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지난호





|

특집

2025 노벨물리학상

거시적 초전도 현상에서 양자컴퓨터까지

작성자 : 정연욱 ㅣ 등록일 : 2025-12-02 ㅣ 조회수 : 10 ㅣ DOI : 10.3938/PhiT.34.036

저자약력

정연욱 교수는 서울대학교 물리학과에서 1992, 1994, 1999년에 각각 학사-석사-박사학위를 받았으며, 대규모 초전도 소자공정 및 극저온 정밀측정을 이용한 양자소자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학생 때는 독일 율리히 연구소에서 조셉슨 접합을 이용한 디지털 회로를 연구하였고, 미국 NIST Boulder에서 박사후 연구원으로서 조셉슨 양자전압표준을 연구한 후, 2005년부터 한국표준과학연구원에 근무하면서 양자전압표준, 잡음온도계, 초전도 큐비트 등 조셉슨 접합을 기반으로 하는 다양한 양자소자와 그 응용기술을 연구하였다. 현재 성균관대학교 양자정보공학과 교수이며, 초전도 기반의 양자컴퓨터 연구 및 초전도 단일광자 검출기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2020년부터 양자정보연구지원센터장을 맡고 있으며, 초전도 양자소자 파운드리 QFab을 설립하고 운영하고 있다. (yonuk@skku.edu)

From Macroscopic Superconductivity to Quantum Computing

Yonuk CHONG

The Nobel laureates of this year have devised an experiment to observe macroscopic quantum tunneling in an electrical circuit made of superconductors. This monumental discovery has sparked numerous innovations and ultimately earned the three pioneers the Nobel prize. Afterwards, superconducting circuits play a key role in the proliferation of quantum technology in the 21st century. Especially, in the heart of the 2nd quantum revolution, quantum information technology is based on the radical development of the quantum computers. Superconducting Josephson junction devices has been the most advanced technology that has been picked up by the global tech giants in quantum computing. I will briefly review how the superconducting quantum chips and the macroscopic quantum effect had led innovation in quantum technology afterwards.

들어가며

1980년대 중반, 올해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세 사람은 초전도체를 이용한 전기회로에서 양자역학적 터널링을 명확하게 실험적으로 구현하고 관찰하였다. 40여 년 후 노벨상을 받게 되는 이 중요한 발견은 이후 수많은 혁신적 성과를 만들어내는 토대가 되면서 21세기 양자기술을 구현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하게 된다. 특히 제2의 양자혁명이라고 불리는 양자정보기술의 발전과 함께 그 중심에 양자컴퓨터의 눈부신 발전이 있으며, 초전도 조셉슨 접합 소자는 글로벌 대기업들에게 가장 많이 선택되면서 양자컴퓨터 기술을 선도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노벨상을 가져온 초전도 양자칩의 거시적 양자현상이 그 이후 어떤 혁신들을 이루어왔는지 간단하게 살펴보고자 한다.

서 론

올해 노벨상 수상자들이 보여준 대로 조셉슨 접합을 구성하는 초전도체 위상차이는 거시적 규모의 물체에서 양자역학적 현상을 대표하는 파라미터로 유효하며, 이에 따라 조셉슨 접합을 기본으로 하는 전기회로 혹은 소자에서는 양자역학적인 현상을 직접적으로 구현하거나 제어하고 관찰할 수 있게 된다. 이를 이용하여 80년대 이후 다양한 초전도 소자들은 양자역학적 현상을 구현하는 양자소자로 개발되고 또 다양한 목적에서 거의 실용화에 가까울 정도로 기술이 성숙되는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올해의 노벨상 수상자들은 최초의 거시적 양자현상에 그치지 않고 그 이후 혁신과 발견의 과정의 중심에서 꾸준하게 과학적 도약을 견인해왔다.

이 글에서는 존 클라크, 미쉘 드보레, 존 마르티니스 이 세 사람이 가져온 결과에서 파생된 양자소자의 혁명과 그 이후 이 분들이 이뤄낸 성취가 지금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에 대해서 간단하게 기술하면서 분야를 조망하고자 한다.

