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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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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교자성의 기초와 응용

교자성의 대칭성과 자기 다중극자 동역학

작성자 : 한승윤·강창종·임성현·이현우 ㅣ 등록일 : 2026-06-16 ㅣ 조회수 : 17 ㅣ DOI : 10.3938/PhiT.35.017

저자약력

한승윤 박사는 포항공과대학교에서 물리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같은 기관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다. 전자의 다중극 자유도를 활용한 동역학과 수송현상을 이론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hanson@postech.ac.kr)

강창종 교수는 포항공과대학교에서 물리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미국 Rutgers 대학에서 박사후연구원을 거쳐 2021년부터 충남대학교 물리학과에 재직하고 있다. 밀도범함수이론과 동적평균장이론을 활용하여 강상관 물질계의 전자구조 및 물성을 연구하고 있다. (cjkang87@cnu.ac.kr)

임성현 교수는 노스웨스턴대학에서 물리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2017년 울산대학교 부임 후 전자구조 계산을 이용해 스핀트로닉스의 다양한 위상에 의한 홀 효과 등을 연구하고 있다. (sonny@ulsan.ac.kr)

이현우 교수는 1996년 미국 MIT에서 고체물리학 이론 연구로 이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고 이후 서울대 이론물리연구센터, 고등과학원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한 후, 2002년부터 포항공과대학교 물리학과에서 교수로 재직 중이다. 나노 구조에서 일어나는 전자 스핀 전도, 자성체의 자화 동역학에 대해 약 20년 동안 연구해 왔으며 최근에는 전자 궤도 각운동량과 교자성체에 대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hwl@postech.ac.kr)

Symmetry of Altermagnetism and Magnetic Multipole Dynamics

Seungyun HAN, Chang-Jong KANG, Sonny H. RHIM and Hyun-Woo LEE

Altermagnetism has recently emerged as a new class of magnetic order combining features of ferromagnets and antiferromagnets. This article reviews the theoretical background behind the emergence of altermagnetism and discusses early symmetry-based descriptions. The characteristic properties of altermagnets are then introduced, followed by a discussion of a recent multipolar perspective in which altermagnets are understood as systems with ferroically ordered higher-order magnetic multipoles. This viewpoint provides deeper microscopic insight into phenomena such as the anomalous Hall effect and suggests a new route for electrical control of the Néel vector through magnetic multipole currents, opening new possibilities for altermagnetic spintronics.

서 론

학계는 그동안 자성 상태를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해 왔다. 하나는 강자성으로 거시적인 알짜 자화를 가지며 시간역전 대칭성(T)이 깨져 있는 상태이고 다른 하나는 반강자성으로 서로 반대 방향 스핀을 가진 부분격자(sublattice)의 스핀들이 상쇄되어 알짜 자화가 0이 된다. 이러한 구분은 1930년대 L. Néel이 반강자성을 제안한 이후 거의 한 세기 동안 응집물질물리학의 견고한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이 견고한 분류법을 깨는 ‘제3의 자성’이 등장하여 전 세계 고체물리학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1)2) 바로 교자성이다. 이 글에서는 교자성이라는 인식이 생겨난 역사적 배경, 교자성을 정의하는 결정구조 및 역격자 공간에서의 대칭성, 그리고 교자성의 대칭성에서 기인한 자기 다중극자를 통한 새로운 현상 등을 소개하고자 한다.

반강자성체에 대한 새로운 인식

반강자성체를 제안한 공로로 노벨상을 받은 L. Néel은 “반강자성체는 흥미로우나 쓸모없다”라고까지 얘기했을 정도로, 반강자성체는 학문적 관심과 그 다양한 물성에 비해 응용 관점에서는 많이 주목받지 못하였다. 스핀 자유도를 이용하는 스핀트로닉스 분야에서도 스핀 밸브를 제외하면 큰 관심을 끌지 못하다가, 기존 강자성체 기반 스핀트로닉스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제안된 소위 반강자성체 스핀트로닉스(Antiferromagnetic Spintronics)에서 활발하게 연구되기 시작하였다.3)4)5)

