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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스핀트로닉스, 오비트로닉스, 그리고 그 너머

고체 준입자 궤도 각운동량: 실험 고찰

작성자 : 박병국·이경진·최경민·황찬용·김창수 ㅣ 등록일 : 2025-10-26 ㅣ 조회수 : 150 ㅣ DOI : 10.3938/PhiT.34.029

저자약력

박병국 교수는 2003년 한국과학기술원에서 재료과학으로 공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이후 2003년부터 2006년까지 네덜란드 트웬테 대학 MESA 연구소에서 박사후 연구원으로, 2006년부터 2011년까지 영국 케임브리지 히타치 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한 후, 2011년부터는 한국과학기술원 신소재공학과에서 교수로 재직 중이다. 스핀트로닉스 소재와 소자를 기반으로 미래 컴퓨팅 응용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bgpark@kaist.ac.kr)

이경진 교수는 2000년 한국과학기술원에서 재료과학으로 공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이후 2000년부터 2005년까지 삼성종합기술원 연구원으로, 2005년부터 2020년까지 고려대학교 신소재공학과 교수로 근무 후, 2020년부터는 한국과학기술원 물리학과에서 교수로 재직 중이다. 스핀트로닉스 이론을 연구하고 있다. (kjlee@kaist.ac.kr)

최경민 교수는 2015년 미국 일리노이 주립대에서 재료과학으로 공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고, 2015년부터 한국과학기술연구원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한 후, 2017년부터 성균관대 에너지과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자기-광 커 현미경을 이용하여 스핀트로닉스 및 자기메모리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gmchoi@skku.edu)

황찬용 박사는 1990년 미국 위스콘신 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후, 1991년부터 현재까지 한국표준과학연구원에 재직 중이다. 현재 스핀물성 측정기술, p-bit 소자, 양자물질, 양자 스커미온 등의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cyhwang@kriss.re.kr)

김창수 박사는 2013년 KAIST 물리학과에서 실험 응집물질물리로 이학박사 학위를 취득하였고, 2020년부터 한국표준과학연구원에서 선임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다. 응집물질 준입자의 저에너지 동역학 현상들에 관심을 두고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changsoo.kim@kriss.re.kr)

Orbital Momentum of Quasiparticles in Solids: Experimental Aspects

Byong-Guk PARK, Kyung-Jin LEE, Gyung-Min CHOI, Chanyong HWANG and Changsoo KIM

Several experiments on the orbital angular momentum of electrons have been reported in recent years. Among them, a phenomenon that has attracted significant attention is the Orbital Hall Effect(OHE), which generates the transverse flow of orbital angular momentum in response to an external electric field. Recent experiments have explored OHE through both optical and electrical approaches. Magneto-optical Kerr effect (MOKE) microscopy detects orbital polarization in light metals such as Ti, Cr, and V, confirming that orbital angular momentum can be probed directly. Electrically, OHE generates orbital torque in FM/NM bilayers, with intrinsic orbital Hall conductivity predicted to exceed spin Hall conductivity by over an order of magnitude. Orbital torque has enabled efficient magnetization switching with reduced current and power, positioning OHE as a promising driver of CMOS-compatible spintronics.

전자의 궤도 각운동량에 대한 실험들이 근래에 여러 편 보고되었다. 특히 많은 관심을 받았던 현상이 오비탈 홀 효과(Orbital Hall Effect, OHE)로서 이 효과는 소재에 전기장을 가했을 때 전자의 궤도 각운동량이 횡방향으로 이동하는 현상이다. OHE에 대한 이론적 제안들1)2)3)에 뒤이어, 최근 이에 대한 실험적인 측정이 활발히 진행 중이다. OHE에 대한 실험적 측정은 크게 궤도 각운동량 축적(orbital accumulation)의 광학적 측정과 궤도 각운동량 주입이 자성체에 발생시키는 오비탈 토크4)의 전기적 측정으로 나눌 수 있다. 본 절에서는 전자 궤도 각운동량의 광학적, 전기적 측정을 함께 다루었다. 또한 포논의 각운동량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면서 실험 측면에서 많은 진전이 있었다. 관련된 최근 실험 결과들을 고찰한다.

