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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창

2025년-양자과학기술 100년, 양자산업의 원년?

작성자 : 한상욱 ㅣ 등록일 : 2025-04-11 ㅣ 조회수 : 59

캡션한 상 욱
한국양자정보학회 회장
KIST 양자정보연구단 단장

2025년은 양자과학기술 분야에 있어 특별한 해입니다. 1925년 하이젠버그(Heisenberg)가 불확정성 원리를, 슈뢰딩거(Schrödinger)가 파동방정식을 제창한 이래 100주년을 맞이하기 때문입니다. 이를 기념하여 전 세계적으로 “양자과학기술의 해”를 선포하였고, 관련 학계와 산업계가 다방면으로 기념행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2025년 초 세계 최대 가전·IT 박람회인 CES에서 엔비디아(NVIDIA)의 CEO 젠슨 황(Jensen Huang)이 “실용적인 양자컴퓨팅의 출현은 20년 정도 후”라는 발언을 하면서, 글로벌 양자산업의 가능성과 그 시기성에 대한 논쟁이 더욱 격렬해졌다는 점입니다. 단순히 “100주년 기념”이라는 학술적 차원을 넘어, 100여 년간 쌓여온 양자역학의 기초연구 성과가 우리 삶을 바꾸는 구체적 기술과 산업으로 이어질 것인지에 대한 관심이 한층 뜨거워졌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양자과학기술의 실현 가능한 기술이냐?’의 문제에서 ‘언제 가능하냐?’의 문제로 양자과학기술을 바라보는 시점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양자과학기술이 가져올 패러다임 전환

양자과학기술(Quantum Science and Technology)은 기존 과학기술의 단순한 성능 향상을 넘어, 이전까지는 꿈꾸기 어려웠던 문제 해결을 현실화할 가능성을 지닌 분야입니다. 양자 컴퓨팅은 막대한 연산을 동시에 처리하고, 양자 암호통신은 도청이 불가능한 완벽 보안성을 제공하며, 양자 센서 기술은 기존 센서가 탐지하기 어려운 극미세 신호까지 감지할 수 있습니다. 바로 이러한 ‘게임체인저’ 역할 덕분에 양자과학기술은 미국과 중국 간의 기술 패권 경쟁의 한가운데 서 있을 만큼, 글로벌 차원의 전략자산이 되었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이 점을 간과하지 않고, 2010년대 후반부터 산·학·연·관이 각종 연구개발(R&D) 과제와 대형 프로젝트에 뛰어들었습니다. 다만, 미국·유럽·일본 등 이미 100년 가까운 양자학술 전통을 가진 선진국들과 비교하면 아직 기술격차가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대한민국 최대 자산인 우수한 인재들이 빠르게 이 분야로 진출하고 있어, 추격의 동력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습니다.

양자산업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양자산업에 대한민국이 주목해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기존 ICT 인프라와 제조 역량이 잘 갖춰진 국가일수록 빠르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미국의 IT 대기업들은 양자컴퓨팅 분야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고 있고, 중국 정부는 국가 차원에서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관련 기술을 급격히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그 사이에서 우리나라도 기회를 잡을 수 있느냐가 관건인데, 이를 위해서는 학계·연구소·산업계가 더욱 긴밀하게 협력하고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이러한 협력을 촉진하기 위해 2022년 설립된 한국양자정보학회는, 국내 양자기술 전문가들을 한데 모으고 지식 교류의 장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2024년 4월에 개최된 첫 정기학술대회에는 약 400명의 전문가가 모였으며, 2025년 2월에 열린 두 번째 학술대회에서는 그 규모가 두 배 가까운 700여 명으로 늘어났습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물리학 전공자뿐 아니라 전자공학·재료공학·반도체·화학·수학 등 다양한 학문 분야의 전문가들이 하나둘씩 참여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양자기술은 학제 간 융합이 필수적인 분야이므로, 이러한 다학제적 참여는 국내 양자산업 생태계를 탄탄하게 만드는 큰 원동력이 될 것입니다.

2025년, 양자산업 원년이 될 수 있을까?

2025년은 양자역학 태동 100주년을 기념함과 동시에, 양자산업이 본격적으로 태동하기 시작하는 원년이 될 가능성을 충분히 내포하고 있습니다. 해외 선진국은 이미 시제품 수준의 양자컴퓨터를 공개하고, 양자암호통신 인프라를 구축해가고 있으며, 산업 현장에 양자센서를 적용하려는 시도도 점차 늘어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변화의 흐름에 발맞추어, 글로벌 기술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선택과 집중’을 통해 명확한 전략을 세워야 합니다.

대한민국이 글로벌 기술 리더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지금처럼 산학연관이 힘을 모으고 지식과 노하우를 빠르게 축적·공유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많은 연구자와 기업이 힘을 합쳐 양자기술의 국내 도입과 산업화를 추진한다면, 머지않아 국내에서도 의미 있는 연구성과와 상용화 모델이 탄생할 것입니다. 그 길의 중심에서 한국양자정보학회 역시 학문적 교류와 인재 양성, 산업 연계를 위한 장을 더욱 폭넓고 단단하게 마련하겠습니다.

양자과학기술 100주년을 맞은 2025년이, 진정한 양자산업의 출발점으로 기록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그리고 그 역사적 전환점에 대한민국이 당당히 자리잡을 수 있도록, 앞으로도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swhan@kist.re.kr)


*본 글의 저작권은 원저작자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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