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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우주가 온다

소행성 아포피스 직접탐사 과학임무

작성자 : 김명진 ㅣ 등록일 : 2021-08-06 ㅣ 조회수 : 1,760 ㅣ DOI : 10.3938/PhiT.30.023

저자약력

김명진 연구원은 2014년 연세대학교 천문우주학과에서 천문학 박사를 취득했고, 한국천문연구원 우주과학본부 행성과학그룹에서 박사후 연구원으로 근무한 후, 2016년부터 한국천문연구원 우주위험감시센터에서 선임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다. 소행성 광도곡선 및 형상 모델 연구로 일본 JAXA 하야부사-2 임무의 과학임무팀에 소속되어 있으며, 한국천문연구원의 소행성 및 우주물체 관측 프로젝트인 딥-사우스/킵-노스, OWL-Net의 연구책임자로 소행성의 물리적 특성 규명과 자연우주물체 감시 관련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skarma@kasi.re.kr)

Scientific Goals of Rendezvous Mission to Apophis

Myung-Jin KIM

The asteroid Apophis is one of the most potentially hazardous objects to Earth in human history, and many countries are paying attention to its 2029 approach to Earth. The asteroid’s 2029 encounter will not only greatly help promote understanding of the asteroid itself, but will also be a great opportunity to acquire knowledge of this Earth-threatening asteroid. The KASI (Korea Astronomy and Space Science Institute) is now conducting a pre-phase A study for the rendezvous mission to Apophis. In this article, I would like to explain the importance of research on the asteroid Apophis and address the scientific goals of this exploration mission.

왜 소행성인가?

소행성은 태양계의 가장 기본적인 구성요소(building block)로서 태양계 형성 초기의 상태를 파악할 수 있는 귀중한 화석과도 같은 존재다. 대부분 화성과 목성 사이에 존재하는 소행성들은 태양계 형성 초기에 생성된 물질이 행성으로 성장하지 못하고 그대로 남아 있다가 여러 가지 중력, 비중력적 효과를 겪으며 지구 근처 공간으로 유입되었다. 특별히 지구 공전궤도 근처에 존재하는 소행성은 지난 2013년 2월 러시아 첼랴빈스크 유성 폭발 사건처럼 때로는 우리에게 위협이 되기도 하지만,1) 백금 소행성으로 화제가 되었던 2011 UW158 사례와 소행성 희토류 활용 가능성에 대한 최근 뉴스에서 보듯이 미래 자원 활용으로서의 가치 또한 매우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양날의 검과 같은 소행성 탐사를 통해 우리는 어떠한 과학적 진보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인가?

지구위협소행성 아포피스

2021년 7월 현재까지 지구 공전궤도 근처에 존재하는 소행성, 즉 근지구소행성2)은 약 2만 6천여 개가 발견되었다.3) 그 중에서 크기가 140미터보다 크면서 지구 공전궤도와 교차하는 궤도상 최소거리가 0.05 AU(지구-달 사이 거리의 약 19.5배에 해당함) 이내인 것들을 지구위협소행성이라고 부르는데 이들은 약 2천 200개 가까이 발견되었다.3) 이처럼 수천, 수만 개의 지구 근처에 존재하는 소행성들 중에서 인류에 가장 큰 관심의 대상이 되었던 소행성을 하나 꼽으라면 바로 아포피스(Apophis)다. 아포피스는 지난 2004년 6월 미국 아리조나주 킷픽(Kitt Peak) 국립 천문대에서 발견된 지름 약 400미터 크기의 지구위협소행성이다. 최초 발견 당시 2029년 4월 13일 지구 충돌 확률이 2.7%(약 1/37)로 소행성의 크기와 충돌 확률을 0부터 10까지 정량적으로 나타내는 토리노 척도(Torino scale)가 역사상 처음으로 4를 기록하기도 하였다. 이후 2029년, 2036년, 2068년의 지구 충돌 확률이 오르락내리락하다가 지난 2021년 3월 미국 NASA는 근지구천체연구센터(Center for Near Earth Object Studies, CNEOS)의 센트리(Sentry)4) 계산 결과를 토대로 향후 100년간 지구 충돌 확률이 사라졌다고 발표하기도 하였다.5)

Fig. 1. Light curve of the asteroid Apophis during 2013 apparition.Fig. 1. Light curve of the asteroid Apophis during 2013 apparition.6)

