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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2D 판데르발스 복합구조체 극한스핀동역학

2차원 물질 내 들뜬상태 전자 동역학

작성자 : 방준혁 ㅣ 등록일 : 2020-09-30 ㅣ 조회수 : 2,975 ㅣ DOI : 10.3938/PhiT.29.032

저자약력

방준혁 교수는 한국과학기술원에서 물리학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미국 Rensselaer Polytechnic Institute에서 박사 후 연구원, 삼성디스플레이 CAE팀에서 책임 연구원,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에서 선임 연구원을 거친 후, 2019년부터 충북대학교 물리학과 조교수로 재직 중이다. (jbang@cbnu.ac.kr)

Excited Carrier Dynamics in Two-dimensional Materials
Junhyeok BANG

When electrons in materials are excited, they undergo several dynamic processes such as carrier thermalization, transfer, and recombination. These fundamental excited state processes are crucial to understanding the microscopic principles at work in electronic and optoelectronic devices. This article introduces the excited carrier dynamics in a two-dimensional van der Waals material and reveals several interesting phenomena that do not occur in bulk materials. Particularly, the focus will be two dynamic processes: carrier multiplication and ultrafast charge transfer.

들어가는 글

세상은 끊임없이 움직인다. 태양이 뜨고 지고, 달이 차고 기울며, 파도가 치고, 계절이 변하고, 우리 심장은 항상 두근거린다(사랑을 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이런 움직임, 다시 말해 시간에 대한 물체의 변화를 관찰함으로써 자연 법칙을 이해할 수 있다. 예를 들어 17세기말 영국의 한 분이 행성의 운동을 분석하며, 만유인력과 운동의 법칙을 발견한 것처럼 말이다.

자연계의 움직임에는 각각의 현상마다 다양한 시간 스케일(time scale)이 있다. 예를 들어 대륙의 이동과 같은 지질학적인 현상은 우리가 인식할 수 없을 정도의 아주 느린 시간 스케일(약 수십억 년 정도)로 움직인다. 이와 반대로 원자 분자 단위에서 일어나는 현상들은 너무 빠른 시간 스케일(10‒12초 이하)에서 일어나 우리의 감각기관이 따라갈 수 없다. 이런 다양한 시간 스케일에서 일어나는 현상들을 분석하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실험 측정방법이 필요하며, 이로부터 다양한 현상들을 지배하는 법칙을 이해할 수 있다.

