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우주의 재발견: 제임스웹 우주망원경
JWST의 우주얼음 탐사와 생명의 기원
작성자 : 이정은 ㅣ 등록일 : 2023-06-08 ㅣ 조회수 : 2,181 ㅣ DOI : 10.3938/PhiT.32.015
이정은 교수는 2005년 University of Texas at Austin에서 별탄생 과정의 역학적, 화학적 진화를 연구하여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University of California at Los Angeles (UCLA)에서 Hubble Fellow로 2년간 연구를 수행하였다. UCLA에서는 천문학 연구뿐만 아니라, 행성 과학자들과 공동연구를 통해, 태양계 생성 과정에서 일어나는 화학적 특이성에 대한 연구도 수행하였다. 이후, 귀국하여 세종대학교, 경희대학교에서 교수로서 교육과 연구를 수행하였고, 현재는 서울대학교 물리천문학부에서 교수로 재직 중이다. JWST를 이용하여 성간분자운과 원반에서 얼음과 기체의 화학적, 물리적 상태를 연구하고 있다. 현재, JWST Cycle 1 프로젝트, CORINOS에 co-I로서 참여 중이며, PI로 제안한 Cycle 2 프로젝트, EPISODE가 채택되어 관측을 기다리고 있다. (lee.jeongeun@snu.ac.kr)
Exploration of Interstellar Ice with JWST and the Origin of Life
Jeong-Eun LEE
The James Webb Space Telescope (JWST), equipped with the Near-Infrared Spectrograph (NIRSpec) and the Mid-Infrared Instrument (MIRI), offers a unique opportunity to investigate interstellar ice, which is composed of mixtures of water and various volatile molecules, such as methane, ammonia, carbon dioxide, and others. Interstellar ice serves as a crucial reservoir for organic compounds, including prebiotic building blocks. With its advanced spectrometers, the JWST enables detailed observations, identification of molecular signatures, and a deeper understanding of the formation and diversity of interstellar ice. These investigations contribute to astrobiology research and the quest to unravel the origins of life. The JWST’s NIRSpec and MIRI provide essential capabilities for advancing astrochemistry and our comprehension of cosmic origins.
들어가며
우주에서 생명체가 발현되기 위해서는 어떤 조건이 필요할까? 지구에서 생명체가 번성할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조건으로 과학자들은 액체상태의 물을 꼽는다. 그리고 지상의 모든 생명체는 탄소를 기반으로 한 유기물질로 구성된다. 그러므로 지구상의 생명발현은 지구가 물과 유기물질이 풍부한 환경에 놓여있을 때 일어났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주 어딘가에 존재할지 모를 생명체 역시 지구와 비슷한 환경, 즉 표면이 암석으로 이루어져 있고 물과 복잡한 유기물질이 풍부한 곳에서 발현할 것이라 유추해 볼 수 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지구 이외에 액체상태의 물을 가지고 있는 암석형 행성을 찾아 연구할 필요가 있다. 나사는 케플러 미션을 통해 그러한 행성의 후보들을 탐색해 왔지만, 외계행성에서 액체상태의 물을 직접 관측하는 것은 2022년까지는 가능하지 않았다. 하지만, 2021년 12월25일 발사된 제임스웹 우주망원경(JWST)은 생명의 기원 연구에 전환점을 만들고 있다.
