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YSICS PLAZA
새로운 연구결과 소개
등록일 : 2025-12-02 ㅣ 조회수 : 18Deep Learning-assisted 10-μL Single Droplet-based Viscometry for Human Aqueous Humor 박현성, 박준홍, 김동원(충북대), 제원호(서울대), 김동은(성균관대학교), 한종철(삼성서울병원), 이만희(충북대), Biosensors and Bioelectronics 284, 117530 (2025). 안구의 배출 시스템(ocular drainage system)은 적절한 안압을 유지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시스템은 섬유주(trabecular meshwork)와 슐렘관(Schlemm’s canal) 등 여러 구조물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 구조를 통해 안방수(aqueous humor)가 배출된다. 이러한 구조가 손상되거나 막히면 안방수의 배출량이 감소하여 안압이 상승하고, 높은 안압은 시신경에 손상을 일으켜 결국 녹내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 녹내장의 주요 치료법 중 하나는 미세 튜브를 삽입해 새로운 안방수 배출 경로를 만드는 것이다(그림 1a). 이때 충분한 안압 감소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환자의 안방수 점성에 따라 적절한 직경과 길이 등 기하학적 특성을 갖는 튜브를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환자의 안방수 점성에 따른 ‘맞춤형’ 튜브 사용이 오랫동안 요구되어 왔으나, 10 마이크로리터 수준의 극미량 시료만 채취 가능한 안방수의 점성을 정량적으로 측정하기는 매우 어려웠다. ![]() ▲ (a) 녹내장 치료를 위한 미세 튜브 임플란트 개념도. (b) 수압을 활용한 극미량 생체 시료용 미세 유체 칩 모식도. (c) 인공지능 객체 탐지 기술을 활용한 유량 분석. (d) 10 마이크로리터 부피의 다양한 생체 시료 점성 측정 정확도. (e) 환자 간 안방수 점성 차이 분석, 인간 안방수와 토끼 안방수 점성 비교. 인간의 안방수와 같은 극소량 생체 유체의 점성을 측정하는 데에는 세 가지 근본적이며 기술적인 문제가 존재한다. 첫째, 점성을 측정하려면 시료의 벌크 성질인 점성 반응을 정밀하게 탐지해야 하지만, 표면적 대비 부피 비(surface-to-volume ratio)가 큰 소량 시료에서는 계면 효과가 지배적으로 나타나 점성 정보를 분리해내기 어렵다. 둘째, 이러한 극소량 시료는 채취, 운반, 그리고 장치로의 주입 과정에서 시료 손실이 발생하지 않도록 다루기가 쉽지 않다. 셋째, 점성 측정에는 유체의 유량 또는 압력의 정밀한 제어 및 측정이 필요하지만, 기존 방법으로는 극소량 시료에서 이러한 파라미터를 정확히 제어하거나 측정하기 어렵다. 최신 미세유체 기술에서도 채널을 통과하는 유체는 몇 마이크로리터에 불과하더라도, 미세유체 칩을 구동하는 쉬린지 펌프와 같은 외부 장치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쉬린지를 채우기 위한 상당한 시료 부피를 필요로 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본 연구에서는 인공지능(AI) 기반의 단일 액적(single droplet) 점성 측정 기술을 제안하였다(그림 1b). 미세유체 채널은 소수성 코팅을 적용해 모세관 흐름을 최소화하고, 계면활성제가 포함된 매질 사용을 통해 계면 효과를 억제함으로써 점성이 지배적인 유체 흐름이 나타나도록 설계되었다. 