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물리교육에의 초대: 교육과정, 물리교사, 물리학 교구
2022 개정 교육과정과 중등학교 물리교육
작성자 : 임성민 ㅣ 등록일 : 2023-10-09 ㅣ 조회수 : 4,754 ㅣ DOI : 10.3938/PhiT.32.025
임성민 교수는 2001년 서울대학교에서 물리교육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고, 서울대학교 교육종합연구원에서 근무하다가 2003년부터 대구대학교 사범대학 물리교육과에 재직 중이다. 주요 관심 분야는 탐구실험과 반성적 실천을 강조하는 물리교사 교육, 중등 및 대학 현대물리 교육, 특수교육대상자를 포함하는 모든 이를 위한 과학교육의 연구와 실천이다. 국가 수준의 2022 교육과정 개정 작업에서 기초 연구부터 각론시안 개발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 물리팀장으로 참여하였다. (ismphs@daegu.ac.kr)
2022 Revised Curriculum and Secondary School Physics Education
Sungmin IM
A curriculum is broadly defined as ‘the totality of student experiences that occur in the educational process’, which starts from the basic questions of why, what, when, and how to teach students, and can be said to be a ‘practical act of selecting, organizing, executing, evaluating, and improving learning experiences to be provided to learners.’ A curriculum must begin with concerns about what kind of learning experiences students need in the near future society in which they will live. Therefore, the curriculum is not fixed, but can change according to the orientation of school education and social changes required by the times. In case of Korea, the government has revised the national curriculum several times in accordance with social changes and demands. Most recently, the Ministry of Education announced ‘2022 Revised Curriculum’, aimed at ‘cultivating competencies’ to prepare for the future society. In this paper, the main contents and characteristics of the 2022 revised science curriculum are introduced, focusing on physics in middle school and high school.
여는 글, 교육과정이란?
교육과정(敎育課程, curriculum)이란 좁은 의미로는 교육목표와 내용, 방법, 평가를 체계적으로 조직한 교육계획이라 말할 수 있지만, 넓은 의미로는 ‘(학교의 지도 아래) 학생들이 가지는 모든 학습 경험’으로 정의한다.1) 즉 교육과정은 학생들에게 왜, 무엇을, 언제,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의 기본적 물음에서 출발하여 ‘학습자에게 제공할 학습경험을 선정하고 조직하여 실행하고 평가하고 개선해가는 실천적 행위’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교육과정은 학생들이 살아갈 가까운 미래 사회에서 학생들에게 어떤 학습경험이 필요한지에 대한 고민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그러므로 교육과정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그 시대가 요구하는 학교교육의 지향과 사회 변화 양상에 따라 변할 수 있다. 앞으로 학생이 살아갈 세상에서 학생에게 필요한 학습 경험이란 무엇일까?
최근에는 다양한 정보통신기술과 스마트 기술 보급으로 인한 급속한 사회 변화에 대비하여 교육과정의 변화가 요구되고 있으며, 특히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시민 육성에 있어 과학교육의 역할이 주목받고 있다. 미래 사회에서 지향하는 학교교육의 목표로 가장 주목받는 것은 ‘역량 함양’이다.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9개국이 참여한 프로젝트 ‘OECD Education 2030: The Future of Education and Skills’에서는 21세기에 학생에게 요구되는 핵심 능력으로서 ‘역량(competency)’ 개념을 제안하는데, 이는 지식(knowledge)만이 아니라 기술(skill), 가치와 태도(value and attitude)로 함께 구성된다.2) 이러한 역량을 키우는 것이 미래 사회의 학교교육의 목표이며, 더불어 학생 자신의 가치와 목표, 행복을 위해 자신의 삶과 학습을 영위해나가는 학생 주도성(student agency) 및 교사, 학부모 등과 함께 학습을 이끌어가는 협력적 주도성(co-agency)을 강조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이러한 역량을 협력적으로 활용하여 사회의 변화를 주도적으로 이끌어내는 변혁적 역량(transformative competencies)을 갖춘 시민을 양성하는 것을 학교교육의 지향으로 제시하고 있다.3) 이러한 점들을 고려하면서 세계 각국에서는 사회적 변화의 흐름을 반영하여 변혁적 역량을 갖춘 과학적 소양인 육성을 지향하며 과학과 교육과정을 개정하고 있다.
[Table 1] Framework and subjects in the 2022 Revised Science Curriculum (2022 개정 과학과 교육과정의 체제와 과목).
초등 | 중학교 | 고등학교 | |||
---|---|---|---|---|---|
∙과학 | ∙과학 | 공통 과목 | ∙통합과학 1, 2 ∙과학탐구실험 1, 2 | ||
선택 과목 | 일반선택 | ∙물리학 ∙화학 ∙생명과학 ∙지구과학 | |||
진로선택 | ∙역학과 에너지 ∙전자기와 양자 ∙물질과 에너지 ∙화학 반응의 세계 ∙세포와 물질대사 ∙생물의 유전 ∙지구시스템과학 ∙행성우주과학 | ||||
융합선택 | ∙과학의 역사와 문화 ∙기후변화와 환경생태 ∙융합과학 탐구 | ||||
과학계열10) | 진로선택 | ∙고급 물리학 ∙고급 화학 ∙고급 생명과학 ∙고급 지구과학 ∙과학과제 연구 | |||
융합선택 | ∙물리학 실험 ∙화학 실험 ∙생명과학 실험 ∙지구과학 실험 |
우리나라의 경우 교육과정을 결정하는 주체는 국가로서, 초․중등교육법 제23조에 따라 국가교육위원회가 교육과정의 기준과 내용을 정하고 대통령령에 따라 초・중등학교에서 편성・운영하여야 할 학교 교육과정의 공통적・일반적인 기준을 제시하여 교육부 장관이 고시한다. 국가 수준 교육과정으로서 우리나라의 과학과 교육과정은 향후 교과서 개발, 현장의 과학과 교수・학습, 국내외 수준의 학생 평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4) 우리나라는 그동안 국가사회적인 변화와 요구에 따라 여러 차례에 걸쳐 국가 수준 교육과정을 개정해왔다. 가장 최근에는 미래 사회를 대비하는 ‘역량 함양’을 목표로 하는 ‘국민과 함께하는 미래형 교육과정’을 지향하여 각 학교급 및 교과별로 교육과정 개정 작업을 진행해왔다.5)6) 과학과의 경우 2022 개정 교육과정 총론의 취지에 부합하는 과학과 교육과정 시안을 개발하기 위해 ‘과학과가 추구하는 역량을 갖춘 과학 소양인 육성’이라는 과학교육 목표 등을 고려한 교과목 기본 방향 및 내용을 재구조화하는 일련의 연구 과정과 의견 수렴을 거쳐 초중고 학교급에 따라 총 30개 과목에 대한 각론 시안을 개발하였다.7)8) 물리학 분야와 관련된 교육과정 개정 작업에 있어서는 한국물리학회 차원에서 적극적인 참여와 지원이 있었다. 개발된 각론 시안은 일련의 국민의견 수렴과 공청회를 거치며 2022년 12월 22일에 ‘교육부 고시 제2022-33호’(별책1, 별책9, 별책 20)로 최종 고시되었다.9) 과학과 교육과정 각론 시안의 개발 대상은 초・중・고 모든 과학 교과목으로, 초・중학교 ‘과학’ 과목, 고등학교 공통 과목인 ‘통합과학 1, 2’와 ‘과학탐구실험 1, 2’ 과목, 그리고 고등학교 선택 과목인 일반 선택 4개 과목, 진로 선택 13개 과목(과학계열 진로 선택 과목 포함), 융합 선택 7개 과목(과학계열 진로 선택 과목 포함)을 포함한다(표 1).