서 론
1995년, 처음으로 다른 별 주위를 도는 외계행성이 발견된 이래,1) 지금까지 수천 개의 외계행성이 지상과 우주 관측을 통해 발견되었다. 현재 우리 지구와 유사한 행성, 즉 암석질의 행성이 모항성에서 적당한 거리에 놓여있어서 물이 액체상태로 존재하면 생명이 서식할 수 있는(habitable) 조건을 갖춘 행성이라고 여기고 있다. 액체상태의 물이 존재하는 조건은 행성의 표면온도가 물의 끓는 점(지구 대기압에서 100도)보다는 낮고, 녹는점(지구 대기압에서 0도)보다는 높아야 한다. 행성의 표면 온도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조건은 중심별로부터의 거리이다. 액체상태 물의 존재 여부는 행성의 대기압, 대기성분이나 행성의 질량과 같은 행성 자체의 특성과도 관련이 있지만, 그 행성계 중심에 있는 별의 특성과 가장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
별은 전파에서부터 적외선, 눈에 보이는 가시광선, 자외선, 높은 에너지를 가지고 있는 X선, 감마선까지 다양한 파장에서 빛을 낸다. 이러한 빛은 주변의 행성에 직접적으로 열을 전달하여 표면 온도를 결정하게 된다. 따라서 중심별에 너무 가까이 있게 되면, 행성의 표면온도가 끓는점보다 높아져, 물이 모두 증발해 버린다. 반대로, 행성이 중심별로부터 너무 먼 거리에 있다면, 표면 온도가 어는점 밑으로 내려가게 되어 물이 액체 상태로 존재하지 못하고 얼음상태가 된다. 태양계의 경우, 태양으로부터 0.5‒2.0 AU 사이의 범위가 생명서식지대에 해당하고, 지구는 바로 그 안에 존재하는 행성 중 하나이다. 이러한 생명서식지대에 놓여있는 행성은 물이 액체 상태로 존재할 수 있는 조건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조건은 “물리적” 생명서식 조건이다.
하지만, 액체의 물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유기물질이 만들어질 수 없는 환경이라면 생명이 발현될 수가 없다. 지구 생명체를 이루고 있는 중요한 5대 원소를 보면, 탄소(carbon), 수소(hydrogen), 산소(oxygen), 질소(nitrogen), 황(sulfur)으로서, “CHONS”라고 불린다. 이들 휘발성 원소가 액체의 물과 함께 행성 표면에 존재하여야 생명발현이 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앞에서 이야기한 물리적 생명서식 조건에 더불어, “화학적” 생명서식 조건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그렇다면 생명발현에 필요할 것으로 보이는 이러한 원소가 행성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물리적 생명서식지대에 있는 암석질 행성에 당연히 존재하게 되는 것일까? 이에 답하기 위해서는 행성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살펴보아야 한다.
별과 행성계의 탄생
1. 암흑성운의 붕괴와 원시성
별은 차갑고 밀도가 높은 성간분자운이 자체중력으로 붕괴하여 태어난다.2) 별과 별 사이인 성간은 완전한 진공이 아니라 별을 만들고 남은 물질 혹은 별이 죽으면서 방출한 물질이 흩어져 있다. 성간물질은 크게 성간먼지와 성간기체의 혼합물질이며, 1:100의 질량비율을 가지고 있다. 비록 성간먼지 질량이 성간기체 질량의 1/100으로 매우 작지만, 평균적으로 0.1 마이크로미터 정도의 크기를 갖고 있는 성간먼지는 지구와 같은 암석질 행성을 만드는 기본 물질이므로, 생명발현의 첫 번째 중심 물질이다.
성간에 성기게 흩어져 있던 물질은 긴 시간을 거치며, 우리 은하의 원반, 특히 나선팔을 따라 놓여있는 한 지점으로 모이고, 밀도가 올라가게 된다. 이렇게 주변보다 밀도가 높아져 구름처럼 뭉치를 이루면 중력적으로 속박된 상태가 되는데, 이를 “성간운”이라고 지칭한다. 성간운 안의 성간먼지 입자는 외부로부터 오는 별빛을 효과적으로 차단한다. 따라서 성간운의 내부는 밀도가 증가할수록 차가워진다. 이러한 성간운의 구조는 암흑성운(그림 1)으로 관측이 되는데, 암흑성운은 중심으로 갈수록 밀도는 높아지고 온도는 내려가는 물질구조를 가지게 된다.3) 성간운은 기체입자들의 열운동에너지로 만들어지는 압력이 중력에 맞서 구조를 유지한다. 하지만, 밀도가 높고 차가운 성간운 중심에서는 기체의 열운동이 줄어들어 중력적으로 불안정한 상태가 되고, 주변의 작은 섭동에도 중력수축 또는 중력붕괴를 겪게 된다. 이 중력붕괴의 결과로서 성간운 중심에 별이 탄생한다.