Fig. 1. Typical excited carrier processes. (a) Time scale of excited carrier dynamics and (b-e) schematics of the dynamic processes: (b) Photon absorption, (c) carrier thermalization, (d) carrier recombination, and (e) carrier trapping at a defect level. 
필자는 물질 내에서 일어나는 전자들의 동역학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물질 내 전자들은 빠르게는 아토초(attosecond, 10‒18초) 영역에서 느리게는 마이크로초(microsecond, 10‒6초) 영역에 이르기까지 넓은 시간 스케일의 다양한 동역학 과정(dynamics process)들에 의해 움직인다. 초기 전자들이 에너지 적으로 안정한 바닥상태(ground state)에 있는 경우 이런 움직임들이 일어나지 않는다. 빛 또는 전압을 이용하여 전자를 들뜬상태(excited state)로 전이시킴으로써 전자의 동역학 과정들이 발생하고, 이들을 통해 전자는 다시 바닥상태로 돌아오게 된다. [그림 1]에서 물질 내 전자가 들뜬상태로 전이된 후 바닥상태도 돌아오는 여러 동역학적 과정들의 시간 스케일을 보여준다.1)2)3)4) 초기 열적 평형상태에 있는 물질의 경우 페르미 레벨(Fermi level) 아래쪽 상태(state)들에는 모두 전자들로 차여있고, 위쪽 상태에는 전자가 비워져있다. 이때 물질에 조사된 빛은 전자와 상호작용하여 흡수되고, 가전자 밴드(valence band)에 있던 전자를 높은 에너지를 가지는 전도 밴드(conduction band) 위 한 상태로 전이(transition)시킨다[그림 1(b)]. 이 과정을 통해 가전자 밴드에는 전자가 비워져 있는 정공(hole)이 만들어지고, 전도 밴드에는 들뜬 전자가 생성된다. 들뜬 전자와 정공은 빛에 의해 항상 쌍으로 생성되기 때문에 이들을 들뜬 전자-정공 쌍(excited electron-hole pair)이라고 부른다. 초기 생성된 들뜬 전자와 정공은 각각 전도 밴드와 가전자 밴드 내에서 높은 에너지 상태에 위치하기 때문에 이들은 주변에 에너지를 잃으며 전도 밴드 최소점(conduction band minimum)과 가전자 밴드 최대점(valence band maximum)으로 옮겨가는 과정, 즉 전자의 써멀리제이션(carrier thermalization)이 일어난다[그림 1(c)]. 이 전자의 써멀리제이션은 그림 1(a)에 표시된 수 펨토초(femtosecond, 10-15초)에서 수 피코초(picosecond, 10‒12초) 영역에서 발생하는 전자-전자 산란(carrier-carrier scattering)과 전자-격자 산란(carrier-lattice scattering)을 통해 일어난다. 들뜬 전자-정공 쌍이 가진 에너지는 전자-전자 산란에 의해 주변의 다른 전자에게, 그리고 전자-격자 산란에 의해 주변의 원자들에게 전달된다. 이 과정들은 에너지가 연속적으로 이어진 한 밴드 내에서 발생되므로, 다른 과정들보다 빠른 시간 스케일에서 일어난다. 들뜬 전자와 정공이 밴드끝(band edge) 상태로 떨어지고 나면 전자-전자 산란과 전자-격자 산란 과정은 끝나고, 이후에는 더 느린 시간 스케일, 즉 수십 피코초에서 수백 나노초(nanosecond, 10‒9초) 혹은 마이크로초 영역에서 오제 재결합(Auger recombination) 혹은 발광 재결합(radiative recombination)이 발생한다[그림 1(a)]. 이 두 과정을 통해 들뜬 전자는 바닥상태인 가전자 밴드로 떨어지게 되는데[그림 1(d)], 오제 재결합에서는 들뜬 전자-정공 쌍의 에너지가 주변 다른 전자에게 전달되고, 발광 재결합에서는 빛에너지로 방출한다. 그림 1(a)에는 표시되지 않았지만, 물질 내 결함이 있어 밴드갭(band gap) 안에 결함 준위를 만드는 경우에는 들뜬 전자나 정공이 결함 준위로 떨어지는 과정이 재결합 과정들과 유사한 시간 스케일에서 발생될 수 있다.5)6)7) 이후 전자들은 바닥상태로 돌아와 더 이상 들뜬 전자의 동역학 과정은 발생하지 않으며, 들뜬 전자에 의해 발생된 원자의 열 운동에 의한 현상들이 나타난다[그림 1(a)].

이런 물질 내 들뜬 전자의 동역학 과정은 광합성 등과 같은 다양한 자연 현상뿐만 아니라 태양전지와 같은 여러 소자응용을 이해하는 데 중요하다. 실제 광합성, 태양전지 등에서 빛에너지를 화학에너지 혹은 전기에너지로 저장하는 과정에서 그림 1에서 설명한 여러 과정들이 발생하며, 이 과정에서 중요한 에너지 저장 효율은 근본적으로 여러 개별적 들뜬상태 동역학 과정들이 순차적으로 발생되며 나타나는 복합적 현상의 결과인 것이다. 본  글에서는 최근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는 이차원 판데르발스(van der Waals) 물질 내에서 발생하는 전자 동역학에 대한 최근 연구 결과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다음 2절에서는 이차원 물질 초고속 동역학 연구에서 발견된 들뜬 캐리어 증식 (carrier multiplication) 현상을 설명하겠고, 3절에서는 이차원 판데르발스 이종접합(heterojunction) 구조에서 나타나는 이차원 물질 간의 전하 이동(charge transfer) 현상을 설명하겠다. 그리고 4절에서는 마무리하는 말로 본 기고 글을 끝마치고자 한다.

이차원 물질 내 들뜬 캐리어 증식(carrier multiplication) 현상

Fig. 2. (a) Schematics of carrier multiplication and (b) the detailed balance-derived maximum allowable power conversion efficiency (PCE) of solar cells.12) PCE is enhanced by the carrier multiplication.