2022 개정 교육과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총론의 주요 내용, 각론의 문서 체제, 과학과의 성격과 목표, 교과목 설계의 개요, 내용 체계표, 성취기준, 교수학습 및 평가 등 교육과정 문서의 주요 항목에 대한 배경 설명이 필요하다. 다만, 이 글에서는 분량 한계를 감안하여 2022 개정 과학과 교육과정의 주요 내용과 특징을 물리학을 중심으로 소개한다. 특히 초중고 공통 과목인 ‘과학’과 ‘통합과학’, 그리고 일반계 고등학교를 위한 일반선택 및 진로선택 과목 중 물리학 관련 과목에 한정하여 소개한다.
2022 개정 과학과 교육과정의 초중고 공통 과목과 물리
1. 초·중학교 공통 과목 ‘과학’
‘과학’은 초등학교 3학년부터 중학교 3학년까지 모든 학생이 이수하는 공통 과목으로서, 초등학교 1∼2학년에서 학습한 내용과 연계하여 미래 사회를 살아가기 위한 역량을 함양하고 고등학교 과학 교과목 학습에 필요한 과학 기초 학력을 보장하기 위한 교과이다.
‘과학’은 운동과 에너지, 물질, 생명, 지구와 우주 및 과학과 사회의 5개 영역11)으로 구성된다. 운동과 에너지 영역에서는 힘과 에너지, 전기와 자기, 열, 빛과 파동 등을 다루며, 물질 영역에서는 물질의 성질, 물질의 변화, 물질의 구조 등을 다룬다. 생명 영역에서는 생물의 구조와 에너지, 항상성과 몸의 조절, 생명의 연속성, 환경과 생태계, 생명과학과 인간의 생활 등을 다루며, 지구와 우주 영역에서는 고체 지구, 유체 지구, 천체 등을 다룬다. 과학과 사회 영역에서는 이들 4개 영역의 내용을 통합적으로 다루면서 과학과 안전, 과학과 지속가능한 사회, 과학과 진로 등을 다룬다.
[Table 2] Unit structure of Middle school ‘Science’ in the 2022 Revised Science Curriculum (2022 개정 교육과정 중학교 ‘과학’의 단원 구성).
학년 | 중학교 1학년 | 중학교 2학년 | 중학교 3학년 |
---|---|---|---|
단원 수 | 7 | 8 | 8 |
단원 구성 | (1) 과학과 인류의 지속가능한 삶 (2) 생물의 구성과 다양성 (3) 열 (4) 물질의 상태변화 (5) 힘의 작용 (6) 기체의 특성 (7) 태양계 | (8) 물질의 성질 (9) 지권의 변화 (10) 빛과 파동 (11) 물질의 구성 (12) 식물과 에너지 (13) 동물과 에너지 (14) 전기와 자기 (15) 별과 우주 | (16) 화학 반응의 규칙성 (17) 날씨와 기후변화 (18) 수권과 해수의 순환 (19) 운동과 에너지 (20) 자극과 반응 (21) 생식과 유전 (22) 재해·재난과 안전 (23) 과학과 나의 미래 |
중학교 ‘과학’을 중심으로 개정의 방향과 특징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1학년 자유학기와 3학년 진로연계학기 도입과 교사의 재량권 확대를 위한 한 학기 17주 학습량을 16주 학습량으로 변화를 추구하는 총론의 논의에 따라 내용의 재구조화가 이루어졌다. 이를 반영하고 2학년 수업량이 과중해지는 것에 대한 우려를 고려하여 ‘운동과 에너지’, ‘물질’, ‘생명’, ‘지구와 우주’, ‘과학과 사회’ 5개 영역을 1학년 7단원, 2학년 8단원, 3학년 8단원으로 중학교 전체 단원을 배치하였다(표 2). 특히, 범교과 주제 단원의 배치를 자유학기를 고려하여 ‘과학과 인류의 지속가능한 삶’ 단원을 1학년에 운영하고 진로 집중 학기를 고려하여 ‘재해·재난과 안전’ 및 ‘과학과 나의 미래’ 단원을 3학년에 운영하도록 구성하였다.
둘째, 학생들의 학습을 순조롭게 돕기 위해서 중학교에서 다루는 개념의 위계성과 초등학교 및 고등학교 통합과학과의 연계성을 확보하면서 내용을 구성하였다. 또 중학교에서 다루는 단원 간에 개념 위계를 고려하여 단원 배치를 조정하였다. 예를 들면, 1학년의 ‘열’ 단원을 ‘물질의 상태변화’ 단원 앞에 배치하였다. 생명 영역 단원 중 ‘생물의 구성과 다양성’ 단원이 꽃을 비교적 수월하게 관찰할 수 있는 계절에 수업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1학년 두 번째 단원으로 배치하였다. 연계성을 고려하면서도 2학년 학업 부담 경감을 목적으로 ‘물질의 특성’ 단원을 2학년에서 1학년으로 이동하였고, ‘기체의 성질’ 단원을 1학년에서 2학년으로 이동하였다. ‘물질의 구성’ 단원의 순서를 재배치하여 3학년 1학기에 배우는 화학반응 관련 단원과 시간 거리가 적도록 구성하였다. 중・고등학교 위계를 고려하여 중학교에서 삭제하거나 고등학교로 이동한 개념들이 있다. 예를 들면, 고등학교 통합과학과의 연계를 고려하여 전자기 유도 개념은 중학교에서 삭제하고 고등학교로 이동하였고, 물질 분리 방법 중 크로마토그래피는 중학교에서 배우는 개념으로 설명할 수 없는 수준이므로 삭제하였다. 생명 영역에서는 초등학교와의 중복을 고려하여 증산작용을 삭제하였다.
