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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2025 노벨물리학상

초전도 인공 원자의 존재 증명

작성자 : 도용주 ㅣ 등록일 : 2025-12-02 ㅣ 조회수 : 55 ㅣ DOI : 10.3938/PhiT.34.035

저자약력

도용주 교수는 1992년 서울대학교 물리학과에서 학사 학위를 받았으며, 1994년과 2000년에 POSTECH에서 조셉슨 접합 어레이 및 고온 초전도체의 선천성 조셉슨 접합 실험 연구로 이학 석사 및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이후 서울대학교, 델프트 공과대학, 하버드 대학교 등에서 박사후 연구원으로, POSTECH에서 연구 교수로 근무하며 반도체 나노선, 그래핀 등을 이용한 나노하이브리드 조셉슨 접합 연구 및 나노 전자 소자 연구를 수행하였다. 2010년부터 2016년까지 고려대학교 세종캠퍼스 디스플레이반도체물리학과 부교수/정교수로 재직하였고, 2016년부터 광주과학기술원 물리광과학과 정교수로 재직 중이다. 2018년부터 위상 양자 소자 리더 연구 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yjdoh@gist.ac.kr)

Evidence for Superconducting Artificial Atom

Yong-Joo DOH

This year’s Nobel Prize in Physics was awarded for the experimental demonstration of macroscopic quantum tunneling and energy quantization of the phase particle defined in a Josephson junction. This groundbreaking work extended quantum mechanics beyond microscopic systems into the macroscopic realm. By revealing that Josephson junctions could function as superconducting artificial atoms, the discovery enabled researchers to engineer and control quantum states with unprecedented precision, thereby providing a crucial foundation for the subsequent development of superconducting quantum computers.

들어가며

올해의 노벨 물리학상은 J. M. Martinis (UC Santa Barbara/Qolab), M. H. Devoret (Yale/UC Santa Barbara), J. Clarke (UC Berkeley) 세 사람에게 수여되었다. 이후에서는 이들을 MDC 연구팀으로 통칭한다.1) 스웨덴 노벨위원회에서 발표한 공식적인 수상 업적은 “전기 회로에서의 거시적 양자 터널링과 에너지 양자화의 발견”이다. 여기서 “거시적(macroscopic)”이란 “손으로 잡을 수 있을 정도의 크기”를 의미한다. 즉, 전자와 같은 미시적(microscopic) 입자에서 관측되던 양자 터널링과 양자 우물(quantum well) 내부의 에너지 양자화 현상을, 육안으로 볼 수 있을 만큼 큰 전자 회로에서 실험적으로 구현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발견의 중요성이 인정되어 노벨상 수상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이제 좀 더 구체적인 연구 내용을 살펴보자.

서 론

수상 요지에 나와 있는 “전기 회로”는 통상적인 의미의 전기 회로가 아니라 조셉슨 접합(Josephson junction)이라 불리는 초전류(supercurrent) 소자를 의미한다. 조셉슨 접합은 두 개의 초전도 전극 사이에 매우 얇은 절연막을 삽입하여 직렬로 연결한 구조의 양자 소자이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초전도체는 낮은 온도에서 저항이 사라지는 금속이다. 최초의 초전도 현상은 1911년 네덜란드 라이덴 대학의 K. Onnes가 수은(Hg)을 이용한 실험에서 발견하였다. 초전도 현상에 대한 이론적 이해는 1957년 세 물리학자들의 이름을 딴 BCS (Bardeen-Cooper-Schrieffer) 이론을 통해 이루어졌다.2) BCS 이론에 따르면, 극저온에서 금속 내부의 전자들이 두 개씩 쌍을 이루어 쿠퍼쌍(Cooper pair)을 형성하면서 전체 에너지가 낮아지고, 초전도 전이 온도 이하에서 저항이 사라지는 결과를 얻는다. 일반 금속의 전자들은 파울리 배타 원리에 따라 서로 다른 에너지 상태를 가져야 하지만, 쿠퍼쌍 전자들은 모두 동일한 에너지 상태를 가질 수 있어 질서도(order parameter)라 불리는 단일 파동 함수로 표현된다. 이 질서도 함수는 \(\small \psi(r) = |\psi(r)| \exp(i \phi)\)와 같은 복소수 형태를 가지며, 여기서 \(\small |\psi|^2\)은 쿠퍼쌍의 밀도에 비례하고, 복소수 위상(phase) \(\small\phi\)는 초전도 위상이라 불린다. 특히, 자기장이나 전자기파 같은 외부 자극이 없는 경우, 단일 초전도체는 오직 하나의 위상값만을 갖는다.

