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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물은 도시 내 조용한 코비드-19의 전파를 기억한다.

작성자 : 김성표 ㅣ 등록일 : 2020-12-02 ㅣ 조회수 : 372

저자약력

김성표 교수는 미국 뉴욕주립대(버팔로)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 뉴욕주립대와 컬럼비아대학교를 거쳐 현재 고려대학교 환경시스템공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2400년 전 아리스토텔레스가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 했다면, 21세기에는 ‘인간은 도시의 동물’이라 이야기해야 할 것 같다. 유엔의 WUP(World Urbanization Prospects)에 따르면 2018년 전 세계 인류의 55%가 도시에 살고 있으며, 2050년에는 68%에 도달할 것이라 하니 말이다. 한국인은 더 많은 사람들이(82%) 도시에 살고 있다.

왜 사람들은 빼곡하게 모여 있는 답답한 도시에 살까? 새로운 가치의 창출이 사람의 관계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사람들을 어떻게 묶고 규정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가치와 부가 창출된다. 주변에서 쉽게 접하는 배달, 보험, 헬스클럽, 심지어 다단계 판매도 이러한 맥락에 놓여있다. 실제로 MIT의 미디어 랩(Media Lab)에서는 전체 인구성장의 90%, 부의 창출의 80%, 전체 에너지 소비의 60%가 도시에서 이루어진다고 한다. 하지만 사람이 모여 사는 것이 꼭 각자에게 득이 되는 것은 아니다. 아마도 감염병이 대표적인 예라 할 것이다.

1346년 중세 시대를 공포로 몰아넣은 흑사병의 시작은 명확하진 않으나 항구도시 카파(현 우크라이나의 페오도시야)에서 시작되었다는 유력한 설이 있다. 지중해를 중심으로 무역을 했던 제노아 상인들이 카파의 경영 주도권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이 당시 카파는 몽골과의 전쟁의 한가운데 있었고, 몽골 병영 내에서 발생한 흑사병은 자연스럽게 도시로 퍼져나갔다. 뚜렷한 위생 관념이 없었던 중세 무역도시는 흑사병을 양산하고 전파시킨 배양지가 되어, 흑사병은 상인들의 교역로를 따라 서유럽 전역으로 확산되었다. 중세의 페스트 못지않게 치명적이었던 수인성 전염병인 콜레라는 19세기 유럽의 도시를 강타했다. 산업혁명이 일어난 이 당시 유럽의 도시는 노동자가 필요했고, 이는 농촌의 농부를 도시의 노동자로 불러 들였다. 상하수도 시설이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았던 유럽의 도시들은 분뇨와 쓰레기가 가득 차 있었다. 1831년 콜레라가 영국에 처음 창궐했을 때, 5만 명이 넘는 시민이 목숨을 잃었다.

2020년, 도시에서의 감염병의 공포는 코비드-19(COVID-19)로 다시 현재 진행형이다. 코로나보드(coronaboard.kr)에 따르면 8월 26일 현재 전 세계 감염자는 2천4백만을 넘어섰고, 사망자는 82만 명을 넘어섰다. 2019년 중국에서 시작된 코비드-19 바이러스는 이전의 팬데믹 바이러스들보다 더 집요하고 끈질기게 현대 도시의 방역체계를 시험하고 있다. 코비드-19의 공기전염의 가능성이나 놀라운 전파력뿐만 아니라, ‘조용한 전파’는 세계의 도시를 긴장으로 몰고가고 있다. 코비드-19 이전의 바이러스는 유증상자만이 바이러스를 전파시켰다. 그러나, 코비드-19의 경우는 무증상 확진자도 바이러스를 타인에게 전염시킬 수 있다.

최대 14일(평균 4∼7일)의 잠복기를 거친 코비드-19 감염자는 발열, 기침, 설사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고 알려져 있다. 보통 확진자의 30% 가량이 무증상 감염자이고, 수도권 내 특정 커뮤니티의 경우에는 71%가 무증상감염이었다고 보고되고 있다(김경민, 2020). 이는 방역을 위한 도시 내 사회적 거리가 조금이라도 느슨해질 경우, 언제나 조용한 지역 확산이 가능하기에 역학 조사가 이를 따라갈 수 없을 수 있다는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코비드-19를 막아내는 데 유효함은 이제 명확하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이렇게 살 수는 없을 것이다. 언제나 ‘침묵의 코비드-19’를 선제적으로 관리하면서 다시 도시에서의 삶으로 복귀할 수 있을까? 언제 복귀할 수 있을지는 필자도 알 수 없다. 하지만, 과학적으로 도시 내 감염병의 위험을 조기에 알고 대처할 수 있는 하나의 관리 방안은 알고 있다. 바로 하수기반 역학(Wastewater-Based Epidemiology, 이하 WBE)이라 불리는 공학적 대안이다. 즉 WBE를 보다 쉽게 정의하면 지역주민이 사용한 물(하수)에서 그 지역 주민에 대한 화학적 및 생물학적 정보를 거시적으로 획득하는 데이터 마이닝(Data Mining) 기법이라고 할 수 있겠다. 예를 들어 이스라엘과 호주에서는 지역주민이 사용한 물에서 불법 약물의 사용을 추적하여 범죄 취약에 대한 간접 데이터로 보안하기도 하였다[그림 1].  

