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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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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양자 100주년 특집: 한국 양자과학의 성취와 도전

이휘소 상 수상자 Peter Zoller 강연 후기

작성자 : 이승우·전재형 ㅣ 등록일 : 2026-03-17 ㅣ 조회수 : 6 ㅣ DOI : 10.3938/PhiT.35.008

저자약력

이승우 교수는 Oxford 대학에서 양자정보이론 물리학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다트머스대, 서울대학교, 고등과학원(KIAS),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등에서 연구했다. 현재 POSTECH 물리학과에 재직 중이며, 한국광학회 양자광학 및 양자정보분과 위원장, 한국물리학회 IYQ특별위원회 실무이사, APCTP 평의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swleego@gmail.com)

전재형 교수는 POSTECH에서 생체 연물질 통계물리이론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뮌헨공대, 탐페레 공대에서의 박사후연구원 생활, 고등과학원에서 키아스조교수을 역임하였다. 현재 POSTECH 물리학과에 재직 중이며 아시아태평양이론물리센터(APCTP)의 사무총장, 아시아태평양물리학회연합회(AAPPS) 평의원으로 활동 중이다. (jeonjh@gmail.com)

Lecture Highlights: Peter Zoller, Recipient of the APCTP Benjamin Lee Professorship

Seung-Woo LEE and Jae-Hyung JEON

In the International Year of Quantum Science and Technology (IYQ) 2025, Professor Peter Zoller was awarded the APCTP Benjamin Lee Professorship and delivered keynote lectures hosted by APCTP and the Korean Physical Society. He highlighted recent progress in quantum simulation with trapped ions and neutral atoms, and discussed emerging directions such as lattice gauge theory simulations. The lectures emphasized moving beyond quantum advantage toward practical quantum utility.

APCTP Benjamin Lee Professorship (이휘소 상)의 역사와 취지

Benjamin Lee Professorship (이휘소 상)은 이론물리학 발전에 획기적인 공헌을 남긴 故 이휘소의 학문적 업적과 정신을 기리기 위해 2012년 제정된 국제 학술 프로그램이다. 특히 이 프로그램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故 이휘소 박사 유가족의 공식 저작권 동의를 받아 운영되는, 국제적 수준의 이론물리학자 대상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아시아태평양이론물리센터(이하 APCTP)는 매년 세계 최고 수준의 이론물리학자를 선정해 시상하고, 수상자를 중심으로 특별강연 시리즈와 다양한 학술 교류 프로그램을 기획해 왔다. 이를 통해 국내외 연구자 간 교류를 촉진하고, 국내 기초과학 연구 역량의 성장을 뒷받침하는 역할을 지속해 왔다.

이휘소 상은 단순한 시상에 그치지 않는다. APCTP는 수상자의 특별강연을 개최하여 국내 연구진과 대학원생, 젊은 연구자들이 세계 최전선의 연구 흐름을 직접 접하고 심도 있는 토론을 나눌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왔다. 또한 故 이휘소 박사 서거 40주기(2017년)를 계기로, 한국물리학회(KPS)와 공동으로 박사의 유품(노트북, 계산기, 편지 등)을 전시하고 『이휘소 평전』을 증정하는 등 학문적 유산을 재조명하는 행사도 진행한 바 있다.

이러한 활동들은 이휘소 상이 단지 ‘한 명의 수상자’를 기념하는 프로그램을 넘어, 故 이휘소 박사의 학문적 유산을 매개로 연구자 간 공감대를 형성하고 실질적인 공동연구로 이어지는 연결 고리로 기능해 왔음을 보여준다.