반강자성체 스핀트로닉스는 기존 강자성체에서 생기는 stray field 등을 해결하기 위해 제안되었고, 반강자성체의 자화 동역학이 강자성체의 GHz보다 훨씬 높은 THz 주파수 대역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반강자성체 기반 스핀 소자가 강자성체 기반 스핀 소자보다 동작 속도가 훨씬 빠를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매력 요소였다.3) 이러던 중 체코의 T. Jungwirth와 L. Šmejkal은 몇몇 강자성체가 통상적인 반강자성체의 수송 특성과 대칭성이 다르게 됨을 발견하였고, 이런 독특한 성질의 반강자성을 기존의 반강자성과 구별해 이를 교자성(Altermagnetism)이라 명명했다.1)6)

그런데 교자성이라는 용어가 도입되기 한참 이전에 일부 반강자성체는 다른 반강자성체와 다른 특이한 성질을 가진다는 것이 학계에 이미 보고되었다. 1960년대에 Dzyaloshinskii와 Moriya 등은, 알짜 자화가 있어야만 가능하다고 믿어왔던 압자기(piezomagnetism) 현상이 알짜 자화가 없는 rutile 구조 반강성체인 CoF2와 MnF2 등에서 나올 수 있음을 주장하였다.7) Dzaloshinskii는 반강자성체를 더 세밀하게 분류할 필요성을 느껴서 스핀 정렬 방향이 반대인 부분격자의 Wyckoff 위치에 따라, 반강자성체를 type-1, II, III로 분류하였고, 이중 부분격자가 회전변환으로 연결된 것이 지금 교자성으로 부르는 반강자성체이다. 교자성이라는 용어가 존재하지 않던 60년대 말에 이미 대칭성 관점에서 자화대칭성—자기공간군(magnetic space group)과 자기점군(magnetic point group)—에 따라 반강자성체를 일반 반강자성체와 그렇지 않는 다른 반강자성체로 분류한 셈이다. 그런데, Dzyaloshinkii의 반강자성체 분류는 L. Šmejkal et al.이 제안한 교자성과 일반 반강자성의 분류와 약간 다르다. 어떤 반강자성을 일반 반강자성으로 분류하고 어떤 반강자성을 일반 반강자성으로 분류할지에 대해서는 최근 연구에서도 서로 다른 관점이 공존한다. L. Šmejkal et al.이 Phys. Rev. X에서 제시한 교자성은 역격자공간에서 스핀궤도결합을 무시해도 되는 대칭성 분석 기반으로 일반 반강자성과 교자성을 분류했다면, Rutgers의 정상욱 교수는 스핀궤도결합을 고려한 물질의 대칭성 관점에서 일반 반강자성과 교자성을 구별해서 분류하는 방법을 제시하였다.8)9)

공선형 자성 분류

자성은 스핀의 정렬 형태에 따라 모든 스핀이 하나의 공통 축을 따라 정렬되는 공선형 자성(collinear magnetism)과 그렇지 않은 비공선형 자성(non-collinear magnetism)으로 구분된다. 비공선형 자성은 다시 모든 스핀이 동일한 평면 위에 놓이는 공면 비공선형 자성(coplanar non-collinear magnetism)과 동일한 평면 위에 놓이지 않는 비공면 비공선형 자성(non-coplanar non-collinear magnetism)으로 나눌 수 있다. 이번 절에서는 공선형 자성의 분류와 그 특성에 대해 간략히 살펴본다.

그림 1에서 볼 수 있듯이, 공선형 자성은 크게 강자성, 반강자성, 그리고 교자성으로 구분된다. 그림 1은 기존의 강자성과 반강자성과 구별되는 새로운 공선형 자성 상태인 교자성의 핵심 특징을 실공간의 결정 구조, 운동량 공간의 스핀 분극, 그리고 에너지 밴드 구조라는 세 가지 관점에서 직관적으로 비교하여 보여준다.

Fig. 1. Classification of collinear magnetism: (a) ferromagnetism, (b) antiferromagnetism, and (c) altermagnetism. Altermagnetism exhibits zero net magnetization, as in antiferromangetism, and spin splitting, as in ferromagnetism, simultaneously. This figure was adopted and modified from L. Šmejkal et al., PRX 12, 040501 (2022).
Fig. 1. Classification of collinear magnetism: (a) ferromagnetism, (b) antiferromagnetism, and (c) altermagnetism. Altermagnetism exhibits zero net magnetization, as in antiferromangetism, and spin splitting, as in ferromagnetism, simultaneously. This figure was adopted and modified from L. Šmejkal et al., PRX 12, 040501 (2022).

