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탑티어 프로젝트: 한국 RAON과 일본 RIBF가 추진하는 극한 희귀동위원소 과학 국제공동연구 플랫폼
핵물질, 핵구조와 기본 대칭성 연구
작성자 : 안정근·최선호 ㅣ 등록일 : 2025-09-12 ㅣ 조회수 : 14 ㅣ DOI : 10.3938/PhiT.34.025
안정근 교수는 1998년 고려대학교와 2000년 교토대학에서 실험핵물리학으로 이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고, 1998년부터 2001년까지 오사카대학 핵물리연구센터에서 박사후 연구원으로 근무한 후, 2001년부터 부산대학교 물리학과에서 교수로 재직하다, 2014년부터 현재까지 고려대학교 물리학과에서 교수로 재직 중이다. 별핵합성 헬륨연소반응, 핵 안 핵자 클러스터 형성과 역할의 연구와 펜타쿼크, 다이바리온, 글루볼 등 별난 하드론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ahnjk@korea.ac.kr)
최선호 교수는 1993년 파리제11대학에서 실험핵물리학으로 이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고 이후 인디애나 대학 싸이클로트론 연구소, 제퍼슨 연구소 등에서 주로 하드론 핵물리학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였으며 2004년부터 서울대학교 물리천문학부에서 교수로 재직 중이다. 편극 전자빔과 편극 표적 산란을 통한 쿼크의 스핀 연구, 지하실험실에서의 암흑물질 탐색과 중성미자 연구, 그리고 한국 중이온가속기의 건설과 함께 최근에는 불안정 동위원소를 이용한 핵물리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falbala@snu.ac.kr)
Study of Nuclear Matter, Nuclear Structure and Fundamental Symmetries
Jung Keun AHN and Seonho CHOI
With the recent construction and operation of RAON, domestic activities in RI nuclear physics are expected to multiply in an unprecented way. Since last year, a new, international research platform has started in the name of TOPTIER Platform for Extreme Rare Isotope Science with Institute of Basic Science of Korea and RIKEN-Nishina Center of Japan. Korea University and Seoul National University are two participating universities in this platform. This article gives a short summary of research activities carried out by the two universities in RI physics.
들어가며
본 특집호에서 소개하는 TOPTIER Platform for Extreme Rare Isotope Science 연구단에 고려대학교와 서울대학교의 두 대학이 참여하여 핵반응을 이용한 핵물질 연구(Project 3), 감마선 붕괴를 이용한 핵구조 연구(Project 2), 핵의 질량의 정밀 측정 연구(Project 6) 등을 이끌고 있다. RAON과 RIBF 시설을 활용한 연구 계획과 지난 1년간의 성과를 소개한다.
서 론
20세기에 들어서자 양자물리를 포함한 현대물리학이 본격적으로 시작하며 미시세계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졌다. 역사적으로 보자면 1903년에 마리큐리가 방사선에 관한 연구로 노벨물리학상, 1908년에는 러더포드가 노벨화학상을 수상하고 그리고 1911년에는 러드포드가 알파선 산란실험으로 원자핵의 존재를 발견하기에 이르렀다. 이후 핵물리학은 빠른 속도로 발달하며 1911년에는 마리 큐리가 폴로늄, 라듐의 발견으로 노벨화학상, 1935년에는 채드윅이 중성자를 발견하여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하였다. 1938년에는 오토 한과 프리츠 스트라스만이 핵분열 현상을 발견하였고 같은 해 페르미는 중성자 조사를 통하여 새로운 원소를 만든 공로로 노벨상을 수상하였다. 핵분열 현상의 발견은 1944년의 노벨화학상으로 이어졌고 이후 원자핵의 성질에 대한 꾸준한 연구로 1963년에는 마이어와 옌슨이 원자핵의 마법수에 대한 설명으로 노벨물리학상을, 1967년에는 한스 베테가 별 내부의 핵반응으로 노벨물리학상을 그리고 가장 최근에는 1983년에 파울러가 별 내부에서의 원소 합성으로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하였다. 이 즈음에 원자핵에 대한 연구에서는 더 이상 새로운 것이 없을 것이라는 예상도 많았지만 1985년에는 타니하타 등이 달무리원자핵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원자핵을 발견하여 원자핵 연구에 새로운 바람을 몰고 왔다. 당시까지의 원자핵 연구가 주로 우주에서 발견되는 안정원자핵에 집중되었다면 이후에는 가속기와 실험기술의 발달로 중성자 과잉, 또는 양성자 부족 등에 의한 불안정 원자핵의 연구가 가능해지면서 원자핵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새로운 사실들이 속속 발견되면서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게 되었다.