들어가며

고체의 들뜸을 기술하는 준입자(quasiparticles or collective excitations)들이 내재적 각운동량인 스핀 각운동량 외에 궤도 각운동량을 가진다는 것이 실험을 통해서 확인되고 있다. 또한 이런 준입자 궤도 각운동량이 물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이 글에서는 전자의 궤도 각운동량과 포논의 각운동량에 대한 최근 실험 결과들을 소개한다.

오비탈 홀 효과의 광학적 측정

빛의 각운동량은 고체 내 전자의 각운동량과 상호작용을 한다. 이로 인하여 강자성체 물질에 반사된 빛의 편광이 회전하는 현상을 자기-광 커 효과(magneto-optical Kerr effect)라고 하며 자성체의 이력곡선 및 도메인 구조를 관측하는 데 응용되었다.5) 자기-광 커 효과의 측정 민감도를 향상시키면 비자성 물질의 비평형 자화 측정에도 적용할 수 있다. 비자성 물질에 외부 전기장이 인가되면 스핀 홀 효과(spin Hall effect) 및 라시바-에델스테인 효과(Rashba-Edelstein effect)에 의해 스핀 각운동량의 분극이 발생한다.6) 스핀 분극은 전하의 분극을 수반하지 않기 때문에 일반적인 전기적 측정이 어렵지만 광학적 측정법인 자기-광 커 효과는 각운동량을 측정하므로 스핀 분극 측정에 적용이 가능하다.

Fig. 1. (a) Current-driven spin polarization in InAs quantum well. (b) Spatial distribution of spin accumulation driven by the spin Hall effect. (c) Spatial distribution of spin accumulation driven by Rashba-Edelstein effect. Figures from Ref. [8].
Fig. 1. (a) Current-driven spin polarization in InAs quantum well. (b) Spatial distribution of spin accumulation driven by the spin Hall effect. (c) Spatial distribution of spin accumulation driven by Rashba-Edelstein effect. Figures from Ref. [8].

비평형 스핀 분극 현상은 반도체 물질에서 먼저 연구되었다. 갈륨비소(GaAs)에 전류를 인가하였을 때 전류의 수직 방향으로 전자 스핀 분극이 일어나는 것을 자기-광 커 효과로 규명하였다.7) 인듐비소(InAs) 기반의 반도체 양자점 구조에서는 라시바-에델스테인 효과에 의한 스핀 분극도 자기-광 커 효과로 관측되었고(그림 1), 스핀 홀 효과와 라시바-에델스테인 효과의 차이점으로서 생성된 스핀 분극의 공간적 분포 및 분극 방향이 제시되었다.8) 금속 물질에서는 스핀-궤도 결합(spin-orbit coupling)이 큰 중금속 백금(Pt)에서 스핀 홀 효과에 의한 스핀 분극이 보고되었다.9)

Fig. 2. (a) Current-driven orbital polarization in light metal Ti. (b) Spatial distribution of orbital polarization of out-of-plane (P) and in-plane (L). (c) The Ti thickness dependence of orbital accumulation and fitting with an orbital diffusion length. Figures from Ref. [10].
Fig. 2. (a) Current-driven orbital polarization in light metal Ti. (b) Spatial distribution of orbital polarization of out-of-plane (P) and in-plane (L). (c) The Ti thickness dependence of orbital accumulation and fitting with an orbital diffusion length. Figures from Ref. [10].

전자의 각운동량은 스핀과 오비탈로 구분된다. 최근의 이론적 연구를 통하여 외부 전기장에 의한 오비탈 분극 현상인 오비탈 홀 효과(orbital Hall effect)가 제시되었다.1)2)3) 특히, 스핀-궤도 결합이 작은 경금속에서는 스핀 홀 효과는 크게 억제되지만 오비탈 홀 효과는 클 것으로 기대되었다. 이를 실험적으로 증명하기 위하여 고정밀 자기-광 커 현미경이 적용되었고, 경금속인 타이타늄(Ti), 크롬(Cr), 바나듐(V) 등에서 오비탈 홀 효과로 인한 오비탈 분극이 관측되었다(그림 2).10)11)12) 이러한 연구를 통하여 광학적 측정법인 자기-광 커 효과는 전자의 각운동량인 스핀과 오비탈의 생성 및 분포를 직접 관측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더 나아가 스핀과 오비탈 사이의 변환 과정 그리고 시간 분해능 측정을 통한 동역학 연구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오비탈 홀 효과의 전기적 측정