셋째, 미래 역량으로서 과학적 소양을 함양하는 과학교육을 추구하였다. 이를 위해, 디지털 리터러시, 민주시민 소양, 학습자의 행위 주체성, 생태전환 교육 등 미래 역량을 함양할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특히, 디지털 리터러시 함양, 생태전환 교육을 포함하는 교육이 이루어지도록 ‘성취기준 적용 시 고려사항’에 안내하였다.
기타 사항으로, 단순 암기로 과학에 흥미를 떨어뜨리는 내용 요소나 성취기준을 적극적으로 수정하였다. 예를 들면, ‘물질의 구성’ 단원에서 전통적으로 앙금 생성 반응이 탐구활동 예시로 제시되어 있었는데, 앙금 생성 반응이라는 명시적인 표현을 삭제하고 “실험을 통해 이온이 전하를 띤 입자임을 추리하기”로 수정하여 탐구활동의 목적이 성취기준과 부합하도록 하였다. 또, 국제적 흐름을 반영한 과학 교육과정을 수정하였다. 이를 위해, 미국, 영국, 싱가포르 등의 외국 교육과정의 흐름과 TIMSS 등의 국제 학업성취도 평가에서도 다루는 내용 등을 적정 수준에서 반영하였다. 이러한 특징이 반영된 예로 물질 영역에서 주기율표가 포함되었다. 주기율표의 내용 수준은 고등학교 통합과학의 내용 수준과 비교하여 위계성을 고려하여 구성하였다.
중학교 ‘과학’의 5개 영역 중 ‘운동과 에너지’(물리) 영역에만 한정하여 주요 변경 사항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열역학 분야에서는 기존 ‘열과 우리 생활’ 단원을 ‘열’로 단원명을 수정하였고, 단원 배치도 2학년에서 1학년으로 앞당겨서 물질 영역의 ‘물질의 상태 변화’ 단원과 보다 가깝게 연계되도록 구성하였다. 또한, 온도와 열평형을 하나의 성취기준으로 구성하고, 열의 이동 방식을 별도의 성취기준으로 분리하였다.
- 힘 개념과 관련해서는 기존 ‘여러 가지 힘’ 단원을 ‘힘의 작용’으로 수정하면서 여러 가지 힘은 특징만을 간략히 다루도록 한 대신, 힘의 표현법과 힘의 평형을 추가하였다. 또, 힘의 평형을 추가하여 정역학 부분을 포함하였고, 알짜힘이 0이 아닐 때 나타나는 현상을 조사하도록 하면서 힘의 작용의 효과를 추가하여 ‘힘’과 ‘운동’을 연계하도록 구성하였다.
- 빛과 파동 분야에서는 ‘빛과 파동’ 단원명을 유지하면서 반사와 굴절, 파동의 발생과 전달 등 기초 개념을 보다 강조하고, 종파와 횡파 구분은 삭제하였다. 대신 스펙트럼의 개념을 도입하여 빛의 합성을 설명하도록 구성하였다.
- 전자기 분야에서는 기존 교육과정에서 2학년에 배치된 ‘전기와 자기’ 및 3학년에 배치된 ‘에너지 전환과 보존’ 단원 중 전기 에너지의 개념을 새 교육과정에서는 ‘전기와 자기’ 단원으로 통합하여 3학년 초에 다루도록 단원 순서를 조정하였다. 단원을 통합하면서 기존에 다루던 전자기 유도(발전)는 고등학교 통합과학에서 다루도록 중학교 과정에서는 삭제하였다.
- 일과 에너지 개념과 관련해서는 기존 교육과정에서 ‘운동과 에너지’ 및 ‘에너지 전환과 보존’의 2개 단원을 새 교육과정에서는 ‘운동과 에너지’ 단원에서 통합하면서 역학적 에너지 보존을 자유낙하 및 단진자 등 물체의 운동과 연계하여 다루도록 하였다.
2. 고등학교 공통 과목 ‘통합과학’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고등학교 공통 과목으로서 ‘통합과학’ 및 ‘과학탐구실험’의 구성 방침은 기본적으로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처음 도입한 과목의 구조와 성격을 그대로 계승하고 일부만 보완하는 것이었다. 먼저, 고등학교 공통 과목인 ‘통합과학12)1,2’의 주요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째, 과학의 분과 학문 분야를 관통하는 관통 개념(crosscutting idea) 중심으로 내용을 구성함으로써 과학 영역 간의 융복합은 물론 과학・기술・사회 등을 가로지르는 융복합적 과학 지식・이해가 가능하도록 교육과정을 구성하였다. ‘통합과학 1’은 ‘과학의 기초’, ‘물질과 규칙성’ 및 ‘시스템과 상호작용’의 3개 영역으로, ‘통합과학 2’는 ‘변화와 다양성’, ‘환경과 에너지’ 및 ‘과학과 미래 사회’의 3개 영역으로 구성하였다. 이러한 통합과학 1, 2의 영역 구성은 과학의 빅 아이디어(big ideas)에 해당하는 것이다. 특히 ‘과학의 기초’ 영역에서는 시공간을 포함한 과학 탐구에서 중요한 기본량과 단위, 측정과 표준 등 과학의 도구적 언어를 다룸으로써 미래 사회를 살아가는 데 필수 불가결한 과학의 기초, 과학으로의 입문이 가능하도록 과학의 언어를 도입하였다.
둘째, 초・중학교와 고등학교 선택 과목 사이의 가교이면서 모든 한국인이 알아야 하는 현대인의 소양으로서 과학 영역별 학문의 근간이자 선택 과목 이수를 위한 기초가 되는 학습 내용으로 구성하였다. 즉, 중학교까지 학습한 과학의 핵심 개념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자연 현상을 통합적·융합적으로 이해하고, 이를 기반으로 미래 사회에 필요한 과학적 기초 소양을 함양할 수 있도록, 모든 과학 영역의 공통・기초가 되는 핵심 내용과 함께 미래 사회 과학기술에 관한 기초 내용인 과학과 미래 사회 영역을 아울러 통합과학 1, 2의 교육내용을 구성하였다. 빅 아이디어(혹은 핵심 개념)를 중심으로 물리학, 화학, 생명과학 및 지구과학을 관통하고 통합하는 내용으로 구성함으로써 내용량을 적정화하고, 이를 통해 확보된 시간을 과학과 미래 사회 영역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하였다. 과학과 미래 사회 영역에서는 장차 다양한 과학과 선택 과목 학습의 토대가 되는 인공지능과 로봇, 생명과 과학 윤리 등 지속가능한 미래 사회의 책임 있는 민주시민이 갖춰야 하는 첨단 과학지식과 탐구 방법 그리고 과학기술 윤리 등을 포함하였다.