그림 1. 하수역학 기반 지역 주민 삶의 질 데이터 센싱 기술 플로우 (Choi, et al., 2018)
그림 1. 하수역학 기반 지역 주민 삶의 질 데이터 센싱 기술 플로우. (Choi, et al., 2018)

그림에서 보여진 것처럼, 하수의 관거나 하수처리장이 잘 정비된 도시에서는 WBE는 매우 유용한 방법으로 사용될 수 있다. 왜냐하면 하수 처리장은 주민들로부터 받아내는 하수 구역을 정확히 알 수 있고, 그 지역의 인원이 추정 가능하기 때문이다. 코비드-19의 경우에는 WBE에서 어떻게 적용될 수 있을까? 코비드-19는 대변에서 검출되고 있고, 기관지에서 채취된 검체보다 더 높은 농도로 오래 동안 대변으로 배출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하수에서 코비드-19의 검출은 하수 처리 구역 지역의 감염자를 추정할 수 있는 유용한 방법으로 발전될 수 있다. 실제로 네덜란드 및 호주에서는 6개 하수처리장 유입 하수에서 코비드-19의 유전적 흔적(genetic signal)이 코비드-19 확진자 수와 함께 증가하는 것을 올해 초에 보고한 적이 있다[그림 2].

그림 2. 네덜란드에서의 하수역학 기반의 코비드 19 모니터링.
그림 2. 네덜란드에서의 하수역학 기반의 코비드 19 모니터링.

현재 미국을 포함한 코비드-19가 심각한 세계 각국의 도시지역에서는 WBE가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하지 않고 하수처리 지역 내 감염자의 증가 및 감소 정도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러한 WBE에 대한 방법을 보다 정교하게 만들기 위해, 샘플링 기법, 하수에서 유전자 흔적의 QA/QC(정도분석) 방법에 대한 대규모 연구를 속도감 있게 진행 중이다. 지금까지의 결론으로는 코비드-19에 대한 경향분석을 하는 데 있어 상당히 유용한 툴로 인정받고 있는 추세이다. 현재 한국에서도 개인 연구자들 사이에서는 WBE 기법의 이용에 대해 주목을 하고 있으나 해외의 연구진행 속도에 비해서는 아직 가시적 성과가 보고되고 있지는 않다. 필자도 작년부터 WBE에 대한 관심을 두고 이에 대한 적용을 실제 처리장에 대해 샘플링을 실시하면서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다.

국내 도시지역의 평균 하수처리율은 96%에 육박하고 있으며, 국가 정책적으로 세종시 및 부산을 스마트 국가시범 도시로 선정하여 현재 건설 중에 있다. 이번 기회에 코비드-19를 포함한 전염병이나 시민들의 건강상태 및 생활상을 반영할 수 있는 약물(당뇨약, 혈압약 등)이나 바이오마커들을 하수에서 지속적으로 검출할 수 있는 플렛폼을 갖춰 진정한 ‘사람중심의 스마트 시티’로 거듭나면 좋겠다.

우리가 쓰다 버린 물인 똥물(하수)이 과거 ‘처리의 대상’에서 지금 ‘에너지 또는 자원의 대상’으로 바라보고 있다면, 미래에는 ‘지역 삶 데이터의 집합체’로 인식하고 이를 활용하는 방향으로 발전시킬 시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감염병 예방의 마중물로서의 물의 정체성을 새롭게 발굴하여 도시민들에게 그 이전의 삶을 돌려주면 좋겠다. WBE가 국내에서 성공적으로 성장하길 기대한다.


*아태이론물리센터의 <크로스로드>지와의 상호 협약에 따라 크로스로드에 게재되는 원고를 본 칼럼에 게재합니다. 본 원고의 저작권은 아태이론물리센터와 원저작자에게 있습니다.
*‘과학과 미래 그리고 인류’를 목표로 한 <크로스로드>는 과학 특집, 과학 에세이, 과학 유머, 과학 소설, 과학 만화 등 다양한 장르의 과학 글을 통해 미래의 과학적 비전을 보여주고자 아시아 태평양 이론물리센터(Asia Pacific Center for Theoretical Physics)에서 창간한 과학 웹 저널입니다.
http://crossroads.apctp.org/
각주
1)P. M. Choi et al., “Wastewater-based epidemiology biomarkers: Past, present and future”, TrAC Trends in Analytical Chemistry, Volume 105, August 2018, Pages 453-469 (2018).
2)김경민 (2020) 하수기반 역학의 개념과 도입과제, 이슈와 논점, 제 1724호. https://www.assembly.go.kr/assm/notification/news/news01/bodo/bodoView.do?bbs_id=ANCPUBINFO_05&bbs_num=49018&no=6912&CateGbn=&Gbntitle=$paramMap.Gbn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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