다는 말이다. 반물질은 참으로 귀한 물질인 셈이다.

<천사와 악마>에서 과학자들은 (유럽 입자물리 연구소 CERN에서 진행되는) LHC 가속기 실험에서 생성된 반물질을 어떤 용기(容器)에 모은다. 그리고 반물질을 모으는 이유가 (물질에 질량을 부여하는) 이른바 ‘신(神)의 입자’를 찾아내어, 우주의 기원을 연구하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하지만 실제 실험에서의 사정은 다르다. LHC는 Large Hadron Collider의 약자인데, 두 양성자 빔을 높은 에너지로 가속시켜 서로 충돌시키는 거대한 가속기이자 충돌기이다. 양성자 충돌 사건에서 수많은 입자들이 생성되어 나오는데, 여기에는 여러 종류의 입자들과 반입자들이 포함되며, 드물게는 (바로 ‘신의 입자’라 불리는) 힉스(Higgs) 입자도 섞여 있다. 그런데 이러한 입자들은 붕괴하거나, 검출기를 빠져나가거나, 검출기에 흡수되며 결국 사라지고 만다. 과학자들은 생성된 입자들을 어떤 용기에 저장하지 않는다. 단지 입자들이 검출기에 남긴 흔적을 기록할 뿐이다.

힉스 입자는 대략 10‒22초라는 매우 짧은 수명을 갖고 있어서, 양성자-양성자 충돌 사건에서 생성된 힉스 입자는 생성되자마자 곧바로 붕괴한다. 힉스 입자는 다양한 붕괴 채널을 가지고 있는데, 예를 들어 두 개의 광자들(photons)로 붕괴할 수 있다. 이런 광자 쌍의 흔적을 검출기에서 찾아내고 그들의 에너지-운동량을 이용해 역추적하면 힉스 입자의 생성 여부를 판별할 가능성이 생긴다. 2012년 7월 4일, LHC 가속기에 설치되어 있는 두 개의 입자검출기 실험인 ATLAS(아틀라스)와 CMS(씨엠에스)는 (입자물리학자들이 오랫동안 찾아 헤매던) 힉스 입자를 마침내 발견했다고 선언했다. 바로 두 개의 광자로 붕괴하는 힉스 입자들의 흔적을 발견한 것이었다. 그때까지 수십만 개의 힉스 입자가 LHC 실험에서 생성되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그중 일부만 두 개의 광자로 붕괴하며 구별 가능한 흔적을 남겼다. 이렇게 발견된 힉스 입자의 개수는 수백 개에 달했다. 이 발견을 계기로, 힉스 입자와 관련된 이론적 연구를 했던, 영국의 물리학자 피터 힉스(Peter Higgs)와 벨기에의 물리학자 프랑수아 엥글레르(Francois Engler)가 2013년도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했다.

CERN에서 발행하는 안내 책자에 따르면, LHC 가속기를 건설하는 데 3756 MCHF(백만 스위스프랑)의 재료비(material cost)가 들었다. 인건비는 제외된 이 비용은 2022년 12월 현재의 환율로 5조 원이 넘는다. 그리고 ATLAS와 CMS 검출기를 제작하는 데 들어간 재료비는 각각 540 MCHF, 500 MCHF이다. 가속기와 검출기를 운영하는 데도 매년 수천억 원이 소요된다.(조금 부정확하겠지만 계산의 편의상) 2012년 힉스의 발견을 선언할 때까지 들었던 총비용을 8조 원, 발견된 힉스 입자의 개수를 400개라고 해보자. 그러면 힉스 입자 하나(!)를 발견하는데 200억 원이 들었던 셈이 된다. 지금은 힉스 입자의 실험 데이터가 20배 이상 많아져, 발견된 힉스 입자 하나당 비용은 10억 원쯤으로 내려갔다.

‘신의 입자’라는 표현이 거론되자 교황청의 궁무처장이 신성모독이라며 분개하는 장면이 <천사와 악마>에 등장하는데, 힉스 입자가 그런 별명을 갖게 된 사정을 알았다면 분개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1988년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였던, 미국의 물리학자 레온 레더만(Leon M. Lederman, 1922~2018)이 (힉스 입자가 발견되기 전인) 1993년에 출판한 책의 제목이 ‘The God Particle’ 즉 ‘신의 입자’이다. 레더만은 원래 힉스 입자가 얼마나 발견하기 까다로운 입자인지를 표현하려고 책의 제목을 ‘The Goddamn particle(망할 놈의 입자)’이라고 지으려 했다고 한다. 출판사는 여기에 동의하지 않았고, 결국 책의 제목은 원래 제목에서 ‘damn’이 빠진 ‘The God Particle’이 되었다. 사정이야 어떻든, ‘신의 입자’라는 이름에 걸맞게 힉스 입자가 과연 세상에서 가장 ‘귀한’ 입자일까?