들뜬 캐리어 증식은 하나의 들뜬 전자 또는 정공이 다른 들뜬 전자-정공 쌍을 만드는 현상이다. 앞서 설명했듯이 초기 전도 밴드 내 높은 에너지로 들뜬 전자는 써멀리제이션 과정을 겪으며 전도 밴드 최소점으로 떨어진다. 이때 [그림 2](왼편)에 나타낸 것처럼, 특수한 전자-전자 산란 과정의 경우 처음 들뜬 전자의 에너지가 가전자 밴드에 있는 전자에게 전달되어 전도 밴드 위 한 상태로 여기시킬 수가 있다. 이 특수한 전자-전자 산란 과정을 들뜬 캐리어 증식이라고 한다.[그림 2(왼편)에는 초기 들뜬 전자 경우에 대해 나타냈지만, 정공의 경우에도 유사한 들뜬 캐리어 증식 과정이 가능하다.] 초기 들뜬 전자는 하나였지만, 이 과정을 통해 들뜬 전자의 수가 하나 이상으로 늘어나기 때문에 들뜬 캐리어 증식이라고 부른다. 이 들뜬 캐리어 증식 과정은 단일 광자의 흡수로부터 둘 이상의 들뜬 전자-홀 쌍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광전소자(optoelectronic device)의 효율을 높일 수 있다.8)9)10)11) 특히 들뜬 캐리어 증식 과정을 통해 기존에 알려진 태양전지 효율 한계, 즉 쇼클리-쿼이저 한계(Shockley-Queisser limit)를 넘을 수 있기 때문에[그림 2(오른편)], 이 들뜬 캐리어 증식 과정에 대한 연구가 많이 진행되어져 왔다.12)

하지만 일반적인 반도체 물질에서는 들뜬 캐리어 증식이 잘 일어나지 않는다. 그 첫 번째 원인은 일반적인 반도체 물질에서는 전자-격자 산란이 강하게 일어나, 들뜬 전자 에너지의 대부분이 원자들의 열운동에너지로 전환되기 때문이다. 또 다른 원인은(사실 첫 번째 원인과 연관되어 있지만) 에너지-운동량 보존 조건 때문이다. 그림 2(a)에 나타낸 것처럼, 들뜬 캐리어 증식이 일어날 때 높은 에너지의 들뜬 전자는 에너지와 함께 운동량도 변한다. 따라서 가전자 밴드에서 전도 밴드로 전이되는 전자의 에너지와 운동량 변화가 두 에너지-운동량 보존 조건을 동시에 만족시켜야 한다.13)14)15) 주어진 반도체 물질의 밴드 구조에서 이 에너지-운동량 보존 조건을 만족시키는 들뜬 캐리어 증식 과정은 크게 제한되어져 있다. 예를 들어, 만약 가전자 밴드와 전도 밴드가 동일한 유효질량(effective mass)을 가지는 포물선인 경우 들뜬 전자의 에너지는 밴드갭(band gap)보다 4배 이상 커야 들뜬 캐리어 증식이 가능해진다.16)

들뜬 캐리어 증식을 향상시키기 위한 방안으로 나노구조에 대한 연구, 특히 양자점(quantum dot)에 대한 연구가 많이 진행되어져 왔다. 양자점은 양자 구속(quantum confinement) 효과로 인해 전자들이 띄엄띄엄한 에너지 레벨(energy level)을 가진다. 만약 이 에너지 레벨들의 간격이 포논(phonon)의 에너지보다 크면 전자-격자 산란에 의한 에너지 손실이 크게 줄어든다.17)18)(이런 전자-격자 산란 감소 효과를 포논 병목(phonon bottleneck)이라 부른다.) 이와 함께 전자-전자 간 쿨롱 상호작용은 구속(confinement) 효과에 의해 크게 증가하며 대부분의 들뜬 전자의 에너지가 들뜬 캐리어 증식을 통해 들뜬 전자 수를 늘리는 데 사용된다. 이러한 들뜬 캐리어 증식 과정은 PbSe, PbS, CdSe, InAs, Si 등의 다양한 양자점에서 실험적으로 발생할 수 있음이 보고되었다.19)20)21)22)23) 하지만 양자점은 전자 추출(carrier extraction) 문제로 인해 광전소자의 응용에 적용하기가 어렵다.

Fig. 3. (Upper) Linear band structure of graphene around the K point and schematics of (a) Auger recombination (AR) and (b) carrier multiplication [or impact ionization (II)]. (Lower) Temporal evolution of (a) the excited electron-hole pair density and (b) rates for Auger recombination and carrier multiplication.[24] Fig. 3. (Upper) Linear band structure of graphene around the K point and schematics of (a) Auger recombination (AR) and (b) carrier multiplication [or impact ionization (II)]. (Lower) Temporal evolution of (a) the excited electron-hole pair density and (b) rates for Auger recombination and carrier multiplication.24) 

