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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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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원자력은 안전하고 깨끗할 수 있는가: 소형모듈원자로

안전하고 다양한 에너지공급원 초고온가스로

작성자 : 김용완·박병하·김찬수 ㅣ 등록일 : 2022-05-26 ㅣ 조회수 : 1,381 ㅣ DOI : 10.3938/PhiT.31.020

저자약력

김용완 박사는 1992년 KAIST에서 공학박사를 취득하였으며, 수소생산원자로 대과제책임자, ASME 코드제정 고온가스로위원, Gen IV국제공동연구 초고온가스로 SSC위원직을 수행했으며, 초고온가스로를 이용한 수소생산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ywkim@kaeri.re.kr)

박병하 박사는 2014년 KAIST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에서 공학박사를 취득하였으며 초고온가스로 및 수소생산 연구와 액체금속 히트파이프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bhpark@kaeri.re.kr)

김찬수 박사는 2006년 서울대학교 원자핵공학과에서 공학박사를 취득한 후 초고온가스로 실험연구를 수행하고 현재 원자력수소연구실 실장으로 수소생산 및 초고온가스로 연구와 우주용열전도관원자로 과제책임자를 담당하고 있다. (kcs1230@kaeri.re.kr)

Very High Temperature Reactor as Safe and Diverse Energy Source

Yong Wan KIM, Byung Ha PARK and Chan Soo KIM

Climate changes that are largely driven by the greenhouse gas emissions from fossil fuels. To cope with shrinking fossil fuel supplies and growing climate change, it is clear that a more resource-free, technology-led and environmentally friendly energy source will be required. The very high temperature reactor is a helium-cooled and graphite-moderated thermal reactor with refractory TRISO fuel. It is an inherent safe reactor that can produce heat up to 950 °C. Many countries are developing their own VHTRs as Generation IV reactors for the process heat supply and the massive hydrogen production without greenhouse gas emissions. The characteristics and the state of art for VHTR are introduced in this article as a potential candidate of future clean energy supply system including hydrogen.

들어가는 말

2010년에 OECD/NEA 주관으로 한국이 포함된 12개국 공동연구진에서 흥미로운 연구를 착수했다. 일본원자력연구소의 시험용원자로 HTTR (High Temperature Engineering Test Reactor)에 전기와 냉각기능을 완전히 제고하여 HTTR에 인위적으로 사고를 발생시켰을 때, 외부의 개입 없이 원자로의 자체 안정성을 입증하는 실험을 수행하였다. 이 연구에서 안정성이 입증된 원자로가 바로 본 특집에서 소개할 초고온가스로이다.

미래형 제4세대 원자로(Generation IV Reactor)1) 중 하나인 초고온가스로(Very High Temperature Reactor, VHTR)는 두 가지 명확한 특징을 가진다. 첫째, 현재 가장 많이 운영되고 있는 경수로는 전기에너지 생산용으로만 사용되고 있으나, 초고온가스로는 보다 높은 온도의 열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으므로 전기생산뿐만 아니라 수소생산, 산업용 열에너지 공급 등 다양한 에너지 공급원으로도 사용 가능하다. 둘째, 초고온가스로는 전기공급이 중단되어 원자로의 열을 냉각하는 기능을 잃으면 핵연료의 붕괴열이 원자로 외부로 자연 방출되어, 방사능 물질 누출사고가 방지되는 매우 안전한 원자로이다.

2000년대 초반에 수소경제가 화두로 떠오르기 시작하면서 미국을 중심으로 초고온가스로를 이용한 수소생산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었으나, 2010년대 들어 쉐일가스 개발로 인한 천연가스 가격 안정화와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기점으로 원자력 연구와 산업이 세계적으로 크게 위축되며 초고온가스로도 그 영향을 벗어나지 못했다. 최근 심각해진 온실가스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탄소세 관련 법규와 규정이 구체화되고, 연료전지와 수소자동차의 활성화에 따라 원자력을 이용해 청정하고 안전한 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초고온가스로에 대한 관심과 논의가 확대되고 있는 추세이다.

