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고에너지물리 연구를 위한 포항 4세대 방사광 가속기 빔시험시설 구축 제안
가속기 활용 고정 표적 실험의 다양한 가능성
작성자 : 박종철 ㅣ 등록일 : 2025-03-18 ㅣ 조회수 : 40 ㅣ DOI : 10.3938/PhiT.34.006
박종철 교수는 2008년 서울대학교 물리학과에서 입자물리학으로 이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이후 고등과학원 연구원, 미국 캔사스 대학 연구원, 성균관대학교 연구교수 등을 거쳐, 2015년부터 충남대학교 물리학과에서 교수로 재직 중이다. 암흑 입자, 중성미자 등 미지의 입자에 관한 이론 및 이들의 새로운 탐색법에 관한 연구, 입자 물리와 우주론의 연관성에 관한 연구 등을 수행하고 있다. 그래핀 활용 암흑 입자 탐색 실험인 GLIMPSE, 입자 빔 활용 고정 표적 실험인 DAMSA 등의 제안과 구현에도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다. (jcpark@cnu.ac.kr)
Various Possibilities at Beam-Dump Facilities
Jong-Chul PARK
The Pohang Accelerator Laboratory X-ray Free Electron Laser (PAL-XFEL) generates extremely bright radiation using 10 GeV electron beam. This beam has very small energy loss even after X-ray emission and maintains high beam quality. However, the beam is just dumped to the ground. The accelerator-based searches for various dark-sector particles are currently active and receiving more rising attention. Therefore, it is very timely to consider ways to utilize the electron beam of PAL-XFEL for particle and nuclear physics researches. In this article, I first introduce the dark sector and portal, and then review the targets of dark-sector particle search experiments using accelerators and their status. Finally, I introduce the ‘Beam-Dump Ceiling’ and briefly explain the usefulness of the DAMSA experiment using the electron beam of PAL-XFEL for the Ceiling.
들어가며
우주에 대한 관측 방법과 기술의 발전은 우리에게 끊임없이 새로운 정보를 제공해주고, 우리는 이를 기반으로 자연의 특징을 이해함과 동시에 새로운 질문을 계속 얻고 있다.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 아니고 오히려 빠르게 움직인다는 사실, 우주가 빅뱅으로 탄생하였으며 그 나이가 약 138억 년이라는 사실, 우주가 팽창하고 있고 심지어 가속 팽창한다는 사실, 우리가 아직 그 정체를 이해하지 못하는 성분이 우주의 95%에 달한다는 사실 등이 대표적이다.
입자를 가속하고 충돌시키는 기술 및 입자 검출 기술의 발전은 미시세계에 대한 관측을 가능하게 하였고, 이 또한 인간의 자연에 대한 이해에 큰 역할을 해주고 있다. 입자 가속기 탄생 이후 이를 활용한 다양한 실험이 이루어졌고, 그 덕분에 W, Z 보존, \(\small\tau\) 렙톤, 글루온, Higgs 보존과 같은 표준모형의 입자 발견 및 그 성질의 이해, 다양한 중간자(meson)와 중입자(baryon)의 발견, 핵자 속 쿼크라는 구조의 이해 등과 같은 중요한 발전이 계속되고 있다.
