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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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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융합 제어 기반 강유전체 포토닉스

강유전체 산화 하프늄의 시공간 굴절률 제어

작성자 : 엄선혜·강지수·박형렬 ㅣ 등록일 : 2025-11-04 ㅣ 조회수 : 59 ㅣ DOI : 10.3938/PhiT.34.031

저자약력

엄선혜 연구원은 울산과학기술원 물리학과 초고속 나노 포토닉스 연구실에서 박사 과정 중으로 펨토초 레이저 시스템을 활용한 강유전체 산화 하프늄 기반 나노 포토닉스 소자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seonhye97@unist.ac.kr)

강지수 연구원은 울산과학기술원 물리학과 초고속 나노 포토닉스 연구실에서 석사 과정 중으로 강유전체 산화 하프늄 기반 나노 소자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jisukang546@unist.ac.kr)

박형렬 교수는 2012년 서울대학교에서 광학으로 이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고, 서울대학교 물리천문학부와 미국 미네소타대학교 전기전자컴퓨터공학과에서 박사후 연구원으로 근무하였다. 2016년부터 충북대학교 물리학과, 2019년부터 울산과학기술원 물리학과에서 교수로 재직 중이다. 현재 강유전체 및 산화물 기반의 나노 포토닉스 소자 및 초고속 레이저 분광학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nano@unist.ac.kr)

Ultrafast and Atomic Scale Control of Refractive Index in Ferroelectric HfO2

Seonhye EOM, Jisu KANG and Hyeong-Ryeol PARK

Ultrafast control of light–matter interactions is a central theme in photonics, enabling access to non-equilibrium collective phenomena. Modulating the refractive index on sub-picosecond scales reveals fundamental limits of optical response, however conventional electro-optic and carrier-based schemes remain constrained by intrinsic speed limits. Ferroelectric hafnium oxide (HfO2) has recently attracted attention as a robust platform, maintaining polarization stability at nanometer dimensions while remaining compatible with modern material processing. Current directions focus on driving polarization dynamics with ultrafast optical fields, especially in the terahertz and mid-infrared regimes, to probe dielectric responses at the ultimate temporal and spatial limits. These approaches open pathways toward clarifying the intrinsic switching mechanisms of ferroelectrics and exploring novel routes for light–matter control in complex oxides.

들어가며

빛은 물질의 성질을 이해하고 탐구하는 데 핵심적 수단이다. 단순한 관측을 넘어 빛을 통해 물질의 성질을 능동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는 점은 전자(electron)의 흐름을 이용하는 일렉트로닉스(electronics)에서 광자(photon)의 흐름을 활용하는 포토닉스(photonics)로의 확장을 가능하게 한다. 전자 소자가 속도와 발열의 한계에 직면한 상황에서 포토닉스는 저전력, 초고속 소자 구현을 위한 유력한 후보로 주목받고 있다.

차세대 포토닉스 소자에서 메모리와 논리 연산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전자의 흐름을 제어하는 대신 빛의 경로나 위상을 능동적으로 조절해야 한다. 이는 물질의 유전 상수, 즉 굴절률을 제어할 수 있어야 하나, 이를 실현할 수 있는 방법은 제한적이다. 예를 들어, 열을 이용한 굴절률 변조는 큰 구동 에너지를 요구할 뿐 아니라 속도가 ms 수준에 머물러 지나치게 느리며, 전기적 펄스를 이용한 구동 방식 또한 수 ns에서 수 μs 범위에 국한되어 분극 전환 과정 중 일어나는 굴절률 변화를 포착하기에 어려움이 있다.

본 특집호에서는 빛을 이용한 물질의 새로운 굴절률 제어 방식에 대한 연구를 소개하고자 한다. 첫 번째 원고는 “강유전체 산화 하프늄의 시공간 굴절률 제어”라는 제목으로 최근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빛을 이용한 산화 하프늄에 대한 연구 결과들을 소개할 것이다. 두 번째 원고는 “강유전체 광 변조기”라는 제목으로 강유전체 기반 광 변조기를 소개하고 실리콘 포토닉스 기술로의 응용을 소개하며, 세 번째 원고는 “비선형 메타표면의 능동적 제어 가능성 연구”라는 제목으로 국소 공진과 비국소 공진을 결합한 새로운 개념의 비선형 메타표면 연구를 소개할 것이다.