2025 수상자: 양자 정보 분야의 개척자 Peter Zoller

2025년 UN이 지정한 ‘세계 양자과학 및 기술의 해(IYQ)’를 맞아, APCTP 이휘소 상 수상자로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 대학교의 피터 졸러(Peter Zoller) 교수가 선정됐다. 졸러 교수는 1995년 이온 트랩 기반 양자컴퓨터 모델을 최초로 제안하며1) 양자정보과학의 가능성을 열었다고 평가받는 세계적인 석학이다. 특히 원자·이온과 레이저를 이용해 양자 상태를 생성하고 조작하는 기술이 양자컴퓨터 및 양자 시뮬레이터 구현의 핵심 방법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방향성을 제시해 왔다.2)3)4) 그는 이론물리학자임에도 실험 물리학자들과 긴밀히 협력하며, 이론적 아이디어를 실험실에서 구현 가능한 기술로 연결하는 데 탁월한 성과를 보여 왔다. 그 업적을 인정받아 Max Planck Medal (2005), Dirac Medal (2006), Benjamin Franklin Medal (2010), Wolf Prize in Physics (2013) 등 물리학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상을 받아왔다. 2025년 ‘양자의 해’에 이휘소상 수상자로 피터 졸러 교수가 선정된 것은 한 개인의 학문적 성취를 기리는 데 그치지 않고, 급속히 발전하는 양자정보과학이 실질적 기술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를 가늠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에서도 더 의미가 있다.

수상자의 APCTP 특별강연은 10월 17일 APCTP에서 개최되었다. 「A Tutorial – Exploring Large Scale Entanglement in Quantum Simulation」을 주제로 진행된 본 강연에는 물리학 분야 연구자와 대학원생 등 약 100여 명이 참석하였다. APCTP 연구원과 POSTECH 대학(원)생 등 다양한 기초과학 연구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오프라인 행사와 온라인 생중계를 병행해 진행되었으며, 차세대 연구자들에게 최신 이론과 연구 방법론을 전달하는 교육적 의미를 지닌 자리였다.

또한 이휘소 상은 APCTP 단독 행사를 넘어, 호스트 기관인 POSTECH 및 국내 학술 커뮤니티와의 협력을 통해 파급력을 확장해 왔다. 올해 수상자인 피터 졸러 교수는 시상에 앞서 10월 16일 포스코국제관에서 열린 POSTECH Conference: The 2nd International Conference on Prospective Quantum Technology (ICPQT²)에서 기조강연자로 참여했다. 「From Programmable Quantum Simulators to Programmable Quantum Sensors」를 주제로, 양자 시뮬레이터가 향후 양자 센서로 어떻게 확장될 수 있는지에 대한 전망을 제시하며 양자기술의 응용 가능성을 논의했다. 행사에는 약 250명의 국내외 연구자와 산업계 관계자가 참석했으며, 국제 공동연구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어 2025년 10월 22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된 2025 한국물리학회(KPS) 가을학술대회에서도 피터 졸러 교수가 기조강연을 맡았다. 「Quantum Simulation with Atoms and Ions」라는 제목으로, 양자 시뮬레이션이 어디까지 도달했으며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발전할지에 대해 흥미로운 역사와 최근 연구 사례를 엮어 소개했다. 본 강연은 양자과학기술의 해를 맞아 APCTP, 한국물리학회(KPS) IYQ 특별위원회의 협력으로 진행되었으며, 학술대회에 참석한 약 500명의 연구자와 학생이 함께했다.

강연 핵심 내용은 다음 장에서 요약하여 소개한다.

강연 하이라이트: 양자 시뮬레이터의 현재와 미래

1. 리처드 파인만의 꿈이 현실이 되다

강연은 리처드 파인만(Richard Feynman)의 통찰로 시작했다. 1982년 파인만은 “자연은 고전적이 아니며, 자연을 제대로 시뮬레이션하려면 양자적으로 시뮬레이션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제기했다.5) 자연이 양자적으로 작동한다면, 자연을 계산으로 모사하는 장치 또한 양자의 규칙을 따라야 한다는 주장이다.

왜 고전 컴퓨터로는 모사가 어려울까? 졸러 교수는 그 핵심 이유로 양자역학의 얽힘(entanglement)을 지목한다. 여러 개의 스핀이 모이면 전체 상태는 단순히 각 스핀이 위/아래 중 하나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가능한 모든 조합이 중첩(superposition)된 형태로 존재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조합의 수가 스핀 수에 따라 지수적으로 증가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입자 수가 조금만 늘어나도 고전 컴퓨터로는 상태를 정확히 기술하는 것 자체가 매우 어려워진다. 파인만의 문제 제기 이후 약 40년이 흐른 지금, 피터 졸러 교수는 우리가 그 비전에 얼마나 가까워졌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2. 이온 트랩과 중성 원자

강연에서 졸러 교수는 양자 시뮬레이터 구현의 두 주요 플랫폼인 이온 트랩(Trapped Ions)과 중성 원자(Neutral Atoms) 시스템을 소개했다.

