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정선 예미랩: 지하 1000 m에서 우주의 비밀을 캐다
깊은 지하실험시설 ‘IBS 정선 예미랩’
작성자 : 박강순·방기문 ㅣ 등록일 : 2023-01-10 ㅣ 조회수 : 2,282 ㅣ DOI : 10.3938/PhiT.32.001
박강순 박사는 성균관대학교 이학박사(2006)로서 서울대학교 연구원, 서경대학교 대우교수, 기초과학연구원 지하실험연구단 연구위원을 거쳐 2017년부터 기초과학연구원 지하실험연구단의 책임기술원으로 재직 중이다. (heppark@ibs.re.kr)
방기문 박사는 서울대학교 자원공학박사(2006)로서 지질 및 지반기술사, ㈜대우엔지니어링 상무, 삼성물산(주) 마이닝팀장을 거쳐 2017년부터 기초과학연구원 지하실험연구단 연구위원으로 재직 중이다. (bkm21@ibs.re.kr)
IBS Jeongseon Yemilab, the Deep Underground Facility
Kang Soon PARK and Ki Mun BANG
Cosmic rays and their induced daughter particles obstruct the measurement of rare signals which are induced by neutrinoless double beta decay (DB) phenomena or dark matters (DM). In the ground laboratory it must be specially much higher than underground one. It is impossible to get the evidence of DB or DM on the ground because of the huge background by cosmic rays. We need cosmic free space somewhere to get clean signal, so built a new deep and large underground facility of Yemilab.
들어가는 글
기초과학연구원 지하실험연구단은 암흑물질과 중성미자와 같은 매우 희귀한 상호작용을 측정하여 우주를 이해하기 위한 목적으로 2013년 7월 김영덕 단장(당시 세종대 물리학과 교수)의 연구단장 취임과 함께 시작하였다. 지하실험연구단은 시작부터 국내에 새로운 지하실험실을 구축하여 심도 있는 차세대 우주입자 연구계획을 세웠고, 많은 난관이 있었지만 기초과학연구원의 지원과 연구자들의 헌신적인 노력을 바탕으로 지난 2022년 9월 한국의 새로운 지하실험실 예미랩 구축을 완성하였다. 본 특집에서는 예미랩의 구축과정과 연구단에서 진행 중인 우주입자실험을 소개하고, 향후 예미랩에서 계획하고 있는 새로운 실험도 설명하고자 한다.
지하실험연구단(이하 연구단)의 이름에서도 예상할 수 있듯이 연구단에서 진행하는 대부분의 실험들은 지하에서 이루어진다. 지하에서 실험을 진행하는 이유는 지상과 다르게 우주에서 지구로 날아오는 각종 우주선 특히 뮤온에 의한 배경 방사선이 확연히 줄어들기 때문이다. 더 깊은 지하에서는 더 많은 우주선을 차폐할 수 있어서 매우 희귀한 반응을 측정하고자 하는 연구단의 목적에 더욱 부합한다. 암흑물질과 중성미자를 연구하는 것은 기술적인 노하우와 함께 연구진의 꾸준한 노력과 인내 그리고 고심도 지하실험실이 모두 복합되어 매우 드문 반응을 검출해 내는 일이다. 이처럼 까다로운 실험환경을 구현하기 위해 연구단에서는 강원도 정선의 땅 속 깊은 곳에 대형 지하실험시설인 ‘IBS 정선 예미랩(이하 예미랩)’을 구축하였다.
왜 깊은 지하로 들어가야 하는가?