불안정 동위원소(Rare Isotope, RI)를 이용한 핵물리학(RI 핵물리학)은 다양한 분야와도 연계되어 있는데 우선 천체물리학과의 연관이 매우 깊다. 빅뱅 당시의 원소 합성을 고려하면 H, He, 그리고 약간의 Li뿐이었던 우주에서 U까지의 여러 원소들이 합성되어 현재의 우주를 구성하고 있으며 이 과정은 s-과정, r-과정 등의 여러 종류의 핵반응으로 설명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다만 이 과정에 수반되는 여러 핵종, 특히 중성자 과잉, 양성자 결핍 불안정 원자핵들에 대한 기본적인 성질(질량, 수명, 에너지 준위, 붕괴 과정 등) 및 중성자 등과의 반응 단면적 등이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아 실제 우주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정량적으로 설명하는 데는 아직 많이 부족하다. RI 핵물리학을 통하여 이들 정보들을 실험실에서 직접 측정함으로써 우주에서의 원소 합성과정을 정량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천체물리학에서 또한 중요한 정보 가운데 하나가 핵물질들의 상태방정식인데 중성자별 등 극한 천체현상들을 이해하는 데 필요하다. 이 또한 중성자 과잉 원자핵의 충돌실험을 통하여 연구가 가능하다. 이 외에도 핵자(양성자, 중성자) 간의 상호작용을 통하여 원자핵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도 지금까지는 근사적으로 무시할 수 있었던 미약한 상호작용도 중성자 과잉 원자핵에서는 그 효과가 크게 나타나면서 기존의 마법수가 사라지거나 새로운 마법수가 나타나기도 하고 또 원자핵의 에너지 준위도 복잡하게 얽히는 등 새로운 현상들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가 필요한 상황이다.
RI 핵물리학의 다양한 분야를 모두 언급하는 것은 지면의 제한상 다음 기회로 미루고 본 원고에서는 RI 핵물리학을 이용한 기본 대칭성에 대한 연구에 대하여 간략히 설명하고자 한다.
문턱에너지 밑 파이온 생성 반응 실험(SUPER)
파이온을 양성자-양성자 충돌반응에서 생성하려면 정지한 양성자 표적을 향해 오는 양성자 빔의 운동에너지는 최소 280 MeV가 필요하다. 이 문턱에너지는 핵과 핵이 충돌할 때 더 낮아진다. 핵 안 양성자와 중성자가 페르미 운동량을 가지고 계속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빔과 표적 핵 안의 핵자가 마주 보며 움직일 때, 핵자 당 50 MeV의 낮은 에너지에서도 파이온을 생성할 수 있다. 그런데 1990년대 실험들의 결과에 따르면 쿨롱 벽을 살짝 넘는 핵자 당 20 MeV 가까이에서도 파이온 생성을 볼 수 있다. 파이온과 충돌하는 두 핵의 질량만 고려하면 핵자 당 10 MeV까지도 가능하지만, 핵 안에서 움직이는 두 핵자의 충돌로는 설명이 불가능하다. 핵 안 핵자들 사이 상호작용을 매개하는 파이온이 핵 바깥으로 그 모습을 드러내는 과정으로서, 핵 안의 핵자들 일부가 덩어리를 이루는 핵자 클러스터까리 충돌하면, 파이온 생성에 필요한 에너지를 핵자 당 빔 에너지가 아주 낮더라도 얻을 수 있다. 핵 안의 핵자들의 움직임과 클러스터 생성의 수수께끼를 풀 수 있는 핵반응으로 과거 실험의 통계와 불확도를 능가할 실험이 꼭 필요하다.
