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고에너지물리 연구를 위한 포항 4세대 방사광 가속기 빔시험시설 구축 제안
국내외 빔시설 활용 경험:CERN,J-PARC,KOMAC
작성자 : 유휘동·유재혁·복정수 ㅣ 등록일 : 2025-03-18 ㅣ 조회수 : 45 ㅣ DOI : 10.3938/PhiT.34.007
유휘동 교수는 2008년 미국 브라운대학교 물리학과에서 입자물리학으로 이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고, 2019년부터 연세대학교 물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대형가속기 충돌실험을 기반으로 하는 고에너지물리실험 분야 연구자로 스위스 CERN 연구소의 PS와 SPS 빔시험시설에서 2022년부터 차세대 가속기 프로젝트를 위한 검출기 개발에 필요한 실험을 수행해 왔다. (hdyoo@yonsei.ac.kr)
유재혁 교수는 2014년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학교(샌디에고) 물리학과에서 입자물리학으로 이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고, 2019년부터 고려대학교 물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CMS 실험에서 BSM 탐색 및 MTD 검출기 연구를 수행하고 있고, J-PARC에서 SUBMET 실험의 대표로서 극미세전하입자 탐색 실험을 주도하고 있다. (jaehyeokyoo@korea.ac.kr)
복정수 박사는 2019년 미국 뉴멕시코 주립대학교 물리학과에서 핵물리학으로 이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고, 2024년부터 부산대학교 물리학과 연구교수로 재직 중이다. 양성자의 스핀에 대한 연구와 차세대 가속기용 검출기 개발을 수행하고 있다. (jeongsu.bok@cern.ch)
Experiences on HEP Beam Facilities: CERN, J-PARC, KOMAC
Hwidong YOO, Jaehyeok YOO and Jeongsu BOK
This article shows various experiences of high-energy beam facilities at CERN (Switzerland), J-PARC (Japan), and KOMAC (Korea) for advanced HEP detector research. Domestic scientists conducted interesting experiments such as next generation detector R&D for future collider projects, sub-millicharged particle detection, and radiation tests for silicon pixel detectors. These experiences will contributes on the plan and construction of HEP beam facilities at PAL-XFEL.
들어가며
본 특집호에서는 앞서 포항가속기연구소에 기 구축되어 있는 4세대 선형방사광 가속기 시설을 이용하여 고에너지 다목적 전자빔 시험시설 구축에 필요한 기술적 요소 및 설치 계획과 이를 활용한 기초과학분야에서의 다양한 연구 가능성에 대하여 소개하였다.
이 글에서는 마지막으로 최근 해외 및 국내의 고에너지 빔시험시설을 활용하여 실험 연구를 수행한 연구자들의 전문적인 실험 수행 사례들을 소개하도록 한다. 먼저 세계 최고의 입자물리 연구시설인 스위스 CERN 연구소에서 고에너지 빔시험시설을 이용하여 차세대 검출기 기술 개발에 필요한 시제품의 성능 테스트 및 검증 실험을 수행한 연구를 소개한다. 이어서 일본 J-PARC 연구소의 가속기 시설을 이용한 새로운 물리현상 탐사 실험을 수행한 연구에 대해 기술한다. 마지막으로 국내의 빔시험시설인 경주 양성자 가속기에서의 방사선 연구를 수행한 내용에 대해 소개한다.
CERN 연구소의 빔시험시설 활용 사례
스위스 제네바 근처 스위스-프랑스 국경에 위치한 CERN (Organisation Européenne pour la Recherche Nucléaire) 연구소는 1954년 설립된 이래로 전 세계 핵, 입자 물리학 분야 연구를 선도해 왔다. 주로 지하에 건설된 거대한 가속기를 활용하여 전자나 양성자, 이온 등의 입자를 빛의 속도에 가깝게 가속하고 이러한 입자빔을 서로 충돌시켜 발생하는 물리적 현상을 정밀하게 관측하여 원자 속 세상의 물리 법칙에 대한 지식을 발전시키는 데 지대한 공을 세워왔다. 특히 2010년부터 본격적으로 가동 중인 거대 강입자 가속기(Large Hadron Collider, LHC)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에너지로 입자를 가속할 수 있는 길이 27 km의 가속기 충돌 실험 장치로 지하 100 미터에 건설되어 있다. 여기서 만들어지는 충돌 실험 데이터를 분석하여 신의 입자로 불리는 힉스 입자를 2012년에 발견하여 물리학 분야 발전의 역사적인 한 획을 그었다.1)2)