우주에서 날아오는, 양성자를 포함한 다량의 우주선들은 지구 대기에 분포되어 있는 핵자들과 상호작용하며, 여러 차례에 걸쳐 이차입자(secondary particles)들을 만들어 낸다. 만들어진 입자들은 지표면을 향하여 매우 빠른 속도로 돌진하며 최종적으로 지표에 도착하는 입자는 대부분 비교적 수명이 긴 뮤온과 전자, 양성자, 중성자, 중성미자 등이다.1)
연구단에서 탐색 중인 ‘중성미자 미방출 이중베타붕괴(neutrinoless double beta decay, 이하 이중베타붕괴)’ 현상과 약하게 상호작용을 하는 무거운 입자(WIMP, 이하 암흑물질‒실제로는 암흑물질 후보로 예상되는 입자)의 반응 신호는 매우 드물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며 지표면에서는 앞에서 언급한 우주선들, 특히 뮤온이나 뮤온이 검출기 주위의 원자들과 반응하여 만들어내는 이차입자에 의한 잡신호(또는 배경신호, background)에 의해 관측이 매우 어렵다. 이럴 때 우리는 ‘잡신호들을 없앨 수 있는 최상의 방법은 무엇인가?’를 생각해 볼 수 있다. 만약 우주선에 의한 입자의 수를 최대한 줄일 수 있다면 최선의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가장 많은 잡신호를 남기는 뮤온은 물질을 통과할 때 그 물질을 구성하고 있는 입자와 전자기 상호작용을 하면서 에너지를 잃게 된다.1) 통과하는 물질의 밀도가 높고 두꺼울수록 뮤온은 많은 에너지를 잃어 지하로 가면 갈수록 그림 12)처럼 도달하는 뮤온의 양은 더욱 줄어든다. 즉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가면 더 많은 뮤온이 차단되어 잡신호의 빈도가 줄어든다. 그림 1에서 볼 수 있듯이 현재 연구단에서 운영 중인 양양 지하실험실(Y2L, 지하 700 m)에서는 지상보다 도달하는 뮤온의 양이 10만 배나 작다. 더 깊은 지하실험실에서는 뮤온이 더욱 줄어들기 때문에 고심도 지하실험실 구축은 암흑물질 탐색과 이중베타붕괴 같은 실험을 위한 1차 과제이다.
양양 지하실험실(Y2L)
2003년부터 운영되고 있는 양양 지하 실험실은 강원도 양양 양수발전소(한국수력원자력)가 건설될 당시 터널 중 일부 구간에 총 면적 약 100 m2, 2층으로, 서울대학교 물리천문학부 김선기 교수가 주관하는 한국 암흑물질 탐색 연구그룹(KIMS)에서 그림 2(좌)와 같이 구축하였다. 2014년 11월, 연구단이 출범하면서 기존의 실험실로부터 300 m 떨어진 곳에 약 200 m2의 실험실을 그림 2(우)와 같이 추가 구축하면서 연구단의 암흑물질 관측실험과 이중베타붕괴 실험이 한층 더 진보하게 되었다. Y2L은 지표면으로부터의 깊이가 약 700 m인 곳에 위치하며 예미랩의 구축 전까지는 국내에서 가장 깊은 심도로 뮤온 선속이 가장 작은 지하실험실이었다.
Fig. 2. Left: Yangyang underground lab running ever since 2003. The laboratory contains dark matter detector and high purity germanium detectors at 700 m underground in Yangyang, Gagnwon province. Right: Y2L-A5 was built in 2014 by CUP (Center for Underground Physics) in IBS. It has about 200 m2 area for experiment only and support systems such as Rn free are and PCW etc.
양수발전소는 심야에 남는 전력을 사용하여 하부댐에서 상부댐으로 양수하고, 전력이 부족한 주간에 반대로 물을 낙하시켜 발전을 하는 발전소로 전력 수급의 균형을 위하여 건설한다. 우리나라에 7곳(삼랑진, 청평, 산청, 무주, 청송, 양양, 예천)의 지하양수발전소가 건설되어 있고, 이중에서 양양 양수발전소가 낙차가 가장 크며, 발전용량도 1 GW로 원자로 1기와 같다. 큰 낙차를 구현하기 위해서 발전소 측은 깊이 1,000 m에 이르는 수직 터널과 함께 대형 터빈실을 비롯하여 다양한 목적으로 곳곳에 터널을 만들어 놓았다. 연구단은 이 중 발전소에서 사용하지 않는 일부 터널을 한국수력원자력 양양 양수발전소의 협조를 얻어 Y2L을 구축하였다. Y2L에는 현재 연구단이 수행하는 암흑물질 검출 실험, 이중베타붕괴 실험, 배경방사능 측정 실험 등이 진행되고 있으며, 2019년에는 암흑물질 실험결과가 네이처(Nature)에 등재되는 등 세계가 주목하는 결실을 맺기도 했다.3)
Y2L에는 실험 이외에도 실험을 지원하는 부대시설이 구축되었는데 라돈저감장치, 수냉장치(PCW), 무정전 전원공급장치 등이 그러한 것이다. 그러나 Y2L 실험실은 연구단이 구상하고 있는 차세대 실험을 운영하기에는 좁은 공간과 상대적으로 얕은 심도의 문제를 가지고 있다. 연구단과 한국 우주입자물리 실험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더 넓고 깊은 새로운 지하실험실이 필요했다.
