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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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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YSICS PLAZA

한국 물리학계의 밝은 별 하나, 하늘의 별이 되다!
-故임현식 교수와 함께한 시간을 기억하며-

작성자 : 노삼규 ㅣ 등록일 : 2024-08-02 ㅣ 조회수 : 677

임현식 교수故 임현식 교수

1969. 10. 23‒2024. 7. 9
학력 및 주요 경력
1992고려대학교 이공대학 물리학과 이학사
1994고려대학교 대학원 물리학과 이학석사
1999Oxford 대학교 (영국) 물리학과 이학박사
1999‒2000Oxford Clarendon 연구소 (영국) 연구원
2000‒2001동경대학교 (일본) ISPS 특별연구원
2001동국대학교 물리학과 교수
2001‒2018
 
이화학연구소 (RIKEN)/일본전자 (NEC)
(일본) 양자컴퓨터개발실 초빙연구원
2014‒2016한국연구재단 (NRF) 전문위원
2023BK21-FOUR 교육연구단 단장 (교육부)
학회 및 학술 활동
2001한국물리학회 (KPS) 정회원/평의원
2006ISPSA 총괄 총무/학술위원장 (KPS)
2013반도체물리학분과회 총무 (KPS)
2015Nature Scientific Reports 편집위원
2023 CSW 세계화합물반도체위크 홍보위원장
2023 
반도체물리학분과회 부/차기 위원장 (KPS)


상  훈
2000
 
반도체학술상 (KPS) 2015 우수논문상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2010
보호박동수 진공과학자상 (한국진공학회)
2018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표창 (대한민국)
2023
학술상 (KPS)

지난 7월 9일 우리 물리학계의 밝고 젊은 별 하나가 하늘의 별이 되었다.

캡션▲ 최초로 금속성 Si에서 발견한 “Kondo spin cloud 응축” 현상과 새로운 양자물질을 설명하는 동국대 물리반도체과학과 임현식 교수.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023.02.06)

유명을 달리한 故임현식 교수는 최근 정립된 반도체 양자물리학의 선구자로, 고려대학교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극저온 반도체물리학의 본산인 영국 Oxford 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Oxford Clarendon 연구소와 일본 동경대학교 특별연구원을 거쳐 2001년부터 동국대학교 반도체과학과(2003년 물리학과에서 분립)에 초빙되어, 짧은 기간 동안 100여 명의 국내·국외 후학을 양성하였다. 동국대 부임 후 지난 20여 년 동안 임 교수는 “나노 터널접합소자, Nano-MOSFET 저전력소자, Mn-compound crystal, Perovskite/PPO hybrid X-ray scintillator” 등 최첨단 반도체소재·소자 연구를 수행하여, 국내외 저명 학술지에 300여 편의 논문을 게재하고 20여 편의 특허를 출원·등록하였다. 또한, 본인의 최대 관심 주제인 “나노소자 기반 양자컴퓨터 기초물성 연구”를 국제 공동으로 수행하여, 초기 단계인 우리나라 반도체과학의 학문적 수준을 크게 올려 놓았다. 고인은 양자반도체 분야의 차세대 인재 육성을 위하여 한국과학재단(KOSEF, NRF 전신)이 동국대에 설치한 양자반도체연구센터(QSRC, 소장 강태원)의 핵심 교수로. NT-IT융합기술센터(해외우수연구기관, 소장 강태원) 등 후속 사업에도 주도적 역할을 수행하여, 우리나라 반도체물리학의 위상을 세계적 수준으로 도약시켰다.

고인은 대학원 시절부터 독창성을 인정받아 일찍이 반도체 발명과 역사를 함께 해온 국제반도체물리학술대회(ICPS)의 ‘젊은 저자 최우수논문상’을 수상하였으며, 국내 반도체물리학을 대표하는 세계적 학자로서 다수의 상훈을 받은 바 있다. 특히, 지난해 2월에는 세계 최초로 새로운 양자상태(quantum state)인 “Kondo spin cloud 응축” 현상을 발견하여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반도체 양자물리학자의 한 사람으로 국내외 학계에 소개되어, 우리나라 물리학의 산실인 한국물리학회에서 임 교수에게 학술상을 수여하였다.