Fig. 1. PS and SPS beam-test facilities at CERN (Switzerland).
LHC 가속기는 complex 형태로 입자빔을 가속시 낮은 에너지에서는 작은 크기의 가속기들에서부터 가속을 시작하여 최종적으로 LHC에서 약 6.8 TeV까지 가속하게 된다. 이 complex에는 1959년에 건설된 0.6 km 길이의 Proton Synchrotron(PS)과 1976년에 건설된 6.9 km 길이의 Super Proton Synchrotron(SPS)이 있는데 이 두 가속기 시설에 빔 시험시설이 건설되어 운영 중에 있다.
본 저자(유휘동)의 연구팀은 2022년부터 2024년까지 매해 스위스 CERN 연구소의 빔시험시설을 사용하여 연구를 수행해 왔다. 2022년은 SPS에서 1주일간, 2023년에는 PS에서 1주일, 그리고 지난 2024년에는 PS에서 1주일, SPS에서 3주일 등 총 4주 동안 자체적으로 제작한 차세대 검출기의 시제품의 성능 테스트 실험을 진행하는 등 다수의 경험을 가지고 있다. 빔시험시설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먼저 빔 사용 제안서(beam request application)를 제출해야 하는데 통상적으로 전년도 연말에 차년도 빔시험시설 가동 스케줄과 함께 공지가 된다. 이후 전 세계 핵입자분야의 검출기 연구자들은 각 팀별로 선호하는 시설(PS, SPS) 및 스케줄을 프로그램과 함께 작성하여 제안서를 제출하는데 CERN 연구소는 제안서 제출을 위해 잘 정리된 web form을 운영하고 있다. 이후 내부 심사를 거쳐 그해의 빔시험시설을 사용할 연구팀들이 결정되는데 CERN 연구소는 입자빔의 퀄리티뿐만 아니라 SPS같이 20 GeV 이상의 다양한 전자빔을 사용할 수 있는 전 세계 거의 유일한 빔시험시설을 가동하고 있어 치열한 경쟁을 거쳐 소수의 연구팀만이 선정된다.
선정된 연구팀은 제안한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테스트할 검출기 시제품 및 시스템을 준비한다. 준비과정에서 실험에 필요한 사항 등을 CERN PS/SPS 전문가들과 긴밀하게 협력한다. 특히 기본적인 빔모니터링 및 입자식별(particle identification) 검출기들은 CERN 연구소 측이 제공하며 여러 종류의 검출기가 준비되어 있어 본인들의 실험에 필요한 검출기를 선택할 수 있다. 본 연구팀은 빔모니터링을 위해 Delay wire chamber와 입자식별을 위한 Cerenkov detector를 지원받아 실험에 사용했다. 또한 실험에 필요한 electronics들은 CERN 연구소에서 electronics pool을 운영하고 있어 오실로스코프에서부터 nim 모듈들에 이르기까지 필요한 상용 실험 장비는 거의 모두 대여가 가능하다.
테스트에 필요한 검출기 시제품 및 CERN 연구소 현지에서 조달이 불가능한 장비들은 국내에서 현지로 운송을 해서 사용하게 되는데 전문 해외 배송 업체를 이용하게 된다. 본 연구팀은 항공운송을 이용했는데 스위스는 내륙국가이고 한국과의 직항노선도 많지 않아 유럽의 주요 공항(예: 파리)이나 항만을 통해서 1차운송 후 육로운송을 통해 최종적으로 CERN에 도착하게 된다. 따라서 스위스뿐만 아니라 다른 국가에서도 통관이 이뤄져야 하므로 전문적인 경험이 있는 업체를 잘 선정해야 하고 충분한 시간을 갖고 운송해야 실험 스케줄에 맞춰 도착할 수 있다. CERN 연구소에 도착한 후의 절차는 PS/SPS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진행하게 된다. 본 연구팀은 2022년에 약 1톤, 2024년에 약 2톤에 해당하는 검출기와 장비를 운송하여 실험을 진행하였다.