거대한 우주에 대한 관측과 이해라는 접근과 가속기를 활용한 미시세계의 관측과 이해라는 서로 전혀 다른 방향으로 보이는 접근은, 우주를 구성하고 있는 기본 요소에 대한 이해라는 부분에서 중요한 접점을 가지게 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우주의 주요 구성 성분인 암흑물질의 정체를 이해하려는 연구이다. 암흑물질의 존재 필요성 및 그 중요성은 우주에 대한 관측에서 나왔지만, 그 세부적인 특성에 대한 이해는 가속기를 활용한 입자적 접근을 통해 이루어질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
우리나라에서는 포항가속기연구소의 전자빔 기반 방사광 가속기, 경주양성자가속기 등을 건설하여 물리, 화학, 재료 등 분야의 물성 연구, 생물학, 약학, 의학 등에 대한 활용을 포함한 다양한 분야로 활용되어 왔다. 하지만, 해당 가속기를 입자 물리적 측면에서 활용하는 방향의 연구는 비교적 낮은 에너지 등의 이유로 상대적으로 제한적이었다. 그런데 포항가속기연구소 4세대 선형 방사광 가속기는 10 GeV 수준의 고에너지 전자빔을 만들 수 있고, 이러한 전자빔은 방사광을 발진시킨 이후에도 에너지 손실이 별로 없기에 이를 활용한 새로운 입자의 생성 및 성질 연구 가능성이 매우 크다. 따라서 가속기를 활용한 암흑 입자의 탐색 및 포항가속기연구소 전자빔의 이에 대한 활용 가능성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암흑물질, 암흑 영역과 그 탐색
정밀 관측 기술의 급격한 발전 덕분에 20세기 말 이후 우주로부터 오는 신호를 정밀하게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 특히, 우주배경복사(cosmic microwave background, CMB) 관측, 초신성 관측, 중입자 음향 진동(baryonic acoustic oscillation, BAO) 관측 등을 기반으로 확립된 우주론 표준모형(ΛCDM)에 따르면, 우주 전체 에너지 중 단지 5%만이 표준모형 입자로 설명될 수 있으며, 나머지 95%는 암흑에너지(Dark Energy, DE)와 암흑물질(Dark Matter, DM)이라는 미지의 성분으로 구성되어 있다.1)
관측과 이론을 바탕으로 지금까지 과학자들이 이해한 암흑물질의 성질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빅뱅 이후 초기 우주의 거대구조 형성 과정에 기여하는 것과 동시에 현재 우주에서 관측된 존재 증거를 만족시키기 위해, 암흑물질은 절대 붕괴하지 않는 물질이거나 그 수명이 우주의 나이인 약 138억 년보다 훨씬 긴 매우 안정된 물질이어야 한다. 둘째, 암흑물질은 전자기력과 상호작용이 전혀 없거나 매우 약하여 빛을 통한 직접적인 관측이 어려운 물질이다. 셋째, 질량을 가지며, 초기 우주 거대구조가 형성되는 시점에서 암흑물질의 속도가 광속보다 충분히 작은 상태에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우주에 대한 정밀 관측을 통해 파악된 암흑물질의 우주 전체 에너지 대비 구성 비율은 약 27%이다.

Fig. 1. The standard model and dark sectors, and a portal connecting two sectors.
암흑물질의 정체를 이해하기 위한 연구는 오랜 시간 동안 GeV-TeV 수준의 질량을 가지는 윔프(Weakly Interacting Massive Particle, WIMP) 입자를 중심으로 이루어졌지만, 사실 암흑물질로 허용되는 질량은 다양한 후보에 대해 아주 넓은 범위를 가진다. 또한, 2000년대 후반 Secluded Dark Matter2)3)에 대한 가능성이 대두된 이후 표준모형 영역과 분리된 암흑 영역(Dark Sector) 및 두 영역을 연결해주는 메커니즘인 소위 ‘포털(Portal)’ 및 그 매개 입자(Mediator)에 관한 관심이 커졌다. 이들 사이의 관계는 그림 1처럼 나타낼 수 있다.
암흑물질을 비중력적 효과를 통해 탐색하려는 시도는 그동안 대표적 후보인 윔프를 가정해 주로 이루어졌다. 그 탐색 방법은 크게 직접 검출, 간접 검출, 가속기를 통한 직접 생성으로 나누어진다. 직접 검출은 암흑물질과 원자핵이나 전자 같은 표준모형 입자 사이에 드물게 발생할 수 있는 산란 과정에서 표준모형 입자에 전달되는 에너지에 의한 신호를 찾는 방법이다. 이 과정에서 전달되는 에너지가 상당히 작기에 정밀 검출기가 필요하고, 우주선(Cosmic Ray)에 의한 배경 잡음을 줄여야 하기에 대부분 지하 약 1 km에 검출기를 설치한다. 한국에서도 KIMS, COSINE-100 실험이 성공적으로 진행되었다. 다음으로, 간접 검출은 우주 공간에 존재하는 암흑물질 입자 사이의 쌍소멸이나 붕괴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감마선, 전자-양전자, 양성자-반양성자, 중성미자 등의 우주선 신호를 탐색하려는 접근법이다. 이 접근법에서는 우주에 존재하는 각종 천체 활동에 의한 배경 잡음 신호 속에서 우리가 탐색하고자 하는 암흑물질에 의한 후보 신호를 분리해내는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유럽의 거대강입자가속기(Large Hadron Collider, LHC)와 같은 입자 가속기를 활용해 표준모형 입자를 고에너지로 충돌시켜 암흑물질을 직접 생성시키려는 접근법이 있다. 이 방식에서는 암흑물질이 생성되더라도 그 반응성이 약하기에 일반적으로 암흑물질 생성으로 손실된 에너지를 이용하여 그 존재를 탐색한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암흑 영역과 포털 메커니즘에 관한 관심이 커지면서, 매개 입자를 먼저 탐색하고 그에 대한 성질을 파악하여 암흑물질에 대한 힌트를 얻으려는 접근법에 관한 연구도 활성화되고 있다. 특히, 가속기를 활용한 새로운 입자의 생성 과정에서 표준모형 입자와 연결된 매개 입자의 생성이 먼저 이루어질 가능성이 크기에 이러한 접근법이 더욱 유용할 수 있다.