고려대학교 안정근 교수 그룹에서 문턱에너지 밑 파이온생성반응 실험(Subthreshold Pion production Experiments at RI Beam Facilities, SUPER)을 계획 중이다. 핵-핵 충돌 시스템의 크기에 따라 쿨롱 장벽의 크기와 핵 안 핵자 클러스터의 생성 확률, 그리고 파이온이 핵 매질 바깥으로 나오기 전 흡수과정까지 다르기 때문에, 여러 핵의 빔과 표적의 경우를 연구할 필요가 있다. 그 첫 번째 기준 충돌 시스템으로 12C+12C 반응의 중성 파이온 생성 실험 E610을 오사카대학 핵물리연구센터 사이클로트론 시설에서 준비하고 있다.1) 쿨롱 장벽 바로 위인 핵자 당 25 MeV에서 80 MeV까지 에너지 구간에서 각분포와 생성단면적을 측정할 예정이다.

Fig. 1. SUPER Detector composed of 768 CsI(Tl) crystals.
중성 파이온이 두 개의 감마로 붕괴할 때 각 감마의 에너지는 빔 에너지가 핵자 당 60 MeV의 경우 최대 200 MeV까지 다다른다. 768개의 CsI(Tl) 결정(그림 1) 신호를 포토다이오드로 읽어 파형을 62.5 MHz의 Flash ADC로 트리거 없이 연속적으로 읽어낸다. 핵-핵 충돌과정에서 핵 내부 핵자들의 상호작용으로 제동복사과정이 일어난다. 이때 나오는 낮은 에너지 광자를 효과적으로 제거하고 기계 학습으로 효율적인 두 개의 감마로 붕괴한 중성 파이온을 재구성하면(그림 2) 가장 낮은 에너지에서 수백 개, 80 MeV에선 천만 개의 파이온을 얻을 수 있다. 2025년 6월 RCNP B-PAC 심사에서 빔 타임을 승인받아, 2025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SUPER 실험 준비를 시작할 예정이다.

Fig. 2. Distribution of the mass of the neutral pions obtained from the simulation and machine learning.
이미 2025년 1월 CsI 검출기 일부와 연속 데이터 수집 장치를 이용하여 50 MeV에서 300 MeV까지 양전자 빔으로 기본 특성을 연구하였고,2) 2025년 8월 중이온가속기 연구소에 핵자 당 18 MeV의 40Ar빔을 이용한 제동복사 각분포 측정 연구 제안서를 제출하였다.3) SUPER 실험은 RAON의 제동복사 측정과 RCNP의 12C+12C 반응 실험에 이어 TOPTIER의 대표 연구 중 하나로서 다양한 핵-핵 충돌 시스템 연구를 RIKEN의 RIBF 시설과 중이온가속기연구소의 RAON 시설 활용하여 수행할 예정이다.
IDATEN 실험
들뜬 상태 희귀 핵의 수명은 핵의 특이한 형태뿐만 아니라 핵 내부에 존재하는 핵자들의 궤도 함수에 대한 정보를 알려 준다. 그리고 핵 안에서 핵자들이 집단적으로 행동하는 원인 가운데 하나로 알려진 평균장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도 있다. 그밖에 핵천체물리학 연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핵자 포획 및 방출반응을 연구하는 데도 유용하다.