성간운의 중심에 생성되는 초기 천체는 원시성이라고 불린다. 우리는 중심에서 핵융합을 통해 에너지를 생성할 수 있는 상태만을 별이라고 부른다. 원시성의 중심온도는 수소 핵융합을 일으킬 수 있는 온도, 천만 도보다 낮은 상태다. 하지만, 원시성 역시 밀도가 매우 높아서 열적평형상태에 있고, 표면온도가 2000도에서 4000도 정도인 흑체로 간주된다. 이는 최근 원시성들이 방출하는 복사의 에너지분포를 관측하여 알게 된 사실이다. 표면온도가 6000도인 태양은 가장 많은 에너지를 우리 눈으로 감지하는 가시광 파장에서 방출한다. 하지만, 표면온도가 2000도에서 4000도인 원시성은 가장 많은 에너지를 적외선 파장에서 방출한다. 천체에서 방출되는 미약한 적외선을 관측하기 위해서는 적외선 우주망원경이 필수이므로, 원시성의 존재가 관측적으로 확인된 것은 첫 적외선 우주망원경인 Infrared Astronomical Satellite(IRAS)가 1983년에 발사된 후이다.4) 이후, 스피처, 아카리, 허셀과 같은 적외선 우주망원경의 가동으로 별탄생 과정과 원시성의 특성을 더욱 잘 이해하게 되었고, 큰 구경의 망원경인 JWST에 장착된 우수한 성능의 카메라는 더 많은 원시성을 찾아내고, 원시성과 주변물질의 상호작용을 더욱 세밀하게 연구하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그림 2는 독수리 성운(M16) 별탄생 영역에서 허블우주망원경 이미지와 JWST 이미지를 비교하고 있다. JWST의 집광력과 분해능의 우수함이 어느 정도인지 체감할 수 있는 이미지이다.
2. 원시행성계원반
별 주변에 행성계가 존재하기 위해서는 원시성 주변에 행성계를 만들 역학적으로 안정된 상태의 물질이 오랫동안 존재해야만 한다. 성간운은 수축할수록 중심온도가 올라갈 뿐만 아니라, 크기가 작아지므로 각운동량 보존법칙에 따라 처음에 가지고 있던 회전운동의 속도가 점점 커지게 된다. 회전속도가 빨라질수록 원심력도 증가하게 되는데, 성간운은 대부분 기체입자로 이루어져 있어서 회전 원심력이 큰 적도부분으로 물질이 쉽게 퍼지게 된다. 이렇게 납작하게 물질이 퍼져 나가며 원반모양을 이루게 되고, 이후 이 원반에서 행성계가 만들어진다. 그래서 천문학자는 이 원반을 “원시행성계원반”이라고 부른다.5) 결국, 별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행성계가 같이 형성되는 것이다. 원시행성계원반은 별탄생의 동역학적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형성될 수밖에 없지만, 그 존재를 관측으로 확인하는 작업은 쉽지 않았다. 태양계의 크기를 태양계를 만든 원시태양계원반 크기의 최소값으로 여길 수 있다. 즉, 가까운 별탄생 영역의 거리인 100 pc(1 pc = 3.26 광년) 정도에 100 au 정도의 원반이 있다면, 1 각초의 크기이다. 1 각초 크기의 천체를 분해해서 보기 위해서는 적어도 0.1 각초보다 좋은 분해능이 필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원반의 물질은 성간운에 비해 밀도가 수십만에서 수백만 배 더 높아서, 중심 원시성에서 나온 빛이 원반의 바닥까지 투과하여 데울 수가 없다. 결과적으로 원시행성계원반은 암흑성간운의 중심만큼 차갑고, 밀도는 더 높기 때문에, 밀리미터파와 같이 오직 긴 파장에서만 관측가능한 에너지를 방출한다. 원시행성계원반이 방출하는 밀리미터 파장의 빛을 직접 관측할 수 있는 고감도, 고분해능을 가지는 전파간섭계 망원경인 ALMA (Atacama Large Millimeter Array)가 건설되기 이전에는 원시행성계원반은 그림자로서만 관측이 되었다. 그림 3은 허블우주망원경이 포착한 원시행성계원반의 실루엣이다.6) 원시행성계원반의 두꺼운 먼지 물질이 배경의 빛을 막아 그림자를 형성한 것이다.