이제 조셉슨 접합에 대해 살펴보자. 조셉슨 접합의 절연층 양쪽에 위치한 두 초전도체를 각각 S1과 S2라 하자(그림 1(a) 참조). 이들 초전도체는 쿠퍼쌍으로 가득 차 있으며 각각 초전도 위상값 \(\small \phi_1\)과 \(\small \phi_2\)를 갖는다. 1962년 영국 캠브리지 대학 대학원생이었던 B. D. Josephson은 두 초전도체 전극 사이에서 쿠퍼쌍의 양자 터널링 현상이 일어나면 전압 없이도 전류가 흐를 수 있다는 이론 논문을 발표하였다.3) 큰 저항값(\(\small R\))을 가진 절연층을 통해 전류(\(\small I\))가 흐르는데도 전압(\(\small V\))이 발생하지 않는 이 현상은 옴(Ohm)의 법칙(\(\small V=IR\))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이처럼 쿠퍼쌍의 양자 터널링을 통해 발생한 전류를 초전류(supercurrent)라 부른다. Josephson의 예측은 곧 실험으로 입증되었고, 그는 대학원생 시절 단독 저자로 발표한 단 한 편의 논문으로 노벨상을 수상하였다. Josephson이 예측한 조셉슨 접합의 두 가지 주요 특성은 다음과 같다. 첫째, 조셉슨 접합에 흐르는 초전류는 두 초전도체 사이의 위상차(\(\small \phi = \phi_2 - \phi_1\))의 사인 함수에 비례하며, 최대 초전류값을 임계 전류(critical current, \(\small I_c\))라 한다(직류 조셉슨 효과). 둘째, 조셉슨 접합에 전압을 인가하면 위상차가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데, 그 변화율(\(\small d\phi/dt\))은 전압에 비례한다. 역으로, 조셉슨 위상차가 시간에 따라 변하면 그 변화율(\(\small d\phi/dt\))에 비례하는 전압이 발생한다(교류 조셉슨 효과).

Fig. 1. (a) Schematic of a Josephson junction comprising superconducting top and base electrodes separated by an insulating barrier. (b) Equivalent circuit of the Josephson junction described by the resistively and capacitively shunted junction (RCSJ) model.
Fig. 1. (a) Schematic of a Josephson junction comprising superconducting top and base electrodes separated by an insulating barrier. (b) Equivalent circuit of the Josephson junction described by the resistively and capacitively shunted junction (RCSJ) model.

조셉슨 접합의 등가 회로 모델

조셉슨 접합을 통해서 흐르는 총전류(\(\small I\))는 세 가지 성분으로 구성된다. 첫째는 조셉슨 효과에 의한 초전류(\(\small I_S\))이다. 둘째는 두 초전도 전극이 정전 용량(\(\small C\))을 가진 축전기(capacitor)처럼 작동하면서 발생하는 변위 전류(displacement current, \(\small I_D\))이다. 셋째는 열잡음 등으로 일부 쿠퍼쌍이 깨져 생성된 일반 전자들이 유한한 저항값(\(\small R\))을 가진 절연층을 따라 흐르며 만드는 일반 전류(\(\small I_R\))이다. 이를 종합하면, 조셉슨 접합을 저항과 축전기가 병렬 연결된 등가 회로(equivalent circuit) 모델로 나타낼 수 있다(그림 1(b) 참조). 이때, 총 전류(\(\small I\))는 키르히호프 법칙에 따라 \(\small I = I_S + I_D + I_R\)을 만족한다. 조셉슨 접합에 배터리를 연결하여 전압 \(\small V\)를 인가하면, \(\small I_R = V/R, I_D = CdV/dt\)으로 표현된다. 앞서 설명한 조셉슨 효과를 이용하면 이 식들을 각각 위상차의 시간에 대한 일차 미분(\(\small d\phi/dt\)) 및 이차 미분(\(\small d^2 \phi/dt^2\)) 형태로 나타낼 수 있다. 최종적으로 총 전류 관계식은 조셉슨 접합의 위상차에 대한 이계 비선형 미분 방정식으로 변환된다. 여기서 비선형 항은 조셉슨 초전류의 사인 함수를 의미한다. 이 미분 방정식을 컴퓨터를 써서 수치 계산하면 조셉슨 접합 소자의 전류-전압 특성 곡선을 얻을 수 있다(그림 2(a) 참조).

