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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창

과학자 국회의원의 여의도 입성기

작성자 : 황정아 ㅣ 등록일 : 2024-09-23 ㅣ 조회수 : 50

캡션황 정 아
국회의원

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묻곤 한다. 평생 연구만 하다가 정치하는 거 어렵지 않나요? 그럼 나는 빙그레 웃으며 말한다. “사실 저도 여의도에 오기 전에는 잘 몰랐는데, 정치와 과학이 비슷한 점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나는 평생 연구실에서 실험하고 우주에 보낼 무언가를 설계하고 개발하는 일을 해왔다. 사실 연구자의 삶이라는 게 매일이 ‘실패하는 삶’이다. 도전적인 실험을 설계해서 내가 만든 장비가 한 번 만에 동작을 제대로 해내는 일은 매우 드물다. 늘 기대와 달리 뭔가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매일 같은 실험을 반복하다 보면, 문제를 해결할 실마리가 조금씩 잡히곤 한다. 연구자는 수십, 수백 번 같은 실험을 반복할 각오가 되어 있어야 하고, 매일 조금씩 나아지다 보면 어느 순간 성공에 도착한다. 일단 실험이 성공하면, 그때까지의 모든 시도는 ‘성공에 이르는 과정’이 된다.

정치도 비슷하다. 정치에 입문하고 나서, 정말 많은 사람들이 나를 찾아온다. 정치인이 본인들의 문제를 해결해줄 거라는 나름의 기대를 갖고 온다. 그들이 풀어놓는 크고 작은 민원들을 경청하다보면, 세상에 억울한 사람은 왜 이리 많은지, 이 사회에 불합리하게 진행되는 일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한참 이야기를 듣다보면 내가 할 일이 참 많구나 싶다. 사람들이 들고 오는 그 많은 민원들 중에 어떤 것은 해결방법이 보이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그동안 다른 정치인들에게 숱하게 부탁을 했어도 이루어지지 않았던, 사실상 해결 방법을 찾기 어려운 민원들이 대부분이다. 그래도 나는 원래 그랬던 것처럼, 일이 한 번에 이루어질 거라고 기대하기 어렵다 하더라도, 일단 시도하고 노력해 보겠다고 한다. 그리고 실제로도 어떻게든 해결 방법을 찾아보려고 노력한다. 과학자가 원래 일을 했던 방식 그대로다. 힘들게 찾아온 사람들의 시간과 수고로움, 오랜 시간 고통 받았을 순간들을 생각하며, 세상에서 가장 힘이 약한 ‘을’들에게 ‘갑’이 될 기회를 주고 싶어서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다.

국회의원은 한명 한명이 헌법에서 정한 입법 기관이다. 나에게 국회에서 일할 기회를 주신 주민들의 염원을 대리해서, 최근에 다양한 법안들을 발의했다. 22대 국회가 개원하는 날인 5월 30일에 국가 R&D 시스템 복원을 위한 3법을 1호 법안으로 대표 발의했다. 대한민국이 오늘날과 같은 경제 대국이 되기까지 교육과 과학기술이 있었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과학기술자를 홀대하는 나라에 미래는 없다. 대표 발의한 3법은 다음과 같다.

첫째, 국가 예산 5% 이상을 R&D에 투입하는 ‘국가예산목표제’ 법제화를 위한 「국가재정법 일부개정법률안」이다. 대통령의 말 한 마디에 국가의 근간인 R&D 예산을 흔들 수 없도록 하기 위한 법이다. 국가 총 예산 대비 R&D 투자 비율은 ’21~23년도 이미 4.9% 수준이었다. 보수 정권인 박근혜 정부 시절에도 5% 이상(’14년 5.1%, ’15년 5.0%)의 국가 R&D 예산이 투입되었다. 하지만 올해는 정부안 기준 3.9%까지 떨어졌다. 과학기술과 국가의 미래를 지킬 최소한의 마지노선이 필요하다. 둘째, 국회의 R&D 예산 견제 권한을 강화해 기재부가 마음대로 국가 R&D 예산을 휘두를 수 없도록 하는 법이 필요하다. 「과학기술기본법」을 개정해 기재부가 과학기술자문회의의 R&D 심의 결과를 변경하여 국가연구개발사업 예산을 재조정하는 경우 이를 국회에 즉각 보고하고, 공청회를 개최하며, 국회의 동의를 얻도록 했다. 셋째, 과학기술 부총리제를 신설해 과학기술계의 위상을 복원하고, 범국가적 역량을 집중하도록 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이 부총리를 겸임하도록 하여, 과학기술・정보통신 정책 및 관련 산업・인력・지역혁신 정책에 관해 장기적 관점에서 현장 중심 과학기술정책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 외에도 기업의 적극적인 R&D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연구 및 인력개발비에 대한 세제 혜택을 확대하는 「R&D 투자 지원법(조세특례제한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앞으로도 과학자 국회의원이 어떻게 일하는지 보여드리고, 정치의 효능감을 제대로 국민들께 보여드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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