‘IBS 정선 예미랩’ 건설
1. 부지 선정
지하실험 연구단의 실험에서 가장 중요한 극미량 배경방사능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복합적인 요인을 잘 이해하고 해결해야 달성될 수 있다. 새로운 지하실험시설의 부지로 여러 가능성이 타진되었다. 먼저 기존에 폐쇄되었거나 운영 중인 광산이 조사되었다. 또 다른 가능성으로 높은 산에 터널을 굴착하여 고심도 공간을 확보하는 것으로써 터널의 길이와 실험실의 깊이 등을 고려하여 후보지를 조사하고 선정하였다. 약 3년에 걸친 조사 끝에 강원도 삼척시에 위치한 두타산(정상높이 1,350 m)과 정선군에 소재를 둔 SM한덕철광산업㈜(이하 한덕철광)을 감싸 안은 예미산(정상높이 989 m)의 두 곳으로 압축되었다. 두 경우 모두 지하 1,000 m 이상의 고심도 지하실험실 구축이 가능하였다. 이후 지질환경, 굴착 및 구축비용, 인허가 문제와 같이 구체적이고 세밀한 타당성 조사를 수행한 후 한덕철광의 예미산을 새로운 지하실험실 부지로 확정하였다. 예미산으로 확정된 주된 이유는 구축비용과 공사 관련 인허가 그리고 충분한 뮤온차폐율이다.
먼저 구축비용을 고려했을 때 예미산이 두타산보다 절반 가까이 공사비가 적게 드는 것으로 산출되었다. 이는 예미산 아래 한덕철광이 보유하고 있는 627 m 길이의 수직갱도 때문이었는데, 이 수직갱도를 이용하면 굴착해야 할 진입 터널의 길이가 두타산에 비해 1/3 정도에 불과하여 상당한 공사비의 절감이 가능하였다.
두 번째는 공사와 관련된 인허가의 문제로 두타산의 경우 산림법, 백두대간법, 문화재법과 같이 자연보호와 관련된 다양한 법령이 적용되어 새로운 터널을 굴착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절차와 제한을 감안하여야 했다. 반면에 예미산은 현재 운영 중인 광산인 한덕철광의 부지를 사용하기 때문에 광산 측과의 협의만 이루어지면 불필요한 환경의 훼손 없이, 또 인허가나 별다른 법적인 제한사항 없이 구축이 가능했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이유는 뮤온 차폐 성능인데, 두타산과 예미산 두 곳의 가능한 지하실험실 깊이는 각각 1,400 m와 1,000 m로 차이가 있다. 각각의 깊이에서 뮤온 차폐율을 지형도를 고려하여 계산하였을 때 두타산과 예미산이 각각 1.8\(\times\)10‒6, 3\(\times\)10‒6 만큼 줄어드는 것으로 산출되었다. 두타산의 차폐율이 예미산보다 40% 정도 높았지만 두 경우 모두 현재 운영 중인 Y2L의 차폐율에 비해 5배 이상 높아 매우 큰 차이는 아니었다.
이러한 제반 사항을 모두 고려하여 2015년 중반 예미산 지하 1,000 m에 새롭게 깊고 넓은 지하실험시설을 구축하기로 결정하였다. 곧바로 예산확보를 위해 구축계획을 수립하였고 이듬해에 국가장비심의(NFEC)를 거쳐 2017년 9월 예미랩 출입시설인 인승용 케이지(승강기) 공사를 시작으로 장장 5년에 걸친 예미랩의 공사가 진행되었다.
2. 예미랩 디자인
예미랩 구축계획 단계에서 연구단에서는 벤치마킹을 위해 그림 3과 같이 세계의 주요 지하실험실들을 방문하였다. 두 차례의 노벨상 수상경력이 있는 일본의 가미오카 관측소(Kamioka Observatory), 미국의 샌포드 지하실험시설(SURF), 캐나다의 스노우랩(SNOLAB) 그리고 세계 최대 규모의 지하실험시설인 이탈리아의 그랑사소 국립 실험시설(LNGS)로 모두 30년 이상 운영해온 유서 깊은 지하실험실들이다(그림 3). 이와 같은 시설들은 각 나라를 대표하면서도 세계 각국의 실험을 포용하여 많은 연구들이 진행되며 혁신적인 성과를 내고 있기에 한 나라의 전유물이 아닌 세계 기초과학의 요람으로 인식되고 있다. 연구단에서 위의 지하실험실들을 방문했을 때 어느 한 곳 할 것 없이 우선 터널 규모에 놀랐고, 실험을 위해 빼곡히 들어선 지원시설들에 놀라, ‘과연 우리가 저런 시설들을 모두 갖출 수 있을까?’하는 의문에 자신감이 위축되었던 기억도 있다.
