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YSICS PLAZA
편집후기
작성자 : 정세영 ㅣ 등록일 : 2020-08-01 ㅣ 조회수 : 3,059
응집물질 물리학은 응집된 물질의 상을 연구하는 분야이니 크게는 액체와 고체를 들 수 있고 구체적인 응집된 상은 초전도체, 자성체, 유전체 등이 있으며 초저온 원자계가 이루는 상으로는 보스-아인슈타인 응축물이 있다. 최근에는 그래핀이나 Transition metal dichalcogenide(TMD)와 같은 2D 물질과 위상절연체(topological insulator, TI) 등이 응집물리학 연구의 주를 이룬다. 이러한 물질에 대한 연구는 응집물질 물리학 분야뿐만 아니라 통계물리학, 광학 및 양자전자학, 플라스마 물리학, 원자 및 분자 물리학, 반도체 물리학 등의 분과와도 밀접하게 연계가 되어 있고 특히 재료과학, 나노기술 영역까지 이제는 응집물질 영역의 제한은 거의 없는 듯하다. 그러나 이전에 고체물리학 분야라고 부르던 것에서 굳이 응집물질 물리학이라고 확대된 개념의 용어를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고체에서 얻어진 많은 현상들이 유체계에서도 적용되기 때문이다. 여기서 유체계라 함은 도체 내 전도전자 등을 포함한다.
그런데 물리학의 어느 분야를 찾아봐도 금속 단결정을 연구하는 분야가 없다. 금속 안의 전자 거동은 단순한 드루드(Drude) 모형으로도 잘 설명할 수 있고 결정 방향에 따른 전자 거동의 이방성, 페르미 에너지 표면의 복잡성 등, 금속 단결정으로 연구할 물리가 많이 있는데도 말이다. 금속공학(metallurgy)에서는 재료나 합금, 정제, 가공 등에 초점을 두고 있지만 단결정에 대한 연구는 하지 않고, 응집물질 물리학에서는 단결정을 많이 다루지만 금속 단결정을 연구하지는 않는다. 학자들 중에는 “구리에 연구할 것이 뭐가 더 있지?”라고 하는 분들도 있다. 구리가 너무 잘 알려진 물질이고 상업적으로는 여전히 활용도가 높지만 새로운 물성을 얻어낼 것이 더 있겠느냐 하는 합리적 질문인 것이다. 그래서 금속 단결정에 대한 연구는 블루오션이다. 구리의 단결정 연구가 최근에 와서 불붙게 된 것은 그래핀의 덕분이다. 그래핀 성장이 구리 포일에서 잘 이루어지기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구리 포일에 대한 연구를 해오고 있고 특히 최근 구리 포일을 단결정으로 만드는 것에 대한 연구는 세계 유명 저널에 자주 등장하고 있다.[S.H. Jin et al., Science 362, 1021 (2018); M. Wu et al., Nature 581, 406 (2020)] 그러나 단결정이 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표면이 원자수준으로 평평한 것은 또 다른 문제이다. 구리 포일은 표면 거칠기가 약 30 nm에서 100 nm에 이르기도 한다. 본 특집에서 이야기하는 초평탄 표면은 거칠기 0.2 nm(2 Å) 정도를 말하는 것인데 이는 구리 원자 한층 수준에 해당한다. 우리는 아직 이러한 초평탄 표면을 갖는 물질을 많이 경험해 보지 않아서 어떤 새로운 세계가 펼쳐질지 잘 알지 못한다. 바라건대 이런 연구를 주도하는 일에 국내 연구진들이 많이 참여하여 세계적 우위를 점할 수 있으면 좋겠다.
이번 특집에는 단결정 금속 박막 시료를 만드는 팀, 원자 단위로 분석하고 결정학적 해석을 진행하는 팀, 초평탄 물질의 광학적 특성을 분석하는 팀, 초평탄면에서 일어날 수 있는 물리적 현상을 이론적으로 계산하는 팀, 조합 방식과 머신 러닝을 통하여 최적의 조건을 찾아가는 팀 등 5개의 팀이 분야별로 5편의 원고를 준비하였다. 초평탄 금속 소재의 세계에서 신생 물성을 탐색하는 흥미로운 여정에 동참하여 집필에 수고를 한 성균관대학교 김영민 교수, 황정식 교수, 미국 미시시피 주립대학교 김성곤 교수, 부경대학교 이승훈 교수, 부산대 단결정연구소 김수재 박사와 천미연 박사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
[객원 책임편집위원 부산대학교 나노과학기술대학 교수 정세영 (syjeong@pus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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