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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페이스 시대의 새 시장, 우주산업

작성자 : 임석희 ㅣ 등록일 : 2021-02-25 ㅣ 조회수 : 191

저자약력

임석희 책임연구원은 1999년 모스크바 바우만 공대에서 액체로켓엔진으로 석사학위를 취득한 이래,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 재직하며 우리나라 최초의 액체추진로켓인 KSR-III을 비롯하여, 나로호(KSLV-I) 및 한국형발사체(KSLV-II) 개발에 참여하였고, 현재 소형발사체를 이용한 발사서비스 준비와 미래발사체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인류는 그리스 신화시절부터 하늘과 우주에 대한 동경을 해 왔지만, 거의 5천년 동안 우리는 지구 요람을 벗어날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 우리가 달나라를 여행한다는 작가의 상상이나 지구를 떠나 다른 행성에서 살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을 수식으로 증명한 것은 19세기 말에서야 비로소 얻어진 성과이고, 다른 한편으로 생각해 보면 기껏해야 120여 년 전 일이다. 이후 우리 인류의 상상은 빠르게 현실로 만들어지면서 지구가 꽉 잡아당기는 중력을 박차고 수직으로 우리 머리 위 100 km보다 더 높이 올라간 것은 불과 60여 년의 전의 일이며, 인류가 달에 다녀온 것은 20세기의 마지막인 지금부터 51년 전의 사건이었다.

새로운 시대, 새로운 21세기를 시작하며 전 세계에서 지난 50년과는 확연히 다른 새로운 우주개발 경향이 나타나게 되는데, 과거와 구분하기 위해 우리는 이 시기를 ‘뉴 스페이스 시대’라 부른다. 그러면, 뉴스페이스 시대는 과거와 어떤 차이가 있을까? 제일 두드러지는 특징은 소형화, 민간우주기업과 민간자본과 그리고 우주-비우주 융합으로 태동하는 우주생태계의 등장이다.

지난 50여 년간 특히 21세기에 들어서며 우리 삶에서 가장 크게 바뀐 것은 무엇일까? 개인마다 다른 평가를 할 수 있겠지만, 스마트폰의 등장에는 이견이 크지 않을 것 같다. 불과 30여 년 전 벽돌만한 크기에 양 손으로 받쳐서 들어야 했던 휴대전화기가 지금은 내 손아귀에 쏙 들어올 뿐만 아니라, 휴대전화기 한 대로 컴퓨터, 사진기, 녹음기, 메모장, 스캐너 등의 다양한 기능을 소화하게 되었다. 전자부품의 크기가 작아지고, 가벼워지면서도 성능은 더 올라가니, 많은 수의 전자부품들을 사용하는 위성이나 탐사선도 그 크기와 무게가 확연히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는 이미 오래전부터 예견됐었다. 그리하여, 과거 트럭 한 대 크기에 가까웠던 위성은 이제 수박크기 정도로 줄어들었다. 위성은 임무에 따라 그 크기가 천차만별인데, 인도 고등학생이 만든 64 g짜리 위성이 세계에서 가장 작은 위성으로 기록됐고, 전자전기에 관심이 있으면 10 cm짜리 장난감 큐브만한 크기의 위성도 누구나 얼마든지 만들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일단 위성이 작고 가벼워지자 많은 사람들이 여기에 쉽게 도전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었고, 이에 따라 소형발사체의 발사가 우주시장에서 더 많이 요구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18년 11월 누리호 2단을 시험발사체로 개조하여 비행시험에 성공했는데, 그해 1월 뉴질랜드에서는 전기펌프를 사용한 3D 프린팅 엔진과 극저온 탄소복합재 탱크를 사용한 소형발사체 ‘일렉트론’이 비행시험에 성공하였으며 이후 2021년 1월까지 3년간 18회가 넘는 발사 성공기록을 보유하였다. 위성과 발사체의 소형화로 진입 장벽이 낮아지자 우주시장, 우주산업의 가능성을 본 투자자들이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지난 50년 동안은 우주개발에 천문학적인 비용이 필요해서 각 나라가 우주개발 경쟁으로 막대한 세금을 쏟아 부었지만, 이제 우주개발은 더 이상 소수 국가의 전유물도 아니고, 몇몇 연구개발 그룹만이 담당하는 신비주의 분야도 아니다. 왜냐하면, 현재 세계에서 제일 부유한 사람으로 1,2위를 달리는 테슬라 회장 앨런 머스크나 아마존 회장 제프 베조스와 같은 수백조 원의 자산가들이 자신의 부를 우주개발에 쏟아붓고 있고, 개인 클라우드, 앤젤 투자, 벤처 캐피탈 등도 우주분야에 전방위적인 투자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9년부터 2018년까지 민간 자본이 우주에 투자한 누적 금액은 534조 원이 넘으며, 특히 2017년부터 급격히 증가해서 2018년에는 1.8조 원, 코로나 이전인 2019년에는 5.8조 원이 투자된 것으로 확인된다.

