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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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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YSICS PLAZA

새로운 연구결과 소개

등록일 : 2020-12-17 ㅣ 조회수 : 1,658

  

Learning Entropy Production via Neural Networks


김동겸, 배영경, 이상윤, 정하웅(KAIST), Phys. Rev. Lett. 125, 140604 (2020).


생물현상을 비롯한 자연계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현상은 비평형적인 과정이다. 이런 비평형적 과정에서는 소산되는 에너지가 존재하는데 통계물리학에서 이를 ‘열’이라고 부른다. 거시적 스케일에서는 시스템에서 발생한 적외선의 양 또는 시스템 주변 환경 온도의 변화량을 측정하여 열을 추정할 수 있다. 최근 실험 장비의 발전으로 살아있는 세포와 같이 더욱 미시적 세계를 정교하게 관측 및 많은 양의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게 되었으나, 기존의 거시적 세계에서 썼던 방법으로는 미시적 세계에서 소모되는 에너지(예를 들어 생명현상에서 발생하는 ATP 소모량)가 너무 작아 측정이 매우 힘들다. 따라서 미시적 세계의 비평형 현상을 기술하는 열과 같은 열역학적 물리량을 측정하는 방법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며, 그중 하나로 엔트로피(entropy)를 측정하여 간접적으로 열을 추정하는 방법이 있다.

거시적 세계에서는 열역학 제2법칙에 따라 엔트로피는 항상 증가한다. 예를 들어, 엎질러진 물이 저절로 다시 컵으로 돌아가지 않는 것처럼 엔트로피는 절대 감소하지 않는다. 그러나 미시적 세계에서는 평균적으로 엔트로피는 증가하지만, 주변 환경의 요동(fluctuation)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엔트로피가 감소할 수 있다. 통계물리학자들은 엔트로피 생성(entropy production, EP)이라고 부르는 엔트로피의 차이가 시스템 변수들의 궤적을 녹화한 비디오를 거꾸로 재생한 시간 역전 궤적이 관찰될 확률을 추정하여 EP를 측정할 수 있음을 발견했다. 이처럼 시간 역전 궤적이 관측될 확률과 EP 사이의 관계를 요동정리(fluctuation theorem)라고 부른다. 요동정리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EP 추정 방법이 제안되었으나, 시간 역전 궤적이 관측될 확률을 계산하기 위해서는 궤적 데이터를 먼저 이산적인 미시 상태로 분할해야 하며 각 미시 상태 간의 전이 확률을 추정해야만 한다. 이러한 방법은 시스템의 변수 수가 적을 때만 적용 가능하며, 변수의 개수가 증가할수록 차원의 저주(curse of dimensionality)로 인해 EP 추정에 필요한 데이터의 수가 지수함수적으로 늘어나게 된다. 이 때문에 수많은 변수가 존재하는 비평형 시스템에서의 EP를 추정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그림 1. 정하웅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딥러닝 EP 추정기. 연구팀은 딥러닝을 이용한 EP 추정 방법을 통해서 기존에 차원의 저주로 인해 측정하지 못한 수많은 변수가 있는 비평형 시스템의 EP를 적은 수의 데이터로도 측정할 수 있음을 보였다.그림 1. 정하웅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딥러닝 EP 추정기. 연구팀은 딥러닝을 이용한 EP 추정 방법을 통해서 기존에 차원의 저주로 인해 측정하지 못한 수많은 변수가 있는 비평형 시스템의 EP를 적은 수의 데이터로도 측정할 수 있음을 보였다.

