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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창

고등과학원(KIAS)의 30년 발자취와 미래를 향한 도약

작성자 : 노태원 ㅣ 등록일 : 2025-09-12 ㅣ 조회수 : 17

캡션노 태 원
고등과학원 원장

2026년, 고등과학원(KIAS)이 설립 30주년을 맞이합니다. KIAS는 1996년, 한국의 기초과학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새로운 시도로 문을 열었습니다. 미국 프린스턴 고등연구소(IAS)를 벤치마킹하여, 이론 기초과학 연구자들이 행정 및 교육 부담 없이 자유롭게 연구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자 했습니다. 당시 국내에는 이러한 연구 환경이 전무했습니다.

설립 초기에는 수학, 물리학 분야의 교수 및 연구원 6명으로 시작했으나, 2003년 계산과학부 신설을 통해 3개 학부 체제를 갖추게 되었습니다. 현재는 석학 교수 9명, 전임 교수 26명, 연구교수 2명, 130여 명의 박사후 연구원과 행정 인력을 포함해 총 200명이 넘는 규모로 성장했습니다.

고등과학원은 수학, 물리학, 계산과학 세 분야에서 세계적 수준의 연구를 수행하며, 우리나라 이론 기초과학을 대표하는 기관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특히 2022년 필즈상 수상자인 허준이 교수를 비롯해, 1994년 필즈상 수상자인 에핌 젤마노프(Efim Zelmanov) 교수, 2019년 디랙(Dirac) 메달 수상자인 데이비드 무카노프(David Mukhanov) 교수, 2016년 호암상 수상자인 김명식 교수 등 저명한 석학들이 이곳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KIAS는 학부 간 협력을 증진하기 위해 5개의 연구센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양자우주연구센터, AI 기초과학센터, 거대수치계산연구센터, 그리고 허준이수학난제연구소 등이 그 예입니다. 또한, ‘초학제 프로그램’이라는 독창적인 시도를 통해 과학, 철학, 역사, 예술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사유 방식을 공유하고 창의적인 연구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물리학 분야에서는, 10명의 소수 정예 교수진을 중심으로 끈이론, 양자장론, 우주론, 통계물리, 응집물질 이론 등에서 의미 있는 연구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KIAS를 거쳐 간 물리학 분야의 박사후 연구원들은 300명에 달하고 있으며, 그들은 국내외 유수 대학과 연구소로 진출하여 차세대 물리학을 이끌고 있습니다. 이러한 성장에는 한국물리학회 회원 여러분의 도움과 협력이 큰 힘이 되었습니다.

고등과학원은 활발한 학문 교류를 통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연구 허브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연간 100회 이상 가까운 학술행사가 열리며, 학회 참가자를 포함하여 매년 8,000명 이상의 연구자가 KIAS를 방문합니다. 특히 물리학 분야에서는 40여 개의 국내외 학회와 스쿨이 열리고, 70여 명의 방문 연구자가 안식년 또는 단기 체류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KIAS의 대표적인 국제 프로그램 중 하나는 KIAS Scholar 제도입니다. 현재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의 데이비드 통(David Tong) 교수, 스페인 바르셀로나 대학의 알렉스 포말롤(Alex Pomarol) 교수, 일본 유가와연구소의 아쓰시 타루야(Atsushi Taruya) 교수 등 물리학 분야에서 5명의 KIAS Scholar가 활동하고 있습니다. KIAS Scholar에게는 1~3개월의 거주 공간, 체류비, 연구비가 제공되며, 이들은 자체적으로 국제학회를 개최하고 국내외 연구자들과 국제 네트워크를 확대할 기회를 얻게 됩니다. 앞으로 KIAS Scholar 수를 늘리고 국제적인 허브로서의 역할을 더욱 강화해 세계 석학들과 한국 물리학계의 협력 체계를 한층 공고히 할 계획입니다.

급변하는 현대 사회에서는 빠른 기술 발전과 산업화의 그늘에 가려 기초과학의 본질과 중요성이 종종 간과되곤 합니다. 그러나 KIAS는 ‘기초과학의 근본적 질문에 도전하는 세계적 연구 기관’이라는 설립 이념을 지키며, 사유의 깊이를 다시금 되새기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30년은 우리나라 과학기술계가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서 새로운 길을 개척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입니다. KIAS 또한, 발견 과학을 통해 국제학계를 선도하는 연구 기관으로 도약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도전해 나갈 것입니다.

이러한 도약은 KIAS 혼자만의 힘으로는 불가능합니다. 한국물리학회를 비롯한 국내 과학기술 공동체의 협력이 절실합니다. KIAS가 더욱 열린 자세로 연구자들과 협력하고 과학 대중화에도 기여할 수 있도록 여러분의 참여와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KIAS는 더 넓은 세계를 향한 한국 물리학의 집, Home입니다. 이 집의 문은 늘 열려 있으며, 그 안에서 새로운 생각과 가능성이 자라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다음 세대를 위한 깊고 넓은 학문적인 토대를 여러분과 함께 만들어가기를 소망합니다.

기초과학을 선도하는 한국물리학회의 무궁한 발전을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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