서 론

빛과 물질의 상호작용을 극한까지 제어하려는 시도는 차세대 광학 및 전자 소자의 발전과 직결된다. 굴절률을 얼마나 빠르고 정밀하게 바꿀 수 있는가는 광학 신호 처리, 양자 정보 소자, 그리고 초저전력 연산 기술의 핵심 성능을 좌우한다. 전기 광학 효과나 반도체 캐리어 주입 방식을 이용한 기존의 굴절률 제어는 널리 활용되어 왔으나, 그 속도가 수 ns 이상으로 제한되어 있어 초고속 동작을 요구하는 응용에는 한계가 있다. 강유전체는 외부 전기장이 없어도 안정된 전기 분극을 유지하며 전기장을 가하면 분극이 전환되면서 굴절률이 함께 변화한다. 대표적으로 바륨 티탄산(BaTiO3, BTO) 혹은 비스무스 페라이트(BiFeO3, BFO) 같은 페로브스카이트(perovskite) 구조의 강유전체가 활발히 연구되었으나, 약 24 Å(단위 격자 6개)의 임계 두께 이하에서는 강유전성이 사라진다는 이론적 보고가 있었다.1) 또한 분극 전환은 주로 동일한 분극 방향을 가진 영역(domain) 단위로 일어나므로 전환 시간 및 영역에서 시공간 해상도에 제약이 따른다.

산화 하프늄(HfO2)의 강유전성은 2011년 Böscke et al.에 의해 처음 보고되었다.2) 이어서 2012년 Müller et al.은 HfO2가 절연체로 널리 사용되는 상보성 금속 산화 반도체(Complementary Metal Oxide Semiconductor, CMOS) 공정 호환성에 착안하여 지르코늄(Zr)이 도핑된 약 9 nm 두께의 산화 하프늄-지르코늄(Hf0.5Zr0.5O2, HZO) 박막에서도 안정적인 강유전성을 확인하였다.3) 최근에는 Cheema et al.의 보고에 의해 약 1 nm 두께의 HZO 박막에서 강유전성이 실험적으로 확인되었으며, 더 나아가 Lee et al.의 보고에서는 HfO2가 평탄한 포논 띠(flat phonon band)를 형성하여 국소화된 분극 전환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이론적으로 제시하였다.4)5) 이는 강유전체 HfO2가 초박막, 원자층 수준에서도 안정적인 강유전성을 유지하며 독립적인 분극 제어가 가능함을 보여준다.

본문에서는 테라헤르츠(terahertz, THz) 대역의 초고속 광 펄스를 활용하여 강유전체 HfO2의 굴절률 제어 가능성을 새롭게 탐구한다. 구체적으로는 광 펄스를 이용하여 평탄한 포논 띠를 공진적으로 직접 구동함으로써 fs 수준의 시간 극한 제어와 주사 탐침 현미경을 결합하여 원자 단위의 국소 영역에서 공간 극한의 제어를 살펴보고 이를 통해 비평형 상태의 유전 상수 변화를 실험적으로 규명하고자 하는 연구 방향을 소개한다.

본 론

1. 페로브스카이트 강유전체의 구조적 특성

강유전체의 대표적인 예로 페로브스카이트 구조의 물질들이 널리 연구되어 왔다. 산소 음이온으로 구성된 팔면체 격자 중심에 위치한 금속 양이온이 위나 아래로 이동하여 변위를 형성하고 이 변위가 분극 방향을 결정한다.6) 그러나 이러한 구조에서는 중심 원자의 이동이 주변 원자의 위치와 강하게 연관되어 있어 분극의 전환이 국소적인 원자 단위보다는 비교적 큰 도메인 단위로 이루어진다. 또한, 일정 두께 이하로 얇아지면 분극이 사라지는 임계 두께가 나타나기 때문에 실제 소자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최소의 두께 확보가 필요하다.1)