이제 우주는 21세기의 새로운 산업분야로 정착되기 시작한 셈이다. 불과 100여 년 전에 마차에서 자동차로 운송수단이 바뀌고, 기차가, 비행기가 지구의 표면을 따라 움직였다면, 이제는 우리의 시선을 머리 위로 올려 이동하게 된 것이다. 다른 산업군과 마찬가지로 우주생태계는 생산자인 업스트림과 소비자인 다운스트림으로 구분될 수 있다. 즉, 위성을 만들고, 로켓을 만들어 발사하는 것이 업스트림이라면, 지구 궤도를 돌며 활동하는 위성이 우리가 원하는 정보를 우주에서 지구로 내려보내주고 지구에서 이 데이터들을 일상에 필요한 혹은 각자 사업 분야에 필요한 정보로 가공하여 우리 삶의 질을 높이고 부가가치를 만드는 분야가 다운스트림이다. 지금 세계는 소비자의 빠른 업데이트 요구가 잦은 발사서비스 공급으로 연결되는 지속가능한 선순환적 우주생태계의 틀을 갖추는 중이다.

그림 1. 업스트림과 다운스트림이 서로 견인하는 지속가능한 선순환적 우주생태계.
그림 1. 업스트림과 다운스트림이 서로 견인하는 지속가능한 선순환적 우주생태계.

다시 말해 일반산업의 경우, 땅에서 농산물을 생산하고, 공장에서 물건을 만든다. 그리고 자동차나 버스나 트럭으로 사람들이 움직이고 생산품들이 이동하게 된다. 이동 후에는 사람들과 물건들은 새로운 위치에서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어내고 스스로의 가치를 창출한다. 마찬가지로 우주산업의 경우에도 공장이나 시험장이 있어야 로켓과 위성과 탐사선을 만들 수 있다. 우주에서 필요한 탑재물들은 로켓발사체를 이용해서 우주로 운송한다. 그리하여 지구를 내려다보는 위성을 궤도로 옮길 수도 있고, 사람이 우주비행이나 우주여행을 할 수도 있고, 더 나아가 지구 이외의 행성으로 이동할 수도 있다. 그리고 그곳에서 다시 지구근접행성이나 달 화성 등 심우주를 내려다 볼 수도 있으며, 그 행성에 착륙할 수도 있고, 거기에 정착해서 지구에서의 생활을 이어나갈 수도 있다. 지구 궤도를 돌며 우리를 내려다보는 우주활동은 지금 전 세계적으로 매우 활발하게 진행 중이며 지구궤도를 벗어나는 우주활동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 지구를 돌며 우리 인류가 사용 중인 위성은 약 2000여기인데, 이 위성들이 쏟아내는 데이터는 어마어마하게 많다. 20여 개 회원국이 모인 유럽 연합은 공동으로 위성을 만들어 발사하고 위성영상 데이터를 공유한다. 위성영상을 체계적으로 구분하고 저장해서 누구나 쉽게 이 데이터에 접근하여 우리의 일상 생활에 도움이 되는 각종 Apps이 개발되고 내 핸드폰 안에 들어올 때에서야 비로서 로켓과 위성 발사의 진정한 가치를 살리게 된다. 유럽도 초기에는 데이터를 보관하기만 했다. 특히 Airbus Defence&Space社에서는 이를 데이터 쓰레기통, 데이터의 무덤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그러나 누구나 쉽게 접근하여 얻을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데이터를 저장하고 배포하는 살아있는 위성영상 도서관을 만들었고, 지금은 이를 공공재로 공개하여 우리생활에 밀접하게 적극 활용하고 있다. 유럽뿐만이 아니다. 미국은 2013년부터 대통령령으로 데이터를 공개해 왔으며, 점차 다양한 위성들의 데이터 공개를 위한 빅데이터 프로젝트가 개시되었다. 아마존이 10월 블랙 프라이데이의 물류대란을 피하기 위해 구축한 네트워크(Amazon Web Service, AWS)가 위성데이터 통신용으로 확대 사용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또한 이웃 일본도 2013년부터 무상으로 위성 데이터를 제공한다. 업스트림은 공장이 필요하지만, 다운스트림은 아이디어와 정보처리, 알고리즘에 기반한 서비스업에 가깝다. 그래서, 우주 전체에 투입된 해외 민간자본의 비중을 보면 다운스트림에 집중적으로 투자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다운스트림의 영역은 기존의 로켓, 위성, 천문 과학기술자의 영역이라기 보다는 창의적인 서비스 아이디어를 가진 이들의 영역이다. 우주데이터를 일상생활의 정보로. 일상생활의 편의성으로 바꾸는 다운스트림은 해외에서도 최근에서야 활발히 시작되었으니, ‘IT 강국 KOREA’가 마음만 먹고 나선다면 이 분야 또한 바로 빠른 시간 내에 세계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신산업이 될 수 있으리라.