1. 실공간의 결정 구조

먼저 강자성은 실공간에서 모든 스핀이 한 방향으로 정렬되어 있어 거시적인 알짜 자화를 갖는다. 반면, 반강자성과 교자성은 서로 반대 방향의 스핀을 가진 부분격자가 공존하여 알짜 자화가 완전히 상쇄된다. 그러나 반강자성과 교자성은 이러한 부분격자들을 연결하는 결정 대칭성에서 본질적인 차이를 보인다. 그림 1(b)에서 볼 수 있듯이, 반강자성의 두 스핀 부분격자는 병진 대칭 또는 공간반전 대칭에 의해 서로 대응하며, 그 결과 알짜 자화가 완전히 상쇄된다. 반면 그림 1(c)의 교자성 결정에서는 각 스핀 격자 주변의 비등방성이 서로 달라 두 부분격자를 서로 연결하는 병진 대칭이나 공간반전 대칭이 존재하지 않고 대신 특정한 회전 대칭에 의해서 두 부분격자가 서로 연결되며, 이에 따라 알짜 자화가 완전히 상쇄된다.

2. 운동량 공간과 에너지 밴드에서의 스핀 분극

이러한 실공간 대칭성의 차이는 운동량 공간에서 서로 다른 스핀 분극 양상과 에너지 밴드 구조를 형성한다.

(a) 강자성은 자화 방향에 따라 균일한 s파 형태의 스핀 분극을 띠며, 모든 운동량 방향에서 스핀 업(파란색)과 스핀 다운(빨간색) 에너지 밴드가 뚜렷하게 분리된다.

(b) 반강자성은 공간반전과 시간역전이 결합된 대칭성(PT 대칭성)에 의해 크라머스 축퇴(Kramers degeneracy)가 발생한다. 이를 수식으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다.

\[PT \epsilon (s,k)=P \epsilon (-s,-k)= \epsilon (-s,k) \Rightarrow \epsilon (s,k) = \epsilon (-s,k)\]

여기서 \(\small\epsilon (s,k)\)는 스핀 \(\small s\)와 운동량 \(\small k\)에 의존하는 에너지 밴드를 의미한다. 시간역전 대칭성(T)은 스핀과 운동량을 모두 반전시키며, 공간반전 대칭성(P)은 스핀은 그대로 두고 운동량만 반전시킨다. 따라서 PT 연산은 \(\small \epsilon (s,k)\) 상태를 \(\small\epsilon (-s,k)\) 상태로 변환한다. 반강자성은 PT 대칭성에 대해 불변이므로 두 상태의 에너지는 반드시 같아야 하며, \(\small\epsilon (s,k)= \epsilon (-s,k)\)의 관계식이 성립한다.

그 결과 운동량 공간에서는 스핀 분극이 나타나지 않으며, 비자성 상태와 유사하게 스핀 업과 스핀 다운 밴드가 완전히 중첩되어 에너지 갈라짐이 발생하지 않는다.

(c) 교자성은 각 스핀 격자 주변의 비등방성으로 인하여 PT 대칭성이 깨져 있으며 이로 인하여 크라머스 스핀 축퇴가 깨진다. 그 결과 스핀-궤도 결합과 같은 상대론적 효과가 없더라도 강자성처럼 에너지 밴드의 거대한 스핀 갈라짐이 나타난다.1) 특히 이 갈라짐은 운동량 방향에 따라 교대로 부호가 반전된다. 예를 들어 d파(d-wave) 스핀 갈라짐은 그림 1(c)에서 보듯이 네잎클로버와 유사한 형태로 스핀 업과 스핀 다운이 교대로 분포하는 d파 형태의 스핀 분극을 형성한다. 결정 대칭성의 형태에 따라 d파보다 더 복잡한 g파, i파 스핀 갈라짐을 보이는 교자성이 발현되기도 한다.

결과적으로 교자성은 반강자성과 같이 알짜 자화는 없지만, 강자성과 같이 운동량 공간에서 강한 스핀 분극과 뚜렷한 스핀 갈라짐을 보여준다. 이러한 점에서 교자성은 강자성과 반강자성의 특징을 동시에 지니며, 기존의 두 자성 상태와 구별되는 독립적인 제3의 자성 상태임을 확인할 수 있다.