가속기를 활용한 능동적인 입자의 생성 및 탐색
1911년 Charles T. R. Wilson이 안개상자를 만든 이후로 고에너지 우주선에 의해 지구 대기에서 만들어지는 다양한 입자의 관측이 가능해졌고, 이를 통해 양전자, 뮤온을 포함한 새로운 입자의 발견이 이루어졌다. 1930년대 후반 Cecil F. Powell이 감광 유제를 이용한 입자의 경로를 기록하는 새로운 장치를 고안하였고, 이는 파이온과 같은 중간자의 발견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이러한 연구는 하늘에서 들어오는 입자를 수동적으로 측정해야만 하는 한계가 있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할 수 있게 된 중요한 계기는 바로 Ernest O. Lawrence에 의한 사이클로트론의 발명을 바탕으로 한 입자 가속 기술의 발전이다. 사이클로트론의 발명 이후 입자 가속 장치는 싱크로사이클로트론, 등시성 사이클로트론, 싱크로트론으로 발전되었다. 입자 가속 기술의 발전은 인간이 가속된 입자의 충돌을 통해 새로운 입자를 능동적으로 생성시키고 이를 통제된 환경에서 관측할 수 있는 새로운 시대로의 전환을 이끌었다. 그 결과 우리는 2012년 LHC를 이용한 힉스 입자의 생성 및 발견을 통해 표준모형의 완성을 이룩할 수가 있었다.
암흑물질에 대한 직접 탐색도 우주에서 들어오는 암흑물질이 검출기의 표적 물질과 충돌하여 발생하는 신호를 기다리는 수동적인 접근 방식이다. 이에 표준모형의 완성을 이끈 가속기를 활용한 입자의 능동적인 생성과 탐색 방법을 암흑물질 연구에도 활용하여, 암흑물질을 포함한 암흑 입자를 능동적으로 생성하여 직접 탐색하려는 방향의 연구가 활성화되고 있다.

입자 가속기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입자 생성 및 탐색 연구는 크게 Energy Frontier와 Intensity Frontier로 분류된다. Energy Frontier 연구는 LHC, Tevatron, Belle처럼 최대한 큰 질량 중심 에너지의 충돌을 만들어 내는 것을 목표로 하여, 상대적으로 입자의 충돌 빈도가 감소하더라도 가속된 입자를 정면으로 충돌시키는 방식을 의미한다. 이는 일반적으로 큰 질량의 입자를 생성시키기 위하여 사용된다. 반면, Intensity Frontier 연구는 좀 더 효율적으로 질량 중심 에너지를 얻어낼 수 있는 정면충돌의 장점은 포기하더라도, 최대한 많은 충돌을 만들어 내려는 접근 방식을 대체로 의미한다. 이러한 접근은 질량은 크지 않더라도 작은 상호작용으로 인하여 잘 생성되지 않는 입자의 생성 및 탐색에 활용된다. 현재 Intensity Frontier 실험은 세계적으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데, 대표적인 실험들과 그 지역적인 분포는 그림 2처럼 정리할 수 있다.