셋째, 지식‧이해, 과정‧기능, 가치‧태도를 아우르는 성취기준을 통해 역량을 함양할 수 있도록 내용을 구성하였다. ‘통합과학 1, 2’ 과목을 통해 과학을 통한 역량, 즉 과학적 소양을 함양할 수 있도록 자연 현상과 사회과학적・지구 생태적 쟁점, 미래 첨단과학과 우주개발에 이르기까지 융복합적 과학 지식・이해를 토대로 행위 주체로서 의사결정하고 민주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성취기준을 구성하였다. 또한, 융복합적 지식을 특징으로 하는 미래 사회를 살아가는 데 필요한 과학 소양을 함양할 수 있도록 글로벌 수준의 빅 데이터를 활용한 과학 탐구와 관측 데이터를 활용한 다양한 탐구활동을 제공하였다.
‘통합과학1,2’를 구성하는 6개 영역별로 주요 내용 및 2015 교육과정 대비 변경 사항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과학의 기초 영역은 기본량과 단위, 측정과 어림, 정보와 신호 등을 포함함으로써 자연과학 탐구를 위한 기초 소양에 해당하는 내용을 다루도록 하였다. 이 영역은 고등학교 과학 과목의 출발점으로서 과학의 본질에 관해서 탐구 대상과 방법론 측면에서 설명하도록 구성하였다.
- 물질과 규칙성 영역은 기존 2015 교육과정의 물질의 규칙성과 결합 및 자연의 구성 물질에 해당하는 내용을 수용하면서 일부 성취기준을 통합하거나 부분적으로 수정하였다. 예를 들어 기존 교육과정에서 ‘물질의 물리적 성질’과 관련하여 제시한 신소재 개발에 대한 내용은 삭제하고, 대신 ‘물질의 전기적 성질’로 내용 범위를 제한하여 도체와 부도체, 반도체 등과 같이 일상생활과 첨단기술에서 보다 친숙하고 유용하게 응용되는 사례를 강조하였다.
- 시스템과 상호작용 영역은 기존 2015 교육과정의 역학적 시스템, 생명 시스템, 지구 시스템의 내용을 수용하면서 일부 성취기준을 통합하거나 부분적으로 수정하였다. 예를 들어 역학적 시스템의 경우 기존 내용 요소를 그대로 수용하되 물체의 다양한 운동을 중력의 작용을 받는 경우와 상호작용이 없는 경우로 구분하여 보다 체계적으로 제시하도록 하였다.
- 변화와 다양성 영역은 기존 2015 교육과정의 화학 변화, 생명 다양성과 유지의 내용을 수용하면서 일부 성취기준을 통합하거나 부분적으로 수정하였다.
- 환경과 에너지 영역은 기존 2015 교육과정의 생태계와 환경, 발전과 신재생 에너지의 내용을 수용하면서 일부 성취기준을 통합하거나 부분적으로 수정하였다. 예를 들어, 에너지 생산에 대해서는 기존 교육과정에서 다루던 핵발전, 태양광 발전, 풍력 발전 등 구체적인 발전 방식에 대한 내용은 삭제하고 운동 에너지가 전기 에너지로 전환되어 활용되는 과정 자체에 보다 초점을 두었다. 또한, 파력, 조력, 연료 전지 등과 같은 신재생 에너지의 종류를 학습하는 대신 신재생 에너지의 필요성과 의의를 에너지 효율 관점에서 지속 가능 발전과 지구 환경 문제와 연계하여 다루도록 하였다.
- 과학과 미래 사회 영역은 인공지능과 과학탐구, 로봇, 감염병과 병원체, 과학기술과 윤리 등 과학기술의 발전이 미래 사회에서 인류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주요 학습 내용으로 포함하였다.
3. 고등학교 공통 과목 ‘과학탐구실험’
‘과학탐구실험 1,2’의 경우, 9학년까지의 과학을 학습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여 과학 탐구 실천 및 과학을 통한 역량을 함양하기 위한 탐구활동 중심의 과목이다. ‘과학탐구실험 1,2’에서는 전통적인 과학 교과목에서 다루는 과학 내용과 함께 미래 사회 융·복합적 과학 빅 아이디어와 관련된 과학탐구와 실험을 포함하여, 문제의 발견과 해결을 포괄하는 프로젝트의 형태의 과학 탐구활동을 경험할 수 있도록 시안을 개발하였다. ‘과학탐구실험 1,2’ 과목 또한 2015 교육과정의 ‘과학탐구실험’을 계승한 것으로, 고교학점제 취지에 맞추어 학기 단위 이수가 가능한 2개 과목으로 재구성하여 교육과정 시안을 개발하였다. ‘과학탐구실험 1’은 과학의 본성과 역사 속의 과학 탐구 및 과학 탐구의 과정과 절차의 2개 영역으로, ‘과학탐구실험 2’는 생활 속의 과학 탐구 및 미래 사회와 첨단 과학 탐구의 2개 영역으로 구성하였다.
각 영역별 내용 요소는 2015 교육과정의 내용과 더불어 미래세대 과학교육표준(KSES)을 반영하여 재구성하였다. 특히 미래 역량으로서 과학적 소양을 함양할 수 있도록, 글로벌 수준의 빅데이터를 활용한 기후변화 경향성 파악하기, 첨단의 과학실험 기기, 컴퓨터 활용 실험(MBL), 시뮬레이션을 이용한 탐구와 실험 등으로 구성함으로써 디지털 소양과 이공계 진로를 적극적으로 탐색할 수 있도록 하였다.
