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YSICS PLAZA
크로스로드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관측한 우주의 새벽
작성자 : 강성주 ㅣ 등록일 : 2023-07-11 ㅣ 조회수 : 946
강성주 박사는 미국 텍사스대 오스틴 캠퍼스에서 물리학, 천문학을 전공하고 아이오와주립대에서 천체 물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천문연구원의 선임연구원으로 근무했으며 현재 국립과천과학관 연구사로 재직하고 있다.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2022년 7월 12일 첫 관측 결과를 대중에게 공개한 지 벌써 어언 1년이 지났다. 심우주의 첫 적외선 관측을 시작으로 별의 탄생과 죽음, 그리고 외계행성의 대기까지 다양한 관측 결과를 공개해 온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은 매번 새로운 관측 결과를 공개할 때마다 예상했던 한계치 이상의 능력을 보여주며 우리에게 새로운 우주의 모습을 선사하였다.
최근에 공개된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의 퀘이사 J0100+2802의 관측 결과는 천문학자들 사이에 그동안 이론적으로만 논의되어왔던, 탐사 불가능의 영역을 관측상 처음으로 증명하였다는 데에 그 의의가 있다. 천문학자들에게 커다란 숙제로만 남아 있었던, 그래서 그 정체를 밝히고자 했던 우주가 빛나기 직전의 순간, 우주의 새벽(cosmic dawn) 단서가 처음이나마 조금 밝혀진 그 이야기 속으로 여러분을 안내하고자 한다.
우주 최초의 빛, 우주 마이크로파 배경
현재의 우리는 수천억 개의 별을 가지고 있는 은하가 수천억 개가 있는, 말 그대로 별을 셀 수 없을 정도의 우주에 살고 있다. 그야말로 관측 가능한 우주의 빛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 바로 별과 은하지만, 시간을 좀 더 거슬러 올라가 보면, 분명히 첫 번째 은하가 존재했던 순간이 있었고, 그 이전에는 첫 번째 별이 존재했던 시기가 있었을 것이며, 심지어는 그 첫 번째 별이 존재하기도 전인, 어둠으로만 가득한 시기도 있었을 것이다. 우주가 갓 태어나고 얼마 되지 않은, 어둠으로 가득했던 이 시기를 우리는 우주의 암흑기(cosmic dark ages)라고 부른다. 천문학의 주요 관측 도구는 빛이다. 현대 천문학은 빛을 이용해 연구에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종류의 정보를 알아내면서 현재까지 발전해 왔다. 하지만 이 우주의 암흑기는 거의 연구가 되지 못했다. 빛이 존재하지 않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최초의 별이 있기 전, 그 어둠이 지배하던 시기에 대해서는 무엇을, 또 얼마나 알고 있을까? 심지어 이 우주의 암흑기가 존재한다는 것은 어떻게 확신할 수 있을까?
우주의 암흑기는 아이러니하게도 우주공간에 처음으로 원소가 존재하게 된 순간에 시작이 되었다. 우주는 빅뱅을 통해 수소와 헬륨(그리고 매우 미미한 정도의 리튬도)이 생성되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수소는 양성자와 전자가 각각 한 개, 그리고 헬륨은 양성자 두 개와 중성자 두 개, 그리고 두 개의 전자로 이루어져 있다. 하지만 이 생성된 원소들이 원자나 분자로 형성되기 이전의 우주는 빅뱅의 영향으로 인해 온도가 매우 높은 상태였다. 따라서 당시 우주에 존재하던 수소와 헬륨 원자는 전자와 결합하지 못한 상태로 존재하고 있었다. 다시 말해 수소와 헬륨 원자가 모두 이온화가 되어 있었다는 뜻이다. 시간이 지나 빅뱅 이후 약 40만 년이 지나는 동안 우주는 점점 팽창하였고, 우주의 온도는 핵과 전자가 결합할 수 있을 정도로 온도가 낮아지면서, 우주 최초의 원소가 생성되었다. 이렇게 이온화되어 있던 전자가 결합하면서 불투명했던 우주는 처음으로 투명해지기 시작했고, 플라즈마 속에 갇혀있던 빛은 비로소 자유롭게 우주공간으로 뻗어나갈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빛이 처음으로 자유롭게 우주공간으로 뻗어나간 흔적이 바로 우주 마이크로파 배경(cosmic microwave background), 우리가 흔히 우주배경복사라고 하는 것의 정체이다. 이 우주 마이크로파 배경은 우리가 볼 수 있는 가장 오래된 빛이지만, 이후 우주공간에서 또 다른 새로운 빛이 탄생하기까지는 더욱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우주의 암흑기, 그리고 최초의 별
이렇게 우주 마이크로파 배경이 우주공간으로 뻗어나간 이후, 두 가지 이유로 인해, 우주에는 더 이상 새로운 빛이 존재하지 못했다. 첫 번째 이유는 새로운 빛을 만들어낼 수 있는 근원이 없었으며, 두 번째 이유는 바로 우주공간이 중성수소와 헬륨 원자와 분자로 가득한 마치 안개와 같은 상태였기 때문이다. 짙은 안개가 낀 도로에서는 자동차 전조등도 무의미해지는 경우를 경험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전조등에서 나온 빛이 안개 속 물 분자 속에서 멀리까지 직진하지 못하고 난반사되거나 흡수되기 때문에 우리의 시야는 매우 좁아진다. 이러한 상황처럼 우주공간에 가득한 수소와 헬륨을 재료로 우주에서 첫 번째 별이 만들어지고, 우주 마이크로파 배경 이후 우주에서 최초로 빛을 만들어내는 존재가 탄생하였다. 이 별은 주위의 중성수소와 헬륨으로 가득한 안개와 같은 우주를 강력한 항성풍으로 날려버리기도 하고, 자외선으로 이온화시키면서, 우주는 다시 한번 불투명했던 시기를 넘어 투명해지기 시작했다. 우주 초기에 이와 같은 모습을 가지고 있었는지 어떻게 알 수 있었는가는 나중에 다시 설명하겠지만, 앞서 설명한 시나리오가 현재 천문학자들이 생각하고 있는 우주의 암흑기 당시의 상황이다.
