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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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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생명 시스템에서의 상분리 현상과 물리학

세포 속 액체상 소기관

작성자 : 박현탁·정용규·신용대 ㅣ 등록일 : 2025-01-16 ㅣ 조회수 : 79 ㅣ DOI : 10.3938/PhiT.34.001

저자약력

박현탁 연구원은 2023년 서울대학교 기계공학 전공으로 공학사를 취득한 후, 2024년부터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기계공학 전공 석사과정(석·박사 통합과정)으로 재학 중이다. (pht1004@snu.ac.kr)

정용규 연구원은 2023년 서울대학교 생명과학 전공으로 이학사를 취득한 후, 2024년부터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공과대학 협동과정 바이오엔지니어링 전공 석사과정(석·박사 통합과정)으로 재학 중이다. (wjddydb123@snu.ac.kr)

신용대 교수는 2015년 MIT에서 기계공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 Princeton University에서 박사후 연구원으로 근무하였다. 2018년부터는 서울대학교 기계공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생체분자 상분리의 생물리 기전 및 생리적 기능을 탐구하고 있으며, 질환 연계 상분리 제어 기술 개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ydshin@snu.ac.kr)

Liquid Phase Organelles in Living Cells

Hyeontak PARK, Yonggyu JEONG and Yongdae SHIN

The contents of cells are not uniformly distributed, but highly compartmentalized into various organelles. Recent findings show that in addition to membrane-bound organelles, cells contain numerous membrane-less assemblies, termed biomolecular condensates. Phase separation of biomolecules is thought to drive the formation of biomolecular condensates. In this article, we describe how the physicochemical properties of living matter endow cells with the ability for compartmentalization and then further discuss major topics in this field where the biophysical point of view can make difference.

들어가며

생명체를 이루는 근본 단위인 세포는 수많은 생체분자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 생체분자는 소기관을 통해 구획화되어 분포하고 있으며, 에너지 대사를 통해 유지되는 이러한 생체분자의 불균일성은 세포의 생리적 기능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세포 소기관에는 핵이나 미토콘드리아 같이 인지질 막에 의해 내외부가 분리되어 있는 구조들 외에도 핵인(핵소체, nucleolus), 스트레스 과립(stress granule), 핵스페클(nuclear speckle)과 같이 막으로 싸여 있지 않은, 다양한 비막성 소기관이 있다. 비막성 소기관의 존재는 이미 100여 년 전부터 알려져 있었지만, 이들 구조가 인지질 막과 같은 물리적 장벽 없이 어떻게 외부와 상이한 구성 성분을 유지할 수 있는가는 최근에야 그 비밀이 밝혀지고 있다. 이 글에서는 생체분자 간 물리화학적 상호작용에 의해 세포가 어떻게 구획화되고, 또한 생리적 기능이 조절되는지 소개하고, 세포 내 상분리 연구에서 생물리적 접근이 크게 기여할 수 있는 주요 연구주제에 대해 서술한다.

생체분자 상분리에 의한 세포 구획화

물질은 놓여 있는 조건에 따라 다양한 상(phase)을 갖는다. 물은 상온에서 액체이지만, 온도와 압력에 따라 고체인 얼음으로, 또는 기체인 수증기로 존재할 수 있다. 세포를 구성하는 주요 성분인 동시에 수많은 생체 반응을 매개하는 단백질 분자도 수용액 내에서 여러 상을 형성한다. 단백질은 아미노산들이 펩타이드 결합을 통해 긴 사슬 형태를 이룬 폴리머이다. 단백질은 고유의 물리화학적 특성을 갖는 아미노산 간의 상호작용에 의해 사슬이 접히며 3차원 구조를 갖는다. 구조 생물학 분야에서는 단백질 고체 결정을 만들고, X선 산란을 통해 해당 단백질의 3차원 구조를 원자 단위로 측정한다. 하지만, 고체상 외에도 lysozyme, crystalline 단백질 수용액이 액체-액체 상분리를 통해 단백질이 고농도로 응축된 응집상(dense phase)과 상대적으로 농도가 훨씬 낮은 희석상(dilute phase)으로 나누어짐이 이미 오래전부터 보고되었다(그림 1).1)

Fig. 1. (A) Liquid-like behavior of nucleoli in Xenopus laevis oocytes. The figure is from [3]. (B) (Top) Liquid-liquid phase separation of the purified crystallin protein at varying concentrations. (Bottom) The phase diagram of the purified crystallin protein. The figures are from [1]. (C) A schematic for biomolecular condensation in the cell.Fig. 1. (A) Liquid-like behavior of nucleoli in Xenopus laevis oocytes. The figure is from 3). (B) (Top) Liquid-liquid phase separation of the purified crystallin protein at varying concentrations. (Bottom) The phase diagram of the purified crystallin protein. The figures are from 1). (C) A schematic for biomolecular condensation in the cell.