알파고 이후, 물리학에서 매우 복잡한 고차원 데이터를 처리 및 분석하는 도구로서 딥러닝은 양자 다체계(quantum many-body), 유리(glass) 시스템과 같이 기존 방법론으로 풀기 힘든 문제들에 효과적으로 적용되고 있으며, 이를 통한 연구들이 활발히 이루어지는 상황이다. 카이스트 정하웅 교수 연구팀은 복잡한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딥러닝을 이용하여 EP를 추정하는 방법을 개발하였다. [그림 1]과 같이 인공 신경망에 시간 순방향 궤적(왼쪽)과 시간 역전 궤적(오른쪽)을 입력으로 넣어 출력되는 값의 차이가 본 연구팀이 제안한 목적 함수를 최대화하는 조건에서 EP가 된다는 것을 증명했다. 이 조건을 이용해서 신경망이 제안된 목적 함수를 최대화하도록 학습한 결과 해석적으로 알려진 EP 값과 일치하는 값이 학습된다는 것을 시뮬레이션을 통해 입증하였다[그림 2]. 이 방법은 기존 방법과는 다르게 연속적인 값을 가지는 변수들을 이산적인 미시 상태들로 나눌 필요가 없으며, 기존에는 시스템 변수의 수가 최대 15까지만 EP가 측정 가능했으나, 본 연구에서는 100개가 넘는 변수들을 가지는 비평형 시스템에 대해서도 딥러닝을 통해 EP를 학습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였다. 또한, 특정 변수가 관측 불가능한 상황에서도 순환 신경망(recurrent neural networks)을 이용하여 EP의 하한도 추정 가능하다는 것을 추가로 보였다. 이는 실험에서 관측하지 못한 숨겨진 변수가 비평형 과정에 기여하고 있는 경우를 가정한 것으로 본 연구팀의 딥러닝 EP 추정기는 시뮬레이션을 넘어 모든 시스템 변수를 측정하기 힘든 실제 실험에서도 EP를 추정하는 데 효과적으로 사용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림 2. 스프링으로 연결된 N개의 구슬들이 다른 온도의 환경에 존재하는 비평형 모델에서 해석적으로 알려진 엔트로피 생성율(EP rate )과 신경망이 추정한 값()이 정확히 일치한다.그림 2. 스프링으로 연결된 N개의 구슬들이 다른 온도의 환경에 존재하는 비평형 모델에서 해석적으로 알려진 엔트로피 생성율(EP rate \(\dot{\sigma}\))과 신경망이 추정한 값(\(\dot{\sigma}_\theta\))이 정확히 일치한다.

오늘날 실험 기기의 발달로 얻을 수 있는 데이터의 양, 정확성, 그리고 복잡도는 나날이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나 살아있는 생물현상을 기술하고 이해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변수들이 필요로 한다. 이 연구에서 개발된 딥러닝을 이용한 EP 추정기는 미시적 스케일에서 많은 변수들이 얽혀있는 생물학적 시스템과 같은 곳에서 일어나는 복잡한 현상들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Stable Perovskite Solar Cells with Efficiency Exceeding 24.8% and 0.3-V Voltage Loss


정민규, 최인우, 고은민, 조용준, 김민진, 이병규, 정성훈, 조임현, 최혜원, 이지윤, 배진혁, 곽상규, 김동석, 양창덕, Science 369, 1615 (2020).


세계 인구의 급격한 증가와 산업화로 인한 화석 에너지 고갈, 환경오염과 같은 에너지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현시점에서 신재생 에너지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다양한 신재생 에너지 기술들 중 무한정한 천연 에너지인 태양광을 에너지원으로 이용하려는 많은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다. 지구에 도달하는 태양에너지의 양은 대략 1000 W/m2으로, 이를 한 시간 동안 모두 수확한다면, 전 인류가 1년간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를 뛰어넘을 정도로 규모가 엄청난 자원이다. 이러한 태양에너지를 직접 전기에너지로 변환시켜주는 태양광발전의 핵심 소자인 ‘태양전지’는 19세기 초 프랑스의 물리학자 에드몽 베크렐에 의해 광전 효과가 처음 발견되었을 때부터 시작해 오늘날까지 활발하게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분야이다. 단결정 실리콘 태양전지 및 박막 태양전지와 같은 1, 2세대 태양전지 기술을 거쳐 현재에는 3세대 태양전지가 태양광 연구의 핵심기술로 떠오르고 있다. 그 중에서도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비교적 짧은 연구 역사에도 불구하고 20%가 넘는 높은 광전변환효율과 저렴한 소재 원가로 차세대 태양전지 연구에서 주목받고 있다.