그림 4는 칠레 아타카마 사막에 위치한 전파간섭계 망원경, ALMA가 관측한, 원시성을 돌고 있는 원시행성계원반의 모습이다. 원반에 나이테와 같은 구조는 행성이 만들어지고 있는 증거이다. 이 구조는 만들어진 원시행성이 원반의 물질과 상호작용하며 형성할 수도 있고, 만들어진 원시행성이 자신의 공전궤도 상의 물질을 모두 흡입해서 청소한 결과로서 만들어질 수도 있다. ALMA로 관측된 원시행성계원반의 내부 구조의 형성 기작은 이렇게 다를 수 있지만, 원반의 두꺼운 먼지물질 속에서 행성계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직접적 증거임은 확실하다.
정리하면, 별이 만들어질 때, 원반의 형성과, 그로부터 행성의 형성은 필연적이며, 원시행성계원반에는 암석질의 행성을 만들 수 있는 충분한 먼지물질이 존재한다.
물리적, 화학적 생명서식지대와 얼음분자
1. 생명서식지대와 탄소부족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생명서식지대에 놓인 암석질 행성은 별탄생 과정 중에 원시행성계원반에서 충분히 만들어질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즉, 우주에서 생명발현의 물리적 환경은 일반적으로 갖춰질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물과 유기물질이 중심별에서 적당히 떨어진 암석 행성에 존재할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은 지금까지의 관측 결과로서는 답할 수가 없다. 사실, 태양계의 암석질 행성과 일부 소행성을 살펴보면, 우리의 예상과는 매우 다른 화학적 함량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면, 지구의 경우, 지표는 탄소와 물이 풍부하여 생명의 발현과 유지가 매우 용이한 듯 보여진다. 하지만, 핵과 맨틀을 포함한 전체 지구 질량에 대해서 계산해보면, 탄소의 함량이 처음 성간운에서 차지하고 있던 함량에 비해 터무니없이 적다는 것을 알 수 있다(그림 5). 이것은 지구를 연구하는 학자들에게 미스터리였다. 하지만, 지구의 형성을 태양의 탄생과정에서 일어나는 현상으로 보고 통합적으로 이해한다면, 태양계에서 지구를 포함한 암석질 물질에서 탄소가 부족한 것은 자연스러운 결과이다.
성간먼지는 규소질의 먼지와 탄소질의 먼지가 섞여 있다. 지구의 모래의 구성성분과 다르지 않다. 하지만, 현재 지구에서 측정되는 극히 낮은 탄소 함량비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지구가 만들어질 때, 원시행성계원반의 안쪽에 놓여있는 물질에서 탄소먼지가 선택적으로 파괴되고, 규소먼지만 살아남아서 지구와 같은 암석질 행성과 소행성 형성에 참여했어야 한다. 이에 비해, 원시태양과 멀리 떨어진 혜성이 만들어지는 곳에서는 탄소먼지가 파괴되지 않고 살아남아 있어야만 현재 태양계에서 측정되는 탄소의 함량비를 설명할 수가 있다.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원시태양에서 방출되는 강한 자외선과 X-선이 원시행성계원반의 탄소먼지를 직접 파괴하거나,7) 원시태양 복사에 의해 뜨겁게 데워진 산소원자가 탄소먼지의 표면에서 탄소와 결합하여 CO 분자를 형성하고 기체로 날아가 버리는 화학적 침식작용을 통해 간접적으로 파괴할 수 있다.8) 소행성대까지는 원시태양계에서 방출되는 고에너지 광자의 영향으로 탄소먼지가 파괴되었지만, 그보다 먼 곳에서는 X-선이나 자외선의 영향이 약하여 탄소먼지가 파괴되지 않고 규소 먼지와 함께 남아서 혜성이 형성될 때 포함된 것이다. 이렇게 유기물질의 근간이 되는 탄소가 지구형 행성이 만들어질 당시 포함되지 않았다는 것은 생명발현의 화학적 조건에 치명적이다.