SQUID 기술의 발전

초전도체가 고리(ring) 형태를 이루는 경우 그 안에 갇히는 자속(fluxoid)은 양자화된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이러한 고리 형태의 초전도체에 조셉슨 접합을 한 개 혹은 두 개 삽입한 소자를 초전도양자간섭소자(Superconducting QUantum Interference Device, SQUID)라고 부른다. John Clarke은 60년대 학위과정부터 초전도체의 간섭현상을 이용한 정밀한 측정방법과 소자에 대해 연구하였으며, 이후 평생을 SQUID 기술을 고도화하고 다양한 응용을 개발하는 데 수많은 혁신을 주도하였다. SQUID에 수직으로 자기장이 가해지는 경우, 자기장에 의한 소자 내 초전도체의 거시적 위상에 변화를 주게 되고, 이 변화가 양자역학적 간섭현상을 일으키게 된다. 이에 따라서 링의 임계전류가 변화하는 등 외부에서 측정할 수 있는 신호로 변환이 되며, SQUID는 매우 민감한 자기장 센서가 된다. SQUID는 매우 다양한 형태로 발전하였으며 자기장을 변환할 수 있는 모든 신호의 초정밀 측정에 응용되었다. 여기서는 몇 가지 SQUID의 활용 예를 살펴본다. 먼저 매우 작은 자기장을 측정할 수 있는 SQUID의 성능을 이용하여 심장 혹은 뇌에서 발생하는 생체자기장을 측정하는 시스템이 개발되었다. SQUID는 매우 작은 자기장을 측정할 수 있기 때문에 보통 고자기장에서 작동해야 해상도가 좋아지는 NMR과 MRI를 아주 낮은 자기장에서도 고해상도로 측정할 수 있는 low-field MRI 기술이 개발되었다. 중력을 측정하는 중력계에도 SQUID가 사용되며, SQUID를 사용하면 양자역학적인 한계에 가까운 매우 낮은 잡음을 갖는 증폭기를 구성할 수 있어서, 암흑물질 액시온(axion)을 검출하는 데 활용되거나 양자컴퓨터에서 큐비트의 상태를 읽어내는 데 활용되기도 한다. 그림 1(a)는 초전도 조셉슨 접합이 2개 있는 SQUID 소자의 기본 형태이다.(물론 실용적인 SQUID는 자기장을 측정하기 위한 픽업이나 자기장을 결합하는 커플러 등 다양한 수동회로가 주변에 붙게 된다.) SQUID는 거시적 양자간섭효과를 가장 적절히 사용한 초정밀 양자센서이며 기술적으로 이미 성숙단계에 들어와서 다양한 응용분야에 활용되고 있다. John Clarke은 SQUID에 관한 업적만 보더라도 노벨상을 받을 충분한 업적을 이루었으며, 관련 기술은 그림 1(b)에 보이는 Clarke과 Braginski의 SQUID Handbook 등에 총망라되어 정리되어 있다.

Fig. 1. (a) Basic dc SQUID circuit with two Josephson junction in a superconducting ring. (b) Recommended textbook of the SQUID technology.Fig. 1. (a) Basic dc SQUID circuit with two Josephson junction in a superconducting ring. (b) Recommended textbook of the SQUID technology.