Fig. 2. (a) Schematic current-voltage characteristics of a Josephson junction, with arrows indicating different bias currents. (b) Tilted washboard potential for the junction phase at several bias currents.
Fig. 2. (a) Schematic current-voltage characteristics of a Josephson junction, with arrows indicating different bias currents. (b) Tilted washboard potential for the junction phase at several bias currents.

흥미롭게도 조셉슨 접합 미분 방정식의 형태는 코사인 함수 모양의 굴곡을 가진 일차원 빨래판 위에 놓인 질점(mass point)의 역학 운동 방정식과 정확히 일치한다. 이때 질점의 질량은 정전 용량에 비례하는 값으로 정의되며, 질점의 위치(\(\small x\))는 조셉슨 접합의 위상차(\(\small \phi\))에, 질점의 속도(\(\small dx/dt\))와 가속도(\(\small d^2 x/dt^2\))는 각각 위상차의 시간에 대한 일차 및 이차 변화율에 대응된다. 질점의 퍼텐셜 에너지는 빨래판의 모양을 따르면서 동시에 조셉슨 접합에 인가된 바이어스 전류의 크기에 비례하는 기울기를 가지므로, 이를 “기울어진 빨래판 퍼텐셜(tilted washboard potential)”이라 부른다(그림 2(b) 참조).4) 이러한 유사성을 이용하면 조셉슨 접합의 미분 방정식을 풀지 않고도 접합의 전류-전압 특성을 간단히 유추할 수 있다. 바이어스 전류가 0인 경우, 편평한 빨래판 위의 질점이 골짜기에 정지해 있듯이 조셉슨 접합의 위상차(\(\small\phi\))는 상수가 되고, 그 일차 미분(\(\small d\phi/dt\))에 비례하는 전압은 \(\small V=0\)이 된다(그림 2(b)-①). 바이어스 전류가 임계 전류보다 작으면 여전히 \(\small V=0\)을 유지한다(그림 2(b)-②). 그러나 바이어스 전류가 임계 전류에 도달하면 빨래판이 충분히 기울어진 상태가 되어, 질점은 골짜기에서 빠져나와 빨래판 위를 굴러 내려간다(그림 2(b)-③). 이때 질점의 위치에 해당하는 위상차의 일차 미분(\(\small d\phi/dt\))에 비례하여 전압이 유한한 값을 갖는다. 바이어스 전류를 더욱 증가시키면 빨래판의 기울기가 더 커져 질점은 더 빠르게 굴러가고, 조셉슨 접합에 발생하는 전압도 증가한다(그림 2(b)-④). 다만, 실공간에 존재하며 고전 물리학을 따르는 질점과 달리, 조셉슨 접합에서 정의되는 질점은 조셉슨 위상차로 표현되는 공간에 존재하는 가상의(fictitious) 입자로서 양자 물리학을 따른다. 이를 특별히 조셉슨 위상 입자(Josephson phase particle)라 부른다.