2022 개정 과학과 교육과정의 고등학교 선택 과목과 물리
1. 고등학교 물리학 계열 과목의 개정 방향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가장 변화가 큰 학교급은 고등학교이다. 2025년부터 전면 시행되는 고교학점제를 대비하여 고등학생의 학습 선택권 강화와 다양한 진로 선택을 고려하도록 모든 과목이 구성되었다. 총론 수준에서의 고등학교 선택 과목 개정 방침에 따른 고등학교 과학(물리, 화학, 생명과학, 지구과학) 선택 과목의 개발 원칙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편제 변화에 따른 학습량 적정화: 고교학점제 전면 시행에 대비하여 모든 선택 과목은 4학점13)을 기본 이수단위로 하여 1개 학기 안에 집중이수할 수 있도록 구성한다. 지난 교육과정(2015 개정 교육과정)까지 고교 선택 과목의 기본 이수단위는 17차시 1학점 기준으로 5학점(당시에는 학점 대신 ‘단위’라고 지칭)이었던 것에 비해서 절대적인 수업 분량이 줄었으므로 이에 맞추어 학습량을 감축하여 구성한다.
둘째, 수업의 질적 적정화: 학습량 감축과 더불어 학생의 다양한 선택권 강화를 위하여 학습 내용을 학생 입장에서 보다 접근하기 쉽도록 조정한다. 즉, 지나치게 어렵거나 학생의 관심과 실생활과 관련이 없는 내용은 삭제하거나 축소한다.
셋째, 일반선택, 진로선택, 융합선택 과목의 차별화: 일반선택 과목은 과학과 공통 과목(‘통합과학1,2’ 및 ‘과학탐구실험1, 2’)와 연계하여 이공계열뿐 아니라 인문사회, 예체능 계열로 진로 선택하는 학생에게도 알아야 할 자연과학의 기본적이고 핵심적인 내용을 포함하도록 구성한다. 일반선택 과목의 경우 다양한 진로・진학 경로를 막론하고 고등학교에서 선택・이수하고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볼 수 있도록 과목을 구성한다. 진로선택 과목의 경우에는 이공계 진로선택 학생을 위한 과학 분야별 심층 이해를 목적으로 개발하고, 융합선택 과목의 경우에는 학생의 진로 선택을 막론하고 모든 학생을 위한 진로 체험・안내와 실생활 체험학습 등이 가능한 과목으로 개발한다. 일반선택은 물화생지 각 계열별로 1개 과목씩만, 진로선택은 2개 과목씩 구성한다. 융합선택 과목은 물화생지 계열을 통합하여 3개 과목을 개발한다.
이와 같은 방침에 따라 고등학교 물리학 계열의 선택 과목을 구성하면서 학습 내용의 양적 및 질적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이러한 맥락에서 특별히 고등학교 물리 과목의 각론 시안을 개발할 때 연구개발진(물리팀)이 지향한 개발 지침은 다음과 같았다.
- 학교 현장 적합성 고려: 고등학교 현장에서 개설하였을 때 실제 수업 운영이 가능하도록 학교 현장의 상황과 여건을 고려하여 개발한다.
- 고교 물리교육의 활성화: 현재보다 선택 과목 수가 대폭 늘어나는 상황에서 보다 많은 학생이 물리 과목을 선택하여 고교 물리교육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향으로 개발한다.
- 미래 지향적 내용 구성: 이 과목을 배우는 학생들이 성인이 되어 살아갈 가까운 미래, 2030년대에도 학생들에게 유용하고 의미있는 내용으로 구성한다. 이를 위해 전통적인 물리학 개념 구조보다는 물리학이 생활과 기술사회에 응용되는 측면을 강조한다.
이상의 개발 지침을 반영한 고등학교 물리학 분야 선택 과목의 구성 개요를 2015 교육과정과 비교하여 요약하면 <표 3>과 같다. 구체적으로 각 과목별로 어떤 측면에 주안점을 두어 어떠한 내용으로 구성했는지는 이어지는 다음 절에서 소개한다.
[Table 3] Structure of high school physics in the 2022 Revised Science Curriculum (2022 개정 교육과정의 물리학 계열의 고교 선택 과목 구성).
2015 개정 | ⇨ | 2022 개정 | ||||
구분 | 과목 | 구분 | 과목 | 성격 | ||
일반선택 (5±2단위) | 물리학I | 일반선택 (4±1학점) | 물리학 | 미래 사회의 핵심역량과 민주 시민으로서 갖추어야 할 물리학에 대한 기초 소양을 함양하기 위한 과목으로서, 직접 관찰 가능한 거시세계 현상에서 시작하여 인간의 지각 범위를 초월하는 미시 세계로 이어지는 스토리라인에 따라 힘과 에너지, 전기와 자기, 빛과 물질 영역으로 구성 | ||
진로선택 (5±3단위) | 물리학II | 진로선택 (4±1학점) | 역학과 에너지 | 이공계열 진로 희망 학생을 위한 선택 과목으로, 물체의 운동 및 열 현상과 열기관, 탄성파 등의 내용을 중심으로 구성 | ||
전자기와 양자 | 이공계열 진로 희망 학생을 위한 선택 과목으로, 전기와 자기의 상호작용, 빛의 성질과 응용, 원자보다 작은 미시세계 등의 내용을 중심으로 구성 | |||||
과학계열 전문교과 | 고급 물리학 | 과학계열 | 진로선택 | 고급 물리학 | 물리학 분야 전공과목 이수에 필요한 탐구방법을 익히고 다양한 물리 현상을 통합적 관점에서 파악하도록 역학, 전자기학, 광학, 현대물리 영역으로 구성 | |
물리학 실험 | 융합선택 | 물리학 실험 | 다양한 주제의 실험을 설계하고 수행한 물리 현상에 대한 이해를 심화하는 물리 실험의 기초, 역학, 전자기학, 광학, 현대물리 영역으로 구성 |
2. 고등학교 일반 선택 과목: ‘물리학’
일반선택 과목의 경우 학생의 희망 진로 경로를 막론하고 고등학교에서 선택・이수하고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볼 수 있도록 과목을 구성한다는 점에서 다른 선택 과목에 비해 고등학교 물리교육을 대표하는 성격이 있다. 교육과정 연구개발진에 주안점을 둔 일반 선택 ‘물리학’ 과목의 개정 방향과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째, 전통적인 물리학 개념 구조보다는 물리학이 생활과 기술사회에 응용되는 측면을 강조하여 현재와 가까운 미래에 학생의 삶에 유용하고 의미 있는 내용으로 구성하였다. 이를 통해 보다 많은 학생이 물리 과목을 선택하도록 유도하고, 학교 물리교육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하는데 주안점을 두었다.