스위스 CERN 연구소는 LHC 실험 후속으로 차세대 가속기 프로젝트인 Future Cicular Collider(FCC)를 논의하고 있다. 이 FCC 프로젝트는 LHC 실험과 유사하게 2단계로 계획하고 있다. 1단계에서는 전자-양전자 충돌 실험(FCC-ee)을 통해 2012년 발견한 힉스 입자의 성질에 대한 정밀 측정을 진행하고 이후 2단계에서는 양성자-양성자 충돌 실험(FCC-hh)을 통해 100 TeV의 고에너지에서 새로운 물리현상 탐사 및 새로운 입자 발견을 주 목적으로 한다. 이를 위해 약 100 km의 터널과 가속기 시설을 100미터 지하에 새로 건설하고 2045년경 1단계 실험을 시작하려고 하고 있다.
FCC 실험을 위해서는 현재 사용되는 검출기보다 월등한 성능 수준을 보이는 검출기를 제작하여야 한다. 특히 1단계FCC-ee 실험에서는 힉스 입자의 성질을 1% 정밀도 이내로 측정하는 것이 실험의 주요 목표이며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강입자(hadron)와 젯(jet)의 에너지 정보를 매우 높은 분해능으로 측정할 수 있는 캘로리미터(calorimeter) 검출기가 필수적이다. 캘로리미터에 요구되는 젯 에너지 분해능은 30%/\(\small\sqrt{E}\)로 이를 구현할 경우 dijet 채널에서 W(80.38 GeV), Z(91.19 GeV), 힉스(125 GeV) 보존의 질량을 서로 구분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성능의 캘로리미터는 아직 대형실험에서 구현한 적이 없는데, 한국 연구진은 이중정보판독열량계(dual-readout calorimeter) 방식으로 구현할 목표를 세우고 이 검출기 방식의 시제품을 제작하고 빔테스트 실험을 수행하였다.
에너지 분해능뿐만 아니라 입자 위치의 정밀 측정 및 식별 능력 향상을 위한 high granularity와 높은 시간 분해능(time resolution) 또한 매우 중요하다. 이를 위해 SiPM(Silicon PMT (Photomultiplier))과 MCP-PMT(Microchannel Plate PMT (Photomultiplier)) 두 가지 다른 종류의 PMT를 테스트하고 50 ps 이하의 초고속 신호 처리 장치(DAQ) 개발을 위한 디자인 및 시제품을 제작하여 테스트를 병행하였다.
1. SPC beam test facility
2022년도에 실시한 첫 번째 실험에서는 전자 및 광자의 에너지 분해능 측정이 가능한 10\(\times\)20\(\times\)250 cm3 크기의 시제품을 구리판과 두 종류의 광섬유(scintillating fiber SCSF-78, Cerenkov fiber SK-40)를 조립하여 제작하였다. High granularity를 구현하기 위해 모듈 중심부에 SiPM으로 200채널의 다채널 구조를 구현하고 초고속 데이터 처리를 위한 DRS4칩 기반의 DAQ 시스템을 제작하였다.
SPS H8 빔시험시설에서 2022년 8월 17일부터 24일까지 일주일간 실험을 진행하였고 준비를 위해 연구팀 선발대가 4일부터 현지에 도착하였다. 새로운 검출기 시스템 성능을 측정하기 위해 검출기 모듈들의 위치 측정, high voltage scan, 캘리브레이션 등을 필수적인 실험 절차들을 양전자 빔을 이용하여 수행하고 이어서 분해능 성능 검증 측정을 진행하였다. 부가적으로 입자 식별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3D 재구성 측정 관련 데이터를 위해 파이온 빔으로 실험을 수행하였다. 실험 셋업부터 진행 경과, 데이터 분석 결과에 대한 연구는 한국물리학회 및 국내외 관련 워크샵과 세미나에서 발표되었으며, 투고된 논문은 국제 저널에 승인되어 6월에 출판될 예정이다.3)