달 착륙 50주년이던 2019년 봄, 미국은 2024년에 달로 다시 간다고 발표했다. 이번에는 “거주하러 간다, 그리고 전 세계와 함께”. 과거에 혼자 성조기 꽂으러 갔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판이 열렸다. 이제는 내가 가진 세계적으로 뛰어난 기술이 달에 가는데, 그리고 달에서 거주하는 데에 사용될 수 있다면 민족과 국적을 넘어 누구나 참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인류가 달에 거주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지구에서 사용하는 모든 것을 필요로 한다. 아주 좁게는 의식주 관련 기술부터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 첨단 ICT이 우주와 융합한 새로운 비즈니스, 그리고 넓게는 주식, 법률, 여행, 문화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그 모든 물건과 기술은 우주환경에서 사용하기에 적합한 것인지 검증되어야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우주용으로 일부 변경되어야 한다. 지난 50년간 우주경쟁으로 우주기술이 개발되는 동안 다른 산업군에서는 자율주행, 인공지능, 3D 프린팅 등 어마 무시한 속도로 신기술이 일상 속으로 들어왔다. 이제 이 기술들이 우주로 진출할 때이다. 최종 선정까지 채택된 것은 아니지만 NASA가 주최한 경진대회에서 이미 우리나라의 건설연구원이 3D 프린팅으로 달 기지를 건설하는 기술로 상을 받은 바 있다. 다음 주자는 누구일까?

그림 2. 뉴스페이스 시대의 우주산업.
그림 2. 뉴스페이스 시대의 우주산업.

1969년의 달 착륙 TV 중계 방송을 시청한 대한민국 우리 어른들에게 한 차례 우주열병이 지나갔다면, 그 다음 한반도에서의 우주 열풍은 2008년~2009년의 이소연 박사의 우주비행과 나로호 발사의 대대적인 홍보 덕택일 것이다. 당시 중고생 강연을 가면 ‘우주’를 모르는 아이들이 없을 정도였으니, 이후 상당수의 우리 국민들도 ‘우주’라는 단어를 쉽게 만날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우주개발이 위성이나 로켓 발사만을 뜻하는 것도 아니고, 우리가 TV에서 접하는 로켓 발사(우주수송)이 ‘이륙’만을 뜻하는 것도 아니다. 우주수송은 지구 궤도이건 우주의 어떤 한 지점이건 최종목적지까지 무엇인가를 안전하게 운송하는 것이다. 조만간 우리는 스페이스X(테슬라社)가, 일렉트론(로켓랩社)이, 블루 오리진(아마존社)이 무엇인가를 발사한다는 뉴스들을 매일 접하게 될지도 모른다. 우리는 지금 우리의 시선을 우주로, 인류의 산업생태계를 우주로 확장시키는 시대에 살고 있다. 우리나라는 산업기술 10위국이다. 심지어 COVID-19 하에서는 G7의 반열이 이르게 되었다. 우리나라가 가진 세계적인 산업기술을 살려 다양한 우주분야 다운스트림 스타트업이 탄생하고, 이들이 업스트림을 견인하며,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대한민국의 우주산업의 시대를 만나고 싶다. 대한민국의 모든 과학기술인들이여, ‘우주’에 애정이 있는 국민들이여, 여러분들이 바로 대한민국, 아니 세계의 우주산업을 이끌 바로 그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인류는 달에 다시 간다. 함께 간다. 그곳에 거주하러 간다. 이것이 바로 누구나 우주를 할 수 있는 이유이다. 자, ‘우주’의 ‘ㅇ’을 마음에 품은 이들이여! 모두 모이자, 우주산업으로.


*아태이론물리센터의 <크로스로드>지와의 상호 협약에 따라 크로스로드에 게재되는 원고를 본 칼럼에 게재합니다. 본 원고의 저작권은 아태이론물리센터와 원저작자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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