방문했던 세계적인 지하실험시설들의 장단점을 파악하고 장점만을 선별하여 예미랩 구조의 디자인에 적용하였다. 가장 주의 깊게 고려한 것은 터널에서 많은 시간을 보낼 연구진들의 안전이었다. 예미랩은 터널 끝이 막힌 구조이기 때문에 터널에서의 화재를 가장 심각한 재난이라고 판단하고, 터널의 다양한 위치에서 화재 발생 가능성을 고려하여 연구자의 안전을 최대한 확보할 수 있도록 터널 구조를 디자인했다. 최종적으로 사다리 모양의 기본적인 형식의 구조를 채택하여 그림 4와 같이 디자인을 완성하였다. 이 구조의 특징은 길이 15 m, 25 m의 두 가지 터널(실험실)이 서로 나란하게 배열되는데, 25 m의 긴 터널은 탈출이 양쪽으로 가능하여 화재가 순간적으로 확산되더라도 쉽게 빠져 나올 수 있게 하였으며, 또한 걸어서 최대 1분 30초 거리에 모두 대피할 수 있는 대피소를 두어 신속히 안전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였다.
3. 예미랩 구축공사
2016년 12월 연구단은 한덕철광과 광산부지 내 예미랩 구축에 대한 합의를 마치고 이듬해인 2017년부터 단계적으로 공사를 진행하였다. 공정상 예미랩 구축 공사를 크게 네 가지로 분류하는데, 연구자들의 지하 출입을 위한 인승용케이지 구축공사, 1,000 m 깊이에 위치한 지하실험 공간과 그 곳에 출입할 수 있는 진입터널 굴착공사, 지하의 전기·기계·통신 등 부대시설 공사, 마지막으로 지상연구실 리모델링 공사로 나누어 진행되었다.
2017년 9월, 인승용케이지 구축공사가 시작되었고 디자인 및 제작은 독일의 글로벌 기업인 SIEMAC㈔가 맡아 진행하였다. 인승용케이지는 한덕철광이 보유한 직경 6 m, 길이 627 m의 제2수갱(수직갱도) 한쪽에 가로 3.8 m, 세로 1.5 m, 높이 3 m의 실내 공간을 갖는 본체가 위치하여 수직 587 m를 운행한다(그림 5). 승객은 최대 5명, 화물은 1.5톤까지 운반이 가능하다. 2018년 12월 모든 설치공사가 완공되었으며 현재 연구원들을 587 m 깊이의 지하까지 3분 안에 실어 나르는 예미랩의 중요한 시설 중 하나이다.
2018년 12월에는 터널굴착공사가 시작되었다. 32,000 m3의 실험실 공간을 포함하는 총 부피 64,000 m3의 굴착이 이루어졌는데 이는 15톤 덤프트럭 기준 약 11,000대 분의 양이다. 터널굴착은 NATM 공법이라는 화약을 이용한 발파공법으로 진행되었고 총 연장 1.8 km를 굴착하였다. 길이 782 m, 하향경사 12%의 진입터널과 실험실, 운영실 등 각각의 기능이 배정된 터널로 구분하여 굴착되었다. 터널 암질의 구성을 보면 진입터널 입구는 석영반암으로 시작하며 일부 구간에 철광석이 분포되어 있으나 실험실구간 대부분은 석회암으로 이루어져 있다. 실험구역을 이루는 암반의 우라늄과 토륨의 함유량은 평균적으로 우라늄(U)은 1 ppm 미만, 토륨(Th)은 3 ppm 이하로 낮아 희귀반응 연구를 위한 실험실로 적합하였다.
터널공사는 두 단계로 나누어 진행되었으며 최종적으로 2022년 3월에 완공하였다. 예미랩 터널이 완공됨으로써 지하 1,000 m 깊이에서 전용면적 3,000 m2의 실험공간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림 6과 같이 이는 국내 최대이자 세계 6번째 규모의 지하실험실이다.
실험터널은 두 개의 대형 홀과 15개의 크고 작은 터널로 밀집되어 있으며, 운영터널은 8개의 분리된 터널로 흩어져 있다(그림 7). 가장 큰 실험실은 LSC (Liquid Scintillation Counter)홀이며 직경 20 m, 깊이 20 m의 원통형 피트와 피트 상부에 가로 22 m, 세로 22 m, 높이 8 m의 돔이 연결되어 있는 구조다. 두 번째로 큰 실험실은 AMoRE홀로 가로 21 m, 세로 21 m, 높이 16 m의 육면체 모양이며 Y2L에서 진행 중인 이중베타붕괴의 측정을 목적으로 하는 AMoRE-I 실험의 후속으로 업그레이드된 AMoRE-II의 실험준비가 한창 진행 중에 있다.