거시적 양자 터널링 및 에너지 양자화

기울어진 빨래판 퍼텐셜 안에 갖힌 조셉슨 위상 입자를 그림 3(a)에 나타내었다. 고전 역학 문제와 달리, 조셉슨 위상 입자는 퍼텐셜의 기울기가 충분히 가파르지 않더라도 퍼텐셜 우물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 첫 번째 방법은 열적 활성화(thermal activation)이다.5) 위상 입자가 주변 온도로부터 열적 요동(thermal fluctuations) 에너지를 받아 \(\small \Delta U\) 높이의 퍼텐셜 장벽을 뛰어넘어 탈출하는 것이다. 두 번째 방법은 위상 입자가 양자 터널링(quantum tunneling)을 통해 퍼텐셜 장벽을 통과하여 빠져나오는 것이다.6) 열적 활성화에 의한 탈출 비율(escape rate)은 온도가 올라갈수록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반면, 양자 터널링에 의한 탈출 비율은 퍼텐셜 장벽의 높이와 너비에만 의존하므로 온도에 상관없이 일정하다(그림 3(b) 참조). 따라서, 높은 온도에서는 열적 활성화에 의한 탈출이 우세하고, 절대 온도 0도 근처의 극저온으로 온도를 낮추면 양자 터널링에 의한 탈출이 우세해질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특별히 조셉슨 위상 입자의 터널링을 거시적 양자 터널링(macroscopic quantum tunneling, MQT)이라 부른다. 이는 조셉슨 위상 입자가 조셉슨 접합을 이루는 두 초전도체 전극의 위상차에 의해 정의되고, 초전도 전극의 크기가 통상 수 마이크로미터에서 최대 수 밀리미터에 이르기 때문이다.

Fig. 3. (a) Enlarged view of a single well of the tilted washboard potential, where  denotes the escape rate of the phase particle via thermal activation (TA) or macroscopic quantum tunneling (MQT). (b) Temperature dependence of the escape rates TA (red line) and MQT (blue line); The dotted line highlights the dominant escape mechanism at each temperature.
Fig. 3. (a) Enlarged view of a single well of the tilted washboard potential, where \(\small\mathit{\Gamma}\) denotes the escape rate of the phase particle via thermal activation (TA) or macroscopic quantum tunneling (MQT). (b) Temperature dependence of the escape rates \(\small\mathit{\Gamma}_\mathrm{TA}\) (red line) and \(\small\mathit{\Gamma}_\mathrm{MQT}\) (blue line); The dotted line highlights the dominant escape mechanism at each temperature.

MDC 연구팀이 조셉슨 위상 입자의 거시적 양자 터널링(MQT) 현상을 최초로 실험 관측한 방법은 다음과 같다.7) 먼저 니오븀(Nb)과 납 합금(PbIn) 초전도체로 이루어진 조셉슨 접합을 제작한 후, 극저온 상태에서 전류-전압 특성 곡선을 십만 회 반복 측정하여 임계 전류값들의 통계적 분포 곡선을 얻었다. 임계 전류값은 조셉슨 위상 입자가 퍼텐셜 우물에서 빠져나와 전압을 발생시킬 때의 바이어스 전류값에 해당한다. 따라서 임계 전류값의 통계적 분포 곡선으로부터 조셉슨 위상 입자의 탈출 비율(escape rate) 곡선을 얻어낼 수 있으며, 이를 열적 활성화 모델의 이론적 예측과 비교하여 탈출 온도(\(\small T_{\mathrm{esc}}\))를 구하였다. 그 실험 결과(검은색 원 기호)를 그림 4(a)에 나타내었다. 50 mK에서 1 K 사이의 온도 구간에서는 냉동기에 장착한 온도 센서에서 측정한 냉각 온도(\(\small T\))와 탈출 비율 곡선 피팅으로 구한 탈출 온도가 매우 유사한 값을 가진다. 이는 이 온도 영역에서 조셉슨 위상 입자의 탈출 비율이 고전적 열적 활성화 모델을 잘 따르기 때문이다. 50 mK 이하의 극저온 영역에서는 탈출 온도가 냉각 온도보다 큰 값으로 포화되는 경향을 보이는데, 이는 MQT 모델의 예측과 일치한다. 다만, 외부 잡음 등으로 인해 조셉슨 접합의 실제 온도가 50 mK 이하로 더 내려가지 않아도 유사한 실험 결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MDC 연구팀은 이를 검증하고자 외부 자기장을 인가하여 조셉슨 접합의 임계 전류를 낮춘 후 동일한 실험을 수행하였다(공백 원 기호). 그 결과 탈출 온도가 20 mK까지 낮아짐을 확인함으로써 외부 잡음에 의한 효과를 배제할 수 있었다. 이는 거시적인 크기를 갖는 입자에서 양자 터널링 현상이 발생함을 실험적으로 최초 입증한 순간이었다.