오비탈 홀 효과는 스핀 홀 효과와 유사하게 표면에 궤도 각운동량을 축적하여 인접한 강자성체(FM)의 자화에 토크, 즉 오비탈 토크를 발생시킬 수 있다.4) 특히, 내재적 오비탈 홀 전도도(intrinsic orbital Hall conductivity)는 상당수 금속에서 스핀 홀 전도도보다 10배 가량 크며, 스핀–궤도 상호작용이 약한 값싼 경량 원소에서도 보편적으로 나타난다고 예측되었다.13) 이에 근거하여 오비탈 토크를 활용하여 스핀트로닉스 소자의 자화 스위칭 효율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로 이 분야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오비탈 토크의 측정은 기존의 스핀-궤도 토크와 동일한 방식으로 진행된다. 보통 강자성체/비자성체(FM/NM) 이중층에 대한 실험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 구조에 면내 전하전류를 주입하여 FM의 자화가 보이는 반응을 두 가지 토크 성분인 field-like 토크와 damping-like 토크로 분석하며, 특히 스핀궤도결합이 약한 NM을 사용하여 얻어진 damping-like 토크를 오비탈 토크로 간주한다.14)15)

초기의 연구는 이론적으로 예측된 오비탈 홀 효과를 실험적 검증하는데 집중되었으나, 최근에는 오비탈 토크가 스핀 홀 효과 기반의 스핀–궤도 토크(Spin-orbit torque, SOT)보다 더 높은 자화 스위칭 효율을 보인다는 결과들이 보고되고 있다. 예를 들면, 독일 Mainz 대학 Kläui 교수 연구팀은 OHE를 나타내는 경금속 물질(Ru, Nb, Cr) 위에 수직 자기이방성을 갖는 [Co/Ni]3 FM을 적층하고, 전류 인가에 따른 스위칭 특성을 조사하였다. 이때 오비탈 전류를 스핀 전류로 변환하기 위해 1.5 nm 두께의 Pt 층을 계면에 삽입하였다. 250개 이상의 소자를 측정한 결과, Ru 층을 가진 샘플에서 스핀홀 물질로 대표적인 Pt 샘플 대비 약 20% 낮은 스위칭 전류와 60% 이상 감소된 스위칭 전력을 확인하였다.16) 중국 Tiangong 대학 연구팀은 또 다른 경금속인 Zr에 [Co/Pt]3 수직자화를 적층한 소자에서 약 2.6✖106 A/cm2의 스위칭 전류 밀도로 자화 스위칭 거동을 보여 주었으며, 이는 스핀 홀 물질인 W보다 우수한 성능을 보여주었다.17) 또한, 일본 Keio 대학 Ando 교수 그룹은 Ta/Pt/ TmIG 이종구조에서 오비탈 토크에 의한 스위칭 효율 향상을 보고하였다. 이 구조에서는 Ta을 오비탈 전류 소스로, Pt 층은 오비탈-스핀 전환층으로 사용하였으며, 그 결과 Ta/Pt/TmIG 삼층 구조의 토크 발생 효율은 Pt/TmIG 이층 구조 대비 10배 이상 향상되었다.18)

Fig. 3. (a), (b) Schematics of orbital-current (JO)-induced torque (OT) in (a) Ti/Ta/CoFeB and (b) Ti/Pt/CoFeB structures. (c) Schematic of conventional spin-current (JS)-induced spin-orbit-torque (SOT) in the Ta/CoFeB reference structure. (d,e) The nonmagnet thickness (tNM) dependence of (d) switching current density (JSW) and (e) switching efficiency (ξSW). Adapted from Ref. [19].
Fig. 3. (a), (b) Schematics of orbital-current (JO)-induced torque (OT) in (a) Ti/Ta/CoFeB and (b) Ti/Pt/CoFeB structures. (c) Schematic of conventional spin-current (JS)-induced spin-orbit-torque (SOT) in the Ta/CoFeB reference structure. (d,e) The nonmagnet thickness (tNM) dependence of (d) switching current density (JSW) and (e) switching efficiency (ξSW). Adapted from Ref. [19].