다양한 희귀 핵의 수명을 정확히 측정하기 위해 영국 Surrey 대학의 핵물리 그룹 등은 10여 년 전 36개의 LaBr3(Ce) 섬광결정체로 이루어진 FATIMA 시스템을 개발하였다. 또한 고려대학교의 선도연구센터(SRC)인 극한핵물질연구센터(CENuM)는 2019부터 2021년까지 역시 36개의 LaBr3(Ce) 섬광결정체와 완전한 데이터 취득 전자장비로 이루어진 KHALA 시스템을 구축하였다. 이후 FATIMA 연구자와 KHALA 연구자는 함께 세계에서 가장 넓은 입체각 영역에서 핵의 수명을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는 검출기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합의하고, FATIMA와 KHALA뿐만 아니라 서울대학교 핵물리 그룹이 보유하고 있는 검출기 12개까지 아울러 총 84개의 LaBr3(Ce) 섬광검출기로 이루어진 IDATEN 감마선검출기 시스템을 완성하기에 이르렀다.

Fig. 3. IDATEN detector installed at RIBF accelerator facility of RIKEN (Japan) for performance test.
이어서 2021년 말에 개최된 일본 이화학연구소(RIKEN)의 RIBF 희귀 동위원소 가속기 물리자문위원회(PAC)는 IDATEN 국제공동연구진이 제출한 가속기 빔을 사용한 검출기 시험 제안서를 승인하였다. 이후 약 2년 이상의 준비기간을 거쳐 COVID19 전염병 기간이 끝나며 국가 간 여행이 완전히 자유로워진 2024년 6월 말에 RIBF가 제공하는 중이온 빔을 이용해 IDATEN 검출기의 성능시험을 성공적으로 실시하였다(그림 3). 비록 이틀에 채 미치지 못하는 짧은 기간이었지만, 이 실험을 통해 IDATEN 검출기와 데이터 취득 전자장치가 완벽하게 작동할 뿐만 아니라, 아직 특성이 거의 알려지지 않은 94,96Pd, 94Ru 등과 같은 희귀 핵들도 생성되었음을 발견하였다(그림 4). 현재 시운전 기간 동안 측정한 희귀 핵들의 특성을 두 명의 고려대 대학원생들이 박사학위 논문을 위해 분석하는 중이다.

Fig. 4. Identification of rare isotopes detected with IDATEN detector.
세계 최대의 LaBr3(Ce) 검출기 시스템인 IDATEN은 희귀 핵으로부터 붕괴하는 감마선의 비행시간을 200 ps(ps은 10‒12초) 이하의 매우 뛰어난 시간분해능으로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다. 따라서 현재 IDATEN 시스템을 이용해 다양한 핵의 형태와 내부 구조 변화를 연구하려는 노력이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한 예로 2022년과 2023년에 개최된 RIBF PAC에서는 IDATEN 시스템을 이용해 여러 희귀한 핵들의 들뜬 상태를 연구하려는 총 9개의 실험 제안서가 승인되었다. 승인된 RIBF 빔 이용 시간은 총 50일에 이르는데, 이는 1년 동안 가동 시간이 3 ‒ 4개월에 지나지 않는 RIBF 가속기의 현실을 고려할 때 획기적인 지원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승인된 9개의 실험 제안서 가운데 기초과학연구원(IBS)의 희귀핵연구단(CENS) 소속 연구자가 대표자 또는 부대표자인 실험 제안서도 5개나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은 우리나라 핵물리 연구의 희망적인 전망을 보여준다.
현재 PAC에 의해 승인된 IDATEN 실험들은 2025년 하반기부터 순차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이를 위해 희귀핵연구단과 고려대 홍병식 교수 연구실은 공동으로 검출기 지지대 제작 및 설치 완성, 시뮬레이션을 위한 소프트웨어 제작, 신호처리 시스템 개선 등 여러 핵심 기술 개발에 노력하는 중이다. 특히 원활한 실험 준비와 진행을 위해 RIBF 현지 연구자와의 긴밀한 협력도 진행하고 있다.