기술 개요

원자로는 에너지를 생산하기 위해 핵연료의 열을 전달하는 냉각재의 종류에 따라 노형을 분류하는 경우가 많다. 냉각재가 가스인 경우에는 가스로라 칭한다. 가스로를 이해함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것은, [그림 1]에서 보는 것과 같이 최근 4세대 원자로로 주목을 받고 있는 초고온가스로는 핵연료, 원자로 특성과 기술적 측면에서 초창기 가스로와 차이가 매우 크다는 점이다.

Fig. 1. Developmen from GCR to VHTR.[2]
Fig. 1. Development from GCR to VHTR.2)

초기 가스로는 냉각재로 이산화탄소를 사용하였고 핵연료의 형태는 봉집합체이며, 냉각재의 원자로 출구의 온도는 600도 전후였다. 이후 열효율을 높이고 원자로용량을 키우기 위해, 냉각재의 원자로 출구 온도가 750도 이상인 고온가스로가 개발되었다. 노심 용융, 갑작스런 원자로 용기 파손, 방사능 물질 유출 등을 막기 위해 흑연 노심 구조물, 헬륨 냉각재, 세라믹으로 피복된 피복 입자 핵연료 등을 채택하면서 고온가스로의 경제성과 안정성이 향상되었다. 최근에 완전한 피동 안전 개념의 채택이 가능한 모듈형 강철 압력 용기를 사용하고 냉각재의 원자로 출구 온도를 700~950도까지 올려서 경제성과 안전성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킨 원자로가 제4세대 원자로인 초고온가스로이다.

기존의 가스로와 차별화되는 초고온가스로의 핵심은 핵분열 생성물을 가두어 둘 수 있는 미세 피복 입자 연료인 TRISO (tri-isotropic coated fuel)를 사용하는 것이다. 미세 피복 입자 연료는 직경 0.5 mm 내외의 산화우라늄을 두 층의 초열탄소(PyC)와 탄화규소(SiC) 층으로 삼중 피복한 것으로, 직경이 1 mm 정도이다. 삼중 피복층이 핵분열에서 발생하는 대부분의 분열 파편을 차단하여 외부로 누설되는 방사선량이 극히 적다. 실제로 피복 입자 연료를 1600 ℃에서 수백 시간 운전 실험한 결과, 전체 핵분열 방사능량 대비 외부 누설 방사능량의 비율이 10-6 이하로 보고되었다. TRISO 기반의 핵연료는 구조 특성상 핵분열 생성물의 누설량이 극히 낮고 핵연료의 재처리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특성을 가지고 있어 안전성이 높고 핵무기로 전용이 어렵다.

초고온가스로는 사용하는 연료의 형태에 따라 크게 블록형(block)과 페블형(pebble)으로 구분된다. 블록형의 대표적인 노형으로는 미국에서 개발한 GT-MHR이 있고, 페블형의 대표적인 예는 2021년 12월에 전기생산 운전을 시작한 중국의 HTR-PM이다. 블록형은 TRISO 입자를 분필 모양의 컴팩트로 성형한 후 이것을 육각형의 흑연 블록에 채워 넣은 핵연료를 사용한다. 블록형의 연료 블록 높이는 약 80 cm이며 원격 핵연료 취급 장치를 사용하여 장전된다. 블록형 원자로의 노심에는 여러 층으로 적층된 다수의 연료 블록이 장전되고 핵연료의 교체는 주기적으로 이루어진다. 페블형은 TRISO 입자를 뭉친 후 외부를 다시 초열탄소로 피복한 당구공 형상의 직경 6 cm 핵연료를 사용한다. 페블형 원자로는 원자로 운전 중에 연료를 연속적으로 장전하고 방출하는데, 연료는 중력에 의해 낙하되면서 연소하여 열을 발생시키고 연소도와 손상 여부를 확인 후 재장전하는 방식이다.