▲ UNIST-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공동연구팀이 개발한 플루오린이 도입된 신규 정공 수송층 소재 및 이를 이용해 제작한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소자. ▲ UNIST-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공동연구팀이 개발한 플루오린이 도입된 신규 정공 수송층 소재 및 이를 이용해 제작한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소자.

‘페로브스카이트’라는 명칭은 1839년 러시아의 우랄 산맥에서 CaTiO3 광물을 처음 발견한 구스타프 로즈가 러시아의 광물학자 레브 페로브스키의 이름을 빌려 명명한 것에서 유래되었으며, 두 종류 양이온과 한 종류 음이온이 ABX3 조성으로 결합한 결정구조를 의미한다. 초기 페로브스카이트 연구는 강유전체나 초전도체 등에 한정되었으나, 2009년 일본의 미야사카 츠토무 연구팀이 유-무기 하이브리드 페로브스카이트 결정을 사용한 염료감응형 태양전지를 최초로 제작하면서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의 개발이 시작되었고, 이후 급격한 기술적 진보를 통해 2020년 현재 25% 이상의 효율로 실리콘 태양전지를 대체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차세대 태양전지가 되었다.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의 상용화를 가로막는 가장 큰 문제점은 수분에 대한 불안정성이다. 특히 고성능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에 널리 사용되는 정공 수송층 유기소재인 Spiro-OMeTAD는 최적의 정공 이동도를 얻기 위하여 도핑 첨가물이 필수 불가결하지만, 이러한 첨가물들이 지닌 흡습성은 소자 안정성 및 수명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기존 성능을 유지하면서 소자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대체소재 연구에 대한 다양한 시도들이 있었지만, 아직까지는 성공적인 결과들이 많지 않았다. 이러한 단점을 해결하기 위하여 울산과학기술원 양창덕 교수, 곽상규 교수와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김동석 박사 연구팀은 유기소재에의 플루오린(F) 원자 도입의 다양한 장점(에너지 레벨 하강, 분자간 밀착구조 강화, 소수성 성질)에 주목하여 기존 소재 Spiro-OMeTAD에 플루오린 원자 도입 전략을 세웠다. 또한 플루오린 원자의 도입 위치에 따른 특성 변화를 비교하기 위하여 두 가지 이성체인 신규 정공 수송층 소재 Spiro-mF 및 Spiro-oF를 개발하였다. 개발된 소재들은 낮은 HOMO 레벨을 보유하여 태양전지의 개방전압 상승에 기여했으며, 제작된 태양전지는 Spiro-OMeTAD 기반 소자와 비교하여 향상된 성능 및 안정성을 보였다. 최고 광전변환효율은 Spiro-mF를 사용했을 때 달성된 24.82%이며, 이는 미국 Newport사에서 24.64%의 효율로 공인인증되었다. 더욱이 인증된 소자는 1.18 V의 개방전압으로 0.3 V의 낮은 전압손실을 보였는데, 이 값은 현재까지 보고된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전압손실 중 최저값이다. 연구진은 상용화 가능성 확인을 위한 1 cm2 대면적 소자에서도 22.31%의 고효율을 달성하였다. 안정성 테스트에서도 Spiro-OMeTAD 기반 소자는 500시간 후 40% 이상 효율이 감소한 반면, 플루오린이 도입된 소재 기반 소자는 초기성능의 87% 이상을 유지했다. 분자 시뮬레이션에서도 Spiro-mF는 다른 소재들보다 페로브스카이트 광활성층에 더 최적화된 흡착방식을 보임으로써 효과적인 정공 수송에 가장 적합한 소재라는 것을 증명했다. 

이 연구 결과는 향후 유기소재 개발로써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의 단점을 충분히 극복할 수 있음을 보이며, 안정성 문제를 해결하여 상업화를 가속시키는데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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