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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행성의 위협으로부터 지구를 지켜라 - DART 미션
작성자 : 강성주 ㅣ 등록일 : 2023-01-03 ㅣ 조회수 : 2,151
강성주 박사는 미국 텍사스대 오스틴 캠퍼스에서 물리학, 천문학을 전공하고 아이오와주립대에서 천체 물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천문연구원의 선임연구원으로 근무했으며 현재 국립과천과학관 연구사로 재직하고 있다.
1968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루이스 앨버레즈(Luis W. Alvarez)는 아들인 미국 버클리 대학교 지구 및 행성과학부 교수인 월터 앨버레즈(Walter Alvarez)의 부탁으로 1960년대 이탈리아에서 찾은 매우 특이한 진흙층 샘플의 분석을 진행했다. 그리고 이 진흙층의 이리듐 농도가 수십 배 이상 높은 것을 확인하였다. 이리듐은 가장 흔한 종류의 운석인 콘드라이트에 풍부한 원소로서, 여러 가지 연구 끝에 앨버레즈 부자는 약 6,500만 년 전 공룡이 멸종한 이유는 직경 10~15 km에 이르는 소행성의 충돌 때문이었다는 연구 결과를 1980년 6월 ‘사이언스(Science)’지에 발표한다. 그리고 이 주장은 1991년 NASA가 유카탄반도에 있는 지름 180 km, 깊이 30 km에 이르는 칙술룹(Chicxulub) 크레이터를 발견하면서 사실로 밝혀졌다. 이후 2021년 6월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는 칙술룹 대충돌이 일어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두 번째 소행성이 지구에 충돌로 기후변화가 가속하면서 공룡을 비롯한 지구상의 생물 75% 가까이가 멸종되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였다. 이렇게 소행성은 2억 년 가까이 지구를 지배해온 공룡을 비롯한 많은 생명체를 단 한순간 멸종시킬 수 있는 위력을 증명하였고. 그 위험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그렇다면 21세기의 인류는 공룡이 맞이했던 슬픈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을 수 있을까?
위험한 소행성의 존재
공룡을 멸종시켰던 소행성이 비록 공룡 멸종의 직접적인 원인이 아니라고 할지라도, 직경이 불과 수 km밖에 안 되는 소행성이나 혜성들도 순식간에 지구 생명체를 모두 위험에 빠뜨릴 가능성은 언제든지 존재한다. 심지어는 수백 미터 단위의 크기라 하더라도 그 파괴력은 적어도 도시 하나쯤은 순식간에 파괴할 수 있을 정도로 엄청나다. 실제로 이러한 소행성 낙하는 지구에서는 드물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 1908년 6월 30일 러시아 시베리아 지역 퉁구스카 강 유역 삼림지대에서 지구 근접 천체의 낙하로 인한 폭발사건이 있었다. 지름 약 60 m의 운석은 땅에 도달하기 전 대기 중에서 폭발하였는데, 폭발의 위력은 엄청났다. 서울 면적의 3배가 넘는 지역 전체가 영향을 받았고, 다행히 인명피해는 확인된 바 없지만 8,000만 그루의 나무들이 다 누워버린 일로 그 위력을 짐작할 수 있었다.
또한 2004년에 발견된 아포피스(Apophis) 소행성은 크기가 170 m에서 최대 450 m에 이르는 거대한 소행성으로 한때, 현재 알려진 소행성 중 충돌 가능성이 가장 높았던 2.7%까지 상승하기도 했었다. 만약에 충돌한다면 엄청난 피해를 줄 수 있는 위험성을 가지고 있었지만, 이후 추적 관측 결과 다시 한번 지구에 근접하는 2029년에는 다행히 지구에 충돌하지는 않고, 지구 상공 약 30,000 km까지 접근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지구의 기상이나 통신을 위한 정지위성의 궤도가 상공 약 36,000 km인 것을 감안하면 아포피스가 2029년에 얼마나 가까이 접근하는 것인지 알 수가 있다. 이처럼 지구에 위협을 줄 수 있는 잠재적 위험 소행성(Potentially Hazardous Asteroid, PHA)만 하더라도 약 1,400여 개가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항공우주국(NASA)은 소행성의 실질적인 위협으로부터 지구를 보호하기 위해 1998년부터 직경 1 km 이상이 되는 천체 가운데 지구와 충돌할 가능성이 큰 소행성을 찾기 시작했고, 지금까지 지구 근접 물체(Near-Earth Object, NEO)로 분류되는 소행성 및 혜성 등 약 25,000개 정도 찾아 확인 및 추적하고 있다. 이렇게 1 km 정도 이상이 되는 큰 소행성은 90% 이상 발견되었지만, 그보다 크기가 작은 천체들은 아직도 발견하지 못한 천체들이 부지기수이다. 연구에 따라서 그 수치는 조금은 다르지만 대략 10% 이내로 발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3년 2월 러시아 첼리야빈스크주에 떨어진 대략 15~20 m로 추정되는 작은 소행성은 현실적으로 지구 대기에 들어오기 직전까지도 아무도 발견하지 못했다. 지상에서 관측이 가능한 수준이 되어서야 맨눈으로, 차량 블랙박스 등으로 관측할 수 있었고, 수천 명의 부상자와 재산 피해를 초래하였다. 이렇게 소행성의 위협은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현실이며 이러한 끊임없는 위협에 대한 대응 방법을 찾기 위해 미국은 마치 영화나 소설에서 나오는 지구 방위 조정국(Planetary Defense Coordination Office, PDCO)을 2016년부터 설립하여 운용하고 있다. 이 PDCO는 지상망원경과 우주망원경 등 이용할 수 있는 모든 관측장비를 이용해 소행성을 추적하고 분류하여 체계적으로 위험성을 진단하고 대비하고 있다. 특히 지구에 떨어진다면 엄청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천체들을 별도로 분류하여 지구 위협 천체(Potentially Hazardous Object, PHO)로 분류하였는데, 대략 1,100여 개의 소행성과 60여 개가 넘는 혜성을 PHO로 분류하여 반복적으로 관측 및 추적하고 있으며 그 충돌 가능성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위에서 언급한 2029년에 접근하는 아포피스 또한 PHO로 분류되어 추적 및 감시가 이루어지고 있다.