Fig. 2. Dual-Readout Calorimeter protype (about 2 ton) built by Korean group for 2024 beam-test experiment.
2024년도에도 같은 H8에서 3주간 실험을 진행하였다(2024년 8월 7일‒28일). 이 실험을 위해 구리 기반으로 하는 이중정보판독열량계 시제품으로는 세계 최초로 강입자 샤워(hadronic shower) 에너지의 90% 이상을 흡수할 수 있는 총 9개 모듈 36개의 타워로 구성된 대형 검출기(30\(\times\)30\(\times\)250 cm3)를 제작하여 2022년도 모듈과 함께 테스트를 진행하였다(그림 2). High granularity는 MCP-PMT를 이용하여 64채널을 구성하였으며 22년도의 SiPM 기반 high 다채널 시스템도 병행하여 테스트하였다. 실험 진행 결과 보고는 2024년 KPS 가을 물리학회에서 자세히 발표되었으며 현재 데이터를 분석하여 논문 준비 중에 있다.

Fig. 3. Beam-test facility at SPS H8 and experimental setup in 2022.

Fig. 4. Experimental setup and activities in 2024.
2. PS beam test facility

Fig. 5. Beam-test facility at PS T9 and experimental setup in 2023.
2023년도 실험은 7월 5일부터 12일까지 1주일간 진행되었으며 이를 위해 연구팀은 6월 27일부터 CERN을 방문하여 실험을 준비하였다. 실험은 PS의 저에너지 시험시설인 T9에서 수행되었는데 T9 시험시설은 수년간의 리노베이션을 거쳐 2021년 새롭게 오픈되었으며 넓은 공간 활용성과 쾌적한 실험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그림 5). 저에너지 빔을 활용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간단한 실험 셋업을 진행할 수 있으며 CERN에서 제공하는 delay wire chamber와 Cerenkov chamber만을 활용하여 셋업을 구성하였다.

Fig. 6. Protype for 2023 beam-test and Cerenkov chamber at PS.
저에너지 구간에서 이중정보판독열량계의 성능은 한 번도 테스트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이를 위해 전자 및 광자 에너지 측정에 특화된 새로운 시제품을 제작하였으며 특히 연구진이 집중적으로 연구를 수행했던 이중정보판독열량계에 필수적인 초정밀 다공성 구리성형과 관련한 여러 기술을 적용하여 제작되었다. 3D 금속 프린터, 스카이빙핀히트싱크(skiving fin heatsink), 레고적층 방식 등 3가지 다른 방식의 다공성 구조를 구현하는 방식으로 작은 모듈들을 제작하고 조립하여 10\(\times\)11\(\times\)50 cm3 크기를 제작하였으며 중심부에는 MCP-PMT로 50 채널의 high granularity를 구현하였다(그림 6).
빔테스트는 양전자 빔(0.5‒5 GeV), 파이온 빔(3‒10 GeV), 양성자 빔(4‒10 GeV) 등 다양한 저에너지 빔을 활용하였으며 3개의 서로 다른 구리성형 모듈 간의 성능 비교와 MCP-PMT의 성능 등을 검증하는 실험을 수행하였다. 데이터 분석 결과는 국내외 워크샵 및 2024년 CALOR 학회의 plenary 세션에서 발표되었으며 현재 국제 저명 저널에 논문 투고를 준비 중에 있다.
J-PARC 연구소의 빔시험시설 활용 사례
로버트 밀리컨의 기름방울 실험에서 처음으로 전자의 전하(e)가 측정된 이후, 과학자들은 기본 전하가 양자화되어 있다고 가정해왔다. 디락의 자기홀극이 존재한다면 전하의 양자화를 자연스럽게 설명을 할 수 있는데, 아직까지 실험적으로 발견된 바 없다. 이 때문에 전하-양자화의 물리학적 근거는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있다. 극미세전하입자(\(\small\chi\))는 표준 모형을 확장하는 많은 이론에서 자연스럽게 등장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암흑 섹터에 새로운 게이지 대칭 U(1)이 존재할 경우, 암흑 광자와 표준 모형 광자의 운동학적 섞임을 통해 극미세전하입자가 예측될 수 있다.4)5) 일부 암흑 물질 이론에서는 극미세전하입자가 암흑 물질의 구성 입자 중 하나일 수 있다고 예측한다.6) 만약 극미세입자가 암흑 물질과 연관되어 있다면, 이를 통해 암흑 물질에 대한 이해를 확장할 수 있을 것이다.
암흑 섹터의 광자와 표준 모형의 광자가 운동학적으로 섞이면, 이 섞임의 크기에 따라 암흑 섹터의 페르미온이 임의의 전하를 가질 수 있다. 섞임의 크기가 작은 경우 페르미온은 극미세전하입자가 된다. 이러한 모델에서는 표준 모형의 광자가 생성되는 모든 과정에서, 예를 들어, \(\small \pi^{0} \rightarrow \gamma \chi {\bar{\chi }}\) 또는 \(\small J/\psi\rightarrow \chi {\bar{\chi}}\)와 같은 과정에서 \(\small\chi\)가 생성될 수 있다. 미세전하입자 탐색 연구는 지금까지 여러 실험에서 수행되었는데, 질량이 1 GeV보다 작은 영역에서는 대략 \(\small \epsilon \equiv Q/e=\) 10‒3 수준까지 탐색이 이루어졌고, 그보다 큰 질량 영역에서는 \(\small \epsilon =\) 10‒1 영역까지 연구되었다.
SUB-Millicharge ExperimenT (SUBMET)7)는 일본 양성자 가속기 연구 단지(J-PARC)의 30 GeV 양성자-고정 타겟 충돌에서 발생될 수 있는 극미세전하입자를 탐색하는 실험으로, 낮은 질량 영역에서 세계 최고의 민감도를 가진다. 길이 1.5 m의 플라스틱 신틸레이터 80개(10\(\times\)8)가 두 개의 레이어로 설치되어 있으며, 각 신틸레이터에는 PMT가 연결되어 신호를 감지한다. 두 레이어를 매우 짧은 시간 안에 통과하면서 발생시키는 미세한 신호를 파악하여 극미세전하입자의 존재를 판별한다. 2021년부터 본 저자(유재혁)의 주도로 실험 제안, 검출기 디자인, 조립, 테스트, 설치 및 운영의 모든 과정이 진행되었다. 2021년 제안서 제출 이후 3여 년 간의 심사를 거쳐 2023년 여름 시험의 최종 승인을 획득하였다. 2024년 5월에 검출기를 설치하였으며, 그해 6월과 12월에 성공적으로 데이터를 획득하였다.