특히 crystalline 단백질의 상분리는 단백질 상거동이 질환과 밀접하게 관련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 눈의 수정체는 crystalline 단백질이 고농도로 존재하여 높은 굴절률을 가지게 되는데, 이를 통해 수정체는 광학렌즈로 기능할 수 있다. 하지만 노화에 따라 백내장과 같은 기능 저하 현상이 나타난다. 이는 crystalline 단백질의 용해도에 문제가 생기며 상분리나 상전이에 의해 수정체 내 밀도 분포가 불균일해지고, 이에 따라 빛의 산란이 급격히 증가하기 때문이다.

최근 10여 년간의 연구에서 생체분자 상분리가 특수한 몇몇 단백질들이 일부 상황에서 보이는 거동이 아니라 훨씬 근본적인 생리적 중요성을 가짐이 밝혀지며 의생명과학계의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세포 내부는 다양한 소기관(organelle)들로 구획화되어 있다. 소기관들은 생체분자의 출입 조절을 통해 서로 다른 구성 성분을 가지고 있으며, 내부 생체분자에 고유의 물리화학적 환경을 제공한다. 핵이나 미토콘드리아 같은 소기관들은 인지질 세포막으로 내외부가 분리되어 있어 막성 소기관이라고 한다. 하지만 세포 내에는 핵인, 스트레스과립, 핵스페클을 포함한 수많은 비막성 소기관(membrane-less organelle)이 존재한다. 비막성 소기관은 인지질 층으로 싸여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막성 소기관과 유사하게 고유의 구성 성분을 유지하는데, 비막성 소기관이 어떤 원리에 의해 그 구조적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는지 오랫동안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로 남아 있었다.

생체분자 상분리가 비막성 소기관의 생성 원리에 대한 가설로 오랜 기간 논의되어 왔으나, 강한 실험적 증거는 독일 막스플랑크 연구소 Anthony Hyman과 Clifford Brangwynne의 연구에서 제시되었다. 2009년 Science지에 발표된 연구에서 이들은 예쁜꼬마선충(Caenorhabditis elegans) 수정란 내에 존재하는 비막성 소기관인 P-과립(P granule)을 탐구하였다.2) 수정란 단계에서 세포 전체에 균일하게 분포하는 P-과립은 세포 분열을 하기 전 세포 한쪽으로 모이게 되는데, 이 과정이 P-과립의 직접적인 이동이 아니라 국소적인 응결과 용해 때문임을 발견하였다. 또한, P-과립에 전단 흐름(shear flow)이 가해졌을 때 과립들이 서로 합쳐지고, 변형됨을 통해 P-과립이 액체상임을 보고하였다. 또한 액체상은 고체상과 달리 구성 분자들이 내부에서 동적 움직임을 가지게 되는데 P-과립의 경우도 과립의 주요 구성 단백질이 동적 움직임을 가짐을 보였다. 세포 내부는 전반적으로 생체분자가 고농도로 존재하는 액체상이라고 볼 수 있는데 액상 내에 또 다른 액상 구조가 존재한다는 발견은 P-과립과 같은 비막성 소기관이 액체-액체 상분리에 의해 생성됨을 강하게 시사한다.

이어진 연구에서 Clifford Brangwynne은 아프리카발톱개구리(Xenupus laevis) 난자 모델에서 비막성 소기관인 핵인이 수십 마이크로미터 크기의 액체 방울로 거동함을 보였다.3) 구 형상을 갖는 두 핵인이 만났을 때, 하나로 합쳐지며 그 형상이 천천히 다시 구형으로 변형되는 과정을 관찰하였는데, 이는 액체의 계면장력에 의한 과정으로 핵인이 액체상임을 보여준다(그림 1). 2012년에는 UT Southwestern Medical Center의 Michael Rosen 그룹에서 합성된 다가성(multivalent) 단백질이 임계 농도를 갖는 전형적인 액체-액체 상분리 거동을 보이고, 상분리에 의해 여러 단백질이 함께 농축될 때 생화학 반응이 비선형적으로 가속됨을 보였다.4) 이후 2015년부터 단백질, RNA, DNA 등의 생체분자 상분리 현상이 유전 정보의 흐름, 단백질/소기관 항상성, 신호 전달 등 다양한 세포 활동에 관여함이 폭발적으로 보고되고 있다. 2017년 Nature Review 논문에서 Anthony Hyman과 Michael Rosen은 생체분자가 국소적으로 농축되어 이루는 구조를 생체분자 응집체(biomolecular condensate)로 통칭할 것으로 제안하였다.5) 정상세포에서의 다양한 생리적 기능뿐만 아니라 암 및 신경 퇴행성 질환에도 비정상적인 응집체나 상거동이 중요한 역할을 함이 보고되고 있으며, 이러한 상거동을 타겟팅하는 새로운 개념의 약물을 개발하고자 하는 노력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생체분자 상분리의 생물물리