이와 같은 선행 연구들은 오비탈 토크가 기존의 스핀 토크보다 뛰어난 성능을 구현할 수 있음을 보여주지만, 사용된 자성층이 현재 MRAM 기술에 직접 응용되기에는 한계가 있다. 최근에 스핀트로닉스의 FM 소재로 널리 사용되는 CoFeB 소재에서도 오비탈 토크기반 성능 향상이 보고되었다. 그림 3에서 보여주고 있듯이 Ti/Ta(Pt)/CoFeB/MgO 구조에서 Ti 층에서 생성된 오비탈 전류가 1 nm의 Ta(Pt) 층에서 스핀 전류로 변환되어 CoFeB 층의 수직 자화 스위칭을 유도하였다.19) 그 결과, 오비탈 토크에 의한 스위칭 전류는 Ta/CoFeB/MgO 비교 샘플보다 약 25% 낮았으며, 스위칭 전력은 약 40% 감소되었다. 이는 오비탈 토크가 CMOS 호환성을 갖춘 스핀트로닉스 소자에 응용되어 효과적으로 수직 자화를 전환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이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SOT-MRAM을 비롯한 다양한 소자 응용 가능성을 제시하며, 미래 스핀트로닉스 기술의 발전을 위한 중요한 전기를 마련했다고 할 수 있다.

카이랄 포논의 각운동량 및 가(pseudo)각운동량 증명 실험: 들어가는 말

카이랄성(chirality)은 화학, 생물학, 물리학에 걸쳐 널리 알려진 근본적 개념으로, 거울 대칭에 대해 비중첩성을 지니는 성질을 의미한다. 오래전부터 화학 및 생물학에서는 카이랄 분자의 연구가 진행되었고, 생체 분자 구조와 반응성 이해에 핵심적 역할을 해왔다. 반면, 응집물질물리에서는 최근 들어 원자의 집단적 진동 모드인 포논(phonon)에 카이랄성이 존재할 수 있음이 밝혀졌다. 이러한 카이랄 포논은 각운동량을 지니며, 새로운 상호작용과 물리적 현상을 촉발하는 중요한 연구 주제로 부상하고 있다. 전자 스핀의 각운동량 성격에 대한 증명은 아인슈타인-드 하스(Einstein-de Haas) 효과 실험을 통해 이루어졌다. 강자성을 가진 강체에 자기장을 가하면 자화 모멘트가 한방향으로 나타나면서 강자성을 띤 강체가 회전하는데, 이는 자화모멘트와 강체의 각운동량이 서로 반대방향으로 나타나며 원래 정지되어 있던 총 각운동량 상태가 보존되기 때문이다. 이 실험은 전자 스핀의 각운동량이 곧 강체의 각운동량과 근원적으로 다를 바가 없음을 보여준다. 최근 L. Zhang은 이 실험결과에 대해 새로운 해석을 제안했으며, 미시적으로 스핀-포논 상호작용이 존재하는 시스템에서는 강체뿐만 아니라 포논도 각운동량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20)