Fig. 4. (a) Escape temperature as a function of bath tempearture for two different critical currents, adapted from Ref.[7]. (b) Normalized change in escape rate, [(P)‒(0)]/(0), versus bias current, where arrows mark resonance positions. Inset illustrates the corresponding transitions between quantized energy levels, adapted from Ref.[8].
Fig. 4. (a) Escape temperature as a function of bath temperature for two different critical currents, adapted from Ref. [7]. (b) Normalized change in escape rate, \(\small[\mathit{\Gamma}(P)\)‒\(\small\mathit{\Gamma}(0)]\)/\(\small\mathit{\Gamma}(0)\), versus bias current, where arrows mark resonance positions. Inset illustrates the corresponding transitions between quantized energy levels, adapted from Ref. [8].

조셉슨 접합에서 정의되는 위상 입자가 양자 우물 퍼텐셜 안에서 터널링하여 빠져나올 수 있다면, 그 양자 우물 안에서 위상 입자의 에너지가 양자화(energy quantization)되는 것 또한 가능하지 않을까? 이를 확인하기 위해 MDC 연구팀은 외부에서 2 GHz 진동수를 갖는 마이크로파를 인가하면서 임계 전류의 통계 분포 측정을 시도하였다.8) 양자 우물 내부의 양자화된 에너지 간격이 마이크로파의 에너지와 일치하면, 낮은 에너지 상태에 있던 조셉슨 위상 입자가 높은 에너지 상태로 전이하게 될 것이다(그림 4(b) 참조). 이 경우 에너지 장벽의 높이는 \(\small \Delta U\)보다 훨씬 낮아지고 장벽의 폭도 줄어들어, 거시적 양자 터널링에 의한 탈출 비율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였다. MDC 연구팀은 마이크로파를 인가하며 측정한 탈출 비율 \(\small\mathit{\Gamma}(\mathrm{P})\)에서 마이크로파가 없을 때의 탈출 비율 \(\small\mathit{\Gamma}(0)\)를 뺀 결과, 그림 4(b)에 보이는 여러 개의 탈출 비율 피크를 발견하였다. 이는 바이어스 전류를 증가시키면, 빨래판 퍼텐셜의 경사가 급해지면서 양자 우물의 폭은 증가하고, 양자 우물 내부의 양자화된 에너지 간격은 줄어드는데, 이 과정에서 에너지 간격이 2 GHz에 해당할 때마다 조셉슨 위상 입자의 양자 상태가 더 높은 에너지로 전이(transition)하면서 탈출 비율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이 실험 결과를 통해 거시적 크기를 갖는 입자의 에너지가 양자화될 수 있음을 실험적으로 최초 입증하는 데 성공하였다.

물리적 의미와 파급 효과

전자와 같은 기본 입자들의 터널링이나 양자 우물 내 에너지 양자화는 기존 양자 역학에서 잘 알려진 현상이었다. MDC 연구팀의 연구는 조셉슨 접합처럼 손으로 잡을 수 있을 만큼 큰 거시계에서도 미시적인 물리계에서와 동일한 양자 터널링 및 에너지 양자화 현상이 발생함을 실험적으로 최초 입증하였다. 이는 양자역학의 적용 범위를 크게 확장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물리적 의미를 갖는다. 더 나아가 이들의 연구 결과는 지식의 진보를 넘어 최근의 초전도 양자 정보 기술로 이어지는 막대한 파급 효과를 일으켰다. 조셉슨 접합의 임계 전류의 크기와 병렬 연결된 저항 및 정전 용량의 크기를 인위적으로 조절함으로써 양자 우물의 형태와 에너지 양자화 간격을 설계 및 제어할 수 있게 되었고, 결국 조셉슨 접합을 초전도 인공 원자(superconducting artificial atom)로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하게 되었기 때문이다.9) MDC 연구팀의 연구 결과 이후, 양자화된 에너지 상태를 이용하여 연산을 수행하는 초전도 양자 컴퓨터의 기반 기술이 속속 등장하였고,10) 양자 우월성을 구현하는 현재 단계까지 도달하게 되었다.11) 이는 연구 초기 단계에서는 상상할 수 없었던 기술적 진보이다.

