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정선 예미랩: 지하 1000 m에서 우주의 비밀을 캐다
아모레(AMoRE) 이중베타붕괴 실험
작성자 : 김용함·김홍주·오유민·이무현 ㅣ 등록일 : 2023-01-10 ㅣ 조회수 : 1,987 ㅣ DOI : 10.3938/PhiT.32.002
김용함 박사는 Brown 대학에서 물리학 박사를 취득했고, Brown 대학 Postdoc,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선임/책임연구원으로 근무한 후, 현재 기초과학연구원 지하실험연구단 부연구단장, UST 기초과학 전공책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yhk@ibs.re.kr)
김홍주 교수는 고려대학교에서 입자물리실험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고, 미국 루이지애나 주립대학교, 서울대학교, 연세대학교에서 근무한 후, 현재 경북대학교 물리학과에서 교수로 재직 중이다. (hongjoo@mail.knu.ac.kr)
오유민 박사는 서울대학교에서 핵물리실험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고, 같은 학교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한 후, 현재 기초과학연구원 지하실험연구단에서 연구위원으로 재직 중이다. (yoomin@ibs.re.kr)
이무현 박사는 고려대학교에서 입자물리실험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고, 미국 Rutgers 대학, 서울대학교, 일본 KEK, 미국 Maryland 대학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한 후, 현재 기초과학연구원 지하실험연구단에서 연구위원, UST 기초과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mhlee@ibs.re.kr)
AMoRE Neutrinoless Double Beta Decay Experiment
Yong-Hamb KIM, Hongjoo KIM, Yoomin OH and Moohyun LEE
AMoRE is an international project searching for neutrinoless double beta decay (0νββ) of 100Mo. Highly purified molybdate crystals are utilized with heat-light detection based on magnetic micro-calorimeters operating at 10 mK. The high energy resolution is achieved with the heat sensors capable of efficient background rejection from the dual heat-light detection. The present AMoRE, composed of 18 crystal modules, has been operating at Yangyang underground laboratory with an exposure exceeding 9 kg·year, reaching the best limit for 100Mo 0νββ mode. Moreover, the collaboration builds a large-size detector for a total detector mass of about 180 kg in Yemilab, reaching the world-leading sensitivity for 0νββ search.
들어가며
중성미자는 우주를 구성하는 기본입자 중 하나이지만 일부분만 밝혀진 그 성질은 현대 과학이 풀어야 할 숙제의 큰 부분이다. 현재, 우주와 소립자를 이해하는 표준 모델에 의하면 중성미자는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기본입자로 전기적 중성이다. 따라서 전자기 상호작용을 하지 않지만 방사성 붕괴를 설명하는 약력에 의한 상호작용을 하여 핵에서 전자가 생성되는 붕괴에서는 반드시 같이 생성되는 입자이다.
표준모형의 중성미자는 질량이 없어 빛과 같은 속도로 움직인다고 여겼지만, 중성미자가 질량이 있다는 사실이 중성미자 진동 실험으로 밝혀져 표준모형의 수정이 필요하다고 알려졌다. 표준모형에서 알려진 세 종류(flavor state)의 관측 가능한 중성미자는 세 가지 다른 질량을 갖는 상태(mass state)의 중첩으로 되어 있고 한 질량상태는 다른 상태로 변화하는 성질이 있어, 중성미자 진동이 관측된다. 하지만 어떻게 중첩되어 있는지 설명하는 행렬(PMNS matrix)은 아직 모르는 성분이 많을 뿐만 아니라, 세 질량 상태의 질량 값이 얼마나 되는지 역시 모르고 있다. 아울러 이런 질량이 있는 중성미자가 스스로 반입자(마요라나 입자)인지 아니면 반입자(디락 입자)가 따로 있는지의 근본적인 성질도 모르고 있는 상태이다.
네 가지 또는 그 이상 종류의 중성미자가 있지는 않은지, 빅뱅 우주론에서 필연적으로 수반하는 우주배경중성미자는 과연 존재하는지, 또는 중성미자가 붕괴하지는 않은지 등의 질문 역시 현대 입자천체물리학이 밝혀내야 할 중요 과제이다.
이중베타붕괴와 아모레 실험
AMoRE (Advanced Mo-based rare process experiment, 아모레)1) 실험은 100Mo의 특별한 붕괴 현상을 측정하여 중성미자의 미지의 성질을 규명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구체적으로는 100Mo이 포함된 단결정을 이용하여 100Mo의 중성미자 미방출 이중베타붕괴(0νββ) 현상을 극저온 검출기를 이용하여 분석해 낸다.
