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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NA를 무력화할 수 있는 마이크로RNA

작성자 : 한진주 ㅣ 등록일 : 2025-01-16 ㅣ 조회수 : 22

저자약력

한진주 교수는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에서 이학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미국 소크 연구소에서 박사후 연구원으로 활동하였다. 현재 카이스트 의과학대학원에서 교수로 재직 중이며, 줄기세포를 활용하여 뇌 발달과 뇌 질환을 RNA 중심으로 연구하고 있다. 또한, 한국분자세포생물학회가 주최하는 경암 바이오 유스 캠프 및 카이스트가 주관하는 KAI-X를 비롯한 다양한 매체를 통해 일반인들에게 생물학을 알기 쉽게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jinjuhan@kaist.ac.kr)

그림 1. 마이크로RNA
그림 1. 마이크로RNA

mRNA는 번역되어 단백질을 생산한다. 그런데 아주 작은 크기의 RNA인 마이크로RNA (microRNA, miRNA)는 단백질을 생산하지 않는다. 마이크로RNA는 오히려 다른 mRNA에 결합해 그 mRNA의 번역을 방해한다. 즉, mRNA가 단백질을 생산하는 기능을 무력화시키는 것이다.

가장 처음 발견된 마이크로RNA는 lin-4로, 이 마이크로RNA는 예쁜꼬마선충의 발달을 조절하는 유전자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발견되었다. lin-4 유전자가 위치한 DNA 영역이 손실되었을 때 예쁜꼬마선충의 발달이 지연되는 현상이 관찰되었으며, 이 현상은 lin-14 유전자의 3′비번역부위(Untranslated Region, UTR)가 손상되어 lin-14 단백질의 발현량이 증가할 때 나타나는 현상과 매우 유사했다. 또한, lin-4 유전자가 손실되었을 때 lin-14 단백질의 발현량이 증가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lin-4 유전자 산물이 lin-14의 3′비번역부위를 통해 단백질의 발현을 억제할 것이라는 가설이 제기되었다. 이 가설을 증명하기 위해 lin-4 유전자가 생성하는 단백질을 찾는 연구가 진행되었으나, 연구 결과 lin-4 유전자는 단백질을 생성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대신 lin-4 유전자는 RNA 형태로 생성되어 세포 내에 두 가지 형태로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되었으며 이 중 헤어핀 구조를 가지는 것으로 예측된 약 61nt (nucleotide, 뉴클레오타이드) 길이의 RNA는 lin-4L (larger)로, 약 22nt인 것은 lin-4S (smaller)로 명명되었다. lin-4S의 일부 염기서열이 lin-14 mRNA의 3′비번역부위의 염기서열과 상보적이라는 정보를 바탕으로 lin-4S가 lin-14 단백질의 발현을 mRNA 전사 후 단계에서 조절할 수 있음이 규명되었다.

그림 2. 마이크로RNA 생성 기전.그림 2. 마이크로RNA 생성 기전.

lin-4의 발견이 처음부터 큰 관심을 받았던 것은 아니다. lin-4와 동일한 염기서열을 지니는 유전자가 다른 동물에는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 RNA가 예쁜꼬마선충에 특이적인 요소일 것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두 번째 마이크로RNA인 let-7이 발견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let-7 역시 예쁜꼬마선충에서 처음 발견되었지만, 사람을 포함한 다양한 동물 종에서 약 22개의 염기서열이 완벽하게 보존된 것으로 밝혀졌다. 나아가 모든 종에서 발견된 let-7은 lin-4와 마찬가지로 헤어핀 구조를 형성할 수 있음이 예측되었다. 이는 마이크로RNA가 진화적으로 오래된 조절 요소임을 시사했으며, 더 많은 마이크로RNA가 존재할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또한 let-7이 lin-41 mRNA의 3′비번역부위에 결합하는 방식도 종간에 걸쳐 보존성이 높다는 점이 밝혀지면서, 마이크로RNA가 생물학적으로 보편적인 유전 조절 메커니즘일 수 있다는 사실이 받아들여지게 되었다.

이후 사람을 포함한 다양한 생물 종에서 수많은 마이크로RNA가 발견되었으며, 마이크로RNA의 생성 및 작용 방법에 관한 분자 메커니즘 그리고 각 마이크로RNA의 타겟 mRNA 발굴에 관한 연구가 이어지게 된다.

마이크로RNA는 다양한 경로를 통해 생성되지만, 그 중 대부분 RNA 중합효소 II에 의해 전사된 후 여러 단계를 거쳐 만들어진다. 마이크로RNA 유전자는 전사 과정을 통해 1차 산물인 프라이머리 마이크로RNA (primary microRNA, pri-miRNA)를 생성하며, 이 단계에서부터 강한 헤어핀 구조를 형성한다. 프라이머리 마이크로RNA 내 헤어핀 구조는 핵 내에서 RNA 절단 효소인 드로셔(DROSHA)에 의해 정교하게 잘려 프리 마이크로RNA (pre-microRNA, pre-miRNA)로 전환된 후 세포질로 이동하게 된다. 이때 세포질로 이동하는 마이크로RNA 전구체 헤어핀의 길이는 약 65nt로, 이는 lin-4L와 유사한 크기이다. 마이크로RNA 전구체는 세포질에서 다이서(DICER)라는 또 다른 중요한 RNA 절단 효소에 의해 잘리면서 약 22bp (base pair, 염기쌍)의 짧은 RNA 이중가닥이 생성되고, 이것이 단일 가닥으로 풀리면서 마이크로RNA로 기능하게 된다.