국내 연구 현황 및 전망

국내에서 조셉슨 접합의 MQT 현상 연구는 주로 나노하이브리드 조셉슨 소자를 통해 진행되었다. 그래핀 기반 조셉슨 접합에서 MQT 및 에너지 양자화 현상을 세계 최초로 관측하였으며,12) 기존의 투과형 조셉슨 소자와 달리 온도가 아닌 게이트 전압으로 MQT 현상을 제어할 수 있음을 추가로 밝혔다.13) 이후 반도체 나노선 및 디랙 위상 물질 나노선을 이용한 조셉슨 접합에서도 유사한 MQT 특성이 나타남을 확인하였다.14) 최근에는 나노하이브리드 조셉슨 접합을 초전도 공진기 회로와 결합한 형태의 초전도 게이트몬 큐비트 연구가 진행 중이다. 이와 더불어, 알루미늄 초전도체를 이용한 초전도 큐비트 연구는 국가적인 양자 컴퓨팅 전략 기술로 선정되어 국내 산학연 여러 기관에서 집중적으로 연구 역량을 투입하고 있다.15) 이러한 노력을 통해 국내 초전도 양자 컴퓨터 기술의 독자적 경쟁력을 확보하고, 양자 컴퓨팅 실용화를 위한 기반 기술 확보 시점을 더욱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각주
1)https://www.nobelprize.org/prizes/physics/2025/summary/.
2)J. Bardeen, L. N. Cooper and J. R. Schrieffer, Theory of Superconductivity, Phys. Rev. 108, 1175 (1957).
3)B. D. Josephson, Possible new effects in superconductive tunnelling, Phys. Lett. 1, 251 (1962).
4)M. Tinkham, Introduction to Superconductivity (2nd Ed.) (Dover publications, 2004).
5)T. A. Fulton and L. N. Dunkleberger, Lifetime of the zero-voltage state in Josephson tunnel junctions, Phys. Rev. B 9, 4760 (1974).
6)A. O. Caldeira and A. J. Leggett, Influence of Dissipation on Quantum Tunneling in Macroscopic Systems, Phys. Rev. Lett. 46, 211 (1981).
7)M. H. Devoret, J. M. Martinis and J. Clarke, Measurements of Macroscopic Quantum Tunneling from the Zero-Voltage State of a Current-Biased Josephson Junction, Phys. Rev. Lett. 55, 1908 (1985).
8)J. M. Martinis, M. H. Devoret and J. Clarke, Experimental Tests for the Quantum Behavior of a Macroscopic Degree of Freedom: The Phase Difference Across a Josephson Junction, Phys. Rev. Lett. 55, 1543 (1985).
9)J. Clarke et al., Quantum mechanics of a macroscopic variable: The phase difference of a Josephson junction, Science 239, 992 (1988).
10)Y. Nakamura, Yu. A. Pashkin and J. S. Tsai, Coherent control of macroscopic quantum states in a single-Cooper-pair box, Nature 398, 786 (1999); A. Wallraff et al., Circuit Quantum Electrodynamics: Coherent Coupling of a Single Photon to a Cooper Pair Box, Nature 431, 162 (2004).
11)F. Arute et al., Quantum supremacy using a programmable superconducting processor, Nature 574, 505 (2019).
12)G.-H. Lee et al., Electrically Tunable Macroscopic Quantum Tunneling in a Graphene-Based Josephson Junction, Phys. Rev. Lett. 107, 146605 (2011).
13)J.-H. Choi et al., Complete gate control of supercurrent in graphene p-n junctions, Nat. Commun. 4, 2525 (2013).
14)B.-K. Kim et al., Strong Superconducting Proximity Effects in PbS Semiconductor Nanowires, ACS Nano 11, 221 (2017); J. Kim et al., Macroscopic quantum tunneling in superconducting junctions of β-Ag₂Se topological insulator nanowire, Nano Lett. 17, 6997 (2017).
15)Y. Chong and J. Joo, Superconducting Quantum Computer, Phys. High Technol. 28(3), 12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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