1 캡션▲ “반도체물리소자응용” 한중반도체심포지움에 참석한 QSRC 연구원/필자와 함께 학술회의장에서 찍은 젊은 시절의 임현식 교수(뒷줄 가운데 동그라미). (중국 Lijiang, 2002.11.)

고인이 최초로 발견한 “Kondo spin cloud 응축”은 Bose-Einstein 응축과는 달리 spin의 집단적 상호작용에 의한 Boson quasi-particle로서 초저온 금속성 실리콘(Si)에서 발견한 새로운 ‘스핀구름 응축’ 현상으로, Nature Physics에 게재되어 물리학계 최대의 이슈로 떠올랐다 [Observation of Kondo condensation in a degenerately doped silicon metal, Feb. 06, 2023]. 이 연구는 금속과 반도체에서 ‘Spin-spin interaction’을 이해하고 초전도체를 포함한 다양한 강상관계 물질의 원리 규명 및 양자컴퓨터 소자에 응용될 수 있는 새로운 양자물질로 세계적 주목을 받고 있다.

2 캡션▲ 한국물리학회 (KPS) 학술상을 수상한 임현식 교수와 연구실 소속 연구교수, 대학원생, 그리고 필자와 함께 학술회의장 앞에서 찍은 기념사진. (대전 DCC, 2023.04.19)

이러한 독창적 발견이 인정되어 삼성학술재단 미래기술육성사업(STF)의 핵심 과제[콘도(스핀)구름 응축을 이용한 새로운 양자물질 연구]로 선정되었으며, 2023년도 대한민국 과학기술 이학분야 10대 뉴스의 제1위[새 양자물질: 보즈-아인슈타인 응축 상태 특성을 갖는 새 물질 발견]로 채택되었다. 고인은 야심차게 또 다른 물질계에서 Kondo cloud 응축을 통한 새 양자물질의 존재를 확증하기 위한 고난도 실험에 돌입하였는데, 본인조차도 예측할 수 없었던 갑작스런 죽음으로 “Kondo spin cloud” 연구는 중단될 위기에 놓여 국내외 물리학계에 큰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캡션▲ 임현식 교수와 그가 지도하던 연구교수·대학원생과 함께 나눈 “최후의 오찬”. (서울 앰배서더풀만호텔, 2024. 03. 18)

기초과학자가 꿈꾸는 최고의 명예는 창의적 탐구로 새로운 자연현상의 최초 발견자로서 노벨과학상을 받는 것이 아닌가 싶다. 새로운 양자상태의 연구는 원자·전자의 미시적 행동의 특이성을 관측하고 이해할 수 있는 극한 물리학으로, 세계적 연구그룹들이 고난도 실험을 통하여 앞다투어 발견에 도전하고 있는 분야이다. ‘반도체의 정수/분수 양자 Hall 효과’나 ‘원자의 Bose-Einstein 응축’ 등과 같은 새로운 양자상태의 발견은 모두 노벨상 수상으로 이어졌는데, 최근 노벨과학상 수상자의 면면을 보면, 야구의 투수와 같이 “선발-구원-마무리” 연구 결과를 처음 보고한 3명의 연구자가 공동으로 수상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고인이 발견한 “Kondo spin cloud 응축”을 통한 새로운 양자물질의 후속 ‘마무리’ 연구가 보고된다면 그의 발견은 노벨상 공동 수상이 가능한 ‘선발’ 업적으로 평가되고 있어서, 예기치 못한 그의 죽음을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다.