최근 이차원 물질에서 들뜬 캐리어 증식이 일어난다는 여러 결과들이 보고되고 있다. 양자점의 경우와 유사하게 낮은 차원으로 전자 갇힘에 의한 강한 쿨롱 상호작용이 들뜬 캐리어 증식을 증가시킬 수 있다. 이런 효과와 함께 이차원 물질의 특이한 밴드 구조가 들뜬 캐리어 증식을 유도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친다. [그림 3]에 나타낸 것처럼 그래핀은 디랙 점(Dirac point) 근방에서 선형적인 밴드 구조를 가진다. 선형적인 밴드 구조에서는 들뜬 캐리어 증식에 필요한 에너지-운동량 보존 조건을 쉽게 만족시킬 수 있기 때문에 들뜬 전지 증식이 잘 일어날 수 있을 것이라 예상된다. 이런 그래핀 내 들뜬 캐리어 증식의 가능성은 블로흐 방정식(Bloch equation)을 이용해 2010년도에 이론적으로 예측되었다.24) 그림 3(아래)에 보듯이 초기 10 fs 레이저(광자에너지=1.5 eV)를 이용해 그래핀에 생성된 약 2.5×1011 cm-2 정도의 들뜬 전자-정공 쌍 밀도는 들뜬 캐리어 증식으로 인해 약 300 fs 동안에 밀도가 5×1011 cm-2 정도로 크게 증가한다.

그래핀 내에서 들뜬 캐리어 증식이 발생하는 동안 다른 동역학 과정들도 함께 일어난다. 우선 들뜬 캐리어 증식의 역 과정인 오제 재결합(Auger recombination) 과정이 일어난다. 오제 재결합은[그림 3(위)] 들뜬 전자와 정공이 재결합하면서 가지고 있던 에너지(그리고 운동량)를 다른 전자에게 전달하는 전자-전자 산란 과정이다. 들뜬 캐리어 증식과는 반대로 오제 재결합은 들뜬 전자 수를 감소시킨다. 들뜬 캐리어 증식과 오제 재결합은 서로 시간 반전에 대응되는 과정이기 때문에 시간 반전 대칭성이 있는 시스템에서는 이 둘의 산란 확률(scattering rate)이 정확히 같다. 그래핀은 시간 반전 대칭성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제 재결합보다 들뜬 캐리어 증식이 더 많이 발생하여 들뜬 전자-정공 쌍 밀도를 증가시키는 이유는 초기 레이저에 의한 들뜬 전자와 정공의 에너지 분포 때문이다. 가전자 밴드와 전도 밴드 위 k 파동벡터(wavevector)를 갖는 상태의 전자 채워짐(carrier occupation)을 각각 \(f_{k}^{c}\)와 \(f _{k}^{v}\)로 표현하면, 들뜬 캐리어 증식은 \(f_{k}^{v} (1-f_{k’}^{c})\)에 비례해 발생한다. 즉 가전자 밴드에서 전도 밴드로 전자가 전이되기 위해서는 가전자 밴드 최고점 근방의 상태에는 전자가 채워져 있어야 하고, 전도 밴드 최소점 근방의 상태에는 전자가 비워져 있어야 한다. 반대로 오제 재결합은 \(f_{k}^{c} (1-f_{k’}^{v})\)에 비례하여 발생한다.(즉, 재결합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전도 밴드 최소점 근방에 상태에는 전자가 채워져 있어야 하고, 가전자 밴드 최대점 근방의 상태에는 전자가 비워져 있어야 한다.) 그래핀의 선형 밴드에서 레이저에 의한 직접 전이(direct transition)는 초기 들뜬 전자와 정공을 전도 밴드와 가전자 밴드 깊숙한 곳에 분포하도록 만들어 디랙 점 근방에는 들뜬 전자와 정공이 거의 없다. 즉 \(f_{k}^{c}\sim 0\), \(f_{k}^{v}\sim 1\)이 되어 비대칭적으로 들뜬 캐리어 증식이 많이 발생된다. 그림 3(아래)에서는 들뜬 캐리어 증식과 오제 재결합 발생량의 시간에 따른 변화를 보여준다. 초기 100 fs 정도의 시간 영역에서는 앞서 설명한 파울리 블로킹(Pauli blocking) 효과에 의해 들뜬 캐리어 증식이 오제 재결합보다 더 많이 일어나며, 들뜬 전자-정공 쌍 밀도가 크게 증가한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전자의 비평형 상태 분포는 평형 상태인 페르미-디랙 분포(Fermi-Dirac distribution)로 변해가며, 두 과정의 발생량은 같아지게 된다.