깊은 지하의 막다른 터널 구조를 갖는 예미랩에는 사용자의 안전을 위해 특별한 공간이 마련되어 있는데, 실험구역 중간부분에 대피소가 구축되어 비상시에 최대 40명의 인원이 외부지원 없이 72시간을 생존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추었다. 대피소는 실험구역 어디에서라도 걸어서 1분 30초 안에 도달할 수 있는 거리에 위치하고 있으며, 평상시에는 휴게실로 사용된다. 예미랩을 운영하는 동안 휴게실로만 사용할 수 있도록 안전운영을 위해 관리시스템을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아가고 있다.
예미랩은 차세대 실험들을 고려하여 넉넉한 전력공급 시설을 갖췄다. 총 2,500 KVA의 수전시설이 지상에 자리하며 이 중 2,000 KVA를 지하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지하 인입시설공사를 마쳤다. 이밖에도 180 kW를 30분간 사용할 수 있는 ‘무정전 전원 공급 시스템(UPS)’과 360 kW의 발전기를 설치하여 안전에 필수적인 전기설비를 위해 정전에 대비하였다. 예미랩 지하공간의 총 부피는 약 64,000 m3이다. 시간당 16,000 m3의 공기를 공급하여 하루 6번 순환될 수 있도록 공조시스템을 준비하였다. 예미랩의 공조시설은 필수적인 공기량 이외에 실험시설 사용에서 발생하는 발열을 제어하기 위한 추가 공기량을 합하여 시간당 총 39,000 m3의 공기가 주입되고 같은 양을 배기하여 순환을 돕는 시스템도 갖추었다. 이외에도 하루에 발생되는 약 4톤의 지하수를 생활용수로 사용하고 사용 후 밖으로 방출하는 배수시설이 가동 중에 있다. 지하에서 지상과 다름없는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소방시설 설치에 특히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각종 감지기, 카메라, 경보기 등 소방탐지 시설과 소화기, 방화벽, 제연벽 등 소화 및 제연시설을 갖추었고 긴급 소통을 위한 유무선 전화기 등이 50 m 거리마다 설치되어 있다.
마지막으로 지상연구실 구축을 위한 노력도 장기간 진행되었다. 지상연구실을 위해서는 넓은 활용공간, 미래를 위한 확장 가능성, 지하실험실로부터의 가까운 거리, 거주인력을 위한 편안한 환경 그리고 구축예산의 절감 등이 목표가 되었는데, 다행히 예미랩 인근에 폐교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학교가 있어 정선군(해당 지방자치단체), 정선교육지원청과의 협력을 통해 학교 건물을 매입하여 리모델링 공사를 진행하였다. 정선군은 폐교의 매입 당시부터 많은 도움을 주었는데, 매입과정, 부지정리, 매입 후 보강 등 지상연구실 구축을 위한 도움과 이외에도 연구인력을 위한 거주단지 건설 등 직접적인 도움을 쾌히 제공하였다. 이 자리를 빌려 정선군에게 깊은 감사의 말을 전한다. 2022년 9월, 60개월간의 길었던 예미랩 구축이 마무리되었고 10월 5일 지상연구실 앞마당에서 준공식을 열었다.
‘예미랩’이란?
두툼한 물리학 책에 거인처럼 등장하는 유명한 물리학자들 중 한국인은 없었다. 역사적으로 물리학이란 학문이 서양에서 시작되고 체계화되어 우리나라엔 20세기가 한참 지난 후 전파가 된 터라 그럴 만도 하다. 1970년대가 되어서 비로소 한국의 천재 물리학자가 빛을 발하기 시작했는데 바로 이휘소(1935‒1977) 박사다. 한국인으로서 어깨가 으쓱해지는 대목이다. 안타깝게도 그의 일생은 길지 않았지만, 생애 많은 중요한 업적을 남겼다. 특히 1977년 유작 논문 ‘Cosmological Lower Bound on Heavy-Neutrino Masses’에서 WIMP라는 암흑물질을 제시하였고,4) 수십 년이 지난 지금 자국의 후배들이 예미랩에서 WIMP의 존재를 실험으로 입증하려고 실로 모험적인 연구를 하고 있다.
예미랩은 아이디어가 있는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곳, 아이디어만 있으면 미지의 영역에 도전하여 함께 모험할 수 있는 곳을 추구한다. 예미랩은 이제 빛나게 될 과학자들을 맞이할 채비를 갖추었다. 앞으로 예미랩에서 준비하는 모든 실험들이 순항하길 바라며, 이와 함께 웅크리고 있던 우리나라의 기초과학을 향한 새로운 도전이 기지개 켜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