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YSICS PLAZA
물리 이야기
중력 연구 에세이 상
작성자 : 이강영 ㅣ 등록일 : 2025-10-26 ㅣ 조회수 : 101
이강영 교수는 서울대학교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KAIST에서 입자물리학 이론을 전공해서 석사 및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경상국립대학교 물리교육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입자물리학을 연구하고 있다. 저서로 <스핀>, <불멸의 원자>, <보이지 않는 세계> 등이 있다. (kylee.phys@gnu.ac.kr)
“중력연구재단(Gravity Research Foundation)”1)이 시상하는 올해의 중력 연구 에세이 어워드에서, NORDITA(노르딕 이론물리학연구소, The Nordic Institute for Theoretical Physics)의 스리나스 마니칸든(Sreekanth K. Manikandan)과 2004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MIT의 프랭크 윌첵(Frank Anthony Wilczek)이 <중력 복사에서 양자 구조 조사하기(Probing Quantum Structure in Gravitational Radiation)>라는 논문2)으로 1등 상을 차지하고 4,000달러의 상금을 받았다. 이 상은 중력에 관련된 연구에 관해 쓴 글에 대해 1등부터 5등까지를 선정해서 각각 4,000달러, 700달러, 600달러, 500달러, 400달러의 상금을 수여하고(2025년 현재), 수상작들은 물리학 저널인 International Journal of Modern Physics D 2025년 10월호의 Special Issue로 발행된다.

사진 1. 중력 연구 재단 홈페이지.
중력 연구 재단은 MIT 출신의 성공한 사업가이자 투자자인 로저 밥슨(Roger Ward Babson, 1875‒1967)이 1949년 창립한 재단이다. 밥슨이 중력에 사로잡히게 된 것은 어린 시절에 그의 누나가 근처의 강물에 빠져 죽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는 자신의 에세이 “중력-우리의 적 No.1(Gravity-Our Enemy No.1)”에 “누나는 중력과 싸울 수 없었다. 중력은 드래곤처럼 나타나서 누나를 붙잡고 바닥으로 끌어내렸다”라고 썼다. 그는 또한 대학 시절의 토목 공학 수업에서 스웨인(George Fillmore Swain, 1857‒1931) 교수가 주식 차트를 이용해서 뉴턴 법칙의 작용과 반작용을 설명하는 데 흥미를 느꼈다. 밥슨은 이 수업에서 얻은 아이디어를 발전시켜서, 작용-반작용 법칙과 만유인력의 법칙 등 뉴턴 법칙에 기반한 나름의 투자 이론을 세우고 이를 통해 여러 차례 큰돈을 벌었다. 예를 들어, 강력한 상승 작용이 있었으니 이제는 심각한 하강 반작용이 뒤따를 것이라는, “오르는 것은 반드시 내려온다”는 법칙, 그리고 “주식 시장은 자체의 무게로 인해 무너질 것”이라는 원리 등이다. 물리학을 하는 사람으로서는 효능을 이해하기 어려운 주장이지만, 어쨌든 그는 1929년 주식시장 대폭락을 예측하는 등 큰 성공을 거두었다.
 사진 2. 뉴 보스턴에 있는 밥슨 기념비.
사진 2. 뉴 보스턴에 있는 밥슨 기념비.밥슨은 중력 연구에 관한 자신의 열정을 어떻게 발현할지 측근인 라이드아웃(George M. Rideout)과 상의했고, 그 결과로 중력 연구를 장려하는 재단을 만들어서 연구에 대해 상을 제정하기로 했다. 이 정도만 해도 그가 괴짜라고 하는 데 부족함이 없는데, 사실 실제로는 훨씬 더 괴상했던 모양이다. 그는 냉전 초기에 핵전쟁을 진지하게 걱정했고, 그래서 재단의 위치는 그 나름의 이유로 북미에서 핵전쟁에 대해 가장 안전한 도시라고 생각한 뉴 보스턴에 자리잡게 되었다. 재단 설립 초기에는 매년 여름에 1주일가량 재단에서 회의를 열었는데, 냉동식품 사업으로 유명한 클래런스 버즈아이(Clarence Birdseye)와 헬리콥터 발명가인 이고르 시코르스키(Igor Sikorsky) 등이 참석했고 회의에서 참가자들은 ‘중력을 상쇄하기 위해’ 발을 머리보다 높게 두도록 만든 의자에 앉았다고 한다.