전자-전자 산란과 함께, 그림 1에서 나타낸 것처럼 수백 fs의 빠른 시간 스케일에서는 전자-격자 산란도 함께 일어난다. 레이저를 통해 물질을 들뜬 상태로 만들 경우 레이저 에너지의 대부분은 전자들에게 흡수된다. 물질 내 전자들은 높은 에너지(온도)를 가지고 있는데 반해 원자의 운동에너지는 여전히 낮은 상태로 있기 때문에 전자-격자 산란은 전자가 가진 에너지를 원자의 운동에너지로 전달시킨다. 그림 3(아래)의 전자-격자 산란을 포함시킨 계산 결과에서는 150 fs 이후로 들뜬 전자-정공 쌍 밀도가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것을 볼 수 있다. 즉 전자 재결합 과정이 발생하고 있다. 들뜬 전자-정공 쌍의 에너지가 빛 에너지로 방출되는 발광 재결합이 있지만, 그림 1에 보듯이 발광 재결합은 더 느린 시간 스케일에서 일어난다. 그림 3의 수백 fs 영역에서 일어나는 그래핀 내 전자 재결합 과정은 전자-격자 산란에 의해 발생된다. 전자-격자 산란에 의한 전자 재결합은 밴드갭의 에너지가 포논 에너지 스케일(약 100 meV)보다 큰 반도체 물질에서는 발생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래핀의 경우 밴드갭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전자-격자 산란에 의한 재결합이 가능하다.

Fig. 4. (a) Carrier multiplication in Landau-quantized graphene[27] and (b) quantum yield of carrier multiplication in 2H-MoTe2 and 2H-WSe2 thin film.[28]Fig. 4. (a) Carrier multiplication in Landau-quantized graphene27) and (b) quantum yield of carrier multiplication in 2H-MoTe2 and 2H-WSe2 thin film.28)

그래핀에서의 들뜬 캐리어 증식에 대한 이론적 예측과 실험적 관찰 결과가 많이 보고되었지만,24)25)26) 그래핀은 밴드갭이 없어 광전소자 응용이 어렵다. 그래핀에 강한 자기장을 걸어줌으로 써 밴드갭을 유도할 수 있고, 이 그래핀의 란다우 레벨(Landau level)에서 들뜬 캐리어 증식이 가능하다는 이론적 연구가 진행되었다.27) 그래핀에 강한 자기장을 걸어줄 경우, [그림 4](a)와 같이 선형 밴드가 띄엄띄엄한 란다우 에너지 레벨로 변한다. n번째 란다우 레벨 에너지는 \(\sqrt {\left| n \right|}\)에 비례하기 때문에, 들뜬 전자가 n=4에서 n=1 란다우 레벨로 전이되는 에너지가 n=0 란다우 레벨에 있던 전자가 n=1 란다우 레벨로 전이되는 에너지와 같아진다. 이 에너지 보존을 만족하는 들뜬 캐리어 증식이 이론 계산을 통해 일어날 수 있음을 보였다. 하지만 자기장의 세기가 약 4 T 정도로 강한 자기장 내에서도 란다우 레벨 사이 간격은 여전히 100 meV 이하로 충분한 크기의 밴드갭을 만들기 어렵다. 따라서 자기장이 없을 때보다는 약하지만 여전히 전자-격자 산란에 의한 재결합을 막을 수 없다.

그래핀 이외 다양한 이차원 물질들이 발견되었으며, 특히 MoS2, MoTe2 등의 이차원 전이금속 칼코겐(transition metal dichalcogenide) 화합물은 충분한 밴드 갭을 가지고 있어 광전 소자 응용이 가능하다. 최근 국내 성균관대 연구팀에서는 이런 전이금속 칼코겐 화합물 박막에서 들뜬 캐리어 증식이 잘 일어날 수 있음을 실험적으로 보였다.28) MoTe2에서는 빛 에너지가 밴드갭 에너지 Eg의 2배, 즉 2Eg에서 들뜬 캐리어 증식이 발생하였다[그림 4(b)]. 다른 반도체 또는 양자점에서는 에너지-운동량 보존 조건에 의해 빛이 최소 2.5Eg~4Eg 정도 에너지를 가져야 들뜬 캐리어 증식이 발생한다. 따라서 칼코겐 화합물 박막에서 나타나는 2Eg 근방의 들뜬 캐리어 증식 문턱 에너지(threshold energy)는 상당히 흥미로운 결과이다. 이런 들뜬 캐리어 증식 현상에 대한 이론적인 메커니즘은 아직까지 불명확하며 추가적인 이론 연구가 필요하다.