2차원 물질에서의 카이랄 포논

일반적으로 포논은 선형 운동을 하기 때문에 각운동량을 가지지 않지만, 횡파 모드들의 포논이 축퇴되어 있는 경우, 다른 위상으로 움직이는 서로 다른 두 횡파 모드들을 조합하면 오른쪽이나 왼쪽으로 원형운동을 하여 각운동량을 가지는 포논 모드들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렇게 조합하는 경우 말고도 원형운동을 하는 포논이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경우를 찾아볼 수 있다. 선형 운동하는 포논은 격자구조의 병진대칭성으로부터 유도되므로, 회전대칭성을 가지는 구조에서 원형 운동하는 포논이 자연적으로 존재할 것이라 기대된다. 3-폴드 회전대칭성을 가지는 2차원 물질에서 원형 운동하는 포논 모드들이 존재하는 것으로 계산을 통해 예측되며, 포논의 진행방향에 따라 원형운동의 방향이 결정되기 때문에 이런 포논 모드들을 카이랄 포논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그림 4).21) 이를 실증하기 위한 실험은 시간 분해 광발광 실험으로, WSe2에 가시광선을 쏘아 K valley에 홀을 여기시킨 후, 원적외선을 다시 쏘아 K edge에 있는 카이랄 포논을 스톡스(Stokes) 과정으로 발생시키면 홀과 카이랄 포논이 충돌하면서 홀은 K’ valley로 넘어가게 된다. 만약, 원적외선이 카이랄 포논과 같은 원형편광을 가지지 않으면 카이랄 포논이 발생되지 않고 따라서 K’ valley에서 홀이 검출되지 않는데, 이를 통해서 카이랄 포논의 존재를 미시적으로 증명했다(그림 4).22) 여기에서 원적외선과 카이랄 포논이 같은 원형 편광을 가질 때에만 카이랄 포논이 발생되는 이유는, 빛과 준입자가 충돌할 때 적용되는 가각운동량(Pseudoangular momentum) 보존 때문인데, 이는 이 글의 하반부에 소개하겠다.

Fig. 4. Phonon dispersion relation of a honeycomb AB lattice. Adapted from Ref. [21].
Fig. 4. Phonon dispersion relation of a honeycomb AB lattice. Adapted from Ref. [21].

카이랄 포논의 각운동량 증명 실험

3차원 물질에서도 원형운동을 하는 자연적인 포논 모드들을 찾아볼 수 있다. 특히 카이랄성을 가지는 α-quartz, Te 같은 물질군들에서 횡파 포논들이 원형운동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3차원 물질에서의 원형운동하는 카이랄 포논 모드는 2차원 물질에서 발견되는 카이랄 포논 모드와 다른 특성을 가진다. 첫 번째로, 포논의 진행 방향과 원형운동 방향이 일치한다. 두 번째로, 한 진행방향에서 두 원형운동을 하는 포논 모드가 모두 나타난다. 포논 분산관계에서는 두 포논 모드의 축퇴는 깨어지며, 결정의 카이랄성이 바뀌면 두 카이랄 포논 모드의 에너지가 서로 바뀌어 나타난다.

이런 물질에 열경사를 가하면 열경사를 상쇄하려 포논이 경사를 따라 흐르게 된다. 원형운동을 하는 카이랄 포논은 에너지뿐만 아니라 각운동량까지 가지고 움직이는데, 포논분산관계에서 반대방향의 두 카이랄 포논 모드는 축퇴가 깨어져 있다. 따라서 일정한 온도에서 두 포논 모드의 속도 및 개수를 고려하면, 한쪽 방향의 각운동량만이 가득 찬 상황을 만들 수 있다. 최근, 이런 물리적 상황을 구현한 두 가지 실험이 보고되었다.

Fig. 5. A photograph (a) and schematic (b) of the device, made of a quartz substrate with tungsten (W) electrodes. Temperature dependence of the conversion efficiency A of the quartz/W (c) and quartz/Pt (d) bilayers. (a), (b), (c), (d) are adapted from Ref. [23]. Photos of experimental setups for the left-handed single crystal (e) and right-handed single crystal (f). (g) Torque responses for the left-handed Te single crystal. Switching the heating laser drives the opposite sign of torque τ from the two cantilevers over multiple cycles. (h) The same measurement for the right-handed Te single crystal. (e), (f), (g), (h) are adapted from Ref. [24].
Fig. 5. A photograph (a) and schematic (b) of the device, made of a quartz substrate with tungsten (W) electrodes. Temperature dependence of the conversion efficiency A of the quartz/W (c) and quartz/Pt (d) bilayers. (a), (b), (c), (d) are adapted from Ref. [23]. Photos of experimental setups for the left-handed single crystal (e) and right-handed single crystal (f). (g) Torque responses for the left-handed Te single crystal. Switching the heating laser drives the opposite sign of torque τ from the two cantilevers over multiple cycles. (h) The same measurement for the right-handed Te single crystal. (e), (f), (g), (h) are adapted from Ref. [24].