초전도 큐비트의 등장

조셉슨 접합에서 거시적 양자현상을 관찰한 올해의 노벨상의 주제가 이후 가져온 가장 놀라운 결과는 초전도체를 이용한 큐비트의 구현이었다. 80년대 중반 거시적 양자현상의 관찰 이후, 90년대에는 조셉슨 접합의 독특한 양자역학적 현상을 이용하는 다양한 연구와 함께 반도체 기술의 발달로 인해 매우 작은 크기의 소자를 만들 수 있는 기술이 가능해지면서 극저온에서 전자의 상태를 하나씩 제어할 수 있는 단전자 소자 기술이 등장하게 된다. 또한 90년대는 고온초전도체의 발견 이후 초전도 연구가 전반적으로 팽창하던 시기이고, 미국의 헬륨민영화법에 따라서 액체헬륨을 이용한 극저온 연구가 매우 저비용으로 널리 가능하던 시절이었다. 90년대 말의 IT 버블은 마이크로파 대역 부품 및 장비들의 성능과 가격을 획기적으로 개선하였고, 극저온 저잡음 측정기술이 군사, 우주 등의 목적으로 개발되기도 하였다. 이러한 다양한 기술적 바탕 아래 1999년 일본 NEC의 Yasunobu Nakamura는 처음으로 초전도체를 이용한 큐비트를 시연한다. 큐비트는 두 개의 양자역학적 상태를 가지며, 두 상태의 중첩 및 큐비트 간의 얽힘을 제어하고, 읽어낼 수 있으며, 적절한 수준 이상의 결맞음을 유지할 수 있는 양자컴퓨터의 핵심 요소기술이다. Nakamura 등에 의해 처음 시연된 초전도 큐비트는 조셉슨 접합을 이용하여 단일전자의 상태를 읽어낼 수 있는 회로 – 전하큐비트(charge qubit) – 였으며, NEC팀은 매우 명확하게 두 양자상태 사이의 결맞은 라비진동(Rabi oscillation)을 관찰한 결과를 발표한다. 이후 2002년에는 올해 수상자 중 한 사람인 John Martinis가 이끄는 NIST팀이 조셉슨 접합의 거시적인 위상을 이용하는 위상큐비트(phase qubit)를 처음으로 시연한다. 이후 Martinis는 초전도 큐비트 기술을 꾸준히 발전시키면서 2019년 양자컴퓨터가 처음으로 고전컴퓨터의 성능을 뛰어넘는 시연을 하는 양자우월성(quantum supremacy) 실험을 Google에서 주도적으로 이끌면서 성공시키게 되고, 양자컴퓨터 분야의 폭발적인 확장을 견인하게 된다. 현재 가장 우수한 양자프로세서인 Google의 Willow 칩의 기본 개념과 방향성이 Martinis에 의해 설계되었다고 보면 된다. 현재 Martinis는 글로벌 반도체 공룡기업들을 연합하여 최첨단 반도체 기술을 차용하여 대규모 초전도 양자컴퓨터 기술의 도약을 꿈꾸는 컨소시엄을 이끌고 있다. 초전도 큐비트 기술은 이후 꾸준히 발전하여 현재 양자컴퓨터 산업의 핵심기술이 되어 있다.

인공원자와 양자컴퓨터

또 다른 노벨상 수상자 Michel Devoret는 이후 수많은 초전도 양자회로의 혁신을 주도하였고, 지금은 Google 양자컴퓨터에 자문역을 맡고 있다. Devoret는 2007년 예일 대학의 동료들인 Jens Koch, Steve Girvin, Rob Schoelkopf 등과 함께 현재 양자컴퓨터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트랜스몬(Transmon) 회로를 발표한다. 트랜스몬은 조셉슨 접합에 용량이 큰 축전기(capacitor)를 병렬로 연결한 형태의 간단한 회로이지만 전하큐비트와 위상큐비트의 중간 정도의 위치에서 긴 결맞음 시간과 다양한 제어를 가능하게 하는 매우 혁신적인 회로이다. 99년 첫 초전도 큐비트의 등장 이후 트랜스몬뿐만 아니라 매우 다양한 큐비트 회로들이 제안되고 시연되었지만, 트랜스몬의 장점이 워낙 확실하기 때문에 현재 대규모 양자컴퓨터에서는 거의 대부분 트랜스몬 회로가 사용되고 있다. 초전도 큐비트는 두 개의 양자상태를 가지는 양자역학적 대상이므로, 인공원자(artificial atom)라고 할 수 있다. 원자 시스템에서는 원자와 공진기를 결합한 cavity QED 구조가 잘 확립되어 있었는데, 2004년 예일 그룹의 Rob Schoelkopf는 Anereas Wallraff 등과 함께 초전도 큐비트를 마이크로파 공진기와 결합한 구조에서 강한 결합(strong coupling)을 구현한 circuit QED 구조를 발표한다. 2012년 노벨상 시상식에서 cavity QED로 노벨상을 받은 Serge Haroche도 circuit QED의 중요성에 대해서 강조했을 만큼, circuit QED는 현재 양자컴퓨터에서 큐비트의 결맞음을 보호하고 고정밀도의 상태측정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적인 아키텍처로 자리잡았다. 그림 2(a)는 전형적인 트랜스몬 회로의 모습이며, 그림 2(b)는 트랜스몬이 마이크로파 공진기와 결합한 전형적인 circuit QED 회로의 모습이다.