이차원 판데르발스 이종접합 간 전하 이동(charge transfer) 현상

반도체 이종접합(heterojunction)은 다양한 광/전기 소자에 이용되는 기본적인 구조로, 이 이종접합 구조에 대한 이해는 실제 소자 응용에 중요한 기본 정보를 제공한다. 일반적인 벌크(bulk) 반도체 물질들의 경우 원자들 사이의 강한 이온 또는 공유 결합으로 이종접합을 만든다. 두 반도체 물질의 격자 상수(lattice constant) 차이가 크면 이들 원자 간에 결합을 잘 만들지 못하며, 계면에 예기치 않은 여러 결함들을 생성시킨다. 따라서 격자 상수 차이가 작은 반도체 물질들로만 이종접합구조를 만들 수 있으며, 이는 다양한 이종접합구조를 만드는 데 큰 제한 조건이다. 이에 반해 그래핀, MoS2, WS2 등과 같은 이차원 물질의 경우 이종접합이 층간 약한 판데르발스 상호작용으로 이루어진다. 따라서 두 이차원 물질의 격자 상수 차이가 크더라도 결함이 없는 깨끗한 계면을 만들 수 있다.29)30) 다시 말해 이차원 물질을 이용하면 격자 상수(lattice matching condition) 고려 없이 우리가 원하는 대로 다양한 이종접합구조를 만들 수 있다.31)

결합 메커니즘의 차이는 구조에 변화를 준다. 강한 이온 또는 공유 결합으로 이루어진 기존 반도체 이종접합의 경우 두 물질 사이 간격이 아주 좁은데 반해, 약한 판데르발스 결합을 하는 이차원 물질 이종접합은 상대적으로 넓은 접합 간격을 가진다. 이런 결합 메커니즘과 구조적 차이로 인해 기존의 이종접합과는 전혀 다른 특성들이 나타날 수 있다.31) 특히 이종접합 물질 간에 발생하는 전하 이동(charge transfer) 과정은 결합 메커니즘과 이종접합 간격에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이번 절에서는 이차원 판데르발스 이종접합 간 전하 이동 현상에 대한 최근 연구결과를 소개하겠다.

Fig. 5. Band alignment and structure of MoS2/WS2 heterojunctions. (a) Schematic of the band alignment of MoS2/WS2 heterostructures, which forms a type II heterojunction. (b) illustration of the charge transfer in MoS2/WS2 heterostructures.[32]Fig. 5. Band alignment and structure of MoS2/WS2 heterojunctions. (a) Schematic of the band alignment of MoS2/WS2 heterostructures, which forms a type II heterojunction. (b) illustration of the charge transfer in MoS2/WS2 heterostructures.32)

[그림 5](b)는 MoS2/WS2 이차원 판데르발스 이종접합에서 나타나는 전하 이동 현상에 대한 개념적인 모식도이다. MoS2/ WS2 이종접합 구조는 그림 5(a)에서 보는 것과 같이 가전자 밴드 최대점은 WS2층의 상태이고 전도 밴드 최소점은 MoS2층의 상태인 형태-2 밴드 얼라이먼트(type-II band alignment)를 가진다. 따라서 빛을 이용하여 MoS2층에 들뜬 전자-정공 쌍을 생성시키면, MoS2층의 들뜬 전자는 WS2층의 전도 밴드보다 낮은 에너지를 가지기 때문에 MoS2층에 머무른다. 이에 반해 정공은 MoS2층보다 WS2층에서 낮은 에너지를 가지기 때문에 WS2층으로 이동할 수 있다. 이런 정공의 이동을 펨토초 펌프-프로프(pump-probe) 레이저 실험을 통해 분석하였다.32) 그 결과 정공이 50 fs 이내로 빠르게 WS2로 이동하는 것을 관찰했다. 상대적으로 넓은 계면 간격으로 인해 전하 이동이 느릴 것이라 예상되지만, 실제 실험 측정에서는 이차원 판데르발스 이종접합 사이의 전하 이동은 빠르게 이동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Fig. 6. Ultrafast charge transfer in two-dimensional MoS2/WS2 van der Waals hetero- structures. (left) Band structure of the MoS2/WS2 heterostructure. (right) Time evolution of the hole wave functions, represented by MoS2 and WS2 states, i.e., |MoS2> and |WS2>, for the temperature (upper) 0 K and (lower) 77 K. From TDDFT, we express the calculated hole wavefunction as |(t)>=|MoS2><MoS2|(t)>+|WS2><MoS2|(t)> and plot the probability <MoS2|(t)>|2 (red) and |<WS2|(t)>|2 (blue).[33]Fig. 6. Ultrafast charge transfer in two-dimensional MoS2/WS2 van der Waals heterostructures. (left) Band structure of the MoS2/WS2 heterostructure. (right) Time evolution of the hole wave functions, represented by MoS2 and WS2 states, i.e., |MoS2 and |WS2, for the temperature (upper) 0 K and (lower) 77 K. From TDDFT, we express the calculated hole wavefunction as |ϕ(t)=|MoS2MoS2|ϕ(t)+|WS2WS2|ϕ(t) and plot the probability |MoS2|ϕ(t)2 (red) and |WS2|ϕ(t)|2 (blue).33)