2. 원시지구와 물
사실, 액체의 물 또한 지구형성 당시 원시지구에서 살아남기 어려운 조건이었다. 성간운에 포함되어 있던 0.1 마이크로미터 크기의 먼지입자는 원시행성계원반에서 서로 엉겨붙어 커지는 과정을 거치며, 수 킬로미터의 미행성으로 자라나게 된다. 그리고 이 미행성들이 서로 충돌하고 병합하는 과정을 거쳐 원시지구가 만들어졌다. 이 과정은 매우 격렬해서, 원시지구는 거의 마그마처럼 용융된 뜨거운 상태였고, 이 온도는 액체의 물을 모두 증발시켜 날려버릴 만큼 높았다. 그러므로, 원시지구의 표면에는 액체의 물이 존재할 수 있는 조건이 아니었다. 결국, 생명서식지대에 위치하고 암석질의 표면을 가진 행성이라도 초기의 형성과정을 보면, “화학적”으로 생명서식 가능성이 희박하다. 그렇다면, 생명발현의 필수인 물과 탄소, 또는 유기물질은 어떻게 지구의 표면에 풍부하게 되었을까?
이 질문의 답으로 가장 선호되는 시나리오는 혜성에 포함된 우주얼음이 원시지구로 물과 유기물질을 전달했다는 것이다. 이것은 지구 바닷물에서 측정되는 중수소의 함량비가 혜성에서 측정되는 비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앞서 설명했듯이, 성간운은 밀도가 높고 온도가 매우 낮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먼지표면의 온도가 영하 260도보다 낮아서, 기체 입자가 먼지 입자 표면으로 쉽게 얼어붙는다. 좁은 표면적 위에 얼어 붙은 원자나 분자는 서로 만나서 결합할 확률이 높아진다. 사실, 우주에 가장 흔한 분자는 수소분자인데, 극도로 희박한 성간의 조건에서는 두 개의 수소원자가 만나 수소분자를 만드는 일은 확률적으로 매우 낮고, 만들어지더라도 불안정한 상태이므로 바로 수소 원자 상태로 되돌아가 버린다. 하지만 먼지표면에서 결합한 수소분자는 잉여 에너지를 먼지에게 전가함으로써 안정된 분자를 형성하게 된다. 성간물질에 먼지입자가 없었더라면, 다양한 분자가 만들어지기도 어려웠고, 만들어진 분자를 성간에 무수히 존재하는 높은 에너지 광자로부터 보호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물분자(H2O) 역시 성간먼지의 표면으로 얼어붙은 수소와 산소의 결합에 의해 만들어진다. 성간운 중심의 낮은 온도에서는 H2O보다, 수소(H)가 중수소(D)로 치환된 HDO가 더 안정된 구조이므로 선호된다.9) 따라서, 차가운 곳에서 만들어진 물분자일수록 더 높은 [HDO]/[H2O]D/H 함량비를 갖는다.
그림 6은 태양계 내 천체에서 측정되는 D/H 비를 보여준다.10) 중수소(D)는 빅뱅으로부터 우주가 만들어졌을 때 만들어지고, 별 내부에서 파괴될 뿐, 만들어지지 않는다. 빅뱅 당시의 D/H 비는 2\(\times\)10‒5이다. 그러므로, 성간물질(ISM)과 원시성(protostar), 그리고 기체 행성인 목성(J), 토성(S), 천왕성(U), 해왕성(N)에 포함된 중수소의 함량은 우주초기의 값과 비슷하다. 하지만, 지구의 바닷물의 D/H 비는 이 값보다 10배 정도 높다. 오르트 구름(Oort cloud)에 기원이 있는 혜성과 카이프 벨트에 기원이 있는 Jupiter family 혜성의 D/H 비도 지구 바닷물의 값과 비슷하다. 그러므로, 지구의 바닷물은 혜성에 기원을 두고 있다고 유추할 수 있다. 즉, 원시지구의 표면으로 혜성이 물을 배달했던 것이다.