기본 대칭성의 연구
표준모형은 현재 우주의 거의 대부분을 설명하는 성공적인 이론이다. 쿼크, 렙톤 등의 기본입자들의 상호작용 가운데 약한 상호작용은 모든 입자에 작용한다. 특히 쿼크들 사이에서는 섞임이 일어나는데, 이를 설명하는 것이 Cabibbo-Kobayashi-Maskawa (CKM) 행렬이며, 이 이론은 2008년에 고바야시와 마스카와에게 노벨상의 영광을 안겨주기도 하였다. 약한상호작용은 기본입자들 사이의 변환을 주는 상호작용으로 예를 들어 중성자는 약 900초의 반감기를 가지고 양성자로 베타붕괴한다. 이를 중성자를 이루는 쿼크 수준에서 바라보면 중성자를 이루는 세 개의 쿼크, udd, 가운데 한 개의 d 쿼크가 약한 상호작용을 통하여 u 쿼크로 변하여 쿼크 구성이 uud로 되면서 양성자로 변하는 과정이다.(물론 이때 전하 보존을 위하여 전자 1개, 그리고 렙톤수 보존이라는 법칙을 만족하기 위하여 반중성미자 1개도 만들어진다) 자연계가 복잡하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한 것이 약한 상호작용을 통하여 s 쿼크 또는 b 쿼크도 u 쿼크로 변환될 수 있는데 이때 각각의 상대적인 강도를 정하는 것이 CKM 행렬이며 다음과 같이 표현할 수 있다.
\[{\pmatrix{d^\prime \\ s^\prime \\ b^\prime }} = {\pmatrix{ V_{ud} & V _{us} & V _{ub} \\ V _{cd} & V _{cs} & V _{cb} \\ V _{td} & V _{ts} & V _{tb}}} {\pmatrix{d\\s\\b}}\]
여기서 좌변은 약한상호작용의 고유상태이며 우변의 질량고유상태는 CKM 행렬에 의하여 서로 섞이게 된다. 중성자의 베타붕괴는 \(\small V_{ud}\)항이 관계하며 Kaon의 베타붕괴는 s 쿼크가 u 쿼크로 변화하는 것으로 \(\small V_{us}\)항이 관계한다. 쉽게 생각하자면 CKM 행렬은 양자역학의 서로 다른 두 기저를 연결해주는 것으로 unitarity를 만족할 것으로 기대하며 표준모형에서도 마찬가지이다.
\[\vert V_{ud} \vert^{2} + \vert V _{us} \vert^{2} + \vert V_{ub} \vert^{2} = 1\]
하지만 현재 실험의 결과에서는 아직도 100% 검증된 것은 아니며 약 2.5σ 정도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표준모형의 확장(Beyond Standard Model)을 설명하는 여러 모델에서 CKM 행렬의 unitarity는 모델 자체에서 원래 성립하지 않을 수도 있고 또 표준모형을 벗어난 새로운 입자 또는 상호작용이 있어 낮은 에너지에서 쿼크 섞임현상을 수정한다면 깨어진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추가적으로 벡터 성질을 가지는 쿼크 또는 4세대 새로운 쿼크와 같이 더 무거운 쿼크가 존재한다면 현재 우리가 관찰하는 3×3 CKM 행렬은 원래는 더 차원이 높은, unitary 행렬의 한 부분에 해당하게 되어 3×3 CKM 행렬만으로는 unitarity가 성립하지 않을 수 있다.
게다가 pseudoscalar mediators가 존재한다면 CKM 행렬의 unitarity를 깰 수 있다. 그 입자들이 약한상호작용에는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더라도 그들과 쿼크와의 상호작용(특히 flavor를 보존하지 않는다면)은 CKM 행렬을 실험적으로 측정할 때 사용되는 베타붕괴의 amplitude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어 간접적으로 CKM 행렬의 unitarity를 깰 수도 있다.
위의 세 값 가운데 가장 큰 것은 \(\small V_{ud}\)(~0.974)로서 unitarity 검증에서 비중이 높다. \(\small V_{ud}\)의 측정은 원자핵의 베타붕괴에서 측정이 가능한데, 베타붕괴 가운데 초기상태와 최종상태의 스핀-패리티가 모두 0+인 super-allowed 베타붕괴의 강도에서 끌어 내는 것이 매우 용이하다. 이와 관련하여 현재 본 연구실에서 수행하고 있는 실험에 대하여 간단히 소개하고자 한다.