2. 강유전체 HfO2의 구조와 평탄한 포논 띠 특성

HfO2는 형석(fluorite) 구조를 가지며 분극 방향은 금속 양이온이 아닌 산소 음이온의 변위에 의해 결정된다. Lee et al.은 제일원리 계산을 통해 사방정계(orthorhombic crystal phase) HfO2에 평탄한 극성 포논 띠가 존재하고 극성층(polar)과 무극성층(antipolar)이 교대로 배열되는 구조에 의하여 산소 원자의 변위가 주변 원자의 영향으로부터 독립적이므로 산화 하프늄의 전기 쌍극자가 단위 격자 1개의 절반 수준인 약 2.5 Å로 국소화될 수 있음을 보고하였다.5) 포논 띠는 원자들의 집단적 진동이 가질 수 있는 에너지와 운동 범위를 의미하는데, 띠가 평탄할 경우 국소 쌍극자는 서로 간섭하지 않고 독립적인 진동이 가능하므로 도메인 벽 형성에 따른 추가적인 에너지 비용 없이 원자층 수준에서 분극 전환이 가능하다. 따라서 수 Å 길이의 산소 원자 쌍이 한 개의 분극 도메인을 가질 수 있으며, 이로 인해 HfO2의 도메인은 원자 크기 수준까지 축소되어 초소형 소자에서 강유전성을 활용할 수 있는 중요한 물리적 기반을 제공한다(그림 1).

Fig. 1. Origin of ferroelectricity and flat polar phonon bands in fluorite-type HfO2 and ZrO2. (a) Phonon mode corresponding to the polar and antipolar orthorhombic phase (o-phase) and the tetragonal phase(t-phase) of HfO2. (b) Polarization up and down states in the o-phase. (c-e) Phonon dispersion spectra of o-HfO2, o-ZrO2,, and o-Hf0.5Zr0.5O2, respectively.[7] (Adapted from Figs. 1 and 2 of Ref. [7] under a Creative Commons Attribution 4.0 International License (https://doi.org/10.1038/s41524-023-01075-8)).
Fig. 1. Origin of ferroelectricity and flat polar phonon bands in fluorite-type HfO2 and ZrO2. (a) Phonon mode corresponding to the polar and antipolar orthorhombic phase (o-phase) and the tetragonal phase (t-phase) of HfO2. (b) Polarization up and down states in the o-phase. (c-e) Phonon dispersion spectra of o-HfO2, o-ZrO2, and o-Hf0.5Zr0.5O2, respectively.7) (Adapted from Figs. 1 and 2 of Ref. [7] under a Creative Commons Attribution 4.0 International License (https://doi.org/10.1038/s41524-023-01075-8)).

3. 란다우-긴즈버그-데본셔 이론과 전기적 구동의 한계

란다우-긴즈버그-데본셔(Landau–Ginzburg–Devonshire) 이론은 강유전체의 분극 전환 거동을 설명하는 대표적인 이론이다.8) 이 이론에서는 분극 \(\small P\)를 질서 매개변수(order parameter)로 두고 자유에너지 \(\small F\)를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

\[F=aP^{ 2}+bP^{ 4}+cP ^{ 6} -EP\]

여기서 \(\small a\), \(\small b\), \(\small c\)는 상수이며 \(\small E\)는 외부 전기장을 의미한다. \(\small a>0\)일 경우 상유전체, \(\small a<0\)일 경우 강유전체 특성을 나타내며 자유에너지 곡선은 두 개의 안정된 상태와 그 사이에 위치한 불안정한 최댓값을 가지는 이중 우물(double-well) 형태를 가진다(그림 2(a)). 두 개의 최솟값은 각각 상반된 분극 방향의 안정 상태를 나타내며, 강유전체의 분극 전환은 이 두 우물 사이의 에너지 장벽을 극복하는 과정으로 이해된다. 그림 2(b)에서 자유에너지 곡선을 전기장에 대해 나타내면 S자 모양의 P-E 곡선이 도출되며 전환이 진행되는 구간에서는 곡선의 기울기(유전 상수)가 급격히 변하거나 음의 값을 가질 수 있다.9) 그러나 이러한 특성은 전환 도중의 순간적 비평형 상태에서 나타나며 일반적으로 전기적 펄스 구동 방식은 최대 수 ns에서 수 μs 수준의 시간 해상도에 머문다. 최근 Hf0.5Zr0.5O2 박막에서 약 900 ps 수준의 빠른 전기적 전환이 보고되었으나,10) 이러한 측정 또한 전기적 구동 방식이 가지는 전압 파형 제어 및 주파수 변조 한계로 인하여 분극 반전의 과도(transient) 거동을 전 시간 영역에서 실시간으로 포착하기에는 여전히 어려움이 있다. 이로 인해 분극 변화와 이에 수반되는 유전 상수의 실시간 동적 변화를 동시에 관측하기에도 한계가 존재한다.

Fig. 2. (a) Double-well energy landscape predicted by Landau-Ginzberg-Devonshire theory as a function of polarization. (b) Polarization-electric field derived from energy landscape.
Fig. 2. (a) Double-well energy landscape predicted by Landau-Ginzberg-Devonshire theory as a function of polarization. (b) Polarization-electric field derived from energy landscape.