3. 혜성과 유기분자
혜성은 태양에서 멀리 떨어진 매우 차가운 원시행성계원반에서 얼음으로 둘러싸인 먼지입자들이 뭉쳐서 만들어졌다. 위에서 설명하였듯이, 성간먼지의 차가운 표면으로 원자나 분자가 얼어붙어 결합함으로써 물뿐만 아니라 더 복잡한 유기분자도 만들어질 수 있다. 6개 정도의 원자로 구성된 분자도 우주에서는 충분히 복잡한 구조이고, 기체상태에서는 만들어질 수 없다. 성간운의 낮은 온도에서는 기체 입자의 열운동 속도가 작아서, 충돌을 통해 만들어질 확률이 극히 낮기 때문이다. 결국, 먼지입자가 복잡한 분자를 만드는 매개체가 되는 것이다. 성간운에서 수소분자(H2) 다음으로 많은 분자가 일산화탄소(CO) 분자이다. 절대온도 25도보다 낮아지면, CO가 먼지표면에 얼어붙어, 순차적으로 수소원자를 만나, CO+H→HCO, HCO+H→H2CO, H2CO+H→CH3O 또는 CH2OH, CH3O 또는 CH2OH+H→CH3OH의 과정을 거쳐 메탄올을 만들게 된다. 그림 7은 성간먼지 표면에서 다양한 복합유기분자가 형성되는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화학반응의 시간규모는 수십만 년에 이르지만, 태양과 같은 별의 생성과정은 수백만 년의 시간규모로 일어나므로 먼지표면에서 메탄올을 비롯한 다양한 복합유기분자가 만들어질 수 있다.11)
혜성에서 얼음상태의 물과 유기분자의 존재는 로제타(ROSETTA) 미션에 의해 밝혀졌다. 혜성에 직접 가서 질량분석기로 물질을 분석하기 위해 로제타 위성은 2004년 발사되어 10년 동안 67P/츄루모프-게라시멘코라고 하는 혜성으로 날아가 물질을 분석하였다. 이 결과에 따르면, 물뿐만 아니라 수많은 복합유기분자가 존재하였다.12)13)14) 이로써 혜성이 지구로 물과 유기물질을 배달했다는 시나리오가 더욱 지지받게 되었다. 하지만, 이 과정이 우주에서 일반적으로 일어나는 일인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현재 태어나고 있는 원시성과 별을 만드는 성간운에도 비슷한 성분의 얼음 분자가 존재하는지 직접 얼음을 관측하고 그 성분을 분석해야만 알 수 있다.
JWST를 이용한 성간얼음 분자의 흡수 스펙트럼 관측
성간운에 존재하는 얼음분자를 관측하기 위해서는 적외선 분광기를 장착한 적외선 우주망원경이 필요하다. ISO, Spitzer, AKARI 적외선 우주망원경은 적외선 분광기를 이용하여 성간얼음 분자를 탐사했다. 하지만, 이들 적외선 우주망원경은 구경이 작아서, 함량이 높은 물, 일산화탄소, 이산화탄소와 같은 얼음의 스펙트럼은 확실하게 관측하였지만, 다른 분자, 특히 복합유기분자 얼음의 스펙트럼은 충분히 동정하지 못했다. 이제, JWST의 발사로 상황은 달라지고 있다.
그림 8은 성간 얼음 분자의 스펙트럼이 만들어지는 원리를 보여준다. 연속 적외선 복사를 방출하는 원시성(protostar) 또는 배경별(background star)과 그 빛을 관측하는 망원경 사이에 존재하는 물질 속에 얼음 분자가 있다면, 그 얼음 분자는 자신을 지나가는 연속복사에서 특정 파장의 빛 에너지를 흡수하여 더 빠르게 진동하는 연료로 사용한다. 이때, 얼음 분자의 진동을 변화시키는데 필요한 에너지가 클수록 짧은 파장에서 흡수선이 생기고, 얼음 분자의 양이 많을수록 흡수선의 깊이가 깊어진다. JWST로 관측된 배경별, NIR3815)과 원시성, IRAS 15398-335916)의 스펙트럼에서, 우주에 가장 많은 얼음인 물(H2O), 이산화탄소(CO2), 일산화탄소(CO)의 흡수선과 함께 메탄올(CH3OH)을 비롯한 다양한 유기분자의 흡수선이 확인되었다.