Fig. 7. SUBMET collaboration meeting held at J-PARC in May 2024.
현재 연구는 고려대학교 주도로 진행되고 있고, UC Santa Barbara, UC Davis, Ohio State University, CERN 등의 연구자들이 참여하여 국제공동연구 그룹을 형성하고 있다(그림 7). 2022년부터 입자물리 분야의 가장 큰 학회인 ICHEP과 Lepton Photon에서 매해 경과를 발표하고 있고, 현재 다수의 논문을 준비 중에 있다.
1. 검출기 설치 장소

Fig. 8. J-PARC complex and the location of detector site (top). Basic prinple of millicharged particle detection at J-PARC.
J-PARC에서는 30 GeV 양성자 빔이 흑연 타겟에 충돌하여 하드론을 생성한다(그림 8). 이중 일부는 이후 붕괴 영역(decay volume)에서 뮤온과 뮤온 중성미자로 붕괴되고, 나머지는 빔 덤프(beam dump)에 흡수된다. 생성된 중성미자는 T2K실험을 위하여 Super-Kamiokande로 보내진다. 뮤온은 Minimum Ionizing Particle이므로 빔 덤프를 통과할 수 있으며 빔 덤프 시설 뒤에 위치한 muom monitor에서 검출될 수 있다. 하지만 150 미터에 달하는 모래에 의해 흡수되어, 검출기가 설치된 Neutrino Monitor (NM) 빌딩까지 도달하지 못한다. 이러한 사실을 기반으로 NM 빌딩 지하 2층, Interactive Neutrino GRID (INGRID) 검출기 5미터 뒤쪽에 SUBMET 검출기를 설치하였다. 양성자 빔의 반복 주기는 1.36초이며, 각 spill에는 600 ns 간격으로 분리된 8개의 bunch가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정보를 사용하여 배경사건을 \(\small O\)(10‒6) 수준으로 억제할 수 있다.
2. 검출기 디자인