이런 빠른 전하 이동 메커니즘을 분석하기 위해, 이론 그룹에서는 실시간 시간의존 밀도 범함수 이론(real-time time-dependent density functional theory)을 이용하여 MoS2/WS2 이종접합 구조 내 정공의 양자역학적 동역학을 분석하였다.33) [그림 6](왼쪽)은 펌프 레이저에 의해 전자가 들뜨는 K-점(point) 근방의 밴드구조를 나타낸다. 이 밴드들의 상태를 살펴보면 가전자 밴드 최대점은 WS2에 전자가 뭉쳐있는 상태이고, 바로 아래 가전자 밴드와 전도 밴드는 MoS2에 뭉쳐있는 전자 상태들이다. 따라서 펌프 레이저를 조사할 경우 아래쪽 가전자 밴드에서 전도 밴드로 전자가 전이되는, 즉 실험에서 관찰한 MoS2 영역에 전자-정공 쌍을 만들게 된다. 이후 정공은 에너지를 잃고 낮은 에너지 상태인 가전자 밴드 최대점으로 옮겨갈 수 있는데, 이 과정이 실험에서 발견된 MoS2에서 WS2로 정공이 이동하는 과정이다. 그림 6(오른쪽)은 각각 0 K과 77 K 온도에서 정공 이동에 대한 계산결과이다. 0 K에서는 처음 MoS2층에 생성된 정공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조금씩 WS2층으로 이동한다. 하지만 약 30 fs 근방에서 WS2층 정공 양이 최대가 되며, 그 후 MoS2층으로 돌아갔다가 다시 WS2층으로 이동하는, 즉 두 층간 이동을 반복적으로 수행한다. 이는 일반적인 반도체 물질에서 나타나는 전자의 고전적 이동 현상과는 다른 것으로, 라비 진동(Rabi oscillation), 자기장 내 스핀의 세차운동 등과 같은 양자역학적 결맞음(coherent)운동을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이차원 물질의 이종접합 구조에서 전하는 두 층간에 동시에 존재할 수 있는 양자역학적인 중첩(superposition) 상태를 만들고, 이로부터 결맞음 운동이 나타난다.

시스템 온도를 올릴 경우[그림 6(오른쪽)], 정공의 결맞음 운동의 진폭이 시간에 따라 줄어드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원자들의 무질서한 열운동에 의해 정공의 양자역학적 결맞음 운동이 약하게 되는 것이다(dephasing). 추가로 원자의 양자역학적 효과를 고려하면 결맞음 운동을 더 빨리 약하게 만들며 실험 결과에서 나타난 것처럼 정공이 MoS2에서 WS2로 약 50 fs 정도로 빠르게 이동한다.33) 요약하면, 이차원 물질에서 발생되는 빠른 전하이동 현상은 세 가지 효과로 이해할 수 있는데, a) 우선 정공은 양자역학적 특성에 의해 중첩 상태를 만들며 두 층 사이에서 빠르게 결맞음 운동을 하고, b) 이러한 결맞음 운동이 무질서한 원자 운동에 의해 약화되며 WS2층으로 이동한다. c) 여기서 원자의 양자역학적 특성이 결맞음 운동을 약화시키는 효과를 강하게 만들어 저온에서도 빠른 전하이동을 일으킨다.

마무리 글

지금까지 이차원 물질에서 나타나는 전자 동역학 연구 결과들을 소개하였다. 특히 들뜬 캐리어 증식과 판데르발스 이종접합 간 전하이동 현상을 살펴보았다. 본 기고에서 살펴본 두 가지 현상 외에도 다양한 전자 동역학 현상들이 있으며, 여전히 많은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다. 특히 최근에 발견된 마법각(magic angle)으로 비틀린 이층 그래핀의 경우 초전도, Mott 절연체 등의 여러 강상관계(strongly correlated) 현상들이 나오고 있으며,34) CrI3 등의 이차원 물질들에서는 자성이 보고되고 있다. 이런 새로운 이차원 물질들에서 나타나는 전자 동역학적 특성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연구가 거의 진행되지 못하고 있으며, 앞으로 더 많은 전자 동역학 연구가 진행될 것이다.