둘째, 기존 대학 일반물리학의 축소판이 아니라 미래를 살아가는 학생들에게 유용하고 의미있는 물리학 내용으로 구성하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현대 물리학의 내용을 포괄적으로 도입하였다. 또한, 물리학의 전통적인 개념 구조보다는 물리학이 생활과 기술사회에 응용되는 측면을 강조하였다.
셋째, 물체의 거동과 같이 직접 관찰 가능한 거시 세계의 현상에서 시작하여 원자 수준의 크기에서 벌어지는 현상 등과 같이 인간의 지각 범위를 초월하는 미시세계로 이어지는 스토리 라인에 따라 구성하였다.
‘물리학’ 과목의 각 영역의 주요 내용 및 이전 교육과정 대비 변경 사항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힘과 에너지 영역은 물체의 운동 상태 변화를 물체가 받는 힘과의 관계 및 에너지 전환과 보존 관점에서 이해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구성하였다. 기존 2015 교육과정 일반선택 ‘물리학I’에서 다루던 내용 중에서 속도와 가속도 등 운동학 관련 내용과 질량-에너지 등가원리는 신설되는 진로선택 ‘역학과 에너지’로 이동하였고, 충격량의 경우는 선수 과목인 ‘통합과학1’에서 이미 다루고 있으므로 중복되는 내용은 삭제하되 운동량 보존 법칙 관점에서 다루도록 하였다. 또한 열기관과 열효율과 같이 중학교 교육과정 및 고등학교 진로선택 과목에서 반복하여 다루는 주제는 개념의 위계성을 고려하여 내용을 조정하였다. 한편 기존 교육과정에서는 진로선택 ‘물리학II’에서 다루던 정역학 관련 내용을 추가하였다.
- 전기와 자기 영역에서는 전기장과 자기장이 서로 유도하는 현상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전기 에너지 활용과 유무선 정보 통신 기술에 대한 응용에 대한 내용으로 구성하였다. 기존 2015 교육과정 일반선택 ‘물리학I’에서 다루던 내용 중에서 원자의 에너지 준위, 고체의 에너지띠 등의 내용은 빛과 물질 단원으로 재배치하였고, 대신 기존 교육과정에서는 진로선택 ‘물리학II’에서 다루던 전기회로와 전력, 축전기와 관련된 내용을 이동하여 전기와 자기에 해당하는 내용을 전기 에너지의 전환과 활용 관점에서 포괄적으로 다루도록 하였다.
- 빛과 물질 영역에서는 미시세계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빛과 물질의 이중성을 중심으로 학습하고 원자 구조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반도체 소자의 원리를 소개하도록 구성하였다. 기존 2015 교육과정 일반선택 ‘물리학I’에서 다루던 파동의 요소와 전반사 등은 신설되는 진로선택 ‘역학과 에너지’로, 전자기파 스펙트럼과 관련된 내용은 ‘전자기와 양자’로 이동하면서 영역의 주요 내용이 파동 자체가 아니라 빛과 물질의 상호작용에 초점을 두도록 하였다. 이에 따라 기존 교육과정에서 제외되었던 굴절과 렌즈를 추가하였고, 양자화된 에너지 준위와 고체의 에너지띠 등 현대물리에 해당하는 내용을 빛과 연계하여 도입하였다.
고등학교 진로 선택 과목: ‘역학과 에너지’
이 과목에서는 힘의 평형과 구조의 안정성, 만유인력과 천체의 운동 등과 같이 힘과 상호작용을 이해하고, 에너지 개념을 바탕으로 다양한 열 현상과 열기관을 체계적으로 이해하도록 구성하였다. 또한 파동의 발생과 특성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소리와 그 응용 분야에 대해서 학습하도록 구성하였다. 진로 선택 시 필요한 기본 능력을 함양하는 과목으로서 자연과학 계열의 진로와 관련성이 드러나도록 구성하되, 특히 건축, 토목, 기계, 초음파 등과 같이 거시 수준에서 물체의 거동을 다루는 이공계열 진로와의 관련성을 강조하였다.
‘역학과 에너지’ 과목의 각 영역의 주요 내용 및 2015 교육과정 대비 변경 사항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시공간과 운동 영역에서는 지표면에서 운동하는 물체와 인공위성 및 행성의 운동을 중력의 관점에서 살펴보고 중력으로 인해 시공간이 휘어져 나타나는 현상을 다루었다. 기존 2015 교육과정 진로선택 ‘물리학II’에서 다루던 내용 중에서 정역학 및 일-운동 에너지 관계는 일반선택 ‘물리학’으로 이동하고 힘의 합성과 등가속도 운동 관련 내용을 통합하는 등 기존 성취기준을 통합 축소하였다. 대신 행성에 따른 탈출 속도의 차이와 발사체 원리, 등가 원리와 관련하여 중력 시간 지연 현상을 소개하는 등 중력과 우주 관련 내용은 보강하였다.
- 열과 에너지 영역에서는 다양한 열 현상과 열기관의 특성을 에너지 개념을 바탕으로 다루고 열역학 법칙의 적용을 주요 내용으로 하였다. 기존 2015 교육과정 진로선택 ‘물리학II’에서 다루던 내용 중에서 열의 일당량 개념은 명시적으로 다루지 않는 대신 열역학 1법칙으로 통합하였으며, 기존 일반선택 ‘물리학I’에서 다루던 열기관과 열효율 관련 내용을 열의 이동과 활용, 이상기체 법칙 등을 중심으로 재편하였다.
- 탄성파와 소리 영역에서는 매질을 통한 에너지의 전파 과정과 파동의 투과와 반사 현상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 음파의 간섭과 도플러 현상의 실생활 이용 및 악기의 원리 등을 다루었다. 기존 2015 교육과정 진로선택 ‘물리학II’의 해당 영역에서는 전자기파의 활용을 중심으로 다루었다면, 새 교육과정에서는 영역명과 같이 탄성파를 중심으로 파동의 일반적인 특성, 즉 진동과 파동, 투과와 반사, 정상파 등의 내용으로 구성하였다. 기존 교육과정에서 다루던 전자기파의 간섭과 회절은 신설되는 진로선택 ‘전자기와 양자’ 과목으로 이동하였으며, 대신 이 영역에서는 악기와 소음제어 등 탄성파의 종류 중에서 일상생활에서 흔히 접하는 소리를 보다 강조하였다.