초고온가스로 특성과 활용분야

Fig. 2. Safety characteristics of VHTR.[2]
Fig. 2. Safety characteristics of VHTR.2)

원자로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방사성 물질의 누출이 없어야 하고 원자로 정지 후 붕괴열이 안정적으로 지속 제거되어야 한다. 초고온가스로는 후쿠시마 사고와 같은 외부 전기 및 냉각수 상실 환경에서도 별다른 조치 없이 자연적으로 원자로 냉각이 가능하여 제4세대 원자로 중에서도 안전성이 가장 우수하다. 다른 원자로에 비해 낮은 초고온가스로의 출력밀도가 이러한 안정성을 가능하게 한다. [그림 2]에서 보이고 있는 것과 같이 원자로 압력 용기 표면의 복사와 자연 순환 공기 냉각만으로 원자로 출력의 0.1~0.2% 수준인 붕괴열을 외부로 지속 방출함으로써 핵연료 온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방사성 물질의 누출을 막는다. 또한 원자로 내에 1억 개 이상 존재하는 TRISO는 1800도의 고온에서도 방사능 물질의 유출을 막는다. 개개의 TRISO가 동시다발적으로 다량 파손되지 않는 한,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사고와 같은 방사능 물질 대량 누출이 일어나지 않으므로 방사능 물질 대량 외부 누출 가능성은 기존의 원자로 개념에 비해 매우 낮다.

초고온가스로의 냉각재인 헬륨은 방사성화가 어려워 누설되어도 안전하다. 한편, 원자로 내에 물과 금속 피복재가 없으므로 수소 및 증기가 폭발적으로 생성되는 반응 자체가 원천적으로 배제되어 있다. 따라서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사고와 같은 증기 및 수소 폭발이 근본적으로 발생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지진, 해일 등의 천재지변 상황에서도 별도의 조치 없이 자연적으로 원자로 붕괴열이 냉각되므로, 초고온가스로는 완전 피동 안정성을 넘어선 고유 안정성을 확보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출력밀도가 낮은 것은 안전성에는 큰 장점이지만 원자로 크기 대비 출력이 낮아 부피가 커지는 단점이 있다. 현재 기술을 기준으로 평가할 때 원자로 용기의 제작성 한계로 인해 최대 출력이 약 600 MWt 정도로 제한되므로 경제성에 불리할 수 있으나, 최근에는 모듈형으로 여러 개를 건설하여 경제성과 안전성 두 가지를 동시에 확보하는 연구가 진행 중이다. TRISO는 핵연료 제조단가가 비교적 비싸고 폐기물양을 줄이기 위해서는 핵연료와 흑연을 분리하는 기술의 확보가 필요하다.

Fig. 3. VHTR hydrogen production system.
Fig. 3. VHTR hydrogen production system.

초고온가스로는 섭씨 950도까지의 초고온열을 생산할 수 있으므로 수소생산, 전기생산, 산업용 열이용 등 다양한 분야의 열원으로 응용분야가 큰 것이 특징이다. 특히, 초고온가스로는 원자력수소생산에 가장 큰 장점을 가지고 있다. 먼저, 초고온가스로가 생산한 고온증기를 고온수전해 공정에 공급하여 [그림 3]에서 도식화한 것과 같이 물을 분해하면, 탄소배출이 없는 고효율 수소 생산이 가능하다. 다음으로는 열화학수소생산방법으로 황산분해공정, 요오드화수소분해공정, 분젠 등 세 가지 공정을 이용하여 물을 열화학적으로 분해시켜 수소를 생산하는 방법에도 초고온가스로가 가장 적합하다. 물분해에 비해 기술적인 성숙도가 높은 수소생산방법으로 천연가스에서 수소를 분리하는 천연가스증기개질공정 중, 천연가스-증기 혼합기체에 고온의 열에너지를 공급하여 수소를 추출하면 이산화탄소배출을 현저히 감소시킬 수 있다. 기존 천연가스증기개질공정에 비교하면 연소가스가 생성되지 않으므로 효율적으로 이산화탄소 포집을 수행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원자력에너지의 가장 일반적인 활용분야인 전기생산에 초고온가스로를 이용할 경우 통상 30% 내외인 원자력 전기생산효율을 브레이턴싸이클과 가스터빈으로 50% 이상으로 올릴 수 있다. 이 밖에도 여러 가지 산업에서 필요로 하는 열에너지를 화석연료 대신에 공급할 수 있으므로 고급공정열을 공급하는 것이 가능하다. 미국의 경우에는 오일샌드나 오일타르의 채굴, 공정열, 석유화학공정, 해수담수화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 고온가스로를 적용하는 것을 논의하고 있다. 초고온가스로는 최종 열침원으로써 공기 냉각이 가능하므로 기존 상용 원자로와 달리 대규모 해수 혹은 담수 냉각이 요구되지 않아, 내륙 건설이 가능하다. 중동의 여러 국가의 내륙이나 중국의 내륙지방에 건설하는 후보 원자로로 초고온가스로가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국내외 연구개발 현황