첫 번째 실험에서는 α-quartz에 스핀 홀 효과가 큰 물질인 Pt, W을 증착한 후, 열경사를 주어 한 쪽 방향의 각운동량을 가득 채운 뒤, Pt와 W 전극에 유도된 전압을 측정했다[그림 5(a), (b)].23) 이는 α-quartz에 가득찬 각운동량이 Pt나 W의 전자 스핀에 전이되어 역 스핀홀 효과에 의해 전압이 발생하는 현상이다. Pt와 W은 스핀홀 효과의 부호가 서로 반대인데, 각 중금속에서 측정된 전압부호가 반전되었으며, α-quartz의 두 가지 카이랄 구조 (P3121과 P3221)를 사용했을 때도, 카이랄 구조에 따라 유도된 전압의 부호가 바뀌었다[그림 5(c), (d)].23) 두 번째 실험에서는 마이크론 사이즈의 작은 Te 결정을 원자힘 현미경에 쓰이는 외팔보에 올려두고 레이저를 이용해 Te 결정에 온도 구배를 주었다[그림 5(e), (f)].24) 온도 구배 크기에 따라서 외팔보의 뒤틀림 각도가 바뀌었으며, 온도 구배 위치 및 카이랄 구조에 따라서 뒤틀림 방향이 반대가 되었다[그림 5(g), (h)].24) 이를 통해 카이랄 포논이 가지는 각운동량 때문에 강체가 회전하였음을 유추할 수 있으며, 이 두 실험을 통해, 서두에서 언급했던 L. Zhang의 아인슈타인-드 하스 효과 실험에 대한 해석 제안이 상당히 설득력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카이랄 포논과 가각운동량 보존

카이랄 포논들은 광학포논을 검출하는 라만 분광을 통해서도 측정 가능하다. 일반적으로 편광분해 라만 분광에서는 선형 편광된 빛을 여러 편광각도로 물질에 입사시켜 비탄성 산란된 빛을 분석하고, 이를 통해 포논이 가지는 대칭성을 분석한다. 반면, 카이랄 포논을 검출하기 위해서는 원형 편광된 빛을 입사시켜 각 카이랄 포논을 비탄성 산란시킨다. 지금까지, α-HgS, Te 및 α-quartz에 대한 원형편광 라만 실험이 보고되었으며, 세 실험 모두 빛의 편광방향 및 결정의 카이랄성에 따라서 각기 다른 카이랄 포논의 에너지들이 다양한 광학포논 모드들에서 검출되었다(그림 6).26)27)28)

Fig. 6. (a) Highly resolved circularly polarized Raman spectra of the (+−) (solid red line with circles) and (−+) (dotted blue line with squares) configurations in right- and left-handed quartzes. Adapted from Ref. [25]. (b) Schematic of Raman-scattering processes.
Fig. 6. (a) Highly resolved circularly polarized Raman spectra of the (+−) (solid red line with circles) and (−+) (dotted blue line with squares) configurations in right- and left-handed quartzes. Adapted from Ref. [25]. (b) Schematic of Raman-scattering processes.

검출된 포논 모드들은 라만 산란시, 가각운동량 보존이 만족되는 경우에 해당한다. 라만 산란은 1) 포톤이 물질에 입사되어 전자가 여기된 후, 2) 전자가 포논을 발생시키거나 흡수를 하고, 3) 다시 전자가 원래 상태로 완화되면서 포톤을 방사하면서 이루어진다(그림 6). 과정 1), 3)은 전자의 쌍극자 상호작용에 의해, 과정 2)는 포논이 유도한 전자밴드의 변위에 의해 나타난다. 세 상호작용을 모두 고려한 3차 섭동 이론 계산을 통해 라만 산란을 모사하며, 결정의 카이랄성에 의해 나타나는 회전-병진 대칭성을 고려한 3차 섭동 이론 계산의 불변성을 조사해보면, 스톡스 과정에서의 가각운동량 보존이 다음과 같이 나타난다.25)

\[ {{\sigma}}_{{i}} {+}{Np} = {{m}} _ {{p}{h}} {+} {{\sigma}}_{{s}} \]

여기서 \(\small {{\sigma}}_{{i}}\)와 \(\small {{\sigma}}_{{s}}\)는 입사 및 산란된 포톤의 가각운동량이고, \(\small m_{ph}\)는 발생한 포논의 가각운동량, \(\small p\)는 임의의 정수, \(\small N\)은 결정의 회전 접힘 수이다.

