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의 창
한국물리교육진흥원(Commission for Physics Education Initiative) 창립에 즈음하여
작성자 : 조윌렴 ㅣ 등록일 : 2023-02-22 ㅣ 조회수 : 734
한국물리학회 부회장/실무이사장
이화여자대학교 물리학과 교수
제30대 한국물리학회 집행부(회장:홍석륜)는 한국물리교육진흥원을 창립하고자 한다. 한국에서의 물리교육 전반에 걸쳐 기존의 교육사업, 대중화홍보사업을 포괄적으로 계승하면서 더 발전적인 임무를 수행하게 될 것이다. 이는 한국물리학회의 물리교육에 대한 기여를 더욱 충실히 하면서 자라나는 미래세대에게 아름답고 쓸모있는 물리학을 가르치는 기반이 될 것으로 믿어 의심하지 않는다.
21세기에 들어서 더욱 빠르게 발전하는 과학기술의 변화에서 물리학은 그 어느 때보다 산업적으로 중요하고 대체 불가능한 학문적 가치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최근에 다양한 형태의 기계학습과 인공지능의 발전이 급속하게 물리학의 여러 영역에서 깊이 자리를 잡게 되고 타 학문에서 보여주기 어려운 성과를 내고 있다고 판단되며, 아울러 양자정보와 관련된 도전과 성취는 여전히 물리학이 매력적이고 유용한 학문이라는 것을 드러내고 있다. 이와 같은 학문의 발전을 물리학 학부 교육과정과 중등교육에 반영하고자 하는 노력을 절대로 게을리해서는 안되며 현재 우리 물리학자 모두에게 주어진 의무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물리교육은 중등교육 현장과 대학입시에서 터무니없는 대우를 받고 있으며, 이는 준비가 부족한 채로 대학에 진학하는 많은 이공계열 전공 학생들의 물리교육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등교육에서 물리교육을 정상화하여 현재와 같은 소위 물리·화학·생물·지구과학 4과목 중에 하나로 선택받아야 하는 현실을 벗어나 물리교육의 중요성에 어울리는 정상적인 수업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또한, 부족한 물리 지식을 가지고 진학한 학부생들에게도 빠르게 발전하는 물리학을 습득하기 위해 전통적인 교과내용과 전달법을 넘어서는 혁신적 교육과정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한국물리학회는 지난 10여 년 이상 ‘물리인증제’를 비롯한 다양한 교육사업을 통해 간접적이나마 이와 같은 어려운 물리교육의 현실에서 학생들에게 물리 학습과 평가의 기회를 제공해 왔다. 또한 지난 집행부에서는 본격적으로 대학 물리교육의 교과과정을 새롭게 제공하고자 많은 전문가의 참여를 통해 대학물리 교육의 변화를 도모하였다. 이와 같은 물리학 교육의 현실을 개선하고 많은 물리학자들이 더 적극적으로 물리교육의 현장에 기여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이 한국물리학회의 중요한 임무라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공교육이 포기하다시피 한 한국의 물리교육을 우리가 직접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진흥하는 것은 준공교육기관으로 한국물리학회의 임무이며 이를 위해 한국물리교육진흥원(이하, 진흥원)을 창립하고자 한다.
그동안 한국물리학회의 교육사업은 회원들의 헌신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다소 방만하며 실질적인 대상 수요층을 발굴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대중화 홍보 사업에도 “물리를 대중화한다”는 큰 명제에도 불구하고 여러 사업과 행사가 어떤 성과로 이어지는지에 대한 관리가 되지 못한 측면이 있다. 이에 진흥원에서는 학생, 학부모, 교사, 기업 등 물리학 교육의 수요 및 공급에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계층을 모두 대상으로 하여 맞춤형 교육 및 대중화 플랫폼을 구축할 예정이다. 그 첫 단추로 ‘물리인증제’와 ‘중학생물리대회’를 발전적으로 통합하여 등급 부여와 시상을 동시에 진행하는 ‘물리대회(The Physics League)’를 출범하였으며 2023년 2월 18일에 제1회 대회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앞으로 시험만으로 끝나는 교육사업이 되지 않기 위해 유튜브 채널 ‘KPS-TV’를 통한 물리 학습 동영상 제작, ‘물리 페스티벌’을 통한 학생-학부모 연합캠프, ‘교사 직무연수 지정기관 사업’ 참여를 통한 중고등학교 교사 연수프로그램 개발, ‘기업체를 위한 산업물리(Industrial Physics)’ 프로그램 개발 등 다양한 계층의 물리학에 대한 수요를 책임질 예정이다.
초대 진흥원장으로 이보화(한국외대), 부원장으로 홍석철(고려대) 회원을 위촉하였으며, 실무이사진으로는 김근수(세종대), 최형순(한국과학기술원), 강해용(부산대), 강성준(경희대), 안종열(성균관대) 회원이 참여하고 있다. 그 외에도 많은 회원들이 다양한 직책을 가지고 업무에 참여하고 있다. 열정과 아이디어가 있는 많은 회원들의 참여를 기다리는 바이다. 향후, 진흥원의 업무가 더 고도화되어 전문적인 교육전문위원도 채용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으며 진흥원의 조직과 역할이 학회의 세칙과 규정으로도 명확히 자리잡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궁극적으로 진흥원은 교육사업으로서 새로운 재원을 창출하여 학회를 지원하는 역할도 충실히 수행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상황은 물리학의 위기라기보다는 물리학을 연구할 사람이 부족해짐에 따라 나타나는 위기이며, 이는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발전에 큰 장애가 될 것이 분명하다. 물리학 연구가 맨 앞자리에서 물리학을 이끌어가는 향도라면 물리학 교육은 맨 뒷자리에서 물리학을 받쳐주는 보급부대가 될 것이다. 진흥원의 성공은 회원들의 관심과 참여로 이루어질 것이다. 앞으로 여러 회원의 거침없는 지도의 말씀과 따뜻한 격려를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