국제 공동 연구로 추진 중인 제4세대 원자로 개발 계획(GEN IV)의 개발 노형 중 하나인 초고온가스로는 한국, 미국, 일본, 프랑스, 캐나다, 스위스, EU 및 중국 등 8개국이 참여하여 공동 연구 개발 목표를 설정하고 연구 계획을 작성하였으며 세부 공동 연구 계획을 작성하고 시작하였으나 최근 호주를 비롯한 일부 국가가 관심을 가지고 참가하였다. 현재 핵연료 및 핵주기, 재료, 수소 생산, 해석방법검증 등 네 개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원자로는 ASME코드에 준해 설계를 한다. 초고온가스로의 설계에 필요한 기술기준이 없었으나 국제적인 노력으로 2011년에 초고온가스로 설계에 필요한 ASME 기술기준 초판3)이 발행되었다. 특히, 연구개발 초기의 기술적 장애였던 950도에 사용할 수 있는 Alloy 617합금이 2019년에 ASME에 등재됨으로써 실질적으로 950도까지 열교환기를 포함한 기기를 원자력등급으로 설계할 수 있게 되었다.4)

OECD/NEA 주관으로 일본 HTTR을 이용한 LOFC (Loss of Forced Cooling) 사고 실험 자료 확보 및 코드 검증 연구가 2010년 4월부터 진행 중이다. 이 실험은 일본의 실험 HTTR에서 실제 사고 상황을 모의하여 초고온가스로의 안전성을 입증하는 실험이다. 여기에는 총 12개국(대한민국, 일본, 미국, 캐나다, 체코, 핀란드, 프랑스, 독일, 헝가리, 네덜란드, 스페인, 스위스)이 전체 예산을 분담하며 참여하고 있다. 후쿠시마 사고로 HTTR 가동이 중단되었다가, 2021년 7월에 재가동되어 관련 연구가 재착수되었다.

미국의 경우 국회에서 2005년 8월 통과된 미국의 에너지법안(Energy Policy Act)에 원자력수소 생산 원형로인 NGNP (Next Generation Nuclear Plant)를 이용한 상용 수소 생산 기술 개발을 시작하였다.5) 수소 생산 시스템의 선정 및 타당성 입증, 에너지 변환 기술 개발(Power Conversion) 및 타당성 평가, 초고온가스로용 핵연료 개발, 재료 선정 및 시험, 그리고 원자로 개발 관련 연구가 수행되었다. 이어서 상세 설계, 원자력을 이용한 수소 생산 시설 건설 및 운전을 시작하기 위해 미국 INL (Idaho National Lab)은 NGNP 개념 설계를 완료하고, 산업체와 투자에 대한 파트너십을 협의하였으나 상용로 건설을 위한 대규모 투자는 성사되지 않았다. 고온가스로와 관련해서는 미국은 이미 1974년까지 운전한 고온가스실험로 Peach Bottom-1과 1976∼1988년 운전한 Fort. St. Vrain의 기술 기반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초고온가스로 기술개발에는 유리한 입장이다.