Intensity Frontier 실험은 그 방식 및 목표에 따라 더 세부적으로 Beam-Produced Neutrino 실험, Beam-Dump 실험, Fixed-Target 실험, 기타 실험으로 구분해볼 수 있다. Beam-Produced Neutrino 실험은 이름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가속된 입자(주로 양성자)를 표적에 충돌시켜 생성된 입자의 붕괴 과정을 통해 중성미자를 다량으로 생성하고 그 특성을 연구하는 것을 주목적으로 하는 실험으로 COHERENT, DUNE, JSNS2, MiniBooNE, T2K/T2HK 등이 해당한다. Beam-Dump 실험은 가속된 입자를 상당한 두께의 고정 표적에 쏟아부어 암흑 입자를 비롯한 새로운 입자를 생성하여 연구하려는 목적의 실험으로 DAMSA, SeaQuest/SpinQuest, SHiP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Fixed-Target 실험은 Beam-Dump 실험을 포함해 고정 표적에 가속된 입자를 충돌시키는 방식의 실험을 통칭하는 것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하지만 여기에서는 비교적 얇은 고정 표적에 가속된 입자를 충돌시켜 가속된 입자가 완전히 파괴, 변형되지 않는 LDMX, NA64 같은 실험에 한정해 사용한다. Energy Frontier에 해당하는 LHC의 ATLAS와 같은 검출기 속에서, 가속된 입자가 정면충돌하는 과정의 일부 충돌에서 생성된 입자는 충돌을 만들어 낸 원래 입자의 충돌 전 운동량 방향으로 쏠려서 움직이는 경우가 있다. 이는 Energy Frontier와 Intensity Frontier의 복합 특성을 보이는 결과를 만들어 내고, SND@LHC와 FASER가 이에 해당한다. 가속기 기반 실험은 아니지만, 원자로 가까이에 검출기를 설치해 다량의 중성미자 신호를 얻으려는 Reactor Neutrino 실험을 Intensity Frontier 실험으로 분류하는 경우도 있다.
Intensity Frontier 실험은 사용된 가속된 입자에 따라서도 좀 더 세부적으로 구분해 볼 수가 있다. 전자빔을 활용한 실험의 경우 전자의 작은 질량으로 인해 가속 과정에서 방사광에 의한 에너지 손실이 크기에 큰 에너지로 가속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기본입자인 전자를 이용하기에 상대적으로 발생 신호가 깨끗하고, 정밀 연구에 좀 더 적합하다는 특징이 있다. 전자빔을 이용한 대표적인 실험으로는 LDMX와 NA64를 들 수 있다. 다른 종류로는 상대적으로 큰 질량 덕분에 전자빔이 가지는 에너지 손실의 한계를 극복하면서도, 쉽게 얻을 수 있고 안정적인 입자인 양성자를 사용하는 실험이 있다. 덕분에 전자와 달리 수백 GeV (SHiP)나 심지어 TeV 이상(FASER와 SND@LHC)의 에너지를 가지는 빔을 활용한 실험도 현재 이루어지고 있거나 건설 중이다. 대신에 양성자는 전자와 달리 기본입자가 아니기에 입자 생성 과정 및 배경 잡은 신호가 상대적으로 더 복잡하다는 단점이 있다.
Beam-Dump 실험의 탐색 목표 및 현황
앞서 서술한 다양한 Intensity Frontier 실험의 분류와 특징을 고려하였을 때, 포항가속기연구소 4세대 선형 방사광 가속기의 10 GeV 수준 고에너지 전자빔은 새로운 입자 생성 및 탐색에 활용하기에 세계적으로 충분한 경쟁력을 가진다. 특히 해당 실험의 원래 목적상 방사광 발진 이후 에너지가 크게 변하지 않은 전자빔을 말 그대로 Dump 시키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였을 때, 상당한 두께의 표적에 전자빔을 충돌시켜 암흑 입자를 비롯한 새로운 입자를 생성하여 연구하는 방식으로 활용 가능성이 충분하다. 이에 Beam-Dump 계열의 실험을 활용하여 생성 및 탐색 가능한 대표적인 새로운 입자의 종류와 그 연구 현황에 대해 간략하게 살펴보고자 한다.