에세이에 대해서도, 원래 밥슨이 생각했던 중력 연구는 물리학자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좀 달랐다. 우선 그는 누나의 일로, 중력에 대해서 적개심과 호기심이 교차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과학자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사업가였다. 따라서 그의 목적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누나를 죽인 중력에 복수하는 것, 다른 하나는 중력으로 돈을 벌 것, 즉 중력을 이기고, 그로 인해 돈을 버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가 재단을 설립하고 상을 만들었을 때 에세이의 주제는 그의 목표를 위해 ‘반중력을 개발하는 것’이었다. 즉 반중력 장치, 중력 절연체, 중력 반사경, 중력 흡수체 등에 대한 제안에 대해 상을 수여할 예정이었다.
재단이 설립된 1949년은 중력 연구가 그다지 인기 없던 시절이었다. 거기다 주제가 대부분의 물리학자라면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을 내용이다 보니, 처음에는 제대로 된 과학자들이 관심을 두지 않았다. 분위기가 바뀐 것은 1953년에 촉망받는 신진 중력 연구자인 드위트(Bryce Seligman DeWitt, 1923‒2004)가 1등을 수상하면서부터다. 물론 드위트는 반중력을 개발한 게 아니라 <중력 이론 연구의 새로운 방향(New Directions for Research in the Theory of Gravitation)>이라는 글을 썼다.3) 그런데 과학자들이 이 글에 관심을 보이자 밥슨은 상황을 잘 판단하고는, 반중력을 포기하고 에세이의 주제를 중력 연구 일반으로 바꾸었고, 상은 오늘날의 모습으로 변모했다. 드위트가 당시 과학자들이 거들떠보지 않던 이 상에 응모한 것은 새로 연구원 자리를 얻어 이사하면서 집값을 내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그 이후 1960년대 중력과 일반 상대성 이론 연구의 르네상스가 일어났고, 이 상은 제법 인기를 끌게 되어서, 훌륭한 중력 연구자들도 많이 참여하게 되었다. 그 동안의 수상자들을 보면, 1등을 받은 사람만 해도 올해 수상자인 윌첵을 비롯해서 엇후프트(Gerardus ’t Hooft, 1946‒), 펜로즈(Roger Penrose, 1931‒), 엥글레르(François Englert, 1932‒), 스무트(George Fitzgerald Smoot III, 1945‒) 등의 노벨상 수상자와 호킹(Stephen W. Hawking, 1942‒2018), 베켄슈타인(Jacob D. Bekenstein, 1947‒2015), 엘리스(John Ellis, 1946‒), 호로비츠(Gary T. Horowitz, 1955‒), 스타인하르트(Paul J. Steinhardt, 1952‒) 등 쟁쟁한 인물들이 많다. 1960년대에 보면 호킹은 거의 매년 순위 어딘가에 있는 걸 볼 수 있다. 중력 연구자인 박무인 교수가 알려준 바로는4) 블랙홀에서의 호킹 복사를 설명하는 논문도 본 논문이 완성되기 전에 여기에 먼저 제출되었다고 한다. 1974년 3등 논문이다.5) 한국인 수상자는 고등과학원의 이기명 교수가 1992년에 나이어(V. P. Nair), 와인버그(Erick J. Weinberg) 등과 함께 쓴 논문으로 2등을 한 것이 유일하다.6)
1967년에 밥슨이 사망한 후 재단은 뉴 보스턴에서 철수하고 다른 외부 활동은 하지 않으며, 이 상만 운영하고 있다. 현재 재단을 운영하는 사람은 라이드아웃의 아들인 라이드아웃 주니어(George Rideout Jr.)다. 내가 몇 년 전에 본 것과 비교해보니, 1등 상금은 4,000달러 그대로인데, 2등에서 5등까지의 상금은 좀 줄었다.
- 각주
- 1)https://www.gravityresearchfoundation.org/.
- 2)Sreenath K. Manikandan and Frank Wilczek, Probing Quantum Structure in Gravitational Radiation, e-Print: 2505.11407 [gr-qc].
- 3)Bryce S. DeWitt, New Directions for Research in the Theory of Gravitation, https://static1.squarespace.com/static/5852e579be659442a01f27b8/t/5873da88ebbd1a717d9332d0/1483987596740/dewitt.pdf.
- 4)Mu-In Park, Private communication.
- 5)S. Hawking, Black Holes aren’t black, https://static1.squarespace.com/static/5852e579be659442a01f27b8/t/5873cdc7893fc0b1a0868822/1483984328777/hawking.pdf.
- 6)Kimyeong Lee, V. P. Nair and Erick J. Weinberg, The Fate of Magnetically Charged Black Holes, https://static1.squarespace.com/static/5852e579be659442a01f27b8/t/586fcc498419c2130fdb7393/1483721802089/lee_nair_weinberg.pdf.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