교자성체를 정의하는 또 다른 방법은 반응 함수(response function)의 대칭성에 기반한 정의다. 스핀이 반강자성체 형태로 되어 있더라도 반응 함수가 만족하는 대칭성이 강자성체와 같으면 교자성체로 정의한다.9) 이 정의를 위해서도 대칭성 분석을 사용하는데 앞선 정의에서 사용하는 대칭성 분석과는 다르게 공간과 스핀을 동시에 변화시키는 변환에 대한 대칭성 분석인 자성 그룹(magnetic group) 분석을 사용한다. 이 분석에서 강자성체 형태로 스핀 정렬이 되어 있지 않으면서도 자성 그룹 대칭성 측면에서 강자성체 형태의 응답함수를 보일 수 있는 물질을 교자성체로 정의한다.

자기 다중극자를 활용한 교자성체 이해

여기서 다루려고 하는 정의는 대칭성에 기반한 위 두 가지 정의와 다른 제3의 정의로 자기 다중극자(magnetic multipole) 개념에 기반을 두고 있다.10)11)12) 자기 다중극자(magnetic multipole)는 자기 모멘트의 공간 분포를 다루기에 유용한 양이다. 제일 간단한 자기 다중극자인 자기 쌍극자(magnetic dipole)는 알짜 자기 모멘트 크기를 나타내고 다음 차수 자기 다중극자인 자기 사중극자(magnetic quadrupole)는 서로 상쇄하는 자기 모멘트 두 개가 공간적으로 떨어져 있는 상황을, 다시 그 다음 차수 자기 다중극자인 자기 팔중극자(magnetic octupole)는 서로 상쇄하는 자기 사중극자 두 개가 공간적으로 떨어져 있는 상황을 기술한다.

교자성체를 기술하기 위해 자기 다중극자 개념을 활용하는 동기는 크게 두 가지이다. 우선 첫 번째로는 자기 다중극자가 교자성체를 이해하는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스핀 그룹 기반 기술은 스핀의 Néel 형태 antiferro 정렬에 대한 기술이고 자성 그룹 기반 기술도 기본적으로 antiferro 정렬에 기반한 기술이다. 반면, 자기 다중극자에 기반한 기술은 ferro 정렬 개념에 기반한 기술이다. 아래에 좀 더 자세히 설명하겠지만 교자성체에서 자기 쌍극자는 antiferro 정렬되어 있지만 자기 쌍극자보다 차수가 높은 자기 다중극자는 ferro 정렬되어 있다.9) 가장 처음에 각광을 받았던 d파 교자성체는 자기 팔중극자가 ferro 정렬되어 있고 근래 많이 연구된 g파 교자성체는 자기 삽십이중극자(magnetic triakontadipole)가 ferro 정렬되어 있다. 즉, 보통의 반강자성체와 교자성체가 달라지는 이유를 반강자성체에서는 자기 다중극자의 ferro 정렬이 없고 교자성체에서는 자기 다중극자의 ferro 정렬이 있기 때문으로 해석한다. 자기 다중극자 개념을 활용하는 두 번째 동기는 자기 다중극자 개념을 통해 교자성체 물성을 더 쉽게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핀 그룹이나 자성 그룹에 기반한 기술은 대칭성에 기반한 기술이기 때문에 교자성체 내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없는지를 대칭성 측면에서 알려주지만 일어날 수 있는 현상들이 얼마나 강하게 어떤 미시적 경로를 통해 일어나는지에 대한 정보를 주지 않는다. 예를 들어 스핀 그룹과 자성 그룹 기반 분석 모두 어떤 교자성체에서 비정상 홀 효과가 일어나는 것이 대칭성 측면에서 가능하다는 것만을 얘기하지 어떤 미시적인 이유로 비정상 홀 효과가 일어나는지는 알려주지 않는다. 반면, 자기 다중극자에 기반한 교자성체 기술은 교자성체 내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에 대해 훨씬 미시적인 정보를 담고 있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대칭성 기반 기술은 결정 구조와 스핀 정렬 정보만을 신경 쓰는 데 반해 자기 다중극자 기반 기술은 전자의 궤도 상태에 대한 정보를 담고 있다. 비정상 홀 효과를 비롯한 많은 물성이 궤도 자유도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것을 감안할 때 궤도 정보를 반영한 기술 방법은 그렇지 않은 기술법보다 미시적인 정보가 많이 담길 수밖에 없다.