4. 고등학교 진로 선택 과목: ‘전자기와 양자’14)
이 과목에서는 전자기학, 광학, 양자역학과 같이 자연 현상의 근본적인 성질을 이해하고 관련된 진로와 연계되도록 구성하였다. 특히 전기, 전자, 정보 통신, 재료, 반도체, 컴퓨터 하드웨어, 디스플레이, 센서 등과 같이 현대 산업의 바탕을 이루는 정밀과학과 관련된 다양한 이공계열 진로와 관련성을 강조하였다. 특히 양자컴퓨팅, 양자 정보 통신 등 미래 유망기술인 양자기술 관련 내용을 포함하였다.
‘전자기와 양자’ 과목의 각 영역의 주요 내용 및 2015 교육과정 대비 변경 사항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전자기적 상호작용 영역에서는 물질의 전기적 및 자기적 상호작용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이러한 지식이 에너지 전환 및 정보 통신과 관련된 현대의 전기전자통신 기술에 어떻게 활용되는지를 다루었다. 기존 2015 교육과정 진로선택 ‘물리학II’에서 다루던 내용 중에서 저항의 연결, 옴의 법칙 등 전기회로와 관련된 내용은 일반선택 ‘물리학’으로 이동하고, 전기력선과 자기력선, 축전기 등 일반선택 ‘물리학’ 과목과 중복되는 주제는 개념의 위계성을 고려하여 내용 수준을 조정하고 기존 교육과정에서 제외되었던 로런츠힘 등을 추가하였다. 한편, 교류 회로와 전자기파에 해당하는 내용을 축소하였으며 대신 다이오드와 트랜지스터 등 반도체 소자를 활용한 장치와 회로의 기초 원리와 활용 방안을 소개하였다.
- 빛과 정보 통신 영역에서는 간섭, 편광, 굴절, 물질과의 상호작용 등 빛의 기본 특성과 함께 이와 관련된 광학 기기, 정밀 측정, 영상기술, 의료진단 기술을 주요 내용으로 하였다. 기존 2015 교육과정 진로선택 ‘물리학II’에서 다루던 내용 중에서 볼록 렌즈와 상의 생성 원리 등은 일반선택 ‘물리학’으로 이동하였으며, 기존에 다루던 간섭과 회절과 관련된 내용은 이러한 과학 개념이 홀로그램 등 현대 정밀 기술에 적용되는 사례를 중심으로 통합하여 재편하였다. 같은 맥락에서 광전효과나 편광을 도입하면서 기초 개념보다는 레이저 등 디지털 정보 기술의 응용 중심으로 소개하였다.
- 양자와 미시세계 영역에서는 빛과 물질의 이중성, 터널 효과, 중첩과 확률 파동 등 미시세계의 고유한 특성과 기묘하고 아름다운 거동을 감상하고, 원자 이하 수준을 다루는 정밀과학이 현대 문명과 기술 발전에 끼친 영향을 탐색할 기회를 갖도록 하였다. 파동-입자 이중성 및 불확정성 원리 등 기존 교육과정의 내용을 유지하되 확률 파동의 간섭과 확률적 상태 변화 관점에서 재구성하였으며, 미시세계에 대한 탐구가 양자컴퓨터, 양자암호통신 등 양자 기술에 응용되어 사회에 미치게 될 영향을 소개하였다.
맺는 글
4차 산업혁명 시대로의 진입, 지능정보기술 중심의 글로벌 경쟁 심화 등 대전환 시대를 맞아 개인과 사회를 막론하고 이공계열의 기초지식과 역량의 중요성이 더 증대하고 있다. 디지털 전환, 기후환경 변화 등과 같이 예측할 수 없는 변화에 대응하고, 학령인구 감소 및 학습자 성향 변화에 따른 맞춤형 교육혁신으로의 혁신과 변화가 요구되면서 미래 사회를 살아갈 모든 학생들의 과학적 소양과 역량 함양을 목표로 하는 2022 개정 과학과 교육과정 시안을 개발하였다.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숙고하고 합의하여 교육과정 개정 방향을 도출하고 각 교과별 각론을 개발하였으나, 그 과정에서 학교교육과 관련된 집단 및 개인에 따라 서로 다른 지향과 가치가 빈번히 충돌하였다. 아직 다가오지 않은 미래 사회에 학생이 경험해야 할 학습 경험을 당사자가 아닌 연구자가 미래가 아닌 과거를 기준으로 결정한다는 것 자체가 어렵기 그지없는 일이다. 누가 과연 미래에 경험할 학생의 학습 경험이 무엇인지 온전히 바르게 결정할 수 있을까? 2022 개정 교육과정은 개발을 마쳤고 이미 고시 발표까지 되었으나, 2022 개정 교육과정 개발에 있어 물리 분야의 책임자로서 2년 가까이 연구개발에 참여한 자로서, 그동안 고민했었고 여전히 고민되는 몇 가지 논의 사항을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학습 분량의 적정성: 이는 곧 학습량 감축을 의미한다. 표면적으로 지난 교육과정에 비해 많은 양이 줄어들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여전히 학습량이 많다고 지적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지나치게 적다고 비판한다. 교육과정 문서에 제시된 양이 줄어들었다고 해서 실제 가르쳐야 하는 양이 그대로 줄어들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교육과정에 제시된 내용이 아니라도 개념과 개념 사이의 연결을 위해 추가로 도입해야 하는 내용이 생길 수도 있다. 교육과정 문서만으로 학습 분량의 적정성을 판단하기 어렵다. 적정한 분량이 얼마인지를 판단하는 것은 더욱 어렵다.
둘째, 학습 내용의 적절성: 학습 분량을 감축할 때의 관건은 어떤 내용이 학습 분량으로 남아있을 것인가이다. 새로운 교육과정에 포함할 내용과 축소 또는 제외할 내용에 대해서 역시나 집단과 개인에 따라 매우 다양한 의견이 존재한다. 교육과정 각론을 개발하는 과정은 사실상 어떤 내용을 선별하여 포함할 것인가에 대한 치열한 각축장이었다.(이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논리(logics)보다 수사(rhetoric)가 더 중요한 요소였다는 생각이 든다.) 이러한 논쟁은 개정된 교육과정이 2025년부터 학교 현장에 적용되면서부터 더욱 확산되리라 예상한다. 예를 들면, 이번 교육과정에서는 현대물리학 내용이 확대되면서 기존의 고전물리학 일부 내용이 축소되었다. 고전물리학에서 다루는 기본적이고 기초적인 내용 이해가 더 중요한지, 이미 현대사회에 보편화되어 있고 미래 사회에서 더욱 유망할 현대물리학 관련 내용을 다루는 것이 더 의미 있는지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치열한 논쟁이 예상된다.