천문학자들은 우주 최초의 별이 대략 우주가 생성된 후 약 1억 5천만 년 이내에 형성되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태초 우주공간에서 발생한 아주 작은 밀도의 차이로 인해, 불균형이 생기게 되고, 그로 인해 자체 중력으로 인한 물질이 모이면서 최초의 별이 형성되었다. 이때 만들어진 별, 즉 우주의 첫 세대 별은 지금의 태양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별이 생성되었을 것으로 예측한다. 별은 중력으로 인해 분자 구름 내의 물질들이 모여들면서 붕괴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데, 이 중력으로 인해 물질이 모여드는 과정에서 모여든 물질이 만들어내는 내부 에너지에 의한 압력과 평형을 이루어야 한다. 그렇기에 분자 구름 내의 내부 에너지를 작게 즉, 온도를 낮추는 작업이 필요한데, 이때 무거운 금속 성분(천문학에서는 수소와 헬륨 이외의 모든 원소를 금속이라고 부른다)이 내부에너지를 효과적으로 낮추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이 금속 성분은 별 내부의 핵융합 과정과 초신성의 폭발 과정에서 형성되기 때문에, 너무나 당연하게도 맨 처음 세대의 별이 형성되었던 분자구름에는 금속 성분이 존재하지 않았다. 따라서 이 분자 구름의 온도를 효과적으로 낮출 수가 없었고, 내부에너지가 높았기 때문에 이에 상응하는 중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당연히 별도 커질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크고 강력한 에너지를 가진 첫 번째 세대의 별은 주위의 성간 가스 내부 원자들의 전자를 다시 한번 떼어놓으면서 재이온화시킨다.
하지만 첫 번째 세대의 별이 막 형성이 되었을 시기에도 부분적으로 성간가스의 대부분은 중성수소로 가득 차 있었다. 다시 말해 최초의 별이 탄생한 순간에도, 최초의 별에서 나온 빛은 대부분 중성수소에 갇혀서 빛이 투과하지 못하는 상태였다. 하지만 이렇게 거대한 덩치를 자랑했던 첫 번째 세대의 별은 수명이 매우 짧아 초신성으로 폭발하면서 주위 성간가스에 재이온화를 가속시킴과 동시에 우주공간에 첫 금속 원소들을 퍼뜨리게 되면서 다음 세대의 별의 탄생을 유도하게 된다. 이렇게 생성된 초기 원시 은하들 주위에는 중성수소가 강력한 별의 자외선 에너지로 인해 이온화된 플라즈마 거품(bubble)이 형성된다. 이렇게 국부적으로만 형성되었던 플라즈마 거품은 점점 자라면서 우주 탄생 수십억 년 후에야 우주 전체의 재이온화가 완료되면서 비로소 우주 전체가 투명해지고, 우주의 암흑기는 사라지고 우리가 관측할 수 있는 빛이 비로소 우주에 존재하게 되었다. 단순한 물리적 법칙으로 인해 우주 초기에는 매우 거대한 별밖에 존재할 수 없었지만, 마치 매우 치밀하게 짜인 각본처럼 이렇게 거대한 별의 존재가 현재 우리가 바라보는 우주의 모습이 완성되기 위한 필수 요소였다.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 우주론의 숙제를 해결할 단서를 찾아내다
현대 우주론에서 해결해야 할 가장 큰 숙제 중 하나가 바로 앞서 말한 재이온화 과정의 순간, 다시 말해 우주의 새벽이 존재했었다는 직접적인 증거를 찾아내는 것이었다. 그렇기 위해서는 국부적이더라도 원시 은하 주위에 존재해야만 했던 것으로 추측되는 은하 주변의 가스를 이온화시키는 과정, 즉 플라즈마 거품의 관측이 필수적이었다. 최근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은 퀘이사 J0100+2802를 중심으로 존재하는 아주 오래된 은하를 세밀하게 관측하였고, 심지어 우주가 탄생한 후 약 9억 년 후 은하에 존재하는 별이 주변의 가스를 이온화시키는 장면을 직접 관측해내는 데 성공하였다. 다시 말해 그동안 이론적으로만 존재해오던 재이온화 과정의 직접적인 관측 증거를 포착해낸 것이다. 