교자성체와 자기 다중극자 사이 관계를 d파 교자성체를 예로 들어 얘기해 보자. 그림 2(a)에 있는 d파 교자성체에서는 스핀 모멘트가 반강자성 정렬을 하고 있으며, 바로 이웃한 두 격자에서의 스핀 모멘트가 정반대 방향을 향하고 있다. 이로부터 격자를 두 개의 부분격자로 나눌 수가 있다: 스핀 모멘트가 +y 방향을 향하고 있는 A 부분격자와 스핀 모멘트가 -y 방향을 향하고 있는 B 부분격자로 두 가지 부분격자로 나눌 수 있다. 교자성체가 일반 반강자성체와 구별되는 제일 핵심 차이는 교자성체의 A와 B 부분격자는 스핀 모멘트 주변 원자 배열이 서로 다르다는 점이다. 그림 2(a)의 경우 A 부분격자 모양은 B 부분격자 모양과 달라서 A 부분격자 모양을 B 부분격자 모양으로 변형시키려면 A 부분격자를 z 축 중심으로 90도 돌려야 한다. A 부분격자와 B 부분격자의 이런 원자 배열 차이는 A 부분격자와 B 부분격자에서 전자가 가지는 궤도 모양을 서로 다르게 만든다. 예를 들어 A 부분격자에 있는 전자가 +x, -x 방향으로 길게 뻗어있는 궤도 모양을 가지고 있다면[그림 2(b)] B 부분격자에 있는 전자는 +y, -y 방향으로 길게 뻗어 있는 궤도 모양을 가진다[그림 2(c)]. 스핀 모멘트를 가진 전자가 서로 다른 궤도 모양을 가진다는 것은 A 부분격자와 B 부분격자 내에서 스핀 모멘트의 공간 분포가 다르다는 것을 의미한다. A 부분격자 내에서 스핀 모멘트의 공간 분포는 +y 방향 스핀 모멘트가 +x, -x 방향으로 뻗어있다. 이 분포는 그림 2(b)에서와 같이, 방향 이방성이 없이 +y 방향 스핀 모멘트가 isotropic하게 분포한 성분과 +x, -x 방향에서는 +y 방향 스핀 모멘트가, +y, -y 방향에서는 -y 방향 스핀 모멘트가 나타나는 성분으로 쪼갤 수 있다. 이 중 첫 번째 성분이 자기 쌍극자 성분이고 두 번째 성분이 자기 팔중극자 성분이다. 두 번째 성분이 자기 팔중극자가 되는 이유는 자기 쌍극자의 공간 분포가 전기 사중극자처럼 xy 평면상에서 부호가 네 번 바뀌고 있기 때문에 2(자기 쌍극자)\(\small\times\)4(사중극자 분포)\(\small =\)8로 자기 팔중극자가 된다. B 부분격자 내에서 스핀 모멘트의 공간 분포도 비슷한 방식으로 성분을 쪼개 보자. 그러면 그림 2(c)에 있는 것처럼 방향 이방성이 없이 -y 방향 스핀 모멘트가 isotropic하게 분포한 자기 쌍극자 성분과 +y, -y 방향에서는 -y 방향 스핀 모멘트가 나타나고 +x, -x 방향에서는 +y 방향 스핀 모멘트가 나타나는 자기 팔중극자로 쪼갤 수 있다. 이제 A 부분격자와 B 부분격자에 존재하는 자기 다중극자를 비교해보면 자기 쌍극자의 경우 A 부분격자와 B 부분격자에서 서로 반대 부호의 자기 쌍극자를 가지게 되어 A 부분격자와 B 부분격자의 자기 쌍극자를 합한 알짜 자기 쌍극자는 0이 된다. 반면 자기 팔중극자의 경우 A 부분격자와 B 부분격자에서 동일한 부호의 자기 팔중극자를 가지게 되어 알짜 자기 팔중극자는 0이 아닌 유한한 값을 가지게 된다. 즉, 그림 2(a)에 있는 d파 교자성체는 자기 팔중극자가 ferro 정렬을 한 물질에 해당한다.11) 비슷한 방식의 분석을 g파 교자성체에 적용할 경우 자기 삽십이중극자가 ferro 정렬을 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Fig. 2. Magnetic octupole ordering in a d-wave altermagnet. (a) Owing to lattice distortion, the spin density distributions become anisotropically distorted. (b,c) Spin density profile on sublattice A and B. The spin density of sublattice A (B) is elongated along +x,-x (+y,-y) direction, resulting positive (negative) spin dipole density and positive magnetic octupole density. The combination of sublattice A and B results in a ferroic magnetic octupole ordering.
Fig. 2. Magnetic octupole ordering in a d-wave altermagnet. (a) Owing to lattice distortion, the spin density distributions become anisotropically distorted. (b,c) Spin density profile on sublattice A and B. The spin density of sublattice A (B) is elongated along +x,-x (+y,-y) direction, resulting positive (negative) spin dipole density and positive magnetic octupole density. The combination of sublattice A and B results in a ferroic magnetic octupole ordering.