또한 BTO와 같은 페로브스카이트 구조의 강유전체에서 잘 알려진 Merz 법칙(Merz’s law)은 강유전체의 분극 반전 시간 \(\small t_s\)이 인가 전기장 세기 \(\small E\)에 따라 \(\small t _{s} =t _{0} e ^{(- \alpha /E)}\)로 주어지며, 전기장이 강해질수록 분극 반전 속도가 지수적으로 빨라짐을 나타낸다.11) 이러한 거동은 외부 전기장에 의해 분극 전환 장벽이 낮아지고 도메인 벽 이동이 가속화되기 때문이며, 대부분의 페로브스카이트 강유전체에서 실험적으로 관찰되는 일반적인 특성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실제 소자에서는 절연 파괴나 누설 전류의 증가로 인해 전기장을 무한정 인가하기 어렵다는 근본적 제약이 존재한다.12) 따라서 전환 과정에서 나타나는 비평형 응답과 동역학적 전환 경로(dynamical switching pathway)를 직접 규명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전기적 구동 방식과는 다른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하다.

4. 광 펄스를 이용한 강유전체 분극 제어

(1) 초고속 광 펄스를 통한 포논 모드 구동과 분극 제어

지난 수십 년간 fs 레이저 기술의 발전은 원자나 분자의 동역학을 ps(1조 분의 1초) 이하의 시간 척도에서 다룰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이를 바탕으로 초고속 광 펄스를 활용한 강유전성 및 분극 제어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Li et al.은 페로브스카이트 구조의 양자 상유전체(quantum paraelectric)인 스트론튬 타이타네이트(SrTiO3, STO)에 수백 kV/cm 수준의 강한 결맞는(coherent) THz 전기장 펄스를 가하여 특정 소프트 모드를 선택적으로 여기함으로써 비강유전 상태에서 강유전 상태로의 초고속 상전이를 유도하고 일시적인 분극 유도가 가능함을 보고하였다.13) Mankowsky et al.은 리튬 나이오베이트(LiNbO3) 강유전체에서 약 15 μm 파장(19 THz)의 강한 150 fs 중적외선 펄스를 이용하여 200 fs 시간 스케일 내에서 분극 전환의 가능성을 입증하였다.14) Nova et al.은 STO에서 약 15 μm 파장 대역의 중적외선 펄스로 강한 전기장을 인가하여 포논을 공진적으로 여기했을 때 외부 전기장이 없어도 수 시간 강유전성이 지속되는 준안정 강유전상(metastable ferroelectric phase)이 형성됨을 보고하였다.15) 이는 광 펄스를 통한 강유전체의 유전 응답을 ps 이하 시간 스케일에서 제어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하였으며 초고속 펄스가 강유전체의 포논 모드 및 분극 동역학을 제어할 수 있다는 중요한 출발점이 되었다(그림 3).

Fig. 3. Schematic illustration comparing ns-scale electrical pulses with fs to ps optical pulses.
Fig. 3. Schematic illustration comparing ns-scale electrical pulses with fs to ps optical pulses.

(2) 테라헤르츠 펄스를 통한 굴절률 제어

THz 파는 약 1012 Hz의 주파수를 가지며, 파장은 수백 μm (0.1 ‒ 3 mm) 범위에 해당한다. 적외선보다 길고 마이크로파보다 짧은 영역에 위치하며 fs 레이저를 이용하면 수 ps 주기의 THz 펄스를 생성할 수 있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최근에는 강유전체와 같은 응집물질에서 집단적 진동이나 전기 분극 전환과 같은 빠른 동역학을 탐구하는 주요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Chen et al.의 연구에서는 표면에 수직한 방향(001)으로 분극이 정렬된 강유전체 바륨 타이타네이트(BaTiO3, BTO)에 200 fs 시간 해상도를 갖는 기울어진 THz 전기장을 인가하였을 때 인가 전기장의 편광 방향과 펄스 지속 시간에 따라 약 10 ps 이내에 BTO의 분극 벡터가 기울어짐을 보고하였다.16) 이 결과는 THz 전기장이 강유전체의 분극 방향을 초고속, 능동적으로 제어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본 연구실에서는 나노미터 두께의 HfO2 기반 나노 공진기를 활용하여 분극 전환 동역학을 시간상으로 추적하고 전환 과정에서 나타나는 굴절률 변조 가능성을 탐구하고 있다. 이는 THz 전기장을 국소적으로 증폭시킬 수 있는 구조적 장점을 제공하여, 강한 공진 효과를 통해 전극이나 직접 접촉 없이도 전기 분극 전환을 위한 최소 전기장 세기인 항전기장(coercive field)을 초과하는 국소 전기장을 형성할 수 있다.17)18) 이를 통해 누설 전류 없이도 HfO2에 안정적으로 전기장을 인가해 줄 수 있다.