소행성 아포피스는 이러한 지구위협뿐만 아니라 대표적인 비주축 자전 소행성의 특성을 가진 천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태양계 대부분의 소행성들은 자전축이 고정된 주축(principal-axis) 자전운동을 하는데 비해 아포피스는 자전축이 세차운동을 하며 회전하는 비주축(non principal-axis) 자전체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그림 1]의 광도곡선은 2013년 관측 결과로 여러 날 촬영한 광도곡선이 하나로 합쳐지지 못하는 전형적인 비주축 자전체의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6) 아포피스의 자전주기는 약 263시간인데 비해 자전축의 세차주기는 이보다 훨씬 짧은 27시간 정도로 알려져 있다.6) 비주축 자전 소행성은 주축 자전체에 비해 역학적으로 불안정한 상태를 갖기 때문에 제동 시간(damping timescale)이라고 불리는 기간을 지나면 주축 자전체로 되돌아간다. 이것은 비주축 자전 운동을 하기 위해서는 소행성의 형성 시기 혹은 진화 과정 중 외부로부터 힘을 받았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대표적으로 충돌, 행성과의 조우, 그리고 태양빛에 의한 비중력적인 효과가 있다.

Fig. 2. Reflectance spectra properties of ordinary chondrite meteorites compared with asteroids grouped according to taxonomic types.Fig. 2. Reflectance spectra properties of ordinary chondrite meteorites compared with asteroids grouped according to taxonomic types.8)

아포피스의 표면 분광특성은 석질 소행성으로 분류된다. 석질 소행성은 다시 표면에 우주풍화(space weathering)7)가 많이 진행된 순서대로 S, Sq, Q형으로 나누어지는데, 아포피스는 덜 풍화된 석질 소행성인 Sq형이다. [그림 2]에서 보듯이 우주풍화가 진행될수록 0.9 mm 부근의 휘석(pyroxene) 흡수선의 깊이가 낮아지고 기울기는 급격해지는 경향을 보인다.8) 가장 우주풍화가 덜 진행된, 즉 가장 신선한(fresh) 물질일 것으로 여겨지는 Q형 소행성의 경우 일반적인 석질 운석인 오디너리 콘드라이트(ordinary chondrite) 운석과 유사한 분광 특성을 보인다. Sq형인 아포피스의 표면특성이 주목 받는 이유는 근지구 공간에서 가장 많이 분포하는 S형 석질 소행성보다 우주풍화가 덜 진행된 원인으로 행성(지구)과의 조우로 인한 표면 변화의 가능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다음 장에 자세히 설명하도록 하겠다.

2020년 지구 대접근

세계시각(UTC) 기준 2029년 4월 13일 21시 46분. 아포피스는 지구 표면으로부터 고도 약 31,000 km 떨어진 곳을 통과한다. 이는 천리안이나 무궁화 위성과 같은 정지궤도 인공위성의 고도인 약 36,000 km보다 안쪽으로 태양계 크기를 생각한다면 말 그대로 ‘스쳐 지나가는’ 셈이다. 지난 4월 열린 행성방위학회(Planetary Defense Conference)에서 발표된 최신 연구 결과에 따르면 현재의 근지구소행성 종족 모델에 근거해서 아포피스와 같은 크기의 천체가 이처럼 지구에 가깝게 접근하는 것은 통계적으로 2만 년에 한 번 발생하는 사건이라고 한다.9) 이러한 지구 대접근 사건으로 말미암아 아포피스는 궤도, 자전 및 표면 상태, 형상 등의 변화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태양계에서 일어나는 굉장히 드문 자연 실험 현상을 지구와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실시간으로 관찰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2029년 아포피스 소행성에서 일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가장 주목할 만한 변화는 궤도와 표면 특성이다. [그림 3]과 같이 지구 접근 전후로 소행성의 궤도는 지구 중력의 영향으로 크게 변경될 것으로 예측된다. 2029년 4월 13일 이전까지 아포피스의 궤도는 궤도 장반경이 1 AU보다 작은, 즉 소행성 궤도 대부분이 지구공전궤도 안쪽에 존재하는 ‘아텐(Atens)’ 종족10)에서 지구 대접근 이후에는 궤도 장반경이 1 AU보다 커져서 소행성 궤도 대부분이 지구공전궤도 바깥쪽에 존재하는 ‘아폴로(Apollo)’ 종족11) 소행성으로 바뀐다. 미항공우주국 근지구천체연구센터에서 계산하는 센트리 프로그램은 이러한 궤도 변경까지 고려하여 아포피스 소행성의 향후 100년간 지구 충돌 확률이 없다고 발표한 것이다.