생체분자 응집체는 주위와 다른 구성 성분, 즉 조성(composition)을 갖는다. 응집체를 이루는 분자들은 분자 간의 정전기적 힘, 수소 결합 등의 비공유 결합에 의해 열역학적 안정성을 갖는다. Flory-Huggins 이론과 같은 평균장 이론(mean-field theory)을 통해 혼합물이 서로 다른 조성을 갖는 두 개 이상의 상으로 분리되는 현상의 열역학적 핵심을 기술할 수 있다(그림 2). 일반적인 물질의 상전이와 유사하게 생체분자가 놓여 있는 온도 등의 환경에 민감하게 상분리가 발생하며, 정전기적 힘이 중요한 경우 수용액 내 염의 농도에 강하게 의존한다. 많은 경우 온도를 높이면 분자 간 상호작용에 기인한 엔탈피 보다 엔트로피의 기여도가 상대적으로 커지며 균일한 수용액 상태가 되는 상한 임계온도(Upper critical solution temperature, UCST)를 갖는다. 하지만 일부 생체분자 수용액의 경우 저온에서 오히려 상분리가 촉진되는 하한 임계온도(Lower critical solution temperature, LCST)를 가지기도 한다. 세포 외 골격(extracellular matrix)의 주요 성분인 elastin 단백질이 하한 임계온도를 갖는 대표적인 예인데, 온도에 따른 생체분자들의 수화(hydration) 변화와 이에 따른 용매 분자들의 엔트로피 증가가 하한 임계온도를 갖는 생체분자 상분리의 주요 기전으로 제시된다.

Fig. 2. (A) The Flory-Huggins free energy density of a polymer with N monomers, the corresponding free energy curve and phase diagram at varying temperature. (B) Schematics of phase-separating proteins involving either multivalent domains (top) or intrinsically disordered regions (bottom). (C) The fluorescence image showing the layered organization of Xenupus laevis nucleoli. The ternary phase diagram of the purified FIB1 and NPM1, major components of nucleoli. (D) The differences in surface tension can account for the layered organization of multiphase protein droplets. The images in (C) and (D) are from [7].Fig. 2. (A) The Flory-Huggins free energy density of a polymer with N monomers, the corresponding free energy curve and phase diagram at varying temperature. (B) Schematics of phase-separating proteins involving either multivalent domains (top) or intrinsically disordered regions (bottom). (C) The fluorescence image showing the layered organization of Xenupus laevis nucleoli. The ternary phase diagram of the purified FIB1 and NPM1, major components of nucleoli. (D) The differences in surface tension can account for the layered organization of multiphase protein droplets. The images in (C) and (D) are from 7).

