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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YSICS PLAZA

은퇴를 접하면서

작성자 : 김충선 ㅣ 등록일 : 2021-09-08 ㅣ 조회수 : 1,037

저자약력

김충선 교수는 연세대학교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인디애나 대학교-블루밍턴에서 물리학 석사, University of Wisconsin-Madison에서 물리학 박사를 취득하였다. 92년부터 연세대학교 물리학과 교수로 26년간 재직하였고, 과학기술 훈장(2018년) 등 다수의 수상을 하였다. 2018년 은퇴 후, 현재 연세대학교 암흑물질 연구소 연구교수와 동신대학교 고에너지연구소 석좌교수로 재직 중이다.

교육에 대한 철학은 무엇일까?

저는 1992년도에 연세대학교 물리학과에 조교수로 부임 후 2018년 8월에 은퇴할 때까지 약 26년간 후학을 가르쳤습니다. 가르치는 동안 언제나 염두에 둔 철학은, 가능하면 모든 것을 학생 입장에서 고려하자였습니다. 다시 말해서, 학생이라면 어떻게 생각할까? 특히 중하위권에 있는 학생이라면 어떻게 생각할까? 그 학생들은 어떻게 제 강의를 이해하고 있을까? 어떻게 하면 그 학생들이 제 강의에서 많은 걸 배워 갈 수 있을까? 그러한 관점에서 강의를 하도록 노력했습니다. 물론, 뛰어난 학생들도 있지만, 그러한 학생들은 제 강의만 가지고 물리를 공부하지 않습니다. 그 학생들은 제 강의에서 얻은 지식을 바탕으로 더 새로운 것을 배워 스스로 어떤 것을 중점적으로 해야겠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대부분 학생들은 그와 같이 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가능하면 그 학생들이 잘 이해할 수 있고, 많은 것을 배워 갈 수 있도록 모든 관점을 중하위에 있는 학생들에 맞춰 교육하고자 노력했습니다.

은퇴는 어떻게 준비할까요?

사실 저는 제대로 은퇴 준비를 하지 못했습니다. 은퇴는 먼훗날 일이라고 생각하며, 항상 영원히 살 수 있는 것처럼 생각하면서 살았거든요. 몇 년 있으면 은퇴를 하니까 지금부터 이에 대해 차분히 준비를 해야겠다, 그와 같이 하지 못 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지금 젊은 교수분들, 혹은 5‒10년 이내에 은퇴하게 될 분들에게, 적어도 은퇴하기 10년 전부터 차분하게 준비를 시작하시라고 조언을 드리고 싶습니다. 10년 전에 준비를 시작한다 할지라도 실제로 한 5년 정도는 은퇴 후의 삶에 대한 계획을 세우면서 보낼 것이기에 은퇴 10년 전부터 시작해 간다면 아마도 차근차근 은퇴에 대한 준비가 될 것 같습니다. 물론 그에 대한 준비는 매우 다양할 수 있으며, 어떤 경우는 돈이 많이 들어갈 수도 있습니다. 본인이 어떠한 것을 원하느냐에 따라서 다르지만, 예를 들어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면서 자연을 벗 삼아 살면서 책을 쓰겠다는 은퇴 준비를 할 수도 있고, 혹은 그동안 연구비에 쫓겨 지금 당장 결과를 내야 된다는 압박에서 벗어나 진정 하고 싶은 연구에 한번 도전하기 위한 준비를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럴 경우 은퇴 준비 기간 동안에 관련 자료를 찾고 착실히 준비한다면 은퇴 후 본인이 진짜 원했던 일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아니면 손자 손녀들을 보면서 얼마 남지않은 인생을 행복히 살고 싶다면 그에 대한 준비도 차분히 해야 되겠지요. 어쨌든 5‒10년을 준비기간으로 설정하고 계획해 나간다면 저처럼 갑자기 닥친 은퇴에 당황하진 않을 것입니다.

슬기로운 노후생활은 사람마다 다를 것입니다. 어떤 게 슬기로운 인생인가 또 어떤 인생이 더 행복한가는 절대적인 판단 기준이 없고 사람마다 생각하는 기준이 다르기에, 제가 여기서 간략히 답을 드릴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슬기로운 노후생활은 각자 판단하여 준비해 가야 하지 않을까요?

재직 중에 어떤 환경이 주어졌으면 좀 더 좋은 연구를 많이 수행할 수 있었을까?

제가 지난 26년간 재직하였던 연세대학교는 굉장히 좋은 환경을 제공하였던 것 같습니다. 소규모의 대학이었다면 너무 많은 시간을 강의에 매달린다든지 혹은 여러 잡무에 매달렸을 수도 있었을텐데, 강의시간도 적당히 배당되고 잡무도 여러 교수들과 나누어 해결하면서, 좋은 환경에서 연구에 전념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특히 3년 혹은 6년에 한 번 안식년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이 가장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제 경우에는 안식년에는 언제나 해외 여러 연구소나 대학을 방문하면서 최신 연구 흐름에 계속 접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 면에서 많은 교수님들에게 안식년은 강의나 잡무의 부담없이 연구력을 증진시킬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지난 일이지만 가끔은 후회를 하는 것도 있습니다.

생각해보니 저는 사실 좀 극단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연구에만 집중하면서 많은 인간 사이의 관계를 무시해 버렸습니다. 그래서 가끔 인간관계에 좀 더 시간을 쏟았으면 어땠을까 그런 생각도 해 봅니다. 물론 제 연구에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았겠지만, 더 풍부한 삶을 주지 않았을까요? 잘 아시다시피, 인생에는 주어진 정답이 없습니다. 어떠한 삶을 살아도 시간이 흘러 과거를 회상해보면 아쉬운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아쉬운 부분보다 행복하거나 자랑스러운 부분이 많다면 성공한 삶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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