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YSICS PLAZA
새 책
시장의 숨겨진 패턴
작성자 : 이재우 ㅣ 등록일 : 2025-09-12 ㅣ 조회수 : 5

왜 내 친구는 주식으로 돈을 벌고, 나는 매일 손해를 볼까?
주식 시장의 주가지수나 개별 주식의 수익률 분포를 살펴보면, 우리가 왜 주식 투자에서 쉽게 손실을 입는지 그 이유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믿고 있는 합리적 시장 가설은 현실의 주식 시장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합니다. 이 가설에 따르면, 모든 투자자는 시장의 정보를 완벽히 알고 있으며, 항상 합리적으로 행동합니다. 따라서 주식을 사고파는 데 있어서 정보는 아무런 이득도 주지 못하며, 주가의 움직임은 동전 던지기와 같은 멋대로 걷기(random walk)가 됩니다. 이 경우 주가 변동률의 분포는 정규분포를 따라야 합니다. 하지만 실제 주가지수 수익률을 분석해 보면, 그 변화는 매우 불규칙하고 예측 불가능해 보입니다. 더욱이 정규분포에서 예측할 수 없는 ‘25 시그마’와 같은 극단적인 사건이 생각보다 자주 발생합니다. 이는 주식 가격 변동이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투자자들의 제한된 정보와 비합리적인 행동에서 비롯된 결과임을 보여줍니다.
경제와 금융 분야에서도 데이터를 기반으로 복잡한 현상을 이해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등장한 분야가 바로 “경제물리학(Econophysics)”입니다. 경제물리학은 물리학의 방법을 활용해 시장이라는 복잡한 시스템을 이해하려는 학문입니다. 경제 시스템은 다양한 주체들의 얽히고설킨 상호작용 속에서 스스로 조절하며 불안정한 균형을 유지합니다. 사람들은 때론 합리적으로, 때론 감정적으로 행동하며, 이러한 개별 행동들이 모여 예기치 못한 시장 전체의 변화를 일으킵니다. 이러한 시장의 복잡성을 이해하려면, 나무 하나하나의 특성뿐 아니라 숲 전체를 조망하는 시각이 필요합니다. 경제물리학은 바로 이러한 거시적이고 비선형적인 시각을 제공합니다. 시장은 단순한 균형 상태가 아닌, 끊임없이 요동치는 복잡한 다체계로 이해해야 합니다.
일별과 월별 주가지수 시계열을 비교해 보면 서로 비슷한 형태를 보이는데, 이는 주식 시장이 프랙탈 구조를 가지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프랙탈은 자기닮음성을 가진 구조로, 복잡한 패턴이 다양한 시간 척도에서 반복되는 특징이 있습니다. 또한 주가지수 시계열은 카오스적 성질도 지니고 있어, 초기 조건에 대한 민감성이 높아 예측이 매우 어렵습니다. 이런 시계열에서는 작은 오차도 시간이 지날수록 크게 확대되어, 장기적인 예측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에는 비선형성, 장기 기억, 스케일 불변성과 같은 복잡계적 특성이 숨어 있으며, 이를 이해함으로써 우리는 주식 시장을 보다 과학적으로 접근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은 저자가 지난 30년간 경제물리학을 연구하며 쌓아온 통찰을 바탕으로, 일반 독자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수식을 거의 사용하지 않고 집필한 책입니다. 특히 국내에서는 퀀트(계량투자) 기법이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뒤처져 있으며, 금융상품 개발과 투자 기술 역시 경제 규모에 비해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는 실정입니다. 주식, 암호화폐, 옵션 등 다양한 금융상품에 합리적으로 접근하고자 하는 독자, 또는 복잡계와 경제물리학에 관심 있는 독자에게 이 책이 유용한 안내서가 되기를 바랍니다. 우리나라의 금융 이해 수준을 한 단계 높이는 데 이 책이 작게나마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이재우 (인하대학교 물리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