Super-allowed 베타붕괴에서 사용하는 여러 핵종들이 있지만 10C 동위원소는 측정 방법이 간단함에도 불구하고 지난 30년간 단 3번의 측정이 있었을 뿐이며 각 측정마다 나름대로의 장단점이 있어서 아직도 그 오차가 큰 편이다. 또한 베타붕괴 측정에 사용된 핵종 가운데 가장 가벼운 것으로 원자번호에 따라 나타날 수 있는 미약한 신호를 잡는 데도 유리하다.
10C은 바닥상태가 0+이며 베타붕괴로 10B으로 변환하는데 이때 10B의 에너지 준위 가운데 0+ 또는 1+ 상태로 붕괴가 가능하다. 평균적으로 약 98.5%의 베타붕괴는 1+ 상태로 일어나며 단지 1.5% 정도 만이 0+로 붕괴한다(그림 5).

Fig. 5. Level scheme of the excited states of 10B and the beta decay from 10C. Considering the angular momentum conservation and released energy during the beta decay, the most prominent beta decay occurs to the first 1+ excited state and a small fraction of about 1.5% happens to the 0+ excited state. The experiment tries to measure the exact fraction of this 0+ → 0+ transition, which is called super-allowed beta transition.
\(\small V_{ud}\) 측정에 필요한 베타붕괴는 0+에서 0+로 붕괴하는 super-allowed 베타붕괴이므로 10C의 베타붕괴 가운데 약 1.5%의 0+ → 0+ 붕괴의 강도를 측정하는 것이 실험의 관건이다. 10C의 수명은 19.3052(71)초로 잘 알려져 있으므로 0+ → 0+ 붕괴의 갈래비 1.5%를 정밀측정하면 super-allowed 베타붕괴의 강도를 측정할 수 있다. 위의 붕괴과정을 살펴보면 0+ → 0+ 베타붕괴가 일어나면 10B은 들뜬상태에서 바닥상태로 천이할 때 1021.7 keV의 감마선을 방출한다. 하지만 0+ → 1+ 베타붕괴의 경우에는 718.4 keV의 감마선만을 방출한다. 물론 0+ → 0+ 베타붕괴에서는 1021.7 keV의 감마선을 방출하고서 바로 718.7 keV의 감마선을 방출하므로 요약하면 718.4 keV의 감마선은 모든 베타붕괴에, 그리고 1021.7 keV의 감마선은 0+ → 0+ 베타붕괴에 해당하여 실험에서 10C를 생성하고 각각의 감마선의 개수를 측정하면 그 비율이 바로 0+ → 0+ 베타붕괴의 갈래비(약 1.5%)가 된다. 다만 감마선 검출에 사용하는 검출기가 감마선의 에너지에 따라 효율이 달라지므로 두 감마선의 에너지에 대한 검출기의 효율을 보정해 주어야 한다. 뒤에 기술하겠지만 본 연구에서 재미있는 점은 검출기의 효율 또한 동일한 실험에서 측정할 수 있어 그야말로 self-contained 측정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10C은 자연계에는 존재하지 않으므로 우선 10C을 만드는 것이 필요한데, 10B 표적에 양성자를 충돌시켜 입사한 양성자는 핵에 남고 중성자를 방출하는 (p,n) 핵반응을 이용하면 10C을 만들 수 있다. 실험은 이탈리아 Legnaro 연구소에서 진행되었는데 탄뎀가속기의 8 MeV 양성자 빔을 Boron 표적에 충돌시켜 10C을 생성하여 베타붕괴 후 방출되는 1022 keV 및 718 keV 감마선의 개수를 측정하였다.