나노 공진기의 공진 주파수와 투과 강도의 변화는 HfO2의 유전 상수 변화를 추정하는 유용한 지표가 될 수 있다. 일반적인 유전체에서는 THz 전기장이 입사하더라도 굴절률 변화가 거의 나타나지 않지만, 강유전체 HfO2에서는 분극이 전환되는 과정 중 주파수 대역에서 단일 유전 상수가 아닌 두 개의 공진이 일시적으로 겹치거나 이동하는 현상이 관찰된다(그림 4). 분극이 안정적으로 정렬된 전과 후 상태에서는 공진 위치가 변하지 않으며, 전환이 진행되는 순간에만 이러한 특성이 드러난다. 따라서 공진 스펙트럼의 분리 혹은 중첩은 전환 도중 발생하는 굴절률 변화를 직접적으로 반영하는 현상으로 이해될 수 있으며, 분극 전환의 메커니즘에 대해서는 현재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Fig. 4. Ultrafast control of the dielectric constant in ferroelectric HfO2. Spectral shift of the resonance frequency induced by the THz pulse.
Fig. 4. Ultrafast control of the dielectric constant in ferroelectric HfO2. Spectral shift of the resonance frequency induced by the THz pulse.

(3) 시간 극한 굴절률 제어: 평탄한 포논 띠 기반의 fs 스케일 분극 제어

포논 띠가 가파른 경우에는 인접 원자들 간의 진동이 서로 강하게 얽혀 있어 한 원자의 변위에 주변 격자 전체의 변위가 동반되어야 하므로 분극 전환을 위한 높은 에너지 장벽이 필요하다. 반면 띠가 평탄할 경우에는 포논의 군속도(group velocity)가 거의 0에 가까워지며 특정 진동 모드가 공간적으로 국소화되어 원자 변위가 인접 원자와의 상호 결합으로부터 부분적으로 독립되어 상대적으로 매우 작은 에너지로도 빠른 변위 형성이 가능해진다. 다시 말해, 포논 띠의 형태는 분극 전환의 시간적 한계를 규정하는 핵심 요소라 할 수 있다. 제일원리 계산에 따르면 HfO2는 약 3 ‒ 5 THz 영역에서 평탄한 포논 띠를 가지며 궁극적으로 fs 수준의 전환 가능성을 뒷받침한다.5) 이를 파수로 환산하면 약 300 cm‒1과 130 cm‒1 부근에서 포논 모드가 평탄함을 보이며 각각 1 THz (1 ps)와 4 THz (250 fs)의 시간 척도에 해당한다. 따라서 THz 및 중적외선 펄스를 이용해 이러한 HfO2의 평탄한 포논 모드를 공진적으로 직접 구동할 경우 분극 전환 속도를 전기적 방식보다 세 자릿수 이상 단축할 수 있다. 나아가, 단일 주기가 아닌 다주기 펄스를 이용하면 굴절률 변조가 시간 축 상에서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형태로 형성될 수 있다. 이러한 시간 주기적 굴절률 제어는 전자기적 응답이 시간에 따라 주기적으로 변화하는 광학적 시간 결정(photonic time crystal) 구현에 핵심적인 기반이 된다. 이러한 접근은 강유전체의 시간적 분극 전환 한계를 돌파하는 동시에 굴절률을 시간 축에서 능동적으로 조절하는 새로운 광학 개념으로 이어진다.