1. 암흑 광자
암흑 광자(Dark Photon)는 일반적으로 표준모형의 광자처럼 표준모형 입자와 전자기적 전하량에 비례해 결합할 수 있으면서, 암흑 영역 입자와 직접적인 결합을 가지는 새로운 게이지 보존을 의미한다. 표준모형의 U(1) 게이지 대칭성과 암흑 영역의 새로운 U(1) 게이지 대칭성이 동역학적 섞임(Gauge Kinetic Mixing)을 통해 연결될 수 있는 경우가 암흑 광자가 발생할 수 있는 대표적인 예시이다.4)
암흑 광자는 Beam-Dump 계열 실험의 경우 가속된 입자가 표적 물질과 충돌하여 생성된 중간자의 붕괴 과정, 가속된 입자 자체나 충돌로 생성된 전하를 띤 입자의 Bremsstrahlung 과정 등을 통하여 생성될 수 있다. 이렇게 생성된 암흑 광자는 질량, 에너지, 반응 크기 등에 따라 붕괴 과정에서 표적 물질 이후에 설치된 검출기에 전자-양전자 생성 등에 의한 직접 신호 혹은 암흑물질 입자 쌍의 생성에 의한 에너지 결손이라는 간접 신호 등을 남길 수가 있다. Beam-Dump 계열 실험에서는 이러한 신호의 탐색을 통해 표준모형 광자 대비 수백 배 이상 작은 결합 강도와 MeV-GeV 수준의 질량을 가지는 암흑 광자에 대한 탐색이 이루어질 수 있다. 물론 각 실험에서 사용하는 빔의 종류, 에너지, 표적 물질과 검출기 사이의 거리 등에 따라 탐색 가능한 변수 범위는 달라진다.
2. 액시온, 액시온 유사 입자
표준모형의 양자색역학(Quantum ChromoDynamics, QCD)은 정밀 측정된 실험 결과를 미세 조정 없이 설명하지 못하는 심각한 부자연스러움의 문제라는 소위 ‘강한 상호작용의 CP 문제(Strong CP Problem)’를 가진다. 이 문제를 미세 조정 없이 해결하기 위해 도입된 방안에 따라 출현한 입자가 액시온(Axion)이다.5) 액시온이 10‒6 eV 수준의 질량을 가지면 암흑물질의 좋은 후보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더욱 많은 관심을 받게 되었다. 강한 상호작용의 CP 문제 해결이라는 점과 연관성을 무시하면, 스핀, 다른 입자와 반응 방식 등의 특성은 액시온과 같게 유지하면서도 허용 가능한 질량과 반응의 크기 범위는 훨씬 넓게 확장될 수 있다. 이 경우 암흑 영역과 표준모형 영역을 연결해주는 포털 입자 역할을 할 가능성도 있다. 이렇게 일반화된 액시온을 액시온 유사 입자(Axion-Like Particle, ALP)라고 부른다.
Beam-Dump 계열 실험에서 액시온이나 액시온 유사 입자는 표적 물질 내에서 광자와 전자나 핵자의 반응에 의한 Primakoff 과정, 가속된 입자 자체나 충돌로 생성된 전하를 띤 입자의 Bremsstrahlung 과정 등을 통하여 생성될 수 있다. 이후 생성된 액시온, 액시온 유사 입자는 그 질량과 허용 반응 종류에 따라 광자 쌍, 전자쌍 등으로 붕괴나 Primakoff 역과정, Compton 타입 산란 과정에 의한 광자 생성과 같은 관측 가능한 신호를 표적 물질 이후에 놓인 검출기에 남길 수 있다. Beam-Dump 실험에서 사용하는 빔의 특성, 표적 물질과 검출기의 크기나 둘 사이의 거리 등에 따라 탐색 가능한 변수 범위는 달라지지만, 대체로 GeV 이하의 질량 범위에 대한 탐색이 가능하다.
3. 암흑물질 직접 생성 및 검출

Fig. 3. Direct production and detection of dark matter using a particle beam.
우주 공간을 움직이는 암흑물질이 검출기 표적 물질의 원자핵이나 전자와 매우 드물게 직접 산란하여 전달된 미세 에너지에 의한 신호를 수동적으로 찾는 방법의 한계를 Beam-Dump 계열의 실험을 통해 극복하려는 연구도 활성화되고 있다. Beam-Dump 계열 실험의 표적 물질 내에서는 앞서 서술한 것처럼 암흑 광자나 액시온과 같은 입자가 생성될 수 있는데, 이들은 포털 역할을 하는 매개 입자가 되어 암흑물질 입자를 생성시키는 것도 가능하다. 이렇게 만들어진 암흑물질은 이후에 검출기 표적 물질의 원자핵이나 전자와 산란하여 검출 가능한 신호를 남길 수 있다. 일련의 과정은 그림 3처럼 도식화하여 나타낼 수 있다.