첫 번째 소행성 충돌 실험 목표 –디디모스와 디모르포스
이렇게 전 세계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지구에 위협이 될 만한 소행성들은 추적 및 감시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만약에 추적 결과 지구와 충돌하는 것이 확인된다면, 이후 지구를 보호하기 위한 대책과 방법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 방법을 위한 첫 시작이 바로 이중 소행성 궤도수정 실험(Double Asteroid Redirection Test, DART) 임무이다. DART 임무는 앞으로 우리에게 다가올 소행성의 충돌을 대비하기 위해서 NASA의 주도로 지구 근접 천체에 대한 궤도의 변경 가능성을 실험해 보기 위한 프로젝트이다. 소행성에 물리적 충격을 가해 소행성의 궤도 변경 가능성을 시험함으로써, 훗날 있을지도 모르는 소행성 충돌의 위험을 피할 수 있는지에 대한 가능성을 연구하기 위한 목적으로 인류가 의도적으로 우주선을 소행성에 충돌시킨 첫 번째 실험이었다.
2021년 11월 24일 DART 우주선은 SpaceX의 팰컨 9에 실려 우주로 발사되었다. 약 10개월이 넘는 긴 항해 끝에 1,100만 km 떨어진 이중 소행성계 디디모스(Didymos)와 디모르포스(Dimorphos)에 도착하였다. 여기서 궁금한 점은 바로 왜 디디모스와 디모르포스가 이번 임무의 목표 소행성이 되었는가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디디모스와 디모르포스 또한 PHO, 즉 지구 위협 천체로 분류되어 있다. 특별하게도 직경 160 m의 디모르포스는 약 11시간 55분마다 직경 780 m의 소행성 디디모스 주위를 공전하기 때문에 두 소행성을 이중 소행성계 또는 쌍 소행성계라고 부른다. 그렇기에 DART 우주선이 소행성에 충돌한 후 디모르포스의 공전주기를 충돌 전 공전주기와 비교를 하면 이번 충돌을 통해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이른 시일 안에 파악할 수 있으며, 추후 실질적으로 PHO, 즉 지구 위협 천체로부터 지구를 지켜내야 할 때, 얼마의 힘과 폭발력이 필요한지 가늠할 수 있다. 비록 디디모스와 디모르포스 모두 PHO로 분류되어 있긴 하지만 이번 실험으로 인해 지구에 미치는 영향이 없으리라는 것 또한 두 소행성이 이번 임무의 목표가 되는데 중요 고려사항이었다. 이렇게 디디모스와 디모르포스는 인류의 첫 번째 소행성 충돌 실험의 실험 대상이 되었다.
지구를 지킬 수 있을까? – DART 임무
이번 DART의 임무는 디디모스 주위를 도는 디모르포스에 DART 우주선을 충돌시켜 디모르포스의 공전궤도와 공전주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영향을 준다면 얼마나 줄 수 있는지를 알아보는 실험이었다. 만약에 충돌시켜서 디모르포스 궤도가 어떻게 얼마나 바뀔 수 있는지를 정확히 알 수 있다면, 앞으로 크기와 무게가 다른 지구를 위협하는 소행성으로부터 지구를 지키기 위해 어떤 방식으로 어느 정도의 에너지가 필요한지 파악이 가능하게 된다. 이번 DART 임무의 가장 큰 의미이자 목적이었다.
