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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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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YSICS PLAZA

Physical Review Focus

등록일 : 2025-09-12 ㅣ 조회수 : 5

  

매미의 합창 시점 결정에서 사회적 신호의 역할
Focus: Cicadas Decide to Sing with a Little Help from Their Friends

여름을 대표하는 소리 중 하나는 매미 무리의 맥동하는 윙윙거림이다. 이러한 노랫소리는 새벽녘에 시작되지만, 그 합창이 빛, 온도, 혹은 다른 신호 중 무엇에 의해 촉발되는지는 명확하지 않았다. 최근 연구팀은 야생에서 수집한 음향 데이터를 분석하여 매미 노랫소리가 태양의 특정 위치와 동기화되어 있음을 발견하였다.1) 또한 노랫소리 강도가 빠르게 증가하는 양상은 각 매미가 하늘 밝기뿐 아니라 이웃 개체의 행동에도 반응하여 노래를 시작함을 시사한다. 이러한 결과는 연구자들이 일반적인 의사결정 모델을 개발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수컷 매미는 암컷을 유인하기 위해 복부의 막 구조를 진동시켜 소리를 낸다. 이 구애음은 종종 수천 마리의 개체가 동시에 노래하는 집단합창 형태를 띤다. “그들의 울음소리는 매우 크고 놀라울 정도로 동기화되어 있으며, 시작과 종료가 뚜렷하게 집단적으로 이루어진다”라고 인도의 벵갈루루(옛 방갈로르)에 거주하는 엔지니어이자 아마추어 과학자인 라케시 칸나(Rakesh Khanna)는 말한다. 유사한 집단 행동은 조류 및 다른 곤충에서도 알려져 있으나, 매미 합창을 유발하는 기제는 이전까지 거의 연구되지 않았다.

칸나는 몇 년 전 호기심에서 벵갈루루 주변 산림 지역에 음향 장비를 설치하고 매미 소리를 녹음하기 시작하였다. 이후 그는 주기성 매미 출현 시점에서 상호작용적 행동 양상을 밝혀낸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의 레이먼드 골드스타인(Raymond Goldstein)과 그 동료들에게 자료 분석 협력을 요청하였다.2) 이들은 매미 노랫소리 녹음을 함께 분석하여 매미 행동 모델을 개발하였다.

연구팀은 2023년 4월과 5월 2주간의 기록에 주목하였으며, 매미들이 하루 중 시작과 끝을 제외하면 다소 무작위적으로 노래한다는 사실을 확인하였다. “데이터를 보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분명히 새벽 합창과 황혼 합창이 있다는 점입니다.”라고 골드스타인은 말한다. 연구 결과, 일부 흐린 아침을 제외하면 새벽 합창은 항상 태양이 지평선 아래 3.8°에 위치할 때 시작되었으며, 이는 매미가 여명이 일정 밝기에 도달했을 때 노래를 시작한다는 점을 시사하였다.

그러나 하늘 밝기만으로 설명된다면 개체별 노래 시작 시간의 변동 폭이 커야 한다. 골드스타인은 “개체가 인식하는 빛의 양은 신경 처리나 주변 수목 피복 정도 등 다양한 요인에 따라 달라집니다.”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실제 데이터는 시작 시간의 변동 폭이 거의 없음을 보여준다. 사실, 한 용기 있는 개체가 새벽의 고요를 깨면, 다른 모든 매미가 1분 이내에 합창에 동참했다.

이 행동을 설명하기 위해 연구진은 매미를 자성체 내부의 자성 입자(스핀)로 나타내는 모델을 고안하였다. 각 스핀은 위쪽 혹은 아래쪽 방향을 가질 수 있으며, 이는 각각 매미가 노래하는 상태와 노래하지 않는 상태를 나타낸다. 초기에는 모든 스핀이 아래쪽을 가리키지만, 점차 위쪽 자기장이 작용하기 시작하면(밝아지는 하늘에 해당) 스핀이 뒤집히게 된다. 이때 모든 스핀이 자기장 방향과 일치할 때까지 걸리는 시간, 즉 모든 매미가 노래하기 시작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을 계산할 수 있다.

스핀이 서로 독립적으로 작용하면 뒤집힘 시간 편차가 크고 전체 정렬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러나 스핀이 상호작용하면 정렬은 매우 빠르게 일어난다. 연구진은 상호작용 모델이 독립 모델보다 데이터와 더 잘 맞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는 매미가 이웃의 울음소리에 반응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골드스타인은 “그들은 이유가 있어서 이 소음을 만들어냅니다. 그래서 합창이 시작되는 것을 들으면 바로 반응하는 것입니다.”라고 설명했다.

