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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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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YSICS PLAZA

새로운 연구결과 소개

등록일 : 2025-04-11 ㅣ 조회수 : 30

 

Incorporating Heterogeneous Interactions for Ecological Biodiversity

박종일(인하대), 이덕선(고등과학원), 이상훈(경상국립대), 박혜진(인하대), Phys. Rev. Lett. 133, 198402 (2024).

생태계는 단순한 개체들의 집합이 아니다. 수많은 종들이 서로 얽히고설켜 협력하거나 경쟁하면서 복잡한 네트워크를 형성한다. 한 종의 개체 수가 증가하면 다른 종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고, 반대로 자원을 놓고 경쟁하면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이러한 상호작용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어 다양한 종들이 공존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이해는 오랫동안 연구되어 온 중요한 문제다. 그러나 생태계는 너무나 복잡하기 때문에, 개별 종 간의 정확한 관계를 모두 추적하여 근본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따라서 연구자들은 생태계를 체계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이론적 모델을 개발하여, 그 속에서 나타나는 보편적인 원리를 찾고자 노력해 왔다.

(a) 생물종 상호작용 네트워크. 노드는 생물종을, 화살표는 종 사이의 상호작용을 나타낸다. (b) 서로 다른 세 가지 유형의 연결선 수 k분포. (c) 상호작용 평균값 µ에 따른 생존 종의 비율. µ가 음수면 평균적으로 개체수 증가를 돕는 상호작용을 한다. 그러나 연결선 수 분포가 비균질해질수록 µ가 음수인 영역에서 생존 종의 비율이 오히려 감소하는 경향을 보인다.
▲ (a) 생물종 상호작용 네트워크. 노드는 생물종을, 화살표는 종 사이의 상호작용을 나타낸다. (b) 서로 다른 세 가지 유형의 연결선 수 k분포. (c) 상호작용 평균값 µ에 따른 생존 종의 비율. µ가 음수면 평균적으로 개체수 증가를 돕는 상호작용을 한다. 그러나 연결선 수 분포가 비균질해질수록 µ가 음수인 영역에서 생존 종의 비율이 오히려 감소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러한 연구 방법 중 하나로 동역학적 평균장 이론(Dynamical Mean-Field Theory, DMFT)이 널리 활용되고 있다. DMFT는 원래 통계물리학에서 스핀 유리(spin glass)의 동역학적 특성을 이해하기 위해 개발된 기법으로, 상호작용이 무작위적으로 주어진 시스템을 분석하는 데 유용하다. 개별 종들의 복잡한 상호작용을 정확히 고려하는 대신 무작위적으로 설정하여 DMFT를 생태계 연구에 적용할 수 있다. 모든 개체가 평균적으로 비슷한 환경에서 살아간다고 가정하기 때문에, 개별 종 간의 차이를 일일이 고려하지 않고도 생태계의 전반적인 동역학적 특성을 분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개체군의 동역학을 설명하는 일반화된 무작위 로트카-볼테라 방정식(Generalized Random Lotka-Volterra Equations, GRLV)에 DMFT를 활용하여, 생물다양성이  어떻게 유지되는지 혹은 어떤 조건에서 종들이 멸종하는지를 예측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예측은 균질한 네트워크 구조에서만 유효하다. 현실의 생태계는 단순한 무작위 네트워크가 아니라, 특정한 구조를 가진 복잡한 시스템이다. 종마다 상호작용하는 상대의 수가 다를 수 있는데, 이 경우 완전히 다른 거동을 보일 수 있다. 예를 들어, 한 종이 여러 포식자의 먹이가 되는 경우와, 특정한 포식자 한두 종에게만 영향을 받는 경우는 완전히 다른 환경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기존 DMFT에서는 이러한 차이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단순한 무작위 모델이 아닌 네트워크 구조 자체가 개체군의 동역학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할 필요가 있었다.

이번 연구에서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네트워크 과학에서 사용되는 이질적 평균장 이론(Heterogeneous Mean- Field Theory, HMFT)을 DMFT와 결합하여 새로운 이론적 프레임워크인 이질적 동역학적 평균장 이론(Heterogeneous Dynamical Mean-Field Theory, HDMFT)을 제안했다. 기존 DMFT는 모든 종들이 평균적으로 동일한 거동을 보인다고 가정했지만, HDMFT는 종마다 상호작용하는 상대의 수에 따라 서로 다른 동역학적 특성을 보일 수 있음을 고려한다. 즉, 네트워크 구조 내에서 연결된 개체 수가 적은 종과 많은 종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생태계에서 살아남는 과정을 분석할 수 있는 것이다. 이를 통해, 개별 종들의 차이를 보다 정교하게 반영하면서도, 여전히 통계적인 접근법을 유지하는 새로운 해석이 가능해졌다.

이 새로운 방법론을 활용하여 다양한 네트워크 구조를 분석한 결과, 기존 연구에서는 예측할 수 없었던 흥미로운 현상을 발견했다. 일반적으로 협력적인 상호작용이 많을수록 생물다양성이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되지만, 연구 결과에 따르면 협력이 지나치게 많을 경우 오히려 생존 가능한 종의 수가 감소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그림 1). 즉, 협력적인 상호작용이 무조건 생태계의 안정성과 종다양성 유지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이는 단순히 상호작용의 강도뿐만 아니라, 네트워크 구조 자체가 생물다양성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특히, 상호작용 구조가 비균질할 때만 이러한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이 밝혀졌는데, 이는 기존의 균질한 네트워크 가정하에서는 예측할 수 없었던 새로운 결과다.

이번 연구에서 제안한 방법론은 단순히 생태계의 생물다양성을 분석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HDMFT는 생태학뿐만 아니라 물리학, 사회학, 경제학 등 다양한 복잡계 연구에도 적용될 수 있는 강력한 이론적 도구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학문적 의미가 크다. 기존의 평균장 이론이 다루지 못했던 네트워크 구조의 비균질성을 명확히 반영함으로써, 구조가 어떻게 복잡한 동역학에 영향을 미치는지 보다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 것이다. 앞으로 HDMFT를 기반으로 생태계뿐만 아니라 여러 분야에서 새로운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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