Fig. 6. It is possible to populate the second 1+ excited state of 10B using the inelastic scattering of the proton on 10B, 10B(p,p')10B reaction. In this case, the cascade transitions occur to the lower excited states. By tagging the first transition of 414 keV gamma ray, it is possible to guarantee the subsequent two transitions of 1022 keV and 718 keV gamma rays in the exact equal numbers, which can be used to evaluate the relative efficiencies of the gamma ray detector system.
한편, 감마선 검출기의 효율은 같은 실험에서 10B 원자핵과 양성자의 비탄성 산란에서 10B 원자핵이 들뜬 상태로 갈 수 있는데 오른쪽의 그림과 같이 2154 keV 들뜬상태가 만들어지면 414 keV 감마선을 방출하며 0+ 들뜬상태로 바뀐 다음 베타붕괴에서처럼 1022 keV 감마선과 718 keV 감마선을 순차적으로 방출한다(그림 6). 따라서 414 keV 감마선과 동시사건(coincidence)으로 측정되는 1022 keV 감마선과 718 keV 감마선의 개수는 원리적으로 같아야 하므로 실제 측정된 감마선 개수의 비율로부터 서로 다른 감마선 에너지에 대한 검출기 효율의 상대적 비율을 구할 수 있다. 위의 두 측정결과를 결합하면 다른 systematic 효과는 모두 상쇄되어 10C의 0+ → 0+ super-allowed 베타붕괴의 갈래비를 정밀 측정할 수 있다.
서울대학교 그룹은 이탈리아의 파도바 대학, Legnaro 연구소, 국내의 기초과학연구원 희귀핵연구단 등과의 공동연구를 통하여 2023년에 1차 실험을 수행하였고, 2025년 7월 ‒ 8월에는 2차 실험을 통하여 충분한 양의 데이터를 획득할 수 있었다. 현재는 감마선 검출기 보정 등 데이터 분석에 필요한 사전 작업을 진행 중이며 곧 본격적인 데이터 분석에 들어갈 예정이다.
맺음말
국내 대학(고려대학교 및 서울대학교)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희귀동위원소를 이용한 여러 가지 연구 가운데 일부에 대하여 간략히 살펴보았다. SUPER 실험이 원자핵의 상호 충돌에서 생성되는 파이온을 관찰하는, 전통적인 핵물리학 분야라고 한다면 IDATEN 실험은 희귀동위원소들의 내부 구조를 연구하는, 최근에 대두된 RI 핵물리학이라고 할 수 있으며, 마지막에 소개된 실험은 CKM 행렬의 unitarity를 측정하는 것으로 입자물리학에서 다루는 기본대칭성의 연구와 맥을 함께 하고 있다. 지면 관계상 자세히 다룰 수 없었지만 RI 핵물리학은 핵물리학분야를 넘어 광범위한 분야로 확대되고 있으며 국내의 중이온가속기에서도 통상의 스펙트로메타 이외에도 Co-linear Laser Spectroscopy (CLS)를 이용한 동위원소의 원자스펙트럼의 정밀측정, Multiple-Reflection Time of Flight (MR-TOF)를 이용한 동위원소 질량의 정밀측정 등 종합적인 연구가 가능하도록 실험시설을 갖추고 있다. 지금까지는 국내 대학들이 주로 해외 가속기 시설을 이용한 연구를 진행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었다면 중이온가속기 연구소의 완공과 가동을 통하여 국내에서도 RI 핵물리학분야의 활발한 연구가 진행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 논문은 2025년도 정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재원으로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연구임(No. RS-2024-00436392).
- 각주
- 1)J. K. Ahn, Subthreshold Pion Production in 12C+12C Collisions at 25 to 80 MeV/nucleon, Proposal E610 for 89th RCNP B-PAC, June 19 (2025).
- 2)Y. J. Kim and J. K. Ahn, Measurement of Bremsstrahlung Photons in 40Ar+A Collisions at 18 MeV/nucleon, Proposal for RAON Technical Beam Time, August (2025).
- 3)J. K. Ahn, Beam Commissioning of the Prototype SUPER CsI(Tl) Array with a Triggerless DAQ System, Proposal RARIS-2024-#3068, August 8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