Fig. 9. Design of SUBMET detector.
검출기 활성 부피(active volume)는 플라스틱 신틸레이터로 구성되어 있다. \(\small\chi\)가 이를 통과할 때 이온화 과정에서 광자가 생성되며, 생성된 광자의 수는 \(\small\epsilon^2\)에 비례한다. 따라서 실험이 목표로 하는 영역인 \(\small\epsilon <\) 10‒3에서는 광자를 생성할 확률이 1보다 훨씬 작아진다. 대부분의 경우 \(\small\chi\)는 신틸레이터를 아무 흔적 없이 통과하지만, 상호작용이 발생할 경우에는 거의 단일 광자가 생성된다. 작은 전하를 가진 \(\small\chi\)들이 충분한 길이의 활성 부피를 통과하도록 길이 1.5 m의 신틸레이터 막대기(bar)를 사용하며, 총 부피를 증가시키기 위해 10\(\small\times\)8 배열로 적층한다. 또한 두 개의 레이어를 사용하는데, 이는 PMT에서 발생되는 암흑전류에 의한 배경사건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준다. 그림 9가 검출기 디자인을 보여준다. 최종적으로 20 ns의 시간 차이 내에서 두 레이어에 동시에 발생하는 단일 광전자(single-photoelectron, SPE) 신호의 빈도수를 측정하여 극미세전하입자의 존재 여부를 판단한다.
3. 검출기 설치

Fig. 10. Event display of a cosmic muon event. The red bars are likely due to a cosmic muon passing through the detector.
J-PARC에 검출기를 설치하기 전, 설치 과정의 잠재적 문제를 식별하고 검출기 시스템의 작동 여부를 검증하기 위해 고려대학교에서 전체 시스템 테스트를 수행하였다. 검출기 프레임, 모듈, readout 및 고전압 시스템을 설치하여, 모든 시스템이 예상대로 작동되는지 확인하였다. 검출기 조립 완료 후, 10 Hz 트리거율로 12시간 동안 데이터를 수집하였다. 기록된 이벤트에서 그림 10과 같은 다수의 우주선 뮤온 이벤트를 관측하였고, 이를 통해 검출기 시스템의 유효성을 입증하였다.

Fig. 11. Procedure of detector installation (left). Fully instatalled detector (right).
2024년 4월 말 검출기 구성 장비를 J-PARC로 운송한 후, 2024년 5월 NM 건물 B2층에 검출기를 최종 설치하였다(그림 11). 프레임 설치 시, 빔 방향과 검출기를 정렬하고 지진에 대비하기 위하여 바닥에 고정하였다. 이후 모듈을 프레임에 삽입하고 케이블을 연결하여, 5일 동안의 설치과정을 완료하였다.
4. 데이터 획득 및 향후 계획

Fig. 12. Time distribution of muons recorded in the acquisition window of SUBMET readout system. All 8 bunches fall in the window.
검출기 설치 이후, 2024년 6월, 12월 각 한 달 동안 데이터를 획득하였다. 초기 빔 데이터를 사용하여 조정된 첫 번째 검출기 설정은 외부 빔 트리거 신호에 대한 readout 시스템의 트리거 지연(trigger delay)이다. SUBMET의 acquisition window와 spill 하나의 길이가 5 μs 수준으로 비슷하기 때문에 정확하게 delay 세팅을 맞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약 3일간의 조정 기간을 거쳐 최종적으로 delay 세팅을 확정하였다(그림 12). 총 2달간의 빔 운전 기간 동안 24시간 연속으로 데이터를 수집하였으며, 타겟 number of protons on target(NPOT)인 \(\small N^{\rm{POT}} = \) 5\(\times\)1021의 대략 10% 정도 되는 데이터를 획득하였다. 최종적으로 2027년으로 예정된 T2HK 가동 전까지 \(\small N^{\rm{POT}} = \) 5\(\times\)1021의 데이터를 획득하여, 이전 실험들이 탐색하지 못했던 \(\small \epsilon <\) 10‒3 영역에서 새로운 입자의 존재 여부에 대한 자연이 주는 답을 얻을 예정이다.
경주 양성자가속기 활용 사례