스핀 기반 모델은 이전에도 공연장에서 관객이 언제 박수를 치기 시작할지를 결정하는 집단 의사결정 연구에 활용된 바 있다. 각 개인은 공적 신호를 인지하는 동시에, 의사결정 과정에 있는 이웃과 연결되어 있다. 매미의 청각 지각에 관해선 여전히 의문이 남아 있지만, 골드스타인은 이러한 물리학 기반 매미 모델이 의사결정 생리학을 이해하는 데 새로운 통찰을 제공한다고 본다.

매미가 함께 노래하는 이유에 대해 이탈리아 우르비노대학교의 생태학자 알모 파리나(Almo Farina)는 포식자의 위협 감소를 위해서라는 설명을 제시한다. 혼자 노래하는 매미는 포식자에게 매우 눈에 띄는 목표물이 된다. 그는 “집단성을 갖는 것은 주요한 진화적 이점입니다.”라고 말하며, 골드스타인 연구팀의 모델이 다른 생물 집단에도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허수 시간 지연의 실재성 확인
Synopsis: Imaginary Time Delays Are For Real

서리가 낀 창문이나 옅은 안개와 같은 산란 물질은 빛이 아무 장애물 없이 이동할 때보다 더 느리게 전달되도록 한다. 이러한 시간 지연을 설명하는 수학적 식에는 잘 알려져 있는 실수부(real part)와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허수부(imaginary part)가 포함된다. 메릴랜드대학교(University of Maryland)의 이사벨라 지오반넬리(Isabella Giovannelli)는 “허수 시간 지연(imaginary time delay)은 그동안 비물리적이라고 여겨져 대부분 무시되어 왔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녀와 지도교수 스티븐 안라게(Steven Anlage)는 산란된 광 펄스에서 이에 대응하는 주파수 이동을 기록함으로써 이 추상적인 물리량을 측정하는 데 성공하였다.3)

실수부에 해당하는 시간 지연은 많은 실험, 특히 산란 매질 내부에 광 펄스가 사실상 갇히게 되는 슬로 라이트(slow light) 실험에서 관측되었다(참조: Focus: Light Nearly Stopped in a Waveguide). 반면 허수부는 오랫동안 수학적 영역에 머물러 있었다. 그러나 2016년의 이론 연구에 따르면, 허수 시간 지연은 실험적으로 관측 가능한 주파수 이동과 연관될 수 있음이 밝혀졌다.4)

지오반넬리와 안라게는 이번에 주파수 이동이 크게 나타날 것으로 예측되는 시스템에서 이 신호를 포착하였다. 이들은 산란 매질의 대체물로서 링 그래프(ring graph) 구조를 갖춘 마이크로파 회로를 사용하였는데, 이는 필터나 스위치로 흔히 사용되는 단순한 공진기(resonator)이다. 연구팀은 대역폭 5 MHz의 좁은 대역을 갖는 5 GHz 마이크로파 펄스를 공진기에 통과시킨 뒤, 펄스의 중심 피크가 0.48 MHz 이동한 것을 기록하였다. 이 값은 이론적 예측과 매우 잘 부합하였다.

지오반넬리는 앞으로 더 복잡한 펄스에서 유사한 주파수 이동을 탐색할 계획이며, 이러한 허수 시간 지연 측정은 산란 매질이 광 통신 신호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는 데 새로운 통찰을 제공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Translated from English and reprinted with permission from the American Physical Society.
*This work may not be reproducded, resold, distributed or modified without the express permission of the American Physical Society.

[편집위원 김민철 (mckim@kongju.ac.kr)]

각주
1)R. Khanna A. et al., Photometric decision making during the dawn choruses of cicadas, Phys. Rev. E 112, 024401 (2025).
2)R. E. Goldstein et al., How do cicadas emerge together? Thermophysical aspects of their collective decision-making, Phys. Rev. E 109, L022401 (2024).
3)I. L. Giovannelli and S. M. Anlage, Physical interpretation of imaginary time delay, Phys. Rev. Lett. 135, 043801 (2025).
4)M. Asano et al., Anomalous time delays and quantum weak measurements in optical micro-resonators, Nat. Commun. 7, 13488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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