이러한 암흑물질 신호 탐색은 기존의 직접 탐색 대비 많은 장점을 가질 수 있다. 우선 표적 물질로 처음 입사된 입자의 에너지 일부를 암흑물질이 가지고 나올 수 있기에, 우주 공간에 있는 암흑물질의 산란 신호보다 더 큰 에너지를 검출기에 남길 수 있어서 검출이 좀 더 원활해진다. 생성 과정의 특성으로 암흑물질이 표적 물질이라는 특정 영역에서 주로 날아오기에 신호 검출에 방향 정보를 활용할 수 있다. 또한 일반적으로 가속되어 입사되는 입자 빔이 펄스 형태로 특정한 주기성을 가지기에 검출된 신호의 시간 정보를 활용하면 다양한 배경 잡음과 분리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6) 대신 생성 과정이 입사된 빔의 에너지와 입자 반응에 의존하기에 일반적으로 GeV 수준 이상의 질량을 가지는 암흑물질 탐색에는 기존의 직접 탐색 대비 그 효율성이 다소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Beam-Dump 실험의 보이지 않는 천장과 담사
1. 보이지 않는 천장
다양한 Beam-Dump 계열 실험의 암흑 매개 입자에 대한 탐색 결과나 탐색 가능 범위 예측 결과를 살펴보면 공통적인 흥미로운 현상이 관측된다. 이는 그림 4와 같이 매개 입자의 질량과 상호 작용의 크기에 대한 변수 영역에 정리될 수 있다. 가속된 입자를 정면충돌시켜 새로운 입자를 생성하고 연구하는 방식의 입자 충돌기(Collider) 실험은 I 영역에 대한 탐색에 특화되어 있다. 초신성이나 별의 진화와 같은 천체물리적인(Astrophysical) 관측은 III 영역에 대한 탐색에 특화된다. 반면, Beam-Dump 계열의 실험은 II 영역과 같은 형태로 탐색 범위를 제공한다. 이때, 주어진 Beam-Dump 계열 실험에 대해 관측 데이터를 ‘1년→10년’처럼 크게 늘리면, 그 결과로 탐색 가능한 영역이 확장된다. 그런데 많은 경우 그 확장은 IV 영역에서 화살표로 표기된 방향으로만 이루어지고, 소위 Prompt-decay 영역인 V 영역으로 확장은 마치 보이지 않는 천장이 있는 것처럼 거의 안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러한 현상은 ‘빔덤프 천장(Beam-Dump Ceiling)’이라고 불린다.7)
빔덤프 천장에 대한 상세한 분석에 따르면, 주어진 실험에서 탐색 가능한 영역이 V 영역으로 확장이 안 되는 현상은 상당히 적은 양의 관측 데이터가 모이기만 하여도 발생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V 영역으로 탐색 가능 범위를 확장하기 위해서는 ‘더 오랜 관측 기간이나 큰 검출기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최대한 큰 에너지로 가속된 입자에 대해 충돌하는 표적 물질에 최대한 가깝게 작은 검출기를 설치하여 짧은 시간의 데이터만 받아도 충분하다’라는 것이 알려졌다.8)
![Fig. 4. A schematic diagram of the existing constraints on generic dark mediators.[8]](https://webzine.kps.or.kr/_File/froala/816cade9869bf8af0ef60656519d9f2db0d1c54d.png)
2. 담사(DAMSA)

담사(潭思: Dump produced Aboriginal Matter Search at an Accelerator, DAMSA)는 당초 RAON과 같은 고휘도 양성자 가속기 빔 라인의 충돌 표적에 가깝게 검출기를 설치하여 암흑 매개 입자를 탐색하려 제안되었다.9) 이후 빔덤프 천장 현상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미국 Fermilab의 PIP-II 빔 라인에 작은 DAMSA 검출기를 최대한 가깝게 설치하려는 제안으로 발전하였다. 그런데 PIP-II 빔 라인 완성까지 필요한 시간이 상당하다는 문제가 있다. 이에 이미 존재하는 Fermilab의 FAST나 SLAC의 ESA와 같은 작은 에너지의 전자빔 라인에 테스트 검출기를 설치하여 제안된 검출기의 작동 확인, 배경 잡음 파악, 데이터 분석법 확보, 빔덤프 천장 확인 등을 하기 위한 테스트 실험이 준비 중이다.