포논 각운동량 맺음말

각운동량 및 가각운동량은 회전운동을 하는 카이랄 포논의 특성이며 이제 막 연구가 시작되는 분야이다. 카이랄 포논은 응집물질물리에서 새롭게 발견된 회전 자유도를 지닌 준입자로, 화학·생물학적 카이랄성과는 또 다른 연구의 지평을 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양한 대칭군에서 나타나는 카이랄 포논들을 분류하고 정리하기 위해서 이론적인 연구가 계속되고 있고, 밸리트로닉스, 바일 포논, 카이랄 구조에 유도된 스핀 정류현상 등 여러 새로운 현상들이 포논의 회전 자유도를 기반으로 연구되고 있다. 최근 보고된 카이랄 포논에 대한 연구결과들은 카이랄 응집물질에서 나타나는 새로운 물리적 현상과 기술적 응용의 가능성을 열어주는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으로 기대하며 이 글을 마친다.

각주
1)B. A. Bernevig, T. L. Hughes and S.-C. Zhang, Quantum Spin Hall Effect and Topological Phase Transition in HgTe Quantum Wells, Phys. Rev. Lett. 95, 066601 (2005).
2)T. Tanaka et al., Manipulation of the Majorana fermion, Andreev reflection, and Josephson current on topological insulators, Phys. Rev. B 77, 165117 (2008).
3)D. Go, D. Jo, C. Kim and H.-W. Lee, Intrinsic Spin and Orbital Hall Effects from Orbital Texture, Phys. Rev. Lett. 121, 086602 (2018).
4)D. Go and H.-W. Lee, Orbital Torque: Torque Generation by Orbital Current Injection, Phys. Rev. Res. 2, 013177 (2020).
5)J. Kerr, On Rotation of the Plane of the Polarization by Reflection from the Pole of a Magnet, Rep. Brit. Assoc. 45, 40 (1876).
6)J. Sinova, S. O. Valenzuela, J. Wunderlich, C. H. Back and T. Jungwirth, Spin Hall Effects, Rev. Mod. Phys. 87, 1213 (2015).
7)Y. K. Kato, R. C. Myers, A. C. Gossard and D. D. Awschalom, Observation of the Spin Hall Effect in Semiconductors, Science 306, 1910 (2004).
8)W.-B. Lee et al., Direct observation of spin accumulation and spin-orbit torque driven by Rashba-Edelstein effect in an InAs quantum-well layer, Phys. Rev. B 104, 184412 (2021).
9)C. Stamm et al., Magneto-Optical Detection of the Spin Hall Effect in Pt and W Thin Films, Phys. Rev. Lett. 119, 087203 (2017).
10)Y.-G. Choi et al., Observation of the orbital Hall effect in a light metal Ti, Nature 619, 52 (2023).
11)I. Lyalin et al., Magneto-Optical Detection of the Orbital Hall Effect in Chromium, Phys. Rev. Lett. 131, 156702 (2023).
12)Y. Marui et al., Spin and orbital Hall currents detected via current-induced magneto-optical Kerr effect in V and Pt, Phys. Rev. B 108, 144436 (2023).
13)L. Salemi and P. M. Oppeneer, First-principles theory of intrinsic spin and orbital Hall and Nernst effects in metallic monoatomic crystals, Phys. Rev. Mater. 6, 095001 (2022).
14)D. Lee et al., Orbital torque in magnetic bilayers, Nat. Commun. 12, 6710 (2021).
15)S. Lee et al., Efficient conversion of orbital Hall current to spin current for spin-orbit torque switching, Commun. Phys. 4, 234 (2021).
16)R. Gupta et al., Harnessing orbital Hall effect in spin-orbit torque MRAM, Nat. Commun. 16, 130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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