일반적인 이중베타붕괴(2νββ) 현상은 아래와 같이 두 개의 전자와 두 개의 중성미자 방출이 수반된다.
\[ (Z,A)\rightarrow (Z+2, A) + 2e^{-} + 2 {\bar{\nu }} _{e} \]
이때 방출된 전자의 운동에너지 합은 영부터 붕괴에너지인 \(\small Q_{\beta\beta}\) 값까지 넓게 분포한다. 하지만 중성미자가 마요라나 입자라면 중성미자 미방출 이중베타붕괴(0νββ)
\[ (Z, A) \rightarrow (Z+2, A) + 2 e ^{-} \]
가 가능하다. 이때 두 전자는 전체 붕괴에너지를 나눠가지게 되어 \(\small Q_{\beta\beta}\) 값에 한 개의 피크로 나타난다. 그림 1은 이상적인 경우에 예측되는 2νββ과 0νββ의 에너지 스펙트럼을 보인다. 따라서 0νββ 신호는 한곳에서 발생하는 두 개의 전자가 \(\small Q_{\beta\beta}\) 값에 피크를 나타내는 특징이 있다.
0νββ의 반응을 예측하는 이론 중 일반적인 가벼운 마요라나 중성미자 교환모델에 의하면 0νββ 프로세스의 반감기는 중성미자의 절대 질량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2)
\[ m _{\beta \beta }^{2} \propto T _{1/2} (0 \nu \beta \beta ) ^{-1} \]
여기서 \(\small m_{\beta\beta}\)은 유효 마요라나 질량으로 PMNS 행렬과 세 중성미자 질량 값의 결맞음 합(coherent sum)이다.
실험적으로 0νββ 반응의 증거가 확인되면 이는 다음의 중요한 물리 문제를 해결한다.
1. 중성미자의 절대 질량을 알아낸다.
2. 중성미자가 마요라나 입자라는 직접적인 증거이다.
3. 물리학의 보존법칙 중 하나로 여겨지는 전자수 보존이 위배되는 반응이 증명된 것으로 이로부터 여러 물리학적 이론발전과 실험예측이 가능하게 된다.
이러한 0νββ의 중요성으로 지난 수십 년간 여러 검출기술을 이용한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아직은 0νββ 신호가 실험적으로 발견되지 않은 상태이다. 현재 많은 수의 국제적인 연구가 큰 용량의 검출기와 발전된 검출기 기술을 이용하여 여러 핵종의 0νββ 실험을 계획하거나 건설하고 있다. 이 유수의 여러 국제공동연구는 0νββ의 측정감도를 경쟁적으로 높이려 하고, 동시에 0νββ 측정 증명을 위하여 다른 핵종 또는 다른 검출 기술을 이용하는 서로 보완적인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아모레 연구는 100Mo의 0νββ 신호 측정을 위하여 Mo 기반 섬광 단결정과 극저온 초전도 센서 측정기술을 이용한다.3) 우선 고순도의 CaMoO4, Li2MoO4 등의 섬광 단결정을 만든다. 이때 100Mo로 enrich된 원소를 사용하여 측정효율을 높이고 단결정 내부의 방사성 원소를 최소화하는 기술이 필수적이다. 아울러 10 mK 영역의 극저온에서 작동하는 MMC (Magnetic micro-calorimeter)를 이용한다.4) 단결정에 흡수된 전자의 운동에너지가 대부분 phonon 형태로 변환되고 열신호를 만든다. 빛 신호는 그림 2와 같이 섬광 단결정 바로 위에 빛 검출기를 위치시켜 측정한다. 이때 사용하는 MMC는 지하실험연구단에서 자체 제작하는 초고감도의 초전도 센서이다.
단결정 및 백그라운드
아모레실험에는 95% 이상 농축된 100Mo를 기반으로 하는 단결정인 CaMoO4, Li2MoO4 등의 고순도 섬광 단결정이 사용된다. 아모레 연구 초기에 국제협력을 주도하며 개발했던 48depCa100MoO4 결정은 상대적으로 상온 및 저온에서의 높은 섬광수율을 가진 장점으로부터 총 4.5 kg의 단결정들을 가지고 실험 중이다. 그러나 방사선 동위원소인 48Ca를 제거하는데 비용이 들고, 상대적으로 고온의 녹는점으로 인하여 고순도의 결정성장이 힘들다. 이에 지난 약 5년간 다른 종류의 몰리브데이트 섬광결정들에 관한 개발연구가 진행되었다.5)6) 그 결과 녹는점이 낮고 정제가 쉬운 Li2MoO4가 가장 적합한 결정으로 판정되어, 현재 약 180 kg의 결정들을 준비하고 있다.
이러한 양의 결정을 준비하는 데에는 적지 않은 시설과 시간을 필요로 한다. 따라서 성장 및 제작을 두 군데(지하실험연구단과 러시아의 니콜라에프 무기화학연구소)에서 진행하여서 성장에 필요한 시간을 단축시키도록 하였다.
Fig. 3. A Li2MoO4 crystal grown and polished at the center for underground physics for the AMoRE experiment.
그림 3의 사진들은 지하실험연구단에서 최근에 성장시키고 가공한 고순도의 Li2MoO4 결정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결정을 검출기에 조립하여서 사용하려면 그림 2에서처럼 원통형으로 가공을 하고 표면처리를 필요에 따라 거칠게 혹은 광택이 나게 한다. 이때 가공 후 광택이 나는 면으로 처리한 것을 그림 3 오른쪽 사진에서 보여주고 있다.