다음은 자기 다중극자와 물성의 관계를 다뤄 보자. 우선 첫 번째로 ferro 정렬된 자기 팔중극자의 크기를 점점 작게 0으로 줄이는 경우를 상상해 보자. 그러면 교자성체와 보통 반강자성체의 차이가 사라지기 때문에 교자성체의 독특한 성질들이 자기 다중극자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교자성체의 여러 물성이 자기 다중극자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는 상황에 따라, 관심 있는 현상이 무엇인지에 따라 다를 수 있기 때문에 대표적으로 비정상 홀 효과를 예로 들어보자. d파 교자성체에서 생기는 비정상 홀 효과는 자기 팔중극자의 특정 성분 때문임이 일본 연구진에 의해 보고되었다.13) 자기 팔중극자는 첨자가 세 개인 텐서로서 여러 성분을 포함하고 있는데(공간 분포를 나타내는 첨자 두 개와 스핀 성분을 나타내는 첨자 하나) 일본 학자들이 보고한 이 성분은 대칭성 측면에서 스핀 모멘트와 동일한 특성을 지니고 있어서 보통의 대칭성 분석만으로는 강자성체에서 등장하는 보통의 자기 모멘트와 구별되지 않는다. 즉, 이런 성분은 대칭성 분석으로는 찾기 힘들고 자기 다중극자 관점에서 분석을 해야 쉽게 찾을 수 있다. 일본 학자들은 이 성분이 보통의 자기 모멘트와 대칭성 성질이 유사하다는 점에 착안하여 이 성분을 비등방 자기 모멘트라고 부르는 것을 제안했다.

또한, 자기 다중극자 개념은 교자성체의 자화 상태를 제어하는 새로운 방법을 제공한다. 교자성체의 자화 상태를 제어하는 방법으로 자기장을 가해주는 방법과 스핀 전류를 주입하는 방법이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이 방법들은 몇 가지 문제점을 가지고 있고 이 문제점을 극복하는 가능성 중 하나로 자기 다중극자를 활용하는 방법이 이론적으로 제안되었다.14) 먼저, 자기장 또는 스핀 전류를 주입해 교자성체 자화 상태를 제어할 경우 생기는 문제점을 짚어보자. 자기장을 걸어서 교자성체의 자화 상태를 제어하기 위해서는 교자성체가 알짜 자기 모멘트를 가져야 한다. 교자성체가 이상적으로는 알짜 자기 모멘트가 없어야 하지만 격자 변형, Dzyaloshinskii-Moriya 상호작용 등 여러 이유로 실제 실험 상황에서는 약간의 알짜 자기 모멘트를 가질 수 있고 이를 통해 자기장이 교자성체의 자화 상태에 영향을 미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이 방법은 이상적인 교자성체에는 적용될 수 없다. 또한 실제 실험에서 알짜 자기 모멘트가 약간 있는 경우에도 알짜 자기 모멘트가 작으면 강한 자기장을 걸어야만 자화 제어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이 방법은 여러모로 한계가 있다. 스핀 전류를 주입하여 교자성체의 자화 상태를 제어하는 경우 주입된 스핀이 자화 방향을 바꿀 수는 있지만 원하는 방향으로 제어하기는 힘들다. 예를 들어 교자성체의 스핀을 한쪽 방향에서 다른 방향으로 뒤집기 위해서는 주입하는 스핀 때문에 교자성체의 두 가지 방향 간 대칭성이 깨져야 하는데 스핀 주입은 이 대칭성을 깨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대칭성을 깨기 위해서는 교자성체에 Dzaloshinskii-Moriya 상호작용이 제법 큰 크기로 공존해야 하는데 반전 대칭성을 가진 대표적인 교자성체에서는 Dzyaloshinskii-Moriya 상호작용이 원칙적으로 존재할 수 없고 실험 상황에서 이런저런 이유로 반전 대칭성이 살짝 깨져서 생기는 Dzyaloshinskii-Moriya 상호작용은 크기가 충분히 크지 못하다.