Fig. 13. KOMAC accelerator building cross-section.
경주에 위치한 한국원자력연구원 양성자과학연구단의 양성자가속기 KOMAC에서는 정보통신기술(IT), 우주항공기술(ST), 의료, 생명공학기술(BT), 원자력, 나노기술(NT), 에너지 및 환경기술(ET) 및 기초과학 등의 다양한 분야에 활용할 수 있는 최대 100 MeV의 양성자 빔을 제공하고 있다.
양성자 가속기의 표적실은 고선량과 저선량이 있다. 핵물리 분야에서도 이를 활용하기 위한 여러 가지 시도가 이루어졌다. 일례로, TR23 등의 고선량 표적실에서 반도체 검출기 등에 양성자를 조사한 후 성능을 측정함으로써 실험에서 받을 방사능의 영향과 검출기의 수명에 대한 평가를 해왔다. 이를 통해 그동안 핵물리 국제 공동 연구의 검출기 개발에 큰 기여를 했다.
검출기 개발에 있어 빔테스트는 성능을 검증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그 외에는 실험실에서 방사선 선원을 활용하거나 우주선 뮤온 등을 활용해야 하는데, 일반적으로 검출기 개발용으로 쓰이는 방사선 선원은 에너지가 낮고 투과력이 약하여 여러 겹의 검출기나 큰 검출기의 성능을 측정하기 어렵다. 뮤온은 투과는 잘하지만 검출기 안에 들어올 확률이 낮아 실험에 많은 시간이 소모된다. 예를 들어 cm 단위의 작은 실리콘 트래커를 여러 겹으로 놓아 한꺼번에 측정하려면 1~2일의 짧은 일정으로는 어렵고, 실험장비가 오랜 시간 작동했을 때 일정한 성능을 유지해야만 한다는 문제도 있다.

Fig. 14. Target rooms at KOMAC.
그리고 낮은 빈도의 신호만 받는다면 실제 실험에서 검출기에 따라 MHz에 이르는 환경에서도 성능을 발휘할지 검증할 수 없다. 또 다른 예로, 열량계에 입사한 뮤온의 에너지 방출은 고에너지 실험의 열량계에서 측정할 에너지의 백분의 일에 못 미치기도 하는 등 실제 실험과의 직접 비교가 어렵다. 그리하여 검출기 개발과 성능 검증을 위해서는 해외시설 위주로 실험을 수행할 수밖에 없었고, 국내 연구자들에게 기회는 그만큼 부족했었던 것이 사실이다.

Fig. 15. Radiation hardness test of ALICE silicon detector using 20 MeV proton beam at TR23.
이러한 환경에서 경주 양성자가속기를 검출기 개발과 성능 검증에 활용해보고자 하는 시도는 놀라운 일은 아니다. 그런데 Hz‒kHz의 빈도로 수 cm 안에 빔이 들어와 검출기 성능검증에 최적화된 해외 빔시험시설과는 달리 다목적인 양성자가속기에서는 저선량 조사실에서도 106‒108 (#/cm2)/s의 강한 빔이 조사되는 환경이므로, 이를 검출기의 작동환경에 맞게 조절해야 하는 점이 있었다. 섬광섬유를 사용한 Beam Profile Monitor 등은 이러한 빔 환경에서도 실험이 가능했다.8) 그러나 10\(\times\)10 cm2의 크기를 가진 검출기라면 108‒1010 #/s에 이르고 순간 선량은 이보다 더 클 수 있다.
예를 들어 중이온가속기의 LAMPS 실험을 위한 검출기 개발에서 10 cm 이상의 신틸레이터를 사용하는 Start Counter를 저선량 조사실에서 시간 분해능을 테스트하였다. 이때 2 ns마다 진폭을 기록하는 Flash ADC를 사용해도 한 이벤트 안에 들어오는 여러 파형의 구분이 어려웠다. 그래서 GEANT4 전산모사를 활용하여 적절한 빈도의 빔을 받을 수 있도록 계획하고 콜리메이터를 제작하여 실험을 재시도하였다. 아크릴 콜리메이터를 설치하고 mm 이하의 틈을 내어 빈도를 낮추고, 보론 벽돌을 이용하여 중성자를 차폐하고자 했다. 또한 검출기를 빔 입구에서 멀리 배치해 콜리메이터 등에서 튀어나온 입자가 도달하는 것을 최소화하려고 했다. 이를 통해 검출기에 입사하는 입자의 빈도를 이 검출기에서 분석할 수 있는 상태까지 줄일 수 있었다.