상분리를 일으키는 단백질들은 분자 간 약한 다가성 상호작용(transient multivalent interaction)을 보인다6)(그림 2). Rosen 그룹에서 보인 바와 같이 단백질-단백질 상호작용을 하는 도메인이 하나의 단백질 체인에 여러 개 존재하는 다가성 단백질들이 상호작용 네트워크를 형성하며 상분리를 일으킬 수 있다. 하지만 이 외에도 3차원 구조를 갖지 않는 비정형 영역(intrinsically disordered region)이 상분리의 핵심적인 역할을 함이 밝혀졌다. 비정형 영역에 존재하는 전하를 갖고 있는 아미노산 간의 정전기적 상호작용, 방향족 아미노산 간의 pi-pi 상호작용, 방향족 아미노산과 양전하를 띄는 분자 간의 cation-pi 상호작용 등이 함께 약한 다가성 상호작용 네트워크를 형성하며 상분리를 일으킨다. 비정형 영역 내 존재하는 서열적 특성(아미노산 비율, 분포 패턴 등)과 상분리 현상 간의 관계를 이해하고자 하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단백질 상분리를 통해 형성되는 응집상은 다양한 물성을 갖는다. 전형적인 액체상의 특징을 보이는 예시 외에도 훨씬 고체에 가까운 예시들도 많이 발견된다. 생체분자 응집체의 물성 분석은 여러 기법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정성적이지만 많이 사용되는 기법으로 응집체 내 분자들의 동적 움직임을 측정하는 fluorescence recovery after photobleaching (FRAP) 실험이 있다. 이 실험에서는 형광분자로 표지된 응집체 구성 요소에 대하여 국소적으로 강한 빛을 조사해 형광 능력을 영구적으로 잃게 만든 후, 형광 신호가 다시 회복되는 과정을 분석함으로써 해당 분자의 움직임을 측정한다. 물성에 따른 내부 구성분자들의 상이한 움직임을 측정할 수 있어 응집체 분석에 많이 활용되지만, 세포 내와 같이 여러 생체분자로 구성된 응집체의 경우 분자별 움직임이 상이하기 때문에 해석에 있어 주의가 따른다. 보다 정량적인 측정을 위해 마이크로 유변학(microrheology)적 접근이 수행되기도 한다. 2020년 Frank Jülicher 그룹은 active/passive rheology를 함께 적용하여 정제 단백질의 응집상이 본질적으로 점탄성(viscoelastic) 물질임을 발견하였다.8) 외부에서 빠르게 힘이 가해질 때에는 고체로 거동하고, 느리게 가해질 때에는 액체로 거동하는 Maxwell fluid 양상을 보였다. 응집상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탄성적 성질이 강해지는 비평형적 특성을 보였다. 이러한 물성 변화는 신경 퇴행성 질병 상태에서 보이는 액체-고체 상전이 현상과 관련하여 더욱 주목받고 있다. 응집체를 이루는 분자 간의 미시적 상호작용에 의해 응집체의 거시적 물성이 결정되게 되고, 동시에 응집체의 물성은 내부 생체분자의 움직임이나 활성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응집체를 이루는 단백질의 서열 특성과 응집체 물성의 관계, 또한 물성 변화에 따른 응집체 기능 변화에 대한 이해가 더욱 요구된다.

세포 내 응집체는 정제 단백질이 형성하는 응집상과 달리 수십, 수백 종류의 단백질, 핵산들로 구성된 다성분계(multicomponent system)이다. Gibbs phase rule에 따르면 온도와 압력이 고정되어 있을 때, 용매를 포함하여 n개의 구성 성분으로 되어있는 시스템에는 최대 n개의 서로 다른 상이 공존할 수 있다. 따라서 단일 정제 단백질 수용액에는 최대 2개의 상(응집상과 희석상)이 공존할 수 있으며, 2개의 다른 생체분자로 구성된 수용액은 최대 3개의 공존상을 갖는다. 이때 항상 3개의 상이 공존하는 것은 아니며, 생체분자-생체분자, 생체분자-용매 간의 상호작용에 따라 복잡 다양한 상거동을 보이는데, 이를 상다이어그램을 통해 표현할 수 있다.9) 각각의 생체분자가 상대적으로 더 농축되어 있는 두 개의 응집상과 희석상이 존재하는 경우, 이들 간의 공간적 분포는 상계면 간의 표면장력에 의해 결정된다(그림 2). 실제로 핵인은 다상 응집체로 응집상 내에 또 다른 응집상이 존재하는 양상을 보이는데 이것이 계면장력 차이에 따른 결과임이 밝혀졌다.7) 다성분계의 성분 수가 훨씬 늘어남에 따라 상거동이 어떻게 변화하는지에 대해서 통계열역학적 관점에서 연구가 진행되고 있지만, 세포 내 능동적 반응들이 어떻게 비평형적 상거동을 일으키는지와 함께 보다 많은 연구가 필요한 주제이다.

생체분자 상분리의 생리적 기능과 질병

생체분자 응집체는 막성 소기관이 그러하듯 고유의 조성을 가지며, 이는 생리적 기능에 주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막성 소기관과 달리 인지질 막이 없기 때문에 세포의 필요성에 따라 동적으로 빠르게 생성 및 소멸할 수 있으며, 외부와의 물질 교환 또한 상대적으로 빠르게 일어날 수 있다.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빠른 응답성이 요구되는 신호전달, 유전자 발현, 단백질 합성, 유전체 손상 복구 등의 세포 내 활동에 응집체가 기능한다.

Fig. 3. The liquid-to-solid transition of RNA-binding proteins implicated in neurodegeneration diseases. The image is from [10].Fig. 3. The liquid-to-solid transition of RNA-binding proteins implicated in neurodegeneration diseases. The image is from 10).