자기 다중극자 개념은 위 방법들의 단점들을 우회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자기 다중극자 개념을 활용한 교자성체 자화 상태 제어를 설명하기 위해 외부에서 교자성체에 자기 다중극자를 주입할 수 있다고 가정하자. 좀 더 구체적으로는 그림 3처럼 +x, -x 방향으로 뻗어있는 궤도 모양을 가진 전자가 -y 방향 스핀 모멘트를 가지고 교자성체에 주입되고 +y, -y 방향으로 뻗어있는 궤도 모양을 가진 전자가 +y 방향 스핀 모멘트를 가지고 교자성체에 주입되는 상황을 상상해 보자. 이 경우, +x, -x 방향으로 뻗어있는 궤도 모양을 가진 전자는 A 부분격자에 있는 스핀 모멘트와 궤도 모양이 맞기 때문에 A 부분격자에 있는 스핀 모멘트와 주로 상호작용을 할 것이고 +y, -y 방향으로 뻗어있는 궤도 모양을 가진 전자는 B 부분격자에 있는 스핀 모멘트와 궤도 모양이 맞기 때문에 B 부분격자에 있는 스핀 모멘트와 주로 상호작용을 할 것이다. 그러면 이 상호작용으로 인해 생기는 field-like torque의 effective field 성분은 A 부분격자와 B 부분격자에서 서로 반대 방향이 되기 때문에 교자성체의 자화 방향을 돌리기에 제일 이상적인 상황이 구현된다.

Fig. 3. Magnetic octupole torque of d-wave altermagnet induced by magnetic octupole current injection from the heavy metal. When a magnetic octupole current is injected, carriers are selectively injected into the altermagnetic sublattices with matching orbital character, thereby generating a staggered field (yellow arrows).
Fig. 3. Magnetic octupole torque of d-wave altermagnet induced by magnetic octupole current injection from the heavy metal. When a magnetic octupole current is injected, carriers are selectively injected into the altermagnetic sublattices with matching orbital character, thereby generating a staggered field (yellow arrows).

위 가능성을 구현하기 위해 필요한 마지막 요소는 자기 다중극자를 교자성체에 주입하는 방법이다. 최근 이론 연구에 의하면 자기 팔중극자를 주입하는 것은 전이금속을 사용해서 구현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되었다.15) Pt 등 여러 전이금속은 스핀 홀 효과(spin Hall effect)를 잘 발생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스핀 홀 효과에 의해 생성된 스핀 홀 전류를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자. 흔히들 스핀 홀 전류라고 부르는 스핀의 흐름에서 스핀을 운반하는 전자들이 어떤 궤도 모양을 가지고 있을까? d 궤도 전자의 경우 다섯 가지 궤도 모양이 있는데 모든 궤도 모양이 동일한 정도로 스핀 전류에 기여를 할까? 최근 이론 연구에 의하면 그렇지 않다. 어떤 궤도 모양은 스핀 편극이 강하게 되고 어떤 궤도 모양은 스핀 편극이 약하게 된다. 즉, 평균적인 스핀 편극을 기준으로 할 때 궤도 모양에 따라 반대 방향 스핀 편극을 가지는 성분이 스핀 전류에 포함되어 있다. 좀 더 나아가서 스핀 홀 효과로 생성되지 않는 스핀 성분도 궤도 별로 따져 보면 포함되어 있다. 예를 들어 전기장을 +x 방향으로 걸어서 +y 방향 스핀 편극된 전자를 +z 방향으로 주입하는 상황에서 특정 궤도 모양을 가진 전자에 국한할 경우 +y 방향이 아니라 +z 방향으로 스핀 편극된 궤도도 존재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물론 모든 궤도 모양을 종합할 경우 z 방향 스핀 편극된 스핀 전류는 없어야 하기에 다른 어떤 궤도 모양을 가진 전자는 -z 방향으로 스핀 편극되어 z 방향 알짜 스핀 편극을 0으로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자기 다중극 전류는 z 방향으로 스핀 편극되는 것이 가능하다. 왜냐하면 예를 들어 +x, -x 방향으로 뻗은 궤도 모양을 가진 전자가 +z 방향으로 스핀 편극된 경우와 +y, -y 방향으로 뻗은 궤도 모양을 가진 전자가 -z 방향으로 스핀 편극된 경우, 이 두 경우는 동일한 부호의 자기 팔중극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정리하자면, 스핀 홀 효과로 스핀 전류를 생성하는 물질 중 일부는 자기 팔중극 전류도 같이 생성할 수 있고 이론 계산에 의하면 자기 팔중극 전류 크기가 스핀 전류와 대등한 수준으로 클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되었다.