한국의 포항가속기연구소는 이미 10 GeV 수준의 에너지로 전자를 가속하여 운영해오고 있고, 향후 2번째 빔 라인 확보 계획도 가지고 있다. 해당 전자빔은 방사광 발진 이후에도 질적으로 상당히 우수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기에, 해당 빔 라인의 Dump 시설 공간을 활용하여 새로운 물리 현상을 탐색하려고 시도해볼 수 있다. 담사 실험의 경우 가속 입자가 충돌하는 표적 물질 이후에, 진공 붕괴 영역부터 검출기 부분까지 필요한 총 길이가 2 m 이하이고 필요한 폭은 1 m 이하이기에 필요한 공간이 크지 않아서 새로운 공간 확보를 위한 작업이 크게 필요하지 않다는 장점이 있다. 포항가속기연구소 빔의 경우 10 GeV라는 상당히 큰 에너지로 인해 빔덤프 천장 확장에 유리하고, 전자빔이라는 특성으로 상대적으로 배경 잡음 발생 및 처리에 유리한 점이 있다. 그 결과 그림 5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포항가속기연구소의 전자빔 라인에 담사 실험을 설치한다면 Prompt-decay 영역에 대해 기존 실험들에서 탐색하지 못한 영역을 충분히 탐색할 능력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맺음말
한국의 핵 및 입자 연구는 뛰어나고 성실한 관련 분야 연구자들의 큰 노력 덕분에 빠르게 개선되었고, 많은 좋은 결과를 내놓았다. 하지만 가속기를 활용한 실험적인 측면에서는 국내 연구 환경의 제약으로 그동안의 연구는 해외 시설 활용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는 한계가 있다. 포항가속기연구소는 10 GeV 수준의 고품질 전자빔을 만들어 내고 있음에도 방사광 발진 이후 해당 전자빔을 말 그대로 바닥에 Dump 시키고 있는 현실이다. 따라서 그러한 고품질의 전자빔을 단순히 버리지 않고, 핵 및 입자 관련 연구에 활용할 수 있는 방안에 관한 고민을 할 필요가 있다. 특히, 향후 2번째 빔 라인의 건설이 현실화한다면, 이에 대한 활용 논의와 준비를 미리 하여 한국에서도 가속기 기반 연구를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기를 기대하며 이 글을 마무리하려 한다.
- 각주
- 1)DESY, DESI 2024 VI: Cosmological Constraints from the Measurements of Baryon Acoustic Oscillations, JCAP 02, 021 (2025).
- 2)J.-H. Huh, J. E. Kim, J.-C. Park et al., Galactic 511 keV line from MeV milli-charged dark matter, Phys. Rev. D 77, 123503 (2008).
- 3)M. Pospelov, A. Ritz and M. B. Voloshin, Secluded WIMP Dark Matter, Phys. Lett. B 662, 53 (2008).
- 4)B. Holdom, Two U(1)’s and Epsilon Charge Shifts, Phys. Lett. B 166, 196 (1986).
- 5)J. E. Kim and G. Carosi, Axions and the Strong CP Problem, Rev. Mod. Phys. 82, 557 (2010).
- 6)B. Dutta, D. Kim, S. Liao, J.-C. Park et al., Dark Matter Signals from Timing Spectra at Neutrino Experiments, Phys. Rev. Lett. 124, 121802 (2020).
- 7)B. Dutta, D. Kim and H. Kim, Proposal to use LHC general-purpose detectors in “beam-dump” measurements for long-lived particles, axXiv:2305.16383 [hep-ph].
- 8)D. Kim, J. Yu, J.-C. Park and H. Kim, The Beam-Dump Ceiling and Its Experimental Implication: The Case of a Portable Experiment, axXiv:2401.09529 [hep-ph].
- 9)W. Jang, D. Kim, K. Kong, Y. Kwon, J.-C. Park et al., Search prospects for axionlike particles at rare nuclear isotope accelerator facilities, Phys. Rev. D 107, L031901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