각주
1)S. K. Sundaram and E. Mazur, Nat. Matier. 1, 217 (2002).
2)J. Shah, Ultrafast Spectroscopy of Semiconductors and Simiconductor Nanostructures (Springer, Berlin, 1991).
3)J. Bang, S. Meng, Y.-Y. Sun, D. West, Z. Wang, F. Gao and S. B. Zhang, Proc. Natl. Acad. Sci. U.S.A. 110, 908 (2013).
4)J. Bang, Y. Y. Sun, X.-Q. Liu, F. Gao and S. B. Zhang, Phys. Rev. Lett. 117, 126402 (2016).
5)W. Shockley and W. T. Read, Phys. Rev. 87, 835 (1952).
6)R. N. Hall, Phys. Rev. 87, 387 (1952).
7)J. Bang, S. Meng and S. B. Zhang, Phys. Rev. B 100, 245208 (2019).
8)W. Shockley and H. J. Queisser, J. Appl. Phys. 32, 510 (1961).
9)V. Shukhovatkin, S. Hinds, L. Brzozowski and E. H. Sargent, Science 324, 1542 (2009).
10)M. Nikl, Phys. Status Solidi A 178, 595 (2000).
11)J. Bang, Z. Wang, F. Gao, S. Meng and S. B. Zhang, Phys. Rev. B 87, 205206 (2013).
12)M. C. Bread et al., Acc. Chem. Res. 46, 1252 (2013).
13)N. M. Gabor, Acc. Chem. Res. 46, 1348 (2013).
14)T. Winzer, A. Knorr and E. Malic, Nano Lett. 10, 4839 (2010).
15)E. Malic, T. Winzer, F. Wendler and A. Knorr, Phys. Status Solidi B 253, 2303 (2016).
16)Y. Kanemitsu, Acc. Chem. Res. 46, 1358 (2013).
17)A. J. Nozik, Physica E 14, 115 (2002).
18)A. J. Nozik, Chem. Phys. Lett. 457, 3 (2008).
19)R. D. Schaller and V. I. Klimov, Phys. Rev. Lett. 92, 186601 (2004).
20)R. J. Ellingson, M. C. Beard, J. C. Johnson, P. Yu, O. I. Micic, A. J. Nozik, A. Shabaev and A. L. Efros, Nano Lett. 5, 865 (2005).
21)R. D. Schaller, M. Sykora, S. Jeong and V. I. Klimov, J. Phys. Chem. B 110, 25332 (2006).
22)R. D. Schaller, J. M. Pietryga and V. I. Klimov, Nano Lett. 7, 3469 (2007).
23)M. C. Beard, K. P. Knutsen, P. Yu, J. M. Luther, Q. Song, W. K. Metzger, R. J. Ellingson and A. J. Nozik, Nano Lett. 7, 2506 (2007).
24)T. Winzer, A. Knorr and E. Malic, Nano Lett. 10, 4839 (2010).
25)K. J. Tielrooij, J. C. W. Song, S. A. Jensen, A. Centeno, A. Pesquera, A. Z. Elorza, M. Bonn, L. S. Levitov and F. H. L. Koppens, Nat. Phys. 9, 248 (2013).
26)D. Brida, A. Tomadin, C. Manzoni, Y. J. Kim, A. Lombardo, S. Milana, R. R. Nair, K. S. Novoselov, A. C. Ferrari, G. Cerullo and M. Polini, Nat. Commun. 4, 1987 (2013).
27)F. Wendler, A. Knorr and E. Malic, Nat. Commun. 5, 3703 (2014).
28)J.-H. Kim et al., Nat. Commun. 10, 5488 (2019).
29)A. Koma, Thin Soild Films 261, 72 (1992).
30)A. Koma, J. Crys. Growth 201/202, 236 (1999).
31)A. K. Geim and I. V. Grigorieva, Nature 499, 419 (2013).
32)X. Hong et al., Nature Nanotech. 9, 682 (2014).
33)H. Wang et al., Nature Commun. 7, 11504 (2016).
34)Y. Cao et al., Nature 556, 43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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