필자는 6년여 전 정년퇴임 후 임현식 교수의 추천으로 동국대 초빙연구교수로 임용되었다. 학부/대학원생들에게 연구장비의 동작원리와 측정방법을 체계적으로 가르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임 교수가 구축해 놓은 실험실과 장비를 둘러보고 깜짝 놀랐다. 대규모의 특별지원 없이 15년 남짓 짧은 기간 동안 반도체 연구에 필수적인 30여 종의 최신 고성능 공정·분석장비를 빈틈없이 구축해 놓은 것이다. 왜 국내외 대학원생과 연구교수들이 임 교수의 지도를 받기 위하여 스스로 찾아오는지, 왜 임 교수 그룹에서 우수한 논문이 계속 발표되고 있는지를 알 수 있었던 계기였다.

임현식 교수의 홈페이지에 게시된 전자소자연구실(Electron Device Laboratory) 자료 축약. 최근 성공한 Perovskite 나노결정 양자점(nc-QD) 합성과 관련 소자를 보여주는 그림과 임 교수가 지도한 연구교수·대학원생들과 함께 연구실에서 찍은 기념사진(서울 동국대학교, 2024.07.)▲ 임현식 교수의 홈페이지에 게시된 전자소자연구실(Electron Device Laboratory) 자료 축약. 최근 성공한 Perovskite 나노결정 양자점(nc-QD) 합성과 관련 소자를 보여주는 그림과 임 교수가 지도한 연구교수·대학원생들과 함께 연구실에서 찍은 기념사진. (서울 동국대학교, 2024.07.)

지난 3월 18일 임현식 교수는 그가 지도하던 연구교수와 대학원생 20여 명과 함께 근처 레스토랑에서 오찬을 나누었다. 임 교수 연구실 소속 초빙교수였던 필자도 구성원의 한 사람으로 오찬에 초대받아, 고인과 함께 담소하며 음식을 나누는 뜻밖의 시간이 있었다. 영면 불과 4개월 전인 그 당시 필자는 그가 이미 투병 중인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외모로는 건강상 별 이상이 없는 듯하여 식사 후 “또 뵙겠습니다!”라는 한마디 인사만 나누고 헤어졌는데, 그것이 마지막 말이 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그때 그는 항암치료 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돌볼 생각은 하지 않고 야심차게 수행해 오던 프로젝트 추진에만 몰두했던 것으로 추정되어, 필자의 눈시울을 붉게 만들었다. 얼마 남지 않은 앞날을 예측이나 한 듯, 사랑하는 제자들과 동료 연구원들과 함께 나눌 마지막 모임을 몸소 준비했던 것으로 생각되는데, 그 자리가 필자와 가진 “최후의 오찬”이 될 줄은 어디 짐작이나 할 수 있었겠는가!

故임현식 교수는 제자들에게는 한없이 자애롭고 자상한 스승이었고, 학계의 동료들에게는 연구만을 생각하는 학자 그 자체였다. 필자가 지난 6년여 동안 랩미팅 등에서 보아온 그는 항상 웃는 모습으로 제자들을 대했고, 한 번도 그의 큰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다. 특히 학회 운영위원으로서의 그는 ‘말없이 행하는 자’의 전형으로 항상 맡은 일에 성실하게 최선을 다하는 충직한 인품의 소유자였다.

고인은 동국대 부임 후부터 줄곧 한국물리학회(KPS) 반도체물리학분과의 핵심 운영위원으로 활동하면서 필자와 많은 시간을 공유했다. 그는 분과에서 주관하는 ISPSA, ICPS, CSW 등 다수의 국내외 반도체학술대회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반도체 분야의 학술교류뿐만 아니라 학회의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하였다. 故임현식 교수는 KPS 반도체물리학분과 총회에서 2023/2025년도 부/정 위원장으로 선출되어 동료들은 그의 탁월한 운영을 기대하고 있었는데, 위원장 취임 6개월을 앞두고 꽃망울을 활짝 펴보지도 못한 채 젊디젊은 55세의 일기로 생을 마감하였다.

고인은 ‘건강이 최우선’이라는 세상적 지혜는 부족했던 사람이었지만, 후학들에게는 몸을 돌보지 않고 생의 끝날까지 연구에 몰두한 불굴의 학자로 길이 기억될 것이다.

오호 통재라!!!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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