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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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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서른 즈음에: 물첨 30주년

편집후기

등록일 : 2022-02-21 ㅣ 조회수 : 400

서른이다.

그렇다. 올해는 <물리학과 첨단기술>(이하 <물첨>)이 태어난 지 30년이 되는 해다. 사람이라면 서른 즈음에 젊은 활기로 가득 찼던 20대를 지나 지난 날을 되돌아 보게 된다. 그동안 <물첨>에는 무슨 일들이 있었을까?

<물첨>은 1992년 3월 첫 호를 시작으로 2022년 2월까지 총 269회 발행되었다. 발행 초기에는 분기(연 4회) 및 격월(연 6회)로 발행되었지만, 1998년 이후 지금까지는 연 10회의 정규 발행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매호는 물리학을 포함한 과학 일반 분야에서 각 분야를 이끄는 저명 인사의 사설을 담는 [과학의 창]과 주목할 만한 새로운 물리 분야의 내용을 쉽게 소개하는 [특집 기사]를 핵심으로, 한국물리학계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특히, 매년 12월호는 그해 10월에 발표되는 노벨 물리학상의 내용을 쉽게 설명하는 특집 기사를 지속적으로 발행하고 있다. <물첨>은 2020년 7/8월호부터 종이 인쇄를 하지 않고 완전한 웹진의 형태로 출판 형식을 전환하였으며, 이를 계기로 물리학을 전공하는 학생 및 관련 전문가뿐만 아니라 물리학에 관심 있는 일반 독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진정한 잡지로 거듭나고자 노력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올해는 <물첨> 30주년임과 동시에 한국물리학회 70주년이 되는 해다. <물첨> 편집위원회는 한국물리학회 70주년과 <물첨> 3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서 한국물리학의 과거, 현재, 미래를 살펴보는 3가지 코너를 준비했다.

우선, 과거를 되돌아 보기 위해서, 지난 30년간 <물첨> 기사에 담긴 한국물리학의 변화를 분석하는 코너를 마련했다. 구체적으로, <물첨> 편집위원회는 그동안 <물첨> 기사에 쓰인 키워드를 분석하면 한국 물리학자들의 관심이 어떤 방향으로 이동했는지 알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여 포스텍 정우성 회원의 연구팀에 키워드 네트워크의 복잡계 분석을 요청했다. 분석 결과, 한국 물리학자들이 관심을 가지는 물리 연구 분야, 산업 기술, 정책, 교육 등에서 뚜렷한 무게 변화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더불어, <물첨>이 한국물리학 발전의 역사를 고스란히 새기고 있다는 사실도 발견할 수 있었다. <물첨> 기사 속 키워드 네트워크를 분석하고 그 결과를 아름다운 그래프로 표현해 주신 정우성 회원과 그 연구팀에 감사의 말을 전한다.

다음으로, 현재 및 가까운 미래를 조망하기 위해서, 30년 후 물리학의 각 분야별 발전 방향에 관한 의견을 모아 보았다. 구체적으로, 입자 및 장 물리, 핵물리, 응집물질물리, 응용물리, 통계물리, 물리교육, 플라즈마 물리, 광학 및 양자 전자학, 원자 및 분자물리, 천체물리 분야를 대표하는 전문가들의 예상을 통해서 물리학의 현재와 이를 바탕으로 가까운 미래에 이루어질 물리학의 발전 방향을 전망했다.

마지막으로, 먼 미래를 내다보기 위해서, “100년 후의 물리학”이라는 주제로 SF 공모전을 개최하였다. 100년 후를 선택한 이유는, 단순한 숫자 놀음이기는 하지만, 한국물리학회 70주년과 <물첨> 30주년을 합치면 100년이 되기 때문이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서 100년 후를 예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예를 들어, 1922년에 살았던 사람들은 100년 후 많은 사람들이 세계 모든 곳의 정보를 손바닥 안에 들어오는 작은 기계로 실시간 받아 볼 수 있으리라고는 전혀 상상할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상상의 나래가 제한 없이 펼쳐지는 공상과학 소설에서는 먼 미래의 모습이 마법 같이 드러날 수 있다. 아서 C. 클라크(Arthur Charles Clarke)라는 유명한 SF 작가 및 미래학자가 있다. 그는 1945년 장거리 전파 통신을 위한 정지 위성(geostationary satellite)의 개념을 제안했다. 엄밀하게 말해서 클라크가 정지 위성이라는 개념을 공상과학 소설에서 제안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의 공상과학적인 상상력이 정지 위성과 같은 새로운 아이디어의 근간이 되었던 것은 분명하다. <물첨> 편집위원회는 “100년 후의 물리학”을 그리기 위해서 공상과학적인 상상력을 동원하고 싶었다.

사실 SF 공모전을 처음 계획했을 때 가장 큰 걱정 중의 하나는 응모작이 하나도 없으면 어떻게 할까라는 것이었다. 다행히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뜨거운 호응이 있었다. 총 55편의 훌륭한 작품들이 접수되었다. 접수된 응모작들은 총 8명의 심사위원으로 이루어진 1차 심사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21편으로 추려졌다. 이렇게 1차 심사를 통과한 응모작들은 다시 <물첨> 편집위원회 집행부를 심사위원으로 한 2차 심사위원회의 심사를 거쳤으며, 그 중에서 최종적으로 당선작 1편과 가작 1편이 결정되었다. 앞선 지면에 소개된 바와 같이, 당선작은 “프로메테우스의 시간”이고 가작은 “마지막 선물”이다.

당선작 및 가작을 선정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기준 중의 하나는 소설의 내용이 물리학과 얼마나 밀접하게 관련이 있는가였다. 일반적인 공상과학 소설로서는 충분히 훌륭했지만 이 기준을 만족시키지 못해서 탈락한 아까운 응모작들이 여럿 있었다. 또 다른 중요한 기준으로 창의성이 있었다. “프로메테우스의 시간”은 시간의 흐름에 관한 매우 독특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공상과학 소설이라고 하더라도 과학적인 내용만 담겨서는 안 될 것이다. 과학도 결국은 인간에 대한 이야기이므로 인간과 과학의 관계에 대한 고찰도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되었다. “마지막 선물”은 이러한 기준에서 서정적인 묘사가 뛰어난 작품으로 평가되었다.

<물첨>은 지난 30년 동안 한국물리학의 모습을 담아내는 사진기의 역할을 했다. 남는 것은 사진밖에 없다고 했던가? <물첨>이라는 사진기가 담아낸 한국물리학의 모습을 살펴보니 그동안 있었던 이런저런 많은 어려움은 아름다운 추억 속으로 사라지는 것 같다.

[<물첨> 편집위원회 집행부 (위원장: 박성균, 실무이사: 박권, 부실무이사: 서준호, 곽보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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