진료 현장에서 피펫으로 채취한 단 한 방울(10 µL)의 시료를 미세유체 칩에 주입한 뒤, 자체 수압을 이용해 스스로 시료의 흐름을 유도하고, 채널을 따라 이동하는 흐름을 딥러닝 기반 객체 탐지 모델로 분석하여 점성을 구한다(그림 1c). 우리는 이 방법을 통해 덱스트란(dextran), 타액(saliva), 사람 및 토끼 안방수 등 다양한 생체 시료의 10 마이크로리터 점성을 성공적으로 측정함을 입증하였다(그림 1d). 특히 사람 안방수의 점성은 물과 유사하며 개인 간 최대 30%의 차이를 보이는데(그림 1e), 이는 미세 튜브 삽입술에서 반드시 고려되어야 한다. 환자의 안방수 점도에 따라 튜브의 직경이나 길이를 조절함으로써 일정한 배출 유량을 유지하는 ‘맞춤형’ 치료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또한 토끼 안방수는 인간보다 점성이 더 높지만, 안압 분포는 인간과 유사하다. 이는 높은 점도에도 불구하고 토끼의 섬유주 구조가 안방수를 효과적으로 배출함을 시사한다. 나아가 본 10 마이크로리터 점성 측정 기술은 뇌척수액, 골수액, 활액 등 임상 진단 수요가 높지만 시료 양이 제한되어 기존 방식으로는 측정이 어려운 생체 유체에도 적용될 수 있다. 본 방법은 한정된 생체 시료의 점성 측정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새로운 진단 및 치료적 접근, 즉 물리적 액체 생검(Physical Liquid Biopsy)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
Motility Modulates the Partitioning of Bacteria in Aqueous Two-Phase Systems 천지용, 최규환, Kevin J. Modica, Robert J. Mitchell, Sho C. Takatori, 정준우, PRL 135, 128401 (2025). 한 개의 입자가 두 개의 상태만 가질 수 있는 시스템이 있다. 두 상태의 에너지 차이가 \(\small E\)일 때, 온도 \(\small T\)의 열평형 상태에서 이 입자가 각 에너지 상태에 있을 확률을 구하시오. 통계물리를 배운 지 오래된 분들도 교과서를 뒤적여 보면 오래지 않아 볼츠만 인자(Boltzmann factor)와 분배 함수(partition function)를 이용해 이 연습문제를 풀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에너지 차이 \(\small E\)가 온도 \(\small T\)에 볼츠만 상수 \(\small k_\mathrm{b}\)를 곱한 값보다 훨씬 크면, 입자가 에너지가 낮은 상태에 있을 확률이 1에 가까워지는 것도 알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이 죽어있는 열평형 상태의 입자가 살아나게 된다면 확률분포가 어떻게 변할지 궁금해졌다. 즉, 입자가 열에너지 \(\small k_\mathrm{b} T\)뿐만이 아니라 다른 외부 에너지원을 이용해 ‘능동적’으로 상태를 바꾼다면 확률분포는 어떻게 변할까? ![]() ▲ 경계를 넘나드는 박테리아의 현미경 사진. (A) 죽어있는 상태로 브라운 운동만 하는 박테리아는 Dextran이라는 고분자가 많은 상에만 존재한다. (B) 능동적으로 헤엄지는 박테리아는 경계를 넘어 PEG라는 고분자가 있는 상으로 넘어갈 수 있다. 검은색 스케일바는 20 마이크론. (C) 박테리아가 경계를 넘어갈 때 받는 힘의 근원을 찾고 그 값을 측정하기 위해 박테리아에 구슬을 붙이고 이것을 광합 집게로 제어하여 박테리아를 경계를 가로질러 이동시키며 10 pN 수준의 힘을 측정하였다. 