충돌 4시간가량 앞두고, DART 우주선은 스마트 자율 항법 비행체제로 전환하였다. 거대한 디디모스에 디모르포스가 가려서 제대로 보이지 않아 미세한 조종이 어려운 상황이었고 지상에서 조정하는 것은 딜레이가 있었기 때문에, 마치 자동차의 자율주행기술처럼 우주선에 탑재된 카메라의 센서 인식 기술을 바탕으로 물체를 인식하고 목표를 향해 항해하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총알의 6배 정도 속도인 초속 6.4 km로 날아가는 우주선을 1,100만 km 떨어진 곳에서 고작 160 m 과녁에 명중한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었다. 마지막 순간에 디모르포스를 향해 다가가는 장면이 영상으로 송출되면서 DART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연구원들의 긴장은 더해갔지만, 충돌 직전 디모르포스의 표면이 점점 확대되고 작은 돌 하나하나 보이면서 영상 송출이 중단되는 순간 모두가 환호하였다. 보통 탐사선과의 신호가 끊기면 좋지 않은 소식이지만, 이번만은 달랐다. 송출이 중단되었다는 것은 목표인 디모르포스에 정확히 충돌했다는 뜻이고, 이는 완벽한 성공을 의미하는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지구상의 많은 망원경뿐만 아니라 허블 우주망원경과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 또한 충돌 장면의 순간을 관측하였다. 우리나라의 우주물체 전자광학 감시네트워크(Optical Wide-field patroL Network, OWL-Net)를 통해서도 충돌 순간의 모습이 포착되었으며 충돌 순간 뿜어져 나온 수많은 잔해가 태양 빛에 반사되면서 밝아지는 모습 또한 포착되었다.
지상에서의 시뮬레이션을 통해 충돌 후 디모르포스의 공전 주기는 약 7분에서 11분 정도 빨라질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충돌 후 분석을 통해 새로 공개된 관측 데이터에 따르면 디모르포스의 공전주기는 11시간 23분, 무려 32분이나 짧아진 것을 확인했다. 탐사선이 디모르포스에 정면으로 충돌했고, 이에 따라 디모르포스의 궤도가 작아져 공전 주기도 더 짧아진 것이다. 겨우 30분 차이라고 느낄 수 있겠지만, 고작 500 kg 남짓한 작은 우주선의 충돌로 매우 거대한 소행성의 속도와 궤도가 예상보다 크게 바뀐 것은 매우 인류가 이룩한 놀라운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충돌 직후 막대한 양의 소행성 파편과 잔해가 우주 공간으로 분출되었다. 이 많은 소행성의 잔재는 태양 빛을 반사하며 순간적으로 밝아지는 모습을 관측할 수 있었다. 이러한 모습은 DART로부터 충돌 일주일 전 분리된 이탈리아 우주국이 제작한 10 kg 남짓의 작은 소행성인 리치아큐브(LICIACube) 위성으로도 확인할 수 있었으며, 이러한 먼지기둥의 분출로 마치 로켓이 연료를 분사해서 속도와 방향을 바꾸는 것과 같은 효과가 발생하여 소행성의 공전 주기에 영향을 주게 된 것이다. 이번 DART 미션을 통해 디모르포스의 공전 궤도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는 이 분출된 소행성의 먼지의 양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하다. 이 분출된 먼지의 양을 통해 최종적으로 디모르포스에 얼마나 강한 에너지가 전달되었는지, 소행성의 성분은 무엇으로 구성이 되어있는지 파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앞으로의 계획
이번 DART의 임무는 매우 성공적이었다. 오히려 기대 이상의 결과를 확인함으로써, 앞으로 소행성의 접근으로부터 우리 지구를 지켜낼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앞에도 언급했듯이 소행성이나 혜성 등으로부터 지구를 지켜내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작은 지구 근접 천체들을 빨리, 더 많이 찾아내는 것이다. DART 미션을 통해 그 가능성을 입증한 소행성 방어 기술도, 결국에는 지구에 접근하는 위협 천체를 얼마나 빨리 찾아낼 수 있는가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이번 테스트는 그동안 없었던 우주 탐사의 또 다른 가능성을 열었다는 데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인류의 지적 호기심을 해결하기 위한 우주 탐사가 아닌, 지구를 지키기 위한, 실질적으로 인류와 지구의 생명체의 보호를 위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가능성을 시험해 보았다는 면에서, 다른 우주 탐사와 성격이 조금은 다르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얼마 전 아르테미스의 성공적인 발사로 다시 한번 인류는 본격적인 우주 탐사의 시대를 열었다. 우주 시대를 살아갈 우리 인류는 앞서 슬픈 운명을 맞이할 수밖에 없었던 공룡의 슬픈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을 준비를 착실히 하는 것이다. 현재로서 우리는 우리가 알고 있는 유일한 지적생명체인 인류가, 한발 더 나아가서 이제는 지구를 지킬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되었다는 사실이 무척이나 자랑스럽다.
*‘과학과 미래 그리고 인류’를 목표로 한 <크로스로드>는 과학 특집, 과학 에세이, 과학 유머, 과학 소설, 과학 만화 등 다양한 장르의 과학 글을 통해 미래의 과학적 비전을 보여주고자 아시아 태평양 이론물리센터(Asia Pacific Center for Theoretical Physics)에서 창간한 과학 웹 저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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