분자 단위에서 생체분자 응집체는 생화학 반응을 일으키는 생체분자들의 국소 농도를 높여 반응 속도를 증가시키거나, 특정 생체분자만 선택적으로 응집체 내 포함시킴으로써 상호작용의 특이성을 높일 수 있으며, 또한 특정 분자를 응집체 내 격리함으로써 외부에서 일어나는 반응을 일시적으로 억제시키는 등의 여러 기전을 통해 생리적 기능을 발휘한다. 응집체의 기능, 구성, 조성 및 물성은 서로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세포 내 단백질 합성을 담당하는 리보솜은 rRNA와 여러 단백질들이 결합된 거대분자복합체(macromolecular complex)이다. 리보솜은 대표적인 응집체인 핵인 내부에 위치한 rDNA에서 rRNA가 전사되면서 만들어지기 시작한다. 포유동물 핵인의 경우 3개의 다른 상이 겹을 이루며 구성된 다상 응집체이고, rRNA 합성, 가공 및 리보솜 단백질과의 조립에 이르는 과정이 순차적으로 각 상에서 이루어진다. 각 상에는 해당 활동과 관련된 단백질들이 농축되어 있어, 핵인은 응집체의 조성, 구성 및 기능이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이와 유사하게 유전체 손상 및 복구 반응에서도 응집체의 생성 및 조성 변화가 유전체 손상 센싱에서 복구 반응의 진행에 따라 순차적으로 일어나게 된다.

생체분자 응집체가 다양한 세포 내 활동에 관여하는 만큼 비정상적 상분리, 상전이 현상은 인체 질환과 밀접한 관련성을 갖는다. 신경 퇴행성 질환의 전형적인 특징이 세포 내 단백질 엉킴(aggregate) 현상인데, 엉킴을 일으키는 주요 단백질들이 액체-액체 상분리를 통해 액체상을 형성할 수 있음이 밝혀졌다.10) 또한, 생성된 액체상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액체-고체 상전이를 통해 고체화되고, 이 현상이 질환에서 발견되는 아미노산 돌연변이에 의해 가속화됨이 보고되었다(그림 3). 이는 세포 내 필요성에 의해 유도되는 응집체 환경 하에서 단백질 엉킴 현상이 더 촉진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암질환에서도 비정상적인 상분리 현상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비정상적인 응집체에 의해 유전자 발현 패턴 및 세포 신호 전달이 교란되어 정상세포를 암세포화 함이 지속적으로 보고되고 있다. 비정상적인 생체분자 상분리 현상과 여러 질환들의 관련성에 대한 보다 폭넓은 이해가 필요하며, 이러한 연구는 새로운 약물 개발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맺음말

생체분자 상분리 현상은 세포 내부를 구획화하는 근원적인 원리이다. 상분리 연구는 세포가 작동하는 방식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고 있다. 생체분자 상분리 응집체의 생성과 작동에 대한 비밀을 풀어나감으로써 생명 현상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를 넓히고, 또한 새로운 질병 치료 전략을 발굴하는 데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를 위해서는 의생명과학뿐만 아니라 공학, 물리학, 화학 등의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통합적 접근이 필요하다.

각주
1)M. L. Broide, C. R. Berland, J. Pande, O. O. Ogun and G. B. Benedek, Binary-Liquid Phase-Separation of Lens Protein Solutions, Proc. Natl. Acad. Sci. U. S. A. 88, 5660 (1991).
2)C. P. Brangwynne et al., Germline P granules are liquid droplets that localize by controlled dissolution/condensation, Science 324, 1729 (2009).
3)C. Brangwynne, T. Mitchison and A. A. Hyman, Active liquid-like behavior of nucleoli determines their size and shape in Xenopus laevis oocytes, Proc Natl Acad Sci USA 108, 4334 (2011).
4)P. Li et al., Phase transitions in the assembly ofmultivalent signalling proteins, Nature 483, 336 (2012).
5)S. F. Banani, H. O. Lee, A. A. Hyman and M. K. Rosen, Biomolecular condensates: Organizers of cellular biochemistry, Nat. Rev. Mol. Cell Biol. 18, 285 (2017).
6)Y. Shin and C. P. Brangwynne, Liquid phase condensation in cell physiology and disease, Science 357, eaaf4382 (2017).
7)M. Feric et al., Coexisting Liquid Phases Underlie Nucleolar Subcompartments, Cell 165, 1686 (2016).
8)L. Jawerth et al., Protein condensates as aging Maxwell fluids, Science 370, 1317 (2020).
9)Y. Shin, Rich Phase Separation Behavior of Biomolecules, Mol. Cells 45, 6 (2022).
10)A. Patel et al., A Liquid-to-Solid Phase Transition of the ALS Protein FUS Accelerated by Disease Mutation, Cell 162, 1066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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