(4) 공간 극한 굴절률 제어: THz-STM을 이용한 원자 단위 스케일 굴절률 제어

주사 터널링 현미경(Scanning Tunneling Microscope, STM)은 금속 탐침과 물질의 표면 사이에서의 국소 터널링 전류를 통해 원자 단위에서 전자 구조와 분극 상태를 고해상도로 관찰할 수 있는 대표적 기법이다. 최근에는 STM에 THz 펄스를 결합한 THz-STM 기법이 제안되면서, fs 시간 분해능과 원자 단위 공간 분해능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방법으로 주목받고 있다.19)20) 이 접근법은 나노미터 크기의 영역에 집속된 초고속 전기장을 인가하여 국소적인 분극 전환을 유도하고, 동시에 터널링 전류를 통해 그 변화를 실시간으로 판별할 수 있다. 강유전체 HfO2는 약 1 ‒ 2 nm 두께에서도 강유전성이 유지되고, 약 5.8 eV의 큰 밴드갭을 가져 안정적인 터널링 측정에 적합하다. 이와 같은 공간 극한 제어 연구는 기존의 도메인 관점에서 벗어나 원자 수준에서 강유전체의 굴절률 변화를 직접적으로 탐구하는 새로운 접근을 제공한다. 동시에 초소형 메모리 소자, 나노 광학 소자, 그리고 양자 광학 플랫폼 개발과 같은 응용으로도 확장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맺음말

본 원고에서는 HfO2 기반 강유전체가 보여주는 안정적인 강유전성 및 평탄 포논 띠 특성을 바탕으로 THz 및 중적외선 펄스를 활용한 새로운 굴절률 제어 접근을 논의하였다. 이러한 연구는 기존 전기적 방식으로는 접근하기 어려운 비평형 상태에서의 유전 상수 변조를 실험적으로 규명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더 나아가 강유전체의 본질적인 분극 전환 메커니즘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제공하고, 초고속 비선형 광학의 국소 제어를 구현함으로써 다양한 차세대 광 응용 포토닉스 소자로의 가능성을 열어줄 것으로 전망된다.

각주
1)J. Junquera et al., Critical thickness for ferroelectricity in perovskite ultrathin films, Nature 422, 506 (2003).
2)T. S. Böscke, Ferroelectricity in Hafnium Oxide Thin Films, Appl. Phys. Lett. 99, 102903 (2011).
3)J. Müller, Ferroelectricity in Simple Binary ZrO2 and HfO2, Nano Lett. 12, 4318 (2012).
4)S. S. Cheema et al., Enhanced ferroelectricity in ultrathin films grown directly on silicon, Nature 580, 478 (2020).
5)H. J. Lee et al., Scale-free ferroelectricity induced by flat phonon bands in HfO2, Science 369, 1343 (2020).
6)R. E. Cohen, Origin of ferroelectricity in perovskite oxides, Nature 358, 136 (1992).
7)P. Ai et al., Point-defect-driven flattened polar phonon bands in fluorite ferroelectrics, Npj Comput. Mater. 9, 119 (2023).
8)A. F. Devonshire, XCVI. Theory of barium titanate: Part I, Lond. Edinb. Dubl. Phil. Mag. 40, 1040 (1949).
9)M. Hoffmann et al., Unveiling the double-well energy landscape in a ferroelectric layer, Nature 565, 464 (2019).
10)X. Lyu et al., First Direct Measurement of Sub-Nanosecond Polarization Switching in Ferroelectric Hafnium Zirconium Oxide, IEDM 5.2.1 (2019).
11)W. J. Merz, Switching Time in Ferroelectric BaTiO3 and Its Dependence on Crystal Thickness, J. Appl. Phys. 27, 938 (1956).
12)A. K. Tagantsev et al., Polarization fatigue in ferroelectric films: Basic experimental findings, phenomenological scenarios, and microscopic features, J. Appl. Phys. 90, 1387 (2001).
13)X. Li et al., Terahertz field-induced ferroelectricity in quantum paraelectric SrTiO3, Science 364, 1079 (2019).
14)R. Mankowsky et al., Ultrafast Reversal of the Ferroelectric Polarization, Phys. Rev. Lett. 118, 197601 (2017).
15)T. F. Nova et al., Metastable ferroelectricity in optically strained SrTiO3, Science 364, 1075 (2019).
16)F. Chen et al., Ultrafast terahertz-field-driven ionic response in ferroelectric BaTiO3, Phys. Rev. B 94, 180104(R) (2016).
17)M. A. Seo et al., Terahertz field enhancement by a metallic nano slit operating beyond the skin-depth limit, Nat. Photon. 3, 152 (2009).
18)H. T. Lee et al., More Than 30,000-fold Field Enhancement of Terahertz Nanoresonators Enabled by Rapid Inverse Design, Nano Lett. 23, 11685 (2023).
19)T. L. Cocker et al., An ultrafast terahertz scanning tunneling microscope, Nat. Photon. 7, 620 (2013).
20)T. L. Cocker et al., Tracking the ultrafast motion of a single molecule by femtosecond orbital imaging, Nature 539, 263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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