셋째, 교육과정 진술의 구체성: 이 글에서 구체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으나, 교육과정 문서에서 직접적인 정보를 담고 있는 문장은 ‘성취기준’, 즉 학생이 학습을 통해서 도달하기를 기대하는 내용(지식·이해, 과정·기능, 가치·태도)이다. 문서 체제로서 2022 개정 교육과정의 집필 기조는 교육과정 대강화(大綱化)로서 교육과정 문서에서는 큰 줄기만 제시하고 세부적인 것은 실제 교육현장에서 교사가 선택하고 조직하며 실행하도록 한다는 것이다.15) 이에 따라 성취기준에서도 학생이 무엇을 성취해야 하는지에 대한 핵심 내용 위주로 제시하고 세부 내용과 수준까지는 제시하지 않았다. 이러한 방침은 교육현장의 자율성과 책무성을 강화한다는 측면에서 환영받기도 하지만, 동시에 교육현장에서 무엇을 어떻게 어느 수준까지 가르쳐야 하는지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는 비판도 받는다.
이 외에도 고교 학점제가 시행되는 고등학교 맥락으로 가면 더욱 답하기 힘든 질문이 뒤따른다.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제시한 물리학 과목들은 선택 과목으로서 학생의 수요에 부응하는가? 학생들이 얼마나 많이 선택할 것인가? 당초 연구개발진의 기대만큼 고교 물리교육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인가? 교육과정과 입시제도는 별개의 영역이라서 교육과정 개발에 있어서 입시는 고려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이 교육부의 방침이지만, 현실적으로 입시 제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개정된 교육과정은 대학 입시 및 평가와 어떻게 조화를 이룰 것인가?
교육과정 개정 작업은 이처럼 명확한 정답을 제시할 수 없는 논란거리를 수반하는 힘든 과정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2022 개정 교육과정의 물리 분야 교육과정을 개발하는 과정에서는 한국물리학회의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관심과 지원으로 이러한 논란 속에서 협의를 도출하는데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진행될 수 있었다. 특히 학회장님의 열렬한 지원과 교육위원회의 능동적인 역할이 지대했다. 교육과정 연구개발진 구성에 있어서 한국물리학회에서 추천한 인사들이 참여하였으며, 기초연구로부터 각론 시안을 개발하는 과정에서도 교육위원회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관여하고 대응할 수 있었다. 물리교육 분과 또한 개발 중인 각론 시안에 대한 발표와 토론을 통한 전문가 검토와 중등학교 물리교육 현장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서 기여했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초중고 물리교육과정 구성에 있어서 가장 적극적으로 물리학계와 소통한 교육과정이라 여겨진다. 그만큼 앞으로 현장에 적용되고 난 이후의 평가에 대해 부담과 관심이 생긴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학습자에게 제공할 학습경험을 선정하고 조직하여 실행하고 평가하고 개선해가는 실천적 행위’로서 교육과정의 의미를 되돌아본다면, 문서 체제로서 2022 개정 교육과정을 개발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교육과정 개정 배경과 취지에 부합하도록 교실에서 의미있게 실천하는 것이다. 이번 2022 개정 교육과정이 학생의 행위 주체성을 강조하는 교육과정임을 고려한다면, 학교 교육의 다른 주체인 교사의 행위 주체성 역시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실천은 행위 주체자인 학생과 교사가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한국물리학회 차원에서 물리교사교육 및 초중등학생의 물리교육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 우리나라 물리학의 기초적인 저변이 초중고 물리교육 활성화에 있음을 생각하며, 2022 개정 교육과정이 학생과 교사의 행위 주체성을 함께 함양하는 터전 위에서 성공적으로 정착하여 우리나라 물리교육에 기여하기를 기대한다.
- 각주
- 1)Bom-Mo Chung (정범모), Curriculum (교육과정) (Pungguk Academy [풍국학원], 1956).
- 2)OECD, The Future of Education and Skills: Education 2030 (OECD, 2018).
- 3)OECD, What students learn matters: Towards a 21st century (2020).
- 4)https://www.kofac.re.kr/brd/board/457/L/menu/244?brdType=R&thisPage=4&bbIdx=24206&searchField=title&searchText= (한국과학창의재단, 2015 개정 과학과 교육과정 현장적용 실태분석 연구. 한국과학창의재단 연구보고 BD20070005, 2020).
- 5)https://www.moe.go.kr/boardCnts/viewRenew.do?boardID=294&boardSeq=89671&lev=0&searchType=null&statusYN=W&page=1&s=moe&m=020402&opType=N (교육부, 2022 개정 교육과정 총론 주요사항 발표. 교육부 보도자료 2021.11.24).
- 6)https://www.moe.go.kr/boardCnts/viewRenew.do?boardID=294&boardSeq=89363&lev=0&searchType=null&statusYN=W&page=1&s=moe&m=020402&opType=N (교육부, 2022 개정 총론 주요사항 마련을 위한 연구 공청회 자료집).
- 7)Y. J. Shin et al., Research on competency development science and curriculum restructuring, Ministry of Education Research Report (2021).
- 8)https://www.kofac.re.kr/com/file/filedown?_ci=18158&_ck=8ff7aef1531340409025c6dfc84a291f (신영준 외, 2022 개정 과학과 교육과정 시안 개발 정책연구. 발간번호 11-B552111-000030-01).
- 9)https://ncic.re.kr/ (교육부, 2022 개정 교육과정, 교육부 고시 제 2022-33호).
- 10)과학 계열의 특수 목적 고등학교 및 특성화 학교를 위한 교과.
- 11)공통 과목에서 과학의 학문 분야(물리, 화학, 생명과학, 지구과학 등)를 ‘영역’이라 칭하며, 물리학에 해당하는 영역명이 ‘운동과 에너지’이다.
- 12)고교학점제 시행으로 인하여 학기 단위로 과목 이수를 해야 하는 체제에 따라 두 개의 과목으로 나누었다.
- 13)1학점은 16차시 수업 분량. 4학점은 일주일에 4시간씩 한 학기 동안 수업하는 분량을 의미. 학교 재량에 따라 4학점에서 ±1학점을 증감하여 운영할 수 있다.
- 14)2021년 말까지 제안된 과목 명칭은 교육부의 권고로 ‘전자기와 빛’이었으나, 이후 “양자기술 개발 및 산업화 촉진에 관한 법률안”(2022.1.13.) 입법 발의를 근거로 ‘전자기와 양자’로 명칭을 변경하였다.
- 15)Ministry of Education, 7th Joint Workshop of 2022 Revised Curriculum Policy Research Team.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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