이처럼 자기 다중극자는 교자성체가 기존의 반강자성체와 어떤 점에서 다르고 교자성체가 기본 반강자성체와 어떤 다른 물성을 가지는지 이해하는데 유용한 개념이다. 또한 교자성체의 자화 상태를 제어하는 소자 응용 측면에서도 효용이 있어 자기 다중극자를 통한 교자성체 연구가 앞으로 더 활발해질 것을 기대해본다.

각주
1)L. Šmejkal, J. Sinova and T. Jungwirth, Emerging research landscape of altermagnetism, Phys. Rev. X 12, 040501 (2022).
2)Igor Mazin, Altermagnetism then and now, Physics 17, 4 (2024).
3)T. Jungwirth, J. Sinova, A. Manchon, X. Marti, J. Wunderlich and C. Felser, The multiple directions of antiferromagnetic spintronics, Nat. Phys. 14, 200 (2018).
4)J. Železny, P. Wadley, K. Olejnik, A. Hoffmann and H. Ohno, Spin transport and spin torque in antiferromagnetic devices, Nat. Phys 14, 220 (2018).
5)P. Němec, M. Fiebig, T. Kampfrath and A. V. Kimel, Antiferromagnetic opto-spintronics, Nat. Phys. 14, 229 (2018).
6)S. Lee, S. Lee, S. Jung, J. Jung, D. Kim, Y. Lee, B. Seok, J. Kim, B. G. Park, L. Šmejkal, C. J. Kang and C. Kim, Broken Kramers degeneracy in altermagnetic MnTe, Phys. Rev. Lett. 132, 036702 (2024).
7)I. E. Dzyaloshinskii, The Problem of Piezomagnetism, J. Exp. Theoret. Phys. 33, 808 (1958); T. Moriya, Piezomagnetism in CoF2, J. Phys. Chem. Solids 11. 73 (1959).
8)S.-W. Cheong and F.-T. Huang, Altermagnetism classificaiton, npj Quantum Mater. 10, 38 (2025).
9)S.-W. Cheong and F.-T. Huang, Altermagnetism with noncollinear spins, npj Quantum Mater. 9, 13 (2024).
10)S. Hayami and H. Kusunose, Unified description of electronic orderings and cross correlations by complete multipole representation, J. Phys. Soc. Jpn. 93, 072001 (2024).
11)S. Bhowal and N. A. Spaldin, Ferroically ordered magnetic octupoles in d-wave altermagnets, Phys. Rev. X 14, 011019 (2024).
12)P. A. McClarty and J. G. Rau, Landau theory of altermagnetism, Phys. Rev. Lett. 132, 176702 (2024).
13)Satoru Hayami, Megumi Yatsushiro, Yuki Yanagi and Hiroaki Kusunose, Classification of atomic-scale multipoles under crystallographic point groups and application to linear response tensors, Phys. Rev. B 98, 165110 (2018).
14)Seungyun Han, Daegeun Jo, Insu Baek, Suik Cheon, Peter M. Oppeneer and Hyun-Woo Lee, Harnessing magnetic octupole Hall effect to induce torque in altermagnets, Phys. Rev. Lett. 135, 076705 (2025).
15)Insu Baek, Seungyun Han and Hyun-Woo Lee, Magnetic octupole Hall effect in heavy transition metals, Phys. Rev. B 112, 064421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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