이온 트랩은 전하를 띤 원자(이온)를 전자기장으로 가두고, 레이저로 냉각해 거의 정지한 상태로 만든 뒤 개별 이온의 내부 상태(전자 스핀 등)를 큐비트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이 시스템의 핵심은 얽힘을 생성하는 방법에 있다. 이온들은 서로 밀어내며 집단적으로 진동하는데, 이러한 운동은 포논(phonon)이라는 양자화된 진동 모드로 기술된다. 포논은 원거리 큐비트 간 정보 전달을 가능하게 하는 ‘양자 데이터 버스’ 역할을 하며, 레이저로 큐비트와 집단 운동을 정교하게 결합하면 두 큐비트를 얽히게 하는 게이트를 구현할 수 있다. 이 방식의 강점은 정밀 제어에 있다. 이온 트랩 기술은 초정밀 원자시계 발전과 함께 성장해 왔고, 10‑20 수준의 오차를 목표로 하는 정밀 계측의 전통이 양자정보 구현에도 강력한 기반이 되었다는 것이 졸러 교수의 시각이다. 다만 이온 수가 늘어날수록 제어가 복잡해지고 잡음과 오류가 증가하는 문제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중성 원자 시스템은 전하가 없는 원자를 전기장이 아닌 레이저 기반의 광학 트위저(optical tweezer)로 포획한다. 여러 개의 트위저를 구성하면 원자들을 원하는 격자 형태로 배열할 수 있으며, 원자 이동 또한 가능하다. 최근에는 수백 개의 원자를 정교하게 배열할 수 있을 정도로 기술이 발전했다. 중성 원자 기반 게이트 구현에는 리드버그 상태(Rydberg state)와 리드버그 블로케이드(Rydberg blockade) 효과가 활용된다. 원자를 리드버그 상태로 여기하면 전자가 높은 에너지 준위로 올라가 원자의 크기와 분극률이 크게 증가하고, 이로 인해 인접한 두 원자가 동시에 리드버그 상태가 되려 할 때 강한 상호작용으로 에너지 조건이 바뀌어 두 번째 원자의 여기가 억제된다. 이 원리를 이용하면 정밀한 양자 논리 연산을 구현할 수 있다. 초기에는 충실도가 낮아 실용성이 제한적이었으나, 최근에는 충실도가 크게 향상되어 오류정정 시연 및 논리 큐비트 초기화 구현까지 가능해졌다.

3. 양자 시뮬레이터의 가능성

졸러 교수는 자신들이 참여한 연구 사례로 256 큐비트 규모의 중성원자 장치를 프로그래머블 아날로그 시뮬레이터로 활용한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여기서 ‘아날로그’는 범용 양자 게이트를 반복하는 디지털 방식과 달리 특정 해밀토니언을 직접 구현해 연산하는 방식을 뜻한다.

응용 사례로는 격자 게이지 이론(lattice gauge theory)에서의 스트링 브레이킹(string breaking) 현상을 제시했다.6) 이는 우주 초기 단계나 고에너지 입자물리학에서 등장하는 실시간 동역학 현상으로, 고전적 연산으로는 접근하기 어려운 영역이 있다. 졸러 교수는 양자 시뮬레이터를 통해 입자–반입자 쌍 생성과 함께 전기장 스트링이 끊어지는 현상을 관찰할 수 있었다고 설명하며, 최근 장치들이 얼마나 정교해졌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들었다. 다만 아직은 토이 모델 중심의 개념 증명 단계임도 함께 강조했다.