Fig. 3. Orbit change of Apophis in 2029 Earth approach.Fig. 3. Orbit change of Apophis in 2029 Earth approach.

2029년 대접근에 발생할 것으로 예측되는 두 번째 큰 변화는 바로 지구의 중력이 소행성의 각 위치에 미치는 조석력의 차이로 인해 발생하는 아포피스 표면의 변화다. 2029년 4월 13일 아포피스는 지구 반지름의 5.8배까지 접근하는데, 이는 행성의 중력에 의한 조석력으로 위성이 파괴되는 로슈 한계(Roche limit)12)의 밖이긴 하나 경사가 급한 지역은 산사태가 발생하여 일부 표면이 벗겨지거나 재배치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림 4]는 아포피스가 지구에 가장 가까이 접근할 때 소행성의 표면의 경사면(slope)의 변화를 예측하는 시뮬레이션 결과다.13)

Fig. 4. Maximum surface slope variation of Apophis during 2029 Earth flyby.Fig. 4. Maximum surface slope variation of Apophis during 2029 Earth flyby.13)

왼쪽 검은색 긴파선(long-dashed line)으로 표시한 지역은 최대 2도가 넘는 경사면의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보이며 이러한 변화로 인해 사태(landslide)를 일으키는 임계각을 초월하게 되면 일부 표면이 무너져 내리거나 표면 물질의 이동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그 결과 오랜 기간 우주풍화가 진행된 물질은 벗겨져 나가고 태양빛에 한 번도 노출되지 않았던 태양계 형성 초기의 물질이 드러날 가능성도 존재한다. 일본 우주항공개발기구(JAXA)의 소행성 탐사선 하야부사 2호가 소행성 류구(Ryugu) 표면에 금속탄환을 발사하여 인공 충돌구(crater)를 생성한 것도 바로 태양계의 화석이라고 불리는 소행성의 내부 물질을 채집하기 위해서였다. 이것이 아포피스 소행성의 2029년 지구 대접근을 인류 역사상 최고의 태양계 자연실험 이벤트라고 부르는 이유이다.

아포피스 직접탐사 과학목표

한국천문연구원에서는 이러한 인류 역사상 최고의 태양계 자연실험 장면을 현장에서(in-situ) 관측하기 위하여 현재 아포피스 직접탐사를 목표로 하는 기획연구를 진행하고 있다.14) 현재까지 진행된 사전 조사연구의 시나리오에 따르면 탐사선은 아포피스가 지구에 최접근하는 시점으로부터 수 개월 전에 소행성에 도착하여 동행비행(rendezvous)을 시작한다. 앞서 설명했듯이 2029년 지구 최접근 기간에는 궤도 및 표면 변화뿐만 아니라 아포피스의 자전 상태, 형상, 내부 구조 등의 변화도 일어날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에 사전에 소행성에 도착하여 1차 전면지도 제작(global mapping)을 실시하는 것이다. 이 정보를 토대로 산사태 혹은 표면 물질의 이동이 일어날 만한 가능성이 가장 높은 후보 지역을 선정한다. 이후 지구를 스쳐 지나가는 동안 후보로 선정된 지역을 집중해서 연속적인 고해상도 촬영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 기간에는 탐사선과 지구와의 거리 또한 매우 가까워지므로 많은 양의 데이터를 실시간 송수신하는 것에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Fig. 5. Plot of changes in lengths of 3 principal axes in Apophis during 2029 Earth flyby.Fig. 5. Plot of changes in lengths of 3 principal axes in Apophis during 2029 Earth flyby.15)

[그림 5]는 아포피스 지구 최접근 시점을 기준으로 소행성 모형의 축의 길이 변화를 나타낸 시뮬레이션 결과로 최접근 기간 동안 축에 따라서 그 길이가 늘어나거나 줄어드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15) 또한 아포피스가 지구 중력에 의한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기 시작하는 시점은 최접근 약 1.5시간 전, 그리고 최접근 후 약 1.5시간이 지나면서 그 영향이 점점 약해지는 것을 알 수 있다. 만약 1차 전면지도 제작을 통하여 선정한 후보지역에서 실제로 산사태나 극적인 표면 변화 현상이 발생하고 이를 촬영할 수 있다면, 그리고 그 사진을 실시간으로 지구로 전송할 수 있다면 우리는 아마도 <45억 년 전 태양계 화석>이라는 제목의 영화 같은 이벤트를 생중계 스트리밍으로 지켜볼 수 있는 행운을 갖게 될 것이다.