극 희귀 붕괴를 탐색하는 아모레 실험에서 필요한 고순도 결정을 만들기 위하여 성장 재료인 MoO3와 Li2CO3 파우더들의 자체 백그라운드 레벨을 기존의 제품보다 낮추기 위한 정제 방법을 연구 개발하여서 성공하였다.7)8)
이렇게 정제된 파우더 재료들로 성장시킨 Li2MoO4 결정의 샘플들에서 얻은 ICP-MS 측정결과로부터, 가장 중요한 백그라운드인 우라늄과 토륨이 6 ppt의 검출한계 이하로 나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9)
단계별 아모레 실험
아모레 실험은 파일럿과 I, II의 세 단계로 나뉘어 진행되고 있다. 파일럿 단계는 양양 양수발전소의 지하 700미터에 위치한 실험실에서 2015년 말부터 약 3년 동안 진행되었다. 이 단계에서는 여섯 개의 48depCa100MoO4 단결정을 이용하여 검출기의 성능을 확인하고 향상시키려는 연구를 진행하였다. 극저온 유지 장치의 진동에서 발생하는 노이즈를 줄이고, 백그라운드에 영향을 주는 검출기 부품과 환경 요소들을 파악하여 이를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였다. 파일럿에서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2019년부터는 아모레-I을 시작하여 본격적인 이중베타붕괴 탐색이 진행 중이다. 아모레-I에서는 일곱 개의 48depCa100MoO4 단결정과 다섯 개의 Li2100MoO4 단결정이 더해져 총 열여덟 개의 검출기 모듈이 설치되었다. 아울러 차폐체 보강과 라돈 저감 공기의 지속적인 공급으로 중성자, 감마선, 뮤온 등의 차단 효과를 향상시켜, 아모레-I은 파일럿에 비하여 백그라운드가 10분의 1 이하로 줄어들었다는 것을 확인하였다.10) 아모레-I의 데이터 취득은 2023년 중에 완료될 예정이며, 이후에는 정선 예미랩에서 아모레-II가 시작된다.
아모레-II는 강원도 정선의 지하 천 미터 깊이에 새로 마련된 예미랩에서 2023년 중 시작될 예정이다. 아모레-I보다 약 30배 정도 더 많은 180 kg에 달하는 고순도 100Mo 단결정이 이용된다. 수백 개의 단결정 검출기는 새로 제작된 대용량의 저온 유지 장치에 설치되고, 그 바깥은 수십 센티미터의 납과 폴리에틸렌, 보론 등의 중성자 및 감마 차폐체와 뮤온 검출기로 둘러싸인다. 이전 단계에 비하여 동위원소의 양은 크게 늘어나면서, 한층 보강된 차폐 덕분에 백그라운드는 아모레-I에 비하여 수십 분의 일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00Mo의 0νββ 반감기가 5\(\small\times\)1026년보다 짧거나 길 것인지, 혹은 중성미자 질량이 수십 밀리전자볼트(meV/c2, 1 eV/c2 = 1.78\(\small\times\)10-36 kg)보다 크거나 작을 것인지, 아모레-II의 본격적인 데이터 취득이 5년 정도 지속되면 판가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맺음말
아모레 실험은 기초과학연구원 지하실험연구단을 주축으로 24개의 국내외 연구기관, 100여 명의 연구자가 참여하는 국제 공동연구로 진행하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아모레-I은 100Mo 0νββ 측정에서 최고 반감기가 구현될 예정이다. 다음 단계의 아모레-II 실험은 고심도 지하실험시설인 예미랩에서 진행될 예정이고, 검증된 고순도 섬광 단결정과 고분해능 열-빛 센서를 이용하여 감도를 극대화하고 있다. 아모레-II 연구가 시작되면 현재 건설 중이거나 계획하는 0νββ 실험의 최고 측정 감도가 구현될 것으로 예상한다. 이는 중성미자 질량의 예측 시나리오 중 한 가지를 완전히 검증하는 감도를 갖는다. 아울러 100Mo를 비롯한 여러 후보 핵종과 비교하여도 최고 성능의 0νββ 실험이 될 예정으로 세계적 중성미자 연구를 선도할 예정이다.
- 각주
- 1)V. Alenkov et al., arXiv:1512.05957 (2015).
- 2)M. J. Dolinski et al., Annu. Rev. Nucl. Part. Sci. 69, 219 (2019).
- 3)Y. H. Kim et al., Supercon. Sci. Tech. 35, 063001 (2022).
- 4)G. B. Kim et al., Astroparticle Physics 91, 105 (2017).
- 5)H. J. Kim et al., Cryst. Res. Technol. 54(11), 1900017 (2020).
- 6)M. H. Lee et al., JINST 15(8), C08010 (2020).
- 7)O. Gileva et al., JINST 15(7), C07032 (2020).
- 8)J. K. Song et al., JINST 15(7), C07035 (2020).
- 9)M. H. Lee et al., presented at ICRM-LLRMT 2022, LNGS, Italy (2022).
- 10)Y. Oh et al., presented at International Conference on Neutrino and Astroparticle Physics, Seoul, Korea (2022).
- 11)KamLAND-Zen Collaboration, arXiv:2203.02139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