강연에서 특히 흥미로운 비전으로 제시된 개념은 ‘역양자 시뮬레이션(Inverse Quantum Simulation)’이다. 기존에는 특정 소재를 만들고 그 성질을 측정했다면, 역양자 시뮬레이션은 원하는 물성(예: 상온 초전도, 고효율 배터리 소재)을 먼저 정의한 뒤, 양자 시뮬레이터가 그 목표 상태에 도달하기 위해 필요한 해밀토니언과 조건을 찾아내는 방향을 지향한다. 이것이 가능해진다면 양자 시뮬레이션의 결과는 화학자나 재료과학자에게 실제 합성 전략에 대한 힌트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4. 검증과 유용성

졸러 교수는 양자컴퓨터가 고전컴퓨터를 압도하는 양자 우위(quantum advantage)가 가능해질 경우, 역설적으로 “정답을 어떻게 검증할 것인가”라는 문제가 등장한다고 설명했다. 고전 컴퓨터로 검증할 수 없는 결과를 양자 컴퓨터가 내놓았을 때, 그 결론을 어떻게 신뢰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그는 이론적 검증 프레임워크의 구축과, 서로 다른 양자 플랫폼 간 교차 검증의 필요성을 제시했다. 단순한 연산 속도보다 중요한 것은 결과의 신뢰성이며, 이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는 것이다.

질의응답 시간에는 “언제쯤 실질적인 양자 우위에 도달할 수 있겠는가”라는 질문이 나왔다. 이에 대해 졸러 교수는 양자 하드웨어의 비약적 발전으로 이미 고전적으로 어려운 계산이 가능한 영역에 진입했을 가능성을 언급하면서도, 문제의 핵심은 단순한 우위가 아니라 유용성(utility)이라고 강조했다. 즉, 사람들이 실제로 필요로 하고 비용을 지불할 만큼 가치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 단계로 나아가는 것이 가장 큰 과제라는 답변이었다.

맺음말

Benjamin Lee Professorship (이휘소 상) 프로그램은 단순한 학술 행사나 시상 프로그램을 넘어, 한국 이론물리학이 세계와 호흡하는 학문적 구조를 구축해 나가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APCTP는 본 프로그램을 통해 세계적 석학과 국내 연구진, 차세대 연구자들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학문적 생태계를 조성하고자 노력해 왔다. 이는 한국 이론물리학이 국제 학계에 지속적으로 기여하고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2025년은 UN이 지정한 ‘양자과학기술의 해’로, 양자정보과학 이론 분야의 세계적 석학 피터 졸러 교수가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졸러 교수는 시상식 전후로 한국을 방문해 여러 차례 강연과 국내 연구진과의 교류 시간을 가졌으며, 이는 양자정보과학의 학문적 성취를 기리는 것을 넘어 양자 우위를 목표로 하는 양자기술의 미래 가능성과 유용성을 심도 있게 조망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각주
1)J. I. Cirac and P. Zoller, Quantum Computations with Cold Trapped Ions, Physical Review Letters 74, 4091 (1995).
2)D. Jaksch, C. Bruder, J. I. Cirac, C. W. Gardiner and P. Zoller, Cold Bosonic Atoms in Optical Lattices, Physical Review Letters 81, 3108 (1998).
3)D. Jaksch, J. I. Cirac, P. Zoller, S. L. Rolston, R. Cote and M. D. Lukin, Fast Quantum Gates for Neutral Atoms, Physical Review Letters 85, 2208 (2000).
4)A. J. Daley, I. Bloch, C. Kokail, S. Flannigan, N. Pearson, M. Troyer and P. Zoller, Practical Quantum Advantage in Quantum Simulation, Nature 607, 667 (2022).
5)R. P. Feynman, Simulating Physics with Computers, International Journal of Theoretical Physics 21, 467 (1982).
6)D. Gonzalez-Cuadra, M. Hamdan, T. V. Zache, B. Braverman, M. Kornjača, A. Lukin, S. H. Cantu, F. Liu, S. T. Wang, A. Keesling, M. D. Lukin, P. Zoller and A. Bylinskii, Observation of String Breaking on a (2 + 1)D Rydberg Quantum Simulator, Nature 642, 321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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