JWST로 관측된 얼음 흡수 스펙트럼은 우주환경을 구현한 실험실에서 측정된 다양한 얼음 분자의 스펙트럼과 비교하여, 얼음분자의 종류뿐만 아니라, 그 얼음분자의 온도와 양, 그리고 섞여 있는 다른 얼음분자의 종류도 알아낼 수 있다. 이러한 저온 실험실의 대표적인 곳이 네덜란드 레이덴 대학에 있으며, 이 실험실은 얻어진 얼음분자의 스펙트럼을 모아 LIDA (The Leiden Ice Database for Astrochemistry)라고 하는 데이터 베이스를 구축하고, 우주얼음을 탐사하고 있는 천문학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17) 그림 9는 레이덴 실험실에서 얻은 에탄올 얼음분자의 흡수 스펙트럼을 보여주고 있다.
JWST 스펙트럼은 우주 얼음분자에 물과 유기분자가 풍부함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이러한 유기분자 얼음을 포함하고 있는 성간먼지 입자가 뭉치고 커져서 행성계를 형성하며, 특히 중심별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형성되는 혜성에는 물과 유기분자의 얼음이 고스란히 보존될 수 있다. 이렇게 보존된 성간얼음은 혜성이 섭동을 받으면, 행성계 안쪽으로 빨려들어 생명서식지대에 위치한 암석형 행성과 충돌할 때, 물과 유기분자를 전달할 것이다. 그러므로, 물리적 생명서식지대에서 만들어지는 암석형 행성은 생성초기 단계에는 화학적으로 생명발현이 불가능한 불모지이지만, 이후 혜성의 도움으로 생명발현이 가능한, 화학적으로도 생명서식지대가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생명서식지대에 놓여있는 행성 중, 지구와 같이 물을 품고 있는 행성을 관측을 통해서 직접 확인 가능할까? 현재로서는 지구형 행성의 대기에서 수증기를 직접 관측한 경우는 없다. 하지만, JWST가 최근 목성형 행성 WASP-96b의 대기에서 수증기를 포함하여 여러 분자들의 스펙트럼을 관측하는데 성공했다(그림 10). 머지않아, 지구형 행성의 대기 스펙트럼도 관측될 것이다.
맺음말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이 관측을 시작한 지 불과 몇 달 되지 않았다. 이 짧은 시간 동안, 이미 웹 망원경은 예상을 능가하는 성능을 보여주고 있으며, 우리는 그로부터 얻어지는 경이로운 관측 결과를 경험하고 있다. 특히, 스피처 우주망원경에 장착되었던 적외선 분광기의 작동이 멈춘 이후, 근 10년 동안, 우주얼음 탐사 분야는 큰 성과를 얻지 못하고 있었다. 웹 망원경의 가동으로 이전에는 얻을 수 없었던 감도와 분해능의 우주얼음 흡수 스펙트럼을 얻기 시작했고, 우주얼음 성분 중, 함량이 적어 이전에는 관측이 어려웠던 유기분자의 종류와 양도 분석해내고 있다. 이러한 고감도의 웹 우주망원경은 지상의 저온 실험실도 분주하게 만들고 있다. 실험실에서 얻어진 다양한 성분의 얼음 스펙트럼은 관측 스펙트럼 분석의 정확도를 높이고, 결국 별과 행성계가 만들어지고 있는 물리적, 화학적 조건을 보다 정밀하게 이해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향후, 웹 우주망원경의 관측자료가 축적되면, 우주에서 생명발현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일어나는지 보다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 각주
- 1)M. Mayor and D. Queloz, Nature 378, 355 (1995).
- 2)N. J. Evans, ARA&A 37, 311 (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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