Fig. 16. Installation of collimator and Start Counter.

Fig. 17. Waveforms of stations 1 and 2 of Start Counter after reducing the rate using collimator.
그러나 이 경우에는 검출기 앞에 많은 물질이 있기 때문에 100 MeV 이하의 양성자, 콜리메이터 및 검출기에서 생성된 전자 등이 함께 검출될 수 있었다. 그래서 두 스테이션 간의 시간 차이 및 신호 크기를 활용하여 이를 골라내었다. 그림에서는 가장 입자가 많은 부분이 100 MeV의 양성자이고, 더 빨리 도착한 것들은 전산모사에서 전자에 해당한다. 100 MeV 이하의 양성자는 100 MeV 양성자보다 에너지 방출이 더 커져서 큰 ADC 값을 남기되 100 MeV 양성자보다는 느리게 진행한다. 이는 전산모사에도 비슷한 양상을 볼 수 있었다.

Fig. 18. (a) Pulse amplitude versus time interval between station 1 and 2. (b) Pulse amplitude versus time interval between station 3 and 4. (c) Energy deposit versus time interval between station 1 and 2 in GEANT4 simulation.
이렇듯 제한된 환경에서 여러 가지 방법을 사용하여 검출기 성능 검증에 효과적으로 사용할 방법을 찾기 위한 노력이 꾸준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예를 들어 가운데에 타겟을 놓고 다른 각도에서 데이터를 받는다거나, 콜리메이터를 두껍게 제작해서 빈도를 낮추어 실리콘 검출기 등에 활용하는 것을 시도하고 있다. 이렇듯 다양한 시도를 하는 것은 국내에서의 빔 시험이 연구자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기회이기 때문이다.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시도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맺음말
국내의 연구자들은 해외의 가속기 빔시설을 활용하여 다양한 연구를 수행해 왔다. 이 글에서 다룬 스위스 CERN 연구소와 J-PARC 연구소에서의 활용 경험은 포항가속기연구소의 4세대 방사광 가속기에 고에너지 전자빔 시험시설을 구축하는 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또한 국내의 소중한 빔시험시설인 KOMAC에서의 실험 경험을 통해서 시험시설 활용을 위해 연구자들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펼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알 수 있었다.
국내의 빔시설은 국내 연구자들에게 연구의 주도권을 부여하고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해외 연구진들을 국내로 초청하여 공동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무대가 된다. 무엇보다도 세계를 선도하는 차세대 연구진의 양성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시설이다. 이 특집호를 통해 포항가속기연구소의 4세대 방사광 가속기에 고에너지 물리 연구 시설이 가까운 시기에 만들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 각주
- 1)ATLAS collaboration, Observation of a new particle in the search for the Standard Model Higgs boson with the ATLAS detector at the LHC, Phys. Lett. B 716, 1 (2012).
- 2)CMS collaboration, Observation of a new boson at a mass of 125 GeV with the CMS experiment at LHC, Phys. Lett. B 716, 30 (2012).
- 3)G. Cho, S. W. Kim et al., Beam tests of the copper-based Dual-Readout calorimeter to measure electromagnetic performance for future e+e- colliders, Journal of Subatomic, Particles and Cosmology 79, 100021 (2025).
- 4)N. Arkani-Hamed, D. P. Finkbeiner, T. R. Slatyer and N. Weiner, A Theory of Dark Matter, Phys. Rev. D 3, 015014 (2009)
- 5)M. Pospelov and A. Ritz, Astrophysical Signatures of Secluded Dark Matter, Phys. Lett. B 671, 391 (2009).
- 6)Judd D. Bowman, Alan E. E. Rogers, Raul A. Monsalve, Thomas J. Mozdzen and Nivedita Mahesh, An absorption profile centred at 78 megahertz in the sky-averaged spectrum, Nature 555, 67 (2018).
- 7)Jeong Hwa Kim, In Sung Hwang and Jae Hyeok Yoo, Search for sub-millicharged particles at J-PARC, J. High Energy Phys. 5, 031 (2021).
- 8)Shin Hyung Kim et al., Three-dimensional measurement of a proton beam profile at KOMAC with a scintillating fiber detector, Nucl. Instr. and Meth. A 1034, 166832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