현재의 입자물리 ‘표준모형’에는 총 17개의 입자들이 있다. 여섯 종류의 쿼크들(quarks), 여섯 종류의 렙톤들(leptons), 힘을 매개하는 입자들인 W, Z, 광자, 글루온(gluon), 그리고 힉스 입자이다. 여섯 종류의 렙톤은 다시 전자(electron), 뮤온(muon), 타우(tau) 등 세 종류의 하전 입자(전기 전하를 띤 입자) 그리고 이들과 짝을 이루는 세 종류의 중성미자인 전자 중성미자(electron neutrino), 뮤온 중성미자(muon neutrino), 타우 중성미자(tau neutrino)로 나뉜다. 중성미자들은 관측하기 어려운 입자들로 악명이 높다. 보통 물질들과 거의 상호작용을 하지 않는 (유령 같은) 입자이기 때문이다. 볼프강 파울리(Wolfgang Ernst Pauli, 1900~1958)가 (원자핵의 베타붕괴에서 나오는 전자의 에너지 분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930년에 이론적으로 도입한 중성미자는, 그로부터 26년이 흐른 1956년에야 비로소 발견됐다. 이때 발견된 중성미자는 전자와 상호작용하는 전자 중성미자이다. (좀 더 정확히는 전자 중성미자의 반입자이다.) 1962년에는 뮤온과 상호작용하는 뮤온 중성미자가 발견되었는데, 힉스 입자에 ‘신의 입자’라는 별명이 붙게 했던 레온 레더만이 발견자 중의 한 명이다. 전자와 뮤온은 전하, 스핀, 상호작용 등이 모두 같다. 다만 질량이 서로 다를 뿐이다. 그래서 전자를 1세대 입자, 뮤온을 2세대 입자라고 한다. 중성미자 경우에도 전자 중성미자가 1세대 입자, 뮤온 중성미자가 2세대 입자이다. 그런데 1975년에 전자, 뮤온과 다른 성질은 똑같은데 질량만 큰 새로운 입자(타우 입자)가 발견됐다. 3세대 입자가 처음으로 발견된 것이다. 물리학자들은 타우 입자와 상호작용하는 3세대 중성미자, 즉 타우 중성미자가 존재할 것으로 확신했다. 하지만 타우 중성미자를 발견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높은 에너지의 양성자 빔을 (예를 들어) 텅스텐 같은 표적에 때리면 (‘강한 상호작용’을 하는 입자인) 하드론(hadron)들이 생성되는데, 이 하드론들은 일련의 붕괴과정을 통해 중성미자들을 만들어낸다. 이렇게 생성된 중성미자들이 입자검출기를 통과할 때, (아주 드물게) 검출기 매질과 충돌하며 전자, 뮤온 혹은 타우 입자를 만들어낼 수 있다. 이른바 ‘하전류 상호작용(charged current interactions)’을 통해서 전자 중성미자는 전자를, 뮤온 중성미자는 뮤온을, 타우 중성미자는 타우 입자를 생성한다. 따라서 어떤 입자가 생성돼서 나오는지를 보면 어떤 중성미자가 들어왔는지를 알 수 있게 된다. 타우 중성미자는 전자 중성미자, 뮤온 중성미자에 비해 발견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더 어려운데, (타우 입자의 큰 질량 때문에) 타우 중성미자를 만들어내는 것이 더 어렵고, (매우 짧은 타우 입자의 수명 때문에) 생성된 타우 입자를 실험적으로 재구성하기가 전자, 뮤온의 경우보다 더 어렵기 때문이다.

타우 렙톤이 발견된 지 25년이 지난 서기 2000년, 마침내 타우 중성미자가 발견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주인공은 페르미 국립 가속기 연구소에서 진행된 DONuT(Direct Observation of Nu Tau) 실험이었다. 테바트론 가속기에서 나오는 800 GeV 에너지의 양성자 빔을 1 m 두께의 텅스텐 표적에 때려 많은 수의 타우 중성미자를 만들어냈고, 그 타우 중성미자들이 하전류 상호작용을 통해 만들어낸 타우 입자를 (공간 분해능이 좋은) ‘핵건판(nuclear emulsion)’ 표적을 이용해 재구성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그들은 모두 4개의 타우 중성미자를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그 후 DONuT에서 발견된 타우 중성미자의 개수는 총 9개로 늘어났다. 한편 2015년, 중성미자 진동 실험인 OPERA(Oscillation Project with Emulsion-tRacking Apparatus) 실험도 5개의 타우 중성미자를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스위스의 CERN에서 (730 km 떨어진) 이탈리아의 그랑 사소(Gran Sasso)로 뮤온 중성미자 빔을 쏘아 보냈다. 뮤온 중성미자는 ‘중성미자 진동’이라는 현상을 통해 타우 중성미자로 바뀔 수 있는데, OPERA 실험은 바로 이러한 타우 중성미자를 관측한 것이었다. 따라서 OPERA의 발견은 타우 중성미자 자체의 발견일 뿐만 아니라, 뮤온 중성미자가 타우 중성미자로 진동한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었다. 그 후 OPERA가 발견한 타우 중성미자의 개수는 총 10개로 늘어났다.

지금까지 물리학자들이 발견한 타우 중성미자의 총개수는, DONuT에서 발견한 9개와 OPERA에서 발견한 10개를 합해서, 겨우 19개이다. 그나마 그중에 4개 정도는 타우 중성미자를 흉내 내는 가짜일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세상에서 가장 ‘귀한’ 입자는 아마도 타우 중성미자일 것이다. 적어도, 발견된 입자의 개수라는 측면에서, 가장 희귀한 입자임엔 틀림없다.

각주
1)마이클 화이트, <갈릴레오>, 사이언스북스.
2)댄 브라운, <천사와 악마>, 문학수첩.
3)로렌스 M. 크라우스, <스타 트렉의 물리학>, 영림카디널.
4)ATLAS Collaboration, Phys. Lett. B 716, 1 (2012), arXiv:1207.7214.
5)CMS Collaboration, Phys. Lett. B 716, 30 (2012), arXiv:1207.7235.
6)DONuT Collaboration, Phys. Rev. D 78, 052002 (2008).
7)OPERA Collaboration, Phys. Rev. Lett. 120, 211801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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