물론 이러한 장면을 직접 우리가 볼 수 있는 장면으로 이미지화한 것은 아니지만,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의 근적외선 관측장비(NIRCam)를 이용한 분광관측으로 이 플라즈마 거품의 존재를 확인하였다. 그뿐만 아니라 플라즈마 거품의 크기까지도 측정에 성공하였는데, 이를 통해서 우주가 재이온화되는 과정을 좀 더 상세하게 연구할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하였다.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은 퀘이사 J0100+2802‒매우 활발히 활동하여 마치 우주의 등대라고 부를 수 있는 초거대 질량 블랙홀‒주변의 약 9억 년 정도된(5.3z6.9) 117개의 은하를 분석하였고, 퀘이사 앞에 위치하고 있는 59개의 은하를 중점적으로 관측하였다. 퀘이사가 워낙 밝아서 이를 이용해 은하뿐만 아니라 은하 주위의 가스까지 관측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이번에 관측된 은하는 앞서 말한 재이온화가 거의 끝나가는 시점에 존재했던 은하들로서 완전히 재이온화가 되기 전, 다시 말해 불투명한 성간가스와 투명한 성간가스가 섞여서 존재한 시점의 은하들이다. 이번 연구를 이끌었던 스위스 취리히 연방공과대학교의 Simon Lully 교수는 “비록 재이온화가 거의 끝나가는 시점임에도 불구하고, 이번 관측은 완전히 재이온화된 시점과 그 전의 우주에서 명확한 차이를 보여준다.”라고 말했다. 천문학자들은 재이온화의 증거를 아주 오랫동안 찾아왔지만, 비로소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의 우수한 성능으로 그 증거 포착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번 관측에서 은하 주위 약 200만 광년 범위의 플라즈마 거품의 존재를 확인하였는데, 이 크기는 대략 우리은하에서 안드로메다 은하에 이르는 거리와 맞먹는다. 이를 통해 기존에 가설로 존재했던 플라즈마 거품의 크기가 점점 커지면서 주위의 다른 거품과 합쳐지고, 결국에는 우주 전체를 투명하게 만들었다는 기존의 이론이 일부나마 관측적으로 증명된 것이다.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첫 관측 결과를 내놓은 지 이제 1년이다. 첫 이미지부터 모두의 시선을 사로잡았던 관측 결과는 이제 조금씩 그동안 쌓여왔던 초기 우주의 비밀을 풀어낼 수 있는 단서를 하나둘 제공하고 있다. 특히, 그동안 모든 천문학자가 궁금해했지만 알 수 없었던, 빅뱅 이후 재이온화의 시기 마지막 단계까지 관측하면서,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의 한계에 모든 사람이 감탄하고 있다. 빛이 없기에, 또 관측할 수 없기에 불가능이라 여겼던 우주 초기의 순간까지 관측적으로 검증하고 증명할 수 있게 된다면, 우리의 근원적인 질문인, 과연 우주는 어떻게 진화해 왔는지를 이제는 좀 더 자세히 알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좀 더 깊이, 좀 더 멀리, 한 발짝 나아가는 것이 특히 천문학에서는 절대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은 착실히, 그 걸음을 옮기고 있으니 어디까지 나아갈 수 있을지 기대해 보는 것 또한 흥미진진할 것이다.
*‘과학과 미래 그리고 인류’를 목표로 한 <크로스로드>는 과학 특집, 과학 에세이, 과학 유머, 과학 소설, 과학 만화 등 다양한 장르의 과학 글을 통해 미래의 과학적 비전을 보여주고자 아시아태평양이론물리센터(Asia Pacific Center for Theoretical Physics)에서 창간한 과학 웹 저널입니다.
http://crossroads.apctp.org/
*아시아태평양이론물리센터는 정부의 과학기술진흥기금 및 복권기금 지원으로 사회적 가치 제고에 힘쓰고 있습니다.
- 이전글물리학회 소식
- 다음글새로운 연구결과 소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