아포피스 직접 탐사의 임무는 여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지구 최접근 후에는 소행성 2차 전면지도 제작을 진행할 것이다. 이를 통하여 만들어진 지구 최접근 전, 후의 아포피스 전면지도를 비교하여 소행성 표면, 자전 상태 및 지형 변화를 분석한다. 이는 아포피스 소행성 그 자체에 대한 지식을 증가시킬 뿐만 아니라 태양계의 형성과 진화 과정에서 행성들이 태양계를 구성하는 가장 기본적인 재료인 소행성에 어떤 물리적, 궤도역학적 영향을 주는지 실제 관측을 통해서 자세히 살펴볼 기회가 될 것이다. 또한, 지구 충돌 시 국가단위 피해가 예상되는 크기의 소행성에 대한 이해도를 충분히 높일 수 있는 좋은 참고자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나오는 글

지구 공전궤도 근처, 나아가 화성과 목성 사이 소행성대 소행성까지 수십만 개의 소행성은 모두 각각 물리, 화학, 역학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다. 특히 어느 것 하나 똑같이 생긴 소행성이 없고, 동일한 궤도를 가진 소행성은 존재하지 않는다. 단 하나의 소행성이라도 우리가 그 특성에 대해서 명확히 이해한다면 그 소행성이 처음 생겼던 태양계 형성 초기 상태와 생성 초기에서 지금까지의 태양계 역사의 과정을 재구성하는데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 2만 년에 한 번 발생한다는 통계적인 숫자를 고려하지 않더라도 지난 220년의 태양계 소행성 발견 역사를 통틀어 가장 특별한 천체라고 평가 받는 아포피스의 지구 대접근. 2029년 4월 13일 소행성 표면 및 그 주변에서 발생할 것으로 예측되는 여러 가지 과학적인 현상들을 가까이서 관측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기를 기대해 본다.

각주
1)O. P. Popova et al., Science 342, 1069 (2013).
2)근지구소행성(Near-Earth Asteroid, NEA): 지구궤도와 만나거나 지구 가까이에 접근하는 궤도를 갖는 모든 소행성을 통칭하며, 근일점 거리가 지구-태양 거리의 1.3배보다 작은 궤도를 갖는 소행성.
3)Discovery Statistics of NEA, NASA/JPL, https://cneos.jpl.nasa.gov/stats/totals.html.
4)센트리(Sentry): 근지구소행성 신규 발견 시 해당 소행성의 궤도를 계산하여 향후 100년(century) 동안 지구 충돌 확률을 예측하는 프로그램.
5)Sentry: Earth Impact Monitoring, NASA/JPL, https://cneos.jpl.nasa.gov/sentry/.
6)P. Pravec et al., Icarus 233, 48 (2014).
7)달, 소행성과 같이 대기가 없는 천체의 표면이 우주 환경(태양풍, 미소운석체, 우주 방사선 등)에 의해 물리적, 화학적으로 생기는 변화 현상을 일컫는 용어.
8)R. P. Binzel et al., Nature 463, 331 (2010).
9)M. Gravik, Planetary Defence Conference (2021).
10)소행성의 궤도 장반경이 지구의 공전궤도보다 작은 소행성 그룹을 말하며 1976년 이러한 궤도 특성을 가진 소행성 (2062) Aten이 처음 발견되면서 그 이름을 붙임.
11)소행성의 궤도 장반경이 지구의 공전궤도보다 큰 소행성 그룹을 말하며 1932년 이러한 궤도 특성을 가진 소행성 (1862) Apollo가 처음 발견되면서 그 이름을 붙임.
12)행성에 접근하거나 그 주변에 위치한 천체가 행성의 중력에 의한 조석력의 영향으로 내부가 붕괴되지 않고 접근할 수 있는 한계 거리를 말함. 일반적으로 지구의 경우 달이나 소행성과 같은 천체는 지구 반지름의 약 1.5배인 9,500킬로미터 이내로 접근하게 되면 파괴된다고 알려져 있음.
13)Y. Kim et al., Apophis T–9 Years (2020).
14)H.-K. Moon et al., Apophis T–9 Years (2020).
15)J. V. DeMartini et al., Icarus 328, 93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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