Fig. 2. (a) A typical transmon with a Josephson junction shunted with a large capacitor. The yellow circle indicates a Josephson junction. (b) A typical circuit QED architecture on chip.Fig. 2. (a) A typical transmon with a Josephson junction shunted with a large capacitor. The yellow circle indicates a Josephson junction. (b) A typical circuit QED architecture on chip.

이상에서 간단히 살펴본 바와 같이 올해 노벨상 수상자 세 명은 노벨상 업적을 이룬 이후 지금까지도 매우 활발하게 조셉슨 접합을 기반으로 하는 양자소자의 기술혁신을 견인해 왔으며, 현재 양자기술의 핵심인 초전도 양자컴퓨터 분야에서 혁신과 과학적 토대를 제공하였다.

대규모 양자회로의 등장과 파급 효과

초전도체를 통해서 거시적 규모의 양자역학적 현상을 자유자재로 다루고 관찰할 수 있게 된 것은 양자기술을 구현하는 데 매우 큰 의미를 가진다. 특히 온전히 양자역학적으로 작동하는 “칩”을 반도체 소자를 제작하듯이 웨이퍼에서 대량으로 제작할 수 있고, 그 초전도 소자에서 완전한 양자역학적 상태가 유지되고 제어된다는 것은 여러 가지 면에서 매우 놀라운 일이다. 그림 3에서는 웨이퍼 스케일로 제작되는 수십 큐비트 규모의 초전도 양자칩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양자정보기술은 암호의 해독이나 안전한 통신, 혹은 매우 정밀한 계측 등을 목적으로 최근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지만, 실제 이를 구현하는 것은 대규모 양자시스템을 설계하고 제작하고 쉽게 운영하는 다양한 기술적 토대가 필요하다. 초전도 양자칩은 양자역학의 신비한 현상들이 더 이상 미시적 세계에서만 일어나는 학문적 영역이 아니고, 우리가 실제 일상에서 양자현상을 접하게 만드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가 일상에서 더 쉽고 빈번하게 양자현상을 접하게 되는 순간, 인간 인식의 지평은 넓어지고, 양자역학적인 사고는 또 다른 영감으로 작용하여 인류의 새로운 지식을 열어줄 것으로 기대한다. 양자기술 그 자체는 지금까지 전혀 가능하지 않고 존재하지 않던 일들을 가능하게 할 것이고, 양자기술을 위해 개발되는 고난도의 기술들의 파급효과도 주목해야 할 결과들이다.

Fig. 3. (a) Wafer-scale fabrication of Josephson junctions and superconducting quantum circuits. (b) 20-qubit quantum processor (GINQO-1a) chip fabricated in SKKU QFab.Fig. 3. (a) Wafer-scale fabrication of Josephson junctions and superconducting quantum circuits. (b) 20-qubit quantum processor (GINQO-1a) chip fabricated in SKKU QFab.

올해 노벨상은 양자기술 혹은 양자컴퓨터에 대해서는 의도적으로 매우 작게 언급하고 있다. 향후 양자기술의 발전과 그 유용성이 증명되는 순간, 초전도 기반의 거시적 양자현상이 가져오는 양자기술의 혁신에 대해서 또 다른 노벨상이 주어질 것을 기대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귀결이라 하겠다. 손톱만한 크기의 초전도 양자칩이 우리에게 명확하게 보여주는 양자역학적 중첩과 얽힘 그리고 측정에 의한 붕괴 현상을 우리가 일상에서 흔하게 접하는 그 시점이 진정한 제2의 양자혁명이 완성되는 순간이라고 생각되며, 올해 노벨상 수상자 세 분은 지난 100년의 양자역학을 넘어 앞으로 다가오는 100년에 진행될 양자혁명의 문을 활짝 열어준 업적으로 노벨상을 수상한 것이라고 본다.

물리대회물리대회
사이언스타임즈사이언스타임즈


페이지 맨 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