하얀색 스케일바는 5마이크론. 브라운 운동(Brownian motion)을 발견하게 해준 꽃가루 입자와 달리, 영양분을 섭취하며 능동적으로 헤엄치는 박테리아는 이런 비평형 입자의 대표적인 모형이다. 비평형 입자를 준비한 다음에는, 박테리아가 존재할 수 있는 두 개의 상태를 만들었다. 물에 두 종류의 고분자 A와 B를 고농도로 녹였다. 수용성 이상 시스템(aqueous two-phase system)이 만들어지면, A의 농도가 높은 상(phase)과 B의 농도가 높은 상으로 분리가 일어나고 그 두 상 사이에는 계면(interface)이 만들어진다. 서로 섞이지 않는 두 개의 물이 만들어진 셈이다. 이제 평형 상태에서 입자의 분포를 확인하기 위해, 헤엄치지 못하게 죽인 박테리아를 여기에 넣고 관찰했다. 모든 움직이지 않는 박테리아는 전부 A상에만 존재했다. 앞서 풀어본 연습문제로 생각해 보면 \(\small E ≫ k_\mathrm{b} T\)라 할 수 있겠다. 움직임이 없는 박테리아는 왜 A상에만 존재할까, 그 에너지 차이의 근원을 찾아보기로 했다. 두 상 모두 물인데 왜 한 쪽에만 있으려고 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광학집게를 이용해 박테리아를 끌고 다니며 두 상을 넘나들 때 어떤 힘을 받는지 확인하였다. 2018년 노벨 물리학상이 수여된 광학집게는 집속된 레이저와 같이 전기장이 강한 곳으로 유전율이 높은 물질이 끌려드는 현상을 이용한다. 우리는 박테리아에 마이크론 크기의 구슬을 붙이고, 그 구슬을 광학집게로 잡아 박테리아를 조작할 수 있었다. 구슬의 중심이 레이저 초점에서 벗어난 변위를 측정하여, 구슬 즉 박테리아가 받는 힘도 측정할 수 있었다. 박테리아를 A상에서 B상으로 옮기려고 하면 박테리아 주변을 감싼 A상이 박테리아가 빠져나가지 못하게 대략 10 pN의 힘으로 끌어당기는 것을 관찰하였다. 이것은 유리와 같은 물을 좋아하는 표면에 물이 젖어 잘 떨어지지 않는 젖음 현상과 같은 것이다. A상에 들어있는 고분자가 박테리아 표면에 잘 달라붙어서 생기는 현상으로 추정한다. 다시 비평형 문제로 돌아가 보자. 능동적으로 움직이는 박테리아는 볼츠만 분포를 따르지 않고, 계면의 장벽을 넘어 A를 벗어나 B상으로 넘어갈 수 있다. 이는 박테리아가 물속에서 편모를 회전하여 만드는 추진력이 대략 10 pN으로, 계면이 잡아당기는 힘과 경쟁할 수 있는 수준인 덕분이다. 고분자 A의 농도를 조절하면 움직이는 박테리아가 A상에 존재하는 비율이 100%에서 50%까지 변한다는 것도 확인하였다. 능동적으로 움직이긴 하지만 장벽의 높이에 따라 한쪽을 벗어나지 못하기도 하고 양쪽을 거리낌이 없이 넘나들 수도 있다는 의미이다. 입자가 두 상을 선호하는 정도의 차이와 입자의 비평형 정도 즉, 능동성으로 이 확률분포를 설명하기 위해 이론 모형을 제시하였다. 요약하자면 막대 형태의 입자가 A상과 B상을 모사한 주기적 포텐셜 지형을 헤엄치게 하고 정상 상태(steady state)에서 입자의 분배율을 확인했다. 입자의 길이, 이동 속력과 방향, 박테리아의 방향 전환 확률, 도메인의 평균 크기 등 많은 인자가 모델에 포함되어 있다. 논문에서 설명한 것처럼 이 모형은 실험 결과를 설명할 수 있었으나, 개선의 여지가 많다. 특히, 젖음 현상으로 입자가 힘을 받는 현상을 포텐셜을 이용해 근사하였으나, 보다 엄밀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살아있는 박테리아는 그 자체로도 중요하고 흥미로운 생물 물리 연구의 주제이다. 한발 더 나아가 비평형 시스템의 모형으로서 박테리아를 활용하는 이와 같은 연구는 더욱 주목받을 것으로 예상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