마이크로RNA는 아고(AGO) 단백질에 결합하여 씨드 서열(seed sequence)이라고 불리는 마이크로RNA의 5′쪽에서 시작하는 7~8개 뉴클레오타이드를 활용해 타겟 mRNA를 탐색한다. 씨드 서열은 타겟 mRNA의 상보적인 서열과 강하게 결합하며, 이러한 결합은 주로 mRNA의 3′비번역부위에서 발생한다. 마이크로RNA가 타겟 mRNA의 3′비번역부위에 결합하면, 번역을 억제하거나 mRNA를 점진적으로 분해하도록 유도함으로써 유전자 발현을 조절한다.

그림 2. 마이크로RNA 생성 기전.그림 2. 마이크로RNA 생성 기전.

특이할 점은 마이크로RNA와 타겟 mRNA의 관계가 단순히 1:1이 아니라는 것이다. 하나의 마이크로RNA가 여러 타겟 mRNA를 동시에 조절할 수 있고, 반대로 하나의 타겟 mRNA가 여러 마이크로RNA에 의해 조절될 수 있다. 이러한 복잡한 상호작용은 유전자 발현 조절이 얼마나 정교하고 복합적인지를 보여준다. 마이크로RNA가 어떤 타겟 mRNA를 조절하는지를 규명하는 것은 마이크로RNA의 기능을 이해하기 위한 핵심 과제로 떠올랐으며, 이를 위해 많은 연구가 이루어졌다. 그러나 마이크로RNA가 짧은 씨드 서열을 활용하여 타겟 mRNA를 인지하는 특성은 타겟을 식별하는 데 필요한 높은 특이성(specificity)을 보장하지 못했다. 이로 인해 각 마이크로RNA의 특정 타겟 mRNA를 정확히 식별해내는 데 어려움이 따랐다. 이러한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 생물정보학자들은 발전된 기술과 분석 방법을 도입했으며, 그 결과 마이크로RNA의 타겟 mRNA를 보다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게 되었다. 비록 이러한 예측이 염기서열에 기반한 것이지만, 다수의 마이크로RNA-타겟 mRNA 상호작용이 실험적으로 검증되었으며, 이를 통해 마이크로RNA의 기능과 그 조절 네트워크에 대한 이해가 크게 발전하였다.

마이크로RNA에 의한 mRNA 유전자 발현 조절의 중요성은 주로 발생 생물학 및 질병 생물학을 통해 입증되었다. 예를 들어, 발생 과정 중 특정 세포 계열에서만 특이적으로 발현하는 마이크로RNA가 존재하는 경우를 살펴보면, 이 마이크로RNA와 함께 발현되는 mRNA는 해당 마이크로RNA에 대한 타겟 결합 부위를 가지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반면, 이러한 마이크로RNA의 타겟 결합 부위는 인접한 세포나 주변 조직에서 발현되는 mRNA에 흔히 발견된다. 이러한 현상은 마이크로RNA가 다세포 생물의 세포 계열 형성과 세포 유형의 안정성 유지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질병 생물학에서 마이크로RNA의 중요성은 특히 종양과 관련된 연구를 통해 뚜렷하게 드러났다. 종양 세포에서는 다양한 마이크로RNA의 발현 양상이 크게 변화되어 있거나, 종양 유전자의 mRNA에서 마이크로RNA에 의한 유전자 발현 조절에 중요한 3mRNA의 3′비번역부위가 전반적으로 짧아지는 경우가 관찰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마이크로RNA가 세포의 항상성 유지와 정상적인 기능을 조절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이다. 따라서, 마이크로RNA에 의한 유전자 발현 조절은 정상적인 발달 과정뿐만 아니라 질병의 발생과 진행에 있어서도 중요한 메커니즘으로 간주된다.

마이크로RNA는 유전자 발현 조절의 새로운 축을 발견할 수 있는 중요한 기반을 마련했으며, 이는 생명 현상의 복잡성과 정교함을 이해하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특히 마이크로RNA의 발현 변화는 유전자 발현 양상에 큰 변화를 초래하며, 이는 세포의 상태 변화와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이러한 특성 덕분에 마이크로RNA는 질병의 진단 및 치료를 위한 중요한 표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실제로, 특정 마이크로RNA를 기반으로 한 암 진단 기법이 이미 임상에서 활용되고 있으며, 대표적으로 갑상선암 진단에 마이크로RNA를 활용하는 기술이 있다. 마이크로RNA는 질병의 초기 단계에서 나타나는 세포 변화의 민감한 지표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니고 있어, 미래의 진단 및 치료 연구에서 중요한 혁신을 가져올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이로써 마이크로RNA는 유전 조절의 이해를 넘어 생물학적 응용 분야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아시아태평양이론물리센터의 <크로스로드>지와의 상호 협약에 따라 크로스로드에 게재되는 원고를 본 칼럼에 게재합니다. 본 원고의 저작권은 아시아태평양이론물리센터와 원저작자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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