미 에너지부는 고온의 공정열 공급과 수소 생산에 활용 가능한 고온가스로형 선진원자로의 개발 및 실증을 지원하고 있는데, 2021년에 중소형 고온가스로(Xe-100, 80 MWe) 실증사업에 상당한 예산이 투자되어 추진되고 있다. 또한 미 에너지부는 2020년 11월, 수소관련 기술의 연구개발 및 배치(RD&D)를 가속화하기 위해 DOE 내 관련 부서의 임무영역과 세부기술개발 계획 및 전략 등을 통합한 ‘DOE 수소프로그램 계획’을 발표하고 INL은 원자력, 재생에너지, 고온수전해, 열저장 등을 연계시키는 원자력-통합 에너지시스템 관련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일본은 2007년도 국가 에너지 기본 계획에 원자력수소를 명시하였다. 일본 JAEA는 원자력을 이용한 수소 생산을 위해 1998년부터 30 MWt 열출력을 갖는 초고온가스 연구로인 HTTR을 운전 중이다. 950 ℃의 초고온으로 운전에 성공하였으며 현재 운전 중인 HTTR에 수소생산공정을 병합하여 상용 기술 실증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정부가 2050년까지 탄소중립사회 실현을 위해 개발하는 14개의 주요 기술에 초고온가스로가 포함되어 있다.

프랑스 정부는 70억 유로 규모의 원자력에너지를 포함한 그린수소 생산 정책을 2020년 9월에 발표하였고, 프랑스 원전 운영사인 EDF는 영국의 가동원전 이용 수소생산 기술 및 사업화를 적극 추진 중에 있다. EDF는 2019년 원자력 및 재생에너지 이용 수소생산을 위해 H2H (Hydrogen to Heysham) 컨소시엄을 통해 영국 Landcashire 원전에서 수전해 수소생산 시설 실증을 추진 중이며, 영국 Sizewell C 원전을 활용한 수소생산 파트너를 확보하고 있다. CEA는 고온가스로를 활용한 수소생산시스템 연구와 고온수전해 기술 개발 연구를 2000년대 중반 이후 지속적으로 추진해오고 있다.

영국 BEIS(산업부)는 2021년 7월에 수소생산에 효율적인 초고온가스로형 선진원자로 개발 계획을 발표하였고, 산업에너지와 공정열을 대체할 계획이다. 유럽연합 및 폴란드는 고온가스로를 활용하여 수소와 전기를 동시에 생산하는 시스템 연구를 수행해왔다. 고온가스로와 수소생산/저장 통합시스템 연계 안전성/경제성 평가 및 유럽 인허가 환경에 적합한 설계 개념 개발 연구(GEMINI)를 수행 중이다. 특히, 폴란드는 GEMINI를 통해 개발된 고온가스로를 단기적으로 공정열 석탄화력을 대체하고, 장기적으로 수소생산에 활용할 예정이다.

중국은 2000년부터 10 MWt 규모의 고온가스실험로인 HTR-10을 운전 중에 있으며, 현재 HTR-10을 발전시킨 400 MWt 고온가스로 HTR-PM의 설계와 건설을 완료하고 2021년 전기생산을 시작하였다. 또한 후속사업으로 추진 중인 HTR600은 6개의 모듈로 구성하여 2개의 모듈은 전기생산, 4개의 모듈은 화학공단 열공급에 사용할 예정이다.

독일은 1956년부터 Juelich 연구소에서 고온가스로 개발에 착수하여 1966∼1988년간 950 ℃ 출구 온도를 갖는 일체형 페블형 가스로인 AVR을 건설ㆍ운영하였다. 독일은 TRISO의 대량 생산 공정을 확립하고 200만 개의 페블을 성공적으로 생산하였다. Juelich 연구소는 1970년대 말부터 고온가스로를 이용한 열이용 연구 개발을 수행하여, 천연가스 증기 개질 열교환 장치 실증에 성공하였다. 그러나 알려진 바와 같이 독일의 탈원전정책으로 인해 독자적으로 적극적인 연구는 수행하지 않고, EURATOM의 고온가스로 연구(HTR)에 참여하여 주도적 역할을 수행 중이다.

러시아 정부는 ROSATOM의 원자력수소 기술이 포함된 수소에너지 개발 계획을 승인하였고, 2024년까지 수소 관련 파일럿 과제에 약 90억 루블을 투자할 예정이다. 고온가스로는 2032년에 실증로 운영을 시작하여 탄소포집이 고려된 천연가스-증기개질을 위한 열에너지 공급에 활용할 계획이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2002년부터 ‘수소 생산용 고온가스로 기초 기술 연구’를 수행하였으며, 이를 통하여 원자력수소 생산 기술 현황 조사를 비롯한 기초 연구를 수행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2004년부터 2년에 걸쳐 한국원자력연구원을 중심으로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과 한국과학기술연구원이 참여하는 ‘수소 생산용 초고온가스로 예비 개념 설계 및 요소 기술 개발’ 연구를 수행하였다. 원자력수소를 실증에 요구되는 기술을 분류하고 우선 순위에 따른 핵심 기술을 선정하여 ‘원자력수소 핵심 기술 개발’을 수행하였다. 최근에는 수소생산에 필요한 초고온시스템 기술개발 로드맵 및 기술개발 추진 계획을 수립하여 다가오는 기후변화와 탄소세, 그리고 수소경제에 대비하고 있다. 또한, 한국원자력연구원은 미국 USNC사에 기술을 제공하여 캐나다 Chalk River 부지에 Micro Modular Reactor를 건설하여 실증하는 사업에도 협력하고 있다.

또한 국내의 주요 기관들과 원자력 활용 고온수전해 협력 MOU를 2020년 6월에 체결하여 원자력수소 개발, 실증, 그리고 상업화 관련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맺음말

초고온가스로 및 원자력수소 기술은 부존자원이 적은 우리나라의 화석 에너지 의존율을 낮추고, 온실가스감축을 위한 기술이며 후쿠시마 사고 이후 요구되는 높은 안전성 기준에 부합하는 미래원자력기술로서 장기적으로 추진되어야 할 연구이다. 그동안 수행된 핵심기술연구에서 확보된 자체기술을 바탕으로 미국을 비롯한 국외기술협력을 수행하여 기술의 완성도와 상용성을 제고하는 노력은 연구자의 몫이다. Gen IV 국제공동연구 및 양자협력을 통해 기술적인 갭을 효율적으로 메우는 접근도 병행해야 한다. 다음으로는 청정에너지 공급원을 필요로 하는 국내의 정책적 방향성에 해법을 줄 수 있도록 초고온가스로를 활용한 수소생산, 기존원자로를 응용한 수소생산, 그리고 다른 신재생에너지원과 융합/결합을 통한 수소공급 등 포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최종 사용자이자 상용화의 주체인 산업체의 공조와 공감대를 통해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며, 산업체와 공조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투자회수기간이 긴 원자력산업의 특성을 고려할 때 정부의 장기적인 비전제시와 선투자가 중요하다.

각주
1)Gen IV Nuclear Energy Systems: System Research Plan for VHTR (2006).
2)Development of Key Technologies for Nuclear Hydrogen, KAERI/RR-3936/2014 (2015).
3)ASME Boiler and Pressure Vessel Code Section III, Division 5, 2011.
4)ASME Boiler and Pressure Vessel Code Section III, code case N-898, 2019.
5)Michael A. Fütterer, Li Fu, Carl Sink, Sander de Groot, Manuel Pouchon, Yong Wan Kim, Frank Carré and Yukio Tachibana, “Status of the very high temperature reactor system,” Progress in Nuclear Energy 77, pp 266-281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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